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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08년~2010년

2009년 5월 4일 - 2대 다니는 것도 감사해야 했던 31-5번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3. 5.

오늘은 31-5번을 타기로 하고, 안산에서 포동으로 급히 이동해 봅니다. 시흥교통 31-5번은 부천남부역에서 출발하여 시흥시 대야동, 신천동을 거친 후 방산동을 거쳐 포동으로 들어오는 노선으로 똑같이 포동을 들어오는 31-3번과 비교하면 31-3번과는 반대 길로 포동으로 들어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10년도 더 되는 역사가 있고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큰 변동사항이 없는 유서 깊은 오지노선입니다. 2003년에 시흥교통이 생기고 31-5번이 경원여객에서 시흥교통 소속으로 옮겨 간 것, 그리고 운행차량이 바뀌어(그래봤자 같은 로얄미디이지만;;;) 현재에 이른다는 점만 빼면 말입니다.

 

이 31-5번은 여타 다른 오지노선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는데, 시내버스이면서도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시내버스 이 3가지 특성을 모두 보이는 노선이라는 것이죠.


▲ 31-5번의 출발지인 신현동 주민센터.

 

▲ 시흥시의 오지노선 31-5번.



집 근처에 쩌는 1차로 길을 가는 노선이 이거 하나뿐이긴 했지만, 그래도 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버스 시간이 남아 화장실까지 다녀온 후 버스를 타게 되었고, 저 말고도 3분이 더 탄 상태로 출발합니다.


▲ 길 왼편으로는 폐염전이 있습니다.

 

▲ 포리초등학교를 지나니 좁은 길이 나타났는데 버스는 저 좁은 길로 직진하게 됩니다.



아직까지는 좋습니다. 길에 차선도 있고 그냥 평범한 2차선 도로입니다. 그렇지만 신촌을 지난 이후부터는 31-5번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 1차로가 시작됩니다.



길이 좁기 때문에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둘 중 하나가 길가로 바짝 차를 붙여야 합니다. 버스 2대가 교행하기에는....너무도 좁은 길입니다.


▲ 길이 좁다보니 반대편에서 차 한 대만 와도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곳은 방산동 고잔 정류장입니다. 정류장 표시가 없지만 앞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 31-5번을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버스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길에서....부릉부릉 버스 엔진 소리가 들린다면 이것만큼 반가운 게 또 있을까요?


▲ 고잔 정류장입니다. 정류장 표시는 없지만, 저 사람들 모두 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 고잔 정류장 옆 포도밭. 시흥의 포도는 방산동에서도 많이 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길들은 하나같이 경사지고 꼬불꼬불할 뿐입니다. 게다가 중앙선도 없지요. 기사님께서는 연신 핸들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 계속 이어지는 1차로.

 

▲ 산우물 정류장. 여기에도 버스가 온다는 소중한 증거가 될 겁니다.

 

▲ 다시 한번 보이는 포도밭, 그리고 고갯길.

 


계속 좁은 길을 달려가는데 우려했던 상황이 하나 터졌습니다. 맞은편에 대형 트럭이 달로오고 있었던 겁니다.

 

 

▲ 올 것이 오고야 말았던 장면입니다.

 


저렇게 대형차가 나타나면 도저히 앞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오른편에 조그만 공터가 있어 잠시 대피한 후 앞으로 갈 수 있었지만, 좀더 가서 만났다면 그때는 꼼짝없이 후진을 해야 했을 겁니다.

기사아저씨들 사이에서는 31-5번이 도 닦는 노선이라고 하는데, 운전하기 껄끄러워서입니다. 그래서 31-5번을 운전하다가 다른 노선으로 가면 그야말로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31-5번의 시간표 또한 괜히 그렇게 정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31-5번이 2대로 다니는데, 그 2대가 이 좁은 길에서는 절대 만나지 못하도록 짜여진 거라고 하니 말이죠.

