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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0년~2021년

2021년 10월 9일 - 가을에 떠나는 일당백의 원산도 여행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7.

저는 수원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무르익는 시점이라 황금빛 들판도 보이는데, 이런 가을에 열차 여행이라니 과연 제게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요.

 

 

▲ 수원역에서 만난 무궁화호. 지금 타러 갑니다. ㅋㅋ

 

 

이번에 가는 장소는 다름아닌 원산도.

원산도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에 있는 섬이며, 태안 안면도와 원산안면대교로 이어져 있어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데, 보령해저터널도 올해 연말에 개통을 앞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 섬에는 마을버스가 운행중이었는데,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하루 3번 오가는 여객선과 연계하여 다닌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미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찾아볼 수 있는 정보지만 원산도마을버스는 점촌을 출발하여 선촌을 들렀다가 초전으로 가는데, 중간에 오봉해변과 저두, 진고지를 추가로 들르는 식으로 운행하고 있었죠. 

 

그런 가운데 석준형이 얼마 전 자동차를 통해 원산도를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이쪽 길이 완전 개쩔어서 마을버스를 타보러 갈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에 저도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노선을 보니 오봉해변과 저두, 진고지라는 추가 경유지가 문제였습니다. 그냥 아무 때나 가서 무턱대고 타면 실패로 돌아갈 것은 안 봐도 야동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민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되었죠. 하지만 결국 상식은 통한다는 건 진리인지라 석준형이 기똥찬 계획을 내놓게 되었는데, 우리는 적당한 때를 노려 원산도로 들어가보기로 의기투합하고 때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적당한 때가 찾아왔고, 오늘 거사를 치르게 되었죠.

 

석준형은 전날 태안으로 내려가서 숙박을 했었기에 저는 저대로 원산도 선촌항을 가야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원산도를 가려면 안면도부터 가야 했는데, 오늘이 한글날 연휴라 교통 체증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며, 난관을 뚫고 안면도터미널에 도착해도 선촌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마저 여의치가 못했습니다. 영목에 아무리 빨리 가도 오후 12시를 넘기게 생겼으니 원산안면대교를 걸어서 넘어가는 경우의 수까지도 생각해야 하더군요. -ㅅ-;;;

 

여러 고민 끝에 저는 장항선 무궁화호를 이용해 대천으로 간 다음, 대천항에서 오후 12시 40분에 출항하는 원산,효자도행 배를 타고 원산도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기상상황이 변수지만 다행히 오늘은 날씨에 이상이 없었으며, 배를 타나 안면도로 가나 선촌에 가는 시간이 별 차이가 없다보니 배를 타는 걸 선택한 겁니다. 그런데 대천역에서 대천항까지 거리를 보니 버스로 30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열차시간마저 참 냐잉한 데가 있었죠. 수원역을 오전 7시 57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면 대천에 너무 일찍 도착(오전 10시)하는데, 그 다음 열차가 2시간 뒤에 있다보니 그 열차를 탔다간 결국 배를 놓치게 되었던 겁니다. 참 좆같았지만 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수원역을 오전 7시 57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택하게 되었고, 무궁화호 열차 안에 있게 되었습니다.

 

 

[무궁화호(용산~익산)][9200]
수원 0757 - 천안 0839도착, 0843 출발 - 아산 0848 - 온양온천 0857 - 도고온천(통과) 0910 - 신례원 0913 - 예산 0919 - 삽교(통과) 0927 - 화양(통과) 0931 - 홍성 0934 - 신성(통과) 0939 - 광천 0946 - 청소(통과) 0956 - 주포(통과) 0959 - 대천 1004

 

 

▲ 열차가 예산으로 달리는 동안 찍어본 황금빛 들녘.

 

▲ 이 도로로도 노선버스가 다닐 것 같은데, 버스로 저 도로를 지나가게 되는 날이 올 것만 같더군요. ㅋㅋ

 

▲ 4호차 객실. 카페객차였던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물론 현재는 입석 승객들의 안식처일 뿐. -ㅅ-;;

 

▲ 드디어 도착한 대천역. 역 주변은 정말 썰렁했습니다.

 

 

홍성~광천 구간을 제외하면 전부 직선화가 완료되어 있어 열차가 제법 빠르게 달리더군요. 그럼에도 물리적인 거리는 어쩔 수가 없는지 대천역까지는 2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렸으며 내리고 보니 오전 10시 4분이었습니다. 대천항에서 원산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후 12시 40분에 있는 상황이라 시간이 너무나 남는 상황입니다.

 

 

[도보]
대천역 1004 - 봉덕1리회관,고들머리 1036

 

그래서 저는 대천역을 나와 길을 걷는데, 시내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처음 와보는 동네라 방향을 잘못 잡고 헤매는 거 아니냐구요? 원산도 배 시간까지 시간도 많이 남는데, 보령 버스도 한 개쯤은 타 줘야죠. ㅋㅋ

 

이리하여 오늘의 첫 타겟이자 난생 처음으로 타보는 보령시내버스 노선은 제석리와 삼현리를 경유하는 소송리 노선(404-1)입니다. 다른 노선들을 타보고도 싶었지만, 오늘 우리의 원대한 계획을 생각한다면 제게 허락된 유일한 노선이었죠. 이 노선은 순환이었기에 봉덕리로 슬쩍 걸어들어가서 타고 나오기로 하는데, 확실히 지방은 지방인지 시내를 벗어나니 길 주변으로 아무것도 없더군요.

