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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2년~2023년

2022년 9월 17일 - 원주 구룡사 종점 방문, 예의촌부터 시작된 막차 이어타기 ㅋㅋ(Feat. 버스 정보 안내의 품격, 그리고 예의)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1. 3.

이번에는 구룡사와 예의촌, 노일리를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섭니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오전 8시 47분이었고, 곧 만난 석준형과 함께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안동행 KTX-이음에 승차합니다. 원주까지로 끊어둔 N카드 덕분에, 이번에도 8600원만 내는 거죠 뭐. ㅋㅋ 역시 하나보단 둘이 좋은 겁니다. ㅎㅎ
 

[KTX-이음(청량리→원주,제천,단양,풍기,영주→안동)][8600, N카드할인]
청량리 0900 출발 - 원주 0946

청량리역을 9시에 출발하는 안동행 KTX는 양평을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시종일관 빠른 속력으로 달려주었고, 우리를 오전 9시 46분에 원주역에 내려주었습니다. 저번에는 90번 합포원 노선을 탔었는데 이번에는 내남송 노선을 타게 되니 이런 기차 시간은 언제나 따봉이랑께요. ㅋㅋ
 

[도보]
원주역 0946 - 거장아파트앞 CU편의점 0956~1018 - 서곡삼거리 1028

이번에는 34-1번 경로를 따라 거장아파트, 그리고 서곡삼거리까지 걷습니다. 버스 시간이 남기 때문에 거장아파트 근처 편의점에서 요기를 하면서 이야기까지 하다가 갔죠. 서곡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안으로 들어가니 카페와 함께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세워진 것이 멀리 보이는데, 이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 서곡삼거리 버스정류장 표지판. 31, 34번 다니는 곳에서 안쪽으로 들어와야 있습니다.

 
 
오전 10시 47분이 되자 32번이 도착했고 우리는 1300원씩 찍으며 바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 오늘 천만다행으로 타게 된 용수골, 내남송 노선입니다. ㅎㅎ



[원주 32번(서곡,내남송) (장양리~태장2동,옛원주역,원주의료원,남송→서곡초교,용수골,내남송→남송 이하 역순)][1300]  ※ 장양리 1005 출발
서곡삼거리 1047 - 서곡JC 1049 - 서곡초교 1050 - 서평동 - 외동막 1052 - 용수골(회차) 1054 도착, 1100 출발 - 외동막 1102 - 내동막 1103 - 내남송 1105 - 남송 1108 - 청구아파트 1110 - 원주의료원 1114 - 남원로남부시장 1117 - 평원로중앙시장 1121 - 구 원주역 1126
 
이 노선은 용수골을 들어갔다가 내남송을 찍고 시내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오늘 이 노선을 탈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습니다. 운행업체인 대도여객이 가스값을 내지 못하여 일부 노선이 9월 14일부터 20일까지 6일간 운행중단이 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하필 우리가 탈 32번이 그 운행중단 노선에 포함되는 바람에 오늘 타지 못할 수도 있었던 겁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죠. 여긴 아예 새로운 업체를 밀어주든지 공영화를 하든지 선택해야 된다 원주시청은 일 좀 해라
 
 

▲ 서곡초등학교 직전에 찍어본 정류장. 알고보니 학교는 이 사진 기준, 오른쪽으로 가야 있었습니다.

 

▲ 용수골로 들어가는 도로. 왕복2차로였지만 꽤 깊이 들어갑니다.



버스는 서곡초등학교를 찍고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오전 10시 54분에 용수골종점에 멈춰섭니다. 종점 앞에 슈퍼가 하나 있더군요.
 
 

▲ (2장 모두)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용수골마을 버스 회차지의 모습.

 

▲ 이곳에는 슈퍼가 있었고, 잘 영업중이었습니다. 강원도에도 슈퍼가 있는 마을이 있긴 있더군요. ㅋㅋ

 
 
버스는 할머니를 태우고 오전 11시에 용수골종점을 다시 출발하였고 외동막에서 오른쪽 길로 빠집니다. 아까 들어왔던 서곡삼거리 쪽으로 가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다가 좌회전을 하니 드디어 안내방송에도 내남송이라는 지명이 나오네요.
 
 

▲ 저 정류장이 바로 내남송 정류장이었습니다. 여기서 입구까지는 버스로 3분이나 걸리더군요.



원주의료원으로 올라가는 길로 다시 합류하면서 있는 정류장 이름이 남송인 걸 보니, 아까 지나온 곳은 이름이 내남송이 될 만도 했습니다. 버스는 남송을 지나 의료원을 찍고 옛 원주역까지 직진을 하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버스를 많이 이용하더군요. 오전 11시 26분에 버스에서 내리니 오른쪽 구석에 옛 원주역이 보였습니다. 옛 원주역은 중앙선이 허리를 펴게 됨에 따라 문을 닫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기울어 가고 있던 학성동 구 도심을 상징하는 듯 폐허 상태나 다름없었죠.
 
