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도 더 전에 카페에 올렸던 시승기인데 글이 다행히 남아 있어 이곳으로 옮겨올 수 있었네요. ㅎㅎ;;;
수원역으로 출사를 나왔던 저는 버스도착 안내판에 16-2번이 잠시후 도착예정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연무동차고지를 출발하여 수원과학대로 가는 오지노선이었던 수원여객 16-2번은 하루 6번 다니는데, 제게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던 노선들 중 하나입니다.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중심도시인 수원에서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버스가 있다니;;;;
인천 교통 안좋다고 이야기하는 분에게 카페 회원이었던 kojang27님이 남겼던 반박 댓글을 통해 해당 노선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그 노선들 종점은 도대체 뭐 어떻게 생겨먹은 곳이길래 버스가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건지 궁금증이 생기게 되더군요. 이에 따라 저는 해당 오지노선들을 하나씩 타 보기로 마음먹게 되었죠.
그리하여 저는 곧 도착 예정이라는 16-2번을 타고 과학대 종점까지 가보게 되었습니다. 수원역을 출발한 버스는 세평지하차도를 지나 평동으로 들어갑니다.
평동을 나온 버스는 오목천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고, 오목천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더군요.
생각외로 길이 좁았던 오목천동을 빠져나오니 수영오거리가 보이더군요. 병점으로 가는 길과 봉담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장소였는데, 버스는 봉담 쪽으로 달립니다.
수영오거리 신호를 통과하여 봉담 쪽으로 기수를 튼 버스는 넓직한 길을 통해 앞으로 쭉쭉 달리고 있었습니다. 워낙 뜸하게 다니는 노선이니 수원역에서 탔던 5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죠.
봉담읍사무소 정류장입니다. 경진여객 시외버스가 찍혔는데, 안중 가는 것인지 조암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네요;;
봉담읍사무소를 지난 버스는 좌회전을 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좁은 골목길이었습니다.
가면 갈수록 시골마을을 향해 달리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하는데, 건물들의 숫자가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논밖에 안 보이게 되었죠(아래 사진들을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보면 실감날 듯;;;).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모습에 정말 시골로 간다는 실감이 나는 가운데, 수기리를 지나니 오른쪽 차창 멀리 보통리 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수지가 참 크고 넓은 것 같더군요. 버스는 곧 수원과학대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하였고, 과학대 쪽으로 우회전을 했습니다.
공장이 간간이 보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왕복2차로 도로.
그러다가 주변에 건물이 좀 보이기 시작하는데, 수원과학대 정문이 왼쪽으로 보이더군요. 결국 오게 된 겁니다. 저는 16-2번 보통리 종점은 과학대에서 걸어서 가도 되기 때문에 저는 과학대에서 내린 후 주변 구경을 하고 보통리 종점까지 걷게 되었죠.
그런데 보통리 쪽으로 걷다가 26번 슈퍼에어로시티를 맞은편에서 만나고 말았습니다. 26번은 16-2번과는 다른 경로로 과학대까지 오는 오지노선이었는데, 26번은 이 당시에도 정말 오늘내일하는 구형 차량이었던 에어로시티(AC540)로 운행했었습니다. 제가 타고 왔던 16-2번보다도 구형 차량인 것도 모자라, 수원여객 거의 최후의 구형 차량이기까지 했죠. 아 저거 타야 하는데 당시에는 오지노선끼리 시간 맞춰 탄다는 개념이 없어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정말 두 번 다시 타볼 수 없게 되었다는 아픈 역사도 추가로 남겨주었죠. -ㅅ-;;; ㅜㅜ
26번을 보내버린 뼈아픈 사건이 있었지만 떠나간 버스를 잡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계속 보통리 종점으로 걸어갑니다. 보통리 종점은 과학대에서 한 정류장 거리라서 많이 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리막이 있었고 인도나 횡단보도 그런 거 없다보니 걸어가는 길이 좀 위험했죠. 사실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인구가 적은데다 신호등도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요.
보통리저수지에 가보니 버스정류장이 세워져 있는 것은 물론, 공터도 함께 있었습니다. 저수지가 바로 뒤에 있기도 했는데, 보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되더군요. 어쨌든 여길 왔으니 저수지 구경도 한번 해주게 되었죠.
정류장으로 가보니 16-2번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 하나와 버스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기사아저씨 혼자서 잠시 정리하시다가 바로 출발하실 뿐이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뭔가 외로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죠.
보통리 종점을 본 저는 다시 과학대로 돌아오게 되었고, 병점역으로 가는 35-1번 마을버스를 탔다가 전철을 이용하여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시승 소감은 일단 16-2번은 정말 하루 6번 다닐만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타는 사람이 적은 것은 물론, 수원과학대 앞도 정말 시골에 있는 학교 취급을 못 면하는 수준이니 말이죠. 이러다보니 이 노선은 낮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고, 대학교를 2개나 지나가는데도 손님이 정말 없었습니다. 그래도 경기대~팔달문~수원역~오목천~봉담 구간이 사람은 많으니 16-2번도 숟가락은 얹을 때가 있겠지만, 단지 그 뿐이고 기사아저씨 혼자 드라이브하게 생겼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나머지 노선들도 기회가 되면 타봐야지 하게 되더군요. 수원에서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오지노선은 이 16-2번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수원여객 16번 시리즈로 대표되는 3개의 노선들(16, 16-1, 16-2) 중에서 16-2번을 먼저 탔었을 뿐이죠. 이외에도 25-1번, 26번, 32-5번, 33번(팔탄), 45번, 그리고 남양여객 50번 시리즈(삼화/남전리, 덕고개, 쌍학리, 창곡리, 야목원리) 등이 남아 있으니 도전 소재는 충분합니다. 아 50번 야목원리는 탔었구나. ㅋㅋ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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