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내버스 소탕작전을 계획하던 석준형.
저나 석준형이나 강화군내버스는 이미 상당 부분 탔었던 바가 있었지만 교동도는 제가 아직 가보질 못했죠. 그래서 석준형이 교동도 마을버스들을 일망타진할 계획을 준비하였고, 그에 따라 우리는 검암역에서 만나 800번을 타기로 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인분당선 인천행 열차를 이용해볼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게 되었는데, 검암역을 가려면 원인재역을 경유해야 했던 겁니다. 이상하리만치 열차 운행횟수를 줄여놓은 코레일의 미친 배차 때문에 수인분당선 열차 한번 타려면 소요산행, 용문행 전철 타듯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게 짜증나긴 하지만, 보고 있나 코레일? 그거 하나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저 느티나무가 아니죠. 시간 맞춰 안산역에 가보니 인천행 열차가 초지역에 도착했다고 뜨는데, 드디어 수인분당선 열차에는 6량 편성이라는 안내가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사실 수인분당선 열차는 4호선 열차와 달리 6칸짜리 열차이기 때문에 열차 칸수 안내가 꼭 필요했었지만 개통 직후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봐도 열차 칸수 안내가 필요하다 느낄 정도였는데, 아무리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곤 하지만 수인분당선 열차도 4호선처럼 10칸짜리 열차인 줄 알고 승강장 맨 끝에서 열차 기다리다가 허겁지겁 뛰어오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했었으니 말 다했죠.
그러던 열차 도착 안내기 및 안내방송이 개통 1주일만에 저렇게 달라지니 다른 면을 같이 생각하게 하더군요. 남들이 보면 "그거 하나 제대로 준비 못 하냐 ㅉㅉ" 했을 테지만, 온갖 잡무에 치여 엄청난 업무량을 기한에 맞추느라 허덕거리며 처리했을 코레일 실무자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레일 행정조직은 공무원과 비슷한 분위기 및 의사결정 체계를 가지고 있겠구나도 생각해보게 되죠.
제가 탄 인천행 열차는 4호선을 탔을 때와 마찬가지로 10분 만에 오이도역에 도착하는데, 이제는 오이도역으로 들어오는 본선을 수인분당선 열차가, 양 옆으로 난 부본선은 4호선 열차가 사용하는 식으로 바뀐지라 격세지감마저 들 지경이었습니다. 오이도역에서 수인선 열차를 갈아탄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절은 추억이 되었다는 말이기도 해서 기분이 정말 좋더군요. 이런 저의 후련함을 반영하듯, 이번에는 검암역에 도착해보니 1시간 15분밖에 안 걸렸습니다. 그전에는 무조건 1시간 30분이 걸렸었는데 15분이나 단축되니, 제가 수인분당선을 학수고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ㅋㅋ
석준형이 탄 공항철도 열차도 금방 검암역에 도착하고, 우리는 800번을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천교 위에 만들어진 높디높은 버스정류장으로 올라갑니다.
[강화선진버스 800번][환승]
검암역 1017 - 해병대사령부 1037 - 구래역 1049 - 양곡신협 1055 - 마송 1109 - 오리정 1122 - 강화병원 1150
그랬더니 90번이 먼저 지나가고, 뒤이어 오전 10시 17분이 되자 800번이 나타나서 승차합니다.