 

▲ 이제는 기능을 다하여 폐허가 되어가고 있던 옛 원주역.



구룡사 가는 41번이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우리는 편의점을 잠시 다녀옵니다. 그런데 한 눈에 봐도 꽤 정성이 들어간 듯한 시간표가 편의점 바로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었습니다.
 
 

▲ 행구동 방향 버스 시간표. 진짜 행구동 주민이 만들어 붙인 것이었는데, 안내의 품격과 사명감이 느껴졌습니다. 아는 척에 이중잣대만 쩔고 노력은 없는 매냐들보단, 이런 분들이 백배 천배 나은 것이 사실이었죠.

 
 
오전 11시 58분이 되니 드디어 치악산 구룡사 가는 41번이 옵니다. 거의 10년쯤 전에 구룡사 근처로 캠핑을 가면서 봤었던 노선버스이기도 한데, 이번에 타보게 되니 감회가 깊었죠.
 
 

▲ 구룡사 가는 41번. 거의 10년쯤 전에 구룡사 근처 캠핑장에서 41번이 현대 저상버스로 운행중이었던 걸 봤었는데, 그 때 봤던 차량이 지금 이 1583호였을지도 모릅니다. -ㅅ- ㅋ



[원주 41번(관설동~단구초교,의료원,옛원주역,태장2동,흥양삼거리,소초면사무소,학곡리~구룡사)][환승]  ※ 관설동 1130 출발
구 원주역 1158 - 삼한주유소 1202 - 태장삼거리,한일주유소 1204 - 태봉초교 1209 - 흥양삼거리 1213 - 원주성모병원 1217 - 수암4리 1220 - 소초면사무소,본동앞 1221 - 다리목 1224 - 밤나무정 1225 - 학곡저수지앞 1228 - 치악산드림랜드 1230 - 구룡사제1주차장 1233 - 구룡사 1238

태장2동 쪽으로 바로 올라간 버스는 태장2동 안쪽 아파트단지를 찍은 후 흥양리 쪽으로 가다가 북동쪽으로 기수를 틉니다. 태장2동을 벗어나고부터는 시골 풍경이 나오기 시작했고, 전에 둔둔리 경유하는 2번으로 지나갔던 소초면사무소도 찍습니다.

이전에는 30분 간격이던 이 버스가 2022년 현재는 1시간 간격이 되어버려 이 동네 주민들의 피해가 꽤 컸을 것 같더군요. 우한 폐렴과 원주시내버스 회사 사정은 읍면지역 주민들에게 특히 잔혹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버스 시간표들이 나무위키에도 올라오고 있는 것이 참 다행이었고, 시간표를 올린 분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었죠. 이전에는 매니아들이 배차간격 230분 식의 안내글들만 올려대니, 버스를 타는 사람 입장에선 희망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석준형이 그 당시 그분이 하셨던 말을 해주었죠.

"그러면 장날에만 다니는 버스는 배차간격 7200분 적어놓으면 되겠네. 배차간격 7200분이니까 7200분 기다리면 되는 거잖아. 넌 7200분 기다려서 버스 타보랑께?"

5일이란 시간을 분 단위로 바꿔보면 7200분인데, 그게 왜 이리 웃긴지 ㅋㅋㅋㅋ 덕분에 버스가 소초면사무소를 지나 고개를 넘는 동안 우리 둘은 웃음을 참느라 죽을 뻔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매니아들의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기왕 운행횟수가 적은 노선을 안내할 거면, 시간표가 필수라는 걸 매니아들도 더욱 잘 깨닫게 됐으면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ㅎㅎ 위에 행구동 시간표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무위키 정도만 되어도 된다.
 
학곡저수지를 지난 버스는 본격적으로 구룡사를 향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누가 치악산 아니랄까봐 정말 멋진 모습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구룡사 종점 직전에 오니 가족과 캠핑을 했던 장소도 보게 되었죠. 오크밸리에 이어 여기도 이렇게 버스로 와보니 감개무량한 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동차로 와봤던 추억의 장소를, 대중교통으로 찾아갈 때의 느낌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일일 겁니다.
 
 

▲ 구룡사 들어가는 길은 누가 치악산 아니랄까봐 정말 멋졌습니다.

 
 
종점은 구룡사 주차장이었고, 오후 12시 38분이 되자 버스가 종점에 도착합니다. 횡성 버스가 오려면 1시간 약간 안 되는 시간이 남아서 점심을 먹기 아주 적절했는데, 여기는 그 유명한 치악산의 등산로 입구다보니 식당들이 많이 있어 밥 먹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바로 식당에 들어가 산채비빔밥 한 그릇씩에 파전을 시켜 먹게 되었는데, 맛은 따봉~! 이었죠. ㅋㅋ
 
 

▲ 구룡사 종점에 도착한 시내버스. 이제 50분 정도 뒤면 횡성군내버스도 들어올 겁니다. -ㅅ- ㅋ

 

▲ 구룡사를 오는 원주시내버스 시간표. 이전에 비하면 진짜 많이 줄어버렸습니다.

