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석준형과 함께 오후에 수원에서 통닭을 먹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결과만 보면 저녁식사를 해버린 시승이라 좀 냐잉했지만, 기다리는 틈에 수원마을버스를 탈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후 2시 26분에 수원역을 도착한 27-6번에 승차하였습니다.
[서부여객 27-6번][1350]
수원역,역전시장 1426 - 수원역환승센터(10번홈) 1432 - 중보마을 1438 - 동화엘텍 1440 - 오목천공원 1442 - 권선꿈에그린북문 1445 - 권선꿈에그린남문 1447
수원역 남측정류장, 그리고 환승센터를 경유하는 이 노선은 아침에 기다려보면 이용객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이 버스를 기다릴 정도인데, 뭐 때문에 이런 건지 궁금해서 타보게 된 것이죠. 오늘은 일요일인데다 낮시간인지라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고, 환승센터를 경유한 버스는 고색역 쪽으로 가다가 수원자동차운전학원을 지나 좌회전을 합니다. 고색산업단지로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이곳에서 단독구간이 있더군요. 아침에 수원역에서 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왜 그리 많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죠. ㅋㅋ
생각보다 크게 조성되어 있던 고색산업단지를 지나니 99-2번과 720-2번 등이 다니는 길이 나왔고, 버스는 권선꿈에그린아파트를 한 바퀴 돌고 아파트 남문에서 운행을 마칩니다. 그런데 다음에 탈 27-2번을 기다리니 또 비가 내리더군요. -ㅅ-;;
결국 저는 종점 근처에 편의점이 있길래, 거기서 음료수도 사먹으면서 버스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버스가 왔을 때엔 다시 비가 그쳐 있어서 참 다행이었죠.
[서부여객 27-2번][환승]
권선꿈에그린남문 1505 출발 - 청구1차아파트 1507 - 오목천역 1509 - 수원여자대학 1513 - 능실마을15단지(회차) 1521 - 호매실마을13단지,수원보훈회관 1526 - 호매실사거리 1530 - 수원역,역전시장 1546
날씨가 좀 들쑥날쑥했지만, 어제 비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걸 생각하면 정말 감지덕지였습니다. 이번에는 오목천역을 찍고 능실마을 쪽으로 버스가 가는데, 처음 지나가보는 구간들도 있어 이번 기회에 숙지를 하게 되었죠.
수원여대를 지나 능실마을에 들어오니 길이 확 넓어지는데, 의외로 이 버스가 13-4번의 종점인 능실마을15단지도 찍고 나오더군요. 이 덕분에 능실마을은 마을버스로도 올 수 있는 동네였다는 사실, 그리고 능실마을에서 환승 한번만 해주면 오목천역에서도 칠보로 아주 쉽게 갈 수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고, 13-4번은 칠보 구간만 정리하면 수원역 서쪽 구간은 탈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의외의 수확까지 거둘 수 있었습니다. ㅋㅋ
능실마을을 나온 버스는 호매실동사무소가 있는 호매실13단지로 간 다음, 수원서부경찰서 앞 사거리를 찍고 바로 수원역 쪽으로 시원하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덕분에 단독구간까지 굴러들어오는데, 나중에 시승기를 쓰면서 능실마을의 버스노선들을 보니 능실마을에서 수원역으로 가는 것은 이 27-2번 마을버스가 아주 장악을 해버린 상태였음을 알 수 있었죠. 그럴만도 한 것이, 다른 버스들은 칠보와 구운동을 추가로 경유한 다음 수원역으로 가기 때문에 이 마을버스를 제외하면 수원역을 속시원히 이어주는 노선이 없었던 겁니다. 물론 능실마을 자체가 무조건 수원역으로 대동단결되는 동네는 아니며, 수원여객과 용남고속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K1모빌리티 시내버스 역시 칠보에서 수원역으로의 막강한 수요를 먹은 상태이니 서로 그냥저냥 지내는 듯 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능실마을을 나온 이후로는 곧장 수원역으로 쏴준 버스 덕택에 수원역 바로 근처에는 정말 금방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원역으로 들어가는 길이 밀리는 바람에 버스는 고가도로를 건너 수원역을 지나쳤다가 유턴을 하여 겨우 수원역으로 돌아옵니다. 정말 하나도 안 걷고 아까 27-6번을 탔던 정류장으로 되돌아오니 신기했습니다. ㅋㅋ
버스에서 내리니 오후 3시 46분입니다.