검암역에서 강화까지 800번으로 가면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편안히 앉아서 오래간만에 지나가보는 검암~구래역~마송 라인을 감상하며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구래역 있는 동네가 이전과 다르게 엄청나게 개발이 되어 신호가 많아지는 바람에 마송까지 가는 데만 50분이나 걸렸고, 설상가상으로 오리정삼거리 좌회전 신호로 인한 교통 체증에다 48번 국도 정체까지 겹치는 바람에,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려 강화에 들어오고 맙니다. 오리정은 옛날에도 그러더만 지금도 갈 데가 못 되는 건 여전하더군요(오리정삼거리 신호간격이 좀 많이 깁니다...). 개통 직후의 800번이 정말 그리울 지경입니다. 그때는 제물포도 오리정도 안 갔었고 인천터미널~강화는 1시간 30분만에 갔었는데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ㅜㅜ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이 사건 때문에 교동도 가는 버스도 덩달아 놓치게 됐다는 겁니다. 길만 안 막혔더라면 문제없이 탔을 텐데 꼭 이런 돌발 변수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지는 일이 생기게 되니, 정말 시승에 있어 차는 웬수라는 말은 진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우한 폐렴이 어쨌네 방역이 어쨌네 그러면서, 이런 날엔 차가 많으니... 이 현상을 통해 느낀 여러가지 사실들을 생각하면 정말 뒷골이 엄청나게 당겨오지만 이만 진정하는 걸로 합니다. -ㅅ-;;
우리는 어차피 버스 놓친 거, 점심을 먹은 다음 오후 1시 10분에 터미널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강화병원에서 하차합니다. 오늘 교동도만 갔다와도 하루가 다 가기 때문에 터미널보다는 먹을 거 많은 읍내로 가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던 겁니다. 강화는 꼭 터미널을 가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동네니까요. ㅋㅋ
다만 한 가지 좋지 않은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밴댕이 피자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기왕 강화도에 온 김에, 밴댕이 피자를 먹기로 하고 풍물시장을 들어가봤으나 영업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있네요. 어쩐지 시장 안을 샅샅이 뒤져도 안 보이더라니 -ㅅ-;;
버스시간 생각하면 시간이 그렇게 많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허탕을 치게 되니, 가보자고 제안한 제가 참 냐잉하더군요. 결국 처음부터 읍내로 갔었어야 하는건가 ㅜㅜ
하지만 이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체없이 다시 발을 놀려 풍물시장 앞 사거리를 건너 읍내로 들어갔더니 때마침 군청 앞을 지나 바로 있는 골목에 생각외로 괜찮아보이는 중국집 하나가 있었죠. 시간도 어차피 많지 않으니 거기서 짬뽕을 먹는데, 오우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우리는 다음에 또 여기서 식사를 하자고 이야기까지 하게 됩니다. 밥 먹고 나니 슬슬 교동도 가는 18번 버스가 터미널을 출발할 시간이 다 되어갔지만, 버스정류장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걱정도 안 되더군요.
오후 1시 10분이 지나고, 금방 저만치서 18번이라고 표시된 버스가 좌회전 틀어 들어와서 승차합니다. 그런데 정말 난생 처음 보는 저상버스 차량입니다. 석준형이 차를 보더니 이거 전기버스라고 하는데, 진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전기버스를 이날 최초로 타보게 된 것도 그렇지만, 도시 지역의 장사 잘 되는 노선에서나 볼 수 있을 이런 최신 차량이 군내버스로 다니고 있으니 말입니다. 햐;;;;
[군내버스 18번][1250]
강화군청 1313 - 서문 1317 - 송해삼거리 1320 - 부근삼거리 1324 - 하점우체국 1327 - 하점면사무소 1329 - 송산삼거리 1334 - 신골입구 1339 - 고구저수지 1343 - 대룡시장 1346
나중에 저 차종이 뭔지 찾아보니 JJ모터스에서 만든 VBUS-105라는데, 전기버스로 운행중인 군내버스들이 맞은편으로 간간이 지나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강화 오면 전기버스는 원없이 타보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도대체 여긴 뭐 하는 동네인지 무서움(...)마저도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대기업이 (반드시 성공적인 시도가 된다는 법은 없지만)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도 더 많이 해보고, 떨어지는 떡고물도 더 커서 좋다는 생각도 같이 해보게 되었죠(대기업인 데에는 마인드부터 시작해서 뭔가 확실한 게 있는 법이죠). 사실 여기는 수도권의 시내버스 회사들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진, 선진그룹이 버스를 운행하는 동네들 중 하나였으니까요.
우리가 탄 버스는 읍내에서 두어 명 가량을 더 태워 곧바로 송해 방향으로 출발하는데, 출발할 때 느낌이 기존 버스들과는 또 뭔가 다르더군요. 석준형 왈, 가만히 있다가 스르르 미끄러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는데 정말 적절한 비유였습니다. 기존 버스는 정차 중에도 엔진이 동작하기 때문에 덜덜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전기버스는 정차하면 정말 쥐죽은 듯한 느낌이 드는 차이도 있었구요.
난생 처음 타보는 전기버스에 신기함을 느끼며 앉아 있으니, 어느새 버스는 하점을 지나 인화리 쪽으로 가는 고개를 넘고 있었습니다. 교동대교를 넘기 직전까지는 인화리 노선을 통해 지나가본 길이라서, 오래간만에 구경하고 있으려니 버스는 인화리종점 쪽으로는 가지 않고 바로 직진하여 다리를 건너더군요.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교동도 가는 이 버스가 인화리종점보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간 인화성을 찍고 나온다고 되어 있는데, 물론 우리는 그렇게 갈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강화로 나갈 때는 들어가는지 이따 집으로 갈때 다시 확인할 수가 있으므로 크게 신경쓰이지도 않았죠.