 

▲ 이전에는 30분에 한 번 정도 다녔는데, 주52시간과 우한 폐렴을 기준으로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죠.

 
 
맛있게 식사를 하고 다시 정류장에 나와 화장실을 들르니 곧 횡성군내버스가 들어와 회차를 합니다.
 
 

▲ 원주 버스와 똑같은 장소에서 회차하는 횡성군내버스.

 

▲ 횡성으로 가는 군내버스. 개쩌는 정암2리 안길을 들르는 시간대였습니다.

 
 
[횡성 20번(횡성~횡성역,정암3리,정암1리,(↔정암리종점),법주리,학곡리~구룡사)][2040, 시계외요금]
구룡사 1326 도착, 1335 출발 - 구룡사제1주차장 1339 - 학곡저수지앞 1343 - 법주리마을회관 1346 - 잣나무골 1348 - 정암리종점(회차) 1355 - 정암1리,누룬 1400 - 정암3리마을회관 1403 - 횡성역(회차) 1407 도착, 1410 출발 - 버덩말 1412 - 삼일광장 1416

구룡사에 들어오던 원주 2번을 대체하는 노선 같더군요. 그 2번은 횡성을 찍고 구룡사로 들어오는 것이라 원주에서 타면 요금이 상당히 비쌌지만, 지금은 횡성군내버스가 들어와서 요금은 아주 무난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시계외요금은 있었지만, 횡성 간다고 하고 카드를 대니 2040원이 나왔던 겁니다. 오후 1시 35분에 출발한 버스는 학곡저수지까지 아까 타고 온 41번과 같은 길로 가더군요. 나가는 도중 두어 명의 사람이 이 버스를 타는데, 원주 가는 줄 알고 탄 모양입니다. 하지만 원주가 아닌 횡성으로 가는 차였고 41번이 오려면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되었기에, 결국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횡성까지 타야만 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아는 게 힘이며,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되죠.
 
 

▲ 학곡저수지로 다시 나오면서 찍어보는 치악산의 멋있는 모습. ㅋㅋ

 

▲ 티없이 맑음을 보여주던 학곡저수지.



이번 버스는 학곡저수지 정류장에서 우회전을 하여 원주 41번과는 다른 길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법주리를 지나니 곧 정암리가 나오는데, 버스가 좌회전하여 정암2리 안길을 들어갔다 나오더군요. 길이 꽤 쩔어서 동영상까지 찍어주었죠. 오우~ 혁님~! ㅋㅋ
 
 

▲ NEW BS 미디도 꽉 끼어보이던 정암2리 1차로 길. 쩝니다. ㅋㅋ

 

▲ 정암리종점 버스정류장.

 
 

▲ 정암2리 회차지에서 나오면서 찍은 1차로 길 주행영상.

 
 
 
 

정암2리를 나온 버스는 횡성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정암3리를 지나니 금방 횡성역이었습니다. 버스는 횡성역을 들러 읍내에 진입하였고, 우리는 삼일광장에 내려 만세공원 정류장 뒤편 벤치에 앉아 있게 됩니다. 공원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버스 시간 될 때까지 쉬었다 가도 딱이었고, 버스 시간까지 누워서 자도 됩니다 때마침 분수가 가동중이어서 이것도 동영상으로 찍어주었죠. 
 
 

▲ 만세공원 안쪽 벤치로 가는 길에 찍어본 버스. 거실치 경유 시간대였습니다. ㅋㅋ

 
 
 

▲ 횡성 만세공원 분수 가동영상. 갑자기 물줄기가 세지는 게 백미입니다. ㅋㅋ

 

 
우리는 드디어 대망의 예의촌을 가기 위해,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하는 좌운행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 생각보다 정말 멀리 가는 좌운 노선. ㅋㅋ



[횡성 55번(횡성~학담2리,공근,수백초교,삼배리,부창리,예의촌입구~좌운)][환승]
만세공원 1440 출발 - 원흥아파트 1442 - 학담2리 1448 - 공근면사무소 1451 - 매곡리마을회관 1453 - 오산삼거리 1455 - 수백초교 1457 - 흑석소류지 1459 - 삼배리(회차) 1506 - 삼배리마을회관 1508 - 가곡보건진료소 1510 - 부창리마을회관 1513 - 좌운교 1519 - 예의촌입구 1521

홍천의 그 좌운으로 가는 노선이었는데 공근면사무소에서 바로 우회전을 합니다. 수백리와 삼배리를 찍는 것이었는데 수백리에는 의외로 초등학교까지 하나 있더군요. 수백리를 지나 한참을 달려 나온 삼배리를ㅓ형으로 들르는데, 이쪽 길은 1.8차로였죠. 
 
 

▲ 부드러운 극세사 이불같은 논입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노릇노릇하게 익겠지요. -ㅅ- ㅋ

 

▲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 버스 회차지. 정자 뒤에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있습니다.

 

▲ 횡성~공근~좌운 55번 운행경로도. 빨간색이 단독 구간입니다.

