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버스 392번.
2020년 4월 1일 신설된 노선으로, 종합터미널을 출발하여 목천읍사무소 위쪽 산동네들 중 하나인 덕전3리 유왕골까지 가는 노선입니다.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이 노선의 운행경로를 살펴보면 정말 산 속 깊숙히 들어가는 만만찮은 포스를 느낄 수 있는데, 유왕골이 그동안 버스가 없던 동네임을 고려하면 주민들의 불편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가 있었죠.
석천리와 석지골, 양대리 등과 더불어 천안에서 고난도 노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유왕골 노선을 타보면서, 겸사겸사 병천 노선들도 공략한다는 개쩌는 계획을 석준형이 선보이게 되어 우리는 바로 실행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병천 노선들도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그동안 입맛만 다시게 되었는데, 드디어 타보게 되네요. 이리하여 언제나처럼 우리는 금정역에서 만나는 것은 아니고, 수원역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번에는 석준형이 버스로 수원역을 접근하게 되었는데, 수원에서 오전 9시 17분에 있는 급행을 타면 되기 때문에 저도 그에 맞춰 수인분당선으로 먼저 이동하게 되었죠. 그리하여 우리는 시간 맞춰 1호선 승강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금정역에서 만나 1호선을 타고 가는 것보다 더 나은 게 없다는 결과를 다시 확인하게 되더군요. 역시 전철의 힘은 대단한 겁니다. ㅋㅋ
이번에는 급행이 무려 9분이나 늦게 도착하는데, 병점역을 지나서도 열차가 빨리 달리려는 생각을 하질 않더군요. 이쪽 경부선 라인은 이런 상황일 때, 그야말로 열차가 굉음을 내면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도대체 뭐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또 노조놈들이 태업을 하는 건가? 아무리 사용자가 노동자보다 갑이라고는 하지만 노동자 쪽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는 하면 안 되는 건데, 정말 사회적 약자라는 가면을 쓴 도둑놈들이 따로 없었죠. 대놓고 해먹는 놈 VS 가면을 쓰고 뒤에서 몰래몰래 해먹는 놈을 보는 듯하다. 둘다 나쁘지만, 둘중에선 대놓고 해먹는 놈이 낫다. 실제로도 보고 있지 않은가?
[천안 115번(성환터미널~성환10리,성환역,매주3리,이화아파트~두진아파트)][1500] ※ 성환터미널 1020 출발
성환역 1022 - 매주3리 1026 - 이화아파트 1027
이리하여 열차는 성환역에서 정말 정직하게 제 시간보다 9분이 늦은, 오전 10시 4분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까지 고려하여 계획을 한 덕택에 우리의 일정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았고, 우리는 오전 10시 22분에 도착한 두진아파트 가는 115번을 타고 이화아파트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단거리 노선인데 종점까지 가지도 않고 중간에 내려버리니, 버스 타는 시간은 5분이 넘을락말락하네요. ㅋㅋ
[도보]
이화아파트 1027 - 율금1리(마을입구)정류장앞 1033 - 율금1리마을회관 1036
이화아파트에 내린 우리는 아파트 옆쪽으로 난 길을 통해 석곡리 가는 길로 나왔고, 율금1리 정류장 앞에서 바로 마을 안쪽으로 슬슬 걸어들어갑니다. 그랬더니 금방 율금1리 마을회관이 보이는데, 마침 83번 버스도 출발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천안 83번(종합터미널~역말오거리,두정역입구,공주대공과대학,신당고교,신당2통,업성초교,(↔업성4통),차암1통,마정공단,마정교회~율금1리)][환승]
율금1리마을회관 1040 출발 - 마정교회 1043 - 마정공단 1046 - 차암1통 1050 - 밤골 1054 - 원네스아파트 1054
우리가 버스에 오르니 곧 오전 10시 40분이 되어 버스가 출발하는데, 곧 율금1리의 1차로 길이 펼쳐집니다.
