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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2년~2023년

2022년 10월 9일 - 하루종일 내리는 가을비와 싸운 극한의 용인, 이천 오지노선 여행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1. 15.

언제나처럼 집을 나온 저는 전철로 이천역까지 이동하여 오전 10시 38분에 도착하였습니다. 3번이 이천터미널을 오전 11시 10분에 출발하는 탓에 승강장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10시 50분쯤 카드를 찍고 역을 나와 율현동 정류장으로 이동합니다. 카드를 대니 역시나 이번에도 1500원을 웃도는 요금이 찍히지만, 내릴 때 카드 찍으면서 요금이 1000원 이상 나오는 걸 지겹도록 봐서인지 전혀 아무렇지도 않더군요.

역을 나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시기에 비 내리는 것은 날이 추워진다는 의미인지라 오늘의 시승은 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산은 가져왔지만, 옷을 얇게 입고 온 탓에 생각보다 추웠던 것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감기라도 걸렸다간 우한 폐렴 확진자 취급까지 받게 될 수 있는 시기이니 악착같이 버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쨌든 율현동 정류장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오전 11시 15분이 되자 드디어 용인 가는 3번이 나타났죠.


[경남여객 3번][환승]  ※ 이천터미널 1110 출발
율현동 1115 - 유산2리,달려라주유소 1118 - 안평1리 1123 - 표교초교 1127 - 이치1리 1130 - 각평리입구 1132 - 마장면사무소 1136 - 오천리 1138 - 식금리 1141 - 추계리 1145

용인과 이천을 잇는 대표 시내버스인 경남여객 3번.
이 노선도 22-1번과 마찬가지로 감차가 된 탓에 1시간 간격으로 다니고 있었고, 3~40분에 한번꼴로 다니던 것은 역사 속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오천에는 12번이, 양지에는 10번이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이천/용인 시경계~오천 구간은 답이 없었죠. 버스는 누가 경남여객 아니랄까봐 용인을 향해 잘 달려주었고, 추계리까지는 예상대로 30분이 걸립니다.
 
왕복4차선 도로에 정류장과 횡단보도만 덜렁 있던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추계리 정류장. 제가 내리니 버스는 바로 떠나버렸고, 가끔씩 지나다니는 자동차들과 건물 몇 동 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 자동차 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이는 게 안 보였던 추계리 버스정류장.

 
 
[도보]
추계리 1145 - 추계2리 1152

버스에서 내린 저는 얼른 추계리 안쪽으로 몸을 움직여 봅니다. 마을 안쪽에 있는 버스종점에서 970번이 10분 후인 오전 11시 55분에 출발하기 때문이었죠. 추계2리 버스종점은 오래간만에 다시 가보는데, 이렇게 걸어들어가보기는 또 처음이네요. ㅋㅋ
 
 

▲ (2장 모두) 추계2리 종점으로 가는 길. 97번으로 들어갔었던 곳을 이번에는 걸어서 가봅니다.



안으로 슬슬 걸어들어가니 7분만에 낯익은 모습의 버스종점에 도착하는데, 예상대로 버스가 이미 출발대기를 하고 있더군요. 추계2리는 97번이 ㅓ형으로 들어오던 곳이었지만, 970번이 전담하게 된 지 10년이 지난 탓인지 어엿한 버스 종점의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2023년 1월 현재까지도 식금리까지 잘 운행중인 97번은 사실 식금리종점에서 도척까지 연장 운행하던 지선노선이 있었는데, 이 도척 지선이 2011년 8월경 폐선되면서(2011년 8월 5일 시승기 참고) 대신 이곳 추계2리를 ㅓ형으로 경유했던 시절이 있었던 겁니다. 정말 개쩌는 1차로 야산길을 보여주던 도척 지선이 없어진 것은 참 아쉬운 사건이었는데, 그 때의 일도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죠.
 
 

▲ 11년만에 다시 가보게 된 추계2리 버스종점. 크게 변한 것은 없더군요.

 

▲ 추계2리 버스종점 앞 건물. 어떻게 여기에 이런 큰 건물이 있는지 다시 봐도 신기했습니다.