 

 

▲ 고들머리 버스정류장. 원래는 좀 더 가서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여기에서 타게 되었습니다. -ㅅ-;;

 

▲ 보령시 버스정류장은 저 모양의 표지판을 쓰더군요.

 

▲ 봉덕1리 마을회관.

 

 

봉덕1리 마을회관을 지나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데, 저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시간상 봉산 정류장 가기 전에 적당한 곳에서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정류장 표지판이 세워진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겁니다. 제가 멀리서 보고 피한 것이므로 할머니는 저를 볼 틈이 없었고, 저는 결국 아까 고들머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오전 10시 45분쯤 되면 버스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과연 10시 47분이 되자마자 버스가 오더군요. ㅋㅋ 

 

 

▲ 실시간 도착정보는 안 나오지만, 때 되면 버스는 온다는 상식은 어디든 통하더군요. ㅋㅋ

 

 

[대천여객 404-1번(구 대천역~봉덕,제석,삼현~소송,남포)][1500]  ※ 구 대천역 1040 출발
봉덕1리회관,고들머리 1047 - 봉산 1050 - 제석1리,대야마을회관 1051 - 제석2리,원제마을회관 1055 - 삼현1리,삼상마을 1059 - 상곡조잠마을 1101 - 소송리,대야마을 1104 - 소송리 마을회관 1107도착, 1109출발 - 옥서리월촌마을 1112 - 남포 1113 - 보령종합운동장 1115 - 보령시보건소 1116 - 대천4동주민센터 1118 - 명문당사거리 1121 - 구 대천역 1123

 

다만 벌써부터 번호를 900번으로 바꿔놓은 건 정말 아쉬웠습니다. 보령에서의 900번은 시내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로 쓰는 번호이기 때문에, 시내로 되돌아가는 방향이면 어디서 출발했든 죄다 900번이었던 겁니다. -ㅅ-;;;;

 

카드를 대보니 1500원이 나가는데, 보령시내버스도 천안시내버스처럼 현금은 1600원, 카드는 1500원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산이나 공주 버스도 저 요금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천안만 요금이 비싸다고 말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던 것이죠. 도내 지자체별로 요금인상 시기의 차이가 생길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다 같은 요금으로 대동단결되는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어 온 역사가 있는데 말입니다.

 

버스는 봉덕1리를 지나 직진을 하더니, 봉산 정류장을 끼고 바로 우회전을 하여 언덕을 넘어갑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아 지도를 보며 위치 파악을 해야 했는데, 봉산을 지나니 금방 제석리더군요. 제석리도 도로 개선 공사를 했었는지 왕복2차로 길이 계속 나와서, 그러려니 하던 차에 제석2리로 넘어가니 1차로 길이 저를 반겨줍니다. ㅋㅋ

 

 

▲ 봉산 버스정류장. 여기서 바로 우회전을 하더군요.

 

▲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제석1리 마을회관.

 

▲ 이제는 가을이라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충청남도에서도 황금빛 들판을 보게 되니 말입니다. ㅋㅋ

 

▲ 제석2리로 넘어가는 1차로. ㅋㅋ

 

 

제석리를 나온 버스는 삼현리를 들러주는데, 이곳도 1차로 길이 나왔습니다. 아까 봉덕리에서부터 버스가 가는 걸 보니 의외로 1차로 길이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도 왕복2차로 도로가 훨씬 많이 보였지만, 그래도 역시 충청도는 충청도인가 봅니다. ㅋㅋ

 

 

▲ 삼현리의 1차로.

 

▲ 같은 시골이라도 경기도에서는 마을 구판장 등등의 슈퍼를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슈퍼를 보게 되니 대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ㅋㅋ

 

 

삼현리를 지나니 금방 소송리가 나왔는데, 이 버스가 소송리에서 시간을 맞추는지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몇 분 정차하다가 가더군요. 그래봤자 2분 정차였고 타는 사람은 없었던 탓에 버스는 다시 앞으로 달리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느리게 가던 버스가 소송리를 지나고부터는 좀 빨리 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탈 때 버스가 생각보다 느리게 가길래 뭔가 이상하다 했었는데, 그러면 그렇죠. ㅋㅋㅋ

 

 

▲ 소송리로 가는 1차로 길. 정확히는 1.8차로 정도 되어 보이지만요. -ㅅ- ㅋ

 

▲ 소송리 마을회관.

 

▲ 소송리 마을회관 버스정류장. 보령시의 버스정류장 지붕 모양은 파도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소송리를 출발한 버스는 곧 남포저수지를 지나 남포면 소재지를 찍고 바로 시내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쪽은 나름 야트막한 고갯길이 있더군요. 남포면 소재지 들어오자마자 바로 버스가 좌회전을 한 탓에 구경은 제대로 못했지만, 면소재지 동네의 크기는 꽤 작은 듯 했습니다.

