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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09년 5월 29일 - 고갯길들과 함께하는 경기도 동쪽지역 기행(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된 구 양동역)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3. 26.

오늘은 경기도 동부지역을 한번 가보고자 320번을 타고 여의도로 갑니다. 저저번주에 5601번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긴 했지만 시간은 시간대로 팍팍 깨졌기에 이번에는 320번을 탔는데, 역시 5601번보다 빠르더군요.

영등포를 찍은 저는 오후 12시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번주와는 달리 여유가 있어서 이번에는 34번을 문제없이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후 곧 도착한 112번을 타고 오후 12시 50분에 하남시청에 도착하는데, 이번에도 누가 KD운송그룹 아니랄까봐 이번 112번도 정속주행을 해줍니다. -ㅅ- ㅋ

 

그런데 하남시청에 내리고 보니 34번이 온다는 표시는 정말 아무 것도 없고 버스가 오지도 않다보니, 제가 타는 곳을 잘못 안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건 기우였음을 말해주듯 오후 1시 정각을 딱 2분 남기고, 34번이 맞은편에서 달려옵니다. 차량은 그동안 사진으로 봐온대로 역시 대우 로얄스타였는데, 로얄스타는 2009년 당시 경기도 직행좌석버스들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대우 로얄럭셔리나 로얄이코노미 시리즈와 똑같이 생긴 차종입니다. 다만 로얄럭셔리나 로얄이코노미와 모양만 똑같다 뿐이지, 크기는 로얄스타 쪽이 작습니다. -ㅅ- ㅋ

 

▲ 드디어 건너편으로 등장한 대원운수 34번.

 

▲ 오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대원운수 34번 로얄스타. 하지만 하남에도 마석을 가는 버스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역사적인 사진이 되어버린지 오래였습니다.



34번을 탄 사람은 저 한명뿐이었습니다. 운행횟수가 뜸해서 그렇지 하남에서 마석 가는 데에는 이거만큼 빠른 게 없는데, 아무래도 마석으로 가려는 수요는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이건 덕소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정말 우리나라 수도권 교통은 서울로, 서울로만 집중이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서울로 가는 것은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도시 내부의 연계는 그렇게 좋지가 못한 것이 현실인데, 경기도 도시들 간의 연계 역시 예전에 비하면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요.

 

남양주시도 예외는 없는데, 남양주도 서울로 가는 것만 좋지 내부 연계는 좋지 못합니다.
남양주는

1. 구리→도농→금곡→평내,호평→마석→청평으로 이어지는 46번 국도 라인,
2. 구리→도농→덕소→팔당→진중삼거리→양수리,양평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 라인
3. 구리→퇴계원→진접→광릉내→내촌으로 이어지는 47번 국도 라인
4. 구리→진건→장현→오남 라인

이렇게 4개 라인을 따라가는 버스들은 무지하게 많지만, 저 라인들에 해당되지 않는 이동인 광릉내~덕소나 마석~광릉내 등의 이동은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런 종류의 노선버스는 없거나, 있더라도 배차간격이 최소 1시간 이상은 될 정도여서 이용이 간단치가 않죠. 예외는 광릉내에서 진건,오남을 지나 금곡을 찍고 서울로 가는 선진상운 23번 버스이겠으나 예외는 그거 하나라고 봐도 됩니다. -ㅅ- ㅋ

아무튼 대원운수 34번의 적은 승차인원은 작게는 규모는 크지만 고작해야 베드타운에 불과한 남양주의 현실을, 크게는 수도권 교통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씁쓸할 따름이었습니다. 저 혼자 탄 34번 버스는 그 이후에도 승차하는 사람 없이 하남을 나와 팔당대교를 건너버립니다.

 

 

▲ 팔당대교를 건너는 버스. 하남을 나와 이제는 남양주로 접어듭니다.



팔당대교를 건넌 버스는 2000-1번을 탔었을 때 지났던 그 길로 덕소에 진입합니다. 덕소는 정말 예전의 물 맑고 조용한 고장 이미지를 벗어나 사람들이 꽤 사는 동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중앙선 전철도 한 몫을 했을 텐데, 발전하는 것은 좋으나 오염은 되지 않았으면 싶더군요.

