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간단하게 포천을 다녀오기로 하고, 4호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게 됩니다. 석준형을 만나 아귀찜을 먹으며 소주도 한 잔씩 하게 되었는데, 아귀찜이 진짜 대박이더군요. 오래간만에 부산에서 아귀찜을 먹어보는 그런 기분이었죠. ㅋㅋ
정말 재방문 의사 100%였던 이 개쩌는 곳에서 아주 만족스럽게 점심을 먹은 우리는 어디를 갈까 하다가 포천을 가기로 하고, 도봉면허시험장에 오후 1시 38분에 도착한 3200번에 승차하였습니다.
[선진시내버스 3200번][환승, 1550]
도봉면허시험장 1338 - 수락산역3번출구 1343 - 의정부터미널 1404 - 의정부성모병원 1412 - 축석검문소 1420 - 이동교4리,대방아파트 1428 - 송우리터미널 1436
지키기 위해서는 공격하라.
선진그룹의 슬로건이 집약된 노선 중 하나로서, 직행좌석 등급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노선이었죠. 물론 노원구와 의정부터미널을 지나가면서 시간을 다 까먹긴 해도, 그쪽에서 포천 시내까지 가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노선이었습니다.
물론 포천은 진짜 말 그대로 땅덩이가 무궁무진한(...) 동네다보니 이렇게 가도 버스를 거의 한 시간 동안 타야 했지만, 어쨌든 송우리터미널에 내리니 무봉리 가는 2번이 오려면 20분 남짓 시간이 남게 됩니다. 그래서 카페에 들어가 요거트를 하나씩 먹고 버스를 기다리니 곧 무봉리 가는 2번이 등장하여 승차합니다.
그분과 함께 탔던 때는 선롱 두에고였는데 현대 카운티로 바뀌어 있더군요. 그 선진그룹(※)조차 두에고에 대해서는 차량 교체 주기를 채우지도 않고 갈아버린 것을 보면, 중국 선롱버스의 품질 수준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였죠.
※ 선진그룹은 돈을 줄일 수 있으면 뭐든 줄여보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것저것 새로운 걸 도입해보는 데에 적극적인 편이라는 점은 장점이나, 좋게 말했을 때 그렇다는 게 문제였죠. 그래도 수요가 영 나지 않는다고 무조건 폐선하고 보는 막가파는 아닌 게 다행입니다.
[포천교통 2번(동교리~신봉초교,태봉마을,송우리터미널,송우5리,상운A,초가팔리,무봉1리~무봉2리마을회관)][환승]
송우리터미널 1458 - 원일아파트,송우5리 1503 - 상운아파트 1505 - 초가팔리 1507 - 무봉1리,길상사입구 1509 - 무봉2리마을회관종점 1515
버스는 의정부 쪽으로 가는 버스들이 가는 경로 그대로 내려갈 듯 하다가 소흘읍사무소 앞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더군요. 상운아파트를 지나 초가팔리에서 그대로 직진을 하니 안내방송에 무봉리라는 지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의정부로 내려가는 43번 국도와 평행하게 달리는데, 무봉리로 가는 길은 모두 왕복2차로가 되어 있었습니다. 길가에는 온통 공장들이 보이는 가운데, 토성레미콘 정류장을 지난 후 GS25편의점 앞에서 좌회전을 하니 드디어 무봉리 종점이 나왔죠. 버스는 무봉2리 마을회관을 지나쳐 우리를 내려준 후, 길가에 그대로 주차를 해버렸습니다.
[도보]
무봉2리마을회관종점 1515 - 무봉리입구 1530
카카오버스에서는 종점 주변을 한 바퀴 돈다고 되어 있으나, 회차를 위해 그렇게 도는 거라 승객이 굳이 탈 이유는 없다고 봐야하더군요. 우리는 큰 미련을 가지지는 않고, 무봉리입구를 향해 슬슬 걸어나가 금방 도착한 138번을 타고 장승거리까지 가게 됩니다.
[포천교통 138번][환승]
무봉리입구 1534 - 송우리터미널 1547 - 하송우리 1551 - (선단동충전소 경유, 가스충전 13분 소요) - 선단4통,장승거리 1608
장승거리로 가는 도중 충전소를 경유하는데, 운행 도중 연료를 넣는 것은 여러 번 겪어봤지만 죄다 디젤차량이었던지라 난생 처음으로 가스 충전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실 운행 중 가스 충전은 그리 안전하지 못하지만, 도평리나 산정호수에도 충전소가 들어서지 않는 이상 정말 불가피한 것이었죠(포천이 경기도 시급 지자체들 중에서는 면적이 제일 넓다보니;;;). 다만 우리가 탄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충전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시간이 13분이나 걸리더군요. 생각보다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아무리 버스 연료통이 크다는 걸 감안해도 이 정도니 노선별로 지정되어 있을 가스 충전 시간이 꼬여버린다면 정말 난리날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내버스는 적어도 하루 1번은 가스 충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무리 충전 시간대를 잘 지정한다 해도 충전소에 버스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릴 것은 뻔한 일이었죠.
