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석준형과 병점, 동탄, 오산 시승을 하기 위해 태화상운 707번 로얄럭셔리를 타고 수원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저렴한 11번을 타는 저이지만 이날은 시간이 좀 애매했던 탓에 걍 좌석버스로 한 방에 가기로 한 겁니다. 그 덕분에 이제 금방 가시게 될 로얄럭셔리를 타보는 행운이 따르네요. ㅎㅎㅎ
좌석버스는 11번보다 10분 빠르게 가기 때문에(제가 웬만하면 11번을 타려드는 이유이기도 하죠) 수원역에 도착한 다음 병점으로 내려가는 전철 시간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있었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슬슬 걸어서 전철을 타고 병점역으로 갔지요(수원역에서 병점역까지는 무려 8분이라는 시간이 걸리네요;;; ㅋㅋ). 석준형도 병점을 향해 오고 있었고 우리는 곧 병점역에서 만나게 됩니다. 때마침 우리가 탈 57번 마을버스 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다보니 바로 카드를 찍지 않고 10분 정도 시간을 떼우다가 개찰구를 나섰습니다. 57번은 병점역후문 건너편에서 타는 버스였고 오후 1시 40분이 되자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신운수 57번]
병점역후문 1340 - 토굴슈퍼1353 - 새강휴먼시아5단지 1355
석준형이 토굴슈퍼는 500-3번이 없어지면서 이 노선이 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500-3번은 타 본 적이 있는 차편이긴 했지만 그때 그 길을 다시 가보는 기회가 생겼으니 (주민이나 저나) 아주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죠. ㅋㅋ
버스는 병점역후문을 지나 오산 쪽으로 쭉 내려가다가 외삼미동 쪽으로 좌회전을 틀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또 좌회전을 하여 1차로 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500-3번으로 지나가봤던 그 길은 아직도 그대로더군요. 토굴슈퍼가 있는 장소 또한 길의 모습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동탄신도시의 모습과 1차로 쩌는 길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곳이란 특징이 있죠).
다만 토굴슈퍼가 있던 건물 자체가 새로 바뀌는 바람에 슈퍼는 사라져버렸고 웬 미장원 하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네요. ㅜㅜ 그래도 쩌는 1차로 길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듯 싶었습니다. 토굴슈퍼를 빠져나온 버스는 바로 동탄신도시로 진입하였고 새강휴먼시아 5단지에서 종점이라며 멈춰섭니다. 분명 아까전엔 1차로 오지를 지났는데 몇 분도 되지 않아 으리으리한 아파트들을 접하니 신기함마저 느껴질 지경입니다.
[경기고속 116-1번]
새강휴먼시아5단지 1405 - 동탄면사무소 1419 - 오산장례식장 1426
이제 우리는 57번 내린 자리에서 바로 116-1번을 타고 오산시내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부산동으로 가기 위해서였는데, 버스가 운암단지로 들어가 버리면(즉, 우리가 제때 내리지 못한다면) 부산동 버스는 물건너가기 때문에 내릴 때 신경을 좀 써야 했죠.
[도보]
오산장례식장 1426 - 부산동슈퍼 1441
그래도 내려야 할 장소에 무사히 내린 우리는 바로 길을 건너 부산동을 향해 이동합니다. 가는 중간에 굴다리가 있었는데 굴다리를 지나기 전과 후의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 완전 다른 세계라고 봐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조용한 오솔길을 걷다보니 오후 2시 40분에 31번 부산동 회차지로 보이는 장소에 도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부산동슈퍼로 조금 내려가서 31번을 기다렸지요. 석준형이 제 핸드폰에 뜬 노선안내를 보고는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겁니다. 낚이는 순간 손해보는 것은 우리이므로 저 또한 그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버스가 인간보다 빠르다는 사실은 절대 잊으면 안 되죠. -ㅅ- ㅋ).
노선안내에 뜨는 경로대로 가보니 과연 슈퍼가 있었는데, 막상 들어가보려니 문도 잠겼고 내부가 텅 비어있다시피 했습니다. -ㅅ-;;; 이곳 주변에 아파트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주변 개발로 인해 이곳 주민들도 하나둘씩 이사를 가버리거나 위기감을 느꼈거나 했을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모로 을씨년스러움도 느껴지는 동네가 아닐 수 없었네요. 결국 우리는 이야기나 하면서 시간을 떼우다가 오후 3시 20분 다 되어가자 31번이 나타나는 것을 목격합니다.
