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전철에 몸을 싣습니다. 이번에는 강변역을 거쳐 의정부, 전곡, 적성, 문산을 가보기로 하고 165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안양역으로 가게 되었는데, 1650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복정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강변역으로 갈 생각이었던 겁니다.
역 광장에 도착해 보니 마침 1650번이 와 있었는데 금방 출발할 것 같아 얼른 몸을 싣습니다. 안양역을 떠난 버스는 범계역과 평촌 쪽을 들르는 듯하더니 고속도로를 타더군요. 잠깐 눈을 붙였다가 갑자기 버스가 뱅글뱅글 도는 거 같아 잠에서 깨어 뭉그적대니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어느새 복정역 근처에 도달해 있었음을 알고 얼른 벨을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립니다. 조금만 더 뭉그적댔다면 내릴 곳을 지나버리고, 혹시 내렸다고 하더라도 소지품도 제대로 못 챙겨갖고 내릴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강변역.
동서울터미널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왔다갔다하는 버스들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강변역이 분명 서울특별시 광진구에 있는데도 경기도 시내버스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더군요. ㅋㅋ
하지만 본인은 그런 사실과는 0.001mg과도 관계없이 배가 고팠기 때문에 강변역에 도착하자마자 먹을 만한 곳을 찾느라 근처를 헤맸답니다...
카드를 찍자니 환승시간 30분이 지나 있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1000원짜리 지폐 하나 돈통에 밀어넣고 갑니다. 기왕이면 퇴계원 안 들러 간다는 1-6번이 왔으면 좋았겠지만, 1-6번은 1-1번과는 너무나 배차간격이 천지차이인 데다 시간표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으니 어쩔 수 없이 아쉬움만 남기고 강변역을 출발합니다.
그런데 강변역에서 의정부까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더군요. 교문사거리와 인창동만 벗어나면 그래도 빨리 갈 줄 알았는데, 웬걸 퇴계원하고 청학리 그리고 청학리에서 의정부시장 바로 전 정류장까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1-1번의 종점인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니 벌써 시간이 오후 2시 20분이었죠. -ㅅ-;;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은 역 주변에 비해서 황량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터미널 구내가 좁다보니 버스가 들락거리기도 힘들어 보였는데, 경기도 북부의 중심도시 중 하나인 의정부의 터미널이 이렇다니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전곡, 적성, 문산도 가보기로 했는지라, 소요산역까지 전철을 타고 간 뒤 53번을 타고 전곡에 가기로 방향을 잡고 의정부역으로 갑니다.
의정부역에 들어오니 소요산행 열차가 마침 도착하기 직전이라, 급히 화장실을 다녀온 후 승강장으로 가니 소요산행 열차가 딱 멈춰 있었습니다. 이거 놓치면 또 30분 가량을 기다려야 하기에 얼른 서둘렀죠.
의정부역에서 소요산역까진 상당히 멀었습니다. 도중에 서는 역 숫자는 몇 안 되었지만 양주, 덕계, 덕정, 지행... 이 4개역의 역간 거리가 모두 장난이 아닌지라 소요산까진 30분이 걸리더군요. 누가 1호선 전철 종점 아니랄까봐, 머나먼 의정부에 와서 가도 머네요.;;;;
이리하여 도착한 소요산역. 저 위로 계속 가면 신탄리역이 있겠지요. 마침 1시간에 1대 있는 통근열차가 들어오는데, 통근열차는 전철 승강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승강장에 섭니다.
전곡 가는 버스는 소요산역 1번출구(1번출구 하나밖에 없습니다) 건너편 정류장에서 타야 했습니다. 그런데 소요산역 앞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는 그 사이에 전곡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죠. 보행자 신호 간격이 참 장난아니게 길더군요. -ㅅ-;;
경기도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인 동두천. 그 동두천에서도 제일 북쪽에 위치한 소요산역.
이렇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소요산역이 활기를 띄는 것은 바로 경기도의 명산 중 하나인 소요산 때문일 것입니다. 새로 지어진 유리궁전 같은 역 답지 않게 사람 냄새가 납니다. 물론 옛 역사에서의 이런 모습이 좀더 좋겠지만, 요즘은 역을 새로 지을 때 유리궁전같이 짓는 게 대세인가 봅니다. 필자는 이런 흐름은 좋다고 보지 않지만, 이 역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니 그럭저럭 괜찮은 모습입니다.