 

삼배리를 나온 버스는 본격적으로 좌운을 향해 올라가는데, 삼배리도 사실 횡성에서도 제법 떨어진 장소였지만 여기서 좌운까지 가는 것도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한참 가더군요.
 
 

▲ 이제는 예의촌입구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저 산 너머에 예의촌이 있을 것인데, 꼭 천안 석지골 느낌도 듭니다. -ㅅ- ㅋ



부창리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우리 둘만 남은 버스는 오후 3시 21분에 우리를 예의촌입구에 내려주고 떠납니다. 횡성에서 거의 달리기만 했는데도 40분이나 걸리니 거리가 참 후덜덜했습니다.
 

[도보]
예의촌입구 1521 - 예의촌종점 1557

예의촌입구에 내린 우리는 예의촌종점을 향해 빠르게 걸어들어가는데, 종점까지 생각보다 먼 거리다보니 천안 석지골이 생각날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가 빠르게 걸어들어간 이유는 버스가 예의촌을 찍고 바로 회차하여 좌운에서 시간을 맞추기 때문이었지만, 정작 우리는 예의촌에 오려면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석준형의 개그 덕분에 웃느라 정신이 없었죠. ㅋㅋ 나는 버스를 줄 테니, 너는 예의를 주거라 ㅋㅋ
 
 

▲ 예의를 지키며, 예의바르게 전진! 합니다. ㅋㅋㅋㅋ

 
 
예의촌에 도착하니 오후 3시 57분이라 다행히 시간 여유가 있었습니다. 예의촌종점은 정류장이 세워져 있었다는 걸 제외하면 그분과 석준형의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죠.
 
 

▲ 결국 도착한 예의촌 버스종점.

 

▲ 버스가 회차하는 공터의 모습. 저 창고는 그분, 그리고 석준형이 여기를 왔을 때와 변함없는 모습이었습니다.

 

▲ 하지만 여기도 변화는 있었으니, 정류장이 세워져 있었던 겁니다. 그분과 석준형이 왔을 땐 물론 없던 것이죠.

 

▲ 예의촌 버스시간표. 버스는 예의촌을 찍고 다시 좌운으로 돌아와 시간을 맞추기 때문에, 여기는 도착예상시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류장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보니 오후 4시 28분에 버스가 도착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번 버스가 이곳에서의 막차이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가 안 올까 싶어 조마조마하게 됩니다. 하지만 홍천은 실시간 위치는커녕 다녀주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기에 쭉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죠. 그래도 오후 4시 30분이 되자 드디어 대한교통 군내버스가 등장하여 회차를 하더군요. 오우~ 혁님~! ㅋㅋㅋㅋ
 
 

▲ 과연 버스는 올 것인가? 여기는 실시간 버스 위치 안내 그런거 없기 때문에, 쫄리는 맛이 있습니다. -ㅅ- ㅋㅋ

 

▲ 하지만 정말 여기에 버스가 들어옵니다. 이제는 천안 버스마냥 멜론색 떡칠이 되어버렸네요. -ㅅ- ㅋ

 

▲ 행선판도 알아보기 쉽게 다시 찍었습니다. 오우~ 혁님~! ㅋㅋㅋㅋ

 

[대한교통 홍천터미널~성수,영귀미,속초리,노천리,좌운~예의촌][1330]  ※ 홍천터미널 1540 출발
예의촌종점 1630 도착 및 출발 - 동서교회수양관 1634 - 좌운종점 1637 도착, 1640 출발 - 좌운저수지 1642 - 노천2리,새목이 1649 - 노천1리 1651 - 노장승강장 1653 - 노천초교 1654 - 노천1리,배나무거리 1656 - 붉은봉 1659 - 속초2리마을회관 1701 - 속초2리,속새울 1701 - 동면정류소 1703 - 동면농협 1704 - 성수리 1706 - 덕치리 1708 - 덕치리,충혼비앞 1708 - 검율리 1710 - 주공아파트 1713 - 군청입구 1717 - 홍천터미널 1720

버스는 우리가 타자마자 바로 예의촌종점을 떠나 좌운을 향해 달려갑니다. 우리가 걸었던 길을 단 4분만에 주파해 버리고 입구로 나온 버스는 좌운종점에서 3분 대기하게 되었죠. 여기도 산골짜기 깊숙한 곳이었지만 홍천버스와 횡성버스가 모두 만나는 곳이라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ㅋㅋ
 
 

▲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좌운리 버스종점. 예전에는 원주 2번 좌운행이 여기까지 왔었는데 지금은 횡성 버스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좌운에서 버스가 기다리는 동안 엄마와 아이가 버스를 타게 되었고(사람 없는 강원도에선 참 귀한 존재죠), 오후 4시 40분에 버스는 홍천을 향해 출발합니다. 버스는 산골짜기를 따라 달리고 있었고, 10분을 달려 노천리에 와서야 어르신 한 명 겨우 태웁니다. 이건 10몇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도 변함이 없다보니 노선이 과연 유지가 될지 더욱 의문이 커져가고 있었죠. 그동안 인구는 더 줄어들었을 것인데, 연료값과 인건비는 더 올라버렸고 주52시간이라는 정책까지 짐덩이만 더욱 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홍천은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정류장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그나마 여기는 이름이 적힌 정류장 반, 이름 없이 표지판만 덜렁 세워진 정류장 반이라 진천, 음성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정류장 조사에 있어서는 애를 먹을 수밖에는 없었죠.