 
 
[경남여객 970번(용인터미널~명지대입구,시청,김량장역,용인시장,신평리,양지,양지3리,제일리~추계2리)][1450]
추계2리 1155 출발 - 제일리입구 1157 - 공세울 1159 - 양지3리마을회관 1205 - 양지농협 1206 - 양지14리 1209 - 송문2리 1212 - 신평마을회관 1215 - 신흥(용인방향만 정차) 1217 - 포브스병원 1220 - 용인시장 1221 - 김량장역 1227

다른 카드로 요금 지불을 하여 환승할인을 피한 저는 아주 자연스럽게 버스에 올랐고, 기사아저씨 역시 아무 말 없이 오전 11시 55분이 되자 바로 버스를 출발시킵니다. 좋아 예상대로군 ㅋㅋ 제가 이 노선을 타게 된 이유는 사실 제일리~양지 구간이 3번과 다르다는 점과 신평리 안길 때문이었는데, 일타쌍피의 성과를 거두게 되니 애로사항들은 모두 용서가 됩니다. 사실 이천까지 와서 3번을 타고 다시 용인으로 가게 된 것은 이 970번 하나 때문이었는데, 용인에서 970번을 타고 이천으로 넘어가려니 아침 일찍 말고는 버스시간이 정말 너무나 안 맞았던 겁니다. 세상은 절대 내 마음같지 않다는 사실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버스여행에서도 이렇게 인생을 배우게 됩니다. ㅋㅋ ???: 지방 가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 더 많다
 
 

▲ (2장 모두) 3번도 지나가는 제일리의 1차로 길. 3번의 배차간격이 1시간이 됨에 따라 970번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3번 가는 길 그대로 제일리를 통과하였고, 학촌에서 그대로 직진을 하여 양지3리를 경유합니다. 의외로 1차로 길이었는데, 이것 때문에 3번이 양지에서 학촌을 큰길을 이용해 바로 질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ㅅ-;;
 
 

▲ (2장 모두) 예상외의 1차로이던 양지3리.

 
 
양지에서부터는 10번과 같은 경로로 달렸지만, 용인장례식장을 지나니 우회전을 합니다. 신평리 안길은 1.5차로 정도 되더군요.
 
 

▲ 1.5차로 정도 되어 보이던 신평리 안길. 용인과 양지 사이에 있는 곳인데, 10번 이외에도 16번이나 83번, 970번, 97번 등 여러 노선들이 있기에 용인~백암을 오갈 때 10번만 타는 것은 병적으로 싫어하게 될 수밖에 없죠. ㅋㅋ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신평리 마을회관.

 

아까 양지에서 탔던 손님 3명이 신평마을회관에서 내리고 버스는 막판 1차로를 달리는데,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버스가 예상보다 참 빠르게 달립니다.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시내에 도착하여 다음에 탈 85번을 환승으로 타지 못하게 될 정도였죠. 그래서 환승 연장을 위해 970번을 김량장역까지 더 타고 갔다가, 경전철을 이용해 술막다리로 넘어오게 됩니다.
 
 

▲ 용인경전철 김량장역. 계획에 없었던 방문이었습니다. -ㅅ- ㅋ

 

▲ 경전철 안에서 찍어본 용인의 모습. 난개발 이전의 구 용인군 느낌을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기도 하죠. -ㅅ- ㅋ

 

[전철][환승]
[용인경전철] 김량장 1232 - 운동장,송담대 1234

운동장,송담대역에 내리니 오후 12시 34분입니다. 85번을 타기까지 20분 남짓 시간이 남는데, 이때 말고는 점심을 먹을 만한 시간이 안 나오기 때문에 정류장 건너편에 있던 만두집에서 만두를 먹고 나옵니다. 비가 내려 생각보다 날이 춥다보니 따뜻한 걸 먹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해주지 않더군요. 앞으로도 가을비 그리고 추위와의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 예상되었지만, 이후의 노선들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고려하면 어떻게든 버텨주기로 했습니다. -ㅅ- ㅋ
 
 

▲ 개쩌는 당곡을 경유하는 85번.