하지만 이런 것은 우리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는데, 무림2리 내누마을로 가는 1번을 환승 받고 타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연료 충전 덕택에 우리는 무사히 환승할인을 받아가며 1번을 타게 되었죠. 아, 물론 동네 안으로 걸어들어가서 타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걷기 싫다고 괜히 큰길에서 타서, "나 잡아잡수" 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요. ㅋㅋ
[포천교통 1-1번(장승거리~선단초교,태봉초교,송우5리,갈월중교,고모2리,직동삼거리,이곡리~축석검문소)][환승]
선단4통 1625 - 선단초교 1628 - 동서남북교회 1630 - 태봉초교 1634 - 대경중교 1638 - (홈플러스 정류장 실제로는 정차하지 못함) - 원일아파트,송우5리 1640 - 갈월중교 1646 - 이가팔2리,고모리입구,마트사거리 1648 - 고모2리회관 1655 - 욕쟁이할머니 1658 - 비득재 1659 - 월드마트 1705
버스는 차의과학대학쪽으로 가다가 송우리 쪽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동서남북교회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정류장도 지나는데, 이쪽 길은 산을 배경으로 논밭이 펼쳐져 있어 꽤 볼만한 풍경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송우리 뒤편으로 버스가 운행하였고 바로 갈월중학교를 지나 바로 정교리로 빠져버립니다. 왜 서울이나 의정부 쪽에서 포천으로 올라갈 때면 1번을 볼 수 없었던 것인가 했더니 바로 이런 운행경로 때문이었던 겁니다. 정교리를 지나 고모리로 나오는 길은 꽤 쩌는 편이더군요.
쩌는 길을 나온 버스는 직동리를 향해 남쪽으로 달리는데, 욕쟁이할머니 정류장을 지나가보니 이쪽은 이미 카페촌이 다 되었더군요. 고모저수지 주변으로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었는데 사람들도 많이 있는 걸 보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가 탄 버스가 내누마을회관으로는 가질 않는다고 합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지금은 거기 가는 시간 아니라고 하시는데, 버스 안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보니 첫차와 막차 하루 두 번만 내누마을회관으로 가는 1번으로 운행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축석검문소로 가버리는 1-1번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더라구요. 어쩐지 어플에서 우리가 탄 버스가 1번이 아닌, 1-1번으로 나오는 게 왜 그런가 했습니다. 어플에서야 전산 상 번호와 실제 운행중인 번호가 다르게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라, 이번에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을 줄이야... -ㅅ-;;
시간표 바뀐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었습니다. 첫차와 막차 빼고 전부 축석검문소로 돌려봐야 하루 몇 회 되지도 않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하루 3번도 아니고 첫차와 막차만 가는 것은 뭐 하자는 건지...-ㅅ- ;;
석준형이 이걸 두고 우한 폐렴 및 운전기사 부족으로 인해, 기존 21번의 배차간격이 기존 30분에서 60분을 넘나들게 되어버려 무림리 주민들의 민원 해소용으로 그렇게 됐을 거라고 말은 했습니다만(21번은 남양주 노선인데다 KD운송그룹 노선이라 포천시에서 손대기가 대단히 버거울 겁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내누마을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다 싶었죠.
아무튼 이 장난 똥때리는 사건 때문에, 저번에 귀락을 갔었을 때 내누마을을 고르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됩니다. 그나마 막차 시간이 영 답없지는 않은지라 내누마을을 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어이가 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분명히 벨을 눌렀는데도 버스가 직동삼거리보다 한 정류장 더 가서 내려주는 바람에, 하마터면 21번을 못탈 뻔했기도 해서 더더욱 그랬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길을 건너려고 하니 때마침 21번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바람에, 우리는 정말 위험한 환승을 해야 했던 겁니다. 21번 기사아저씨께서 버스를 타려는 우리를 보고 차를 세워주시지 않았더라면 정말 못탈 뻔했습니다. 휴;;;
[명진여객 21번][1450]
월드마트 1705 - 직동삼거리 1706 - 봉선사입구 1718 - 신광마을입구 1722 - 광릉내종점 1726
심장 쫄리는 환승 끝에 광릉내종점에 도착한 우리는 진벌리 가는 3-1번을 타기로 합니다. 오래간만에 도착한 광릉내종점은 차고지 위치만 그대로였고 나머지는 180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2008년에 처음 와봤을 때는 주변이 온통 시골 읍내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아파트들이 있었고, 차고지도 길가 박차장 수준이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죠.
3-1번이 오기까지 시간이 20분 넘게 남아 있어(생각보다 차가 못 오더군요) 우리는 그동안 화장실도 다녀오고, 날이 추워지다보니 편의점에서 따뜻한 걸 사서 먹게 됩니다. 온장고에서 갓 나온 두유를 먹으니 그리 따뜻할 수가 없더군요. 버스 득짤을 하다보니 시간은 지나가긴 지나가는데 33분을 넘어가서 환승을 못 받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천만 다행히도 오후 5시 58분에 진벌리로 들어가는 3-1번이 등장합니다.
