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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8년~2019년

2018년 1월 5일 - 효율로 승부하게 된 성북구 마을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8.

2018년 새해가 밝아오고 닷새가 지난 오늘, 본인은 오래간만에 흥안님을 보기로 하고 공릉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오늘은 버갤레이서님도 함께 만나기로 했고, 제가 도착하고 얼마 뒤 강남에서 3100번을 타고 온 버갤레이서님과도 접선을 하게 됩니다.

 

 

▲ 집에서 먼 곳이지만 이런저런 추억이 있는 공릉역입니다.

 

 

흥안님네 동네를 가게 되면 늘상 가게 되는 감자탕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회포도 풀다가 우리는 사전에 짠 계획에 따라, 그레이스로 운행하다 스타렉스로 교체된 마을버스로 알려져 있는 성북05번을 타기 위해 정릉2동주민센터를 향해 이동합니다.

 

공릉에서 정릉2동 주민센터는 참 이동하기가 애매하긴 했지만 태릉입구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하여 고려대역으로 이동한 다음 1213번을 타고 정릉2동 주민센터로 이동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고 정릉2동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오후 4시 10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를 타려고보니, 식사결행에 걸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아니 벌써 저녁식사를 하는건가;;; 결국 오후 5시까지는 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강제로 1시간 가까이 짱박혀야 되었고, 우리는 때마침 길 건너에 있던 이디야커피에 들어가서 시간을 떼우게 되었죠. 나 이거야 원...

 

 

▲ 정릉2동 주민센터의 성북05번 정류장.

 

▲ 버스는 있었지만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니 그림의 떡이군요. ㅎㅎㅎ;;

 

 

오후 5시가 되어가자 우리는 다시 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하여 성북05번에 승차합니다. 비록 차량은 스타렉스였지만 화성에서 탔던 스타렉스 노선버스들과 마찬가지로 카드 단말기와 돈통까지 있을 건 다 있더군요.

 

우리 외에 2명을 더 태운 버스는 오후 5시가 되자 곧바로 출발합니다. 가는 길이 워낙 좁고 경사도 심한데다 노선길이도 짧아 승합차로 운행한다는데, 도대체 가는 길이 뭐 어떻길래 그런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죠. 정릉2동 주민센터를 출발하자마자 바로 골목길로 꺾어 들어간 버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골목길을 가나 했는데, 과연 길의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 오우~ 혁님~!!! 할 정도가 되더군요. 정수빌라 종점에는 달랑 6분만에 도착하긴 했지만, 이 노선이 없다면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가 좀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진여객 성북05번]

정릉2동주민센터 1700 - 중앙하이츠정문 1704 - 정수빌라1706

 

 

▲ 압박스런 경사의 골목길. 쩌네요;;

 

▲ 정수빌라 종점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바로 회차해서 떠나는 버스.

 

▲ 정수빌라의 모습. 지어진 지 꽤 오래된 듯 했습니다.

 

▲ 다시 걸어내려가면서도 경사를 실감합니다. ㅋㅋ

 

 

[도보]

정수빌라1706 - 정릉역1723

 

 

성북05번을 타보니 이게 승합차로 다니는 이유는 차량 교행 문제도 물론이지만 수요 문제가 제일 커서 그런 것이더군요. 하지만 노선이 없으면 바깥으로 왔다갔다하기가 불편해질 만큼 길의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교통복지 목적으로 운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버스 타고 올라갔다가 걸어내려가는 걸로 코스 계획을 했기 때문에 큰 힘 들이지 않고 성북05번을 탈 수 있었지만, 이 길을 올라가야 하는 주민들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수빌라에서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성북22번을 탈 수는 있었지만 버스가 오려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해서 그렇게 하지는 않기로 하고, 다시 버스가 왔던 길을 따라 슬슬 걸어내려간 다음 전철을 이용해 한성대입구역으로 이동합니다. 이로서 우이신설선을 저도 처음 타보게 되는데 ㅎㅎ 저번 부산 4호선도 그러더만 이 친구도 가속도가 너무 좋아서 문제더군요. 그리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려니 웬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하질 않나... 뭔가 환승 동선이 이상했다는 후문이 있네요. -ㅅ-;;

