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백학을 가보기로 하고 안산에서 동서울로 가는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의정부로 가는 버스도 물론 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던 탓에 시외버스도 한번 타보기로 한 겁니다. 대학생 할인도 되니 요금은 나쁘지 않았고, 강변역에 가면 의정부 가는 1-1번이 있으니 그걸 타면 되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저는 1-1번을 타고 의정부로 가게 되었습니다. 의정부에 도착했더니 점심을 먹을 때길래 식당을 찾는데, 때마침 의정부는 부대찌개로 유명한 도시다보니 부대찌개거리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의정부터미널에서 걸어서 가면 되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고, 때마침 입구 가까이에 있던 오뎅식당으로 들어가서 부대찌개를 먹게 되었죠. 여기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도 나온 곳이라, 궁금해서 한 번 가보았던 겁니다. 이 당시에는 주인 할머니께서 살아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얼굴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맛을 보니 신김치 느낌이 나더군요.
부대찌개는 사실 의정부식과 송탄식이 있는데, 송탄식 부대찌개는 이로부터 7년 후에서야 처음 알게 되었던지라 이 때는 그냥 평범한 부대찌개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송탄식 부대찌개의 매력을 알아버린 지 오래인 2023년 2월 현재는 이곳 의정부 부대찌개는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말이죠. -ㅅ- ㅋ
어쨌거나 맛있게 먹고 의정부역으로 가다보니, 32-1번이 나타납니다. 오우 ㅋㅋ
거의 1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운행하여 보기 쉽지는 않은 버스를 보니 대박이었습니다. 사실 의정부에서 파주는 32번이 훨씬 자주 다니지만, 문제는 이 32번이 시외완행이다보니 요금이 비싼데다 환승할인도 되지 않았던 겁니다. 32-1번은 32번과 똑같은 경로였지만 시내버스이고 환승할인도 되므로 빛과 소금이었던 셈이죠. 아무튼 의정부도 명진여객이 KD운송그룹의 일원이 되다보니 대우자동차에서 만든 버스들이 많이 보이는데, 저로서는 반가운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무냉방버스 다닐 시절부터 동네에 대우버스만 다닌데다, 이웃 도시도 대우버스만 구입하여 운행시키는 곳인지라 더더욱 그랬죠. 에어컨이 되는 버스는 앞에 냉방버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그것도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이제는 의정부역에서 전철을 타고 소요산역으로 향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대양운수가 아닌 KD운송그룹에서 운영하는 전곡터미널을 가보고자 39번에 승차하게 됩니다. 물론 기다리는 도중 만난 다른 버스들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죠. ㅋㅋ
KD운송그룹 쪽 전곡터미널은 제대로 된 건물의 모습이었고 승객 대기실도 넓직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주력은 대양운수 노선들이라는 점에서 저는 대양운수 쪽 전곡터미널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죠. 어쨌든 KD운송그룹 버스터미널을 나와 위로 조금 걸어 올라가니 곧 대양운수 전곡터미널이 등장하였고, 저는 백학을 가는 58번에 승차합니다. 백석리 경유더군요.
전곡을 출발한 버스는 왕징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읍내를 벗어나니 황량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고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니 진상리가 나옵니다. 여기가 55번과 갈라지는 길목이라는데 이번에는 그냥 직진을 하여 진상리를 벗어났고 다리를 건너니 건너편에 바로 왕징면사무소가 있는 시가지가 보입니다. 버스는 그쪽으로 들어갔다가 왕징슈퍼 앞에서 회차를 하여 미산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죠. 동중리 가는 노선을 타면 여기서 회차하지 않고 직진을 할 테지만, 그쪽으로 가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오후 시간대에는 그쪽으로 가는 58번이 전부 민통선 바로 아래 산골짜기 막다른 마을인 동중리에서 회차를 해 버리기 때문이었죠.
미산입구에서 우회전한 버스는 면사무소 앞 치고는 참 썰렁한 길을 지나 또 산과 고개를 넘습니다. 아무리 지금이 토목 기술이 좋아진 뒤라지만, 산을 지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백석리 경유 노선은 고갯길이 많았던 노선이었고, 그런 길을 한참 달린 버스는 찬우물을 지나 백학종점에서 운행을 마칩니다.
마을 한가운데에 넓은 공터를 이용해 버스가 회차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더군요. 여기서 적성으로 가는 33번 마을버스(2023년 2월 현재, 092번)역시 이 곳까지 들어올 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 당시는 편의점이 널리 퍼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주변에 편의점은 보이지 않았고, 저는 근처의 슈퍼에서 마실 것을 사면서 시간표를 보게 됩니다. 오후 4시에 버스가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1시간 간격인 때도 있더군요. 운 좋았다;;
버스는 오후 4시가 되어야 올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백학종점 주변 구경을 해보며 시간을 보내다 오후 4시에 도착한 33번에 승차하여 적성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들르지 않는 시간대였기에 백학을 떠난 버스는 곧장 적성으로 달리는데, 비룡대교를 건너니 곧 파주시 적성면이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곳 역시 임진강이 흐르는 장소여서인지 길가에 자동차는 보이지 않았고, 멋진 풍경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무인지경이나 다름없던 길을 20분 정도 달리니 곧 저번주에 왔던 적성터미널을 다시 보게 되었죠.
