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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09년 3월 26일 - 수원여객 오지노선 시승기(16-2번)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2. 28.

※ 10년도 더 전에 카페에 올렸던 시승기인데 글이 다행히 남아 있어 이곳으로 옮겨올 수 있었네요. ㅎㅎ;;;

 

 

수원역으로 출사를 나왔던 저는 버스도착 안내판에 16-2번이 잠시후 도착예정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연무동차고지를 출발하여 수원과학대로 가는 오지노선이었던 수원여객 16-2번은 하루 6번 다니는데, 제게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던 노선들 중 하나입니다.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중심도시인 수원에서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버스가 있다니;;;;

 

인천 교통 안좋다고 이야기하는 분에게 카페 회원이었던 kojang27님이 남겼던 반박 댓글을 통해 해당 노선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그 노선들 종점은 도대체 뭐 어떻게 생겨먹은 곳이길래 버스가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건지 궁금증이 생기게 되더군요. 이에 따라 저는 해당 오지노선들을 하나씩 타 보기로 마음먹게 되었죠.

 

그리하여 저는 곧 도착 예정이라는 16-2번을 타고 과학대 종점까지 가보게 되었습니다. 수원역을 출발한 버스는 세평지하차도를 지나 평동으로 들어갑니다.

 

 

▲ 수원역의 영원한 동반자(?)인 세평지하차도.

 

▲ (2장 모두)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평동 골목길 구간.

 

 

평동을 나온 버스는 오목천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고, 오목천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더군요.

 

 

▲ 이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 길이 수원과 비봉, 남양은 물론 멀리 제부도까지 가는 길이더군요.

 

▲ 오목천동 삼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은 버스.

 

▲ 넓은 도로를 버리고 왕복2차로 좁은 길로 들어갑니다.

 

▲ 언뜻 봐도 참 좁아 보이는데, 저기가 사거리였습니다. -ㅅ-;;;

 

 

생각외로 길이 좁았던 오목천동을 빠져나오니 수영오거리가 보이더군요. 병점으로 가는 길과 봉담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장소였는데, 버스는 봉담 쪽으로 달립니다.

 

 

▲ 병점으로 가는 길과 봉담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수영오거리.

 

 

수영오거리 신호를 통과하여 봉담 쪽으로 기수를 튼 버스는 넓직한 길을 통해 앞으로 쭉쭉 달리고 있었습니다. 워낙 뜸하게 다니는 노선이니 수원역에서 탔던 5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죠.

 

 

 

 

봉담읍사무소 정류장입니다. 경진여객 시외버스가 찍혔는데,  안중 가는 것인지 조암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네요;;

 

 

 

 

봉담읍사무소를 지난 버스는 좌회전을 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좁은 골목길이었습니다.

가면 갈수록 시골마을을 향해 달리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하는데, 건물들의 숫자가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논밖에 안 보이게 되었죠(아래 사진들을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보면 실감날 듯;;;).

 

 

▲ 신호가 빨리 떨어지지 않아 기사아저씨께서 임의로 우회하여 보게 된 도로.

 

▲ (3장 모두) 가면 갈수록 건물이 줄어드는 모습.

 

▲ (2장 모두)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수기리의 모습입니다.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모습에 정말 시골로 간다는 실감이 나는 가운데, 수기리를 지나니 오른쪽 차창 멀리 보통리 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수지가 참 크고 넓은 것 같더군요. 버스는 곧 수원과학대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하였고, 과학대 쪽으로 우회전을 했습니다.

 

 

▲ 정말 크고 넓은 보통리저수지.

 

▲ 드디어 과학대로 들어가는 길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 이제 직진을 하면 과학대가 나오는데, 진짜 길에 주유소와 공장 말고는 보이는 게 없더군요. -ㅅ-;;;;

 

 

공장이 간간이 보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왕복2차로 도로.

그러다가 주변에 건물이 좀 보이기 시작하는데, 수원과학대 정문이 왼쪽으로 보이더군요. 결국 오게 된 겁니다. 저는 16-2번 보통리 종점은 과학대에서 걸어서 가도 되기 때문에 저는 과학대에서 내린 후 주변 구경을 하고 보통리 종점까지 걷게 되었죠. 