1차로 길을 따라 율금1리를 나온 버스는 곧 마정리를 달리는데, 여기서부터는 왕복2차로 도로였습니다. 그런데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안내된 것과 다르게, 버스는 마정리 안길로는 경유하지 않고 계속 직진을 해버리더군요. 이것도 물론 처음 노선 조사를 했을 당시에는 맞는 경로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새 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실제 운행경로가 달라져버린 모습 같았는데, 틀린 그림 찾기 현실판을 하러 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ㅅ- ㅋ
마정리를 지나니 곧 마정공단이 나오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곧잘 버스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마정리에서부터는 82번도 오고 있지만 82번과 83번의 운행횟수 모두 합쳐도 하루 7번뿐인데도 손님들이 꽤 이용하니 의외의 모습이었죠. 차암1통을 지난 버스는 천안제2산업단지 맨 아래쪽 부분만 슬쩍 들르고 바로 업성4통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오우 이쪽 길이 생각보다 쩔더군요. ㅋㅋ
하지만 우리는 쩌는 길을 끝까지 보자마자 바로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고, 탔던 버스가 업성4통 안쪽 회차지를 향해 좌회전 틀어 들어가는 걸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내린 곳은 원네스아파트 정류장이었는데, 다음에 타야 할 150번 역시 원네스아파트로 꽤 빠르게 오고 있었던 겁니다. 150번은 사라리, 그리고 상덕리에 있는 산호아파트를 들러가기 때문에 이번 계획에 들어갔으니 안 탈 수가 없었죠.
업성4통을 탈 계획도 물론 준비가 되어 있다는(사실 척 하면 척이니께요 ㅎㅎ) 석준형의 말도 있겠다, 우리는 아까 83번으로 왔던 길을 따라 딱 한 정류장을 되돌아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내린 장소인 원네스아파트는 버스정류장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질 않다보니 정류장 표지판이 세워진 곳에서 버스 탄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확실했던 겁니다. 버스정류장 표시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곳은 기사나 승객이나 서로 마찰이 생기기 딱 좋은데, 그런 정류장들의 존재도 천안시내버스의 불친절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데 한 몫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함께 해보게 되었습니다. 천안이 아닌 다른 지자체였다면, "버스 타기 좀 좆같은 장소가 있구나" 하고 그냥 넘어갔을 텐데 말이죠. -ㅅ- ㅋ
그리하여 우리는 한 정류장 위인 선바위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고, 버스에서 내린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오전 11시 2분에 드디어 150번이 달려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천안 150번(종합터미널~역말오거리,두정역입구,공주대공과대학→업성고교,번영로가구타운,사라리,직산대림A,(우성8차A),(→상덕리,산호A,상덕리),자은가리,청호4차A,직산사거리→공주대공과대학 이하 역순)][1500] ※ 천안터미널 1045 출발
선바위 1103 - 2공단입구 1105 - 사라리 1107 - 천안산업단지관리공단 1108 - ON 1112 - 우성8차아파트(회차) 1116 - 홍익주유소 1118 - 상덕리산호아파트(회차) 1121 - 자은가리 1125 - 직산사거리 1130 - 부성1동주민센터 1139 - 신부우방아파트 1149
이번에는 버스가 83번으로 왔던 길 똑같이 갈 듯하다가 왕복6차로 큰길로 빠져 성성자이아파트 바로 직전까지 내려갔다가 우회전을 합니다. 그랬더니 안내방송에 사라리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성성동에 속한 자연부락 이름이었더군요. 아무튼 천안시내버스 노선들을 보면서 참 특이한 지명이다 싶었던 사라리도 이번에 보게 되네요. 하도 듣다보니 어느새 정들어버린 천안시내버스 안내방송과 함께 말이죠. ㅋㅋ 이번 정류장은 사라리 다음 정류장은 차암공단입구 입니다.
사라리 마을을 나온 버스는 천안 제2산업단지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쭉 달렸고, 우성8차아파트를 찍고 나옵니다. 아파트가 꽤 크다보니,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친다는 말이 있듯 이 아파트 주변을 지나는 버스들 모두가 들렀다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교회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진 시궁창같은 현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우리의 대화는 오늘도 무르익어가고 있었고, 우성8차아파트를 나온 버스는 바로 자은가리,청솔아파트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상덕리 끝에 있는 산호아파트까지 찍고 나오게 됩니다. 아까 우성8차아파트와 다르게, 산호아파트는 이 노선만 간다고 보면 딱 알맞더군요(152번도 들어가긴 하지만, 그건 하루 1번짜리라;;;). 산호아파트도 우성아파트만큼은 되어보였지만, 좁은 회차지 문제 그리고 위치 때문에 불이익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죠(아파트 입구로 나가면 151, 157번도 있다보니).