덕소에서 서울로 나가는 "6번 국도 라인" 버스들과 똑같은 길을 가던 34번은 덕소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는데, 덕소를 오가는 대부분의 시내버스들 중 166-1번을 제외하고는 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 (2장 모두) 덕소 시가지의 동쪽 부분을 이번에 지나가게 됩니다.

 


덕소 시가지를 벗어나니 바로 풍경이 확 달라져버립니다. 꼭 군단위 동네를 온 듯한 느낌이었죠.


▲ (2장 모두) 덕소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골 풍경이 나와버립니다.



덕소 이후 나오는 마을이 월문리였는데, 계속 마석 쪽으로 가니 갑자기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 (2장 모두) 월문리를 지나자 경사가 급해집니다.



이 오르막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되는데, 이걸 걸어서 간다면 무지 힘들겠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화도읍이라는 안내판이 보일 때까지 그야말로 오르막인데, 이런 길에도 버스가 다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로얄스타도 로얄미디같이 만만찮게 힘이 좋은 차인 듯;;;;

 

▲ 고개 정상에서 보게 되는 화도읍 이정표. 이제는 마석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화도읍 표지판 이후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정말 대박입니다. 급커브가 정말 신성교통 333번 그 이상이었습니다. 와;;;;

 

 

▲ (2장 모두) 덕소와 마석 사이에 놓인 험한 고개. 급커브가 인상적입니다.

 

 

기사아저씨께 이거 넘어다니려면 힘들고 위험해서 어떻게 하느냐 했더니, "여기 맨날 넘어다니는데, 그걸 못 넘는다면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면서 웃으십니다. 다만 운전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이 노선은 눈 오면 결행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 이 당시의 34번 시간표. 2023년 3월 현재도 운행중인 30-15번의 옛 노선이기도 합니다.



개쩌는 수리넘어고개를 넘으니 금방 마석에 도착합니다. 저는 가평으로 가기로 하고 1330-2번을 기다리기 위해 기사아저씨께 인사를 드린 후 화도파출소에서 내립니다. 마석시내는 저번에 갔던 것과 똑같이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니 반대편으로 하루 3번 다니는 청량리역~묵안리 노선인 1330-6번이 지나가고, 드디어 빨간색 직행좌석버스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1330-3번이더군요.

 

 

▲ 하루 3번 다니는 1330-6번을 보다니 대박입니다. ㅋㅋ

 

 

기왕 가평 가는데 1330-2번을 타보고 싶었지만, 1330-3번도 가평을 가기는 매한가지이므로 얼른 환승할인을 받아 승차합니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많아 자리에는 앉을 수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저번주에 1330-4번 탔었을 때보다는 손님들이 적다보니 서 있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는 점이었죠.

 

청평터미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데, 도대체 청평에는 왜 다들 가려는 것인지 의문이었습니다. 이날은 토요일, 일요일도 아니고 MT시즌도 아닌데 설마 청평 장날? 아니 그렇다 해도 왜 그 머나먼 청평을 가려는지;;; 아무튼 이상하네요. 청평에서도 20분 정도 걸려 버스는 가평에 도착했고 본인은 가평터미널에서 하차합니다.

 

이렇게 오게 된 가평터미널은 공사중이라 그런지 약간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읍내하고 가까이 있다는데 별로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한쪽에는 1330-2번과 시외버스인 7000번이 주차되어 있었고 가끔 춘천이나 청평, 동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빼면 터미널은 조용했습니다.

 

▲ 가평터미널의 모습. 공사중이라 좀 썰렁한 상태였습니다.

 

▲ 하루 5번 다니는 개곡리 노선.

 

▲ 한쪽 구석에 주차되어 있던 1330-2번. 2023년 3월 현재는 추억의 버스 차종이 되어버린 대우버스의 로얄럭셔리입니다. 2023년 3월 현재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저 차종도 진짜 명차였는데, 대우버스를 좋아하던 저로서는 어쩌다가 상황이 달라졌는지 어이없을 뿐이었습니다.