소요산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전곡 가는 버스를 기다리니 대양운수 53번 버스가 왔습니다. 그것도 저상버스;;
이렇게 먼 곳에서도 저상버스를 볼 수 있다니 뜻밖입니다. 대양이 장사가 좀 되는가 싶었습니다. 대양운수 소속 노선들 중 가장 자주 있으며 주력 밥줄이라고 할 만한 게 53번 뿐이라서 다소 놀라웠습니다. 저상버스 1대 가격은 일반버스 2~3대를 살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이 있어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저상버스 도입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무슨 행사가 있던 날이었을까요??
수십 명의 군인들과 상당 수의 사람들이 전곡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 본인도 거기 껴서 가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군인을 이렇게 많이 본 건 생전 처음입니다. 이 또한 경기 북부지역이니까 볼 수 있는 광경일 겁니다. 아무튼 저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사진 속의 53번 버스를 타고 전곡으로 향합니다.
제가 가려는 전곡이 연천군 중에서도 의정부와 제일 가깝다는 점, 그리고 군인 덕분에 연천군의 중심인 연천읍보다도 꽤 번화한 마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전곡뿐만 아니라 경기도 북부지역 중에서 좀 번화한 마을은 다 그렇습니다....나름 슬픈 현실이지요;;) 북적이는 버스와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한 군인들을 보니 군인들의 교통수요의 위력이 짐작이 갔습니다.
그렇지만 전곡은 의정부에서도 꽤 멀었습니다. 소요산역까지 전철 + 전곡행 버스(39번이나 53번) 조합으로 전곡에 가는 데도 1시간 가까이 걸리니 말이죠. 이 먼 곳에서도 도봉산행 버스(평안운수 39번)가 운행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조금 생각해 보니, 전곡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연천읍내에서도 평안 39-1번이 도봉산역까지 가니까 두 번 놀라고요.ㅋㅋ
버스는 20분만에 전곡 종점에 도착합니다. 전곡터미널은 2군데 있는데 하나는 KD계열인 평안운수가, 또 하나는 바로 이 대양운수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55번 뒤에 카운티 한 대가 주차되어 있어 그쪽으로 가보니 횡산리 가는 버스였습니다. 횡산리는 전혀 듣도 보도 못했던 마을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횡산리는 민통선 안쪽에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100번 버스가 하루 3번(시간은 잘 모르겠는데 아침,점심,저녁에 각각 한번씩 있는듯) 횡산리를 가며, 나머지는 군남이나 은대,왕림리를 간다고 하네요;;
전곡에서 적성가는 버스는 매시 30분마다 있었고, 전곡기준으로 홀수 시간대에는 대양운수 61번이, 짝수 시간대에는 파주운수 100-52번 마을버스가 온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버스 시간이 30분 정도 남은 탓에 전곡터미널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죠.
전곡은 조용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군인들도 군인들이지만 길에 의외로 사람이 많았고 저번에 갔었던 사강처럼 없는 게 없어보였습니다. 제겐 제가 읍내 소재지 비슷한 모습을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정감이 가고 익숙한 풍경입니다. 전곡읍 인근의 백학이나 연천에서 슬렁슬렁 시간 맞춰 버스를 타고 와서 장도 보고 이것저것 볼일도 보시고 하다가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조급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버스 기다리면서 아는 사람도 만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하면서 여유있게 버스를 기다리십니다.
