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우한 폐렴으로 명절 풍속도가 바뀌는 것에서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고, 작년만큼은 아니었지만 올해도 썰렁한 추석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휴는 지나가고 있었고, 연휴 막바지에 이르러 집에서 쉬기만 하는 것도 심심했던 저는 여주 노선을 잡으며 상품으로 넘어와 건업리를 잡고, 곤지암으로 간다는 큰 그림을 그려보게 되어 일을 저질러 버리기로 합니다. 곤지암은 전 노선을 다 타본 지가 오래인 동네였지만 건업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노선이 생겨버렸으며. 이걸 타려니 생각외로 시간낭비가 심한 편이라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죠. ㅋㅋ
이번에는 집에서 느지막이 나왔기 때문에 2000원의 요금 압박을 느끼며 여주에 도착하니 오후 1시 27분이었습니다만, 지갑을 보니 현금이 없어 편의점을 들러야 하더군요. 그런데 여주역에는 역사 내의 스토리웨이 말고는 편의점이라는 게 없는 상황. 짤없이 시내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저는 오후 1시 35분에 출발하는 양동 행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하루 2번뿐인 고달(양동에서 여주로 올 때도 고달을 들르는 시간이 있기는 합니다. 이것도 하루 2번뿐이죠) 경유였는데, 오래간만에 고달이나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더군요.
[대원고속 988-3번(여주~북내,고달~양동역)][환승]
여주역 1335 출발 - 여주중교 1341 - 세종여주병원 1342 - 하동 1343 - 축협세종지점 1347
하지만 오늘의 큰 그림을 위해 저는 여주시내에서 얌전히 내리기로 하는데, 이 버스가 하동을 지나더니 갑자기 우회전을 하여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벨을 눌렀더니 금방 문이 열리길래 내려보니 축협세종지점 버스정류장이었습니다.
여주시내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고 갸우뚱하게 되었는데, 가만보니 이곳도 2009년에 이미 와봤던 장소더군요.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어 찍어봤었고(북내면 방향 시간표더군요), 그 사진이 아직도 제 컴퓨터 안에 있었던 게 생각났던 겁니다. 양평군내버스와 북내면 노선들만 여기를 들르는 탓에 가본지가 오래된 곳이라 기억이 안 났는데 정말 우연찮게 다시 기억을 되찾게 되네요. 나원참 ㅋㅋ
하여간 저는 편의점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고, 다행히 시민회관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이 있어 돈도 뽑고 점심으로 먹을 요깃거리도 구입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타게 되는 율극1리 버스는 오후 2시에 여주역을 출발할 것이고, 시민회관에 오면 2시 10분 언저리가 될 것이기에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이번 차가 막차이니 무조건 타야 했지만요.
슬슬 시민회관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리니 이윽고 오후 2시 9분에 962번 행선판을 단 버스가 와서 승차합니다.
[대원고속 962번(여주~능서,흥천,귀백~율극1리)][환승] ※ 여주역 1400 출발
시민회관 1409 - 하동 1414 - 세종여주병원 1415 - 세종대왕릉입구 1418 - 효릉(회차) 1419 - 세종대왕릉(회차) 1422 - 능서 1430 - 세종대왕릉역(회차) 1433 - 신근리삼거리 1438 - 신근2리입구 1440 - 흥천중교 1442 - 흥천,효지1리 1444 - 흥천농협RPC 1445 - 귀백리입구 1446 - 뱅골,귀백사거리 1448 - 율극1리종점 1451
누가 흥천 경유하는 노선 아니랄까봐 이번에도 능서 쪽으로 가는데, 영릉과 효릉을 모두 들르더군요. 이곳도 벌써 세 번째는 가는 것 같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세종대왕면 시내를 들른 버스는 세종대왕릉역을 찍고 나와 본격적으로 흥천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번 버스는 신근3리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냥 평범하게 흥천으로 올라가는 경로였죠.