 

 

가평에서는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춘천을 갈까 했지만 춘천버스들은 문외한이었고, 또 시외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그리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디 가지? 하다가 양평이 생각나더군요. 오후 3시까지 청평으로 가면 양평 가는 버스가 있을 텐데, 시간은 벌써 오후 2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가평에서 청평까지 은근히 시간 걸리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지금 당장 청평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이러다간 그냥 놓치겠다 싶어 시외버스라도 타고 가기로 했는데, 막상 이럴 때는 1330-2번이나 1330-3번은 물론이요 시외버스들까지도 무지하게 안 오더군요.

이윽고 오후 2시 45분이 되니 김포로 가는 진흥고속 시외버스 하나가 옵니다. 이것도 청평 서겠지 하면서 얼른 탔는데 청평까지 얼마냐고 물어보니 카드 단말기 세팅을 하시면서 1500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카드 말고 현금으로 내려 하니 표 끊어갖고 와야 된다고 하더군요. -ㅅ-;;; 하지만 다음 버스 언제 올 지 모르니 이걸 안 탈 수도 없고, 표 끊기도 그래서 결국 카드 찍습니다. 그런데 막상 카드 찍고 들어가니 조금 웃기더군요. 직행좌석인 1330-2번이나 1330-3번 타면 청평까지 1700원인데 직행버스 타니 1500원입니다. 뭐지? ㅋㅋ

그런데 청평 가는 길에 뭐 그리 신호등이 많은지 계속 가다가 서다가 합니다. 15분 만에 청평 가야 되는데 -ㅅ-;;; 가평터미널 다음 경유지가 청평터미널이었지만 시간은 가고 본인은 바짝바짝 타들어갑니다. 양평 가는 건 하루 2번뿐이고, 이번 차가 막차인데;;;

그래도 청평터미널에 도착하니 천만 다행히도 오후 2시 58분이었고, 얼른 화장실을 다녀온 저는 양평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분명 양평 꽂은 로얄미디가 한 대 주차되어 있긴 했는데, 승객들은 물론 기사아저씨마저 안 보이는 겁니다. 출발 직전인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어 얼른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시간표를 보니, 이럴수가 오후 3시가 아니라 오후 3시 50분 출발이네요. -ㅅ-;;; 저번주에 와서 카메라로 찍어갔던 그 시간표를 헷갈리다니, 이건 뭐 제 스스로 낚인거라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급하게 올 필요도 없었는데 -ㅅ-;;;

 

 

▲ 유명산 방향으로 운행중이던 1330-7번. 1330-6번과 마찬가지로 하루 3번 운행하는 노선이었고, 2023년 3월 현재는 설악에서 바로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진입하는 8005번이 이 노선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 청평 관내 군내버스들 중에서는 제일 HOT 하고 자주 다니는 아침고요수목원 노선.

 

▲ 제가 타게 될 양평행 버스. 설악과 유명산을 지나 고개를 넘어 양평으로 가는 장거리 노선이었습니다.



청평터미널은 정말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3시 45분이 되자 드디어 기사아저씨가 오셔서 양평 판대기가 꽂혀 있던 로얄미디의 문을 여십니다. 저도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과 함께 그 버스에 승차하였고, 카드를 찍을 수도 있었으나 현금을 내기로 하고 양평 간다고 하니 1700원을 달라고 합니다.


요금이 얼마인지 알아보니 이건 정말 수도권 통합요금제 덕에 1000원 이상은 굳는 셈이더군요. 나중에 이 청평~양평 군내버스의 노선길이를 알아보니 45km나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45km는 편도 거리인데, 수도권 통합요금제 이전의 시계외요금 체계였다면 요금이 얼마나 되었을지 정말 버스비의 압박 무섭습니다.

