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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4년~

2024년 3월 9일 - 학암포 그리고 만리포와 함께하는 태안 힐링 여행기(어려운 삼한골)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4. 9. 19.

오늘은 석준형과 태안을 가는 날.
오래간만에 센트럴시티에서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터미널 발권기 앞에 도착해 표를 끊으려니 행선지에 서산이 안 보입니다. 엥????
 
그렇습니다.
호남선으로 가야 할 것을 경부선으로 잘못 왔던 겁니다. -ㅅ-;;;

그나마 버스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 진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호남선으로 넘어와 발권기를 만져보니 이번에는 다행히 행선지 선택 화면에 서산이 나왔죠. 석준형 것까지 버스표 2장을 끊으니 어느덧 버스 시간이 다 되어갔고, 석준형과 함께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는 서산행 버스에 승차합니다.
 
 

▲ 어쨌든 구입한 서산행 버스표. 센트럴시티를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합니다.



[충남고속 센트럴시티~서산][9500]
센트럴시티 0730 출발 - 서산터미널 0907

이번에는 서산터미널에서 오전 9시 10분에 출발하는 가사3리 노선(816)을 타야 했는데, 서산터미널에 도착하면 여유시간이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저번에 태안을 갔을 때처럼 고속도로 교통체증 때문에 노선 하나 날려먹고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천만 다행히도 버스는 816번 출발시간 3분 전에 터미널로 골인하더군요. 연휴 직후의 주말엔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을 거라는 석준형의 예상은 아주 정확하게 적중한 겁니다. 오우~ 혁님~! ㅋㅋ

바로 시내버스 승차홈으로 가보니 금방 816번이 승차홈으로 들어옵니다.
 
 

▲ 타이밍이 맞아 탈 수 있게 되었던 가사3리행 버스.



[서산 816번(서산터미널~동부시장,1호광장,부춘초교,롯데마트,둔당1리,남정2리,강수2리,가사2리마을회관,가사1리~가사3리)][1500]
서산터미널 0910 출발 - 서산동문우체국 0912 - 부춘초교 0915 - 법원,검찰청 0921 - 화수2리 0926 - 강수2리마을회관 0928 - 가사2리마을회관,가사초교 0931 - 가사3리입구,유화농장 0934 - 가사3리 0939

이런 곳에 오는 것조차 시기를 봐야 하다니 정말 좆같은 일이지만, 서해안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은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점은 감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의 오랜 진리였지요. 어쨌든 석준형에게도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니만큼 오늘의 여정은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816번 버스는 곧 터미널을 출발합니다. 시청을 지나 1호광장 로터리를 찍고 남서쪽으로 기수를 트니 넓은 도로가 등장했는데, 터미널을 출발한 지 10분만에 시내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 멀어지는 서산 시내입니다.

 
 
시내를 나온 이후로는 태안발 센트럴시티행 버스로 지나갔던 길이 보였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풍전리를 지난 버스는 곧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여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승객이라고는 우리 외에 2명밖에 없어서 버스는 요리조리 커브를 돌며 잘 달려줍니다. 강수2리와 가사2리를 지나 가사3리로 들어가니 대박의 1차로 길이 나오는데, 뉴슈퍼 에어로시티 대형차라 쩌는 정도는 더욱 컸지요. 오우~ 혁님~! ㅋㅋ
 
 

▲ (4장 모두) 쩔었던 가사3리 노선의 1차로. 가사3리 가는 길로 접어드는 순간 만날 수 있습니다.

 

종점에 내리니 버스는 회차를 한 뒤 구석에 짱박혀 버립니다.

 

▲ 종점에서 회차를 마치고 출발 대기중이던 시내버스. 여기가 가사3리 종점인데, 카카오버스에 나오는 회차지보다 더 들어간 곳입니다.

 

▲ 실제 종점은 빨간색 점 있는 곳입니다.

 

[도보]
가사3리 0939 - 혜성2차아파트 1015

우리는 혜성2차아파트를 향해 32번 국도 쪽으로 슬슬 걸어갑니다. 혜성2차아파트는 주소가 태안군이었으며 태안군내버스가 들어오는 곳이었기에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서산에서 태안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시계외요금 없이 말이죠. 키아 ㅋㅋ
 
 

▲ 가사3리에서 태안 혜성아파트로 넘어가면서 찍어본 하천. 이곳은 태안 땅이었습니다.

 

30분 남짓 걸으니 낡은 아파트 하나가 보이는데 이곳이 혜성아파트더군요. 저번에 갈 뻔했다가 가보지 못했던 곳을 이렇게나마 오게 되었는데, 예상대로 정류장 표지판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평천리 혜성아파트 버스종점.