오후 2시 44분에 흥천중학교를 찍은 버스는 흥천시내에서 귀백리 쪽으로 바로 우회전을 해 버리는데, 뒤이어 나타난 귀백리 마을회관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버스가 적은 동네로 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죠. 그럴 만도 한 것이, 이쪽 구간은 율극1리로 가는 것과 상품으로 가는 것 이렇게 2개 운행계통만이 간다고 보면 틀림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바깥에 바람이 불고 있는지 길가의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가을이라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ㅎㅎ
버스 안에는 저밖에 없었고 귀백사거리를 지나니 곧 율극1리 입구가 나오게 되었죠. 버스는 여기서 우회전을 하여 율극1리로 들어가주는데, 오우 종점까지 이 짤막한 1차로 길이 꽤 쩌는 겁니다. 의외로 짧고 굵은 데가 있더군요. ㅋㅋ
율극1리 종점에 도착하니 오후 2시 51분.
회차를 마치고 저를 내려준 버스는 가만히 서 있더군요. 여기에서 오후 3시 정각에 출발하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문제는 제가 타고 온 이 버스가 이곳 율극1리 종점의 최종 막차라는 것. 율극1리를 오는 다음 버스는 오후 8시 50분에 상백2리를 출발하여 여주보를 경유하여 여주로 가는 노선(963-1)이지만, 율극1리를 입구만 경유할 뿐 굳이 1차로 길을 달려 이곳으로 들어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 무지막지한 운행횟수 탓에 생각보다 가기 힘든 이 율극1리를 이렇게 들어와볼 수 있어 정말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게 되었죠.
[도보]
율극1리종점 1451 - 율극2리입구 1500 - 신근3리 1506
버스에서 내리니 가을바람이 불어서 정말 시원했습니다. 이제는 상품행 버스(140)가 여주역을 출발하여 시내를 돌고 있을 테지만, 저는 율극1리에서 2리로 걸어가면 되기 때문에 종점에 서있는 버스를 뒤로하고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했죠. 버스 시간도 충분하겠다 시원한 바람까지 부니 정말 걷는 맛이 나더군요.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슬슬 걸어 율극2리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정각. 버스는 율극2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야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쪽으로 들어가는 길을 보니 이게 웬걸, 1차로 쩌는 길이더군요. 하지만 막상 버스가 오려면 시간이 아직도 20분은 남았기 때문에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가서 타기도 좀 애매한 상황이었죠.
결국 저는 어차피 버스 시간도 남겠다, 한 정류장 더 내려간 신근3리에서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플로 버스 위치를 조회하니 신근3리에는 오후 3시 23분에 도착할 각이더군요. 율극1리에서 내린 시간이 오후 2시 51분이었기 때문에, 만약 신근3리에 버스가 정말 오후 3시 23분에 도착한다면 정말 1분 남기고 환승할인을 받게 생겼던 겁니다. 어차피 이따 또 현금 내고 타야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카드 찍고 싶었는데 시간 한번 참 얄궂더군요. -ㅅ-;;;
여주방향 정류장을 보니 시간표가 붙어 있었는데, 시간표가 안 붙어있는 경우가 더 많은 시골 버스정류장이라 정말 반가움마저 느껴지더군요. 호텔의 별이 0.5개는 더 늘어나는 그런 느낌? ㅋㅋ
시간표를 살펴보니 딱 하나의 오류를 제외하면 모두 맞았는데, 그 딱 하나의 오류가 좀 결정적이어서 문제더군요. 140번 막차는 상품에서 오후 8시에 출발하여 여주로 가는데, 이 막차가 여주 방향으로 갈 때는 이곳 신근3리를 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여주 나가는 막차는 오후 9시 1분이 아닌, 오후 5시 21분차인 것이죠.