산호아파트에서 힘겹게 회차를 마친 버스는 5명의 손님을 태우고 다시 왔던 길로 나오다가 직산사거리를 경유하여 천안 시내를 향해 질주하였습니다. 이러면서 경유하게 된 자은가리는 특별히 쩌는 구간은 없었지만 마을 이름이 4글자인데다 처음 듣는 지명인지라 기억에 남게 되었고, 어느새 직산사거리에서 역말오거리 1번 국도 구간도 감이 잡힐 지경이 되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종합터미널 가기 전에 각원사 가는 81번으로 환승을 하려 했더니만, 우리가 탄 버스가 신호에 걸린 틈에 81번이 먼저 우회전해서 종합터미널로 도망가 버리는 걸 보고 맙니다. -ㅅ-;;
이 덕분에 원래 타기로 했었던 차암2통발 오전 11시 17분차는 못 타게 되었으나 바로 뒤차인 오전 11시 40분차를 타도 우리의 원대한 계획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때마침 근처에 있던 편의점도 갔다오며 시간을 보내다 오후 12시 13분에 도착한 81번을 타고 각원사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오늘의 개쩌는 계획을 실행할 때가 찾아왔죠. 아까 율금1리 83번과 사라리 150번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합니다. 오우~ 혁님~! ㅋㅋㅋㅋ
[천안 81번(차암2통~삼성SDI,두정역,종합터미널~각원사)][환승] ※ 차암2통 1140 출발
신부우방아파트 1213 - 천안터미널 1217 - 천안IC 1225 - 호서대 1228 - 각원사 1231
버스에 올랐더니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었지만 종합터미널에 도착하니 거의 대부분이 내려버려서 버스 안이 급 한가해지게 됩니다. 종합터미널 앞은 누가 천안 최대의 번화가 아니랄까봐 오늘도 길에 사람들이 많았고, 방죽안오거리의 기나긴 신호도 역시 그대로였죠. 게다가 경부고속도로 천안IC까지 가는 길에 있는 신호 간격도 길다보니 종합터미널에서 천안IC까지 몇 정류장 되지도 않는데 1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까지 했습니다. 이쪽은 왜 이리 신호 체계가 이상한 건지 -ㅅ-;;
아무튼 버스는 저번에 리각미술관 갈 때 탔던 24번과 똑같은 경로로 호서대를 지나게 되었고, 부경파크빌아파트로 가기 위해 우회전을 했던 24번과 다르게 그대로 쭉 직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오후 12시 31분에 우리는 각원사 버스종점에 내릴 수가 있었죠.
[도보]
각원사 1236 - 안서1차e편한세상아파트 1246 - 태조산정상/유왕골 갈림길 1323 - 성거산정상/좌불상 갈림길 1335 - 성거산정상/유왕골 갈림길 1340 - 유왕골약수터1349 - 유왕골종점 1404
이제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산을 타고 유왕골로 넘어가는 것이 말이죠.
유왕골이 꽤 깊은 곳에 있다보니 유왕골 노선 역시 상당한 시승 난도를 가지고 있지만,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살펴본 우리가 생각해낸 방법이었습니다. 사전 조사를 해보니 각원사 뒤편으로 가는 코스, 그리고 안서1차e편한세상 아파트 쪽 코스가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우리는 안서1차e편한세상 아파트로 이동하여 산을 타기로 했죠. 유왕골까지의 거리는 각원사가 훨씬 가까웠지만, 각원사 쪽으로 가면 좀더 가파를 거라는 석준형의 의견이 있었던 겁니다.
각원사 종점을 떠난 우리는 버스가 왔던 길 그대로 호서대 쪽으로 내려가다가 안서1차e편한세상아파트 쪽으로 꺾게 되었고, 아파트 경비실 바로 왼쪽 구석에 보이는 계단을 통해 본격적으로 산을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길이 가파르지 않은 편이었는데도 어느새 우리가 지나왔던 아파트가 조그마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장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겨울 산이라 나무들이 죄다 앙상했지만 시원한 공기와 더불어 제법 경치가 괜찮더군요. ㅋㅋ
올라가면서 보니 여기는 등산로가 진짜 호텔급이었습니다. 길이 없어질 것 같으면서도 계속 잘 보였던 것은 물론, 가는 내내 정말 잊을만 하면 벤치가 나왔던 겁니다. 이런 곳에도 과연 벤치가 있을까? 싶어보이는 장소마다 벤치가 떡 하니 설치되어 있었던 것은 물론, 관리 상태도 괜찮다보니 우리는 정말 몇 번이고 대박이라는 말을 하게 되었죠. 벤치는 고사하고, 길만 안 없어지면 다행인 산길이 훨씬 많다는 현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앞으로 가다보니 유왕골이 적혀 있는 이정표도 보게 되었는데, 이정표도 정말 헷갈릴 염려 없이 너무나 잘 세워져 있었습니다. 저번달에 지나갔던, 남양주 비루개종점에서 의정부 고산지구로 넘어가는 산길보다 훨씬 낫더군요. ㅋㅋ
우리는 계속 능선을 따라 성거산 쪽으로 가게 되었고, 드디어 오후 1시 40분이 되어 유왕골로 내려가는 길이 만나는 사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정표에 각원사도 적혀 있는데, 각원사에서 올라오는 경우 이 장소로 바로 오게 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이용한 경로는 특별히 가파른 장소가 없어 무난했다는 장점이 있었기에 각원사 루트는 다음 번에 한번 비교 차원에서 이용해 보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ㅋㅋ
여기서 유왕골까지는 정말 가까웠기 때문에 땀도 닦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유왕골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게 됩니다. 계단을 따라 5분을 걸어 내려가니 약수터가 나오는데, 이정표에 나오는 약수터가 여기더군요.