 

[경남여객 85번(용인터미널~둔전,포곡읍사무소,에버랜드역,전대리,포곡우체국,(→당곡),재원A~우림필유A)][환승]  ※ 용인터미널 1255 출발
술막다리 1258 - 유림동주민센터 1301 - 둔전역,인정멜로디아파트 1309 - 둔전 1313 - 포곡읍사무소 1315 - 포곡중교,에버찜질사우나 1317 - 전대에버랜드역 1319 - 포곡초교후문 1321 - 포곡중교 1323 - 포곡읍사무소 1326 - 포곡우체국 1327 - 화전빌라,당곡 1329 - 재원아파트 1331 - 우림필유 1334

경전철을 타게 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85번을 환승 받고 타는 것은 멋지게 성공합니다. ㅋㅋ 이 버스는 포곡읍사무소까지는 66번 등 다른 노선들과 운행경로가 같았고, 전대리를 들어갔다 나와줍니다. 원래대로였다면 포곡읍 안쪽 산골짜기 동네에 불과했을 전대리는, 삼성 에버랜드가 들어온 덕택에 교통편이 나빠질 일은 정말 웬만해선 없을 곳이었죠. 이것 역시 기업가의 투자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걸 생각하면, 기업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박해하는 것은 정말 이 나라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정신나간 짓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업가는 이윤을 위해 움직이기에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존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들의 이런 사업들 덕택에 기술도 발전되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살 수 있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결국 그런 것들이 국민들의 생활수준과 문화를 말해주는 척도가 되는 거니까요. 막말로, 여러분들은 정말로 조선 시대가 좋으신가요? 그 시대로 가서 살라고 하면 살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말입니다. ㅋㅋ
 
 

▲ 용인경전철 전대에버랜드역.

 

▲ 에버랜드 덕택에 꽤 큰 시가지가 있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 여긴 수원역까지 가는 66, 66-4번도 지나다닙니다.

 

전대리를 나온 버스는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과연 포곡우체국에서 우회전을 하여 당곡을 들어가줍니다. 하필이면 당곡을 안 가는 시간대의 버스를 타는 바람에 쩌는 당곡을 못 가봤던 아픔도 청산이 되더군요. 개쩌는 1차로 길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기도 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ㅋㅋ
 
 

▲ (3장 모두) 우림필유아파트 방향으로만 들르는 당곡의 1차로 길. 진짜 쩝니다. ㅋㅋ

 
 
정말 쩔었던 당곡을 나온 버스는 도사마을입구를 지나 우림필유아파트로 들어가서 회차를 합니다. 버스를 타려는 주민이 두어 명 나와 있더군요. ㅋㅋ
 
 

▲ 우림필유아파트 종점에 도착한 85번.

 

▲ 버스가 떠난 뒤 찍은 우림필유아파트 버스종점. 10여년 전에도 있던 아파트인데 외관이 아주 깨끗했습니다.

 

▲ 용인 85번 시간표. 당곡은 10여년 전과 달리 전 시간대 모두 경유하나, 우림필유아파트 방향일 때만 갑니다.

 
 
이제는 도사마을입구로 다시 걸어나갈 때입니다.
우림필유아파트 버스종점에서 도사마을입구까지 멀지도 않았고 제가 타고 온 버스도 바로 돌려 나가버렸기 때문에 걷는 것 자체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이 오늘 계획의 최대 고비였습니다. 이제는 경기광주역으로 가서 경강선 전철을 타고 이천으로 넘어가야 했는데, 여기서 광주로 가려면 배차간격이 늘어나버린 20번이나 잘 다니지도 않는 1113번을 타야만 해서 언제 버스가 올지 예상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예전과 달리, 20번 시간표 안내가 부정확해졌죠). 하지만 어플로 버스위치를 조회하니 천만 다행히도 1113번이 금방 도착한다고 나옵니다. 그것도 20번보다 10분은 먼저 도사마을입구에 도착한다고 말이죠. ㅋㅋ
 
 

▲ 도사마을로 걸어내려가는 길.

