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의왕 마을버스를 타보고자 오래간만에 집에서 그래도 가까운 곳인 의왕으로 가게 되어 느지막이 집을 나섰습니다. 전에 석준형과 07번, 09번을 탔었고 하니 그 여세를 몰아 01번을 제외한 나머지 오지 마을버스들도 잡아낼 심산이었죠. 01번은 왜 없냐구요? 87번이랑 종점이 같기 때문에 배차간격만 길었지 타기는 정말 쉬운 노선이라 일부러 넣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타겟은 괴말에서 출발하는 오메기 행 버스였고, 저는 평촌역에서 52-1번을 타고 부곡복지회관에서 하차하여 괴말종점을 향해 걷게 되었습니다.
[4호선]
안산 1259 - 한대앞 1309 - 금정 1327 - 평촌 1332
[삼영운수 52-1번]
평촌역 1353 - 학원가사거리,먹자거리 1400 -해모로아파트,의왕초등학교 1408 - 오전초등학교 1411 - 우성고등학교 1417 - 의왕보건소,의왕경찰서 1422 - 부곡복지회관 1430
[도보]
부곡복지회관 1430 - 괴말종점 1440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사전에 포착했던 시간표와 달라진 것은 없었고 오후 2시 52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들어옵니다. 괴말은 영동고속도로 바로 옆 오지마을이었지만 역시 때 되니 버스가 오는 점은 정말 신기할 지경입니다.
[백운여객 02번]
괴말종점1452도착 1455출발 - 미주아파트1457 - 의왕역1501 - 의왕보건소1511 - 시티병원1515 - 오메기저수지종점1519
현금을 내고 버스에 승차하니 버스는 오후 2시 55분에 괴말을 출발하여 제가 걸어왔던 길 그대로 운행하였고, 제가 아까 52-1번에서 내렸던 부곡복지회관 정류장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바로 미주아파트 쪽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어차피 괴말에서 이 버스를 타고 나오는 것으로 오늘의 코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제가 부딪칠 리가 없던 문제였지만, 이곳에서는 우신버스나 보영운수 버스와 바로 연계가 되지는 않는 구조였고 미주아파트와 장미아파트에서 의왕역 나가는 손님들에 초점을 맞춰 노선이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쪽 아파트로 지나가는 길도 그리 넓지가 않아서 깨알같은 재미도 있었구요.
오후 3시 1분에 의왕역을 찍은 버스는 여기에서 손님들을 다 내려주고 의왕시청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이게 2개 노선이라 FM대로 한다면 여기서 내려야 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오메기종점까지 쭉 앉아서 갑니다. 이 노선을 완승하는 승객은 없을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야말로 뻗대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다른 먼 동네에 타봐야 할 노선들도 많은데 이 노선을 또 타보러 오기도 좀 그랬고 어차피 02번은 다른 지선노선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이번 한 번만 타면 끝이 나기 때문이었죠.
버스는 의왕보건소까지 다른 버스들과 별반 다른 거 없는 경로로 쭉 달렸고 의왕보건소부터는 여기서 인덕원역 가는 05번과 완전히 같은 경로로 운행했습니다. 그러다가 05번과 갈라지는 지점인 뒷골에 이르니, 과연 제가 예상한 그대로 오메기저수지 쪽으로 쭉 직진해서 들어가주더군요. ㅎㅎ
※ 이 당시에는 백운밸리 아파트단지가 없었고, 2021년 9월 현재의 05-1번이 운행중인 인덕원역~백운호수~의왕시청 구간을 05번이 운행했습니다.