 

 

▲ 남포에서 만난, 보령댐 가는 버스. 저것도 탈 날이 올 것입니다. ㅋㅋ

 

 

승객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제법 태운 상태로 시내 방향으로 올라가는 버스였지만, 이상하게도 시내 어귀에서 거의 1/3 가까이 내려버려서 시내까지 타고 들어온 사람은 저를 포함하여 5명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내로 들어오니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들어보니 뭔가 좀 깨는(...) 목소리 및 빠르기였습니다. TTS 같은데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라 매니아들이 이거 들으면 특이하게 생각하겠다 싶었는데, 과연 나중에 유튜브를 확인해보니 "어딘가 억울해보이는 버스 안내방송" 이라는 제목으로 이 보령시내버스 안내방송이 올라와 있더군요. 제 예상이 맞았던 것이죠. -ㅅ- ㅋㅋ

 

메디컬센터를 지나 다리를 건너니 보령시의 옛날 도심 지역인 듯한 곳이 나왔고 명문당사거리를 지나 금방 구 대천역 버스종점에 도착하여 하차하게 됩니다. 시내구간은 중간에 끊어도 상관없었지만 보령시는 오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끝까지 타게 된 것이죠. 

 

 

▲ 보령시내 정류장 중 하나인 명문당사거리.

 

▲ 보령시내버스들의 출발지인 구 대천역 버스정류장.

 

▲ 하루 2회였던 제석, 삼현경유 이주마을행 버스. 삼현리 슈퍼에서 우회전하는 노선이었더군요. -ㅅ- ㅋ

 

 

구 대천역에 내리고보니 오전 11시 23분.

대천항으로 가는 100번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45분에 차가 있어 이걸 타야 했는데(다음 차 타면 안정적이지 못할 것 같아서;;), 오늘의 계획 상 지금 점심을 먹지 못하면 저녁식사 때까지 식사를 못하게 되겠더군요. 그런데 이 미친 정책 하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편의점도 멀리 가야 있는지 보이지 않았죠. 결국 저는 맞은편에 있던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햄버거를 포장한 다음, 그걸 바깥에서 먹는 것으로 점심을 해결하게 됩니다.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은근슬쩍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이 멋모르고 찍어대지만, 사실 QR코드는 감시를 위해 들어온 것이므로(그는 이미 힌트를 줬습니다. 중국은 큰 봉우리, 우리는 작은 봉우리라는 말로 말이죠) 협조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겁니다. 아닌 것 같나요? 그렇게 정신 못차리는 사이에 야금야금 먹혀 들어가는 겁니다. 세상에 좋은 게 있다면 자기부터 먼저 쓰고 남한테는 안 알려줄 텐데 이걸 공짜로 제공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데?

 

급히 햄버거를 먹고 나니 그새 버스 시간이 다 되었는지 대천항 가는 100번이 들어와 있었고, 저는 얼른 환승을 받으며 버스에 오르게 됩니다. 지방에서는 무료환승 제도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과 달리 몇 km를 가든 추가요금은 전혀 없다는 점이 정말 부러운 부분이었죠. 상호 환승할인을 실시하는 지자체가 아니라면 옆동네 시내버스로 갈아타는 순간 환승할인은 날아가며, 시계외요금도 아직까지 대부분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ㅋㅋ

 

 

[대천여객 100번(구 대천역~대천항)][환승]
구 대천역 1144 - 수청사거리 1148 - 보령터미널(회차) 1153 - 대천역 1156 - 대천여상앞 1159 - 대천산업단지 1202 - 요암1동 1203 - 후동입구 1204 - 흑포삼거리 1206 - 시민탑광장 1209 - 만남의광장 1211 - 분수광장 1213 - 대천해수욕장경영사업소 1214 - 대천항연안여객터미널 1217 - 뉴항구마트 1219 - 대천항종점 1220

 

버스 안에는 10명 가량의 사람들이 이미 타고 있었고, 버스는 11시 44분이 되자 바로 롯데리아를 끼고 좌회전을 하여 본격적으로 대천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한 블럭 옆 도로로 지나가는지 명문당사거리를 다시 지나가지는 않았고, 이번에는 메디컬센터를 지나 우회전을 하더군요. 터미널까지는 9분이 소요되었는데, 터미널 안을 들어갔다가 나왔고 대천역도 들러주었습니다.

 

 

▲ 그럭저럭 평범한 모습이던 대천터미널.

 

 

대천역을 지난 버스는 남서쪽으로 쭉 뻗은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고, 중간에 한두 명 내리는 걸 빼면 버스가 멈출 일이 없다보니 대천역을 떠난 지 15분 남짓만에 시민탑광장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호텔 및 아파트 등등이 정말 많이 보였는데, 알고보니 여기가 대천해수욕장이어서 그랬더군요. 대천항 가는 100번은 10~20분 간격으로 지방 중소도시 시내버스 치고는 엄청나게 많이 다니고 있었는데, 그게 왜 그런지 의문도 풀리는 순간입니다. ㅋㅋ

 

 

▲ 대천해수욕장 앞 도로. 호텔이나 콘도 등 숙박시설이 참 많이도 보였습니다.

