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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행문/2016년~2017년

2017년 4월 1일 - 간단한 서대문10번 마을버스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18.

이날은 입사시험을 위해 명지고등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생사를 쭉 돌아보면 취업하고 나서가 진짜 시작이나 다름없건만, 첫 스테이지부터 난도가 엄청난 게임을 붙들어야만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 분명 서울교통공사에서 주최하는 것일텐데 부산지하철 1호선 전동차가 그려져 있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합니다.

 

 

아무튼 입사시험을 치르고, 결과는 때 되면 나오겠지 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귀갓길에 오릅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끝나고 나오니 그들과 비슷하게 이동하면 그만큼 귀갓길도 힘들어지는 법이죠. 그런데 교실에서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지나가야 했던 길이 좀 색다릅니다. 휠체어를 타야만 되는 장애인도 이동하기 좋게, 계단 대신 경사로로 되어 있었던 겁니다. 저의 중학교 동창이자,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만 하는 친구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 서울의 학교는 역시 다른 걸까요 ㅋㅋ

 

 

요즘 학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죠?

저 때는 급식차 이동용 말고는 그런 거 있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그 친구는 중학교 3년 내내 1층 교실로 다니게 되었는데, 이것도 당시 교장 선생님의 결정에 의한 매우 특별한 케이스였구요. 교장 선생님의 그런 결정에 대해 저도 박수를 보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걸 무색하게 만드는 저 경사로를 보니 서울은 역시 다르기는 한가 봅니다. ㅎㅎ

 

아무튼 건물을 나온 필자는 정문의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지도를 보니 그쪽에 서대문 10번의 기점인 백련사가 있었는데, 그쪽으로 가는 길도 있을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었죠. 과연 저의 예상대로 백련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더군요. 

 

 

▲ 편안한 귀갓길에 날개를 달아준 고마운 계단

 

 

명지고등학교는 "왜 우리 학교는 언덕 위에 있었을까"라는 추억의 광고를 생각나게 만들 정도로 높은 언덕에 있었고, 제가 찾은 이 계단은 정문과는 정반대 위치에 있다보니 이 계단을 올라 학교를 나갈 사람은 제가 예상했던 대로 거의 없더군요. 그럼 그렇지 ㅋㅋ

 

 

▲ 계단에서 바라본 학교 정문입니다. 귀가하는 수험생들로 북적대는군요. 제가 저 길로 갔더라면 분명히 사람들에 치어 고생을 했겠죠? 남들이 버리는 걸 우리는 취한다는 말씀은 맞는 말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 마을버스가 이 길로 들어오고 나가고 있다는 말인데, 꽤나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 서대문 10번의 기점인 백련사.

 

 

계단을 오르고 나서 왼쪽으로 이동했더니 금방 백련사가 나와 여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금방 버스가 옵니다. 누가 서울 아니랄까봐, 별로 안 기다리고 버스를 타는군요. ㅋㅋ

 

 

▲ 버스는 들어오고 ㅎㅎ

 

▲ 역시나 재미있던 나가는 길입니다. 서울마을버스의 재미를 느끼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었지만요.

 

 

회차를 끝낸 버스는 오후 12시 10분에 출발하였고 곧바로 왔던 길을 따라 나갑니다. 논두렁급의 1차로는 아니었지만,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길을 이렇게 버스가 다니는 것만으로도 제게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여기가 고저차가 꽤나 있는 동네다보니, 홍제역을 향해 내려가는 길도 꽤 가파른 편이었구요. 

 

홍은2동 주민센터를 지나 홍제역으로 가는 길은 내부순환로를 따라가는 길이었는데 이쪽은 교통량이 은근히 많아 홍제역까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래도 다음에 올 때는 홍제역에서 백련사 방향으로만 타면 되니까 시승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점은 좋네요. 

 

아무튼 교통량이 많았던 탓에 홍제역까지는 20분이 걸려서야 내릴 수 있었고, 저는 곧바로 집에 갈까 하다가 당시 백종원 3대천왕에 나온 맛집인 혼가츠를 가보기로 하고 홍대를 향해 갔습니다. 홍대입구역에서 좀 떨어져 있긴 했지만, 홍대는 워낙에 유명한 장소다보니 정신이 없을 따름이었네요.

 

 

▲ 치즈돈가스로 유명한 혼가츠의 모습입니다. 백종원 3대천왕에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가게를 들어가보니 커플이 많더군요.

 

▲ 양이 별로 안 되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치즈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걸 뛰어넘는 치즈돈가스는 아직 본 적이 없네요. 2021년 8월 현재는... 연돈에 가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주도는 언제 가나요 -ㅅ-;; ㅋㅋ

 

 

전체적인 양을 보았을 때는 매스컴 빨이다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치즈 하나는 진짜 많더군요. 다른 곳의 치즈돈가스를 먹어봐도, 혼가츠의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것이 쉬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이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되돌아보니까 그래도 꽤나 하는 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홍대거리는 누가 홍대 아니랄까봐 떠들썩했지만 집에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전철에 오르는데, 혹시나 해서 530번 시간표를 봤더니 때마침 시간이 맞더군요. 그래서 전철로 가기도 질리는데 신도림역에서 530번을 타주기로 합니다(이때 당시 여의도에서 오후 2시차였던 듯;;; 주말 및 휴일에는 2시간에 한번 차가 있었죠). 530번은 제 오랜 친구를 생각나게 만드는 차편이기도 했고, 집 근처로 최대한 가까이 가주는데다 사람도 많지 않아 그야말로 편안한 수면실이기도 했으니까요. ㅋㅋ

 

 

▲멀리 보이는 경기도 시흥시 미산동. 이 길을 만들 때, 친구네 땅이 일부 희생당한(?) 거임료...

 

 

2021년 8월 현재와는 달리, 이 당시에는 미산동~매화동 간 도로를 지나가는 버스노선이 이 530번 하나뿐이었다보니(따복버스 37번은 2017년 5월에 개통) 제게 있어서는 더더욱 타게 되었던 차편이었죠. 집에 가는 데에는 버스보다 전철이 훨씬 빠르지만, 친구 생각 때문에 일부러 타게 되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좋은 일이 있어야 할 텐데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