만약 이 막차를 놓쳤다면 상품쪽으로 올라가는 140번 막차(여주역 오후 6시 40분 출발)가 이곳을 오후 7시 10분에서 15분 사이에는 지나갈 텐데, 일단 그걸 타고 흥천으로 나왔다가 여주 가는 다른 버스로 환승하든가, 아니면 신근2리로 도보하여 버스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140번 막차를 타고 흥천에 내릴 경우, 여주 가는 차를 환승할인 받으며 탈 수는 있다는 걸(이포에서 오후 7시 10분에 출발하는 차가 있으니)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뿐이죠. ㅋㅋ
제가 정류장에 앉아 있으면서 보내는 시간 1분 1초가 지나갈 때마다 상품 가는 버스도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플로 버스 위치를 확인하니 이번에도 머피의 법칙에 제대로 걸리게 생겼더군요. 꼭 보면 빨리 가야 할땐 버스가 늦게 가고 늦게 갔으면 하는 때에는 빨리 가버리는데, 이번 버스 역시 신호에 별로 걸리지 않았는지 너무 순조롭게 달려오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진짜로 오후 3시 23분에 버스가 와버리고 말았는데, 1분만이라도 좀 늦게 와주지 -ㅅ-;;;
[대원고속 140번(여주역~세종초교,터미널,시청,하동,영릉입구,능서,세종대왕릉역,신근3리,율극2리,흥천,상백리,복대1리,문장리,이포→금사리,하호리,상호리→상품→주록리,도곡리→이포 이하 역순)][1800, 현금] ※ 여주역 1450 출발
신근3리 1523 - 율극2리 1524 - 흥천,효지1리 1528 - 뱅골,귀백사거리 1533 - 상백1리 1535 - 상백2리 1536 - 복대사거리 1538 - 복대1리마을회관앞 1539 - 문장2리,문장초교 1542 - 궁리입구 1546 - 이포약국 1549 - 외평리여울목 1553 - 금사리입구 1555 - 하호리,소유리입구 1556 - 하호분교 1557 - 상호리종점 1601 - 상품농협 1608
그렇다고 버스를 안 탈 수도 없고 정말 미칠 노릇이었지만, 어쨌든 버스에 오르자마자 2000원을 돈통에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디 가냐는 기사아저씨의 질문이 들어와서 이건 또 뭔가 했지만, 상품 간다고 대답했더니 기사아저씨께서 별다른 말없이 200원을 거슬러 주시더군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저는 중간쯤 있는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율극1리 때문에 이렇게 하게 되었지만, 버스시간이 너무 잘 맞는 것도 마냥 좋은 게 아니더군요. -ㅅ-;; ㅋㅋ
버스는 제가 걸어왔던 길을 따라 다시 율극2리로 진입하는데, 과연 버스가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줍니다. 생각보다 쩌는 마을길에 속으로 오우~ 혁님~! 대박! 을 외치게 되었죠. ㅋㅋㅋㅋ
율극2리를 나온 버스는 곧 흥천에 진입하였고, 아까 율극1리 버스와 똑같은 경로로 귀백사거리를 가더니 상백리 쪽으로 좌회전을 하게 되었죠. 상백리는 남한강변에 있어 풍경이 참 끝내주는 곳인데 여기도 결국 이렇게 지나가보게 됩니다. ㅎㅎ
상백2리를 지나니 안내방송에 복대사거리가 나오는데, 이 버스가 그대로 직진을 하여 복대사거리를 통과하더군요. 그랬더니 어딘가 낯익은 길이 나오는데, 알고보니 이천~계신리 노선(23-5)을 탔었을 때 지나갔던 그 길입니다. 10년하고 반도 더 지난 과거였지만 이 계신리 노선도 정말 쩌는 1차로를 보여주시는지라 이렇게도 기억이 나게 되네요. ㅋㅋ
문장리를 나온 버스는 곧 이포를 향해 이동하게 되었고, 오후 3시 49분에 이포약국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포까지 오는 동안 승객들이 하나씩 둘씩 내려서, 이포를 지나니 승객이라고는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20대 초반 젊은이, 그리고 저밖에 없더군요.
이포 시내를 지나면 곧 도로 오른쪽에 남한강의 모습이 카페트 깔리듯 쫙 펼쳐지는데, 이포대교와 이포보가 장관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대로 힐링을 하고 가게 됩니다. ㅎㅎ
남한강 진짜 멋있었는데 막상 사진으로 남기려니 가로수가 곳곳에 많아서 쉽지가 않더군요. 그나마 남긴 사진들도 막상 보면 성에 차는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버스로는 지나가기 힘든 곳을 버스로 가보면서 찍은 것들이니 이 점은 양해를 부탁드리는 부분입니다. 혼자 보기에는 또 아까운 그런 게 있다보니 더더욱 그랬죠.
