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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행문/2020년~2021년

2020년 9월 12일 - 수인분당선 개통, 그리고 737번과 함께하는 구봉도 버스여행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2.

2020년 9월 12일.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수인선 한대앞~수원 구간의 개통으로 인해 수인선과 분당선이 합체되어 수인분당선이 된 날입니다. 수인분당선 열차 시간표가 영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쨌든 열차 자체는 다니게 되었으니 정말이지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이미 몇 년 전에 예상했던 대로, 안산역에서 수원역까지는 3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수인분당선은 앞으로 이어질 시승들에 엄청나게 큰 날개를 달아주게 되었죠. 수인분당선은 수원역에서 멈추지 않고 죽전, 성남 등지로 계속 가게 되는 점, 그리고 수원역에서 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사실 수원역엔 90여개의 노선버스들이 지나다니는데다, 경부선 철도까지 있으니 갈 수 있는 곳이 적을리가 없죠 -ㅅ- ㅋ. 과연 저 느티나무는 수인분당선을 십분 활용하게 되는데...

 

정말 고대하던 수인분당선 개통이었기에, 저는 수원역 수인분당선 승강장에서 1호선 전철 및 일반열차와의 환승 경로를 답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후 12시 39분에 안산역을 출발하는 왕십리행 열차에 승차하게 됩니다. 수원역은 이미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구조가 생각보다 정말 많이 복잡한 곳이다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간 길을 찾아 헤매느라 애먼 시간 쓰기 딱 좋은 장소였던 겁니다.

 

그런데 때마침 석준형도 오래간만에 수원으로 온다고 하기에 우리는 오래간만에 남문에서 치킨을 뜯기로 의기투합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식사도 하고 멋진 풍경도 보고... 이것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ㅋㅋ

[수인분당선]
안산 1239 - 한대앞 1249 - 어천 1300 - 수원 1312

 

 


수인분당선 열차를 탔더니 한대앞역까지는 환승역 안내방송이 연신 나오고 있더군요. 또한 오이도~한대앞 구간은 4호선과 같은 승강장을 쓰고 있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열차를 잘못 타는 일이 있을 법했고 실제로도 그걸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여기도 구로역에서 갈라지기 전의 1호선과 다른 게 하나도 없는 구조인데(인천행 열차와 서동탄/천안/신창행 열차는 1호선이란 같은 탈을 쓰고는 있지만, 신도림까지는 같은 승강장 쓰면서 함께 가다가 구로역 이후 제 갈길 가버리죠) 노선명이 다르다고 헷갈리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옛날이라면 그래도 이해가 가는 점도 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이란 게 있는데도 말이죠.


수인분당선 열차는 한대앞역 진입 직전 옆 선로로 갈라져 4호선 승차홈 바로 왼쪽으로 진입하였고, 한대앞역을 출발하자마자 상록수역으로 이어지는 4호선 선로 고가 밑으로 신나게 달리더군요. 사리역 이후 오목천역까지는 역간거리가 길다보니 열차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신나게 달리고 있었고, 제가 버스로 다녔던 수원에서 원평(매송)을 거쳐 비봉으로 이어지는 그 도로도 보게 됩니다. 그동안 화성 이쪽 동네를 다니면서 종종 지나가본 도로 중 하나였는데 정말 이런저런 추억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하여간 수원역의 통로 답사를 마친 저는 역전시장 정류장에서 가까스로 환승할인을 받고 400번을 타서 팔달문에 가게 되었고, 제가 팔달문에 내리니 석준형이 탄 112번도 금방 도착합니다. ㅋㅋ

 

 


언제 먹어도 맛있는 남문 통닭.
이번에는 진미와 용성 중에 용성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진미든 용성이든 장안이든 하여간 이곳들을 알게 된 지도 10년이 다 되가고 가보기도 여러번이었는데, 영화 <극한직업>이 참 히트기는 히트인가 봅니다. <극한직업> 개봉 이전에는 정말 존재하지 않았던, 수원왕갈비 통닭이란 메뉴가 생겼었으니까요. -ㅅ- ㅋ


우리는 수원왕갈비 통닭을 먹게 되었는데 맛이 생각보다 깔끔하더군요. 이전에 가족과 함께 남문통닭에서 먹었던 그것은 소스가 너무 진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는지라, 다음에 수원왕갈비 통닭을 먹으려면 용성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진미는 여전히 같은 메뉴만을 고수하고 있어 수원왕갈비 통닭은 팔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도 용성에 결코 밀리진 않지만요). 그런데 이후 우리의 스케일은 커져버리고 말았으니...