 

하지만 척 하면 척이었기에 우리는 버스가 설 만한 장소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못 봤던 사이에 참으로 냐잉한 일들이 있었다는 걸 알았는데,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였습니다. 시골이라 해서 사람들이 착한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었으니 말입니다. -ㅅ-;;;

 

▲ 혜성아파트에서 만난 태안군내버스. 우리는 시계외요금 그런 거 없이 태안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ㅋㅋ



[태안 92번(혜성아파트→수동길,평천3리마을회관,하수종말처리장,반곡2리,안마실,(동뫼),동평로,동문5리,태안중교,구터미널,군청입구→태안터미널)][1400]  ※ 태안터미널 1010 출발
혜성2차아파트 1022 - 평천3구 1025 - 반곡2구 1029 - 반곡2구회관 1033 - 동뫼(회차) 1034 - 서부대기소 1047

오전 10시 22분에 도착한 버스에 승차하니 곧장 1차로 길을 달려줍니다. 누가 태안 아니랄까봐 1차로 길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구절양장의 길을 앞두고 있는 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요. 그래서 저는 석준형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하나 했었는데, 그 뜻이 잘 전달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ㅅ-;;;
 
 

▲ (2장 모두) 누가 태안 아니랄까봐, 혜성아파트를 벗어나자마자 1차로가 등장합니다. ㅋㅋ



그동안 버스는 안마실을 지나 동뫼를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안마실이라는 지명 때문인지 "저는 무료보다는 안마를 받고 싶습니다" 라는 뜬금포 개그가 생각납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석준형의 개그 덕택에

"말딸치자"
"굉장하네~!"
"나. 멋지지 않니?"
"오~늘도 장에 가는 버스 안에서~ 매일 같은 자리 앉아 있는 할머니 좋아해"
"배~달이 없~네??"
"오늘은 니가 주인공!! 멋지고 자신있게 X쳐봐"

등등 수많은 명작이 나왔었죠. 다들 영화 대사 또는 노래 가사인데, 평범한 문장들이라 저게 뭐가 웃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글로서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들어보면 진짜 웃겨 죽습니다. ㅋㅋ 석준형: 오늘도 한 건 했다. ㅋㅋㅋㅋ
 
 

▲ (2장 모두) 오늘도 자연은 인간과는 상관없이 자연의 원리에 따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 자연이 흘러가는 이치와 체계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하느님의 의도는 이것들을 본인이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라는 것인데, 해당 내용들은 글로도 100% 표현이 안 되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 및 경전(성경 등)들은 이런 것들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에 불과한 것이죠. "상식이란 건 없다", "당연한 것은 없다"라는 오랜 친구의 말이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겁니다.

 

버스는 태안으로 가면서 동뫼를 ㅓ형으로 경유하는데, 여기는 회차지에 별다른 정류장 표지판이 없었습니다. 사실 태안은 정류장 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면 그걸로도 감사해야 할 수준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 동뫼로 들어가는 1차로 길. 역시 쩝니다. ㅋㅋ

 

▲ 정류장 표지판은 없지만, 이곳이 동뫼 회차지였습니다.

 

▲ 우리가 혜성아파트에서 이용한 군내버스 운행경로도. 네이버 지도에는 92번으로 나오는데, 이 경로와 일치합니다.

 

동뫼를 빠져나오니 바로 읍내가 나왔고, 우리는 언제나처럼 서부대기소에서 내립니다. 다음에 탈 학암포행 버스 시간은 충분했으며 오전 10시 56분이 되니 버스가 등장하는데, 막상 버스를 타기 위해 뒷문 쪽으로 갔더니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 또 뭐고?


[태안 301번(태안터미널→태안중교,구터미널,태안여고,삭선1,2,3,4리,청산2리,원북,반계3리,이곡2리,황촌1,2리,방갈2리→학암포항)][1400]
중앙로,구터미널 1056 - 남문교차로,태안여고 1057 - 삭선2리,금화빌라 1058 - 삭선4리,농공단지 1102 - 양산리,풍천주유소 1103 - 원북(회차) 1109 - 반계3리 1112 - 이곡2리,이곡슈퍼 1116 - 방갈2리,안산 1119 - 황촌1리,목말 1120 - 황촌2리,황골 1123 - 황촌2리,구례포해수욕장 1125 - 방갈2리,학암포종점 1127

태안은 하차 정류장의 주소가 같은 태안이어도 1구간 및 2구간 요금을 받기 때문에 버스를 탈 때에도 후승전강인 곳입니다. 탈 때는 뒷문으로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앞문으로 내리면서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이죠. 이것 때문에 우리가 뒷문으로 갔던 것인데, 막상 뒷문이 열리지 않으니 어안이벙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뒷문 대신 앞문을 여신 기사아저씨께서 카드를 대라는 제스처를 하시기에 카드를 댔더니 1400원이 나갑니다.

타는 방식도 그렇고 요금도 그렇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했더니, 차창에 안내문이 하나 붙어 있더군요. 2024년 1월 1일부터 안면도행 좌석버스와 서산행 노선을 제외한 모든 군내버스 노선들의 요금을 단일화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래서 뒷문을 안 열어준 거구만 하게 되었습니다. 태안이 충청남도에서는 유일한 후승전강 동네였는데, 2024년부터는 그것도 역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 양산리 정류장. 쇠평이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탔던 곳입니다.