버스는 저 말고도 할머니 3분과 할아버지 2분, 그리고 아이 두 명과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분 하나 이렇게 9명을 태우고 오후 3시 50분에 청평터미널을 출발합니다. 이 노선은 청평에서 설악, 유명산을 지나 양평으로 가는데 청평에서 설악으로 가려면 경춘국도 가평 방향 기준, 청평 오기 전에 있는 신청평대교를 건너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버스는 먼저 마석,서울방향으로 이동합니다.


▲ 청평 입구. MT철이면 자동차들로 미어 터지는 곳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청평에서 남양주로 가는 46번 국도. MT 등의 이유로 이 길에 대한 추억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겁니다. ㅋㅋ

 

▲ 설악으로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신청평대교.

 


신청평대교를 건넌 다음 버스는 설악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는데, 곧 이어지는 길은 정말 구불구불합니다. 그런데 군데군데 커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아저씨께서는 시속 70km 이상의 속력을 내며 요리조리 핸들을 돌려 빠르게 운전을 하십니다. 진흥고속 버스들의 스피드가 체감되는 순간이었죠. ㅋㅋ

 

▲ 설악면 이정표. 설악산 생각날 듯한 이름이지만, 설악산과는 아무 관련 없는 동네입니다.

 

▲ 설악으로 가며 만난 구불구불한 길. 설악으로 가는 동안 저런 커브가 군데군데 많이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신청평대교를 건너고 이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동안 북한강 건너편으로 청평이 보이고 가평으로 가는 경춘국도도 보였지만, 그것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끝나 버리고 산길을 달립니다.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정말 빠른 속도로 운전을 하시는데도 불구하고 청평에서 설악까지 15분이나 걸렸습니다. 거리가 정말 장난아니더군요.

 

 

▲ (2장 모두) 산길 구간으로 접어든 설악 가는 길. 커브는 여전히 많이 나옵니다.

 


이렇게 와본 설악은 청평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여기도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지금 타고 있는 양평행 막차를 놓쳐야만 하니 어쩔 수 없이 오늘은 그냥 지나가야 했죠. -ㅅ-;;;

 

▲ (2장 모두) 설악 시가지.

 

▲ 이 장소가 설악터미널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설악 시내를 빠져나오니 또 산이 보이고 민가가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합니다. 진흥고속도 EB안내방송을 쓰는지라 여기 양평행 버스에도 안내방송이 나와서 이번 정류장은, 다음 정류장은 하고 막 떠들어 대고 있었지만 정작 그곳에는 정류장 표시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버스는 시속 80km 이상으로 계속 달리기만 합니다.

 

▲ 설악에서 유명산 쪽으로 가면 나오는 경치 좋은 산길.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천안리. 산골짜기 사이의 평탄한 마을이었습니다. 양평까진 아직도 24km입니다. -ㅅ-;;;



천안리를 지나 5분 정도 달리니 유명산입구에 도착하는데, 기사아저씨께서 버스를 세우더니 유명산 갈 분은 여기서 내리라고 하시더군요. 왜 그러나 했더니 이 노선은 유명산 안쪽으로 좌회전하지 않고, 그냥 바로 직진하기 때문에 그렇다네요. 그래서 기사아저씨께 유명산 가는 버스들은 다 저 안으로 들어가냐고 여쭤보니 맞다고 하는데, 결국 양평행 버스의 경우 유명산 판대기만 믿고 타면 약간의 도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버스가 많지 않은 곳이라 찬밥 더운밥 가릴 겨를은 없겠지만요.

 

 

▲ 이곳이 유명산입구였습니다. 양평으로 가는 버스는 여기에서 바로 직진을 하므로, 유명산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 점 참고해야 합니다.

 

 

여기서 아이들과 어머니, 그리고 몇 사람이 내려버리고, 버스에는 젊은이 한 명과 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유명산입구 이후로는 길이 더욱 험해지고 상당히 높이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진짜로 높고 험준한 길을 버스는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빠른 속력으로 질주하는 기사아저씨를 보니 진짜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 (2장 모두) 유명산입구 이후 펼쳐지는 험준한 고개. 버스는 이 고개를 넘어 양평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 사진으론 표현이 안 되었지만, 상당히 높은 곳입니다.