약수터를 나서니 곧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개짖는 소리도 들리는데, 이곳이 바로 유왕골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감탄을 하게 됩니다. 지도로만 보던 유왕골도 결국 이렇게 도착을 하게 되었고,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또한 어려운 유왕골 노선도 왕복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타고 나간다는 기록까지 남겨볼 수가 있게 되었고 말입니다. 오우~ 혁님~! ㅋㅋㅋㅋ 누구와는 다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리듬을 타는 비트위의 나그네
유왕골 버스종점을 구경하고 나니 오후 2시 5분이었고, 버스는 오후 2시 5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은 아주 넉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기가 산골짜기 깊숙한 동네인 것은 어디 가지 않아 산바람이 생각보다 매서웠던 탓에, 우리는 정류장 안에서 바람도 피하며 쉬다가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후 2시 30분에 버스가 도착하여 회차를 하는데, 20분 쉬다 나가니 확실히 편도 운행시간을 잘 주었다 싶었죠. 이 시간이 아깝다고 줄여버리면, 분명히 사달이 나게 돼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ㅅ- ㅋ
[천안 392번(종합터미널~천안역,남부오거리,홈플러스,선문대,천안박물관,부영A입구,신계초교,독립기념관,목천,(서흥1리),서흥2리,덕전2리,유왕별서펜션~유왕골)][1500]
유왕골종점 1430도착 1449출발 - 유왕별서펜션앞 1451 - 덕전2리마을회관 1454 - 서흥1리 1456 - 서흥리마을회관(회차) 1459 - 목천읍사무소 1503
등산도 하고, 정말 어려운 노선도 이렇게 잡아내는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석준형이 천안시내버스들을 탔었을 때는 이 유왕골 노선이 없었던지라, 석준형도 앓던 이 빼는 기분이었을 것이니 더더욱 그랬죠. 오후 2시 50분이 되어 버스가 출발하는데, 멀어지는 유왕골 종점을 보니 과연 이곳을 언제 또 오게 될 일이 생길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여태까지의 경험상, 정말 사람 일은 모른다는 걸 숱하게 느껴왔기에 말이죠. -ㅅ- ㅋ
멀어지던 유왕골종점은 어느새 시야 바깥으로 사라져버렸고, 버스는 목천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유왕별서펜션 앞에 손님이 있어 버스를 타는 것도 목격하게 되는데, 여기에도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정류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보이지 않는 정류장이 있당께 점말을 지나니 곧 석천리 노선이 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보게 됩니다. 석천리 역시 어려운 노선 중 하나인데, 석천리로 올라가는 길을 보니 그 포스가 짐작이 가더군요. 그나마 오늘 그 석천리를 갈 것은 아니라는게 다행이랄까요? -ㅅ- ㅋ 하지만 또 한번의 등산에서 고난을 겪게 될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예상하지 못하는데...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버스는 목천으로 내려가는데 오른쪽 차창에 보이는 저수지의 모습이 진짜 장관이었고, 저수지를 지난 다음 바로 나오는 서흥리 ㅓ형까지 쏙쏙 챙겨먹으니 우리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역시 버스 여행은 이런 맛에 하는 거라는 즐거움이 있었으니까요. 10년도 넘게 우려먹히고 있는 콘텐츠인, <서울~부산 시내버스로만 당일치기 이동> 같은 버스 여행만이 다가 아니죠. -ㅅ- ㅋ
서흥리까지 잘 챙겨먹고 우리는 오후 3시 3분에 목천읍사무소에 내리게 됩니다. 유왕골 노선은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약간 다르긴 했지만, 그것도 우리 마술사의 계획에 들어갈 것을 잘 아는 저였기에 걱정도 되지 않았죠. 이제는 병천 노선들을 탈 차례였기 때문에 좀더 크게크게 진행할 때였습니다. 목천에 도착하니 갑자기 눈이 내려서 좀 불안하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5분 뒤 도착한 400번을 타고 병천으로 가게 됩니다.