 

▲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대천해수욕장의 모습. 우한 폐렴만 아니었으면 엄청 떠들썩했을 듯 -ㅅ- ㅋ

 

 

대천해수욕장을 지나니 곧 보령해저터널로 들어가는 입구를 보게 되었고(완공되면 대천여객이 원산도에도 버스를 넣을 것이 예상되었죠. 대천여객이 가야 하는 게 맞기도 하니까요 ㅎㅎ) 곧 대천항이 나왔는데, 횟집도 있고 제법 큰 포구가 형성되어 있더군요. 수도권 저리가라할 정도의 큰 규모였는데, 버스는 연안여객터미널을 먼저 들른 후 뉴항구마트를 찍은 다음 대천항으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내리게 되었고(종점이더군요), 이제는 배 시간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연안여객터미널을 향해 몸을 움직여 봅니다. 가면서 버스가 움직였던 경로를 살펴보니 네이버 지도에 나온 경로가 정확하더군요. 

 

 

▲ 바로 출발하는 버스.

 

▲ (2장 모두) 떠들썩했던 대천항의 모습.

 

▲ 대천항 연안여객터미널

 

▲ 대천항 여객선 시간표. 역시 오후 12시 40분에 배가 있더군요.

 

 

예상대로 연안여객터미널 건물 안에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과연 표를 끊을 수는 있을까 싶었지만 다들 몇 명이서 몰려서 온 탓에 빠지기도 금방 빠지므로 시간 내에 표를 끊을 수는 있었습니다. 선촌까지 요금은 5400원이었고, 배 출발시간이 임박한지라 서둘러 타는 곳으로 가보니 배가 대기중이더군요.

 

 

▲ 신한해운 대천항~원산도(저두,선촌),효자도 카페리.

 

▲ 계속 차들이 들어오는 중이었습니다. 차들은 후진해서 배로 들어가야 하더군요.

 

 

배를 보니 월미도~영종도 카페리보다는 약간 작았는데, 차들이 후진을 하여 배로 들어가는 겁니다. 왜 위험하고 불편한 방법으로 배에 들어가나 봤더니 이 배는 배 내부에 회차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구조더군요. 이 때문에 배가 출발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고, 제 시간보다 5분 늦은 오후 12시 45분에 출항을 하게 됩니다. 월미도~영종도 카페리는 배 내부에 반환점이 있는 구조라, 자동차가 앞으로 전진해서 배에 들어가도 반환점을 돌면 회차가 되기 때문에 이용하기 편하던데, 이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산도와 효자도가 이 일대에서는 나름 유명한 섬이긴 해도,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가는 곳인 정도이며 주민들이 많이 사는 것도 아니니 큰 배를 투입시키기는 어렵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신한해운 대천항~저두,선촌,효자도][5400]
대천항 1245 출발 - 저두선착장 1305 - 선촌선착장 1323

 

아무튼 이제는 원산도에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였고, 이 여객선이 운항하는 걸 동영상으로도 촬영해 보기로 했죠. 이제 2달 후에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선촌과 저두 둘 중 하나는 배가 안 가게 될텐데(저두가 기항지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죠), 효자도를 가지 않는 이상 이 배를 탈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었던 겁니다.

 

 

▲ 대천항~저두~선촌 구간 운항영상.

 

 

[원산도마을버스][무료]
선촌선착장 1326 - 점촌회관 1333 - 원의교차로 1334 - 초전항(회차) 1345 - 오봉입구 1349


선촌에 내리니 오후 1시 23분.

선착장을 나오니 바로 석준형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로서 "오우 혁님~! 섬에서 만나요~!" 를 시전 성공한 거구먼요. ㅋㅋ

우리는 매표소 바로 근처에 서있던 카운티에 승차했고, 오후 1시 26분에 버스는 바로 초전항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첫 경유지는 점촌 마을회관이었는데, 여기 들어가는 길에 1차로가 있더군요.

 

 

▲ 점촌으로 가는 길. 초장부터 1차로가 등장합니다. ㅋㅋ

 

▲ 점촌마을회관 정류장.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만 나오지 않을 뿐, 정류장은 설치되어 있더군요.

 

▲ 점촌 마을회관. 여기가 노선도에 있던 점촌이라는 곳이었죠.

 

 

점촌을 나온 버스는 우리의 예상대로 진고지는 당연하다는 듯 들어가지 않았고, 초전항 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방문객이 증가할 것을 대비했는지 도로들이 대부분 왕복2차로였는데, 특히 원산안면대교로 이어지는 길은 왕복4차로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타면서 오봉해변을 간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버스는 그쪽으로 가질 않고 바로 초전항으로 가버리네요. -ㅅ-;;

 

 

▲ (2장 모두) 오봉해변 입구에 있던 진말마을.

 

 

돌아가면서는 들르겠지 하고 계속 앉아 있는데, 초전항으로 가는 도로는 확장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여기도 쩌는 1차로였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이미 타보았던 분들이라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죠.

 

 

▲ 초전항으로 들어가는 길. 확장공사로 인해 비포장이 생긴 상태였죠.