 

▲ 10여년 전에도 있었을 우림필유아파트 로고. 하지만 편의점이 이곳에도 들어온 것이 이 동네에선 더 좋은 사건이 아니었을지 싶더군요. ㅎㅎ

 

▲ 도사마을입구 버스정류장. 이곳이 천당과 지옥을 둘 다 겪는 장소가 될 거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뭐, 어쨌든 오늘은 천당을 맛봅니다. -ㅅ- ㅋ

 

▲ 예상치 못한 구원투수였던 1113번. 이건 "1113번, 너로 정했다!" 할 수밖에 없죠. ㅋㅋㅋㅋ



[대원고속 1113번][환승, 950]  ※ 에버랜드 1330 출발
도사마을 1342 - 초부리 1346 - 외대사거리 1350 - 모산마을 1354 - 매산리입구 1357 - 매곡초교 1402 - 오포2동주민센터 1404 - 현대주유소 1408 - 경기광주역 1412

덕분에 저는 마음놓고 1113번을 탈 수 있었고, 경기광주역까지 아주 매끄럽게 올 수 있었습니다. 빨간버스인데다, 이 일대에서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타지 않는 노선인 것도 한몫했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 이 당시의 1113번 시간표. 에버랜드 기준이며, 주말 및 공휴일에는 1시간에 한번꼴이었으니 정말 운 좋았습니다. 휴;;;;

 

어플로 뒤따라오는 20번의 위치를 조회하니 양벌리를 아직 못 왔는데, 오후 2시 32분에 경기광주역을 도착하는 여주행 전철을 못 타지는 않지만 조금 간당간당할 각이겠더군요. 나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저는 화장실을 들른 후, 오후 2시 32분에 정시 도착한 여주행 전철에 승차하였습니다.
 
 

▲ 드디어 버스를 타고 접근하게 된 경기광주역. 광주는 못 타본 노선이 5개도 안 됐었는데, 단 10년 사이에 노선이 정말 많이 늘었다보니 여기는 몇 번 또 와야 됩니다. -ㅅ- ㅋ

 
 
[전철][환승]
[경강선] 경기광주 1432 - 초월 1436 - 곤지암 1440 - 신둔도예촌 1446 - 이천 1452

전철을 타니 단 20분만에 이천역을 도착합니다. 이전에는 광주에서 이천을 가려면 114번 좌석버스를 거의 1시간 가까이 타야만 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상전벽해나 다름없었죠. 이번에 타는 노선은 수정리를 찍고 부발읍사무소 쪽으로 가는 노선(28-83)인데, 이 노선이 생긴다는 안내문을 찍고는(2013년 8월 15일 시승기 참고) 거의 10년 만에 처음 타보게 되네요. -ㅅ- ㅋ
 
 

▲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장평1리 노선. 쩌는 1차로를 맛볼 수 있죠. ㅎㅎ

 

▲ 드디어 타보게 된 수정리, 부발 노선입니다. ㅋㅋ



[경기고속 28-83번(이천역~터미널,관고동,신하리,(↔부발역),하이닉스,수정리~부발)][1450]
이천역 1507 도착, 1510 출발 - 미란다호텔 1513 - 이천터미널 1514 - 관고동 1521 - 제일은행,이천터미널 1525 - OB 앞1532 - 부발역(회차) 1535 - 하이닉스 1539 - 사동2,3리 1541 - 장성리 1545 - 수정리 1550 - 청암관광농원 1554 - 블레싱타운 1558 - 다원학교앞 1600 - 부대앞 1601

경강선 개통 이후, 이천의 오지노선들은 이천역을 출발하여 시내를 돌고 오지로 들어가는 패턴으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탄 버스는 하이닉스를 경유하는데, 아직은 시내가 북적일 시간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단 15분만에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남동쪽 방향으로 운행하였습니다. 이천 시내를 빠져나가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바로 하이닉스 쪽으로 가는 노선들임을 생각하면, 정말 별 일이 다 있다 싶네요. -ㅅ- ㅋ

부발역을 찍고 하이닉스를 들른 버스는 사동리를 지나 드디어 수정리 쪽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옛날에 이 곳을 지났던 추억들이 생각나는 가운데, 송온리에 접어들며 개쩌는 1차로 길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오우~ 혁님~! ㅋㅋ
 
 

▲ 여전히 변함없는 포스를 보여주시는 수정리의 1차로. ㅋㅋ

 

▲ 여기가 기존 용은2리 노선과 갈라지는 장소였습니다. 용은2리 노선은 왼쪽 길로 가면서 개쩌는 1차로가 만드는 환상적인 뮤지컬을 보여주죠.

 

길은 그때와 변함없이 쩌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수정리 마을회관을 찍고 왼쪽 길로 갑니다. 그랬더니 왕복2차로 길이 나오고, 잘 닦인 큰길을 따라 버스가 달리더군요.
 