[천안 400번(종합터미널~천안역,남부오거리,신계초교,독립기념관,목천,연춘리,코리아텍~병천)][환승] ※ 종합터미널 1440 출발
목천읍사무소 1508 - 동평2리 1509 - 상동2리 1514 - 코리아텍 1515 - 병천3리종점 1519
병천은 6년 전에 비해 편의점이나 카페 등이 속속 들어와 있었다는 걸 제외하면 크게 변한 것이 없었는데, 제가 점심을 먹었던 순댓국집도 아직 있었던 것은 물론, 온통 순댓국집 천지였다는 것도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이제는 병천3리 400번 종점 바로 근처에 GS25 편의점이 들어오게 되어 이 점은 참 좋아졌더군요. ㅋㅋ
죽계리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남다보니 우리는 편의점도 들렀다가, 우체국 건너편 가게로 가서 버스 시간표도 확인해보게 되었죠. 각 노선별 경로를 참고하여 목적지에는 노선이 몇 개가 지나가는지를 확인하는... 생선살 바르듯 발라주는 과정이 필요한 시간표였지만, 목적지가 동면(황사동) 기준이라고 가정한다면 버스가 생각보다 진짜 많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천안에서 제일 동쪽 끝에 있는 낙후지역인 동면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과분할 수준이었죠. ㅋㅋ
[천안 451번(병천→병천고교,황사동,송연2리,장송리,죽계1리→죽계2리→동산3리,황사동,병천고교→병천)][환승]
병천우체국 1600 출발 - 병천3리 1601 - 병천중고교 1603 - 동면사무소 1610 - 삽다리 1612 - 장송1리 1615 - 죽계1리 1617 - 죽계2리 1622 도착, 1625 출발 - 동산3리 1630
오후 4시 시간을 맞춰 저 멀리서 달려온 카운티.
LED에 451번을 띄우고 있었고, 우리는 바로 그 카운티에 환승을 찍으며 승차하게 됩니다. 수도권이었다면 기본요금 또 내야 했을 텐데 환승처리가 되니 너무너무 좋았죠. ㅋㅋ
우체국을 출발한 버스는 400번의 종점인 병천3리에서 대여섯 명의 승객을 태우고 동면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병천 시가지를 빠져나오니 집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여 산과 나무, 그리고 도로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죠. 병천을 출발한 지 10분이 지나니 조그만 농협이 나오는데 그곳이 동면농협, 그리고 면사무소가 있는 곳이었고 동면 시가지였습니다. 이곳은 분명 면소재지였는데도 정말 길에 다 쓰러져가는 집들만 있고 가게 하나 안 보이는 게, 무슨 민통선 안쪽 동네를 온 게 아닌가 싶은 느낌마저 들었죠(강화에 있는 양사면사무소 바로 앞 풍경이 겹쳐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대화를 하지 않고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화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 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아까 병천3리에서 탔던 사람들 중 기사아저씨 바로 뒷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석준형이 저 사람 어딘지 이상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나중에는 그 사람이 기사아저씨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기사아저씨께서 진짜로 그 사람과 아는 사이라서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대충 대거리를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것 때문에 신경쓰여서 죽계리의 개쩌는 1차로도 겨우겨우 건지게 됩니다. -ㅅ-;;
죽계리는 과연 제가 예상했었던 대로, 그리고 석준형의 이야기대로 진짜 쩌는 노선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음 속으로만 "오우~ 혁님~! 개쩌시는 거임료 ㅋㅋㅋㅋ"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죽계2리에서 잠시 대기하던 버스는 오후 4시 25분에 출발하였고, 우리는 죽계리의 쩌는 1차로 길을 나오자마자 벨을 눌러 동산3리에 하차하게 되었죠.
이제는 병천에서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 바타니행 버스를 기다리면 되는 상황인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석준형이 뭔가 예상한 게 있었는지 예언 하나를 하게 됩니다. 저도 느낀 게 있었기에 바로 동의를 하게 되는데, 아무리 수도권이 아니라지만 경기도 바로 옆동네인 천안인데도 이러니 정말 시골에서는 조심하고 볼 일임을 느끼게 되네요. 지금 이 시승기를 다시 쓰면서도 섬찟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만약 혼자서 갔더라면 어땠을까? 만일의 일은 예상 못 하는 거다.
아무튼 죽계리 버스 내린 장소 건너편 적당한 장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오후 4시 41분이 되자 드디어 바타니행 버스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천안 412번(병천~병천고교,황사동,동산3리,덕성2리~바타니)][환승] ※ 병천 1630 출발
동산3리 1641 - 바타니 1645
우리가 손을 흔드니 안에 승객이 아무도 없었던 그 버스가 우리 앞에 정차했고, 우리는 바타니 간다고 말씀드리며 버스를 승차하게 됩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버스를 출발시켰고, 버스는 곧 직행버스가 서는 덕성2리 정류장을 지나 바타니 쪽으로 좌회전을 틀어 들어갑니다. 그랬더니 이곳도 쩌는 1차로 길이 나오더군요. 천안에서는 화덕리와 더불어 최외곽 지점을 가는 노선 중 하나였고, 지도로만 보던 바타니를 진짜 두 눈으로 보게 되니 기분은 다시 UP 되고 있었죠.
