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매주 금요일이면 아칩 일찍 있는 수업 한 개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금요일날이면 시간이 그야말로 왕창왕창 났습니다. 이 시간을 모두 공부에만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 시간을 뭘로 할까 하다가, 마침 필자가 지금 이 블로그를 통해 하고 있는(싸이월드에서 다음으로 옮겨오기는 했지만) 버스 안내에 필요한 버스사진을 구하기 위해 직접 경기도 각지를 발로 뛰어 보기로 합니다. 남의 사진 쓰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걸로 아예 도배를 해 놓는다면 허락 받고서 썼다고 하더라도 뭔가 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의 발로였죠. 그런데 이게 오지노선 시승으로 옮겨가는 계기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으니, 역시 인생만사 새옹지마입니다. ㅋㅋ
사설이 너무 길었군요.
그럼 2009년 3월 6일의 여행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원역에서 버스 사진을 찍어보다가 33번 팔탄행을 보내니 갑자기 버스 안내기에 50-6번이 뜹니다. 50-6번은 남양여객 50번 노선들 중에서 "야목원리" 행으로서, 하루 2번 다니는 노선이었습니다. 마침 수원역에서 더 할 것도 없다보니 이걸 타 보기로 합니다.
버스는 수원역을 출발하자마자 지하도를 통과한 뒤 바로 고색동을 지나 비봉 방면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보이는 건물들의 숫자가 점점 적어지더니 시골길이 눈앞에 보이더군요. 버스 안에는 저 포함해서 4명정도 탔었는데 그중 2명은 고색동에서 내리고 나머지 1명은 그래도 좀 타다가 매송초등학교에서 내렸습니다. 결국 원리 종점까지 가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죠.
매송초등학교를 지난 버스는 바로 이웃한 어천리를 지난 다음 야목리를 지나더니 송라리로 올라갑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원리가 나오겠지요. 송라리쯤 오니 송라초등학교와 함께 조그만 규모의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이 보였습니다. 제가 야목원리는 하루 2번이네요 하니 기사님께서 그렇다고 하시면서 그 공사현장을 가리키더니 지금은 이게 하루 2번 들어가지만 횟수가 좀더 늘 수도 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원리 종점에 도착했고, 저는 버스 촬영 허가를 받아 드디어 제대로 된 50번 야목원리행 차량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찍으면서 행선판을 다시 보니 조금 웃겼습니다. 야목 원리라고 쓴 거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야모 원리;;
제가 이 사진을 찍는 동안 기사님께서는 담배 한 대 피우시고 있었습니다. 제가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기사님 옆에 다시 가니까 다시 이거 타고 가야지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원리 마을을 벗어날 다른 버스를 알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바로 제부여객 330번이죠. 50번 원리 종점 정류장에서 기다리면 330번을 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사님께 330번을 타고 다른 곳을 갈 거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약간은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저의 여행이 또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죠.. 안전운행 하시라는 인사를 하고 난 뒤(박카스라도 한 병 드려야 하는데 ㅜㅜ;;), 오후 1시 40분이 되자 다시 50번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원리 마을에서 50번을 떠나 보낸 저는 제부여객 330번 좌석버스를 기다립니다. 다행히 330번은 배차간격 10~15분 정도로 자주 있는 버스라 타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330번을 제외하고는 버스가 자주 없는 원리에서는 330번이 비록 좌석버스이기는 하지만 아주 소중한 버스입니다. 참고로 반월동, 원리쪽에서 비봉으로 갈 때에는 1000원만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현금승차할 경우에 한해서지만, 그만큼 안산(반월)<>비봉으로의 이동 수요가 많다는 걸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죠...
5분정도 기다리니 330번이 옵니다. 카드를 대니 삑 소리와 함께 환승이 찍힙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뭔가 한 마디 할 법도 했지만 다행히 아무 말씀 없이 그냥 넘어갑니다. 기왕 330번 탔으니 본인은 어디를 갈까 생각을 하다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제부도로 가기로 합니다.
제부도.
물때에 따라서 육지와 연결되었다가 끊어졌다가 하는 매력적인 섬입니다. 대부도와 더불어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 한데, 그 곳을 드디어 가게 되는 것이었죠. 버스는 원리 마을을 지나 비봉까지 쏜살같이 달립니다.
비봉은 고속도로 교통정보에 심심찮게 나와서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법했지만, 그 인지도에 비해 비봉면 중심지는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왕이면 이 대목에서 비봉시내를 찍은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지만 그때 본인은 앞자리에 앉지 않았던 관계로 사진을 찍진 못했습니다.
비봉을 지난 버스는 화성시청이 있는 곳인 남양, 마도를 지나 사강으로 향합니다. 사강 역시 제부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으로서 화성시 송산면의 중심지입니다. 송산면의 마을들 중에서 제일 크고 번화한 마을이며, 송산면의 각 지역으로 통하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서신만 거치면 제부도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그만 사강에서 도중하차해야 했습니다. 점심을 안 먹은 탓인지 비봉 지날 때부터 계속 배가 고팠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참고 가자 했지만, 사강쯤 오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더군요;; ㅎㅎ
사강은 비봉보다 더 규모가 커보였습니다. 수산시장도 있고 없는 게 없었는데, 터미널까지 있더군요. 골목길 안쪽에 있다보니 처음 와보는 사람은 어딘지 알기가 힘들긴 했지만 말입니다(나중에 다시 와서 보니 바로 위의 사진에서 럭키할인마트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터미널이 나오더군요;;). 터미널이 바로 송산면 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관문이었는데, 비록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들의 배차간격은 최소 1~2시간에 이를 정도로 길기는 하지만 시골 터미널의 맛을 느낄 수 있었죠. 사강 버스들도 언젠가는 타볼 날이 있을 겁니다. ㅎㅎ
330번이 가고 얼마 뒤 서신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여 얼른 승차하는데, 다행히 환승이 찍혔습니다. 서신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남양여객 400,400-1,990번 좌석버스인데 이번엔 990번이 걸렸죠. 사강에서 20분 정도 달리니 서신 종점인 서신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서신터미널은 사실 터미널이라기보다는, 모리노님 말씀대로 장안문~수원역~서신을 운행하는 남양여객 400, 400-1, 990번 좌석버스 차고지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신을 경유하는 다른 버스들은 서신터미널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터미널 앞 도로에서 승객들을 승하차시키고 있더군요. 여기는 사강에 비해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도시의 떠들썩함과는 거리가 먼 이곳. 하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며 그렇기 때문인지 나름대로의 멋이 있었습니다. 필자도 읍내 소재지와 비슷하게 생긴 마을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좀더 정감이 갔습니다.
그런데....그런데...
그만 저는 목표로 했던 제부도는 가지 못하고 맙니다. 개인적인 일이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급히 돌아가야 했습니다. 기왕 서신까지 왔으면 제부도나 궁평항 정도는 가보고 여행기를 써야 할텐데 그러질 못해서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비록 목표로 한 제부도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가 나는 사강, 서신을 둘러보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330번을 타고 반월역에서 내린 후 볼일을 본 후 귀가합니다.
※ 오늘의 이동경로
1. 수원역→원리(50번 야목원리(50-6))
2. 원리→사강시장(330번)
3. 사강시장→서신터미널(990번)
4. 서신터미널→반월역(330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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