 

▲ 초전항 종점.

 

 

초전항에 도착하니 버스가 회차를 하는데, 우리가 안 내리고 있자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묻더군요. 오봉해변이라고 대답했더니 거기는 노선이 없어져 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럴거면 처음에 이야기를 해주지 ㅜㅜ 그래도 기사아저씨께서 우리에게 미안했는지 그 이후로는 별 말씀은 않으셨고, 다시 선촌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를 오봉해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내려주며 저 길로 걸어들어가면 된다고 알려주고 떠나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진말마을회관 바로 근처에 내리게 되었죠.

 

 

▲ 오봉해변으로 가는 길에 만난 이정표.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오봉해변을 안 보고 갈 수는 없는 일. 우리는 걸어서 오봉해변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렇게 도착한 오봉해변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절경이었습니다. 분명 서해안인데 동해안의 어느 해수욕장에 온 것처럼 넓게 탁 트인 느낌이 나는 겁니다. 물 색깔도 완전 푸른색이기까지 했습니다. 키아 ㅋㅋㅋㅋ

 

 

▲ (5장 모두) 동해안 같은 상쾌한 느낌이 나던 원산도 오봉해변.

 

 

가게에서 음료수 하나씩 사먹으며 구경을 하는데 오봉해변이 이 근방에선 유명한 곳인지, 놀러온 사람들이 꽤 보이더군요. 우리도 텐트만 있으면 텐트 치고 쉬다가 갈까 싶었을 정도니(아니면 캔맥주 하나 땡기든가 ㅋㅋ) 정말 둘이서만 보기가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비록 버스로 오봉해변을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와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늘 원산도는 이거 하나로도 다 갔다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더군요. ㅋㅋ

 

 

[도보]
오봉해변 1425 - 초전항 1510

 

답답한 거 다 털어내도 다 받아줄 만한 오봉해변에서 좀 쉬던 우리는 오후 2시 25분에 초전항을 향해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다니기 때문에 버스 시간표를 기준으로 시간을 맞춘다는 기존 방식에서 진화된 개념이 필요했지만 이미 그걸 알고 판단을 하게 된 우리였으니까요. ㅋㅋ

 

그리하여 오봉해변에서 초전항으로 다시 걸어서 이동하는데, 이번에는 아까 왔던 길이 아닌 오로산 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초전항으로 가는 도로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쪽은 오로산 때문에 언덕길이었는데, 이 언덕길 정상에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옛날 MBC 드라마 중, <그대 그리고 나> 의 배경처럼, 동해안 어촌마을들이 떠오를 정도였으니 ㅋㅋ

 

 

▲ 동해안 어촌마을 같은 느낌도 나던 진말마을. ㅋㅋ

 

▲ 초전항 가는 길에 보는 바다의 모습. 저 사진 가운데 지점쯤에 초전항 버스종점이 있을 겁니다. ㅋㅋ

 

 

마침 친척 중에 저 동해안 어촌마을이 고향인 분이 있다보니 어렸을 때 동해안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맑고 탁 트여있는 느낌에 푸른빛 바닷물까지 정말 바다의 모습만큼은 대박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까 오봉해변도 그렇고 언덕에서 바라본 진말마을도 그렇고, 사실 서해안이었지만 동해안의 느낌이 나는 것은 참 신기하더군요. ㅋㅋ 

 

석준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바다를 참 좋아하는지라,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멋진 추억 그리고 볼거리를 만들어두게 되었고 오후 3시 7분에 드디어 초전항 버스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버스가 언제 오는지 기다림의 시간이 남았죠.

 

 

▲ 다시 도착한 초전항 종점.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만 안 나올 뿐, 정류장은 세워져 있습니다.

 

▲ 원산도는 섬이었지만, 여기 정류장 모양을 보면 보령시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ㅅ- ㅋ

 

▲ 원산도 마을버스는 2, 4주 목요일에는 운행을 않습니다.

 

 

하지만 아까 오봉해변에서 나오면서 또 한번 터뜨려주신 석준형의 뜬금포 개그에 우리는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때마침 종점 안쪽에 슈퍼는 물론 카페까지 있어 목마름도 해결할 수 있었죠. 우리는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시게 되었지만, 이렇게 외진 곳에까지 카페가 생긴 걸 보면 여기도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음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원산안면대교 개통을 기점으로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가, 2달 후에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고 나면 정말 상전벽해의 변화가 진행될 것만 같더군요.

그런데 어느덧 오후 4시가 지나고 4시 10분이 다 되어가는데, 이놈의 버스가 나타나질 않더군요. 오늘은 정말 천고마비의 계절임을 실감나게 할 정도로 맑고 쾌청한 날씨였기 때문에, 대천항에서 오후 4시에 출항하는 막배도 분명히 운항을 할텐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지금 버스가 오지 않는다면 원산도를 나가는 것은 물론, 귀갓길까지 모두 엄청나게 머리아파지기 때문에 우리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죠. 만약 버스가 오지 않는다면 원의교차로까지 3.5km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가야만 했는데, 그래야 선촌항에서 오후 5시 40분에 출발하는 안면도행 군내버스를 사수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이 군내버스는 원산도에서 태안군 쪽으로 나가는 막차이기도 했지만, 원산도를 나가는 최종 막차이기도 했기 때문에 무조건 타야만 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 10분을 넘어도 버스가 나타나질 않으니, 우리는 오후 4시 15분쯤 행동을 개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류장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 멀리서 버스가 오더군요. 

