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학교에서 수업이 한 개밖에 없어서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하다가, 대부도와 탄도를 구경할 겸 태화상운 123번 버스를 종점까지 타보기로 했습니다. 기숙사에 처박혀 있는 거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이놈의 여행 버릇이란...-ㅅ-;; ㅋㅋ).
태화상운 123번. 안산 시내에서 대부도를 가는 유일한 시내버스입니다. 2008년 1월 이전에는 하루 6번 운행했으나 현재는 배차간격 40~60분짜리가 되었는데, 인터넷으로 시간표를 찾아보니 배차간격이 확실히 많이 줄긴 줄었습니다. 태화상운 123번은 마침 학교 후문 근처에 있는 푸르지오 아파트단지에서 출발하는 버스였기에 저는 오후 4시에 출발하는 차를 타기로 하고 푸르지오아파트로 서둘러 이동합니다. 푸르지오 아파트단지로 가는 동안은 생고생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직 9월이라 낮의 햇빛은 따가웠는데 그늘은 하나도 없는 길을 30분이나 걸어야 했으니 말이죠. (※ 이 당시에는 푸르지오아파트와 에리카캠퍼스를 잇는 시내버스는 없었습니다)
겨우겨우 올라 탄 123번 버스.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시네요. 저는 123번을 완승할 계획이었으므로 당연히
"이 버스 종점이요" 했더니 기사아저씨께서 갑자기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듯이 말씀을 하는 게 아닙니까.
"거기가 어딘지 알고 가는 거야??"
아니 이런 버스를 어떻게 노선도 한번 안 알아보고 무작정 탈 수가 있단 말인가?
다 알고 타는 건데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나원참. 그래도 어쨌든 기사아저씨와 말싸움 하기 싫어서 그냥 안다고 대충 대거리를 하고, 기사아저씨께서 요금표를 보더니 1700원을 달라고 하기에 현금으로 1700원 냅니다. 버스는 중앙역을 지나 큰길 잠깐 가다가 안산시청으로 들어간 뒤 와스타디움 지나 다시 큰길로 나와 공단역을 지나가며 바로 안산역으로 쏘더군요. 물론 노선이 그런 형태니 안산시내버스들 열에 아홉, 아니 열에 9.5는 다 하는 행동인 안산역 U턴을 123번은 하지 않았습니다. 안산역 U턴이 아주 공식처럼 굳어 있는 안산시내버스로서는 정말 기묘한 노선형태였는데, 제발 좀 U턴하는 노선들은 몇 개만 냄겨두고 노선을 좀 폈으면....-ㅅ-;;
안산역을 지난 버스는 정왕대로를 따라 쭉 달리며 이마트에서 사람들을 좀더 태우며 점점 시화방조제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동보아파트를 지나자 버스는 신호가 많아 지겨운 동네인 안산시와 시흥시 정왕동을....드디어 벗어납니다 ㅋㅋ
시화방조제를 지나면 방아머리와 회센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방아머리는 안산,시흥에서 대부도로 오는 경우 대부도의 첫 번째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되겠습니다. 방아머리 회센터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편이고, 게다가 선착장까지 있어 섬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방아머리를 지나고 나면 대부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데 방아머리를 지나고 나면 대부도의 농촌 풍경이 펼쳐집니다. 대부도에서 유명한 것은 포도. 그래서 그런지 123번을 타고 가는 내내 많이 보았던 게 포도밭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아머리에서 10분 정도 달린 버스는 대부동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예전부터 대부면사무소가 있던 곳이라 대부도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는, 읍내 비슷하게 생긴 곳이었습니다. 버스가 대부동 주민센터에 이르렀을 때, 태화상운 727번 버스가 보이는데, 어라 저게 뭐지??
대부도에 123번, 717번이나 영흥도 가는 시외버스 말고 또 다른 버스가 있었는 줄은 몰랐던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나중에 알고보니 727번은 하루 4번 다니는 대부도 내 순환버스라고 하는데, 2011년 현재까지도 시승을 아직 못해보고 있는 미지의 노선입니다. -ㅅ- ㅋ
대부동을 지나면 선감동이 나오는데, 여기는 원래 선감도라는 섬으로서 일본군의 선감원 학살, 6.25전쟁 등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고 묻힌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나름대로 평화로운 분위기인듯...ㅎ
영어마을을 지나니 오른편으로는 싱그러운 바다가 보이고 있었습니다. 영어마을에서 몇 정류장 가지 않아 드디어 123번의 종점인 탄도가 나왔죠(영어마을과 탄도 사이는 몇 정류장 되지 않지만 꽤 멉니다). 탄도 종점에 내리니 오후 5시 25분이었습니다.