교동대교에 접어들자마자 검문소가 있었으나, 군내버스는 바로 통과가 되어 우리는 기다리는 것도 없이 바로 교동도로 진입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교동대교는 석모대교보다 길다는 느낌도 들었고, 경사도 좀더 급한 것 같더군요. 교동대교를 건너자마자 신골입구 정류장이 나왔으며 왕복4차선 넓은 도로가 놓여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바로 다음 정류장인 봉소리로 가는 동안 왕복2차로로 탈바꿈을 하게 됩니다. 대룡리로 가기 직전에 고구리가 있었고, 고구저수지 바로 앞으로 버스가 지나가는데 저수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서 이따 다시 지나갈 때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죠.
고구저수지를 지나 오후 1시 46분이 되자 대룡시장이 나왔고, 우리는 여기에서 하차합니다. 교동도 마을버스는 18번 시간과 연계해서 다니는 특징이 있다보니 우리가 탈 첫 타자인 인사리,무학리 노선도 금방 탈 수 있어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죠. 사실 강화에서 원래 타려던 차의 다음 차를 타고 교동도를 들어온 것이라 타격이 좀 컸었던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버스가 나타나질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기다려봐도 버스가 나타나질 않으니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는데, 결국 우리는 머나먼 교동에 와서도 다음 버스 시간인 오후 3시 15분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는 신세가 되어버렸죠. 인사리 가는 버스는 도대체 어디서 타야 한다는 말인지...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리자, 석준형도 멘탈을 꽉 붙잡고 있으려는 듯한 모습이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옛날에 여길 와본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아서,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결국 타는 위치를 기억해낸 석준형의 안내에 따라 가본 곳은 대룡시장 들어오기 직전에 있던 로터리였습니다. 가보니 버스가 여기 선다는 그런 표시가 정말 아무것도 없었죠. 헐...
아무튼 이미 가버린 버스를 잡아올 수는 없으니 석준형은 교동도를 일망타진할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되었고, 금방 수립을 끝내게 됩니다. 계획을 살펴보니 이번 실패도 완벽하게 만회하는 것은 물론, 돋보이는 요소도 있더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개쩌는 계획을 내놓는 경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과연 저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어쨌든 오후 3시 15분까지는 1시간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우리는 이 기회에 교동초등학교를 거쳐 대룡시장까지 이 동네를 한 바퀴 돌며 구경해보기로 했습니다.
대룡시장 한가운데로 들어오니 우한 폐렴이 무색하게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1박 2일>에서 은지원이 머리를 깎은 교동이발관도 여전히 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각자 나름대로의 사연들과 인생여정을 가지고 있을 사람들이 여기에서 나름대로 각자 기억 한두가지 씩은 가지고 가게 될 평범한 모습들을 느낄 수 있었죠. 이런 것 또한 사람 사는 맛이건만, 이것마저 파괴하려 드는 쪽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 또한 던지게 됩니다.
시장 구경을 하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가보니, 아까 전 우리가 18번에서 내려 버스 기다릴 때 보았던 할아버지가 아직 정류장에 계시더군요. 이 분도 우리처럼 인사리,무학리 버스를 탄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냥 두면 이번 버스도 놓치게 될 것이 100%이다보니 우리는 이 할아버지와 함께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오후 3시 10분이 되자 마을버스가 나타났고, 우리는 할아버지와 함께 승차합니다. 이곳 역시 저번 석모도와 마찬가지로 카드 단말기가 달려 있더군요.
[교동마을버스 대룡리~인사리,무학리][1250]
대룡시장로터리 1510(조발) - 삼선2리마을회관 1513 - 인사리마을회관 1517 - 망향대입구 1524 - 무학리입구 1541(회차) - 지석초교 1534
버스를 타는 승객은 우리와 할아버지, 그리고 어르신 두 명해서 5명이 전부였는데, 이럴수가 손님들이 다 타자마자 버스가 그냥 출발해 버리더군요. 버스가 조발해 버리는 것은 생각보다 꽤 있는 일이긴 하지만, 5분이나 조발해 버리다니 이것도 시골 특유의 "작은 사회"가 작용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ㅅ-;;
버스는 로터리에서 바로 우회전을 하여 북서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18번이 서는 대룡시장 정류장은 당연하다는 듯 지나가지 않는데, 이러니 우리가 오후 1시 55분차를 놓칠 수밖에 없었던 거구나 하게 되네요.