길은 왕복2차로로 되어 있어 특별한 게 있지는 않았고 버스는 고속도로 다리 바로 밑... 뒷골에서도 정말 얼마 가지 않아서 금방 종점이라면서 멈춰서긴 했지만, 이렇게 의왕마을버스 하나를 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매냐들에게 있어 마을버스는 버스도 아니라지만 -ㅅ-;;; 타기 어려운 노선도 아니니, 저 말고도 시승기로 올리는 분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도보]
오메기저수지종점 1532 - 뒷골 1537
어플로 05번이 오는 걸 봐가며 오메기마을 종점을 간단히 구경한 저는 05번 시간에 맞춰 뒷골 정류장으로 슬슬 걸어나왔습니다. 버스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덕택에 정말 동네 슈퍼 가는 수준이었고, 금방 나타나준 05번에 카드를 찍고 승차하여 인덕원역을 향해 갑니다. 05번이 의왕에서는 유일하다시피한 왕복2차로 고갯길을 넘어주는 버스라 가끔씩 타곤 했었는데 이걸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그것도 뒷골 주민마냥 말이죠. ㅋㅋ
저는 05번에 오르자마자 어플을 켜고 6-1번의 위치조회부터 했습니다. 열심히 어플을 봐야 하는 때가 찾아왔기 때문인데, 6번과 6-1번 모두 시간표를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이저님의 힘을 빌려보려고도 했지만 카이저님의 시간표도 시일이 꽤 지나버려서 현재도 이대로 다닌다고 보장할 수도 없었구요. -ㅅ-;;
6번은 학현삼거리, 6-1번은 새터마을까지 운행하는데, 6번은 30분 간격이었지만 6-1번은 거의 1시간에 1번 있다고 보면 되는 수준인데다(1대로만 다니는 듯 -ㅅ-;;), 두 노선의 종점 위치상 6-1번을 먼저 타는 것이 제게는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천만 다행히도 6-1번의 위치를 보니까 인덕원역에 도착하기 직전이네요. 이렇게 되면 05번을 타고 가는 도중 6-1번은 인덕원역을 회차하여 다시 새터마을 쪽으로 움직일 것이므로, 끊어타기 스킬 한번만 써주면 6-1번을 타는 건 일도 아니게 되기 때문에 저는 기쁨의 올레를 외치지 않을수가 없었죠. ㅋㅋ
[백운여객 05번]
뒷골1540 - 의일마을1543 - 청계체육시설1546 - 청계농협 1547 - 휴먼시아6단지 1550 - 덕장중학교1552
※ 2021년 9월 현재와 달리, 이 당시 05번은 백운여객에서 운행했습니다.
이리하여 저는 05번을 타고 인덕원역쪽으로 가다가 덕장중학교에 하차하였고,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니 오후 4시 10분에 드디어 제가 타려는 6-1번이 등장하였습니다. 20분 가까이 기다리기는 했지만, 시간표도 모르는 노선을 어쨌거나 승차 성공했다는 게 중요했죠.
[학의운수 6-1번]
덕장중학교 1610 - 청계농협 1613 - 청계체육시설 1614 - 아리조나 1615 - 학현삼거리 1616 - 새터마을종점 1619
그런데 막상 이걸 탔는데 차내에도 시간표가 없네요. 인덕원역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시간표들 중에서 이 노선의 시간표는 없어진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야말로 냐잉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ㅅ-;;
이 노선은 05번과 똑같이 가다가 청계체육시설 이후 바로 좌회전을 하여 백운호수 북쪽에 있는 길을 따라갑니다. 백운호수로 가는 다른 마을버스들과는 영판 다른 경로를 보여주었기에 기억을 해두게 되었죠. 그런데 학현삼거리를 지나니(6번이 주차되어 있는 것도 보입니다. -ㅅ-ㅋ) 보이는 건 도로와 민가, 그리고 병풍처럼 양 옆을 둘러싼 산들뿐이더군요. 웬 산골로 깊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싶을 착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의왕에 이런 데가 있었다니...
그런데 버스가 언덕을 넘어갈수록 슬슬 불안해지는 가운데... 안 좋은 예감은 현실이 되고 마네요. 기사아저씨가 어디 가냐고 물어볼 것 같았는데, 과연 어디 가냐는 질문이 들어오고 말았던 겁니다. 그래서 종점이요 그랬더니 쭉 운전하시던 기사아저씨께서 다시 어디? 하고 물어보시길래, 고속도로 교각 바로 아래 공터(찍었음)라고 말씀드리니 거기까지 가서 회차를 하여 저를 내려주고는 바로 왔던 길 따라 돌아가 버립니다.