123번 종점에서 내리니 바로 탄도항이 보였는데, 옆에 수산물 직판장이 있고 배 몇 척 있는 게 다였습니다. 앞에 안산어촌민속박물관도 있긴 했지만 폐관시간이 지난 뒤라 들어가보지는 못했죠. ㅜㅜ
본인이 타고 왔던 버스는 어디론지 떠나 버리고, 이제 123번은 오후 6시 30분, 7시 30분 순으로 1시간 간격으로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1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남은 셈이었는데, 막상 탄도 종점에 내리고 나니 무언가 크게 볼 것이 있어 보이지는 않아 약간 실망이었지만 그래도 경치는 좋더군요 ㅎㅎ
자 그럼 탄도까지 온 김에 경치 감상은 하고 가야 하겠죠? 해가 지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30분 정도 천천히 탄도항을 구경하고 난 뒤, 저녁으로 근처 수산시장에서 5000원 주고 칼국수 한 그릇 먹습니다. 대부도의 또다른 명물이 바로 바지락칼국수를 안 먹을 수는 없죠. 마침 배가 고팠던 찰나였던지라 얼른 해치워 버립니다.
탄도항도 다 보았겠다, 칼국수를 다 먹자마자 돌아가 볼까 했지만 시간은 아직 오후 6시 5분. 버스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한 끝에 아까 구경하면서 보았던, 탄도항 건너편에 가 보기로 합니다.
때마침 칼국수 그릇을 치우러 아줌마가 오셔서 저 건너편에 걸어서 가려면 얼마 걸리는지 여쭤보니 15분 걸린다고 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저기 건너편도 궁금하니 내친김에 이번에 출발하는 버스 그냥 제끼고 다음 차 타야지 ㅋㅋ
현재시간은 오후 6시 30분.
다음 버스는 오후 7시 30분 출발이었고 도보 15분 거리라니 충분히 갔다 올만 해서 탄도항의 일몰을 찍고 출발합니다.
탄도교를 건너 앞으로 가니 이정표가 하나 나오는데, 순간 저는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한번 이정표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전곡항" 이라는 3글자 때문이었죠.
전곡항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얼마 전에 <국제요트대회> 가 열려 관광명소가 된 항구였고 마침 얼마전에 본인이 자주 보는 <1박 2일> 에서도 전곡항이 나왔었지요. 150m 앞에서 우회전이라면 분명히 아까 탄도항에서 보았던 그 건너편 항구를 이야기 하는 것일 텐데, 그곳이 바로 그 유명한 전곡항이구나 싶어 발걸음에 좀더 속도가 붙습니다.
전곡항은 과연 아주머니 말씀대로 탄도 종점에서 15분 정도 걸리더군요.
아무튼 전곡항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의외로 유명한 관광명소 치고 특별하게 볼 게 없더군요.
이상하다 느끼면서 계속 보니 이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개발 계획도라면 이대로 개발을 하겠다는 의미이지 현재 개발이 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니잖은가.......
전곡항이 이럴 줄이야.....2009년 3월이나 되어야 공사 준공이 된다니.... 허허 참...
다시 한번 뒤집힌 배들이 쫙 늘어서 있는 곳과 바다를 보고 나서 핸드폰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6시 50분. 이제는 빨리 탄도항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 버스를 놓치면 또 1시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사강 간다는 717번은 끊겨버린지 오래일 것 같고...
※ 나중에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717번은 정말로 끊긴 지 매우 오래였습니다. 멋도 모르고 그거 기다렸다면 좆망할 뻔..;;
아무튼 이곳을 빠져나가 기숙사로 돌아가려면 123번을 타야만 했습니다. 이 당시에는 1004-1번 좌석버스가 없어서 나갈 방법도 123번뿐이었지만요. 그래서 전곡항을 나가려는데 이것이 보이더군요.
