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카카오의 다음 블로그의 중단 및 티스토리로의 이전 정책으로 인하여 옮겨온 것이다. 실제 작성일은 2020년 8월 29일임을 밝혀둔다.
재작년인 2018년에 필자는 서해선 및 경원여객 61번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서해선 때문에 61번이 망하지는 않는다는 글이다.
하지만 2020년 8월 현재 61번은 평일에는 20분, 주말 및 공휴일에는 30분마다 한 번씩 있는 버스편으로 변하고 말았다. 주말 및 공휴일 기준, 버스도착 앱으로 현재 운행중인 차량 수를 세어 보니, 전구간 왕편 및 복편 모두 통틀어 달랑 8대가 운행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주말 및 공휴일은 10대가 운행을 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32대나 되는 인가대수를 가졌던 이 노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차간격이 전성기 대비 2~3배 늘어난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간단한(?) 분석글을 써보고자 한다.
1. 시흥시 측의 노선 신설
사실 61번의 운행경로, 그리고 주거지와 전철역, 상가 등을 지도에 겹쳐 보았을 때, 61번은 서해선이 운행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타격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61번은 장거리 손님이 많은 노선이 아니었고 소수 있는 장거리 손님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발생한 손님들이었다. 따라서 61번은 서해선 전철역으로의 셔틀 역할을 할 노선이 되면 되었지, 장거리 손님의 증감에 따라 울고 웃는 노선이 아니다.
또한 61번이 가지 않는 능곡지구를 제외한다면, 이 일대의 다른 노선들도 61번의 운행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곡동 및 하중/하상동에서 시흥시청역 및 신현역으로 나가는 경로 또한 나무랄 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흥시 측에서 각종 노선들을 신설 및 변경을 한 것이 변수로 작용했으니, 이들이 61번의 수요가 되어야 할 승객들을 갉아먹게 된 것이다. 서해선 역을 연계하는 목적으로 신설된 노선들은 운행거리가 짧은 편이라, 편도 운행만 해도 2시간 10~20분 정도 주는 61번은 이들에 비해 배차간격 조절 및 유지에 불리하다. 61번이 이들 노선과 같은 운행간격을 유지하려면 차량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실제 수요는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건 전성기 때조차 빗자루 배차급 노선은 아니었다는 사실로 알 수 있다).
3200번의 개편을 통해 3200, 3300, 3400번이 신설되고 이들의 배차간격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생활권 자체의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도 61번의 수요감소에 한 몫 하고 있다. 이들 노선으로 인해 시흥시에서는 서울을 가기 위해 더 이상 부천역이나 안양역, 안산역 등을 거쳐가지 않아도 되었으며, 서해선 전철역만 믿고 가야 할 이유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신안산선 이용 수요로 인해 반등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게 개통될 시점에서는 이미 시흥시 쪽 노선들이 지금보다 더 신설되거나 배차간격이 짧아진 후이기 때문에 61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주 52시간 근로제
이 정부의 정말 웃기는 정책 중 하나인 주 52시간 근로제도 61번에 변화를 가져왔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할 수가 없는 현실이지만, 이 정부는 그걸 강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경원여객 또한 전국의 다른 버스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운전기사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이전보다 더 골이 아플 것이 틀림없는 유형에 직면하게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경원여객은 물론 운전기사들을 더 채용할 여력이 없는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채용 이후인데, 주 52시간 때문에 기사 입장에서 돈이 안 되니 그만둬 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뜩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한 달 버는 100 중에서 인건비"로만" 8~90 정도 나가게 되어 다른 비용들은 어떻게 부담해야 될지 고민해야 되게 생겼는데, 기껏 채용한 운전기사들마저 돈이 안 되어 그만두는 문제까지 안고 가야 하니 미칠 노릇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운전기사가 부족하게 되면, 노선의 수요가 충분한데도 운행에 투입되는 차량 수를 울며 겨자먹기로 줄일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은 배차간격 증가로 인한 이용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61번 또한 마찬가지의 신세가 된 것이다. 30-7번이 이 52시간으로 인해 결국 없어지고 61번도 배차간격이 대폭 늘어났으니, 군자동 및 안산 신길지구 주민들이 특히 큰 피해를 보아야만 했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3. 코로나19
주 52시간으로도 부담인데, 코로나19까지 겹치고 말았다.
코로나19 덕택에 밖을 다니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니, 원래부터 빗자루 배차급으로 매우 잘 다니던 노선들을 제외한 다른 노선들은 그야말로 타격을 받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 이용승객이 너무 줄어드니 감차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서울 등 도시에서는 배차간격 몇 분 늘어난 정도로 끝나겠지만, 특히 시골로 갈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7월달 즈음하여 석준형과 이천을 갔었던 적이 있는데 버스들이 그야말로 작살나고 말았음을 확인했던 것이다. 평소에는 1시간 내외로 다니던 시외버스들이 중간중간 운행을 안하는 회차가 생겨 다음 버스가 2~3시간 뒤에 있질 않나, 노선 하나가 아예 운행을 안 하질 않나, 막차시간이 대폭 당겨지질 않나...
시내버스도 가장 자주 다니던 20분 간격짜리 노선이 30~40분 간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경원여객 61번은 운행하는 지역이 시골 동네는 아닌 데다가, 입지가 탄탄했던 노선이라 저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던 점은 다행이긴 하지만, 타격 자체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역시 10~15분에 한번 있던 차가 평일 20~25분, 주말 및 공휴일 30분 간격이 되었으니 말이다. 막차 시간 즈음해서는 더 가관인데,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막차 시간대에는 다음 차가 50분 뒤에 오는 경우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61번은 경춘선 또는 경의중앙선 전철이 운행되자마자 타격을 입은 파주, 양평, 가평의 노선들과 똑같은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외부 변수들이 크게 작용하여 배차간격이 늘어나 버린 셈이다. 지금은 망해버린 다른 장거리 노선들과 달리 61번은 경쟁력이 꽤 있는 편이었고 전철과도 상생이 가능했기 때문에 전망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점에서, 망해버린 다른 장거리 노선들과의 공통점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사실 크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운의 노선이라고도 말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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