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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

안산~화성 시내버스와 관련된 경원여객과 제부여객 각자의 상황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2.

※ 이 글은 카카오의 다음 블로그의 중단 및 티스토리로의 이전 정책으로 인하여 옮겨온 것이다. 실제 작성일은 2018년 12월 20일임을 밝혀둔다.

 

 

바로 저번 글에서는

 

안산~화성 시내버스라는 주제가 왜 오랜 떡밥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도로망 및 지자체 간의 싸움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경원여객과 제부여객이라는 두 업체의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간추렸다. 이렇게 한 이유는 두 버스회사의 상황까지 이야기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경원여객과 제부여객이라는 두 회사의 상황을 살펴보겠다.

 

 

 

1. 경원여객의 상황

 

경원여객은 안산을 연고로 하고 있는 매우 탄탄한 버스회사이며, 독점이니 뭐니 말이 많다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괜찮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노선 운영 및 관리가 잘 되어 있고, 기사아저씨들은 처음 15개월 비정규직만 지나면 정규직으로 승급되는데 비정규직의 경우 노선에 따라 근무를 더 많이 하게 될 수는 있지만 그걸 빼면 기사아저씨들 처우도 나쁘지 않다(안면이 생겼던 기사아저씨들께 직접 들었던 사실이다). 사실 경원여객은 기점과 종점을 오가는 시간을 빡빡하게 줘서 탕수를 늘리려는 양아치 짓(명성운수나 신성교통, 경진여객 등 과속을 일삼는 버스회사들이 했던 짓이었다)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오히려 2018년 12월 현재는 그놈의 주 52시간 정책때문에 경원여객도 죽을 맛이지만 위기를 그럭저럭 잘 헤쳐나가고 있다. 기사 부족으로 그 잘 오던 22번과 125번의 배차간격이 늘어나 버렸던 태화상운과 비교해 보자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옛날에는 경원여객도 무지하게 과속을 하다보니 보험회사도 좋아하지 않았을 정도의 회사이긴 했지만, 이는 벌써 15년도 더 된 과거의 이야기이다. 안양영업소 노선들 역시 2010년대에 들면서 과속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8년 12월 현재는 안산쪽 노선들보다는 약간 더 속도를 내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 경원여객 안양영업소 노선들은 과거에도 삼보영이나 태화상운보다는 나았었다(...).

 

 

※ 탕수 - 1탕, 2탕 등의 탕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버스가 기점을 출발하여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기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1탕이다. 보통 중장거리 시내버스들은 하루에 4~5탕 정도 운행을 하고, 장거리이면 하루 2~3탕 운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버스시간표를 짤 때, 기점을 출발하여 종점까지 가는 시간을 적게 하면 하루에 돌 수 있는 탕 수를 늘려볼 수 있게 된다.

 

 

 

이런 만큼 경원여객은 본진이 매우 안정되어 있고 외부로의 확장여력 또한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 유방이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통일을 하게 된 것은 탄탄한 본진이 있었고, 그런 본진을 만든 소하의 공이 가장 크게 인정되었던 것만 봐도 이야기 끝난 거다.

 

