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부천으로 출장을 갔다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도중 버스를 타보게 됩니다. 부천의 노선들을 조사해보니 58번 따복버스가 있었는데, 평일에만 운행하는 58-B번을 해결할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노선들은 되도록 대체노선으로 땜질하려 하는 편이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굳이 차버릴 이유도 딱히 없었죠.
때마침 복사골마을로 23-1번이 금방 오기 직전이라 저는 바쁘게 뛰어가게 되었고, 천만 다행히 23-1번이 신호에 걸려주는 바람에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노선만 간다고 보면 되는, 축산물공판장 옆도로를 이용해서 대장동차고지로 가게 됩니다. ㅎㅎ
[소신여객 23-1번][1450]
복사골마을 1700 - 부천시청 1707 - 신중동역3번출구,롯데백화점 1709 - 춘의역7번출구 1715 - 도당사거리 1720 - 장미원입구 1722 - 근화아파트 1725 - 내촌고가입구 1730 - 부천우편집중국 1731 - 대장공영차고지 1740
사실 7700번을 이용해도 문제의 구간은 지나가볼 수 있지만, 7700번은 워낙 탈 일이 없다보니 언제 타볼지 알 수가 없던데다, 58-B번은 이후를 고려해보았을 때 대장공영차고지로 가서 타고 내려오는 것이 수월했기 때문에 23-1번을 겸사겸사 타주게 된 겁니다. 23-1번이 10여년 전과는 다르게 배차간격이 많이 길어지고 차량도 대형차에서 중형차로 바뀐 현실에서, 탈 기회가 생겼을 때 타면 어쨌거나 나쁠 것은 없었죠.
고가도로 밑길로 빠져나오며 부천축산물공판장입구를 지난 버스는 오후 5시 40분이 되어 대장공영차고지에 도착하여 하차합니다. 퇴근 시간대가 되어서 그런지 차고지 앞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죠.
이제 다음에 탈 58-B번의 위치를 어플로 확인해 보니 이 차는 3대 운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 3대가 한 방향으로 죄다 몰려있는 상태라 종점을 찍고 다시 돌아오는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려면 20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길이 많이 막히는 장소를 가는 노선이라면 이해할 수라도 있지만, 그런 노선도 아닌데 뭐 이런 식으로 운행을 하는건지 짜증이 났죠. 더군다나 퇴근 시간인데 말입니다. -ㅅ-;;
결국 저는 어쩔 수 없이 환승 연장을 위해 오정휴먼시아1단지 후문까지 95번을 타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95번이 58-B번과 운행경로가 같아서 다행이었죠.
[성광운수 95번][환승]
대장공영차고지 1800 출발 - 부천로지스틱스파크 1802 - 휴먼시아1단지후문 1806
[청우운수 58-B번][환승]
휴먼시아1단지후문 1816 - 덕산고,봉오대로사거리 1822 - 군부대정문(017번종점) 1826 - 오정동주민센터 1829 - 동산빌리지,대한노인회 1832 - 월산장미아파트 1834 - 성곡동주민센터 1836 - 부천종합운동장역4번출구 1839
어쨌거나 95번에서 내린 지 10분 뒤인 오후 6시 16분에 58-B번이 도착했고, 무사히 환승을 받아 승차합니다. 운행 요일만 확인하고 움직이면 타기 어려운 노선이 전혀 아니건만, 자체 어려움 난이도 챌린지도 아니고 이걸 뭐 이렇게 스킬까지 써가며 타야 되는지 참 얄궂더군요. 그런데 이런 사건이 생긴 이유는 생각보다 금방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같은 노선을 운전하는 다른 동료 기사아저씨와 통화를 하는데, 나머지 기사 한 명이 말을 안 듣고 멋대로 행동해서 그런 거였더군요. 58-B번 기사들 중에서는 지금 운전하고 있는 기사아저씨가 최고 고참이신 듯, 몇 번 주의를 줬었는데도 행동이 저 따위라 힘든 노선으로 보내버릴 생각이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아무튼 제가 운이 없게도 정말 비정상적인 상황에 휘말렸던 것이었죠. 냐잉 -ㅅ-;;
버스는 95번과 똑같은 경로로 덕산고에 진입하였고, 곧 017번 마을버스 종점인 군부대종점 쪽으로 좌회전하여 들어가줍니다. 이전에 은행연립 가는 58번을 타려고 여기서 친구와 걸어갔던 그 길도 이용하네요. 정말 다니지 않을 것 같던 노선도 이렇게 생기게 되고 타보게 되니, 정말 세상 일은 모르는 거였습니다. ㅋㅋ
은행연립 그리고 6624번이 생각났지만, 이번 노선은 은행연립으로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덕산초등학교를 지나서는 바로 성곡동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종사거리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즉, 막히는 곳을 가지 않는다는 소리죠), 성지아파트와 동산빌리지를 지나니 이 노선의 단독구간이 펼쳐졌죠. 그런데 이 단독구간의 풍경이 생각외로 괜찮더군요.