 

▲ 청암관광농원 버스정류장. 이 노선의 단독구간이기도 한데, 날씨가 좋지 않아 유리창 상태 역시 좋지 않았던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 이천~수정리~부발 간 노선(28-83)의 운행경로도. 빨간색은 단독 구간이며, 보라색은 실제로 버스가 운행한 구간을 표시하였습니다.

 

▲ 실제로는 죽당리 안길을 경유하지 않습니다.

 
 
카카오버스에 안내된 경로와 달리 버스가 죽당리로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죽당리는 다음에 탈 산촌,죽당 노선으로 가면 되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없었습니다. 버스는 산촌리 쪽으로 갈 듯 하다가 부발로 향했고, 다원학교를 지나(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안 나오는 정류장이지만, 표지판은 세워져 있더군요) 부발로 들어옵니다. 
 
 

▲ 부발 어귀 정류장에 서버린 버스.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더 앞으로 가지 않고 읍내 어귀의 부대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세우더니, 어디 가냐고 묻더군요. 우체국 간다고 대답했더니 좀 기다렸다 가야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어차피 딱 한 정류장 거리였기에 저는 버스에서 내려 걷게 되었습니다. 비가 왔던 것 때문에 길에 물웅덩이가 있어 걸어가기가 엿같았지만 어쨌든 부발에 도착하는데, 마침 몸도 춥겠다 편의점이 있길래 따뜻한 두유도 한잔 마셔주었죠.

하지만 편의점에 들르면 안 되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두유를 마시며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도중 220번이 슝 지나가는데, 그 버스가 가 버리고 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다음에 탈 죽당리 노선은 산촌리에서 타야 했는데, 제가 보았던 그 220번이 산촌리 방향으로 가는 거였더군요. -ㅅ-;;;
 
부발이라는 동네는 읍사무소 소재지인 무촌리, 그리고 하이닉스와 부발역이 있는 아미리가 완전히 따로 노는 곳이기 때문에 부발과 부발역 역시 그 위치가 정말 천지차이입니다. 부발읍사무소 바로 근처에 부발역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하지만 220번의 종점이 부발역이고 제가 내린 부발도 어쨌든 부발이라는 같은 지명을 가진 장소다보니 제대로 확인을 안 한 것이 이렇게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저번에도 버스가 느리게 가는 바람에 결국 놓치게 되었던 죽당리인지라 방금 전 실수가 참 뼈아프게 다가오지만, 어떻게든 수습을 하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니 그 흔한 택시조차 한 대도 보이질 않더군요. -ㅅ-;;;;

오후 4시 40분까지는 산촌리에 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꼴인지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해볼까 했지만 등록해둔 카드 인식에 문제가 생겨 씨름을 해야 했는데, 그나마 문제 해결을 하고 택시를 잡으려니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산촌리까지 걸어서 가기에도 역부족이었고 말입니다.


[택시][4300]
부발,부발우체국 1630 - 산촌리마을회관 1635

그런데 오후 4시 30분이 되니 저 멀리서 택시가 손님을 내려주고 택시 정류장을 향해 유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얼른 뛰어가 그 택시를 잡으니 천만 다행히도 탈 수 있었고, 산촌리까지는 단 5분만에 갈 수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는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시간 내 도착한 게 정말 다행이었던 산촌리 마을회관 버스정류장.



예상치 못한 4300원의 지출이 생겼지만, 수습은 되었으니 정말 십년감수했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시 한 번 주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우산을 쓰고 버스를 기다리니 오후 4시 45분이 되자 드디어 산촌,죽당 노선을 만나게 되었죠.
 