 


바로 구봉도를 가보기로 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통닭을 다 먹자마자 정류장으로 나와 때마침 도착해준 25번을 타고 매교역으로 향하게 되었고, 다행히 인천행 열차 시간이 맞아 바로 중앙역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중앙역에서는 300번을 탈 계획이었는데, 시간 계산을 해보니 딱딱 잘 맞아떨어질 각이라 기분이 좋네요. ㅎㅎ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참 기분 좋지


[수인분당선]
매교 1443 - 수원 1445 - 어천 1456 - 한대앞 1507 - 중앙 1510

 

 

▲ 중앙역을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하는 300번.

 

 

[경원여객 300번][환승,1350]  ※ 주말, 공휴일만 운행
중앙역 1530 출발 - 자유센터 1538 - 벽산아파트 1545 - 안산역 1548 - 시화이마트 1603 - 시화호조력발전소 1626 - 방아머리 1633 - 구봉도입구 1638 - 대부해양본부 1639

 


2015년에 탔었을 때처럼 대부해양본부 앞까지 가는 것은 똑같았지만, 해양본부가 구봉도 들어가는 길 안쪽으로 이전을 하는 바람에 그때와는 종점 위치가 완전 딴판으로 달라져 있더군요. 하지만 여기가 오기 어려운 곳도 아닌데다, 그동안 버스가 없던 구봉도 안쪽에도 버스가 들어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죠.

 

우리는 737번이 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구봉도나 구경해보기로 하고, 왕복2차로 길을 따라 슬슬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다가 좁다란 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 (2장 모두) 아직은 푸른 모습의 구봉도 가는 길

 

 

이 좁다란 길을 따라가다보면 아까 갈라졌던 왕복2차로 도로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바로 여기에서 기막힌 안내문을 보게 됩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버스가 전곡항으로 노선이 연장됨과 동시에, 구봉도에서 나갈 때는 우리가 걸어왔던 좁은 길을 이용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차피 왕복2차로 큰길로 버스가 다닐테니 일부러 좁은 길로 걸어왔는데 정말 뜻밖의 결과입니다. 키아~

 

 

▲ 때마침 다음주부터 이 노선이 전곡항까지 연장됨과 동시에, 구봉도에서 나올 때는 우리가 걸어갔던 좁은 길쪽으로 버스가 간다는... 정말 아주 기막힌 안내문입니다. ㅋㅋ

 

 

▲ 다음주부터는 버스가 오른쪽 길로 구봉도를 들어왔다가, 왼쪽의 좁은 길로 나가게 됩니다. ㅋㅋ

 

 

생각보다 타보기 어려운 이 737번을 노선 변경된 것 때문에 또 시간 맞춰 타러 와야하는 수고가 없어지게 되었고, 버스가 들어가기도 전에 신규 구간을 미리 걸어서 지나가보았다는 이 이상야릇한 느낌에 우리는 기쁨의 올레를 외치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네요. ㅋㅋ

 

▲ 몽당연필을 소재로 삼다니 정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펜션입니다. ㅋㅋ

 

▲ 왼쪽 멀리에 구봉도가 보입니다.

 

▲ 구봉도 버스정류장.

 

 

쾌재를 부르며 앞으로 쭉 걸어가니 드디어 바닷가가 등장하였고 우리는 버스가 오기까지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신나게 바다 구경을 합니다. 동해와 같이 탁 트이고 맑고 깊은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바다를 본다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싶네요. 이번에도 사진들을 한번 감상해 보시죠. ㅎㅎ

 

▲ (8장 모두) 절로 힐링이 되는 구봉도 바닷가. 안산에 이런 보석같은 곳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ㅋㅋ

 


이윽고 오후 7시가 되자 버스가 등장하였고 우리는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하며 버스에 오르게 됩니다.

 

 

▲ 구봉도에 들어오는 오늘의 주인공인 737번.

 

▲ 오늘 여기서 737번을 탐으로서, 생각보다 타기 까다로운 이 노선도 클리어가 됩니다. ㅎㅎ

 

 

[태화상운 737번][1250]
구봉도 1901 - 구봉도펜션단지 1903 - 북동삼거리 1906


탄도 쪽에서 기껏 잡아 탔더니만, 구봉도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여 허탕 친 경험도 이번으로 인해 추억으로 남게 되었죠. 그때 당시에는 버스가 전곡항 방향으로만 구봉도를 경유하였다는 걸 고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바다향기수목원 정문 앞을 지나는 버스가 정말 이 737번 말고는 없는데다, 대부도를 가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었지만요.


737번을 탄 우리는 북동삼거리에서 하차하였고 123번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오늘은 사실 737번 하나 탄 셈이었지만, 의외로 대부도나 영흥도가 하루만에 다 끝내기는 쉽지 않은 곳이고 737번의 운행횟수 및 시간대도 좋지가 못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정말 일당백이라 할 수 있었죠. 또한 10년 넘게 고대하던 수인분당선이 결국 개통되는 모습도 보고, 당초의 목적이었던 환승경로 답사도 성공하며 구봉도의 풍경까지 석준형과 함께 보너스로 보고... 정말 목표 초과 달성이라 싱글벙글한 하루였네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