 


높은 길을 한참 올라가던 버스는 드디어 가평/양평 군계를 넘습니다.


▲ 양평군 이정표를 봅니다. 여기도 고개 정상이었죠.



군 경계를 넘어 양평으로 진입한 이후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는데 고개 한번 진짜 높았습니다. 보이는 건 산과 하늘 뿐이다보니, 퍼런 건 하늘이요 녹색 빛깔은 산(정확히는 나무겠지만...)더군요.

 

 

▲ 정말 높은 고개라는 게 실감이 납니다. 햐;;;;

 


버스는 거의 5분 정도는 내리막에 드리프트에, 불과 2시간 전에 탔던 대원운수 34번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놀랐던 것이 있다면, 유명산입구 바로 다음 정류장은 방금 넘어왔던 이 험한 고개 너머에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딱 한 정류장 잘못 내린 대가가 정말 크더군요. -ㅅ-;;;;

 

 

▲ 옥천으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 물론 저 옥천은 양평군의 면 이름으로, 옥천군과는 관련없습니다. -ㅅ-;;;

 

▲ 이정표에 신애리가 등장하는 걸 보니 양평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고갯길 구간이 끝나고 버스는 또 한참을 달리더니 신애리를 거쳐 오후 4시 55분에 바로 양평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오후 5시에 청평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기사아저씨께서 빠르게 달린 게 이해가 되었죠.

 

 

▲ 양평터미널에 주차된 3고속 형제들. 가평 진흥고속 버스가 하루 2번만 여길 오기 때문에 정말 보기 힘든 장면인데, 그나마도 진흥고속이 가평교통으로 회사 이름이 바뀜에 따라 2023년 3월 현재는 영영 보기 힘든 모습이 되어버렸네요. -ㅅ-;;;



고갯길에 놀래가며 양평터미널에 온 저는, 그냥 집으로 가기에는 영 내키지 않아서 어디 한 군데 더 갔다 와볼까 하고 시간표를 봅니다. 그랬더니 마침 양동 가는 버스가 20분 뒤에 있더군요. 양동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세 번밖에 다니지 않았기에 더욱 끌렸습니다. 그래서 양동으로 간 다음, 양동역에서 청량리행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코스를 잡고 출발시간에 맞춰 버스에 오릅니다. 막차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꽤 타더군요.

양동으로 가는 버스는 용문을 경유한 뒤 양동으로 가는데, 용문쪽으로 가는 양평군내버스들이 다 그렇듯 양동행 버스 역시 터미널을 출발한 이후 양평읍내 한 바퀴 돌고 용문으로 나갑니다. 용문 방향 버스를 놓쳤다 해도 터미널 건너편에서 기다리면 된다는 점은 다행이긴 한데, 어쨌든 돌아가는 구조라서 그리 좋지는 않았죠. 하지만 터미널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이렇게라도 노선 구성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 것도 맞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용문으로 가는 길은 언제 봐도 경치가 예술이군요. ㅎㅎ


▲ 용문으로 가면서 만나는 멋진 경치. ㅋㅋ



용문터미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렸지만 다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버스를 타다보니 하루 3번짜리 노선인데도 입석까지 생깁니다. 용문을 빠져나온 양동행 버스는 어떻게 해서 양동으로 가나 참 궁금했었는데, 의외로 용문에서 바로 양동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용두리 방향으로 꽤 올라가다가 광탄을 지나고 삼가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양동으로 가더군요.

 

▲ 양동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을 하려는 버스.



삼가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니 이번에도 산을 넘어가려는지, 버스는 점점 첩첩산중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길은 구불구불해지고 집도 절도 보이지 않는데, 정말 갇히면 좆되겠다는 느낌 팍팍 듭니다. 정류장 표시는 당연하다는 듯이 없었구요.


▲ 길에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양동 가는 길.

 

▲ 경치가 예술이던 양동 가는 길.