그런데 갑자기 맨 앞자리의 그 20대 초반같아 보이던 남자 승객이 기사아저씨와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 소리가 나서 앞을 봤더니 과연 그 승객이 기사아저씨와 이야기 중이었는데, 아까까지 가만히 있더만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맨 뒷자리에 앉아 아무 상관없다는 듯 경치 구경도 하면서 들리는 대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용이 이런 것 같았습니다.
기사아저씨 - 어디 가요?
승객 - 상품 가는데, 여행차 한번 타봤어요.
기사아저씨 - 여행이요? 아니 여기 뭐 볼 게 있다고 와요?
승객 - ....
여행 차 왔다고 말하는 그분을 보니 뭔가 특유의 그 느낌이 나더군요. 매니아 느낌이 말이죠. 제 시승기들 때문에 이런 오지노선을 타보게 된 건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데 이걸 여행 차 탔다고 먼저 말하면 어떻게 하나... -ㅅ-;;
여행 이야기는 먼저 꺼내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데 보는 제가 다 냐잉하더군요. 그래도 저로서는 기사아저씨나 그 매니아나 양쪽 다 이해는 갔기에, 그 매니아 본인도 나름대로 공부가 됐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 매니아 입장에선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정말로 그렇지 않다면 하는 수 없는 거구요. 사실 버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비주류 장르인게 현실인데, 오지노선 여행은 그보다 훨씬 더한데다 난도도 높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가져보게 된 생각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아무튼 버스는 오래간만에 소유리입구와 하호리를 지나 상호리로 향했고, 곧 생각보다 험한 고개를 넘어 상품으로 골인하게 됩니다. 상호리에서 상품 가는 길은 지나보지 못했었는데 오늘 이걸 탄 덕택에 해결이 되었죠. 정말 고민을 꽤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해결이 되니 기분이 좋더군요. ㅎㅎ
이 버스의 종점은 상품농협이었기 때문에 저는 바로 버스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매니아는 보나마나 저 차 다시 타고 여주로 되돌아갈 것이 뻔할 뻔자일테고, 곤지암행 버스는 오후 4시 25분쯤 여기를 올 것이기 때문에(양평~상품이 25분이죠) 대략 15분 가량 시간이 남더군요. 그래서 버스로 와보기 어려운 편에 속하는 이곳 상품 시내를 간단히 돌아보고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리하여 돌아보게 된 상품 시내는 생각보다 큰 편이더군요. 하루에 있는 버스들 몽땅 합쳐도 20회를 넘을까말까할 정도로 버스가 적은 여주시 북서쪽 끝 산동네라고 무시했는데 그게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체육공원까지 크게 조성이 잘 되어 있었는데 거기서 노는 사람들도 소수 보였죠. 산골짜기 동네인데다 버스도 적어서 그렇지, 자연 환경만큼은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곤지암행 버스가 20분 이내로 오기 때문에 농협으로 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참 아쉬울 따름이었죠.
이곳은 버스 시간에 맞춰 어플을 켜면 위치 조회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치 조회가 절대 불가능한 특징이 있습니다. 운행중일 때는 당연히 운행중이니까 위치가 뜨겠지만, 다음 차가 1시간 30분 정도 뒤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버스가 한 번 지나가면 다음 도착예정 버스는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었죠. 아까 지나간 양평행 버스도 그렇고 이번에 탈 곤지암행 버스도 마찬가지인 현실에서, 때마침 건업리 경유 곤지암행 버스를 별로 안 기다리고 타게 된 것도 참 복이더군요. 곤지암~양평 노선이 건업리 경유 버전과 삼합리 경유 버전이 따로 있으며 삼합리 경유가 좀더 많다보니(이건 하루 5번 운행했던 수원~양평 직행버스가, 건업리를 경유한 영향이 크죠), 건업리 경유 노선은 4시간 가까이 벌어지는 때도 나왔던 겁니다.
이윽고 곤지암행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고, 저는 이번에도 현금을 내며 승차했습니다(아까 여주 차에서 봤던 매니아는 예상대로 보이지 않더군요). 지금까지 계속 카드로 승차했으면 이번 버스 역시 환승은 받을 수 있었겠지만, 역시 이번에도 넓게 보아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현금을 낸 것이죠. 건업리를 간다고 하니 1700원을 내라고 한 점은 어이가 없었기는 했지만, 부르는 게 값이기도 하고 경기도는 기껏 내봤자 몇 백원 차이라 그냥 돈통에 돈 넣었습니다.