 

버스는 익숙한 길을 따라 원북을 찍고 나왔고 그대로 북진하여 오전 11시 27분에 학암포 종점에 도착합니다.
 
 

▲ 학암포 버스종점. 여기에도 편의점이 있다니 진짜 이제는 구멍가게 시대가 아닌, 편의점 시대입니다.

 

▲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

 

학암포를 나가는 다음 버스 시간은 오후 12시 55분입니다.
1시간 30분 가까이 이곳 학암포 종점에 있어야 하니 남들이라면 고역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버스 시간 때문에 생각외로 시간에 쫓기는 우리로서는 바다 구경도 하고 깊은 대화도 하는 데에 이만한 기회가 또 없었죠. 여기는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라 만리포나 꽃지 등 유명 해수욕장에 비해 덜 어수선한 것도 좋았습니다. 그리하여 석준형과 함께 바닷가로 가서 바다를 보는데, 진짜 바다 한번 멋지더군요. 서해는 사시사철 흙탕물을 쏟아내는 하여간 단 1만큼조차 도움이 안 되는 민폐덩어리 나라인 중국 황하의 존재, 그리고 깊지 못한 수심 때문에 동해만큼 청량한 맛은 없는데, 학암포에 오니 원산도 오봉해변에 이은 청량한 느낌이 온몸을 강타했으니 말입니다. ㅋㅋ
 
 

▲ 드디어 보게되는 학암포입니다. 석준형이 여길 처음 왔을 때와 다르게, 비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 이곳 학암포에서도 태안화력발전소가 보였습니다. 포지3리와 대섬을 가는 공공형버스도 생각나네요. ㅎㅎ

 

▲ (3장 모두) 썰물이었지만 그래도 청량한 느낌이 진짜 일품이었던 학암포. 우리에게도 힐링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바다의 풍경에 몸을 맡기며 대화를 하는 우리.
저의 오른쪽에 서서 함께 바다를 보고 있는 석준형 역시 하나의 인간이었습니다. 실제 인간성과 달리 온갖 마찰이 많았던 인생, 그리고 위로와 깨달음, 성장통...

듣는 저도 왜 그렇게 됐었는지 알게 되니, 처음에는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에고가 강했기에 생긴 일들인데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이 고통받아야만 했던 것인가 싶었고,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가 많으니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시간으로나 모두 너무나 많은 손해를 보아왔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상에는 좆같은 것들도 많지만 혼자 보기 아까운 아름다운 것들도 많은데, 일생 동안 주어진 시간으론 좋은 것들만 보기에도 모자라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또한 세상이 다 되어감에 따라 기성 종교들 역시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데도 왜 아직까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기도 했습니다. 아무 조건이나 판단 없이 자신의 모든 말들을 들어줄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까진 되어줄 수 있었던 겁니다. 남의 말은 들을 줄 모르고 자기 이득만 생각하는 그 후진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니, 그분께서 천지공사로 대표되는 일련의 계획들을 세우신 이유를 오늘도 확인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봐도 진짜 인간들이 답이 없으니 한숨만 나오는데, 그분은 오죽하셨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ㅅ- ㅋ 우리는 영적인 진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 스스로도 뭔가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변할 수가 없었죠. 물론 신이 들어 나도 뭔가 행동을 하게 되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게끔 안내도 받는다지만, 그 결과가 나오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뭐가 되었든 행동을 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내가 잘나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면 "지랄하고 있네" 하겠지만, 그렇다고 단 1의 행동조차 없이 뭔가 바라기만 하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니까요. 또한 하나님은 하나님대로 할 일이 있을 텐데(천지를 주관한다는데 그게 과연 가만히 앉아서 놀고 먹기만 하는 자리일까요?), 전세계 60억 인구들 중 하나일 뿐인 우리 개개인에게까지 일일이 다 응답을 해주시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 -ㅅ- ㅋ
 
 

▲ 오늘도 고즈넉함을 유지중인 학암포항. 우리의 고통들 역시 정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의 세상 자체가 상극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의 고통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지금 학암포가 그간의 설움을 털어내고 또 한번의 진보를 하기 위한 장소가 되었기를 바라는 저였습니다. 다시 버스종점으로 돌아오니 오후 12시 52분이 되자 버스가 도착하여 회차를 합니다.

 

▲ 학암포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중인 군내버스.

 

▲ 지금 이 시간의 차를 타면 방갈2리를 경유하며 태안으로 나갑니다.