좌운종점을 출발한 지 20분만에 동면농협을 찍는데, 좌운이 정말 먼 곳이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또한 흥안117님, 그리고 화랑님과 셋이 홍천을 갔을 때도 이곳을 왔었기에 그 때의 추억도 생각이 났죠. 사실 지금은 동면이 영귀미면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지만, 정말 그것 말고는 변화가 없는 거나 다름없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성수 쪽으로 돌아서 홍천으로 가는 것마저 그대로였으니까요 뭐. ㅋㅋ
 
 

▲ 역시 쩌는 홍천의 경치. ㅋㅋ

 

하여간 정말 오래간만에 홍천을 온 우리는 역시 오래간만에 가보자순대국에 가서 순댓국을 한 그릇씩 먹게 됩니다. 오우~형님~! ㅋㅋ 가게를 그새 리모델링을 한번 했었는지 온통 하얀 빛 일색이었는데, 그분까지 함께 셋이서 홍천을 갔다가 여길 왔던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더군요. 뭐, 우리에게는 좋은 사실과 나쁜 사실이 각각 한 가지씩 닥쳐왔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요.

좋은 소식은,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현재도 여기 순대국 맛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게 공사 비용이 음식값에 전가되지 않았다는 것도 아주 좋았죠. 하지만 나쁜 소식은 순대국이 생각보다 늦게 나오는 바람에, 정말 10분짜리 먹방을 찍어야만 했다는 겁니다. 그 펄펄 끓는 순댓국으로 말이죠. 냐잉 -ㅅ-;;;

결국 저는 비장의 스킬을 사용해야만 했고, 몇 분 후 석준형도 그 스킬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순댓국 10분 먹방을 성공하고야 말았지만, 정말 유쾌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급하게 먹는 게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둘째치고 그 맛있는 순댓국을 번갯불에 콩 볶듯 먹어야만 하니 아깝기도 했지만,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는 북노일 노선 막차를 타야만 되다보니 정말 어쩔 수 없이 시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번주 안성에서의 늦은 점심이 오늘 10분 먹방의 예행 연습이 돼 버린 꼴이니, 정말 미치겠지만 하는 수 없었죠.

진짜 울며 겨자먹기로 순댓국 10분 먹방을 끝낸 우리는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는 북노일 노선에 승차하였습니다. 석준형이 참 좋아했던, 그 고급 코스를 저도 가보기 위해서 말이죠. 오우~혁님 ㅋㅋㅋㅋ
 
 

▲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는 현대교통 북노일 막차. 굴지리에 춘천버스가 들어가지 않게 됨에 따라, 이 노선이 굴지리도 들러 갑니다.

 
 
[현대교통 홍천터미널~북방,동산,역전평,굴지리,원소리,(→팔봉1리)~북노일][1330]
홍천터미널 1750 출발 - 진리,학다리 1756 - 홍천여고 1757 - 송학마을 1759 - 하이트맥주,11사단 1801 - 북방 1802 - 부사원고개 1809 - 동산면사무소 1811 - 동산별관 1814 - 역전평사거리 1815 - 굴지리종점(회차) 1820 - 역전평보건소 1824 - 밭치리입구 1825 - 원소리삼거리 1831 - 팔봉(잠수교) 1835 - 팔봉1리,참살이마을(회차) 1839 - 북노일 1845

홍천도 무료환승이 있기 때문에 카드를 대보니 그냥 1330원이 나갑니다. 사실 여기는 버스가 다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울 지경이라 환승할인은 받든 말든 딱히 상관없었지만, 알고보니 우리가 아까 예의촌에서 탔던 대한교통 버스가 인제군 면허 차량이라 환승할인이 되지 않았던 거더군요. 뭐쨌든 특히 현대교통 노선은 환승할인이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 현대교통 노선은 앞문밖에 없어 카드 단말기도 한 개뿐인데, 내릴 때 찍을 경우 요금이 또 결제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에서는 단말기 하나로 승차와 하차가 모두 처리 가능하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수도권에서처럼 승차 시 카드를 댔던 단말기에 또 카드를 대는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동네가 생각외로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에도 존재하는데, 다름아닌 진천과 음성이죠.
 
