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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대중교통 이야기

서해선 때문에 경원여객 61번이 망할 일은 없다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1.

※ 이 글은 서해선이 개통되고 얼마 되지 않은, 2018년 8월 6일에 썼던 글이다. 당시 시점에서 적은 것이니 2022년 9월 현재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존재할 수 있음을 밝혀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해선이 2018년 6월 16일에 드디어 개통되었다.

원래는 2005년에 개통된다 그랬었지만 당시 백 뭐시기 의원의 삽질 등과 겹쳐 이제서야 개통된 것이니 엄청나게 늦은 셈이다. 하긴 서울 인근 지자체들 중 시흥시만큼 소외받고 있는 곳은 없을 테니까...

 

그래도 어쨌든 필자의 고향동네에도 전철이 들어오는 꼴을 드디어 보게 되었으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전철을 타고 단골 가게로 간다... 정말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이었는데 현실이 되어 버렸다 ㅎㅎ

 

 

이러한 서해선의 개통을 두고 버스마니아들이 이야기했던 주제 하나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서해선이 개통되면 경원여객 61번이 망할까?

 

 

버스매니아들은 서해선 개통 시, 경원여객 61번이 타격을 입고 망할 것이라 전망해오곤 했다. 2018년 현재뿐만 아니라, 몇 년 전에도 그래왔다. 하지만 필자는 바로 그 몇 년 전부터 61번은 망할 일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61번이 망할 거라는 소리에 대한 반박글을 그 당시에 블로그에 쓰고자 했었다. 필자의 개인 사정에 의해 이제서야 블로그에 글을 적게 되었지만...

 

 

서해선 때문에 61번이 망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으며, 서해선 때문에 61번이 망한다는 생각은 아주 짧은 생각이었다.

경원여객 61번은 애초에 장거리 수요가 있는 노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보면 구간구간마다 단거리 이동 위주이지, 장거리 이동은 별로 없다.

 

 

이렇게 말하면 반박을 할 분도 있을 것이다.

장곡동~부천이나 신천동~안산, 연성지구~삼미시장 승객도 있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말이다.

물론이다. 61번을 하도 많이 타서 질려버릴 정도인 필자가 보아도 그런 승객들,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 이유는 해당 구간 이동을 하기 위한 대중교통 수단이 버스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요 분산이 될만한 중심지(상권이나 전철역 등)가 시흥시 중남부 지역에는 없었다. 그러니 주민들도 버스를 계속 타고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것밖에 교통편이 없고 중간에 내릴만한 곳도 없으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생긴 장거리 승객이었다는 얘기다. 필자도 그 중 하나였던 적이 많았고.

하지만 서해선 전철역이 생길 위치와 61번의 운행경로를 겹쳐보니, 이러한 61번의 "울며 겨자먹기" 장거리 승객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역으로 나와 전철환승을 하게 되는, 안산시와 흡사한 도시구조가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장곡동이나 하중동 등 연성지구로 대표되는 이 지역들에서 가장 입지가 큰 노선이 다름아닌 경원여객 61번이다. 61번의 운행횟수가 제일 많은 곳이 2018년 현재에도 생각보다 널려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따라서 61번은 시흥시 중남부 지역에서는 주거지역에서 서해선 전철역으로의 셔틀 역할을 해주게 될 것이고 이것이 올바른 예측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안산시와 마찬가지로, 전철역이 주거지역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산시 시가지와 4호선을 90도 틀어버린 모습이, 미래의 시흥시 중남부 지역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된다)

 

 

당시 필자가 예상했었던, 서해선 개통 시 61번의 승객 이동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1. 부천~시흥 신천동,은행동

--> 기존과 같거나 신천역으로 간다.

기존과 같을 것이라 본 이유는 서해선이 부천역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신일초등학교 인근의 은행동 지역에서는 신천역으로 나와 서해선을 타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으나, 이것도 주민들이 61번 등의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 경로 중간에 신천역이 생겼기 때문에 61번의 수요이탈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사실 신일초등학교 인근에선 서해선 이용을 위해 신현역으로 갈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안산쪽으로 간다면 모를까 생활권 상 안산으로 갈 리는 없고, 결과적으로는 역주행을 하는 꼴이 되므로 이쪽으로는 잘 안 갈 것이다).

 

 

2. 미산동, 연성지구 일부(성원/동아아파트, 참이슬아파트 인근)

--> 신현역 이용이 빠르다.

 

 

3. 연성지구(성원/동아아파트, 참이슬아파트 인근 제외)

--> 시흥시청역을 이용하게 되어 있다. 61번은 시흥국민체육센터와 같이 등기소 루프구간을 거쳐가야 하는 일부 정류장을 제외한다면 해당 지역에서 시흥시청역으로 연결하는 데 있어 최적의 운행경로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시흥국민체육센터 정류장의 경우에도 63번 등의 노선을 이용하거나 시흥등기소 바로 앞쪽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61번을 타면 루프구간을 돌지 않아도 되고, 시흥등기소 앞 정류장까지 거리는 엎어지면 코 닿을 수준이다.

 

 

4. 군자동, 신길지구

여기는 원래부터 안산역으로 나가는 동네들이었고 서해선은 이쪽으로 오지 않으니 변화가 없다. 이들 동네에서 굳이 서해선을 이용하겠다면 시흥시청역 환승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기존처럼 안산역으로 갔다가 서해선을 이용한다면 안산역까지 이동하는 시간, 4호선 배차간격, 초지역 환승시간, 서해선 배차간격 등의 여러 요소들 때문에 61번 타고 시흥시청역으로 바로 가서 서해선 환승하는 시간과 큰 차이가 안 나거나 오히려 더 오래 걸릴 수 있어서이다. 

 

 

결국 서해선은 39번 국도를 따라 놓여있을 뿐이기 때문에 61번의 수요를 직접적으로 뺏어갈 요소가 없다.

61번 자체가 장거리 손님들 위주였으면 타격이 있었겠지만, 장거리 손님은 애초에 없었고 있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의 손님뿐이었다.

따라서 서해선 개통으로 61번이 망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오히려 미래를 보았을 때, 서해선은 61번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왜냐하면 서해선 주변으로 계속 아파트 단지는 생길 것이고 인구유입이 될 것인데, 서해선 전철역은 61번의 주된 물갈이 장소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서해선도 배차간격이 20분이나 되는 등 문제는 있지만, 이러한 배차간격은 줄어들 여지가 훨씬 많기에 서해선 역시 희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할 수 있다. 서해선 개통 이전과 비교하면 서해선이든 61번이든 앞으로는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봐도 무난하다). 그리고 이미 경원여객은 77번이라는 실제 노선을 통해 이를 증명해 왔다. 61번 역시 장차 77번과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미 시흥시에 오는 노선버스 중 이용객이 가장 많은 노선이 61번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필자의 이러한 예상들은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2018년 8월 1일에 친구를 만나러 신일초등학교에 갔었는데, 이곳은 서해선 전철보다는 버스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낫기 때문에 61번을 타고 쭉 갔었다. 그 때 장곡동 및 시흥시청 인근 아파트(대동청구아파트 등)에서 탔던 사람들이 시흥시청역에서 우르르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