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승기는 사진이 유실되어 사진이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틀 전에 바람도 쐴 겸 정말 20몇년 만에 다시 가보는 월미도를 다녀왔다가, 아직도 영종도행 배가 운항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를 타고 영종도를 갔다와보기로 하고 오이도행 열차에 승차했습니다. 아직 한대앞~수원 구간이 개통되지 않아 오이도역에서 수인선을 타야 했기 때문이었죠. 오이도역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한다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출발시간 다 됐다고 눈앞에서 나잡아봐라 메롱~ 하고 떠나버리는 4호선 또는 수인선 열차를 허망하게 바라보아야만 했던 추억이 많았다는 걸 생각하면 참 엿같긴 했지만, 이제 수인선과 분당선이 하나가 되는 날도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사실 오후 5시 이전까지는 환승객의 편의를 위해 4호선 열차가 수인선 열차 승강장 쪽으로 가주었던 적도 있었지만, 4호선 오이도행 열차가 더 늘어나버린 2016년 9월 이후로는 그것도 옛 이야기가 되어버려 아무 의미도 없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수인선 열차가 눈앞에서 가버리는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수인선 승강장 쪽으로 정말 느긋하게 건너와 열차를 타게 됩니다. 인천역까지는 그간 경험상 30분 걸릴 거고, 영종도행 배는 월미도에서 매시 정각마다 있기 때문에 저는 이 틈에 동인천역에 있는 잉글랜드돈까스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죠. 1980~1990년대 경양식집 스타일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그런 가게였습니다. 밥과 빵 중 하나만 기본으로 주기 때문에 둘다 먹어보려면 꼭 1000원을 추가로 내야 되는 엿같은 점은 있으나, 그래도 수프와 샐러드가 무한리필이 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ㅅ- ㅋ
돈까스를 먹고 나니 어느덧 오후 1시 30분이 넘어 있었습니다.
꾸물거렸다간 월미도에서 오후 2시에 있는 배를 못 타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얼른 가게를 나와 동인천역 지하도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이동해 봅니다. 그랬더니 월미도 가는 23번이 금방 온다고 하여 가슴을 쓸어내렸죠.
여기서 제가 전철이나 45번 등 다른 버스들 놔두고 23번을 굳이 타려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건 이 버스가 월미도종점까지 최단거리로 가기 때문이었죠. 월미도는 인천역에서 버스로 10분이면 충분히 가지는 곳이었지만, 월미도종점으로 바로 들어가는 노선이 있고(2, 10, 23), 월미도 남단으로 빙 둘러서 가는 노선이(45)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거나 막 타면 안 되었던 겁니다. 또한 인천역은 완행전철로만 갈 수가 있는데 인천행 열차는 10분 넘게 기다려야 하나 겨우 오는 존재로 변한 지가 오래되었고(아 옛날이여 ㅜㅜ), 열차가 인천역에 진입하면서 매우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동인천역과 인천역을 오가는 건 버스만큼 편한 것이 없었죠.
※ 23번은 2020년 연말에 인천광역시가 단행한 노선 개편으로 인해 2022년 3월 현재는 월미도를 가지 않고 있는데, 이 당시는 그 노선개편이 이루어지기 전이었습니다. 이걸 가지고 태클 거실 독자분들은 없겠죠? ㅎㅎ
버스에 오르니 오후 1시 37분. 동인천역에서 인천역은 10분 정도 걸릴 거고, 월미도종점 역시 인천역에서 10분 정도면 충분히 가질 테니, 월미도종점에서 선착장까지 조금만 뛰어주면 배는 무조건 탈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버스는 제 예상보다 2분 빠른 오후 1시 55분정도에 월미도종점에 도착하였고,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얼른 선착장으로 뛰어가서 3500원을 주고 구읍뱃터 표를 끊었습니다. 배가 1시간 간격으로 생각보다 자주 있는데다가 월미도에서 매시 정각 출항이라 시간표 외우기도 좋았고, 단 20분만에 영종도를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3500원은 결코 비싼 요금이 아니었죠.