[경기운수 3-1번(오남역~진접역,광릉내~진벌리)][환승]
광릉내종점 1758 - 신창아파트,광릉중교 1801 - 진벌리종점 1807 - 진벌1리하차 1808
※ 종점보다 더 위에서 내린다는 분이 있어 서비스 구간을 건지게 됨
우리를 태우고 광릉내종점을 떠난 버스는 곧 우회전을 하여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왕복2차로 길 주변으로 공장들이 참 많이 보였습니다. 경복대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니 곧 진벌리종점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종점슈퍼도 등장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안 내리고 앉아 있더군요. 기사아저씨가 할머니께 뭔가 이야기를 하려는 눈치도 아니라서, 우리는 계속 타고 있어 보기로 했죠. 그랬더니 버스는 더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오른쪽으로 다리가 나 있는 곳에서 할머니를 내려주더군요. 이제는 정말 길 거의 끝까지 버스가 올라왔기 때문에, 우리도 할머니를 따라 바로 버스에서 내리게 됩니다. 버스는 더 위로 올라갔지만, 계속 지켜보니 길 끝에서 회차를 하여 대기하고 있었죠.
[도보]
진벌1리 1808 - 중말슈퍼 1832
어쨌든 길 끝까지 버스가 간 것을 확인했으니 더 이상 볼 것은 없었고, 우리는 다시 입구를 향해 걸어나가게 됩니다. 진벌리종점에 슈퍼가 있는 걸 봤었기에 거기를 들르는 것은 잊지 않았죠. ㅋㅋ
저는 물을, 석준형은 마른 오징어를 샀는데 오징어가 생각보다 양이 많다보니 처리하는 것도 일이더군요. 시골길을 걸을 일이 많은 우리에게는 그렇게 썩 적합하진 않은 간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입구를 향해 다시 걸어나가는데, 때마침 주변에 있던 공장에서 퇴근하는 여직원이 있는 듯 그들끼리 떠들며 앞으로 가는 걸 보게 됩니다. 얼굴을 보나 이야기하는 걸 보나 예상대로 베트남인이었는데, 그나마 중국인이 아닌 것이 다행이긴 했지만 경기도조차 시골 공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많아졌음이 실감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점점 짙어지고 있는 저녁놀처럼, 이 나라의 미래에도 점점 어둠이 드리우고 있는 것 같았죠.
다시 입구를 향해 걷게 된 우리는 경복대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 바로 근처에 있는 중말슈퍼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데, 경복대를 지나 진접역으로 내려가면 더 빠르게 갈 수 있었으므로 혹시 오는 버스가 있는지 어플을 돌려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어느정도 예상한 대로, 운행중인 버스가 정말 단 한 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양주도 조광한이라는 이상주의자, 그리고 그의 땡큐버스 뻐큐버스라는 삽질 때문에 기존 노선을 운행할 기사가 부족해져 배차간격들이 엄청나게 늘어나 버린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정말 심각했죠.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더 이상 걷지 않고 버스를 기다리게 되는데, 한 가지 가능성을 보았던 겁니다. 주말이라 92번이 1시간 20분마다 한 대씩 출발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가장 마지막으로 광릉내를 나갔던 버스가 교문중학교에 있었던 겁니다. 금방 버스가 한 대 나올 것을 직감한 우리는 중말슈퍼 정류장에서 더 이상 걷지 않고 버스를 기다려 보기로 하는데, 과연 기다린 지 3분만에 경복대 쪽으로 가는 92번이 등장합니다. ㅋㅋ
[경기운수 92번][환승] ※ 광릉내종점 1830 출발
중말슈퍼 1835 - 경복대 1837 - 주곡2교 1839
이걸 타면 경복대를 지나 진접역으로 바로 내려가기 때문에 굳이 오남역까지 2~30분 가량 시간 써가며 힘들게 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건 정말 아는 게 힘이죠. ㅋㅋ
버스는 경복대 정문을 지나 진접역을 향해 바로 내려가는데, 이 버스가 진접역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주곡중학교를 들어갔다 나오는 운행경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주곡2교에서 내리자마자 진접역을 향해 부리나케 뛰어야 했습니다. 진접역에서 오후 6시 44분에 있는 사당행 열차를 놓치면 그 다음 열차는 23분이나 뒤인 오후 7시 7분에 있었던 겁니다. 이럴 때면 꼭 신호에 걸리고 느려지니 짜증은 났지만, 그리고 주곡2교에서 진접역까지 약간 거리가 있는 점은 냐잉했지만, 어쨌든 진접역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던 우리인지라 여유시간이 5분이나 남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겨우 열차를 타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철][환승]
4호선 진접 1844 출발 - 별내별가람 1854 - 당고개 1900
사당행 열차 안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우리는 당고개역에서 내린 후, 다음에 도착한 오이도행 열차로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석준형에게도 참 고마웠당께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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