 

[태안 301번(태안터미널→태안중교,구터미널,태안여고,삭선1,2,3,4리,청산2리,원북,반계3리,이곡2리,황촌1,2리,방갈2리→학암포항)][1400]
방갈2리,학암포종점 1252 도착, 1255 출발 - 황촌2리,구례포해수욕장 1257 - 황촌2리,황골 1259 - 방갈2리,안산 1301 - 방갈1리마을회관 1302 - 방갈2리(회차) 1305 도착, 1307 출발 - 방갈1리마을회관 1310 - 황촌1리,목말 1312 - 이곡2리,이곡슈퍼 1315 - 반계3리 1318 - 원북(회차) 1320 도착, 1324 출발 - 양산리,풍천주유소 1329 - 삭선4리,농공단지 1330 - 삭선 1332

시원시원한 맛이 있는 자일대우버스가 걸립니다.
물론 단 몇년 내로 더 이상은 못 보게 되어있는 차량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각별한 만남일 수밖에는 없었죠. 대우버스가 동력 및 에어컨은 진짜 빵빵했지만 유지관리 및 다른 성능들이 현대자동차 버스에 비해 너무 별로가 되어 버스회사들에게 죄다 외면을 받으니, 후속 모델 또한 더 이상 나오기 불가능할 정도로 몰락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시내버스들이 전부 대우버스들로만 다녔던 동네 출신인 저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기도 했죠.

우리는 사뿐하게 1400원씩 내고 버스에 올랐고, 오후 12시 55분이 되자 바로 태안을 향해 출발합니다. 아까 들어왔던 길 그대로 버스가 나갔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었는데, 화력발전소를 들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안에 있다는 화력발전소가 여기 근처였구나 하게 되는데, 황골을 지난 버스가 좌회전을 하여 또다른 왕복2차선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방갈1리 마을회관을 지나 네이버 지도에서 방갈2리라고 나오는 곳까지 차가 가더군요.
 
 

▲ (2장 모두)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방갈2리 회차지.

 
 
여기에서 회차를 마치고 어르신 한 명 내려주고 회차를 마친 버스는 바로 태안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갔고, 우리는 쇠평이에서 걸어나온 추억이 있던 양산리 주유소를 지나 삭선2리 채 못온 지점에서 하차합니다.
 
 

▲ 버스에서 내리면서 찍어본 신동아아파트.

 

우리가 여기를 내린 이유는 삼호아파트에서 오후 2시 45분에 있는 958번을 타기 위해서였는데, 이 차는 양산2리 안길을 이용해 시목1리로 나온 후 태안으로 가는 차였습니다. 삼호아파트는 입구에서 가까워서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막상 밥을 먹을 만한 곳은 보이지 않더군요. 그나마 슈퍼라도 있는 걸로 위안을 삼고 과자 하나씩 까먹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읍 삭선6리 삼호그린힐아파트 버스종점.

 

▲ 삼호아파트에 나타난 군내버스.



[태안 958번(삼호그린힐아파트→양산2리,시목1리(유득재),해성아파트,장산1리마을회관,경찰서,중앙로,태안중교,태안여중교→태안터미널)][1400]  ※ 태안터미널 1430 출발
삼호그린힐아파트 1444 도착, 1445 출발 - 양산2리,태안목장 1446 - 시목1리,유득재 1450 - 해성아파트 1453 - 장산1리마을회관 1454 - 태안경찰서 1458 - 중앙로,구터미널 1459

오후 2시 45분이 되자 버스가 출발합니다. 누가 태안 아니랄까봐 이번 노선도 멋진 1차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키아 ㅋㅋ
 
 

▲ 삼호아파트 노선에도 쩌는 1차로는 있었습니다. 오우~ 혁님~! ㅋㅋ



이번에도 우리는 태안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중앙로에서 내린 후 서부대기소로 슬슬 걸어갑니다. 서부대기소 근방에만 있어도 거의 모든 노선들을 탈 수가 있으니 굳이 터미널까지 가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가 한 가지 실수를 하고 말았으니, 얘기하면서 딴짓하다가 의항으로 가는 차를 놓치게 되었던 겁니다. 냐잉 -ㅅ-;;

이런 동네에서 버스 한 번 놓치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우리의 석준형은 보통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죠. 원래는 이렇게 가려고 했었다는 듯, 대체 코스로 움직여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전부 맞아들어가는 걸 여러번 보고 체험했던 저였지만 다시 한번 놀라게도 됩니다. ㅋㅋ


[태안 603번(태안터미널→군청입구,구터미널,태안여자고교,삭선2리,신동아아파트,산후2,1리,어은2,1리→도내2리종점→도내2리회관,바깥말,상옥2,1,3리,평천1리,한국서부발전,백화초교,태안여중교,태안중교,구터미널,군청입구→태안터미널)][1400]  ※ 태안터미널 1510 출발
서부대기소 1515 - 삭선2리,금화빌라 1519 - 신동아아파트 1520 - 산후1리마을회관 1523 - 어은2리,감절 1526 - 어은1리마을회관 1530 - 도내종점(회차) 1535 도착, 1540 출발 - 도내2리회관 1542 - 세집메,도내1리경로당 1545 - 방죽머리 1546
 
우리는 도내2리로 가는 603번을 탔고, 원북 쪽으로 가던 버스는 삭선2리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북동쪽으로 달립니다. 사거리 바로 근처에 있던 신동아아파트는 전에도 가본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잠깐이었고, 곧 처음 보는 풍경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길로 가면 서산이 나온다는데, 지도를 보니 도내리를 지나면 서산시 팔봉면이었습니다. 그쪽 마을에는 분명 서산시내버스가 올 테니, 이 도내리 노선과의 연계도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물론 석준형이 서산시내버스와의 연계 또한 생각해 두었을 거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한지라,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버스가 과연 네이버 지도에 나온 경로 그대로 도내2리 안쪽 종점을 향해 개쩌는 1차로 길을 달립니다. 차창 오른쪽으로 물이 보이는데, 여기도 바다더군요.
 
