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실제 작성일은 2018년 11월 12일이다.
2018년 6월 16일.
대다수의 교통동호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역, 그리고 별로 연관이 있지도 않을 지역에 새로운 철도노선이 개통되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수도권 전철 서해선이라고 알려져 있는 그 노선이다.
그리고 지금은 2018년 11월 12일.
어느덧 서해선이 개통된 지 5개월이 다 되어간다.
벌써 반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 서해선의 배차간격은 2018년 11월 현재도 20분.
다소 길다면 길다고 할 수도 있는 배차간격일 것이다.
실제로 이 노선을 이용해 본 사람들이 아쉬운 점으로 꼽는 것들 중 하나가 이 배차간격일 정도이며, 필자 또한 이 노선의 배차간격을 아쉬운 점으로 꼽고 있다. 비록 경춘선이나 경강선, 그리고 경의중앙선 덕소 이후 구간의 배차간격만큼 길지는 않지만, 지하철 치고는 분명 약간 부담이 될 만한 배차간격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서해선 전철의 현재 배차간격은 적당한 것일까?
필자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오히려 서해선 전철은 열차가 그래도 어느정도 자주 있는 축에 들어갈 지경이다.
아니 방금은 자기도 배차간격이 아쉽다고 그랬으면서 왜 딴소리 하는거냐?
라고 반문할 수 있을 텐데, 물론 필자도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해선 전철을 이용해보면서 알게 된 두 가지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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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구간수요 불균형, 그리고 남아도는 좌석
필자가 서해선 열차를 이용해보면서 느낀 것은, (필자도 염원했지만) 시흥시민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전철 개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간 수요가 불균형하다는 점이었다. 전 구간에 걸쳐 많은 승객 승하차량이 고르게 발생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데, 필자가 서해선을 몇 번 이용해보니 서해선은 소사역~신천역 구간의 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그 외의 구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소사역에서는 왜 이 노선 배차간격이 20분이나 되는걸까 싶을 정도로 승객들이 정말 많았지만, 시흥대야역과 신천역을 지나면 자리에 앉는 게 어렵지가 않았던 것(이 덕분에 필자는 서해선을 탈 때마다, 소사역에서 자리에 못 앉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자리 금방 생기니까 ㅋㅋ).
반대쪽인 초지역에서 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쪽도 물론 승객이 꽤 있지만 소사역보다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조금만 두리번대면 금방 빈 자리가 발견되기 때문에 앉아 가는 게 어렵지가 않다.
오히려 소사역보다 더 자리잡기가 쉽다. ㅋㅋ
그나마도 초지역에서 타는 손님이 적은 시간대라면?
그때는 경강선 뺨칠 정도로 승객이 없다. 빈 자리가 훨씬 많이 보인다.
물론 출근 시간대에는 소사역 쪽으로 갈수록, 그리고 초지역과 원시역 쪽으로 갈수록 열차가 혼잡할 것이다.
소사역, 초지역, 그리고 반월공단(원곡, 원시)으로 가려는 승객들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사원시운영(주)도 이런 점을 시간표에 반영시켜 두었는데, 시간표를 보면 RH 시간대에는 대략 13분 정도에 한 번 열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근 시간대가 아니라면 어떨까?
필자가 언급한 이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과연 저런 현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배차간격을 너무 길게 잡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까?
2. 아직 조용한 승강장
소사역이나 초지역을 제외한 다른 서해선 승강장을 가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승강장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
필자는 초지역이나 시흥시청역에서 서해선을 이용하곤 하는데, 시흥시청역에서 탈 때마다 보면 열차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승강장에는 10명도 안 되는 사람들만 있었고 이걸 거의 항상 목격하곤 한다. 시흥시청역은 버스로 환승하기 불편하지 않은데다 여러 버스노선들이 모이는 지점이기 때문에 절대 승객이 없을 역이 아닌데도(실제로 장곡동과 능곡지구 주민들은 시흥시청역에서 환승하는 이용패턴이 자리잡혀 있다고 봐도 된다) 이 정도다.