아니 종점에서 내린다고 했는데도 왜 어디 어디 물어보는 거지? -ㅅ-;;
좀 의아했지만 저를 내려주고 바로 돌아가버리는 버스를 보며 시간을 확인해보니, 때마침 저녁 식사를 할 때가 되었고 마침 차 안에 손님이라고는 저뿐이었으니 그랬던 것 같네요. 사실 이거 타고 새터마을까지 갈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되고(1303번이나 103번, 1-5번 같은거 타는게 빠르죠), 행선지를 잘못 댔다간 바로 내림당하든가 한소리 듣든가 둘 중 하나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겉보기와 달리 만만한 노선은 아니었다는 느낌입니다.
[도보]
새터마을종점 1619 - 배꼽 정류장 1629 - 학현삼거리 1638
어쨌거나 저는 6번을 타야 했기 때문에 버스가 왔던 길을 따라 학현삼거리까지 걷기로 합니다. 곧이어 나오는 언덕길에 한숨이 밀려오지만 6번과 6-1번을 한꺼번에 해결을 봐야 했던 본인 입장에선 그래도 이게 제일 빠른 방법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언덕을 넘어 열심히 걸었죠. 그래도 막상 학현삼거리까지 20분이 걸린 걸 보니, 그럭저럭 걸어갈만은 하더군요. ㅋㅋ
배꼽을 지나 계속 걸어가는데, 정류장과 함께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아까 제가 타고 왔던 6-1번이 주차되어 있었고, 버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식당까지 있습니다. 헉스 -ㅅ-;;;;
역시 식사할 때가 되어서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내릴 거냐고 또 물어봤던 거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저는 급하게 몸을 날려 학현삼거리로 피신을 했습니다. 6-1번 기사아저씨가 그 식당 안에 있을 거란 직감이 들었기 때문에 6번은 여기서 타면 안 되었던 겁니다.
학현삼거리에서 의일마을 쪽으로 가는 도로로 좌회전을 하니 다행히 버스정류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정류장 바로 옆에 화장실까지 있더라구요. 때마침 화장실이 필요했다보니 화장실에서 물도 좀 빼고 상태도 추스르며 가만히 서 있으니 오후 4시 57분이 되어 6번이 저만치서 좌회전하여 제가 있는 곳으로 딱 옵니다. ㅋㅋ
학현삼거리 있는 쪽에서 6번을 타고 나오려고 했던 이유는 학현삼거리에서 의일마을까지는 6번만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의일마을에서는 05번도 만나죠). 지도로 보았을 때, 백운호수 동쪽 부분의 도로를 달리는 게 이 노선뿐이었던 겁니다. 누가 백운호수를 볼 수 있는 노선 아니랄까봐, 이 노선도 풍경이 좋기는 좋았는....데 뭔가 새로운 것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비록 말은 들었었지만 정말 여기에 아파트가 생길까 예상치는 못했던, 백운밸리 아파트단지였습니다. 그래도 용인 한숲시티보다는 위치가 훨씬 낫지만,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멋진 경치가 사라지는구나 하는 느낌도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이런 곳에다도 아파트라니 -ㅅ-;;
그래도 어쨌거나 아파트 단지는 생길 것이고, 그러면 버스노선의 변화는 분명 생길 것입니다. 그리되면 비록 저는 오늘로서 백운호수 쪽으로 가는 마을버스들은 다 타게 되었지만 나중에 또 와야 하는 건 피할 수 없게 되죠. 그래도 여기는 쉽게 가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 슬쩍 방문하여 새로 바뀐 부분들만 다시 구경하면 되는거라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습니다.
의일마을을 지나서부터는 05번과 같은 경로로 운행하였고 버스는 오후 5시 19분에 인덕원역에 도착합니다. 청계농협에 서울구치소는 도대체 몇 번을 지나다니는 건지, 이젠 지겨울 지경이네요. ㅎㅎ
[학의운수 6번]
학현삼거리 1657 - 의일마을 1700 - 청계농협 1705 - 휴먼시아6단지 1707 - 덕장중학교 1710 - 서울구치소 1714 - 인덕원역 1719
인덕원역에서는 4호선을 타고 바로 귀갓길에 오르는 것으로 짤막하지만(?) 의미가 있었던 의왕마을버스 시승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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