 

▲ 드디어 개쩌는 죽당리 노선과 만나는 순간입니다. ㅋㅋ

 
 
[경기고속 28-7번(이천역~터미널,관고동→신하리,산촌리,고실리,죽당리,부발,마암리→터미널 이하 역순)][1450]  ※ 이천역 1615 출발
산촌리마을회관 1646 - 고실리 1650 - 죽당1리 1656 - 죽당리 1656 - 부발,부발우체국 1706 - 마암리 1711 - 진리 1715 - 이천터미널(신둔홈) 1719
 
죽당리 쪽으로 가는 버스번호 자체는 여러 개지만 28-7번과 20-31번(28-7번과 반대로 순환) 이외의 번호들은 모두 죽당리에서 출발하는 아침 노선이거나 죽당리 또는 고실리에서 끊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28-7번 또는 20-31번으로 다니는 시간대만을 추구해야 합니다. 산촌리를 지난 버스는 곧 우회전을 하는데, 다리 하나를 넘으니 고실리의 1차로가 나옵니다. 듣던 대로 정말 개쩔더군요. ㅋㅋ
 
 

▲ (2장 모두)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2리 고실리마을의 개쩌는 1차로. ㅋㅋ

 

▲ 대형차로 이런 야산길까지 넘어가는데, 안 타고 배기겠습니까?

 

▲ 우여곡절 끝에 결국 타게 된 노선인만큼 기쁨은 네 배입니다. ㅋㅋ

 

아미2리 고실리마을의 쩌는 길을 나오니 아까 지나갔던 그 큰길이 나오는데, 믿었던 이 죽당리 정품노선마저도 카카오버스에 나온 옆길로는 가지 않더군요. 죽당2리 직전에서야 마을로 들어가는데, 이 마을 안길도 정말 개쩔긴 했지만 운전기사도 어떻게 하면 이 좁은 길을 안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 이천~산촌리~죽당리 순환노선(28-7) 운행경로도. 빨간색 동그라미에 대한 내용은 아래 사진을 참고바랍니다.

 

▲ 빨간색 선이 버스가 실제로 운행한 구간입니다.

 

▲ 카카오버스에 나오는 경로와는 다르게, 죽당2리 직전에서야 마을길로 들어가는 버스. 카카오버스에 나오는 경로대로였다면, 사진에서 11시 방향의 좁은 길을 버스가 지나갔어야 했죠.

 

▲ 대형차로 이 1차로 길을 달리는 쩌는 모습이 있는 죽당리 노선입니다. ㅋㅋ

 

▲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죽당1리 버스정류장.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죽당리라고만 나오는 곳인데, 죽당리에서 끊어지는 노선의 회차지가 이곳이었죠.

 

▲ 또다시 야산을 넘어줍니다. 진짜 대박노선 중 하나더군요. 엄지 척 ㅋㅋ

 
 
물론 승객인 저의 입장에선 버스가 좁은 길로 막 가주면야 아주 좋지만,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운전하기 어렵고 귀찮은(반대편으로 차가 온다면 어떨까?) 길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런 쩌는 노선을 운행하는 기사들께도 한편으로는 고마움도 느끼게 됩니다. 이번에 탄 산촌,죽당 노선도 대박 노선이었죠. 오우~ 혁님~! ㅋㅋ
 
이천터미널까지 타니 오후 5시 19분이었고, 저는 오후 5시 35분에 출발하는 율면행 버스에 승차합니다. 그런데 아까는 소강 상태이던 비가, 버스를 타니 다시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네요. 마침 석준형이 오래간만에 수원에서 통닭이나 뜯자고 연락을 해왔었는데 그냥 OK 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던 찰나 날씨마저 이러니 정말 기분 쒯이었습니다. -ㅅ-;;;
 
 

▲ 개쩌는 소고1리를 지나 이천의 최남단 읍면인 율면까지 갑니다. 하지만 저의 목적은 소고리도, 율면도 아니었죠. ㅋㅋ

 
 
[경기고속 25-1번(이천역~터미널,관고동,장록동,단월동,소고1리,진가리,설성,반월성~고당3리,율면사무소)][환승]  ※ 이천역 1730 출발
이천터미널(장호원홈) 1735 - 관고동 1741 - 제일은행,이천터미널 1746 - 진리 1750 - 장록동 1754 - 고담동 1756

개쩌는 소고리를 경유하여 율면사무소 앞까지 가는 노선이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그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고담동 안쪽으로 들어가는 노선을 타야 했는데, 이번에 탈 고담동 노선은 하루 2번밖에 없다보니 이번 기회에 꼭 타야 했던 겁니다. 이천에서 진가리를 찍고 장호원으로 가는 25번과 100% 같은 경로로 달린 버스는 저를 고담동에 오후 5시 56분에 내려주고 떠났습니다. 터미널에서 탔는데도 고담동까지 20분이 걸리는데, 정말 소요시간 한 번 놀라울 따름입니다.
 