 

 

 

[우이신설선, 4호선]

정릉역 1726 - 성신여대입구역 1728도착 1733환승 - 한성대입구역 1735

 

 

우리가 한성대입구역으로 온 이유는 성북02번을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도로 보니 이 노선이 북한산 쪽으로 성북동 거의 길 끝까지 올라가길래 택한 것이었는데 다행히 아직 오후 7시가 되지 않은 덕분에 아까 성북05번과는 달리, 타는 데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죠. 2021년 9월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이 당시에는 성북02번이 오후 7시 이후에는 우리옛돌박물관까지 전부 가지 않고 중간회차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에 있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니 금방 버스가 와서 승차, 우리옛돌박물관 종점까지 갑니다. ㅋㅋ

 

이 버스는 쌍다리 쪽으로 가다가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고등학교에서부터 다른 노선들과 갈라져 버리더군요. 그러면서 펼쳐지는 것은 아름다운 오르막 골목길. 종점까지 왕복2차로긴 했지만 북악슈퍼를 지나니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을 정도로 민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오후 5시 46분에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하였고 우리가 내리자마자 바로 출발해 버리더군요. 

 

 

[성삼운수 성북02번]

삼선교,성북문화원,한성대입구역6번출구 1739 - 홍익대부속중고교입구 1742 - 길상사 1745 - 우리옛돌박물관,정법사 1746

 

 

▲ 우리옛돌박물관 버스종점. 누가 산동네 마을버스 아니랄까봐 성북02번도 재미있었습니다. ㅋㅋ

 

 

이제 우리는 서울다원학교로 가기 위해 도보를 하게 되었고, 성북동 산골짜기 골목길을 걷는데 길가에 보이는 집들을 보니 여기가 부촌이 맞긴 하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보이는 집들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회장님이나 사장님이 사는 단독주택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비록 길에 차는 없었지만, 검은 차가 우리 앞에 집 현관에 갑자기 서더니 도어맨들이 나와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이러는 거 아닐까 싶더군요.

 

 

▲ 서울다원학교로 걸어가는 길. 역시 부촌은 부촌이군요. ㄷㄷ;;

 

▲ 성북외교관 사택 바로 앞의 만국기입니다. 여기쯤 오면 목적지는 다 왔죠.

 

 

성북02번 종점에서 서울다원학교까지 지도로 보면 꽤 걸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20분 정도면 아주 넉넉하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우리는 아주 어렵지 않게 서울다원학교 버스종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서울마을버스 시승은 이런 재미로 하는 건가 봅니다. 흥안님과 버갤레이서님도 이런 재미있는 연계 및 골목길 도보에 재미있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ㅋㅋ

 

이제 아무거나 먼저 오는 걸 타고 한성대입구역쪽으로 다시 내려가면 되는데, 1111번이 먼저 와서 승차합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버스를 타는 승객들이 속속 보였고... 이 와중에 정말 맛집 냄새가 나는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성원여객/한성운수 1111번]

서울다원학교 1808 - 쌍다리1810 - 성북초교,성북성잠박물관1811

 

 

▲ 숫자 1개로만 이뤄진 노선번호를 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ㅋㅋ

 

▲ 뭔가 맛집 냄새가 나던 성북동 돼지갈비. 알고보니 50년 넘은 기사식당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한성대입구역쪽으로 내려가다가 쌍다리를 지나자마자 벨을 눌러 성북초등학교에 하차한 다음 길을 건넜습니다. 그랬더니 성북03번이 금방 오더라구요. 역시 기분좋게 환승할인을 이어가며 바로 승차하였고, 성북동 돼지갈비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던 쌍다리기사식당 앞에서 좌회전을 하여 본격적으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성북03번 알고보니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가인 심우장 바로 앞으로 가는 버스였는데 오늘은 날이 캄캄해서 볼 수 없었고 우리는 심우장 주변을 한 바퀴 돌고 팔각정 전 정류장인 노인정에 내렸습니다. 느낌으론 꽤 많이 간 것 같은데, 막상 쌍다리에서 불과 3정류장 정도의 거리나 다름없어서 버스는 10분도 타지 않았다는 점이 함정이네요;;;