 

▲ 양동면이라는 이정표를 보고야 맙니다. ㄷㄷ;;;



양동면 이정표를 지나니 안내방송에서 고송2리 너루바위에서부터 고송1리까지, 고송리라는 지명이 자주 나오더군요. 고송리는 저를 놀라게 했던 동네인데, 오늘의 시승 이후 깜짝 놀랐던 사실들 때문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양평군 양동면 고송리에 있는 펜션으로 어떻게 가느냐는 질문이 있길래 여기에 답변을 해주며 버스편들을 보니, 양평에서 고송리로 가는 버스는 제가 탄 양동행 버스가 유일했고 여주에서 고송리로 가는 버스도 있었지만 그건 하루 2번이었다는 겁니다. 여주로 나가는 막차도 고송리에서 오후 3시 20분이었으며, 이 당시에는 용문에서 출발하여 양동으로 가는 군내버스 노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송리는 정말 버스가 적은 동네였죠. 여주 버스는 그래도 양평 버스보다는 자주 있겠지 했었는데 그것도 아니라서 의외였기도 했고 말입니다. 뭐, 2010년대에 들자마자 고송리에는 더 이상 여주 버스가 들어오지 않으니 다 옛이야기가 되었지만요.

 

아무튼 고송리는 양평에서 3번, 여주에서 2번 버스가 있는 게 전부인 동네였으니 버스로 가기 힘든 곳이었는데, 이런 고송리에 학교가 하나 있었습니다. 잘 가다가 갑자기 안내방송에 무슨 초등학교 이름이 나오길래 이런 오지에 웬 학교일까 싶었는데, 그곳은 양동초등학교 고송분교였습니다.


▲ (2장 모두) 양동초등학교 고송분교, 그리고 고송리의 1차로 길.

 

▲ 고송리를 지나니 또 오르막길이 나옵니다. 양동역을 버스로 가는 것은 진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엔 없는 것이었습니다.



양동으로 가는 길은 아까 삼가교차로에서 양동으로 방향을 튼 이후부터는 산과 논밭, 그리고 고갯길의 연속이었습니다. 학교를 지난 뒤 또 고개를 넘어 한참 가던 버스는 바로 이웃 마을인 금왕리에 도착합니다. 이곳 또한 고송리처럼 버스로는 가기 힘든 곳이었죠.

 

▲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에 있는 금왕삼거리입니다. 좌회전을 하면 갈운리가, 우회전을 하면 양동이 나옵니다.

 

▲ (3장 모두) 양동으로 가는 길은 아까 삼가교차로 이후부터는 산과 고갯길의 연속이었습니다

 

▲ 양평군 제일의 오지 중 하나인 매월리로 들어가는 길목. 여주 버스가 하루 3번 매월리를 들어갔었으나, 워낙 손님이 없다보니 이미 이 당시에도 실질적으로 아침에만 한번 운행하는 노선이 된 상태였습니다.



양평군 제일의 오지 중 하나인 매월리는 워낙 오지라 버스도 정말 안 다닙니다. 매월리로 가는 버스는 여주에서 가는 게 하루 2번 있는데, 왜 매곡역을 방문했던 블로그 주인장은 버스가 없다고 했는지 의문이라는 기억도 있었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매월리행 버스는 여주군청 시간표에 의하면 아침 일찍 한번, 밤에 한번 해서 딱 두 번 뿐인지라 한낮에는 전혀 버스를 볼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니까요. -ㅅ-;;;

 

이런 매월리는 인근에 중앙선 매곡역이 있고, 이곳에서 외부로 나가는 데에는 열차만큼 빠른 것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 또한 열차를 이용하는 배경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중앙선 복선전철화 공사가 진행되면 매곡역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 도시 사람들을 위한 공사에 시골 사람들의 교통 편의는 깡그리 무시하지나 않을지 참 안타깝습니다.

 

매월리를 지나니 석곡리였고, 열차 건널목을 건너간 버스는 종점인 양동역 앞에 도착합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양동역을 실제로 보는 그 느낌은 대박이었는데, 단촐한 간이역 건물이었지만 정말 멋졌습니다. 중앙선 복선전철 공사로 인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양동역이지만 이 아담한 역사가 오래 간직되었으면 했죠. 제가 탄 양동행 버스는 종점인 이곳,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쌍학리에 있는 중앙선 양동역전 광장에서 사람 몇 명을 태우고 바로 돌려 나갑니다.