 
버스는 읍내를 돌면서 3명의 손님을 추가로 태웠고, 읍내를 나오자마자 그야말로 쏜살같이 내달립니다. 북방을 거쳐 동산으로 가는 길은 전에 지나갔던 적이 있기에 낯이 익었고, 동산에서 좌회전한 버스는 역전평사거리에서 그대로 직진하여 굴지리를 향해 갑니다. 흥안117님, 그리고 화랑님과 셋이 갔던 그 굴지리였는데, 춘천버스가 더 이상 굴지리를 가지 않게 되면서 이 노선이 들어가주는 듯하더군요. 하지만 춘천의 병맛같은 개편 덕분에 이래저래 굴지리 주민들의 고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었고, 이 노선 역시 안 가도 될 곳을 추가로 가게 되니 운행부담이 늘어난 상태라 별로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 굴지리 버스종점. 춘천 41번을 탔던 장소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다시 와보게 되네요.

 

▲ 여기가 버스 회차지입니다. 41번, 그리고 흥안님과 화랑님이 있을 것만 같았죠.

 

▲ 홍천~북노일 노선에 추가된 굴지리 구간. 굴지리까지 운행했던 춘천 41번, 그리고 2022년 현재 굴지리까지 운행중인 춘천시 마을버스들과 회차지가 같습니다.

 
 
굴지리를 나온 버스는 본격적으로 북노일리 쪽으로 가는데, 산골짜기에 난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다보니 과속하다가 맞은편에 차라도 만나면 사고가 날 만한 위험한 지점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보니 뒷자리에 앉았던 우리는 이리저리 쏠리게 되었고, 석준형 역시 버스가 왜 이렇게까지 달리는지 궁금해할 정도였습니다. 차량 통행이 정말 뜸한 도로라는 게 진짜 다행이었죠. -ㅅ-;;;
 
 

▲ 역시 춘천 버스가 들락거렸던, 밭치리 마을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는 마을도 장승도 더 이상 없지만요. -ㅅ-;;;

 

▲ 내리는 사람이 있는 덕택에 찍어볼 수 있었던 원소리 정류장. 반곡,모곡 노선과 갈라지는 곳이기도 했는데, 홍천은 특이하게도 승강장이라는 단어도 종종 정류장 이름으로 쓰더군요.

 

▲ 반곡,모곡 노선을 타면 저 길로 간다고 합니다. 저 길도 경사가 꽤 센 편이더군요. -ㅅ-;;;

 
 
원소리를 나온 버스는 산골짜기를 나와 팔봉1리를 향해 달렸는데, 홍천강의 경치는 참 멋졌습니다. 팔봉1리로 들어가는 길도 나름 쩌는 편이었구요. 
 
 

▲ 팔봉1리로 들어가는 길에 만난 홍천강의 모습. 풍경 하나는 정말 죽입니다. ㅋㅋ

 

▲ 팔봉1리로 들어가는 길은 1차로가 있었습니다(정확히는 1.5차로 정도 되지만요. -ㅅ- ㅋ).

 

▲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1리 참살이마을 버스 회차지. 대명비발디파크로 들어가는 도로 바로 근처였습니다.

 
 
팔봉1리 참살이마을까지 간 버스는 회차를 하여 다시 왔던 길 그대로 나가다가 노일리 쪽으로 우회전을 합니다. 여기도 처음에는 왕복2차로였다가 1.5차로 정도 되는 길이 나오는데, 길 오른쪽으로 홍천강이 보였죠. 그런데 버스가 대단한 속력으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북노일 종점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북노일과 남노일이 연결이 되지 않았더라면,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팔봉1리 ㅓ형이 없었더라면 정말 난도가 더욱 올라갔을 노선이었죠. -ㅅ-;;;
 
 

▲ 북노일로 들어가는 길. 저런 길을 한참 달립니다. 그런데 석준형이 이 노선을 처음 탔던 10년도 더 전의 옛날에는 여기가 비포장이었다는 사실 -ㅅ-;;;;

 
 
버스는 정말 가공할 만한 길을 제게 보여주며 북노일 종점을 향해 달려갔고, 드디어 오후 6시 45분에 북노일 종점에서 회차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내렸더니 버스는 바로 가지 않고 3분 있다가 출발해버리는데, 정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까는 그토록 급하게 달렸는가 싶더군요. -ㅅ-;;; 
 
 

▲ 북노일을 떠나는 막차. 이제는 남노일 쪽에서 오는 버스 하나만 남아있었습니다.

 
 
이제는 15분 뒤에 도착 예정인 남노일리 노선만이 남아 있는 상황. 우리가 타고 온 노선도 막차였지만 이 남노일리 노선 역시 막차였기 때문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15분이었습니다. 버스종점 바로 앞에는 홍천강이 보였는데, 시시각각으로 어두워져가는 모습이 아쉬웠지만 왜 홍천강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해가 갔죠. 요즘은 노일리 여기가 유튜브로 유명해져서 여길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있다고 하는데, 과연 텐트 치고 캠핑중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습니다.
 
 

▲ 북노일 버스 회차지. 북노일, 그리고 남노일 노선 모두 여기에서 회차합니다. 석준형이 처음 왔을 당시에는 비포장길을 달려 마을 안쪽에서 회차를 하였고, 남노일 노선은 여기까지 오지 않아 다리를 건너 넘어가야 했던 걸 생각하면 여기도 환경은 좋아진 거였죠.