시간표에 얽힌 내막을 알고 나니, 31-5번은 2대가 다녀주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해야 할 노선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매냐들이나 사람들은 시흥시 버스들을 깔 때 31-5번은 1시간 간격짜리라면서 이 노선도 가끔 운운하지만, 글쎄요. 그 양반들이 직접 타 보고서 그런 말을 한 것일지 심히 의문이 들더군요. 31-5번은 오히려 1대만 다녀도 회사 입장에서는 나쁠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1대로만 운행한다면, 하루 10번 미만으로 다니는 로또노선이 되겠지만요. -ㅅ- ㅋ

얼마를 달렸을까, 굴다리가 하나 나옵니다. 미디가 통과하기엔 정말 꽉 끼는 그런 굴다리였습니다. 저 굴다리 위로 올라가면 화영운수 1번, 시흥교통 510번을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는데, 과연 여기서 31-5번으로 환승해 볼 사람들이 저나 그분 이외에도 또 나올 것인지 싶더군요. 나오더라도 진정으로 대한민국 땅을 사랑할 사람이어야 할 것인데, 그분이 제게 말했었던 게 그때 당시엔 몰랐는데 여행기를 이 블로그에 옮겨적는 현재, 무슨 말이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ㅅ- ㅜㅜ


▲ 버스는 직진을 하여 굴다리를 지나가지만, 저 위로 올라가면 1번과 510번을 탈 수 있습니다.

 

▲ 미디로 가기에는 좁아보이는 굴다리. 어쨌든 통과는 됩니다.

 

 

굴다리를 지나니 청용낚시터가 나왔고 거기서 우회전을 하여 신천동으로 올라가니 소래산이 멀리 보입니다. 다만 길은 아직도 차선이 없는 1차로 도로였죠.


▲ (2장 모두) 멀리서 바라보는 소래산.



버스는 신천IC로 가는 큰 길을 밑으로 통과하였고, 그 후로는 이제부터는 골목길을 누비는 마을버스 모드로 돌입합니다. 삼미시장으로 가는데 차들이 엉켜 있더군요. 어쩔 수 없이 그 차들을 다 보내주고 가느라 시간이 꽤 걸리지만, 삼미시장 뒤편을 찍고 신천삼거리로 가는 내내 골목길이었습니다.

 

 

▲ 드디어 보게 된 중앙선. 차선이 생기는 걸 이제서야 봅니다. ㅋㅋ

 

▲ 물론 여기서도 31-5번은 교행 불가능입니다. 저 차량 행렬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서 있어야만 했죠.

 

▲ 삼미시장 뒤편입니다. 버스는 농협 앞에서 좌회전을 하게 됩니다.

 

▲ 여기서부터는 소사역을 가는 마을버스 1번과도 만납니다.

 

▲ (2장 모두) 신천삼거리까지 가면서 보게 되는 골목길. 두 장소 모두 마을버스 1번도 지나다닙니다.



그렇게 골목길을 누비던 버스는 신천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시내버스 모드로 바뀌는데, 신천삼거리에서부터 61번, 31-3번 등과 똑같은 경로로 부천남부역까지 가게 됩니다.


▲ 시내버스 모드로 돌입하는 순간입니다. ㅋㅋ 머나먼 원창동에서부터 달려온 22번도 마침 앞에 있더군요.

 

▲ 읍내 분위기 나는 곳이지만 서울과 인천, 그리고 경기도 버스가 모두 만나는 곳 중 하나였던 과거가 있었죠.

 

▲ 소래농협 앞. 예전에는 여기가 소래읍이었기 때문에 농협 이름도 소래가 되어버렸죠.

 

 

위 사진에 보이는 소래농협은 2011년 들어서야 북시흥농협으로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어찌보면 시흥시가 참 안습인 게 화성처럼 읍/면이 없다는 점도 한몫할 것 같습니다. 도농복합시라는 제도가 생기기 전에 시로 승격이 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는데, 사실 시흥시는 읍면이 있어도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전부 다 동으로 바뀌고 읍/면이 없는 바람에 발전의 구심점이 사라졌으며(화성이라면 마도면이면 마도, 서신면이면 서신 이런 식으로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 있지만 시흥의 경우 그런 것이 없죠. 그것은 사소한 차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은연중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칩니다) 설상가상으로 시의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버렸죠. 전철은 2000년이 되어서야 시화 쪽에 오이도역이니 정왕역이니 해서 4호선이 조금 들어온 게 전부였습니다.

 

 

▲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보건소 건물인데, 2000년 이전에는 저기에 시청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기사아저씨께 구 시청에서 내린다는 말을 했던 터라 바로 벨을 눌러 버스에서 내림으로서 시승을 마칩니다.
2009년에 썼던 글을 지금 와서 다시 리뉴얼하려니 빠지는 내용도 많고 수정된 내용도 많은데, 이래서 글이라는 것은 고쳐쓰기라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나 봅니다. -ㅅ-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