 

 

▲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마을버스. ㅋㅋ

 


[원산도마을버스][무료]
초전항(회차) 1615 - 사창마을 1621 - 원산2리,구치마을 1621 - 원의교차로 1623 - 점촌회관 1626 - 선촌 1629

 

막 정류장을 떠나려던 찰나에 버스가 왔기에 망정이지, 우리가 행동이 좀더 빨랐든 버스가 더 늦었든 둘 중 하나가 되었다면 분명히 걸어가다가 버스를 만나버렸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할 일이었지만, 그게 정말 현실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죠. 그런데 문제는 버스가 이번에도 저두를 들어가지 않더군요. 우리의 원산도 버스 시승 날짜를 언제로 할지 정하는 것까지 영향을 주었을 정도로 저두 들어가는 길이 진짜 개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키포인트였는데...;;;  결국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아까 버스로 왔었던 길 그대로 달려 선촌에 다시 내려야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원산도 마을버스 시승 성적표 자체는 좋지 못했습니다. 오봉해변은 걸어서 가게 되었고 저두와 진고지는 가지 못했으므로, 결국 점촌~선촌~진말~초전이라는 본선 구간만 건진 거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원산도 자체가 아름다운 섬이었기에, 버스 타는 목적도 물론 있었긴 했지만 기왕 섬에 들어온 김에 구경도 해야지 않겠습니까? 친한 사람과 함께 구경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오봉해변이 정말 동해안 바다처럼 멋졌다는 것만으로도 문제점은 상쇄되는 겁니다.

 

또한, 원산도 마을버스 자체의 변화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했습니다. 이제 2달 후면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어 원산도가 보령시 본토와도 연결이 될 텐데, 이것은 대천여객이 원산도로 가는 노선버스를 운행하게 될 거라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대천항 가는 노선의 일부가 해저터널을 이용하여 원산도로 들어올 것이고 선촌은 무조건 경유할 텐데, 물론 당장은 이 대천여객 버스가 선촌 외에 저두나 초전까지도 다 들어가줄 지 알 수는 없습니다(당장은 안 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곳들도 다 들어가게 될 텐데, 그러면 원산도 마을버스는 굳이 존치해야 할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실패는 추후 다시 한번 원산도를 찾아가면 만회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죠. 저두의 정말 개쩌는 1차로는 날아가 있겠지만

 

 

▲ 원산도 마을버스 운행경로. (선촌~점촌~진말~초전항)

 


선촌에 내리니 오후 4시 29분.

때마침 대천항에서 출항했던 막배가 들어올 시간이라 선착장에는 사람들과 차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막배를 타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 선착장에 있을 필요는 없었고, 막배가 들어오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게 되었죠.

 

 

▲ 선촌항으로 들어오는 원산도,효자도행 여객선. 오늘의 막배입니다.

 

 

이제는 안면도를 거쳐 귀갓길에 올라야만 했는데, 여기서 태안 쪽으로 나가는 차는 오후 5시 40분에 있었습니다. 이 차가 태안 쪽으로 가는 막차인 것은 물론, 원산도를 나갈 수 있는 대중교통편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이었기에 이 버스를 무조건 타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었는데, 선촌항 주변을 뒤져보던 우리는 원산도 명가라는 식당으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하필 이곳의 브레이크타임이 오후 5시까지였기 때문에, 우리는 손가락 빨며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ㅅ-;;

 

고민 끝에 결국 이 가게를 택하게 된 우리는, 사장님께서 아주 적극적으로 추천한 메뉴인 갑오징어+낙지볶음을 주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여태까지 먹었던 오징어, 그리고 낙지볶음들을 몽땅 뛰어넘는 역대급이더군요. 우리는 "우와 쩐다~!"를 연발하며 정말 맛있게 먹게 되었고, 다음에 여기 오면 또 먹어보자고까지 하게 되었죠. ㅋㅋ

 

 

▲ 정말 역대급이었던 갑오징어 + 낙지볶음. 진짜 사기 캐릭터 급이었습니다. 와;;;

 

▲ 정말 대박 맛집이었던 원산도명가. 사장님 엄지 척이랑께요. ㅋㅋㅋㅋ

 

 

진짜 역대급이었던 낙지볶음을 먹고 다시 선착장 쪽으로 나가보니, 우리가 타게 될 태안여객 버스가 정차해 있었습니다. 선촌항을 나가는 오늘의 막차였지만, 이 막차에 한해 주어지는 혜택이 막강했기에 귀가용으로는 안성맞춤이었죠. 태안군내버스는 선촌항에 하루 4번 들어가는데 1~3회차는 고남(영목)에서 선촌항만을 오간다는 문제점이 있으나(실상은 영목에 도착하면 노선번호 바꿔서 다시 제 갈길 갈 것 같지만 -ㅅ-;;), 막차는 안면도터미널까지 연장 운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안면도로 돌아갈 때 누동리를 들르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두게 되는 거지요. 오우~ 혁님~! ㅋㅋ