오후 5시는 되어야 팔달문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석준형의 연락이 있어 이번에는 어떤 노선을 타볼까 머리를 굴리는데, 때마침 어플로 노선을 보니 화서역으로 가는 27-3번이 5분 후 수원역에 도착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언뜻 보면 수원역과 화서역을 잇는 마을버스지만 실제로는 정말 개쩌는 노선이기 때문에 이걸 안 탈 이유가 없었죠. ㅋㅋ
이 노선은 매산시장 정류장 건너편에 마을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 탈 수 있었고, 거기서 타야만 앉아갈 수가 있기 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27-3번은 어플에 나오는 도착예정 시간보다 늦는 경우가 많은 노선이긴 하지만 워낙 교통상황이 들쭉날쭉한 수원인지라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었죠. 길을 건너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보니 이미 대여섯 명 이상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오후 3시 57분에 드디어 버스가 도착합니다.
[서부여객 27-3번][환승]
수원역(마을) 1557 - 매산시장 1559 - 구 도청오거리 1604 - GS25편의점앞 1606 - 병무청사거리 1607 - 병무청입구 1609 - 화서문로터리(회차) 1611 - 벽산블루밍후문 1614 - 숙지공원 1617
수원역 로터리를 돌고 매산시장으로 돌아오니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승차하였고, 구 경기도청으로 가는 길이 있는 오거리에서 왼쪽으로 갑니다. 그동안 버스가 없던 고등동 안길을 가는 것이었는데, 여기는 쩌는 맛은 없지만 전형적인 마을버스의 모습을 보이는 구간이었죠.
고등동 하면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병무청이 있다는 것입니다. "병무청입구" 라고 대놓고 써있는 버스정류장이 있을 정도인데, 병무청 바로 앞의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고등동 안동네를 나가는 버스를 보니 참 상전벽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곳 병무청도 한번 가본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 노선이 없었기 때문에 골목길을 걸어들어갔던 기억밖에 없었던 겁니다.
고등동 안길을 벗어나니 시내버스들과 7770번이 줄창 다니는 병무청입구 정류장이 나왔고, 버스는 화서문로터리 앞 삼거리에서 유턴을 하여 화서문로터리 정류장을 찍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수원역 쪽으로 갈 듯 하다가 건물 사이에 난 좁은 길로 우회전을 해주었죠. 이 마을버스의 진가가 나오는 개쩌는 구간에 접어들게 된 겁니다. 버스가 정말 쩌는 골목길을 들어가는 것은 물론, 벽산블루밍 아파트 단지 내부 도로까지 관통하는 특이한 모습까지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아파트 단지 내부에서 끝나는 노선버스들은 많아도, 관통하는 버스는 생각외로 많지 않다보니 나름 특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ㅋㅋ
정말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준 버스는 오후 4시 17분이 되어 숙지공원에 저를 내려주고 화서역을 향해 가 버립니다. 원래는 화서역까지 쭉 타도 상관없지만, 팔달문을 가는 3번이 숙지공원에 10분 이내로 도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게 되었죠. 3번도 수원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기 노선 중 하나이지만, 누가 수원여객 그리고 K1 아니랄까봐 다음 차가 오려면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각이었던 겁니다. 물론 배차간격이 아닌 다른 속사정에 핀트를 맞춘 거라면 모르지만, 사실 운전기사 부족도 분명 배차간격이 길어진 원인이고 K1 이것들도 경원여객과 별반 다를 거 없이 버스 운행하는 것들인데, 그저 배차간격만을 가지고 경원여객만 욕하는 매냐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ㅅ-;;;
3번이 먼저 지나갈까봐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제가 탄 마을버스가 먼저 숙지공원을 찍은 덕택에 저는 무사히 3번을 탈 수가 있었습니다. ㅋㅋ
[수원여객 3번][환승]
숙지공원 1625 - 화서오거리 1628 - 화서문로터리 1633 - 장안공원 1635 - 수원전통문화관,장안문 1636 - 팔달문,수원백병원 1639
이제는 팔달문까지 쭉 타고만 있으면 됩니다.
화서오거리를 지난 버스는 깨알같은 화서시장 단독구간을 제게 보여주며 팔달문으로 향하는데, 이미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화서역으로 가는 것은 27-3번 마을버스가 갑이더군요. 물론 화서시장 앞 도로도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왕복2차로 도로였기에 27-3번의 개쩌는 길과는 비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ㅋㅋ
그런데 버스가 예상외로 빠르게 달리는데다 신호마저 잘 받아버리는 바람에, 20분 좀 넘게 걸릴 거라 예상했던 팔달문은 불과 15분만에 주파하고 맙니다. 덕분에 석준형이 올 때까지 20분은 기다려야 했지만, 팔달문 안쪽 남문시장에도 다이소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물건들 보는 재미도 괜찮은데다, 늦는 것보다는 기다리는 게 아무래도 낫기에 시간 때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 횡단보도 앞으로 가보니 석준형이 탄 버스도 도착했고, 석준형과 함께 바로 통닭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오늘의 간단한 수원 마을버스 시승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오우~ 혁님
언제나처럼 통닭은 맛있었던 거구먼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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