 

▲ 도내2리 종점으로 들어가면서 맨 뒤 차창으로 찍어본 1차로 길.

 

▲ 도내2리로 가는 길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물이 파란색이라 진짜 풍경이 예술이었습니다.

 
 
건너편에도 육지가 있다보니 탁 트인 곳은 아니었지만, 높은 곳에서 보는 바다인데다 물도 파란빛이라 정말 볼만합니다. 개쩌는 1차로 길을 달리다보니 집들이 모인 곳이 나왔고, 버스는 여기에서 회차를 하더니 잠시 멈춰섭니다.
 
 

▲ 이곳이 도내2리 버스종점입니다. 마을길 옆 바다가 진짜 대박인 곳입니다.

 
 
물론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인평리가 아직 남아 있었던 겁니다. 버스는 오후 3시 40분이 되자 바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아까 들어오면서 보았던 그 바다의 모습도 다시 한번 촬영을 해주었습니다. ㅎㅎ
 
 

▲ (2장 모두) 도내2리에서 나오면서 다시 찍어본 바다의 모습. 우리는 저 자연의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도내2리를 나온 버스는 이번에는 그대로 직진을 하였고 인평리 쪽으로 왕복2차선 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 도내1리를 향해 달리는 순간에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도내2리를 나온 이후 도내1리를 거쳐 상옥리 쪽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도보]
방죽머리 1546 - 인평3리,알미 1557
 
그런데 도내1리를 지나 방죽머리 정류장에 다와갈 때쯤 석준형이 벨을 누르길래 저도 같이 따라 하차했습니다. 석준형이 벨을 누른 이유는 알미에서 태안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도 석준형이 계획을 하면서 다 시간을 맞춰뒀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 버스도 정말 별로 안 기다리고 탈 수 있었죠. 방죽머리에서 걷기 시작한 지 10분 남짓 뒤에 알미종점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다시 10분이 지나자 버스가 왔으니까요. 오우~ 혁님~! ㅋㅋ
 
 

▲ 알미종점에 등장한 버스. 이걸 타고 태안으로 가면 됩니다.

 
 
[태안 641번(알미종점→상옥2리,인평2리,인평1리,평천4,5리,한국서부발전,백화초교,태안여중교,태안중교,구터미널,군청입구→태안터미널)][1400]
인평3리,알미 1607 - 상옥2리 1610 - 인평2리 1611 - 인평2리마을회관입구 1615 - 인평2리입구(왕복4차로) 1617 - 인평1리,자동차학원 1618 - 평천5리,귀농촌 1619 - 평천1리,화동초교 1621 - 동문5리,태안여중 1627 - 동문4리,태안중교 1628 - 서부대기소 1630
 
이 노선은 네이버 지도에 나와있긴 한데, 태안으로 돌아가는 귀로 방향은 시간대가 영 맞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알미종점 방향인 641번으로 찍고 조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나마 알미종점으로 올 때와 경로가 같더군요). 아무튼 버스는 우리가 타자마자 바로 1차로의 세계를 멋지게 질주해 주었습니다.
 
 

▲ (3장 모두) 인평2리의 1차로 길. 이것도 진짜 쩌는 노선이었습니다. 키아 ㅋㅋ



1차로를 지나니 태안 읍내가 가까워져오고 있었고, 우리는 평천4리를 지나 오후 4시 30분에 서부대기소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계획했던 의항은 날아갔지만 대신 도내리를 얻었으며, 삼한골 가는 버스 시간도 문제없이 맞아떨어졌으니만큼 정말 감쪽같았죠. 다만 이번에는 버스를 놓치면 큰일나니만큼 우리는 대기소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 오늘의 핵심 중 하나인 삼한골을 가는 버스. 난도는 아주 어려움입니다. -ㅅ-;;;;



[태안공공형버스 52번(태안터미널→군청입구,구터미널,태안여고,삼한골,시목1리,영전1리→신덕2구마을회관)][1400]  ※ 태안터미널 1630 출발
서부대기소 1637 - 남문교차로,태안여고 1639 - 삼한골 1643 - 두야교차로(무정차) 1645 - 시목1리,유득재(32번국도변) 1647 - 영전1리,장재 1651 - 신덕2구회관 1652