 

▲ 남노일리로 가는 길. 저 길로 버스가 달려올 겁니다. ㅋㅋ

 

▲ 버스종점 바로 앞을 흐르던 홍천강. 캠핑 온 사람들도 꽤 보였습니다.

 

▲ 해 지기 직전의 북노일.

 
 
이제는 해가 점점 짧아져서 오후 7시 가까운 시간이 되어가니 해가 지더군요. 우리가 북노일 종점에 내렸을 때에도 해는 남아 있었으나 시시각각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단 10분만에 어두컴컴해지기 직전이 되었죠.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드디어 남노일리 쪽에서 현대교통 버스가 달려오는데, 사진이나 잘 나올런지 모르겠습니다. -ㅅ-;;;
 
 

▲ 드디어 등장하는 남노일리 막차. 이곳의 최종 막차이기도 합니다.

 

▲ (2장 모두) 회차를 하는 버스. 이 버스가 하루 3번 중 막차이므로 이제는 무조건 타야만 합니다.

 

[현대교통 홍천터미널~오안리,양덕원,용수리,남노일~북노일][1330]
북노일(회차) 1900 - 고드래미 1905 - 남노일리 1907 - 용수리,해밀학교 1910 - 명동리 1917 - 용수입구 1918 - 양덕원터미널 1920
 
520만 화소짜리 디카로 사진을 찍어오다가 그보다 훨씬 좋은 핸드폰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지만, 어두워지면 사진이 잘 안 나오는 것은 디카 쓸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하나도 없더군요. 하지만 제 예상보다 정말 버스가 잘 찍혀서 이 정도면 진짜 대성공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회차를 마친 버스에 바로 오르게 되었고, 버스는 아까 북노일리 노선과는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홍천강을 따라 달리던 버스는 다리를 두 번 건너게 되었고 두 번째 다리를 건너니 바로 버스정류장 하나가 보이는데, 여기가 남노일까지만 오던 시절의 버스 종점이었던 고드래미라고 하더군요.
 
 

▲ 이제는 버스 전조등 빛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 강원도 홍천군 남면 남노일리 고드래미마을. 남노일까지만 운행하던 시절의 종점이었다고 합니다.

 
 
고드래미를 뒤로 한 버스는 본격적으로 산길을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미 캄캄해져버린 길은 무인지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덕분에 버스는 신나게 달리기만 하고 있었고, 우리가 양덕원에 내리기까지 버스를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사실 마을을 나가는 마지막 버스를 탈 마을주민은 없을테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말입니다.
 
 

▲ (2장 모두) 한밤중 막차를 탄 것만 같던 남노일리 막차. 버스 전조등 때문에 길이 그나마 보이는 수준입니다.

 
 
버스는 20분만에 양덕원터미널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여기에서 하차한 다음 바로 길을 건넜습니다. 비발디파크 노선을 타고 굴업리로 넘어간 다음, 명성2리 막차를 타고 용문에 갈 생각이었던 겁니다(전철 타고 집에 가야 하니까). 그런데 비발디파크 쪽으로 가는 버스가 정말 간발의 차로 먼저 가버렸는지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올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ㅜㅜ
 
그래서 우리는 때마침 시동 가는 버스가 금방 도착하는 상황이라 이걸 타고 시동 종점에 갔다가, 거기서부터는 택시를 타고 횡성역까지 갈까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동 종점에서 횡성역까지 택시비가 2만원이 훨씬 넘으니 가봤자 돈만 몽창 쓰게 될 뿐이었고, 홍천으로 가는 것도 용두리로 가는 것도 전혀 여의치가 못했죠. 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그냥 아까 남노일 노선을 쭉 타고 홍천까지 가버리는 게 훨씬 나았지만, 이미 양덕원에 내려버린 이상 다 부질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나마 만만한 선택지였던 택시 타고 굴업리 가기를 선택하는데, 마침 택시부에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냐잉하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오후 7시 31분이 되자 택시 한 대가 들어왔고, 우리는 그 택시에 굴업리 간다고 하고 승차했죠.
 
 
[택시][16200]
양덕원터미널 1931 - 화전3리정류장 1936 - 백양치터널 1939 - 굴업리세븐일레븐(분지울입구) 1943
 
택시는 백양치터널을 지나 슝슝 빠르게 달려주었고, 단 12분만에 굴업리 세븐일레븐 앞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요금은 카카오맵의 조사결과와 달리 16200원이더군요. -ㅅ-;;; 그래도 횡성역이나 용두리까지 2만원이 넘는 요금을 부담하는 것보다는 나았죠. 또한 이런 첩첩산중 오지에 편의점, 그리고 버스정류장까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게 되는 거였으니까요.
 
 

▲ 강원도 홍천군 서면 굴업리 마을회관. 여기는 홍천군과 양평군의 경계선이 특이하게 그어진 곳이기도 한데, 이 캄캄한 밤중에 여길 와보는 것도 난생 처음이더군요.