[경기고속 946번(곤지암~건업,상품~양평)][1700, 현금] ※ 양평터미널 1600 출발
상품농협 1627 - 상품삼거리 1628 - 건업리 1632
상품을 나온 버스는 주록리 가는 길과 갈라져서 곤지암 쪽으로 직진하여 건업리 고개를 넘는데, 그동안 가본 고갯길들에 비하면 언덕 수준이었지만 나름대로 경사 변화가 길게 이어지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곳은 자동차로 지나가본 적이 있었지만, 버스로 지나가보는 이번이 처음이기도 했죠. 곤지암~양평 노선 자체는 몇 번 탔었지만 죄다 삼합리 경유가 걸렸었던 겁니다. -ㅅ- ㅋ
고개의 내리막이 끝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제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조금 써가며 벨을 누르게 됩니다. 긴장을 놓는 순간 도보 거리가 확 늘어나기도 하지만, 잘못 눌러서 엉뚱한 정류장에 서게 되면 기사아저씨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였으니 말입니다. 겨우 건업리에 내려보니 정류장에 친절하게 시간표가 붙어 있어 사진으로도 박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전에 지나갔었을 땐 슈퍼조차 보이지 않았던 이 동네에 편의점까지 있다는 거였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참 무섭더군요.
곤지암에서 건업리 마을회관을 오가는 노선이 새로 개통된 덕택에 건업리는 직행버스가 다니던 시절보다 더욱 버스가 많아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가게 하나 안 보이던 동네에 편의점까지 떡 하니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겁니다.
[도보]
건업리 1632 - 건업리마을회관 1639
이제는 건업리 마을회관으로 걸어들어가서,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곤지암으로 나오는 일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을회관까지 먼 거리가 아니다보니 버스 출발시간에 맞춰 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봤던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까먹고 출발해도 충분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ㅋㅋ
하지만 곤지암을 출발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던 버스가 저보다 무조건 종점에 먼저 도착할 것 역시 뻔했기 때문에, 저는 버스 가는 길을 버리고 뒤쪽 길을 통해 마을회관을 향해 이동하게 되었죠. 그래도 거리는 큰 차이가 나지 않다보니 걸어간 지 10분도 안 되어 마을회관을 보게 됩니다.
예상대로 버스가 저보다 먼저 마을회관에 도착해 있더군요. 오후 5시에 나가는 버스라 20분이나 시간이 남으니 왕복도 가능할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왕복할 이유는 정말 찾아볼 수 없는 노선이기에 아무 의미는 없지만 말이죠. ㅋㅋ
그 틈에 저는 버스를 피해 공터를 멀리 돌아서 마을회관 주변을 한번 구경해 보고 오기로 합니다. 마을회관 앞 공터가 대단히 넓어서 버스정류장도 회관에서 약간 떨어져 있을 지경이었는데, 정류장 쪽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마을회관 벽에 아까 큰길가에서 봤던 것과 같은 내용의 버스 시간표도 붙어 있더군요. 그런데 이곳은 이장님께서 마을에 꽤 신경을 많이 쓰는지, 운동기구는 물론 정자, 그리고 마을 잔치를 위한 시설까지 정말 매우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도시의 공원에서나 보던 운동기구를 광주시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마을들 중 하나인 이곳 건업리에서 보게 된 것도 그렇고, 이장님께서 큰일을 했을 것이 틀림없어보이더군요. 덕분에 버스 타러 와보게 된 외부인인 저도 마을에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되었고, 이장님 이하 주민들에게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ㅋㅋ
정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저는 버스시간이 다 되어 기사아저씨께서 버스에 오르는 걸 바라보다 버스에 승차하는데, 이번에는 카드를 이용해 요금을 내게 됩니다. 카드는 율극1리에서 찍은 이후 2시간 동안 봉인했었기 때문에 1450원이 나갈 수밖에는 없어 완전 범죄가 되었죠. 위기가 발생할 뻔했던 순간들을 잘 넘어간 것은 물론, 다시 곤지암 졸업장을 되찾아오게 되니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ㅋㅋ
[경기고속 36-13번(곤지암~만선리~건업리마을회관)][1450]
건업리마을회관 1700출발 - 건업리 1701 - 소죽골,동곤지암IC 1702 - 만선삼거리 1705 - 연곡리 1707 - 곤지암읍사무소 1714 - 곤지암역,예계교 1714 - 곤지암터미널 1716
오후 5시에 출발한 버스는 제가 걸어왔던 길 반대쪽 도로를 통해 마을 바깥으로 나가는데 이쪽은 왕복2차로로 확장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살짝 1차로가 남아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는 꺾였지만, 그래도 결국 이렇게 타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값진 거였죠.