따라서 경원여객에게 있어 화성시로의 진출은 절박하게 공들여야 할 상황이 아닐 수밖에 없다. 물론 경원여객이 화성시로 진출을 하게 되면 그쪽 수요를 추가로 끌어올 수 있으니 이득이 되겠지만, 화성시로 진출하지 못하면 회사가 망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원여객은 제부여객과 비교하면 정말 너무나 여유가 흘러넘치는 상황이다. 소신여객도 계열사로 끌어들인 지 매우 오래인 만큼, 최소 1500~2000대 이상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고 노선수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버스를 400대 이상 보유한 버스회사는 꽤 큰 회사 취급받는데, 경원여객은 이미 10년 전에도 계열사인 시흥교통을 제외해도 400대 이상의 버스를 가지고 있었으며 소신여객도 마찬가지였었다. 게다가 경원여객은 자기 땅에 자신의 차고지가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버스회사들 중 하나이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경원여객이 무식하게 몸집만 큰 회사도 아니다. 노선 계획 경험도 상당하고, 경영자의 투자 및 안목도 꽤 현실적이고 좋은 편이다. 필자가 이렇게 경원여객에 대해 좋은 점들을 늘어놓으면, 저 새끼 경원여객같은 회사 빠는 새끼네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물론 경원여객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본은 확실히 해줬고, 앞으로도 그럴 회사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경원여객은 적어도 임의결행을 한다거나, 공지를 게을리한다거나, 회사 안팎의 사정으로 인해 시민들에게까지 불편을 끼친다거나 이런 적이 없는 회사라는 말이다. 이건 당장 같은 안산에 있는 태화상운과 비교만 해봐도 알 수 있는데, 태화상운은 당장 공항버스 요금부터 시작해서 시간표, 그리고 노선 변경 공지 이런 것부터가 좋지 못한 회사다. 123번의 경우에는 시간표를 쉽게 알 수 있지만 그건 사람들의 관심을 그래도 받는 노선이라 그런 것일 뿐이고, 그 외의 시간표 운행 노선들은 차 안 그 어디에도 시간표가 없다(...). 배차간격 긴 노선들이라도 어쨌든 차내에 시간표를 두고 있고, 일부 노선들은 승객들도 시간표를 볼 수 있게 따로 부착해주기도 하는 경원여객과 여러모로 대조된다. 그리고 태화상운은 무려 자신들의 최고 인기 노선인 125번을 2015년경에 동남,동보아파트에서 시화 홈플러스로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그 어디에도 공고하지 않았다. 안산 시내버스는 안 타본 게 없는 필자마저도 125번이 연장되었다는 사실을 125번 차내가 아니라, 디시 갤러리에서 알았을 정도니 대략 어이상실이라 할 수 있었다(정말 차내 공고문조차 본 기억이 없었다;;;).

 

또한 경원여객은 문재인 정부가 실시한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나름대로 대처를 잘하고 있는 편이지만, 태화상운은 이 부작용 때문에 기사들이 부족해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경원여객은 30-7번 운행 중단 그리고 일부 노선들의 배차간격이 조금 늘어나는 피해를 입기는 했는데... 이게 끝이다. 주요 노선들의 체감 배차간격은 주 52시간 실시 이전이나 이후나 별 차이가 없다(그 61번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61번은 서해선 개통 전후, 그리고 주 52시간 실시 전후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태화상운은 자신들의 최고 인기노선인 22번 및 125번의 배차간격이 정말 확연히 체감될 정도로 늘어나 버렸다. 두 노선 모두 10분 이내 배차간격으로 다니던 것이었는데 22번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게 되었고 125번은 10~15분 간격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2018년 12월 현재도 진행중인데, 애초에 그 쟁쟁하던 시외부를 몽땅 선진네트웍스에게 팔아야 할 지경이 돼버린 회사에게 뭔가 다른 걸 기대하는 자체가 문제같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다...

여러모로 경원여객은 우리나라의 우파 정치인들과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적어도 기본은 해주니 말이다.

 

 

 

그리고 경원여객의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가 들어오는 것을 달갑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데, 혹자는 이를 두고 경원여객 독점이다 하면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안산에 경원여객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있었다 해도, 그리고 그 회사가 경원여객과 같은 상황에 놓이면 자기 지역에 다른 회사 노선이 들어오는 것을 과연 환영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다른 사업들을 보아도, 독과점 상태에 있던 분야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면 어떤 형태로든 충돌이 나는 판인데 버스 사업이라고 다를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원여객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저런 상황에 놓였어도 반대를 할 것이기 때문이니까. 필자가 경원여객 사장이더라도 호의적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경원여객이 이웃한 버스회사들을 지켜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을까?