맨 왼쪽에 있는 것은 박지성 선수의 손자국이며 맨 오른쪽에 있는 것은 조용필의 손자국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것은 경기도지사 김문수의 손자국이구요. 이런 유명한 분들이 이렇게까지 한 걸 보면, 처음에 실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곡항이 다른 관광지에 꿀리지 않을 정도의 관광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침 그러려고 개발 공사 중이기도 하니 말이죠...
※ 이곳을 다녀가고 3년 뒤인 2011년 현재, 왜 가수 조용필과, 박지성 선수가 저곳에 손자국을 남겼는지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조용필은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쌍정리가 고향이요, 박지성 선수는 병점에서 학교를 나왔다고 하니 두 유명인사 모두 화성시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이죠.
이제 이런 생각을 뒤로 하고 얼른 전곡항을 나서 탄도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시 탄도항으로 가려는 길은 멀었고, 이번에 출발하는 123번 버스를 놓치게 되면 또 1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니 조금도 지체할 수는 없었죠.
탄도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 문자 그대로 무인지경이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본인 혼자서만 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버스도 끊기고 없고 정류장도 안 보이며 무인지경인 이런 도로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싶어 정말 이 길을 걸어 탄도항으로 돌아가는 동안 마음을 졸여야만 하는 판인데, 바닷바람까지 불어와 몸이 더 떨리네요.....ㄷㄷ;;;
마음도 급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전곡항으로 걸어갈 때와는 달리 탄도항으로 돌아오는 지금은
"얼른 탄도항이 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뿐이었는데, 탄도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본인은 참고로 걸음이 빠른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멀 수가 없더군요. 뒤에서 뭔가가 나올 것 같은 찜찜한 느낌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걸어가니 어쨌든 탄도항에 도착했고, 탄도항 입구에 이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오후 7시 20분. 이제 123번을 놓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죠. 마침 탄도 종점에 123번 버스가 와 있더군요(저 위에 큰길가 정류장이 아니라 어촌박물관 바로 옆까지 들어옵니다).
오후 7시 26분쯤에 기사님께서 잠시 화장실을 갔다 오셨는지 천천히 걸어오셔서 차 문을 열어 주시고 미침 버스 옆에 대기하고 있던 손님 한명과 함께 저는 드디어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는 오후 7시 29분에 탄도항을 떠났죠(1분 조발;;).
깜깜한 밤이라 길에는 사람은 물론 자동차조차 없었는데, 정류장 표시도 없었고, 무인지경이나 다름없는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악셀을 팍팍 밟아주고 계셨고(근데 빠른 속도로 구불구불한 길을 통과하는 능력보다도, 정류장 표시가 전혀 없는데도 어떻게 정류장인 줄 알고 손님을 승하차 시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ㅋㅋ), 그 덕에 15분 걸려 대부동 주민센터에 도착합니다. 여기 와서야 사람들이 몇 명 더 타는데, 버스가 팍팍 달려도 15분이니 탄도에서 대부동 주민센터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될 지는 참 후덜덜하더군요.
다시 10분 정도 지나니 시화방조제에 들어서는데, 아까부터 팍팍 밟아 주시던 기사아저씨께서는 시화방조제에서도 환상적인 고속도로 주행능력(?)을 보여 주십니다. 속도계를 보니 시속 110km가 넘어가네요;;;
그러니 버갤의 모 군이 그렇게 태화 태화 거리는듯..... 하지만 123번 말고는 태화도 그렇게 잘 밟진 않는다는...-ㅅ-
태화상운 시외버스와 시내버스 다 타보지도 않았을게 뻔한데 그렇게 지껄이는 것 자체가 ㅄ인증이죠 ㅋㅋ
그나마 안산에 들어오고 나자 겨우 버스가 한 템포 속도를 줄였고 다시 되돌아오니 오후 9시 정도 된 듯 하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버스 기행문 > 2008년~201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 4월 3일 - 근성으로 이동했던 경기도 남부동네 방문기 (0) | 2023.02.12 |
---|---|
2009년 3월 27일 - 경의선 통근열차를 타보았던 백학, 적성, 문산 방문기 (0) | 2023.02.12 |
2009년 3월 26일 - 수원여객 오지노선 시승기(16-2번) (0) | 2022.12.28 |
2009년 3월 20일 - 의정부, 전곡, 적성, 문산 방문기 (0) | 2022.12.28 |
2009년 3월 6일 - 낮에 한번, 밤에 한번 남양여객 50번 야목원리 시승기(제부도는 가지 못하다) (0) | 2022.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