 

[성삼운수 종로03번]

성북초교,성북성잠박물관1820 - 쌍다리1821 - 양씨가게앞 - 노인정1825

 

 

 

이곳에 와보니 누가 성북동 산동네 아니랄까봐 지대가 꽤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아까 우리옛돌박물관에서 서울다원학교로 올 때 봤던 집들과 달리 부촌 느낌은 나지 않았다는 점이 신기하더군요. ㅎㅎ

 

이제 사전에 봐둔 길을 이용해서 우리는 종로08번의 종점인 명륜동3가를 향해 골목길을 헤집으며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인정~팔각정의 나머지 구간도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걸어보니 오르막길도 있고 성벽도 지나가는데 주변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정말 멋졌습니다.

 

 

▲ 노인정 버스정류장 앞. 버스는 저 방향으로만 들어옵니다.

 

▲ 떠나가는 성북03번. 노선 길이는 짧지만, 굵은 친구였습니다.

 

▲ 노인정에서 팔각정으로 내려가며. 산동네 골목길에 사는 드라마 주인공이 떠오르네요. 낮이면 트레이닝복을 입고 바깥을 나오는 모습이 ㅋㅋ

 

▲ 이제 팔각정은 안녕입니다. 그와 동시에 성북구에서 종로구로 넘어가게 되기도 하죠.

 

▲ 와룡공원 성곽을 가기 직전에 찍어본 서울의 야경. 이런 야경도 진짜 멋있네요. ㅋㅋ

 

▲ 이 성곽을 통과한 후, 계단을 내려가면 종로08번의 종점이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도보]

노인정 1825 - 명륜동3가 종점1833

 

 

정말 재미있게 도보를 하며, 이렇게도 버스 연계가 된다니 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우리. 와룡공원 성곽을 지나 숫자가 좀 많았던 계단을 내려가니 곧바로 명륜동3가 종점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달랑 8분 걷고 종로08번 명륜동3가 종점에 도착합니다. 종점에 도착하니 때마침 종로08번이 출발대기를 하고 있었고, 날씨가 추워지다보니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버스 안으로 들어갔죠.

 

 

▲ 종로08번 명륜동3가 종점.

 

▲ 때마침 출발 대기중이었던 종로08번.

 

 

아까 성북03번을 끝으로 5회 환승을 모두 찍었기 때문에 종로08번을 타니 다시 요금이 새로 찍힙니다. 이로서 기사아저씨는 우리가 저 계단 너머 심우장에서 왔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될 거란 사실에 저는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이런 게 바로 완전범죄란 거죠. ㅎㅎ

 

우리가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출발하는데, 사실 이 종로08번은 전에 탔던 적이 있었지만 성균관대학교 후문까지밖에 간 적이 없어서 이번에 마저 해결하게 되었는데 성균관대학교 후문 이후 구간이 정말 진짜였더군요. 비록 얼마 되지는 않는 거리였지만 여기도 골목길이 만만치가 않네요.

 

 

[와룡운수 종로08번]

명륜동3가 종점 1833출발 - 명륜시장,성대후문 1836 - 혜화초등학교 1840 - 혜화역4번출구 1841

 

 

▲ 명륜동3가의 언덕을 내려가는 종로08번. 언덕길이 대박입니다. 와...