 

▲ 시대가 변하여 이런 곳에도 편의점이 들어왔습니다. 키아 ㅋㅋ 사실 여기는 주변에 펜션들이 많은 동네다보니 편의점 이용객들 역시 펜션에서 숙박하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명성2리에서 양평으로 가는 막차는 오후 7시 50분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편의점에 들어가 요기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명성리 노선은 종점에 도착하면 운행을 마치고 숙박을 하다보니 이 시간이면 나가는 버스가 없었는데, 이것도 어찌보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진 귀가 코스라고도 할 수 있었죠. 여튼간에 이런 것 하나하나만 따져봐도 감사할 게 너무 많아서 탈이더군요. 이래서 사람은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건가 봅니다. ㅎㅎ
 
 

▲ 우리가 버스를 탔던, 분지울입구 버스정류장. 굴업리 마을회관 바로 근처인데, 위에 굴업리 마을회관 사진에서 보이는 버스정류장 표지판은 단월면 행복버스 정류장 표지판이므로 군내버스는 여기에서 타야 합니다.

 

▲ 이런 화면을 올려보는 매냐들도 좀 나왔으면 좋겠더군요. 823번이나 삼보영 같은 친구들은 빼고 -ㅅ-;;;

 
 
어플로 버스 위치를 조회하니 생각보다 늦게 오고 있었는데, 명성2리 종점에 가면 100% 바로 회차하여 나올 각이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버스 위치를 조회하다가 시간 맞춰 편의점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오후 8시 3분에 도착한 버스에 승차합니다. 오늘 여행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수도권 버스이기도 하네요. ㅋㅋ
 
 

▲ 이제는 귀가를 위해 타는 버스가 되어버린 명성리 노선. 사진 속 버스가 이 날의 막차이기도 한데, 원래는 여기서 이 시간에 양평버스를 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네요. 역시 사람 일은 모릅니다. -ㅅ- ㅋ

 
 
[금강고속 2-9번(양평터미널~봉성리,용문,광탄,단월,부안,명성1리~명성2리)][1450]  ※ 명성2리 1950 출발
분지울입구 2003 - 명성1리,통골 2005 - 부안1리,민애원 2008 - 덕수리,소리산슈퍼 2011 - 단월면사무소 2014 - 봉상삼거리 2019 - 광탄삼거리 2025 - 금곡리 2027 - 용문터미널 2031 도착, 2032 출발 - 구 용문터미널 2035
 
우리를 태운 버스는 통골을 찍고 바로 명성터널을 지나 용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주변이 완전 캄캄해져버린 이 시간에 명성터널을 지나간다니 참 별 일이 다 있다 싶었고, 단월면사무소를 지나가면서는 행복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것도 보게 됩니다. 꼭 행복버스만이 아니더라도 이곳 양평은 석준형에게도 제게도, 그리고 그분에게도 많은 추억들을 남겨준 동네였기에, 그동안 양평군내버스들을 타보면서 있었던 일들이 전부 생각날 것만 같았죠.
 
 

▲ 캄캄한 밤에 지나보는 명성터널.

 

▲ 단월면사무소 앞 공터에 주차되어 있던 단월면 행복버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버스가 생각보다 참 느리게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양평 가면 다른 노선 하나 또 뛰나? 금강고속의 스피드는 퇴근본능에 한해 아직도 존재하는데, 아쉽게도 퇴근본능은 발휘되지가 않더군요. 용문역에서 무궁화호는 시간이 맞질 않으니 언감생심이었고 오후 8시 39분에 있는 전철이라도 타야 하는데, 과연 이 전철을 탈 수는 있을지 불안한 예감이 엄습합니다. 
 
광탄에 오니 벌써 오후 8시 25분이었는데 버스는 신 용문터미널도 들어갔다 나오더군요. -ㅅ-;;; 결국 우리는 전철 출발시간을 불과 4분 남겨둔 오후 8시 35분에 구 용문터미널 정류장에 내리게 되었고, 내리자마자 용문역을 향해 부리나케 뛰게 되었습니다. 6분 남겨두어도 빠듯한데 용문에서 저의 삽질까지 겹쳐 4분밖에 시간이 남질 않았으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뛰게 되었고 결국 승차홈에 대기하고 있던 문산행 전철에 승차하는 데에도 성공합니다. 우리가 타자마자 1분도 안 되어 바로 문이 닫히니, 정말 극적인 생존이었죠. 이번 전철은 대피만 다섯 번은 하는 것 같을 지경이었고, 그 때문에 회기역에는 오후 10시 10분에나 도착하게 되어 저는 귀갓길 코스를 다르게 해야 했지만 -ㅅ-;;; 어쨌거나 우리는 귀갓길에 무사히 오르게 되었습니다.
 
오우~ 혁님~!
오늘의 코스를 결산해보니 예의촌종점에서부터 용문까지 전부 막차만 탔더군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