경쟁자가 누군지, 그리고 어떤지도 잘 모르면서 경쟁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짓은 없으니, 분명히 판단을 했으리라 본다. 그런데 화성시의 경우 뚜렷한 중심지도 없고 버스회사도 중구난방으로 난립해 있으며, 시청은 이렇다 할 정책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선 관리도 하질 못하고 있다. 그러니 화성시 쪽 회사를 들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경원여객 입장에서는 애꿎은 욕을 먹지 말라는 법이 없게 된다. 참고로 경원여객은 태화상운 노선에서 문제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욕먹는 데 이골이 나 있는 회사다(...).

 

 

 

그동안 경원여객은 화성시로의 진출 생각은 있기는 했지만, 굳이 진출할 이유는 딱히 없어서 행동을 않고 있었다. 마침 제부여객의 반대도 심한 데다가, 화성으로 가는 길이 극히 한정되어 있는 등으로 굳이 가봤자 이득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회사는 자신의 이웃 회사들을 항상 조심해야 하는 법. 국가 레벨에서도 이웃나라를 항상 조심해야 하는 판이니(전쟁은 이웃나라의 침입으로 일어났고, 이 때문에 수많은 나라가 멸망했음을 생각하자) 일개 버스회사 역시 마찬가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화성시 쪽 동향을 보니, 송산그린시티가 건설되고 안산과 연결되는 다리도 지어질 거라는 정보가 포착되었다. 이에 따라 경원여객은 송산그린시티로의 진출부터 먼저 시도하는 한편, 남양으로의 진출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송산그린시티와 배후의 남양이라는 동네는 장차 안산과의 왕래가 많아질 거라는 사실, 그리고 안산으로 가는 노선이 주도권을 잡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스타크래프트(또는 스타크래프트 2)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다가 새로운 멀티지역이 내게 주어진다면, 이것을 그냥 상대가 차지하게 놔둘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원여객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된 것이다. 안산에서 송산그린시티, 그리고 남양으로 가는 길이 생겼다는 것은, 제부여객도 이 길을 이용해서 안산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라는 소리가 되는 만큼 더더욱 그렇다...

 

 

 

2. 제부여객의 상황

 

제부여객은 용남고속 계열이 되기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진 회사다.

용남고속 계열이 되기 전에는 수원역~제부도 노선과 금정역~제부도(현재 330번) 노선 단 두 개만 바라보고 사는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안습했다. 330번을 30번과 30-1번 등 3개로 분할해서 운행했으나 금방 다시 330번으로 통합하여 현재까지 운행중인 것 또한 차량 구입비 및 도색비, 운전기사 인건비 등등 자금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당시 제부여객의 이 행동이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으니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인식에서 나온 행동 중 하나였고 방법도 나쁘지만은 않아서다. 당시의 화성시 지역 상황과(남양에 아파트들은 있지도 않았고 발안 역시 향남지구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사강에는 파리바게트 같은 프랜차이즈들이 있지도 않았었다) 회사 상황이 도무지 따라주지 않다보니, 결과만 놓고보면 뻘짓으로 끝나버린 모양새가 됐지만 말이다. 제부여객은 이 사례 이외에도 안습한 일화들이 여럿 존재했는데, 이 회사 노선에 운행되는 차량들이 모두 중고차들이었던 것, 처음 340번이 좌석버스로 개통되었을 때는 중형버스인 BM090으로 다녔었던 것 등이 있다....

 

제부여객의 본진 상황은 경원여객과 달리 암울한 편이다. 일단 화성시 자체가 서부 지역은 시골마을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인구부터가 많지 못했고, 그런 만큼 밥줄이 될만한 노선의 개수부터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역의 발전이 없으면 대중교통 역시 발전할 수가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인데, 제부여객 역시 이걸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 더군다나 제부여객은 원래 수원에 있던, 삼성여객이라는 매우 오래된 회사가(독립운동가들의 운동자금을 대 주기도 했다고 한다;;;;) 한순간 부도가 나 버린 것을 일부라도 살려서 겨우겨우 일으켜 세운 회사였다. 경원여객과 같이 본진을 제대로 장악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던 셈.