아기자기한 느낌도 있고 외국에 온 듯한 느낌(?)도 살짝 들기까지 했던 58-B번의 단독구간. 이게 1주일 내내 운행하는 노선이 아니다보니(그나마 토요일도 운행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참 다행입니다) 나름 골치가 아팠는데 오늘도 그렇게 부천의 짜잘한 단독구간들 중 하나를 멋지게 해결하게 되네요.
다만 이 노선은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딱 끊어지기 때문에, 저는 아쉽게도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야만 했죠. 처음 1450원 이후 5회 환승 딱 채우며 58-B번도 해결하며 집에 가고 싶었는데, 세상 참 맘대로 되지가 않네요. 서해선이 개통만 되었어도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습니다. 암만 봐도 썰에 불과할 것 같지만, 어쨌거나 원종역까지는 공사가 거의 다 끝나가는 건 맞으니 내년이면 부분 개통될 가능성이 높을 듯 하지만요. -ㅅ- ㅋ
그리하여 저는 오후 6시 43분에 도착한 77-1번을 타고, 부천시청역 조금 못 간 곳에 있는 은하쌍용아파트로 이동합니다. 기왕 첫 1450원으로 5회 환승 채워 집에 가지 못하게 된 거, 스케일 좀 키워서 5회 승차 x 2 해가지고 그 횟수 안에서 집으로 가면 되는거죠 뭐. ㅋㅋ
[청우운수 77-1번][환승]
부천종합운동장역4번출구 1843 - 춘의가구거리 1846 - 춘의역5번출구 1846 - 신중동역4번출구 1850 - 은하쌍용아파트1857
은하쌍용아파트에 내린 저는 길을 건너 중앙공원,미리내마을 버스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원미동 가는 013-1번 마을버스를 타기 위함이었는데, 마침 어플로 살펴보니 이게 부천시청 인근에서 경로가 좀 변경되어 있었는데, 지금 온 김에 이걸 해결하기로 했던 겁니다.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남다보니 미리내마을까지 천천히 걷게 되었고(몇백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죠) 오후 7시 10분이 되어서야 나타난 버스에 승차했는데, 중앙공원을 한바퀴 돌고 부천시청 뒤편으로 오니 기사아저씨께서 주차브레이크까지 당겨버리네요.
그래서 저는 "아 이건 여기에서 시간을 맞췄다 가는구나" 직감하게 되었고, 기사아저씨께 화장실 갔다가 다시 온다고 말씀드리고 얼른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의외로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 들어가는 입구가 달라서 본의아니게 지하2층 주차장 탐험까지 해가며 조금 헤매긴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화장실을 다녀오니 오후 7시 26분에 버스는 출발합니다.
[서경운수 013-1번][환승]
중앙공원,미리내마을 1910 - 경기국제통상고 1912 - 부천시청,중앙공원 1914도착, 1926출발 - 신중동역1번출구 1934 - 원미고교 1937 - 부천동주민센터,조마루사거리 1938 - 북교사거리 1941 - 축협원미지점 1945
013-1번의 변경된 회차구간도 해결하고 원미동으로 들어온 저는 축협원미지점에 하차합니다. 56번을 탔다가 52번으로 소사역으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56번을 그대로 타고 있어도 소사역은 갈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심곡천변의 단독구간을 못 가보게 됩니다. 물론 다 지나가본 길들이긴 했지만 이런 곳에 오면 귀갓길도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은 본능(?)이란 게 있었고, 56번을 타면서 1450원이 새로 찍히기 때문에 그냥 곧이곧대로 갈 수만은 없는 일이었지요(기왕 돈 쓰는 거면, 어느정도 재미는 뽑아야 ㅎㅎ).
그런데 축협원미지점에 내려서 버스도착 안내기를 보니, 생전 처음 보는 버스번호가 출력되고 있었습니다. BEST01번이 잠시후 도착이라는 내용이었는데, 10년 남짓의 제 시승경험들을 모두 통틀어봐도 정말 처음 보는 번호였죠. 당연히 이런 버스는 올 리가 없었고 실제로도 오지 않았지만, 전광판 오류 치고는 참 신박했습니다. ㅋㅋ
[부일교통 56번][1450]
축협원미지점 1952 - 조마루삼거리 1953 - 원미어울마당 1955 - 조마루사거리 1956 - 원미고교 1957
[부일교통 52번][환승]
꿈마을,연화마을 2007 - 부천보건소 2010 - 대성병원,심곡천사거리 2014 - 소사역,부천성모병원입구 2020
아무튼 오후 7시 52분에 도착한 56번을 타고 가다가 원미고교에서 하차 후, 약간의 도보를 이용하여 꿈마을,연화마을 정류장에서 52번을 탄 저는(원미고 바로 앞으로는 52번이 안오기 때문이었죠) 오래간만에 지나가보는 심곡천변 도로를 지나 소사역으로 가게 됩니다. 밤이 되니 심곡천변 산책로가 더 멋지게 변해 있었는데, 여자친구와 같이 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가 소사역을 오후 8시 20분 딱 맞춰 도착하는 바람에 서해선 열차를 20분 기다리는 상황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여유있게 슬슬 걸어서 서해선 승강장으로 이동하여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제게 20분의 여유가 생긴 거니까요. ㅋㅋ
비록 출장을 마치고 이루어진 간단한(?) 시승이었지만 앓던 이를 빼는 그런 기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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