물론 출퇴근 시간대에는 신천역이나 시흥시청역, 선부역 등 사람들이 꽤 타는 역들 승강장도 혼잡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대에는 이런 역들 승강장조차 조용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그나마 신천역은 사람들이 개중에선 그래도 있지만).
대중교통의 배차간격은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대인 RH(Rush Hour)때의 수요가 영향을 많이 미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배차간격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RH가 아닌 NH 시간대에도 이용객들이 있어야 하는데, RH때 사람이 많더라도 나머지 시간대에 승객이 거의 없다면 운영사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버스나 전철이 운행하는 한, 버스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연료 또는 전철이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전기는 시간대 상관없이 계속 소모될 것이니까(낮에 운전하면 기름값이 공짜가 되고 그러는 일은 없지 않은가? ㅋㅋ).
열차가 10분에 한 번 꼴로 다녀주는 4호선 안산시내 구간(안산역~상록수역)을 보자.
이쪽은 열차가 막 떠난 뒤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등장하며, 다음 열차가 올 때쯤이면 또 어느정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것은 출퇴근 시간대뿐만 아니라 그 외의 시간대에도 마찬가지고, 4호선 안산시내 구간의 그 어느 역을 가봐도 서해선과 같은 정도로 사람이 별로 없어 조용하기만 하고 이러지 않는다.
당신은 현재의 서해선이 4호선 안산시내 구간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필자가 저런 질문을 들었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할 것이다.
서해선이 10분 간격이 되려면 적어도 4호선 안산시내 구간들 역들 정도만큼은 이용객들이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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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해선은 경춘선이나 경강선과 완전히 똑같은 배차간격을 가져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필자의 이런 말에 바로 동의하기 힘들 것이고 오히려 반발을 하게 될 것이다.
경춘선이나 경강선은 해당 노선이 지나는 동네들 특성상 아무래도 서울과는 거리가 있고 시골이라는 생각도 하게 마련이지만, 서해선이 지나는 시흥시는 서울과도 가깝고 도시라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시흥시는 아직까지 서울과 거리만 그리 멀지 않을 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도시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동네다. 당장 바로 옆 도시인 부천이나 광명, 안산, 안양, 인천과 비교했을 때, 여러분들이 좋아하고 동경하는 그 문화생활이나 상권 측면에서 시흥시가 이들 도시들보다 훨씬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접 도시를 오가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더 좋은 것은 그 인접 도시들로 가야만 있으니까.
오히려 시흥시는 은행/신천/대야동, 정왕동 등 개발이 진행되었던 일부 동네를 제외하면 미개발지가 더 많이 보이는 동네다. 아파트 조금 있다가 논밭 보이고, 그 상태에서 좀 더 가야 또 다른 아파트 보이고...
진짜 도시로 성장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동네다(서울 인근 지자체들 중에선 시흥시만큼 소외받아왔던 동네가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은행/신천/대야동이나, 정왕동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그동안 버스편이 불편할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고, 서해선 역시 이걸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당장 위에 필자가 언급한 사실들이 다 여기서 기인할 정도니 말 다한 거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서해선의 20분 배차간격은 동네 현실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다른 외곽노선들의 배차간격을 생각했을 때, 열차가 그래도 괜찮게 있는 것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다.
1호선?
양주역 이북으로는 열차가 30분에 한 번, 병점역 이남으로는 15~20분에 한 번, 천안역 이후로는 거의 4~50분에 한 번 열차가 다닌다.
경의중앙선은 덕소역 이후 용문역까지는 열차가 30분에 한번 다닌다.
경춘선은 전체적으로 배차가 안좋은데, 대략 30분에 한 번 열차 있다고 보면 된다(실제로는 25분 정도마다 한 번 열차가 있지만, 25분이나 30분이나... 매우 큰 차이가 나는 배차간격은 아니다).
경강선은 20~25분마다 한 번 열차가 다니지만, 그나마도 부발역까지만이다. 부발역 이후 구간은 40분 간격으로 벌어지는 시간대가 간간히 존재한다.
반면 서해선은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몇 년 후에는 지금보다 배차간격이 오히려 더 줄어들 요소가 많다.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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