가는 길에 석준형이 기사아저씨와 간단한 대화를 하게 되는데, 우리가 동산3리에서 타는 바람에 이상하게 생각했었겠다는 말에 기사아저씨께서 바로 웃으시더군요(맞다는 의미죠 ㅋㅋ). 그래도 친절하신 분이라 이야기는 잘 풀리게 되었고, 1차로 길을 따라 올라가던 버스는 덕성1리라고 적힌 정류장 앞에서 회차를 합니다. 과연 그동안의 경험들은 어디 가는게 아니랑께요. 오우~ 혁님~! ㅋㅋ
[도보]
바타니종점 1647 - 행암리종점 1803
바타니 종점에 내린 우리는 종점 구경을 간단히 하고, 아까 버스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왼쪽 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행암리로 넘어가서 버스를 타고 나오기 위함이었는데, 그쪽으로 가는 길에는 아까 내렸던 눈 때문에 길이 온통 눈투성이더군요. 하지만 길 한가운데에 발자국이 조금 나 있던 것을 빼면 정말 아무런 흔적이 없는 걸 보니, 주변에 집은 있어도 인적이 참 뜸한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지도로 볼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곳은 꽤 음침한 느낌이 나는 산골마을이었으니 그럴 만 했지만요. 정말 여기도 천안 맞나 싶지만, 주소 확인해 보면 분명 천안이긴 하다는 거... -ㅅ- ㅋ
우리는 지도를 보며 행암리로 넘어가는 길을 찾게 되는데, 지도가 부실하여 길을 찾는 데 애를 먹게 됩니다. 석준형이 행암리로 넘어갔던 것도 5년이 넘어가는 과거의 일이라 망각의 늪에 빠져버렸다는 불행도 겹치게 되었죠. 결국 우리는 묶여있지 않았던 검은 개가 돌아다니던 집을 지나 막다른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이곳에도 집은 있었는데, 우리가 다가가니 대여섯 마리는 되어 보이는 개들이 일제히 짖더군요. 여기 사람들은 개를 너무나 사랑하나 봅니다. 묶지 않고 있는 걸 보니 말이죠. -ㅅ-;;
현재 시간 오후 4시 57분.
어느새 오후 5시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 아직 산을 넘지도 못하고 있으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행암리에서 오후 5시 25분에 출발하는 버스 탄다는 계획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석준형이 그분과 함께 갔었을 때에도 버스시간에 임박해서 행암리에 도착했었다고 하니, 지금 이대로는 시간 내에 행암리를 간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ㅜㅜ
이제는 행암리에 오후 6시 25분까지 가야하는 상황.
그나마 한 시간 뒤에 또 버스가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다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석준형이 어떻게든 기억을 더듬어보더니 송전탑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하여 그쪽으로 가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그쪽으로 가질 못했던 겁니다. 일단 송전탑 이후로 어떻게 갔는지가 기억나질 않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막상 길을 찾고나니 그 길 한가운데에 집이 들어서다보니 길이 막혀버려 그쪽으로는 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까 지나가면서 본, 묶여있지 않던 그 검은 개가 사는 집이었는데 때마침 집주인이 트럭을 타고 나가려고 하길래 송전탑, 그리고 행암리로 가는 길을 물었지만 영 애매모호한 대답만 돌아옵니다. 하긴 길 제대로 나있지도 않은 산골짜기 너머 마을로 굳이 갈 이유가 없지 -ㅅ-;;;
게다가 이곳이 산골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날이 조금씩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데 눈까지 다시 내리더군요. 이쯤되니 석준형도 적잖게 당황한 눈치였지만, 암만 봐도 그 송전탑에 미련을 두면 안 될 것 같다보니 제가 의견을 내게 되었죠. 그 송전탑 가는 길 반대쪽의 산을 올라 왼쪽으로 전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가면 행암리 마을회관에서 산 위로 올라가는 또다른 길과 만나게 될 것이고, 행암리로 내려가는 것은 문제가 없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죠.
