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간만에 광명을 잠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광명은 서울버스만 타보면 해결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것도 청사진은 세운 게 있으니 시간만 있다면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공략이 가능했죠. 그런 가운데 화영운수가 마을버스 운행을 위하여 진양교통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광명01번이라는 신규 마을버스 노선을 운행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었습니다.
개통된 광명01번의 운행경로를 보니, 광명을 오는 서울버스들을 해결한다는 미래의 계획을 고려하면 어떻게 타야 하는지 견적을 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전철을 타고 구일역으로 가게 되는데, 매번 전철로 지나다니기만 했던 구일역에 내려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구일역은 역 위치상 버스를 타려면 많이 걸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경인로를 지나다니는 시내버스와 1호선 간 환승을 할 때, 구일역보다는 다른 역을 환승장소로 잡는 것이 더 좋은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 -ㅅ- ㅋ
구일역에 내려보니 역 구조상 철교 바로 위에 서있는 셈이 되었고, 그런 기묘한 느낌을 이어가며 역 바깥으로 나가보니 광명01번을 타는 정류장까지 기나긴 다리가 놓여 있더군요. 정말이지 구일역은 역 위치가 저주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편한 곳이었지만, 구일역이 있는 구로1동은 "구일섬"으로 불릴 정도로 도로망이 더욱 답이 없으므로 그러려니 할 수밖에는 없었죠. 그나마 경인로까지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ㅅ-;;
안양천을 건너니 바로 광명 땅에 진입하게 되는데, 그동안 있어왔던 수질개선 사업들 덕택에 안양천은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광명 땅에 오니 정말 신박한 문구가 적혀 있더군요.
이런 걸 보면 광명시청의 경우 쓸데없는 업무가 비교적 적은 편이며, 직원들의 생각도 어느정도 존중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걸 유추할 수가 있었죠. 사실 예전부터 광명시는 도시를 위해 내놓는 아이디어들이 대박을 내는 경우가 참 많았던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명동굴, 그리고 KTX 광명역(※)이 있었죠.
※ KTX 광명역은 철도청이 지은 건데 웬 광명시가 나오냐고 할 수 있지만, 5000억원짜리 간이역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광명역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사실 광명시의 노력이 큰 지분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답이 없는 위치에 역을 짓는 게 아닌 이상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명암이 좌우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광명시의 노력도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부터 광명해요"
라는 이 신박한 문구에 박수를 보내며 다리를 건너고 나니 바로 정류장이 보입니다. 대놓고 버스정류장 표지판 및 정차위치가 있다보니 못 찾는 게 이상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 버스 한 대가 나타나더니 바로 가버리는 것을 봅니다. 이로서 광명01번은 구일역에서 바로 회차하는 노선임을 알 수 있었고, 저는 정류장에 앉아 다음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이것도 자주 오는 노선이기 때문에 금방 탈 수 있었고, 밤일마을에서 식사를 한다는 계획도 지장이 없을 듯했으니까요. ㅋㅋ
[진양교통 광명01번][환승]
철산리버빌아파트,구일역 1309 도착 및 출발 - 광명북중고교 1313 - 모세로삼거리(좌회전) 1315 - 철산13단지 1315 - 철산역 1318 - 광명시청 1320 - 광명4동주민센터 1324 - 광명교회 1326 - 화영운수차고지 1332
오후 1시 9분이 되자 버스가 도착하였고, 환승을 찍으며 승차하니 버스는 바로 출발해 버립니다. 안양천변 도로 밑으로 통과하는 신규 구간 역시 감상해볼 수가 있었죠.