버스가 우리가 있는 장소에서 회차하는 게 아니라 아까 우리가 걸어내려왔던 그 길로 올라가려 하더군요. 결국 우리가 봐두었던 그 장소에서 회차를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날씨도 춥겠다, 버스를 미리 타 있기 위해 석준형이 기사아저씨께 신호를 보내봤지만 금방 돌아나오니까 기다리라는 반응만 돌아왔지요. 쩝...
그래도 대부분의 기사아저씨들이 이렇게 하기 마련이고, 어떻게 보면 FM대로 하신 것이니 우리도 불만없이 버스를 기다립니다. 어차피 저 버스가 시간이 남아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ㅋㅋ
[오산교통 31번]
부산동슈퍼 1520 - 오산시청(운암4단지) - 오산보건소 1527 - 오산종합운동장 - 오색시장 - 중원사거리 - 오산역광장 1534
회차지에서 다시 되돌아나오는 버스를 촬영한 다음 바로 승차합니다. 혼자 왔으면 촬영이 생각보다 어렵지만 함께하는 콤비가 있으니 수월하게 진행된 가운데(같이 시승 나오면 맨날 이러고 놀지요 ㅋㅋ), 훈훈한 분위기 속에 우리는 버스 안에서 운암단지와 오산시청 등을 구경하다가 오산역에 도착하여 바로 하차합니다. 31번의 나머지 구간은 80번으로 가봤었기 때문에 타볼 필요가 없어서 홀가분한 기분이 느껴지네요. ㅎㅎ
이제 우리는 만의사 가는 71번을 타기로 하고 오산컨벤션웨딩홀 큰길가로 이동합니다.
석준형의 정보에 의하면 71번이 갈곶동에서 나오는 시간이 오후 3시 40분이었으니 다른 짓만 안 하면 버스는 무조건 탈 수 있었죠. 그야말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었고, 오후 3시 48분이 되자 우리 앞에 71번이 도착하여 유유히 승차해 줍니다.
[오산교통 71번]
오산컨벤션웨딩홀,오산역 1548 - 중원사거리 - 시민회관(팔각정) 1554 - 금곡1리(한증막) - 금곡2리(신암마을) - 동탄신미주아파트 1610 - 동탄4동사무소 - 중리마을회관(만의사입구) 1624
이 노선은 오색시장을 지나자 우회전을 하여 강변도로를 따라 운행하였습니다. 오산종합운동장도 지나고, 그대로 장지리까지 가버릴 듯했던 버스는 보건소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다리를 건너는데, 생판 처음보는 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나온 마을은 금곡리였는데, 여기는 오산 같았지만 실제로는 화성시더구먼요(...).
아무튼 타고 있던 사람들은 금곡리에서 대부분 내려버리고 우리는 동탄 2신도시에 진입합니다. 산척리, 신리 등이 있었던 이 동네도 아파트들이 들어서 버렸고, 머지않아 동탄동으로 행정구역이 바뀌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버스 안에 붙어있던 시간표를 보니 이전과 같이 고매리가 적혀있긴 했는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고매리 적힌 칸은 X 표시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결국 고매리는 안 가겠구나 싶었는데, 마침 석준형이 기사아저씨께 여쭤보니 기사아저씨께서 안 간다는 대답을 함으로써 확인사살을 시켜주십니다. 휴;;;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중리마을회관 종점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중리 종점 바로 근처에 있는 저수지가 참 멋지더군요. 예전과 달리 경기대원(화성여객)도 들어오는 등 노선이 여러 개가 생겨서 차편도 엄청 많아졌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구요.
석준형이 화성여객 201번 시간을 보더니 시간이 남는다면서 만의사를 한번 보러 가자고 합니다.
저도 사실 이름과 위치만 봐두었던 곳이라 당연히 콜 ㅋㅋ
그렇게 만의사 등등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걷던 석준형과 저 느티나무.
가는 도중 우리는 그만 빵 터지고 맙니다. 석준형이 이야기한 추억의 영화인 <달마야 놀자> 때문에 ㅋㅋ
김수로 - "아 우리 형님 귀 참 크시네~~ 음... 저 형님, 부처님은 중국사람이죠?"