아까 상품에서 탔던 버스에서 내린 정류장을 지나고부터는 왕복2차로 길로 쭉 만선리도 지나 곤지암을 향해 가게 됩니다. 이곳 노선들을 탔던 게 10년도 넘은 일이었는데 길들이 기억나는 것도 참 신기했죠. 그런데 이 버스가 가는 걸 보니 곤지암에는 오후 5시 20분도 안 되어 도착할 각인데, 때마침 용인으로 가는 버스가 오후 5시 30분에 있다는 게 생각이 나더군요. 원래는 곤지암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갈 계획이었던지라 참 갈등이 되었으나, 오래간만에 와본 거 용인으로 가는 95번을 한번 타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도척과 추곡리도 지나가보는 것은 물론, 정수리 고개도 땡겼던 겁니다. ㅋㅋ
그래서 저는 곤지암역에서 내리지 않고 터미널까지 그냥 쭉 타고 가게 되었고, 오래간만에 버스들 그리고 시간표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5시 24분이 되자 드디어 용인 가는 95번이 모습을 드러냈죠. 이 노선은 제 시간보다 늦게 곤지암에 도착하는 일이 많은데 오늘은 웬일인지 제법 일찍 왔더군요.
[경남여객 95-1번(용인터미널~운동장송담대역,덕영고교,단사마을,임원,(↔예원마을코아루아파트),주북3리,한터초교,대대저수지,정수리,추곡리입구,유정1리,도척초교,상림3,2리,상림교,도궁초교,궁평리~곤지암터미널)][환승]
곤지암터미널 1725도착, 1730출발 - 도척면사무소 1745 - 추곡리입구 1753 - 주북3리 1805 - 운동장,송담대역 1815
이 95번은 용인터미널에서 정수리 고개를 넘어 추곡리 안쪽 종점까지 운행하는 노선인데, 이 시간에 딱 한 번 곤지암까지 연장 운행하는 특징이 있었죠. 하지만 추곡리 종점에는 곤지암 버스도 들어오는데, 이 곤지암~추곡리 노선이 오지노선 치고는 운행횟수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시간만 잘 맞추면 환승할인까지 받아가며 이동할 수 있으므로 시승 우선순위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곤지암에서 95번을 탄 덕분에 여주에서 용인까지 재미있게 이동해버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95번을 타는 건 계획에 없었지만 말입니다. ㅋㅋ
이번에는 동영상을 통해 이 노선의 운행장면을 남기게 됩니다. 경전철을 타야 했기 때문에 용인터미널까지 가지는 못하고 운동장,송담대역에서 영상을 끊어야 했지만요. -ㅅ- ㅋ
곤지암까지 연장 운행하는 95번은 오늘 시승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맛좋은 디저트가 되어주었고, 운동장, 송담대역에서 내린 저는(왜 저 사진속 출구는 계단밖에 없는지 ㅜㅜ) 경전철을 이용하여 기흥역으로 갔다가 수인분당선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오늘이 명절 연휴였는데도 수인분당선, 그리고 집으로 가는 버스까지 전부 별로 안 기다리고 타게 되니 마지막까지도 참 대박이었습니다. 건업리에서부터 집까지 가는 데 내리 환승할인을 받아가면서 가게 되니 5회 환승이 참 대단하고 좋은 제도이며, 이런 제도를 만들어낸 김문수 지사 외 모든 관계자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면서 말이죠. 이러니 제가 5회 환승의 매력을 포기할 수가 없는 겁니다.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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