이에 우리는 다시 그 막다른 길의 집 앞까지 갔다가, 아예 그 집을 끼고 산을 바로 올라가버리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개짖는 소리는 계속 들어야 했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아예 담장을 뛰어넘어 우리 주변을 맴돌며 짖더군요.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았고, 우리가 계속 올라가니 개짖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길까지 가는 내내 험난함의 연속이었죠. 계속되는 오르막은 물론, 가시나무들이 곳곳에 있어 점퍼가 긁혀 찢어질 뻔한 적도 여러번이었으며 나무가 가까이 붙어 있어 가지들을 치우며 앞으로 나가야 하는 일의 연속이었던 겁니다. 그래 역시 산길은 이래야 정상이지... 하고 바로 수긍하는 우리였지만, 아까 유왕골로 넘어갔던 호텔급 산길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죠. 그나마 눈이 계속 내리지는 않고 다시 그쳤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리니 석준형도 미안해하는 눈치였지만, 여길 와본지도 오래됐으니 세세한 경로가 전부 기억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어떻게든 가보자고 말을 하게 되었죠.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 어쨌든 오후 6시 25분까지 행암리로 가는 게 중요했고, 석준형이 행암리로 넘어가는 길을 가본 지도 벌써 7년이나 지났으니 망각이 찾아올 만도 했던 겁니다. 게다가 저 또한 시승 계획을 짜서 다른 사람에게 오지 구경을 시켜주는...지금의 석준형과 같은 입장이 되어봤던 적이 있었으니 코스 계획자의 고충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죠.
그리하여 서로 함께 방향도 잡고 전진하다 보니 드디어 애타게 찾던 시멘트 길이 등장하게 되었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이제는 그 길 따라 내려가면 무조건 행암리로 갈 수가 있던데다, 시간도 오후 5시 41분이라 버스가 오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고 해 지기 전에 산을 무사히 내려올 수도 있었던 겁니다. 해 진 후의 산은 야생동물들이 있어 위험한데, 이곳에 야생동물들이 우글거리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길에는 아무리 봐도 사람의 것이 아닌 발자국들이 생각보다 많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나마 여기가 지리산이나 소백산 급이 아니라서 천만 다행임도 느끼게 되더군요(그쪽 산동네 갔다가 오늘같은 일이 생겨서 제때 못 내려오면, 그야말로 호랑이와 표범을 제외한 온갖 산짐승들이란 산짐승들은 다 만나게 될테니).
송전탑 쪽으로 가는 또다른 길을 보니 석준형이 길이 기억이 났던 듯 한데, 어쨌든 송전탑을 지나 행암리로 넘어오는 게 좀 냐잉해졌다는 것이 아쉽더군요. 결과만 놓고보면 우리는 힘겹게 산길을 뚫으며 돌아서 행암리에 도착한 셈이니 말이죠. 그래도 우리는 길다운 길을 만났다는 것에 반가움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오후 6시 3분에 드디어 행암리 마을회관에 도착합니다.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쉬면서 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오후 6시 15분이 되자 저 멀리서 버스가 언덕을 올라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입니다. 이런 시승을 하다보면 정말 숱하게 보는 것이 바로 시골마을 버스종점에 버스 들어오는 순간입니다만, 이번에는 우여곡절이 있어서인지 버스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군요. ㅋㅋ
그런데 회차를 마친 버스를 보니 설마했지만 아까 바타니 갈 때 탔던 차와 같은 차였는데, 모른 체 하고 카드를 찍으니 단말기에서 "하차입니다" 소리까지 나버려서 빼도박도 못하게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기사아저씨께서는 "잘 넘어 오셨어요?" 하면서 다시 카드 찍을 수 있게 단말기를 조작해 주시는데, 아까 바타니에서 석준형이 분위기를 잘 풀어준데다 우리가 이상한 짓을 했던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기사아저씨의 친절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기사아저씨도 친절한 분이었지만, 아까 바타니에서 이미지를 좋게 잘 심어놔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석준형의 예측 또한 완벽하게 맞아들어간 것이죠. 분명 우리는 천안에서 천안 버스들 탔는데,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천안시내버스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니 아이러니하죠? 대중들이 알고 있는 것이 무조건 진실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되는 겁니다. 이런 건 밑줄 치고 좀 따라 적으세요
[천안 420번(병천~병천고교,황사동~행암리)][1500]
행암리 1816 도착, 1824 출발 - 행암리,행암낚시터 1826 - 동선목장 1827 - 삽다리 1830 - 황사동 1830
우리는 행암리의 개쩌는 1차로 길을 종횡무진 질주하는 버스에 몸을 맡기며, 동면사무소가 있는 동네인 황사동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행암리도 아까 바타니처럼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 1차로 내리막길을 그대로 가는 것이 정말 장난아니었는데, 날이 어두워져서 사진을 찍어도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지경이었습니다.