홍경인 - "인도사람이죠 형님"
김수로 - "중국이야 중국"
홍경인 - "내가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봤습니다. 인도사람입니다"
박신양 - "아 인도건 중국이건 스리랑카건 빨리빨리 닦아라"
김수로 - "인도는 아니다"
박상면 - "아 정 그렇게 궁금하면 밑에 어디서 만들었는지 보면 될 거 아니야"
그래서 홍경인과 김수로는 불상을 들어올린 후 "야 여깄다. 메이드인 차이나"
어어어어~ (불상 넘어짐)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다보니 어느새 만의사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거기 스님들도 진짜 저 이야기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ㅋㅋㅋㅋ
만의사는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입구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고 산길을 타야 되는 것도 아니다보니 그래도 나름 최신 시설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규모가 크지 않은 덕택에 아담한 느낌이 들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찰은 다른 건 몰라도 주변 풍경들이 다들 멋진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 때문인지 종교를 믿지 않는 저도 절에 가는 것은 큰 거부감이 들지 않기도 했지만요.
다만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점은 아쉽더군요. 어느새 버스시간이 다 되어가던 탓에 다시 중리마을회관으로 걸어나와야 했던 겁니다. 201번 시간에 맞춰 슬슬 중리마을회관으로 걸어나와보니 해가 지고 있었고, 201번도 정류장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추위가 따라오긴 했으나, 기사아저씨께서 미리 문을 열어주신 덕분에 우리는 버스 안에서 따뜻하게 있을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경기대원은 기사아저씨들이 친절했지요.
[화성여객 201번]
만의사입구 1705 - 부영아파트 - 경서프라자 1714 - 동탄4동사무소 - 예당고교사거리 - 동탄1동사무소 1733
이윽고 오후 5시 5분이 되자 201번 버스는 출발하였으며 중리 들어가기 전에 있는 단독주택 단지에서부터 손님이 타기 시작했는데, 배차간격이 그렇게 좋은 노선은 아니었지만 손님들이 곧잘 타더군요. 그리고 맞은편에서는 경기대원 빨간버스가 손님들을 꽤 태운 채 달리는 것도 보게 되는데, 경기대원의 어두운 모습인... 은근슬쩍 배차간격을 늘리는 일만 없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빨간버스는 에지간해선 잘 안 그런 것 같긴 하지만, 글쎄요...).
그런데 버스가 정류장에 신호가 걸려 정차해 있던 그 순간에 우리는 무단횡단의 현장을 보았습니다. 이 도로가 분명 아주 넓직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석준형이 이걸 보고는 역시 화성시답게 도시계획을 했다고 하네요.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살펴보니 횡단보도 배치가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자체는 2개가 있었지만, 두 횡단보도 사이 간격이 꽤 멀었고 그 중간에 버스정류장이 딱 있는 것이,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에는 꽤 불편한 구조였던 겁니다. 물론 무단횡단은 하면 안 되는 것이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잘못인 것은 맞지만, 도로 및 보행자 동선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생각을 해 볼 필요는 분명히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해보게 되었죠. 화성시에서도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도로 한가운데에 펜스를 설치해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을 막을 수는 없었기도 하니까요(그리고 이것은 2018년 11월 현재 <백종원의 골목식당> 을 보면 알 수 있을, "손님이 없는 집은 손님이 없을만 하게 행동하니까 손님이 없는거다" 라는... 진짜 뼈를 탁 치게 만드는 진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동탄 2신도시에 대해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그리고 한편으로는 시골 읍내와 다를 게 없는 동네 출신인 저로서는 적응이 안 되는 으리으리함도 느끼면서 아무튼 우리의 여정은 흘러갔고 오후 5시 33분에 동탄1동 주민센터에 도착하여 하차합니다. 이제는 세마역으로 가는 오산교통 9번을 탈 차례였지요. 길 건너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니 오후 5시 48분에 9번이 도착하여 승차합니다.
[오산교통 9번]
동탄1동사무소 1748도착 1755출발 - 메타폴리스 - 새강휴먼시아5단지 - 화성오산교육청 - 세교중심상가 1823 - 세마역 1835
2018년 11월 현재는 동탄역 앞까지 노선이 연장된 상태지만 이 당시에는 우리가 탄 곳이 출발지였는데, 출발시간이 오후 5시 55분이라 그 때까지 버스가 대기하다가 출발합니다. 버스는 메타폴리스를 지나 오산대역 앞 홈플러스를 찍은 다음, 신장동 아파트단지를 한 바퀴 돌아 세마역에 진입하였습니다. 오산대역 인근도 개발이 많이 진행된 탓에 세마역 앞을 제외하면 예전에 제가 여길 와봤었던 때의 느낌조차도 잘 나질 않더군요.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우리는 세마역에서 전철을 이용해 수원역으로 온 다음, 저는 11번을 타고 석준형은 7770번을 타는 것으로 각자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제가 열심히 집으로 가는 동안, 석준형도 큰 정체 없이 잘 갔다는 정말 다행인 소식이 들어오는구먼요 ㅎㅎ
읽어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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