 

 

▲ 원산도에 들어온 태안군내버스. LED와의 교감도 매우 잘 되어 매우 마음에 듭니다. ㅋㅋ

 

 

[태안여객 524번(안면도터미널~(누동),고남,가경주,영목~선촌항)][1600]  ※ 2분 연발, 누동2,3리경유
선촌 1742 출발 - 광명초입구 1745 - 원의교차로 1746 - 선촌교차로 1748 - 고남2리 1751 - 영목항(회차) 1752 - 고남6리,탄개 1754 - 가경주 1755 - 고남1리,농협 1757 - 감나무골 1759 - 누동2리회관 1801 - 누동1리 1803 - 누동3리 1804 - 대야입구 1805 - 누동삼거리 1806 - 장곡4리,지포저수지 1807 - 중장1리 1810 - 조개산 1813 - 승언3리,딴뚝 1815 - 승언1리회관 1816 - 안면도터미널 1818

 

이윽고 오후 5시 42분이 되자 버스는 출발하였고, 아까 마을버스가 가던 길 그대로(단, 점촌은 경유하지 않았죠) 달려 원의교차로로 나오더니 그곳에서 넓직하게 잘 닦인 왕복4차로 도로를 쭉 달립니다. 선촌항을 떠난 지 겨우 5분 남짓 지났는데 벌써 원산안면대교를 건너더군요. ㄷㄷ;;

 

 

▲ 원산안면대교를 건너며 바라본 바다의 모습. 마지막까지 끝내줍니다. ㅋㅋ

 

▲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 이제 보령해저터널까지 개통된다면, 보령에서 태안을 이 길로 갈 수가 있게 되는 거지요. ㅋㅋ

 

▲ 안면도 최남단 동네인 고남2리(영목).

 

 

정말 장관이었던 원산안면대교를 건넌 버스는 다리 건너편 쪽의 건물들이 빽빽하게 서있던 동네 쪽으로 우회전을 하더니 어느 공터에서 회차하는데, 여기가 영목이라고 하더군요. 안면도에서도 최남단인데다, 바다로 막혀 있기에 가보려면 매우 큰 희생이 필요한 동네인 영목이었지만, 태안군답지 않게 동네 규모가 컸습니다. 물론 그 위치상 영목은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동네겠구나 싶었지만, 안면도터미널에서 영목행 버스가 이래서 자주 있는 거구나 하게 되더군요. ㄷㄷ;;

 

 

▲ (2장 모두) 영목 버스종점.

 

 

영목을 떠난 버스는 안면도터미널을 향해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안면도터미널에서 영목으로 내려오는 이 길은 이미 예상을 했었지만, 왕복2차로인데다 길이 좋지가 못한 편이더군요. 생각외로 커브들이 곳곳에 많다보니, 버스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리기만 하는데도 안면도터미널까지의 거리가 정말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영목이 정말 먼 곳이라는 게 실감나는데, 고남초등학교를 지난 버스가 그동안 잘 달려온 길을 버리고 우회전을 하더군요. 누동리를 경유하기 때문이었습니다.

 

 

▲ 이곳도 황금빛 들판이 나오더군요. ㅋㅋ (촬영지 - 충청남도 태안군 고남면 고남1리 감나무골마을)

 

▲ 이쪽은 고남1리와 바로 이웃해 있는, 누동2리였습니다. 여기서도 황금빛 들판을 볼 수 있었죠.

 

 

누동리는 전부 왕복2차로였고 이곳에도 곳곳에 야산들이 널려있어 도로사정은 그대로였습니다만, 대야도로 들어가는 길을 체크할 수 있었다는 또다른 소득을 거두게 되었죠. 저 멀리 뻗어있는 대야도 가는 길을 보니, 누가 미친 태안 아니랄까봐 쩌는 길들이 있을 것만 같더군요. ㅋㅋ

 

누동삼거리에서 다시 원래 도로로 합류한 버스는 12분만인 오후 6시 18분에 안면도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려온 경로를 지도로 조회해 보니 정말 후덜덜했죠. 누동삼거리에서 안면도터미널도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이걸 12분만에 가니... 정말 괜히 영목이 태안에서도 가는 데 오래걸리는 동네 중 하나가 아니다 싶더군요. 휴;;;

 

이제 태안으로 가는 좌석버스가 오후 6시 40분에 있었는데, 문제는 인천행 버스가 오후 7시 20분에 있는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안면도터미널에서 태안터미널까지 40분 안에 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기에, 저는 오후 7시 30분에 있는 센트럴시티행 버스를 석준형과 함께 타고 간다는 보험을 가입해두게 되었죠. 어쨌든 오후 6시 40분 전에는 이곳을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시간표도 구경하고 주차되어 있는 버스들도 구경하게 됩니다. 

 

 

▲ 안면읍, 고남면 마을들로 가는 관문인 안면도터미널.

 

▲ 누가 안면도 아니랄까봐 제법 동네가 크더군요.