 

그런데 이런 제부여객에게 문제는 또 있었으니... 바로 자신들의 경쟁자이자 하늘에 둘도 없는 앙숙인 남양여객 노선들의 존재였다. 본진 지역 자체가 밥줄이 될만한 노선이 한정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지역인데, 이곳에 남양여객이라는 다른 회사의 노선들이 한 개도 아니고 무려 세 개나 있는 바람에(400, 400-1, 990) 그야말로 이중고가 펼쳐진 것. 더군다나 남양여객은 수원여객을 빽으로 둔 회사였기에, 함부로 밀어내려다간 역으로 자신이 당하는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뼈를 깎으며 버티던 제부여객에게도 한 줄기 빛은 찾아왔으니...용남고속이라는 후원자가 등장한 것이다. 용남고속은 제부여객을 인수하여 계열사로 삼는 한편, 제부여객이 기운을 차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에 제부여객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되는데, 매봉여객과 제부마을버스를 설립하여 남양 일대 마을버스 노선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340-1번을 발굴하여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으며 제부여객 사상 첫 서울행 노선인 1008번도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등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좋은 후원자가 있어도 본인이 노력 의지가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진리에 비춰본다면, 제부여객의 이러한 성장은 자신들의 노력이 있었고 용남고속의 적절한 후원까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부여객에게는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기운을 차리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본진 지역이 아직도 낙후되어 있는데다가, 그 본진조차 완전히 추스르고 있지 못하다. 계열사인 매봉여객이나 제부마을버스는 본사와 전혀 딴판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부여객 기사아저씨들은 친절한 편이고 운전도 편안하게 하는 반면, 매봉여객이나 제부마을버스는 기사아저씨들부터가 친절하지 못한 편이다. 찬찬히 뜯어보면 공고된 시간표도 이상한 데가 있으며 노선도 마찬가지인데, 필자가 이것 때문에 피해를 본 적도 있었던 것은 물론, 버스 이용 내공이 필자보다 훨씬 위인 필자의 지인 석준형마저 매봉여객과 제부마을버스에 대해 좋은 평을 한 적이 없었을 정도다. 일부 노선은 손님 없다고 운행 도중 멋대로 도중 회차를 하기도 했는데, 이거 때문에 허탕 친 적까지 있었으니 오죽할까 싶다... 지금도 기억나는 한마디: 노선하고 시간표를 병신같이 해놓으니 주민들도 안 타지

 

그래도 이런 문제들은 남양에 인구유입이 더 많이 되는 등, 시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개선이 될 수는 있는 문제이다. 제부여객은 엄청나게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근근히 버텨온 회사인 만큼,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금이 부족한 것 하나 때문에 안습한 상황을 많이 보여줬지만, 용남고속이 후원을 해주니 제대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남양 지역의 발전과 송산그린시티의 건설은 제부여객에게 있어 대단히 큰 기회, 그리고 위기를 같이 가져다주었다.