동면 사람들은 버스를 타면 병천까지 쭉 타고 가게 마련인데, 우리가 생뚱맞은 황사동에 내린 이유. 그것은 402번을 타고 동면을 다른 길로도 나가보기 위해서였죠. 동면을 오는 노선버스들은 죄다 병천에서 끊기지만 이 402번이 동면에서는 유일하게 천안시내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는데, 그마저도 하루 2번인데다 수요가 없다보니 카운티가 다닌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10분 간격으로 병천에 들어오는 400번이 동면까지 더 가질 못하는 것과 더불어, 병천~동면 구간이 정말 눈물날 정도로 수요가 처참하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였죠. 그래도 어쨌든 마지막은 402번을 타게 되어 천안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었으니 정말 피날레까지 감동의 도가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ㅋㅋㅋㅋ
버스는 5분 만에 황사동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다 쓰러져가는 집들밖에 안 보이던 황사동에 내리게 됩니다. 오후 6시 30분이 살짝 지났는데 402번이 벌써 건너편에 와서 대기하고 있더군요. 정차해 있는 버스를 찍어보려고 하니 또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사진을 건지게는 되어 다행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천안 402번(종합터미널~천안역,남부오거리,신계초교,독립기념관,목천,연춘리,코리아텍,병천,병천고교~황사동)][환승]
황사동 1838 출발 - 병천중고교 1843 - 병천3리 1845 - 상동리 1851 - 동평2리 1856 - 목천읍사무소 1859 - 농업기술센터 1906 - 신계초교 1909 - 응원리 1911 - 천안삼거리공원 1915 - 구성초교 1921 - 천안중앙시장 1926 - 천안역 1929
버스는 2분을 조발한 오후 6시 38분에 황사동을 떠나게 됩니다.
정말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조차 보이질 않다보니 기다려봤자 타는 사람도 없어 출발시킨 듯한데, 워낙 사람이 없다보니 기사아저씨께서 "오늘은 황사동에서 두 명이나 타네?" 하며 신기해해도 할말없을 지경이었죠. 버스는 여기서 차를 돌리는 게 아니라 동면 시가지 외곽도로를 통해 바로 병천 쪽으로 가기 때문에, 황사동을 나오자마자 우회전을 하여 외곽도로를 질주해 주었습니다.
이 외곽도로를 버스로 가보려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보니, 석준형이 이번에 402번을 타는 김에 천안역으로 한번에 가는 것과 더불어 일석이조를 노린 거였습니다. 바타니에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마지막 피날레까지 대박이었죠. 원래 타기로 했던 광덕리는 못 탔지만, 오늘은 그 덕택에 버스로 가보기 생각보다 만만찮은 구간도 해결할 수 있었으니 말임료. ㅋㅋ
버스에 타는 사람이 없다보니 우리 둘이 전세낸 채로 병천을 지나게 되었고(석준형이 아까 동산3리에서 했던 예언도... 정말로 맞아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휴;;;;;;), 그제서야 사람들이 속속 버스에 타기 시작합니다. 402번도 400번과 마찬가지로, 천안으로 나갈 때는 모드니에아파트를 경유하기 때문에 병천시장 앞도 물론 지나가게 되는데 아까 동면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모습이라 적응이 잠시 안 되더군요. ㅋㅋ
병천에서부터는 400번과 노선이 100% 같기 때문에 병천에서 천안으로 가는 길에 수요가 없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하루 2번밖에 다니지 않다보니 타려는 사람이 확실히 없더군요. 독립기념관 안으로도 들어가지 않다보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사실 이 버스가 독립기념관에 도착할 때쯤이면, 기념관은 이미 폐관된 상태이니 굳이 기념관 안까지 가줄 이유가 없죠. ㅋㅋ
이 덕분에 우리는 의도치 않은 급행버스를 탄 꼴이 되었고 천안역에 내려보니 오후 7시 29분이었습니다. 분명 버스가 오후 6시 38분에 출발했었는데... 단 50분만에 천안역에 와버리니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400번을 타고 천안~병천을 이동할 경우, 40~60분 잡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휴;;;;
하지만 우리는 오후 7시 36분에 천안역을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그 위력에 취할 틈도 없이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자마자 냅다 뛰어야 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역까지 가깝고,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왜 뛰냐구요?
천안역은 버스정류장에서 역 건물까지 금방일지 모르지만, 1호선 타는 곳까지는 생각보다 많이 멀다는 함정이 존재하기 때문이었죠. 우리가 헐레벌떡 뛰어서 전철 안에 들어오니 불과 1분 뒤에 출발시간이 되어 문이 닫히는데, 어쨌든 급행은 무사히 사수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든 사람들>
기획
석준형
작가
느티나무
먹거리 제공
GS25(신부우방아파트, 병천3리)
연출
석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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