 

▲ 이 당시의 안면도에서 태안으로 가는 좌석버스, 그리고 원산도 선촌항으로 가는 군내버스 시간표. 이곳에서 0700, 0855, 1250에 있는 버스를 타면, 영목에서 번호 변경하여 원산도로 들어갈 것 같더군요. ㅋㅋ

 

▲ 이 당시의 안면도터미널 군내버스 시간표. 안면읍과 고남면에 있는 마을들로 가는 노선들이 적혀 있더군요.

 

▲ 출발 대기중이던 군내버스. 시간대를 고려하면, 어떤 동네의 오늘 막차로서 운행하게 될 듯...

 

▲ 우리가 타게 될 태안행 좌석버스. 정차 정류장이 정해져 있는 급행 노선입니다. (정류장은 네이버 지도 참고)

 

 

그런데 그 중 한 대를 보니 도색이 특이하더군요. 저는 차종이 어쨌네 도색이 어쨌네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인데, 이 도색만큼은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색 작업 과정이 좀 복잡하고 힘들겠지만 지역 농산물 홍보는 물론, "태안은 이러이러한 농산물들이 나오는 청정 지역입니다" 라는 것도 은연중에 어필할 수 있으니 눈에는 보이지 않을 무형의 효과도 꽤나 클 것 같더군요. 당장 저부터도 기억을 하듯이 ㅋㅋ

 

 

▲ (2장 모두)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던 태안군내버스의 도색. ㅋㅋ

 

 

이윽고 오후 6시 40분이 다 되어가자 좌석버스에 시동이 걸렸고, 버스는 오후 6시 40분에 터미널을 출발하여 태안터미널을 향해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래 소요시간에 적힌 정류장들만 정차하는 탓에 대박 빨랐습니다.



[태안여객 태안~안면(좌석)][2650]
안면도터미널 1840 - 승언1리,읍사무소 1840 - 창기리 1850 - 연륙교 1853 - 남면,파출소 1903 - 남문리 1915 - 태안터미널 1919

 

다만 읍내로 들어오면서 신호가 많아지는 등의 문제로 결국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7시 19분이더군요. 이 정도면 인천행 버스가 출발 직전인 상황이라 뒤도 안 돌아보고 먼저 버스표를 끊으려 하는데(석준형은 버스를 잡으러 승차장으로 갔고), 매표창구에 있던 사람이 무슨 일인지 정말 자리를 비키지 않아서 미치겠더군요. 결국 시간은 오후 7시 20분을 넘어 버렸고 승차장에 갔던 석준형이 돌아왔는데, 인천 가는 버스가 교통체증 때문에 아직 여길 못 왔다고 합니다. 엥??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앞사람과 이야기 중이던 매표원도 그런 말을 하더군요. 인천 가는 버스가 교통체증 때문에 아직 여길 오지 못했다고 말이죠. 결국 계속 매표원과 이야기를 하던 앞사람도 인천 가려던 사람이었던 거임? 서두르는 게 의미가 없어져버려서 긴장이 풀렸지만, 저는 결국 석준형과 함께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센트럴시티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화장실을 들렀다가 버스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 인천행 버스가 여기에 도착하지 않은 것은 맞는데, 도착 후 오후 8시 30분에 인천으로 다시 출발할 거라는 사실 때문이었죠. -ㅅ-;;;

 


[충남고속 센트럴시티~태안][9800]
태안터미널 1930 출발 - 일람교차로(무정차) 1949 - 서산IC(무정차) 1959 - 서평택JC(무정차) 2050 - 동탄JC(무정차) 2110 - 죽전휴게소 2135도착, 2150출발 - 반포IC(무정차) 2208 - 센트럴시티 2214

 

오후 7시 30분이 되자 충남고속 센트럴시티행 버스는 태안터미널을 출발하였고, 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서산IC로 이동 후 고속도로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번 기사아저씨께서는 초장부터 대화 금지를 줄창 방송하며 조금만 소리가 들려도 예민하게 반응하시더군요. 이러다가 승객과 싸움 붙을 것 같은데...-ㅅ-;;; 결국 예상대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차를 멈추고 승객과 말싸움을 하다가 잠잠해지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번 운행 전에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추측만을 해볼 뿐이었죠.

 

그런데 서해대교에서 교통체증이 좀 있었던 건 물론(물론 낮보다는 완화된 상태였지만), 경부고속도로에서도 길이 밀리는 바람에 버스가 죽전휴게소에서 휴식을 하고 가게 되었고 센트럴시티에 내리니 오후 10시 14분이었죠. 집까지 또 어떻게 가나 하는 문제는 남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원산도에서 무사히 돌아오는 데 성공한 겁니다. ㅋㅋ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고 나서 원산도의 버스편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지만(석준형과 함께 예상해봤던 게 얼추 맞긴 했더군요 -ㅅ-;;), 정말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기억에 남을 멋진 하루였습니다. 원산도는 아는 사람들이 적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가보게 될 유명한 섬이었으니 말이죠. 또한, 나중에 남는 것은 추억과 사진, 그리고 시승기뿐인데 이렇게 멋진 오늘의 작품을 소재로 시승기를 써볼 수도 있게 된 것도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