 

 

▲ 보통리 종점으로 떠나가는 16-2번.

 

▲ (2장 모두) 과학대 주변에 건물들은 좀 보였는데, 대학교 앞 치고는 상가가 부실했습니다.

 

▲ 건물이 저것 한 동, 많아봤자 두 동이 끝일 듯했던 수원과학대.

 

▲ 알고보니 과학대에는 병점역에서도 버스가 다니더군요. 16-2번과 26번만 오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보통리 쪽으로 걷다가 26번 슈퍼에어로시티를 맞은편에서 만나고 말았습니다. 26번은 16-2번과는 다른 경로로 과학대까지 오는 오지노선이었는데, 26번은 이 당시에도 정말 오늘내일하는 구형 차량이었던 에어로시티(AC540)로 운행했었습니다. 제가 타고 왔던 16-2번보다도 구형 차량인 것도 모자라, 수원여객 거의 최후의 구형 차량이기까지 했죠. 아 저거 타야 하는데 당시에는 오지노선끼리 시간 맞춰 탄다는 개념이 없어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정말 두 번 다시 타볼 수 없게 되었다는 아픈 역사도 추가로 남겨주었죠. -ㅅ-;;; ㅜㅜ

 

 

▲ AC540으로 운행하던 수원여객 26번. 저 차는 2009년을 넘기지 못하고 신규 차량으로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저거 타봤어야 하는데 -ㅅ-;;; ㅜㅜ

 

 

26번을 보내버린 뼈아픈 사건이 있었지만 떠나간 버스를 잡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계속 보통리 종점으로 걸어갑니다. 보통리 종점은 과학대에서 한 정류장 거리라서 많이 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리막이 있었고 인도나 횡단보도 그런 거 없다보니 걸어가는 길이 좀 위험했죠. 사실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인구가 적은데다 신호등도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요.

 

 

▲ 보통리 종점으로 내려가는 길.

 

▲ 보통리 종점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게 된 보통2리 정류장.

 

 

보통리저수지에 가보니 버스정류장이 세워져 있는 것은 물론, 공터도 함께 있었습니다. 저수지가 바로 뒤에 있기도 했는데, 보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되더군요. 어쨌든 여길 왔으니 저수지 구경도 한번 해주게 되었죠.

 

 

▲ 16-2번 종점 바로 앞에 있던 보통리저수지. 한적~ 합니다.

 

 

정류장으로 가보니 16-2번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 하나와 버스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기사아저씨 혼자서 잠시 정리하시다가 바로 출발하실 뿐이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뭔가 외로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죠.

 

 

▲ (2장 모두) 종점에 주차되어 있던 16-2번.

 

▲ 26번 시간표. 저것도 생각을 했더라면 불상사가 없었을 텐데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보통리 종점을 본 저는 다시 과학대로 돌아오게 되었고, 병점역으로 가는 35-1번 마을버스를 탔다가 전철을 이용하여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시승 소감은 일단 16-2번은 정말 하루 6번 다닐만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타는 사람이 적은 것은 물론, 수원과학대 앞도 정말 시골에 있는 학교 취급을 못 면하는 수준이니 말이죠. 이러다보니 이 노선은 낮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고, 대학교를 2개나 지나가는데도 손님이 정말 없었습니다. 그래도 경기대~팔달문~수원역~오목천~봉담 구간이 사람은 많으니 16-2번도 숟가락은 얹을 때가 있겠지만, 단지 그 뿐이고 기사아저씨 혼자 드라이브하게 생겼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나머지 노선들도 기회가 되면 타봐야지 하게 되더군요. 수원에서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오지노선은 이 16-2번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수원여객 16번 시리즈로 대표되는 3개의 노선들(16, 16-1, 16-2) 중에서 16-2번을 먼저 탔었을 뿐이죠. 이외에도 25-1번, 26번, 32-5번, 33번(팔탄), 45번, 그리고 남양여객 50번 시리즈(삼화/남전리, 덕고개, 쌍학리, 창곡리, 야목원리) 등이 남아 있으니 도전 소재는 충분합니다. 아 50번 야목원리는 탔었구나. ㅋㅋ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