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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16년~2017년

2017년 5월 18일 - 갈매지구와 서울 무수골 방문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18.

오늘은 흥안117님과 오래간만에 만나기로 한 날.

모처럼만의 서울행이기도 했기에, 1시간 이상 멀리 가야 하는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인을 만나러 갈 때면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ㅋㅋ

 

오래간만에 만나 회포도 풀고, 흥안님이 인천시내버스 모니터링 요원을 잠시 하게 되었다길래 코스도 만들어주고 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흥안님에게 배정된 모니터링 차편들이 마침 영종도와 강화도 버스들이었는데, 이쪽은 노선들이 하나같이 길다보니 아무 차들이나 꼴리는 대로 막 탔다간 시간 버리기 딱 좋다는 특징이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 저였기에 효율적인 모니터링 작업을 위해 직접 실력발휘를 해 주었죠. 몇 번이나 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던 것을, 3번만 가면 되도록 짜놨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작업이 잘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ㅋㅋ

 

아무튼 우리는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이번에 새로 생긴 갈매지구를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여기를 가자면 신내동 중랑공영차고지에서 접근을 해야 하지만, 바로 가는 차편으로 가면 왠지 재미가 없으니 돌아가는 방법을 택한 우리는 먹골역입구에 오후 4시 57분에 나탄 2114번을 타고 망우역으로 이동합니다. 2114번만 다니는 이 길은 전형적인 서울의 골목길 동네들의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 묵2동, 중화2동 주민들의 발 노릇을 하고 있던 2114번.

 

 

서울이 물론 대한민국의 수도인 만큼 번쩍번쩍하고 멋있는 동네가 있지만, 이렇게 골목길 동네들도 있으니만큼 이쪽 버스들을 타보다보면 흔히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는 어느정도 희석이 되고 말죠. 이런 재미 때문에라도 서울버스들을 타보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랑역에 내린 우리는 중앙차로변 아무 버스나 타고 망우역으로 이동한 뒤, 2113번을 탔습니다. 이것 역시 망우에서 중랑공영차고지 사이가 단독구간이었고 이 구간이 포인트라면 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이 버스는 이전에 화랑님과 같이 흥안님을 만나러 갈 때 양원역 바로 근처에서 탔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류장 이름이 2021년 9월 기준으로 "송곡여고,양원역" 으로 되어 있는 그 곳인데, 당시의 추억이 되살아나더군요. ㅋㅋ

 

 

▲ 2021년 9월 현재 이 여행기를 적으려니 어디 있는 곳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건물 한번 참 컸습니다.

 

▲ 망우역 근처에 있던 특이한 이름의 가게. 족발대학에 이은 생고기대학 ㅋㅋ

 

▲ (2장 모두) 2113번을 타면서 볼 수 있었던 망우본동 골목길.

 

 

종점인 신내동 중랑공영차고지 앞은 차고지와 건너편에 보이는 경춘선 신내역 말고는 아무것도 없이 썰렁했습니다. 퇴계원쪽으로 가는 큰길과 약간 거리가 있어 차고지에서 걸어나오니 신내능마을이라는 정류장이 있어 여기에서 75번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버스가 오려면 꽤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때마침 정류장 근처 주유소에 있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시간을 보냈죠.

 

 

▲ 개통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던 경기여객 75번.

 

▲ 이 당시의 75번 시간표.

 

 

버스에 올라보니 시간표가 붙어 있어 촬영하였습니다. 아직은 갈매지구에 입주가 진행중이라 변경될 여지가 있었지만 배차간격이 평일 20분 간격 정도라 그래도 제법 준수한 편이네요. 그런데 이 버스는 좀 특이하게도 갈매지구부터 먼저 들어간 다음 갈매역에서 종착합니다. 이런 곳에도 아파트가 들어오다니... 구리와 남양주는 도대체 얼마나 더 개발되려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는 당고개로 가려고 했으나, 때마침 흥안님이 갑자기 가족 약속이 생겨서 우리는 갈매역까지 가지 않고, 담터에서 하차합니다. 어플을 보니 1156번이 금방 온다고 하니까 늦지는 않을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죠.

 

1156번이 와서 흥안님은 서울로 되돌아가고, 저는 당고개로 가는 10-5번을 퇴계원에서 탈 생각으로 때마침 도착해준 707번을 탔습니다. 광릉내로 가는 길에 아파트들이 많이 생겨서인지 이용객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퇴계원으로 가면서 어플을 돌려보니, 아까 75번을 타려 할 때도 그러더만 10-5번 이것도 20분 가까이 기다려야 하네요. 10-5번이 막상 타려면 은근히 기다려야 할 때가 생기는 차편이었는데 하필 거기에 딱 걸리다니 좀 냐잉하긴 했지만, 이것도 제게는 하나의 기회였기에 얼른 수긍하고 넘어갔습니다. 사실 이번에 시간여유가 없었다면 저녁을 먹을 여유가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0-5번은 퇴계원에 이어 청학리를 찍고 당고개역으로 가는 차편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저는 아주 오래간만에 전도치터널을 지나가보게 됩니다. 임송삼거리에서 램프를 타고 왼쪽으로 가면 등장하게 되는 그 터널인데, 2009년에 1-1번을 타고 의정부로 가면서 지나갔던 그 터널을 이렇게 다시 지나가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 했네요. 청학리는 광릉내로 가는 길과 달리 산을 뚫고 가야 되어서 그런지 같은 남양주인데도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 이채로웠던 기억이 있었구요.