삼한골은 아주 어려움 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길이 너무 쩔다보니 손님 없으면 버스가 안 가버리기 일쑤인 곳이며 내릴 지점을 파악했어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태안은 마을 안쪽까지 정류장 표지판을 세심하게 잘 세워주는 동네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경험 없는 사람은 로드뷰를 이용해서 마을길을 확인했더라도 버스를 어디서 타고 내려야 하는지 파악 및 기사에게 설명하기 매우 어려울 것은 불 보듯 뻔했죠. 상대와 실력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상대가 시야 다 켜주고 게임해도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예전 같았음 거기는 왜 가려는 건가 하는 반응이 돌아오게 되어 있기도 했는데, 사실 그분의 말씀대로 궁금함 반, 걱정 반에서 나온 반응이기 때문에 마냥 기분나빠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사실 주민들 시점에서 보아도, 볼 만한 건 없고 사람도 별로 안 사는 동네를 왜 굳이 가려는지 궁금증이 들 수밖에요. -ㅅ- ㅋ

그래서 석준형은 삼한골에서 내리고, 저는 종점까지 그대로 쭉 타는 그런 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해보는 2인 전략에 저는 오우~ 혁님~! 을 하게 되었죠. ㅋㅋ

그리하여 52번 공공형버스에 올라 요금을 내면서 석준형은 삼한골 간다고 기사아저씨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우리 둘만 달랑 태운 버스는 학암포 가는 길로 가다가 읍내 어귀에서 좌회전을 하여 소원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장산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더니 1차로 야산길을 달리더군요. 삼한골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태안읍에서 가까운 편인 장소였지만 정말 쩔었습니다.
 
 

▲ 삼한골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버스.

 

▲ (2장 모두) 개쩌는 1차로 길이 펼쳐집니다. 아주 어려움 난도인만큼 보상은 확실했습니다.

 

민가 몇 채를 지나니 야산을 올라가는데, 자전거속도계 어플에 나오는 지도를 보니 근처에 사거리가 있었습니다. 버스가 그곳에 도착하기 직전인지라 계획대로 석준형이 벨을 눌렀더니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내릴 거냐는 질문을 해오는데, 의외로 매우 난감한 순간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정류장 표지판 그런 게 있을리 없고, 내릴 장소를 파악했더라도 거기가 어딘지 기사아저씨가 알아듣게 설명하기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었죠(엇갈리면 서로 난감해지는 건 순간입니다).
 
그 사거리에 내린다고 석준형이 어찌어찌 설명드려서 그럭저럭 마무리는 되었지만, 그곳에서 집들이 있는 곳까지는 약간 거리가 있다보니 아무튼 서로 찝찝한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괜히 아주 어려움 난도가 아니었죠. -ㅅ-;;;
 
 

▲ 저 곳이 바로 삼한골 사거리입니다. 여기 내린다는 것을 기사에게 설명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ㅅ-;;;;

 

▲ 삼한골을 가는 52번 공공형버스의 운행경로도. 왼쪽의 신덕2구가 종점입니다.

 

▲ 삼한골 구간 확대도.

 
 
아무튼 석준형은 삼한골 그 사거리에 내렸고, 버스는 바로 좌회전을 하여 내리막길을 내려갑니다. 개쩌는 1차로이자 정말 값진 1차로 길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걸 위해 삼한골에서 내린다는 계획을 세운 석준형에게도 고마웠당께요. ㅎㅎ
 
삼한골을 빠져나오니 삭선1교차로가 나왔고, 버스는 여기에서 좌회전을 하여 소원 가는 32번 국도를 향해 내려갑니다. 이 버스의 종점은 신덕2구였기에, 버스는 예상대로 넓직한 32번 국도를 따라 소원을 향해 빠르게 달려주었습니다. 사실 32번 국도는 태안 읍내에서 만리포를 오가는 도로이기도 한데, 이걸 노선버스로도 더 멀리까지 달려보는 기회도 되었죠. 소원을 향해 직진을 하던 버스는 신덕리에 이르러 마을 안길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신덕2리의 개쩌는 1차로 길. 여기에도 버스가 다닙니다.

 
 
신덕2구 다목적회관 앞까지 버스가 갈 것으로 예상됐는데, 1차로 마을길을 달리던 버스는 정말 회관 앞 공터에서 회차하였습니다.
 
 

▲ 저를 내려주고 바로 떠나버리는 버스.

 

[도보]
신덕2구회관 1652 - 소원면사무소 1708 - 신덕1리,치안센터 1715

종점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회차를 마치고 저를 내려준 버스는 태안을 향해 바로 출발해 버렸고, 버스가 가고 나니 바람 소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신덕2리 다목적회관.

 

▲ 제가 탄 버스의 종점이 바로 사진 속 공터였습니다. 이제는 버스종점을 뒤로하고 소원면 소재지로 걸어갈 시간입니다.