오후 2시가 다 되어가자 드디어 배가 도착하는데, 승용차 크기의 차량만 20대 가량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배더군요. 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동차가 생각보다 많아 이들이 모두 빠지기까지 2분도 넘게 걸렸고, 곧 영종도 갈 사람들 및 자동차들이 이 배로 들어갑니다. 저도 그 무리에 껴서 같이 들어가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배를 타보는지라 힐링이 절로 되네요. 오후 2시가 되자 드디어 배는 출발하고, 정말 20분만에 구읍뱃터에 도착합니다. 모처럼 기분도 내보고 영종도로 들어가는 또다른 방법도 알게 되고, 이 월미도~영종도 배 정말 끝내주네요. 영종도에서 인천 원도심은 정말 이 배만큼 빠른 교통수단이 없습니다. ㅎㅎ
[월미도~영종도(배)][3500]
월미도선착장 1400 - 구읍뱃터 1420
그런데 버스정류장으로 가보니 문제가 하나 생기고 말았으니, 원래는 구읍뱃터에서 공영 3번 버스를 타보고 싶었는데 어찌된 게 이놈의 버스가 배가 구읍뱃터에 도착하는 딱 그 시간에 구읍뱃터를 출발하게 되어있어서 본의아니게 그림의 떡이 돼 버렸다는 겁니다. 결국 203번을 탈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도 공영 3번처럼 방금 전에 가버렸는지 도무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ㅅ-;;
아까 배에서는 바깥에 있어도 시원하더만 뭍으로 올라오니 또 더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정말 겨자먹기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오후 2시 43분이 되자 203번 한 대가 정류장으로 오더니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대기를 하는데, 공영 3번도 그렇고 203번도 그렇고 구읍뱃터에서 출발하는 노선인 주제에 우째 배 시간하고는 영 맞질 않는지 참 냐잉하네요. -ㅅ-;;
[영풍운수 203번][1250]
구읍뱃터 1443 - 전소 1510
그래도 어쨌든 버스를 타니 정말 시원했습니다. 전소까지는 30분 걸릴 테지만, 다음에 타볼 204번이 영종동 주민센터에서 오후 3시 20분 출발이라고 되어 있어서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죠. 204번은 1시간 조금 넘는 배차간격을 자랑하는 노선이지만 그동안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시간표가 없다보니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용케 시간표를 나무위키에 올려준 분 누구인지 정말 고맙더군요.
전소에 내려보니 오후 3시 10분이었고, 시간이 그럭저럭 남아서 영종동 주민센터쪽으로 천천히 걸어올라가보니(그래봤자 1블럭만 가면 된다능료;;) 204번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 제가 버스쪽으로 다가가니 기사아저씨께서 문을 열어주셔서 냉큼 버스에 승차했죠.
[영풍운수 204번][환승]
영종동주민센터 1520 - 영종중교 1525 - 운서역 1537 - 스태츠칩팩코리아 1546(공항순환버스 경유) - 사업지원센터(게이트앞) 1550 - 삼목선착장앞 1557 - 인천공항2터미널(3층) 1606 왕산교 1619 - 을왕리해수욕장 1623
생각외로 단독구간이 많은 이 노선을 드디어 타보게 되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운서역까지는 그럭저럭 203번하고 비슷하게 갔지만, 203번과 다르게 이 노선은 아파트 단지쪽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큰길 따라 쭉 직진을 하더니 물류단지 쪽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의외였던 점은 이쪽이 출입통제 지역인지, 들어가는 입구에 고속도로 요금소같이 생긴 게이트가 떡 하니 버티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버스는 게이트 그런 게 있었느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 민통선 노선이나 아파트 단지 내부를 관통하는 노선도 아닌데 정말 예상외의 모습이었습니다.