삼선2리 마을회관을 지나 버스는 우회전하였고 곧 인사리에 접어드는데, 쩌는 1차로 길이 우리를 맞이하였습니다. ㅋㅋ
우리는 지석초등학교에서 벨을 눌러 하차했습니다.
우리와 같이 탔던 할아버지는 내리지 않아서 저 분은 도대체 뭔가 했지만, 대룡리로 되돌아가는 버스를 보면서 얘기해보다 석준형이 그러더군요.
"고향을 한번 보고 싶어서 일부러 탔을 것이다"
그 할아버지가 분명히 대룡리까지 다시 되돌아갔을 것이 뻔했기에, 저도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이는 집들 중 하나에 고향집이 있었을 수도 있고, 멀리 보이는 곳에 고향이 있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한편으로는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며 우리는 난정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봅니다. 논두렁길을 따라 가야 했는데, 여기도 풍경이 정말 좋더군요.
시간은 흘러 오후 4시 35분.
지석초등학교에서 내린 지 1시간 만에 우리는 난곳정미소 앞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까 대룡리에서 오후 1시 55분차를 놓쳤던 바람에 처음 계획때보다 더 걷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만회가 됩니다.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15분 정도 남아서 우리는 저수지도 구경해보기로 하는데, 이런 곳에도 카페가 생겼더군요. 아는 사람들만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제법 사람들이 있기까지 했습니다. 교동도 이곳도 관광객들이 들어옴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가 있었죠.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그런 카페이긴 했는데, 막상 여기를 대중교통으로 올 커플은 분명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런 걸 원할 여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니 말 다한 거죠. 물론 자동차가 있으면 편하다는 건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가면 쉽게 잊혀지기도 하고 가보는 맛도 없는데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해바라기정원 쪽으로 올라가서 저수지를 보니, 한 편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어서 그 매력에 취하게 됩니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네요.
[교동마을버스 대룡리~난정리,서한리][1250]
난곳정미소 1650(회차) - 서한리마을회관 1658(회차) - 동산리입구 1700 - 동산리마을회관 1703 - 구정정미소 1705 - 양갑리마을회관 1707 - 대룡시장 1710
오후 4시 50분이 되자 버스가 등장합니다.
서한리와 동산리, 양갑리를 지나 대룡리로 가는 것이었는데 이건 아까 인사리, 무학리 노선보다 한술 더 뜨더군요. 난정리를 나오는 동안은 그저 그런 1차로 길이었는데, 서한리로 들어가니 진짜 1차로 길이 왕창 쏟아지는 겁니다. ㄷㄷ;;
1차로 길의 양이 무척 많았고 질도 우수했습니다.
아까 그림같던 난정저수지에 이어 개쩌는 버스까지 정말 배부른 하루가 아닐 수가 없었죠.
동산리를 벗어나서는 양갑리로 진입하였고, 왕복2차선 도로를 따라 바로 대룡리로 직행하였습니다. 이건 18번 타는 그 대룡시장 정류장으로 가서 운행을 마치더군요. 결국 동북부 노선인 인사리,무학리 노선만 타는 장소를 주의하면 되는 셈이었습니다.
[군내버스 18번][환승]
대룡시장 1718 도착 1720 출발 - 고구저수지 1723 - 상용진료소 1724 - 신골입구 1727
이제 우리는 월선포를 가기 위해 오후 5시 18분에 도착한 강화 행 버스에 승차합니다.
대룡시장에서도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오후 5시 20분까지 대기하다 출발하더군요.
월선포를 가겠다는 사람들이 정작 버스는 강화 방향으로 타다니, 느티나무나 석준형이나 쟤네들 어딘가 좀 모자란 거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타는 것이야말로 오늘 계획에서 제일 돋보이는 점이었는데, 월선포에서 탔던 차 또 타야 되는 상황을 피할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룡리에서 바로 월선포 방향으로 타고 들어가면 다음 차를 기다리든가 탔던 차로 왕복하든가의 이지선다밖에 남지 않게 되는데, 다음 차를 타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1시간 30분 가까이 발이 묶이는 거였습니다. 이걸 이렇게 피해버리니 정말 지리는 계획이 아닐 수 없는 겁니다. ㅋㅋㅋ
정말 발상의 전환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준 석준형의 이 계획에 따라, 우리는 교동대교 바로 직전에 있는 신골입구 정류장에 하차하여 월선포를 향해 걸어가게 됩니다. 지도를 보니 월선포까지 정말 생각보다 가까웠고, 월선포에서 오후 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문제없이 탈 수가 있었죠. 가는 중간에 차도를 버리고 월선포휴게소 못 간 곳에서부터는 바닷가를 따라 난 길로 쭉 걷고 걸어서 오후 6시가 조금 넘자 월선포가 보입니다. 차도를 버리고 바다 쪽으로 난 좁은 길로 갔더니 좀 위험한 곳들도 보이긴 했지만, 버스가 들락거리는 길 말고 옆쪽에 막혀있는 길을 통해 월선포종점에 들어오니 이것도 나름 성취감(?)이 생기긴 하더군요(기왕이면 초심자는 도로 따라 걸어가는 걸 추천한다능;;).
