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수원에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버스들을 타보는 계획의 일환으로, 수원경기대에서 수원역을 거쳐 하저리까지 가는 16번을 하저리 종점까지 타보기 위해 수원역으로 출발합니다. 네이버 모 카페에서 인천의 교통을 가지고 불평을 늘어놓던 어느 회원의 글에 대해 다른 분이 반박을 했던 적이 있는데, 저의 오지성은 그 분이 예시로 들었던 그 "수원의 하루 10번 미만 운행 노선들" 때문에 시작된 것 같습니다. -ㅅ- ㅋ
수원여객 16번은 하루 여섯 번 수원에서 팔탄면 하저리를 오가는 버스였고, 수원역에는 오후 4시 40~50분 사이에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수원역으로 가는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15분을 기다려야만 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16번을 놓쳤다간 오늘의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관계로 수원역에 도착하기까지 초조함의 연속이었죠. 버스만 안 놓쳤어도 여유있게 16번이 오는 남측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건데 -ㅅ-;;;
어렵사리 수원역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수원역 남측정류장을 향해 냅다 달립니다. 예상대로 16번 또한 수원역 남측정류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조금도 속도를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16번을 천만 다행히도 가까스로 타게 되는데, 이 당시는 버스들이 수원역 남측정류장에서 바로 출발하지 않고 짱박기를 하다가 출발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16번 역시 그 영향을 받았던 겁니다. 수원여객과 남양여객 시내버스들이 수원역 남측 정류장에서 승객 승하차를 끝낸 후 바로 출발하지 않고 짱박기를 했던 것은 이 당시의 참 거지같던 운행 행태였지만, 오늘만큼은 덕을 보게 되네요. 나 이거야 원 -ㅅ-;;;
16번은 수원에서 봉담, 발안쪽으로 가는 다른 버스들과(수원여객 35번이나 32번 등) 똑같은 경로로 봉담, 그리고 장안대학까지 내려오는데, 봉담을 지나 장안대학으로 내려가니 길에 벚꽃이 만발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죠.
장안대를 지나자 삼거리가 나오는데, 16번 버스는 여기서 우회전을 합니다.
바로 위의 사진의 삼거리를 지나면 높은 고개가 하나 나오는데, 고개를 넘은 이후로는 꼬불꼬불한 길의 연속입니다.
마을회관 맞은편에는 청요리에 유일하게 있는 학교인 청룡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화성은 이제는 군이 아니라 시가 되었지만 그래도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웃 마을까지 몇 리씩 걸어 학교로 등교하거나 시간 맞춰 버스 타고 등교하는, 어머님 어릴 적 모습하고 너무나 흡사할 것 같았습니다. 청요리에 사는 중고등학생의 경우 버스 타고 비봉으로 나가야만 되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청요리에서 비봉까지는 걸어서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죠. -ㅅ-;;;
청요리를 빠져나오니 곧 청요사거리가 나오는데, 버스는 그대로 직진을 했습니다.
웬일인지 차들이 많던 길을 지나 굴다리를 지나니, 드디어 하저리 버스종점에 도착했습니다.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버스가 돌아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종점 바로 근처에 서해안고속도로가 있다보니 꽤 시끄러운 편이었지만, 고속도로가 있지 않았더라면 정말 쥐죽은 듯 고요했을 것 같더군요. 정말 한적~ 했기 때문인데, 왜 버스가 하루 6번밖에 오질 않는 것인지 이유가 정말 그럴만 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다시 타고 나가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실 법도 한데, 별로 신경쓰시지도 않더군요. 버스를 떠나보낸 저는 반대쪽 길로 쭉 걸어가게 됩니다. 이 길로 가면 남양, 발안쪽으로 가는 13-2번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이 나오기 때문인데, 아직도 때묻지 않은 조용한 모습을 보게 되었죠.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하여 걸어내려가니 결국 남양,발안쪽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이 나타났습니다. 2023년 2월 현재는 없어진 지 오래인 네이버 GBUS 카페에서 바이올렛님의 글을 본 것이 있어 그대로 해본 것인데 진짜로 통하니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16번을 타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쾌재를 부른 저는 남양방향 정류장에 서서 13번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발안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두 번이나 지나가건만, 이상하게도 남양쪽으로 가는 버스는 오질 않더군요. 게다가 제가 서 있는 곳 근처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는데, 거기서 악취가 나는 것은 물론 파리까지 들끓고 있었죠. 얼른 버스가 왔으면 좋겠는데 소식이 없으니 야속했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한참 기다리니 나타난 버스에 승차하니 환승할인은 깨지고 말았지만, 어쨌든 남양으로 간 다음 999번을 타고 귀갓길에 오를 수가 있었죠. 반월역 가는 330번 탈 걸 후회가 되었지만 때는 늦었고, 왜 이렇게 버스에 사람들이 많은지 아까 하저리에서 걸어나오는 것보다 더 힘들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버스 기행문 > 2008년~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 5월 4일 - 2대 다니는 것도 감사해야 했던 31-5번 시승기 (0) | 2023.03.05 |
---|---|
2009년 4월 29일 - 신성교통 92번 자장리 지선과 함께하는 경기도 북부지역 시승기 (0) | 2023.02.12 |
2009년 4월 3일 - 근성으로 이동했던 경기도 남부동네 방문기 (0) | 2023.02.12 |
2009년 3월 27일 - 경의선 통근열차를 타보았던 백학, 적성, 문산 방문기 (0) | 2023.02.12 |
2009년 3월 26일 - 수원여객 오지노선 시승기(16-2번) (0) | 2022.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