 

이제는 여기에서 소원으로 걸어나가야 했으므로 저는 지도를 보며 버스로 들어왔던 길 그대로 걸어나가다가 오른쪽에 있던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이곳에서 소원면 소재지인 신덕1리까지는 생각보다 매우 가까웠으며, 우리가 타기로 한 천리포행 버스는 태안터미널을 오후 5시 30분에 출발하여 소원에는 20분 뒤에 도착하므로 급할 게 없었죠.
 
언덕을 넘으니 집들이 몇 채 보이는데, 마당에 나와 저녁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더군요. 제가 저런 집에서 살게 된다면, 맛있는 거 준비해서 석준형이든 친구든 부를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 소원면 소재지인 신덕1리로 걸어가는 길은 평화로웠습니다.

 

집들을 지나가니 소원면사무소 건물이 보이고, 신덕1리 정류장을 찾아가니 오후 5시 15분입니다. 여기는 이원보다는 가게들이 많았지만, 주말이라선지 문을 연 가게가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사무소. 만리포로 유명한 동네인 모항리, 그리고 의항1리 역시 이 면사무소 관할이었습니다.

 

▲ 시간이 멈춘 듯한 소원 시가지.

 
 
때마침 영업중이던 하나로마트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정류장으로 나와보니 오후 5시 54분이 되자 드디어 천리포행 버스가 도착합니다. 마침 어르신들이 많이 타서인지, 예상보다 버스가 늦게 오더군요.
 
 

▲ 석준형이 타고 있는 천리포행 군내버스가 도착 직전에 나타난 태안행 군내버스. 사람 두어 명이 타더군요.

 

▲ 드디어 만나게 된 천리포행 군내버스. 밭고개가 낀 시간대인데, LED와의 교감까지 너무나 훌륭합니다. 이제 석준형도 다시 만나러 갑니다. ㅋㅋ

 
 
[태안 211번(태안터미널→군청입구,구터미널,태안여고,장산1리,해성아파트,시목1,2리,영전1리,법산1리,신덕1리(소원),송현1,2리,석창골,(→밭고개),만리포,모항3리,천리포수목원,의항1리→천리포종점)]  ※ 태안터미널 1730 출발
신덕1리,치안센터 1754 - 송현1리 1756 - 송현2리회관 1758 - 모항리,석창골 1800 - 모항1리,밭고개(회차) 1804 - 모항3리,만리포 1807 - 의항1리,수목원 1810 - 의항1리,천리포종점 1813

물론 석준형 역시 서부대기소까지 슬슬 걸어가 이 버스를 탔기에 우리는 다시 상봉을 할 수 있었고, 함께 뒷자리에 앉아 버스가 만리포를 향해 달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실 만리포는 14년 전에 회사 팀원들과 함께 1박 2일로 가봤었는데, 당시에는 왕복2차로였던 도로가 왕복4차로로 넓어져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습니다. 도로가 확장돼 있을 거라는 사실은 어느정도 예상했었는데도 말이죠.
 
 

▲ 태안에서 만리포로 가는 32번 국도. 14년전에 여기를 지나갔을 때는 왕복2차선 도로였는데, 왕복4차선으로 깔끔하게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왕복4차로 넓직한 길을 달리던 버스가 좌회전을 합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밭고개를 가는 것이었는데 괜히 밭고개라는 지명이 붙은 게 아닌 듯, 짧지만 상당히 굵은 고갯길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만리포를 가는 노선버스 자체는 충남고속 시외버스까지 합쳐서 (군 지역 치고는) 나름대로 잘 다녀주지만, 밭고개 낀 시간대로 타기 위해 머리 좀 썼을 석준형의 마음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었죠.
 
 

▲ 밭고개로 가는 길에는 이렇게 생각보다 매우 가파른 고갯길이 놓여 있었습니다.

 

꽤 가파른 고개를 넘으니 정면으로 바다가 보이는데, 여기도 물이 비교적 파란색이어서 그런지 꽤 멋집니다. 지도를 보니 모항항이라는 항구가 있었는데, 이곳이 모항리였기 때문에 모항항이 된 듯했습니다.
 
 

▲ 고개를 넘어와 좌회전을 한 버스. 모항항 앞바다의 푸른 바닷물도 보입니다. ㅎㅎ

 

여기에 와보니 횟집들이 있는 게 보였고, 고갯길을 넘어온 버스는 왼쪽 길로 쭉 들어가다가 넓직한 공터에서 회차를 합니다. 여기에도 GS25 편의점이 있는 걸 보니 대박이 아닐 수 없었죠. ㅎㅎ
 
 

▲ (2장 모두) 밭고개 회차지의 모습. 사진에 보이는 GS25 편의점 앞까지 버스가 들어옵니다.

 

▲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며 밭고개를 벗어납니다.

 

밭고개에서는 타는 사람이 없어 버스는 바로 왔던 길을 따라 다시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 만리포를 향해 달립니다. 만리포 역시 모항리였기 때문에 고갯길을 넘어오니 금방 만리포해수욕장이 나왔고 버스정류장도 볼 수 있었습니다.
 