제부여객은 오래전부터 산전수전 다 겪어온 경험 때문에 경영자들이 절대 바보가 아니다(제부여객의 강점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지역인 남양, 그리고 송산그린시티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들 지역에서 안산으로 가는 노선이 주도권을 잡고 대박을 치게 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이유는 이 지역이 장차 화성시청 쪽보다는 안산으로의 왕래가 아주 많은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부여객으로서는 자신들의 노선이 안산으로 가게 되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으며, 회사를 위해서라도 꼭 그래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자신들이 진출할 수 있는 장소가 매우 한정되어 있고, 진출 자체도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제부여객의 본진은 화성시 서쪽 끝이다보니 수원이나 동탄 등 큰 도시로 나가는 거리가 멀어서 노선 운행에 큰 부담이 되며, 그쪽 지역 기존 업체들이 제부여객 노선이 들어오는 것을 두 눈 뜨고 그냥 볼 리가 없기 때문이다(사실 용남고속 빽이 없다면 제부여객은 그쪽으로 진출은 꿈도 못 꾼다고 보면 된다...). 반면 안산은 시화호만 건너면 바로이기 때문에 제부여객 입장에서는 거리에 따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둘째는 송산그린시티, 그리고 남양에서 안산 가는 노선은 대박이 예상되는 만큼, 제부여객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거라는 점이다. 제부여객은 의욕은 있지만 여러가지 악재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가 자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산그린시티가 생기고 안산과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경원여객 또한 모를 리가 없다. 사실 경원여객은 화성으로의 진출 생각은 있기는 했으나, 안 되면 굳이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본진인 안산이 탄탄한데다 시흥교통도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소신여객도 한 패로 둔 만큼, 규모면 규모, 자금이면 자금 모두 우수한 상태인데 굳이 돈 안 되는 화성시에 들어갈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필자가 경원여객 사장이었어도 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송산그린시티로 인해 이 상황은 달라졌다.

 

경원여객도 자신의 이웃 동네가 뭐 어떻게 되어가는지 지켜보지 않았을 리가 없고, 송산그린시티의 건설 소식을 두고 여러모로 노선 연구를 해 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송산그린시티, 그리고 배후의 남양 지역은 장차 안산과의 왕래가 많아지는 곳이 될 거라는 사실 역시 포착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송산그린시티는 시화호 바로 건너편에 건설되므로 다리만 생기면 안산과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가 되기까지 한다. 경원여객으로서도 진출 시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노선을 운행시키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것이 딱 봐도 보이는 것은 물론, 남양으로 진출하겠다는 큰 그림의 제1막이기 때문이다. 또한 안산에서 송산그린시티, 그리고 남양으로 가는 길이 생겼다는 것은, 제부여객도 이 길을 이용해서 안산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니 이것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경원여객의 생각 및 행동은 제부여객에게 있어 매우 큰 어려움이 되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글을 읽었다면, 제부여객이 상당히 불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멸치와 식스팩 몸짱의 대결이다. 경원여객은 제부여객이 감당하기 힘든 규모를 가진 상대인데, 이런 상대가 내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밀고 들어오고 있다. 당장은 송산그린시티만이겠지만, 송산에서 남양으로 가는 도로가 이미 존재하며 남양에도 남양뉴타운이 조성중이다. 경원여객이 송산그린시티 선에서 만족할 거라는 보장이 있는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고, 만약 경원여객이 송산그린시티와 남양을 모두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다음으로 위험해지는 곳은 다름아닌 제부여객 자신의 본진이다. 당장은 무사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본진 주변에서 추가로 유입될 인구들을 경원여객 버스에게 빼앗기게 되어 결국 힘을 잃고 말라죽는 것이다.

 

※ 물론 화성시의 방패가 전혀 없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마냥 화성시의 빽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화성시 입장에서도 관내업체인 제부여객에게 힘을 실어줘야 되니 기꺼이 방패가 되어주겠지만, 사실 화성시가 경원여객의 공격을 막아주는 대가로 얻게 되는 것은 화성시민들의 욕받이가 되는 것뿐일 가능성이 높아서이다. 시민들의 민원들을 단순히 시청의 입장 때문에 무조건 반려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공무원들도 근거가 있어야 일처리를 할 수 있는 법이다.

 

 

 

경원여객이나 제부여객이나 서로의 입장 및 상황에 맞게 정당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서로의 체급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유불리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제부여객에게 있어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다. 안산~화성 시내버스에 대해 아쉬운 쪽, 절박한 쪽도 화성시와 제부여객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양쪽 모두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팽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 회사의 기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송산신도시는 1차전에 불과하다.

 

다음 글에서는 두 회사의 송산신도시에서의 판도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낮에 시승을 다녀오고 저녁때 틈틈히 쓰는 글인지라 시간이 꽤 걸렸지만, 어쨌든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