 

▲ 고담동 버스정류장. 여기서 내려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ㅅ-ㅋ

 

▲ 꽤 오래되어 보이던 이정표. 고담동 쪽으로 우회전하면 됩니다.



[도보]
고담동 1756 - 고담동종점 1806

이제는 고담동 버스종점을 향해 걸어들어갈 시간.
우회전하면 고담동이라는 이정표가 있어 방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는 점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우산 쓰면 비는 막을 수 있지만, 추위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걷다보면 몸에서 열이 나긴 하므로 이걸 믿고 최대한 버티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일단 종점까지 걸어들어가보니 여기도 길이 쩔더군요. ㅋㅋ
 
 

▲ (2장 모두) 이 길로 진짜 버스가 다닙니다. 이런 곳까지 버스가 오니 정말 쩝니다. ㅋㅋ

 
 
정말 이런 길에도 버스가 다닌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실 여기로 버스가 들어온다는 걸 아니까 시간 맞춰 타러 온 거긴 하지만, 정말 우리나라 버스의 노선망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죠. 언덕을 넘어 10분 걸어가니 드디어 마을회관과 함께, 버스정류장 표지판도 보입니다.
 
 

▲ 드디어 와보게 된, 경기도 이천시 고담동 버스종점.

 

▲ 버스정류장 표지판. 운전기사의 재량에 달린 것이지만, 저 공터 안까지 버스가 들어가진 않더군요. -ㅅ- ㅋ

 

▲ 새로 지은 듯한 마을회관. 여기는 고담1통이었습니다.

 
 
여기서 이천으로 나가는 버스시간은 오후 6시 10분.
버스도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얼른 왔으면 좋겠더군요. 이제는 10월이니 해 지는 시간이 빨라지기도 했지만 오늘 날씨도 날씨인지라 추웠던 것은 물론, 동네도 더욱 음침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1분이 1시간 같은 기다림 끝에 버스가 나타난 시간은 오후 6시 13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버스 오는 순간은 정말 가슴설레고 짜릿합니다. ㅋㅋ
 
 

▲ 드디어 고담동종점에서 만난 버스입니다. ㅋㅋ

 
 
[경기고속 25-6번(이천역~터미널,관고동,장록동~고담동종점)][현금, 1500]
고담동종점(회차) 1813 도착 및 출발 - 장록동 1815 - 진리 1820 - 이천터미널(신둔홈) 1823 - 이천역 1832
 
회차를 마치고 저를 태운 버스는 바로 고담동종점을 떠납니다. 이천~진가리~장호원 25번과 똑같은 경로로 가다가 고담동 안쪽으로 들어오는 단순한 경로지만 운행횟수가 하루 2번이기 때문에 골치아픈 노선이었는데, 정말 앓던 이 빼는 기분이었죠. 이제는 해가 저문 후인지라 기온이 더욱 떨어지던 찰나에 타게 된 버스여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기도 했습니다.
 
 

▲ 멀어지는 고담동 버스종점.

 

▲ 아까 걸어서 지나갔던 길을 버스로 지나가니 역시 쩝니다. ㅋㅋ

 
 
이제는 해가 지기도 했고, 비가 와서 추운 상태인지라 더 탈 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수인분당선 인천행 열차가 48분 뒤에나 있는 그 좆같은 시간대와의 사투를 벌이기도 싫었기 때문에 바로 집에 가기로 결정합니다. 귀가는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려보니 이천역에서 전철을 타는 것이 가장 최적이길래, 고담동에서 탔던 버스를 그대로 이천역까지 쭉 타고 와 버립니다. 경강선 전철 운행 시작 이후, KD 운송그룹이 버스들을 전부 이천역을 가게끔 노선을 바꾸었던 덕을 제대로 보네요. ㅋㅋ
 
이천역에 도착하니 오후 6시 32분이었고, 6분 후에 판교행 전철이 있어 서둘러 화장실을 다녀온 후 그 전철을 타고 이천을 떠납니다. 오늘은 이천역에서 시작해서 이천역으로 끝나버린 시승이 되었다는 여담을 남긴 채 말입니다. -ㅅ-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