이번에는 문산, 그리고 금촌으로 간다는 92번을 타보기로 했습니다.
저번주에는 괜히 서울로 한번에 가겠답시고 30번을 탔더니 정말 어마어마한 소요시간에 질려버려 또 탈 마음이 나지가 않았던 겁니다. 정말 거의 달리기만 했는데도 적성에서 버스 탄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파주 땅이었고, 연신내역까지 거의 2시간이나 걸리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요. -ㅅ-;;
그리하여 타게 된 신성교통 92번.
아까 33번과는 다르게 터미널을 나가자마자 좌회전을 하여 고개를 넘습니다. 그런데 적성터미널을 출발하고 처음으로 만나는 정류장이 그 고개 너머에 있어서 깜짝 놀라게 되었죠. 버스 탔다가 물건을 빼먹었거나 하여 다시 돌아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 일단 버스가 출발하면 고개 너머 멀리 가서야 내릴 수가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ㅅ-;;;
고개를 넘으니 곧 식현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회전을 하여 법원 쪽으로 가는 30번과 달리 92번은 직진을 하더군요. 평야지대의 모습이 펼쳐지는 가운데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다가 학교가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삼광중고등학교였습니다. 신성교통 92번에는 자장리나 어유지리 뿐만 아니라 이 학교까지 오는 지선노선도 있다는데 과연 삼광중고 지선은 어떻게 운행할지 짐작도 되지 않더군요. 말을 까칠하게 하기로 은근 유명했던 대명이라는 분 말로는 삼광중고 등하교 시간에 맞춰 운행되며 학교 교내로 들어와 회차를 한다는데, 집에서 여길 와보려면 정말 오래 걸리기 때문에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ㅅ-;;;
이윽고 장파리입구에 도달한 버스는 우회전을 하여 장파리를 들어갔다 나와줍니다. 92번에 이런 구간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장파리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축복이나 다름없음을 느끼게도 됩니다. 파주시 북쪽 오지마을이나 다름없었고 문산~적성 간 도로에서도 빗겨나 있는 동네인지라, 92번이 이렇게 들어와주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었던 겁니다.
장파리를 나오면서는 진동으로 들어가는 길도 보았지만, 그쪽은 민통선이라 그런지 군 초소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은 올라가지 못한다는 게 실감이 나는 가운데 장파리를 나온 버스는 갑자기 나온 고갯길을 타넘으며 신나게 달립니다. 신성교통이 워낙 스피드로 유명한 회사인 것도 있지만, 이 일대의 교통량은 없는 거나 다름없다보니 버스가 달릴 수 있는 여건이 아주 충분했습니다.
율곡리에서는 잠시지만 1차로 길도 달리더군요. 햐 ㅋㅋ
문산터미널에 내리니 4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는데, 그나마 30번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소요시간 한번 후덜덜하더군요. 하지만 문산은 경의선 철도가 들어오는 곳이었고, 서울역까지 CDC 통근열차가 운행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귀갓길은 이걸로 자동낙찰이었죠. 30번 타고 가는 것보다 더 편하더군요. 하지만 일단 문산에 온 이상 터미널을 안 가볼 수는 없으니 터미널에 내려 버스 사진들을 찍고 문산역으로 걸어서 가게 되었죠.
일단 문산터미널에 오는 버스들을 어느정도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 성공한 저는 귀가를 위해 문산역까지 슬슬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9710번을 타도 되지만 아무래도 철도에는 비빌 수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서울역행 열차를 이용하기 위함이었죠. 그런데 역 안에 들어가서 표를 끊기 전 통근열차의 요금을 보니 1400원이었는데, 거리 상관없이 모두 1400원이더군요. 빨간버스를 타면 1700원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대박이다 싶었죠. 통근열차를 택한 것은 정말 잘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6월 30일부터는 이 곳에도 수도권 전철이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통근열차는 문산~도라산 구간만 운행하게 되어 사실상 타보기 어려울 것이었는데, 정말 문산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음에 적성으로 오게 되면, 집으로 갈 때 문산에서 통근열차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죠.
이리하여 나타난 통근열차.
문은 전철 문과 똑같이 양옆으로 열리고 닫히는 식이었는데, 열차가 출발할 때가 되니 생각지도 못한 디젤 엔진소리가 귀청을 때리더군요. 이런 식의 열차는 처음이었기에 신기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열차 자체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타 봤지만, 친척집들이 철도 환경이 나쁘지 않은 곳에 있다보니(...) 이런 식으로 다니는 열차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겁니다. 그래도 서울역까지 한 시간 정도면 주파하니 정말 좋더군요. ㅋㅋ
서울역에 도착한 저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됨으로서 오늘의 여정은 마치게 됩니다. 이번에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의정부 부대찌개도 먹어보고, 백학과 문산이란 곳을 새로 가보게 되어 역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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