 

▲ 오래간만에 다시 보는 만리포 해수욕장 입구입니다.

 

▲ 만리포 해수욕장 버스정류장. 시외버스도 저곳에서 출발하는데, 우리가 이따 타게 될 시외버스가 대기중인 것도 살짝 보입니다. -ㅅ- ㅋ

 

이 버스의 종점은 천리포였기 때문에 만리포해수욕장 버스정류장에서 멈추지 않고 우회전을 하여 왕복2차선 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왼쪽 차창으로 간간이 보이는 바다가 정말 멋집니다.
 
 

▲ 천리포 종점으로 가는 길에 보는 바다. 저 멋진 경치를 담아내기에 사진으론 부족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계를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우리였습니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 태안으로 나가는 시외버스가 오후 6시 55분에 있다보니 생각보다 여유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 버스가 빨리 갔으면 하는 우리였지만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도착 예상 시간보다 3분이 늦은 오후 6시 13분에 종점인 천리포 마을회관 앞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의항1리 천리포마을회관, 그리고 우리가 타고 온 군내버스. 만리포는 모항리더니 여기는 의항리여서 뭔가 이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만리포 해수욕장도 버스정류장이 있는 입구쪽만 모항리였고 이외에는 전부 의항리였더군요. -ㅅ-;;;;

 

▲ 천리포 종점 버스정류장 및 표지판. 어쨌든 여기는 모항리가 아닌, 의항1리입니다. -ㅅ- ㅋ

 
 
[도보]
의항1리,천리포종점 1812 - 만리포 1847
 
막상 여기는 의항1리여서 뭔가 이상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버스가 왔던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만리포를 나가는 시외버스 막차는 분명 이번 오후 6시 55분 차일 것이 뻔할 뻔자였는데, 그 버스를 타지 못한다면 태안에서 서울로 가는 오후 7시 30분 막차도 함께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녁노을과 함께하는 만리포 바닷가의 모습은 정말 우리 모두 감탄하게 됩니다. ㅋㅋ
 
 

▲ (3장 모두) 저녁노을과 함께하는 만리포 해수욕장.

 

▲ 동영상으로도 한번 남겨보았습니다.

 

▲ 어느새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린 태양. 우리의 여정 역시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었지만, 정말 마지막까지 버릴 게 없는 오늘의 태안군내버스 여행입니다. ㅎㅎ

 

짧긴 하지만 동영상까지 찍었을 정도니까요.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힐링은 정말 제대로 되는 느낌입니다. ㅎㅎ
 
바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천만 다행히도 오후 6시 47분에 만리포해수욕장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탈 시외버스가 문을 열고 출발 대기중이었는데 행선지를 보니 천안행이더군요. 전에 천안에서 시외버스를 탈 때 소요시간으로 미뤄 짐작해보자면 천안까지 2시간 40분 정도 잡으면 될 거 같았습니다. 버스 옆에는 무인 매표소가 있었는데 시간표도 붙어 있었습니다.
 
 

▲ 만리포 출발 시외버스 시간표. 예상대로 오후 6시 55분이 막차였습니다.

 

▲ 만리포에서 찍어보는 시외버스 막차. 앞에 고무통과 막대기가 참 옥의 티지만, 사진이 비교적 잘 나왔습니다. ㅋㅋ

 
 
[충남고속 천안~쌍용동,봉강교,아산,<고속도로>,서산,어송,태안,소원~만리포][2500]
만리포 1855 출발 - 신덕1리,치안센터(소원) 1903 - 태안터미널 1921
 
2500원 주고 태안까지 표를 끊은 우리는 바로 버스에 올랐고 오후 6시 55분이 되자 버스가 출발합니다. 이번에는 시외버스이기 때문에 아까 제가 천리포행 버스를 탔던 소원에만 정차한 이후 바로 태안터미널에 우리를 내려주는데, 그래도 25분 남짓 되는 시간이 걸립니다. 태안이 정말 넓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죠.
 
어쨌든 우리가 탄 만리포발 천안행 시외버스가 태안터미널에는 오후 7시 30분 이전에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아주 어렵지 않게 짐작했기에, 급할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바로 버스표를 끊고 서울행 막차에 승차합니다. 우등이 아닌 일반이라 10800원만 내면 된다는 게 참 위안이 됩니다. ㅎㅎ
 

[충남고속 센트럴시티~태안][10800, 석준형 부담]
태안터미널 1930 출발 - 센트럴시티 2118
 
돌아가는 길 역시 도로 정체는 없었고, 오후 9시 18분이 되어 센트럴시티에 도착합니다. 석준형은 충무로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기로 하여 3호선 타는 곳으로 떠났고, 저는 이번에도 민 박사 때문에 집 앞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할 시간을 면밀히 따져본 후 7호선 및 서해선을 이용하여 집으로 귀가하게 됩니다.

바다와 함께하는 힐링 여행.
정말 기억에 남을 겁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