본인도 그 분위기에 섞여 주변을 구경하며 아무 하는 일 없이 여유있게 버스를 기다립니다. 여백의 미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슬슬 버스시간이 다 되어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보니 100-52번이 사람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61번을 타고 싶었지만 그걸 타려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100-52번을 타게 되었죠. 버스는 오후 4시 30분에 정확히 전곡터미널을 떠나 적성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전곡에서 적성으로 가는 길은 전곡과 적성의 딱 중간지점인 어유지리 들어갔다 나오는 길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고갯길이더군요. 어유지리는 그나마 평탄한 편이었지만 그것도 골짜기라서 그랬을 뿐, 마을 주변은 온통 산으로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적성터미널에는 전곡에서 버스를 탄 지 40분만에 도착합니다. 기사아저씨께선 바로 행선판을 전곡으로 바꾸고 잠시 쉬러 가시더군요;;
적성터미널은 사진으로 보았던 대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북한과 가까운 버스터미널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적성이 교통 요충지라는 걸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했죠. 언뜻 보면 적성은 파주 북동쪽 끝 깊숙한 산골에 있다보니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교통도 불편할 것 같지만, 여기에 부천으로 가는 시외버스까지 다닐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적성의 지정학적 위치와 더불어 군인들이 또 큰 몫을 했겠지만요.
안에는 매표소도 있었는데, 이곳 적성에서 서울 불광동까지 가는 신일여객 30번이나, 의정부로 가는 25번이 시외완행버스였을 시절에는 꽤 북적였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 버스들도 다 시내버스로 전환되고 교통카드가 생겼기 때문에 매표업무는 중단되었지만요. 그래도 교통카드 충전도 가능하고 매점 및 식당까지 갖출 건 다 갖춰져 있더군요.
때마침 92번이 한 대 들어와 사진으로 찍고, 주차되어 있던 버스를 보니 30번이 있었습니다.
30번은 알고보니 경기도 일반시내버스들을 통틀어 3번째로 긴 장거리 노선이었죠. 배차간격은 20분 정도로 적성터미널에서는 92번과 더불어 꽤 자주 다니는 노선에 속하는데, 이것 역시 군인들의 수요가 큰 몫을 했을 겁니다.
마침 터미널 매점쪽을 구경하면서 보니 부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인 5500번 시간표가 붙어 있네요. 하루 3번 다니는 녀석인데 마침 적성에 도착할 때가 되었고, 과연 5500번이 적성터미널로 들어옵니다.
5500번은 오후 6시 10~20분 정도가 되니 바로 출발해 버립니다. 집에 돌아갈 겸 해서 한번 타보고는 싶었지만 전구간 요금이 8000원이었고, 교통카드와 지갑 둘다 5500번을 전구간 타볼 정도의 돈은 없어서 포기했죠. 벌써 오후 6시가 넘은 상황이라 집에 도착하면 꽤 늦은 시간이 될 거 같아 문산은 다음번에 가보기로 하고, 신일여객 30번을 타고 연신내로 가서 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30번은 정말 누가 경기도 시내버스(도시형)중에서 3번째로 긴 놈 아니랄까봐 노선 한번 진짜 길더군요. 적성 출발하고 15분 정도 뒤에 법원읍내를 들어가더니 버스가 1대 지나갈까 말까한 좁은 골목길을 이용해서 다시 돌려 나오질 않나, 적성에서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파주시 땅이질 않나... 버스에 타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았고 거의 대부분 달리기만 했는데도 이러니 정말 어휴 -ㅅ-;;;;
연신내에 내리니 거리비례 추가요금도 최대치인 700원 찍혔고 2시간이 걸렸습니다. 햐 -ㅅ-;;;
이 엄청난 소요시간에 질려버린 저는 적성을 이날 이후에도 여러 번 갔었지만, 30번은 지금 딱 한번밖에 타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다시 한번 30번을 타보고 싶어지는군요. 싸이월드 블로그에 이 여행기를 올렸던 당시에는 완승을 해보고 싶었으나 이제는 완승이라는 게 꼭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리고 꼭 굳이 완승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에 그냥 다시 한번 타 보고 싶은 버스가 되었죠. 30번 때문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아무튼 전곡과 적성은 정말이지 은근히 정감이 가는 동네인듯 하네요. ㅋㅋ
※ 이날의 이동경로
1. 안양역→복정역(1650번)
2. 복정역→강변역(8호선, 2호선)
3. 강변역→의정부터미널(1-1번)
4. 의정부터미널→의정부역(도보)
5. 의정부역→소요산역(1호선)
6. 소요산역→전곡터미널(대양운수)(53번)
7. 전곡터미널→적성터미널(100-52번)
8. 적성터미널→연신내역(30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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