▲ 중앙선 철도 건널목을 건너는 버스. 이 당시는 이곳까지 복선전철화 공사의 영향이 미치기 전이라 건널목이 있었습니다.

 

▲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석곡리. 양동 시가지에 들어오니 사람 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 제가 타고 온 양동행 버스. 양동역 출발 시간까지 몇 분 안 남아 바로 돌아나가버렸습니다.

 

▲ 아담한 모습의 중앙선 양동역. 구 역사이며, 2023년 3월 현재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 (2장 모두) 양동역 앞 광장. 양동을 오는 노선버스들은 모두 여기를 거쳐가며, 바로 위의 사진에서는 제가 탔던 버스가 바로 돌아서 나가버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양동역 앞 광장 오른쪽에 슈퍼가 있었는데, 한쪽에 버스 시간표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양평군이면서도 여주 생활권이나 다를 게 없었는데, 양평 가는 건 직행버스까지 포함해서 하루 다섯 번이 전부지만 여주 가는 건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하루 4번뿐이지만, 원주로 가는 시내버스까지 있더군요.

 

 

▲ (2장 모두) 이 당시의 양동역 버스 시간표.



원주시내버스도 보고 싶었지만, 원주 버스가 오려면 2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볼 수 없었죠. 버스 시간표도 찍고 주변도 둘러보니 시간이 벌써 오후 6시 45분이어서 얼른 양동역에 들어가 열차 시간표부터 살펴보는데, 청량리행 열차는 오후 7시 20분 열차 딱 하나 남아있었습니다. 반대편인 원주, 제천, 안동 방향은 자정 넘어서도 정차하는 열차가 있는데 청량리행 막차는 빨리 끊기는 게 좀 아이러니하더군요. -ㅅ-;;;

 

 

▲ 양동역 열차 시간표. 청량리행 열차의 막차는 오후 7시 20분입니다. 이 막차를 놓치면, 원주로 갔다가 역으로 올라오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죠.

 

▲ 양동역 열차 운임표. 청량리까지는 5000원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놀라면서 청량리까지 표를 끊으니 요금은 5000원인데, 열차요금 은근히 비싸더군요. 하지만 2023년 3월 현재도 무궁화호는 저 요금 받고 있는거나 다름없다보니, 저 요금이 나중에는 싸게 느껴질 거라는 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5000원 달라는 매표 창구 직원의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왜냐하면 양동으로 올 때 남은 돈이 딱 6000원 뿐이었는데, 점심 먹고 마실 거 사는 등으로 이 돈을 써버릴 뻔했던 순간이 있었던 겁니다. 만약 그 돈을 써버렸다면 지금 어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제가 타고 왔던 양동행 버스가 사실 양동에서 양평, 용문으로 나가는 막차였는데, 저 5000원을 내지 못했다면 여주 가는 버스 외에는 양동을 나가는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여주에서 집까지 오려면 또 한 세월이다보니 정말 엄청나게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거나, 오는 도중 막차가 끊겨 이도저도 못하는 상당히 무서운 일이 벌어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요.

※ 이 당시에는 용문발 양동행 군내버스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경강선 전철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청량리행 열차 승차권.

 

▲ (2장 모두) 승강장에서 본 양동역 건물.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된 양동역 구 역사였습니다. 2011년에 다시 양동을 방문했었는데, 이미 늦었던 겁니다. 중앙선 복선전철화의 손길이 이곳 양동에까지 미쳐서, 역 건물을 새로 짓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열차 시간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방문 기념으로 양동역 매표소 한쪽에 비치된 열차 시간표를 하나 가져간 후, 양동역 승강장 안으로 들어가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7시 20분 정시 도착한 청량리행 막차를 탐으로서 오늘 시승을 마칩니다. 쓰고 나니 반은 글이고 반은 사진이라 발로 쓴 시승기나 다름 없을 거 같지만,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