월선포에 도착해보니 오후 6시였는데, 6시 2분이 되자 18번 버스가 들어와 회차를 합니다. 오후 6시 30분에 여기를 출발하는 차인데 이 시간에 여길 오니 쉬는 시간이 많더군요. 제가 강화군내버스들을 하나하나 잡아나갔던 2012년만 하더라도 여유시간이 없는 편이라 기사아저씨들이 급하게 운전하시는 것을 종종 보곤 했었는데, 현재는 그런 게 정말 많이 완화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졌죠. 아무래도 선진그룹이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강화의 경우에는 예전과 달리 여유시간은 어느정도 주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버스는 오후 6시 30분이 되어야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물도 마시고 월선포 구경도 하게 됩니다. 바닷물에서 찬 기운이 좀 느껴지는 듯 했지만, 역시 풍경은 예술이었죠. 바다 건너의 강화도, 그리고 석모도를 보니 뭔가 이채롭기도 했구요.
[군내버스 18번][1250]
월선포 1802 도착 1830 출발 - 읍내리마을회관입구 1835 - 교동중고교후문 1836 - 대룡시장 1838 도착 1840 출발 - 신골입구 1845 - 송산삼거리 1850 - 하점면사무소 1856 - 하점우체국 1858 - 부근삼거리 1902 - 송해삼거리 1904 - 서문 1907 - 강화군청 1910 - 강화터미널 1914
월선포에도 차들이 많았고 놀러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버스를 타는 사람은 우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사아저씨를 통해 뜻밖의 정보를 듣게 되었으니, 앞으로 교동도는 쓰레기 섬이 될 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교동대교도 수도권 매립지로 선정이 된 것과 연관이 있다하니, 우리가 오늘 본 교동도의 아름다운 모습도 영원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버스는 오후 6시 30분에 월선포를 출발하였고 교동도의 들판을 보여주며 대룡시장에는 8분이 걸려 도착합니다. 이것도 대룡시장에서 바로 가지 않고 6시 40분까지 있다가 가는 걸 보니, 대룡시장 출발 시간은 월선포 출발시간 10분 뒤로 정해져 있는 모양이네요. 다만 이번에는 버스가 2분 정차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타는 손님이 없어서, 결국 버스는 우리 둘만 덜렁 태우고 강화터미널을 향해 달리게 됩니다. 월선포에서 강화터미널까지는 44분이 걸렸습니다.
아참 우리가 탄 버스는 교동대교를 넘고 난 후, 인화성은 들르지 않고 쭉 직진하였습니다.
나갈 때와 들어갈 때 모두 들르지 않는 걸 보니, 결국 어플 및 포털사이트에 18번이 인화리 안쪽을 들어갔다 나온다고 되어 있는 것은 잘못된 정보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와 석준형이 사전에 18번의 경로를 조회해 보았을 때도 버스가 인화성을 찍을 리가 없다 싶었는데, 그건 합리적인 의심이었던 걸로 결론이 나네요. ㅎㅎ
[강화선진버스 90번][환승]
강화터미널 1918 - 성동검문소 1925 - 군하리 1931 - 마송 1946
[선진상운 3000번][환승]
마송 1952 - 누산삼거리 1958 - 한강로사거리 2004 - 김포시청,사우고교 2020
강화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90번을 타고 마송으로 가다가 3000번으로 환승하여 김포시청까지 갑니다. 저는 90번을 그대로 타고 가도 되었지만 그래도 석준형과 같이 가려는 마음에 같이 3000번을 탔죠. 석준형은 한강로사거리에서 내려 M6117번을 타기 위해 반도유보라 2차아파트까지 다소 먼 거리를 걷게 되었고(정류장 위치만 조금 조절해주면 좋을 텐데요), 저는 김포시청에서 81-1번을 타고 계양역으로 갔다가 원인재역에서 수인분당선으로 환승하는 것으로 오늘의 시승을 마치게 됩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교동도도 한 큐에 끝나고, 교동도의 경치에 취하고 정말 개쩌는 하루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s to
석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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