 

 

다음에 탈 1162번은 성신여대입구역으로 가야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종로08번을 혜화역까지만 탄 다음 4호선을 이용하여 성신여대입구역으로 이동합니다. 버스를 10분도 안 타고, 전철도 딱 두 정류장밖에 타질 않으니 정말 뭐가 금방금방 휙휙 바뀌는 느낌이 들기는 하더군요. 그래도 오늘 우리가 탔던 노선들 중, 1111번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들은 모두 각자 임팩트가 강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오늘 구경은 잘 하고 갈 거란 생각을 해보는 저였죠. ㅎㅎ

 

[4호선]

혜화1845 - 한성대입구1847 - 성신여대입구1849

 

 

이제 날도 어두워지고, 귀가 문제도 걸리다보니 1162번 + 성북01번 조합으로 마지막까지 강력하게 불태우기로 하고, 성신여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1162번을 탑니다. 이 노선은 예전에 화랑님하고도 탄 적이 있었지만 아리랑고개 그리고 그 이후 구간이 정말 대박이라는 특징이 있죠. 때마침 지금은 오후 시간대였기 때문에 1162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508단지를 들어갔다 나오는 방향까지.... 정말 우리를 위해 준비된 버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맞았습니다. ㅋㅋ

 

 

[성원여객 1162번]

성신여대입구역 6번출구 1855 - 돈암2동주민센터입구 1856 - 돈암동일신건영휴먼빌아파트,아리랑고개 1902 - 우방아파트 1903 - [508단지입구 1904 - 508단지장터앞 - 스카이힐스 - 골드하우스 - 파크빌라앞 - 508단지장터앞 - 508단지입구] - 성북구민회관입구1911

 

※ 오전에는 성신여대입구역으로 나갈 때, 오후에는 성북구민회관으로 올라갈 때 508단지를 들르니 이용 시 참조해야 합니다. 

 

 

▲ 508단지 구간에서 승객 하차 후, 뒷문이 닫히기 전에 촬영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길만으로도 쩌는 길이라는 느낌이 오죠? ㅋㅋ

 

▲ 성북구민회관 입구 버스종점에서 찍어본 성원여객 1162번.

 

 

역시 전에 탔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아리랑고개 이후부터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하였고 508단지를 도는 동안에 손님들이 쫙 빠지더군요. 오래간만에 가보는 508단지는 길이 좁아 재미있는 것도 변함없었고, 보이지 않는 정류장이 있다는 것 또한 변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두 번째로 타는 거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그런 노선이기도 합니다. ㅋㅋ

 

성북구민회관 입구에 내린 우리는 구민회관 쪽으로 내리막길을 따라 슬슬 걸어내려갔고 거기서 성북01번을 타고 한성대입구역으로 가게 됨으로서 오늘의 시승 계획 마지막을 장식하게 됩니다. 성북01번은 동작17번, 동작18번과 마찬가지로 한진아파트 단지 내부를 누비고 다니는 노선이며 한성대입구역으로 내려오기 전 언덕길이 대박인 특징이 있는, 역시 재미있는 노선이었죠. 그리고 누가 아파트단지 통과 노선 아니랄까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이용합니다. ㅋㅋ

 

[아리랑교통 성북01번]

구민회관201동앞 1920 - 한신301동앞 - 한진204동앞 1923 - 한진207동앞 1924 - 스카이프라자앞,111동 - 한신108동앞 - 한신105동앞 - 한신103동앞 1927 - 한성대입구역 1930

 

 

아,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릴 때에는 버스가 유턴을 한번 하고 난 뒤에 내리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사실 도로가 밀렸다면 한진아파트단지를 빠져나오자마자 우회전할 때 내렸어야 했겠지만, 도로는 소통원활이었기 때문에 굳이 미리 내릴 이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흥안님은 당고개 방향 전철을, 저와 버갤레이서님은 4호선을 타고 가다가 서울역에서 버갤레이서님과 헤어지는 것으로 오늘의 시승을 마칩니다. 처음 탈 버스부터 50분이나 기다려서 타야만 했던 불행은 있었지만 성북05번, 성북02번, 성북03번, 종로08번, 1162번 그리고 성북01번까지 이 개쩌는 6개 노선들을 엑기스만 뽑아먹어 처음 불행을 만회하였고 종로08번에서는 완전 범죄까지 성공하는 등, 도시 시승이어서 회전율이 매우 좋다는 특징을 감안해도 정말 처음 실패 이후 최대한 뭔가를 해보려 했다가 나름 중박 이상의 성과를 거뒀던 시승이었네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