게이트를 통과하여 들어와보니 단지가 생각보다 넓더라구요. 지금은 대낮이라 여기서 타거나 내리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지만 출퇴근 때에는 이 204번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공장들이 있는 것도 지역에 다 도움이 되기 마련인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제조업이 융성해야 지역도 발전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되네요.
역시 버스가 다니는 길 주변으로는 아무것도 없이 한적하기만 했던 화물터미널 정류장을 지나니(그래도 정류장 표시들은 잘 세워져 있더라구요) 버스는 우회전을 하였고, 길 끝까지 가니 삼목선착장이 등장합니다. 장봉도 그리고 신도항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장소라고 알려진 이곳을 이렇게 와볼줄은 몰랐죠. 어차피 여기는 신시모도와 장봉도를 갈 때 또 와야 했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장소를 확인해놓는 효과는 보고 갑니다. 다만 그때는 북도면 공영버스라고 적혀 있는, 동인천역에서 탈 수 있는 그 중형버스를 타고 여기를 와야겠죠. 때마침 그 버스가 삼목선착장 한쪽 구석에 주차가 되어 있는 걸 보니, 저 노선도 잡을 날이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더군요. ㅎㅎ
삼목선착장을 들어갔다가 나온 버스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도 갔다왔고, 그 이후로는 영종도 북서쪽 구석의 정말 도로와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려줍니다. 이 길은 204번만 가는 길이자 오늘 시승의 포인트였는데, 이렇게 가보게 되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 도로가 끝나니 곧 을왕리해수욕장이 등장하는데, 이렇게 을왕리해수욕장으로 들어오는 방법도 꽤 괜찮다 싶더군요. 사실 을왕리해수욕장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마시란해변과 용유동을 지나는, 옛날에 강인여객이 에어로스페이스로 굴려주었던 공항좌석 노선이 가던 루트를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솔직히 남들과 같은 길로만 가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여러분? ㅋㅋ
이제 슬슬 을왕리에서 다음에 타야할 306번을 어플로 조회해 보는데,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합니다. 306번이 운행하는 걸 보니 25분 간격으로 왕산차고지를 출발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오후 4시 20분쯤에는 차가 한 대 나갈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이놈의 204번이 생각외로 너무 느리게 가는 겁니다. 처음에 탈 때부터 어쩐지 좀 이상했는데, 결국 제가 탄 204번은 오후 4시 23분이 되어서야 을왕리해수욕장에 도착하고야 맙니다. 306번은 제 예상대로 오후 4시 20분이 되자 왕산차고지를 출발하여 204번보다 먼저 제 갈 길을 가 버려서, 결국 놓치고 말았죠. -ㅅ-;;
그래서 204번에서 안 내리고 버티니 어디 가느냐는 기사아저씨의 질문이 들어오게 되네요. 이에 선녀바위 간다고 대답했더니 이 차가 거기 가는 중간에 쉬다 가니까 오래 걸린다고 난색을 표하시더군요. 결국 저는 어쩔 수 없이 을왕리해수욕장 앞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쪽 회차구간을 꽁으로 먹으려고 했더니만 이것도 마음대로 안 되네요. 참 ㅋㅋ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저는 에라 모르겠다 을왕리 해수욕장도 간단히 구경하고, 다음 루트도 생각해 봅니다. 어차피 다음 306번을 타려면 또 25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테고, 그렇다면 오후 4시 45분쯤 왕산차고지에서 다음 차가 또 출발할 거니까 그 때쯤 정류장에 다시 대기타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었죠. 25~30분 정도의 배차간격은 사실 기다리기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뭔가 또 애매한 배차간격이라, 그런 버스를 간발의 차이로 놓친다면 참 엿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긴 한데, 지금은 오히려 복이 되더군요.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다 내린 결론은, 당초 계획대로 306번을 탄다는 것이었습니다. 204번의 회차구간 일부는 해결을 못 하게 되었지만 그쪽은 111번으로 추후 대체하면 그만이었고, 306번이 111번보다는 더 배차간격이 긴데다 단독구간까지 꽤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타두면 좋겠더라구요. ㅎㅎ
111번이 한 대 지나가고, 오후 4시 45분이 지나자 과연 제 예상대로 버스가 왕산차고지를 출발했는지 306번이 잠시 후 도착한다는 안내가 뜨더군요. 오후 4시 50분이 되어 LED에 306으로 표시된 유니시티 한 대가 나타났고, 바로 환승할인을 받으며 승차합니다.