 

행정구역만 남양주였지 의정부나 다름없던 청학리를 지나 버스는 본격적으로 덕릉고개 쪽으로 가기 시작했고, 덕릉고개의 모습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덕릉터널이 뚫리게 된 이후로 청학리 쪽에서 당고개역으로 가는 버스들은 거의가 터널을 이용하게 되었지만 10-5번은 노선변경이 없었던 점이 다행이었네요. 또한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면 당고개역 앞은 100% 확률로 꽤나 혼잡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ㅎㅎ

 

 

▲ 덕릉고개의 모습을 보여준 경기고속 10-5번(이 당시에는 경기운수로의 이관이 진행중이었죠).

 

 

그렇게 저는 오후 8시 16분에 4호선의 반대쪽 시종착역인 당고개역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4호선의 시종착역인 오이도역은 너무 뻔질나게 가서 질릴 지경이지만 그 반대쪽 시종착역에 와보는 것은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이전에도 당고개역은 한번 온 적이 있었죠). 강 건너편 동네를 가보거나, 반대쪽 종점을 가보거나... 하여간 반대쪽을 가보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하죠. ㅋㅋ

 

 

▲ 4호선의 반대쪽 시종착역인 당고개역. 2022년 3월이면 공식적인 종점역 자리는 내주게 되겠지만요.

 

 

승강장으로 가보니 때마침 오이도 급행 막차가 올 시간이었고 저는 이 열차에 승차했다가 창동역에서 하차합니다. 집에 가려면 당연히 이걸 타야 했고 지금 귀갓길에 올라도 집에 도착하면 오후 10시가 될 것이 분명했지만, 창동역에서 무수골을 가는 도봉08번을 타기로 했던 저였기에 급행은 과감하게 포기했죠. 

 

그렇게 당당하게 창동역에 내린 저는 도봉08번 타는 곳을 찾아 버스를 기다립니다. 생각보다 기다려야 탈 수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표를 보고 타야 할 배차간격이 아닌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죠. 버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기다리고 있으니 오후 8시 35분에 드디어 무수골 가는 도봉08번이 등장합니다.

 

 

▲도봉구의 오지, 무수골을 가는 도봉08번.

 

 

누가 서울 마을버스 아니랄까봐 제법 사람들이 타더군요. 도봉구청까지 가는 내내 사람들이 내렸다 탔다 하는데 여기까지는 다른 노원구, 도봉구 마을버스와 별반 다를바 없이 밋밋하게 갑니다. 하지만 오봉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을 트니 드러나는 것은 좁은 골목길의 세계. 

 

 

▲ 깜깜한 밤중이었지만 역시 쩝니다. 이걸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그리고 역시 예상한 것이었지만 이 골목길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결국 무수골 종점까지는 저 혼자 가게 되었고, 종점에 저를 내려준 버스는 잠시 서 있는가 싶더니 돌아나가버리더군요. 

 

뒤쪽에 산이 보이고 집 몇 채가 있는게 다였던 무수골 종점.

하지만 냇가가 흐르고 있고(지도를 확인하니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무수골 계곡이 있더군요) 산책로도 갖춰져 있는 등, 주변 주민들이 운동삼아 다녀올만하겠다 싶었습니다. 역시 산 바로 밑이라 그런지 공기도 괜찮은 듯 했구요. 

 

 

▲ 저를 내려주고 대기중인 도봉08번.

 

▲ 무수골 버스종점.

 

 

이제 저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냇가를 따라 걸어나갔습니다. 걸어간 지 10분도 안 되어 바로 큰길이 나왔고 금방 도봉역으로 나와지는데 그야말로 오지 초보자용 노선이 따로 없었죠. 흥안님이 이걸 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ㅋㅋ

 

 

▲ (2장 모두) 무수골에서 걸어나가며.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산책하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 1호선 도봉역.

 

 

도봉역에 도착하고 보니 오후 9시 10분.

4호선 열차에서 내리면 오후 11시 20분이 넘을 각이었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마음을 비운 지 오래였습니다. 서울에 사는 여러 친한 분들, 그리고 그동안의 숱한 시승들 덕택에 버스든 전철이든 1시간 30분 이상 타고 가는 것쯤은 이미 이골이 날 대로 나버린 저였기에 이 정도면 먼 것도 아니었던 겁니다. 그리고 날도 시원하고 무수골의 모습도 보게 되었으니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죠. ㅋㅋ

 

도봉역 이쪽에서 4호선 라인으로 가려면 버스만큼 편한 게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라면 대부분 버스 타고 이동하겠지만, 집까지 갈길이 너무나 멀었던 저였기에 1호선을 타고 창동역까지 가 주었습니다. 전철을 타니 창동역까지는 금방이었는데, 창동은 어렸을 때 친척 할머니 만나러 가는 거 때문에 엄마손 잡고 같이 온 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1호선을 쭉 타고 왔던지라, 창동에서 4호선을 타고 집에 가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라는 것은 안비밀이지만요. ㅋㅋ

 

 

▲ 4호선 개통 대비 변한 것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 4호선 개통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모습의 4호선 창동역. 이 사진에서는 역명판의 번호가 바뀐 것 말고는 20년 전과 변한 게 크게 없네요. ㅋㅋ

 

 

아무튼 오후 9시 38분에 도착한 오이도행 전철을 탄 저는 유유히 귀갓길에 오름으로서 오늘의 시승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전철에서 내리고보니 오후 11시 20분 정도 되었지만, 이것도 워낙 많이 겪은 일이라 그러려니 하게 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