[강인여객 306번][환승]
을왕리해수욕장 1650 - 용유초교 1658 - 무의도입구,차량기지앞 1705 - 인천공항1터미널(3층) 1715
인천 본토의 십정동차고지까지 머나먼 길을 가야 되는지라 버스는 저를 비롯한 손님들을 태우자마자 신나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선녀바위 쪽으로 우회전하니 길이 왕복2차로로 좁아지는데, 중앙선도 그어져 있는 도로 주제에 유니시티가 지나가기에는 꽉 끼는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인지 도로변에 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어도 운전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었는데, 사기 1차로는 많이 듣고 보았어도 사기 2차로는 정말 오래간만에 보네요. 이것 참 ㅋㅋ
선녀바위는 알고보니 유원지 이름이었고, 이쪽부터는 오른편으로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길 주변으로도 캠핑장과 해수욕장들이 있는지, 차를 끌고 온 관광객들도 보였죠. 어쩌면 사람 많은 을왕리보다 이런 데서 조용히 텐트 치고 있다가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용유동 주민센터를 지나니 덕교삼거리가 나왔고, 버스는 여기서 좌회전을 하여 용유초등학교를 지나 인천공항 전망대를 찍습니다. 여기는 이 버스의 단독구간 중 하나였는데, 세어도선착장 가는 길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하여간 생각보다 배차간격이 긴 편인 306번을 이번 기회에 타게 된 건 잘한 선택이다 싶습니다.
오후 5시 15분이 되자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하여 여기에서 내리는데, 이번에는 버스가 3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1층 승차홈으로 가더군요. 이전처럼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똥개 훈련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진짜 이게 웬 떡이냐 싶네요. 아까 을왕리에서 기다린 걸 보상해주는 그런 느낌마저 들 지경입니다. ㅋㅋ
생각지도 못한 이 행운에 안도감을 느끼며(정말 가보면 알겠지만, 건물이 정말 많이 크고 넓습니다(...)), 몇 번이 먼저 오나 어플을 찾아보니 330번이 먼저 온다고 하길래 그걸 타고 인천대교를 넘게 됩니다.
[신흥교통 330번][환승]
인천공항1터미널(1층) 1720 출발 - 인천대교(무정차) 1726 - 더프라우 1745 - 동막역1757
인천대교는 사실 야경 때문에 밤에 넘어가야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일정이 있는지라 이제는 집에 얼른 들어가고 볼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인천대교의 야경은 또 볼 일이 있을 것이기도 했지만, 아직 해가 있을 때 인천대교도 나름 볼만하더군요. ㅎㅎ
330번 역시 303번과 노선이 비슷한 탓에, 캠퍼스타운역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정류장이 따로 있었지만 이번에는 귀찮아서 그냥 동막역까지 가서 내렸습니다. 인천지하철 1호선의 종점이기도 했던 동막역은 정말 이용해볼 일이 과연 생길까 했었는데, 의외로 이 영종도 때문에 토탈 세 번은 가는 것 같네요. 동막역을 이용해 보았으니 다음에는 동막역에서 내리지 말고 동춘역까지 버스로 한 정류장 더 와서 지하철을 타볼까 하는 뻘생각마저 들 지경이지만, 막상 이렇게 버스 타고 오게 되면 동춘역에는 또 안 내리게 되더라구요. -ㅅ-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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