광명북고를 찍은 버스는 모세로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였고, 철산지구대 단독구간을 거쳐 철산역을 찍습니다. 사실 광명01번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구일역을 간다는 것과 광명4동 구간이 좁다는 것이지만, 철산 쪽에도 깨알같은 단독구간이 있으니 정말 일타삼피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까 구일역에서 나오면서 탔던 손님들이 철산역에서 내리고 손님이 두어 명 타는데, 이 노선도 나름 성공적으로 잘 정착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건너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사실 철산역보다 서쪽에 있는 지역에서는 교통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1호선 전철역에 접근 가능한 노선이 이 광명01번 말고는 없었던 겁니다. 개봉역으로 가는 도로는 상습정체 구간으로 유명하고, 11-1번은 경인로가 밀릴 경우 1호선 전철역에 도달하는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었죠. 그리고 뒤이어 지나게 된 광명4동의 쩌는 구간 역시 인구 밀집지역이지만 그동안 버스가 없던 곳이라, 여기 주민들도 버스를 이용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쩔었던 광명4동 구간, 그리고 아파트 단지까지 보니 화영운수가 노선을 잘 만들었다 싶더군요. 광명4동은 편도구간이라 나중에 한번 또 타봐야 하지만, 광명에 들어오는 서울버스와 엮어서 처리하면 되니 정말 간단한 일이 되었죠. 쩌는 노선인데 미래까지 밝으니, 광명은 뭘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도시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광명도 사람 사는 곳이고, 대중교통 측면에서만 판단한 부분이라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말입니다. -ㅅ- ㅋ
광명4동을 나오니 화영운수 본사에서 11-1번과 12번의 기점인 중앙하이츠아파트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더군요. 물론 광명01번은 중앙하이츠아파트로 가지는 않기에 우회전을 하였고, 저는 화영운수 본사 앞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버스회사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진 것은 아직도 그대로더군요. ㅎㅎ
마침 길 건너에 편의점이 있길래 바나나우유 하나 까먹고 밤일마을 가는 77번 시간표를 찾아보는데, 버스가 20~25분 간격으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엥? 처음에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눈을 의심했지만, 그러고보니 교통 갤러리에서 77번이 증차된다고 했었지 참 ㅋㅋ 먼 동네를 하나라도 더 가보다보니 광명은 소홀한 감이 있었지만, 그동안 다닌 게 있다보니 어떻게든 다 기억이 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자연스럽게 아래로 걸어내려간 다음 길을 건너 77번을 기다리게 되는데, 때마침 광명돔경륜장에서 오후 1시 40분에 출발한 버스가 금방 도착할 각입니다. 타이밍 한번 좋네요. ㅋㅋ
[화영운수 77번][환승] ※ 광명스피돔 1340 출발
광남중교,광명교육지원청 1352 - 원광명 1357 - 밤일로사거리 1359 - 밤일마을 1401
오후 1시 52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오는데, 레스타가 걸립니다. 77번이 증차되면서 중형버스도 들어갔다는 정보는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77번은 자동변속기가 설치된 이 레스타로 달려주는 게 제맛인지라 나이스~! 하면서 바로 버스에 오르게 됩니다. 물론, 제가 "레스타다 나이스!" 하고 소리지르진 않았다는 걸 독자 여러분들은 잘 아시겠죠? -ㅅ- ㅋㅋ
예상대로 버스는 빠르게 잘 달려주었고, 단 10분도 채 안 되어 밤일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광명의 오지마을이었지만 이제는 광명의 먹거리촌으로 탈바꿈된 상태였는데, 77번이 증차가 된 덕택에 좀더 접근이 쉬워져서 좋더군요. 저는 이곳에 있는 뷔페인 돈까스인생에 들어가 밥을 먹고 나오게 됩니다. 제법 퀄리티가 괜찮은 편이어서 만족스러웠죠.
밥을 잘 먹고 나온 저는 광명01번을 구일역에서 타본다는 오늘의 목표도 달성되었겠다, 내일은 석준형과 아산을 가야하니 슬슬 귀갓길에 오르기로 합니다. 이제는 39번이 매화동에서 시흥시청역까지 직통 운행을 하면서 시흥경찰서까지 연장된 덕택에 집에서 광명 가는 것이 상당히 편해진 지 오래이므로 이걸 활용하면 되었습니다. 39번이 연장된 이후, 530번은 잘 오는 노선도 아니겠다 자연스럽게 버리게 되었죠. 530번은 자주 다니기에는 너무 한계가 명확한데, 그렇다고 화영운수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해주는 것도 아니니 경원여객은 정말 에지간할 지경입니다. 39번 들어오는 걸 방어하려고 하다가 매화동에서 시흥시청역을 직통하는 구간을 내줘버리고 말았으니, 자기 발등 자기가 찍은 거죠 뭐. -ㅅ- ㅋ
[화영운수 77번][1450]
밤일마을 1508 - 밤일로사거리 1511 - 광남중교,광명교육지원청 1516 - 새마을시장 1520
[화영운수 39번][환승]
광남새마을금고 1523 - 새마을시장 1524 - 천왕차량기지 1529 - 승영사입구 1531 - 한국조리과학고교 1534 - 중림,비석거리 1540 - 과림동주민센터 1541 - 경기자동차과학고교 1547 - 금이사거리 1550 - 에이스아파트 1553 - 매화고교 1557 - 매화초교 1600 - 시흥시청역 1609
그래서 저는 77번을 기다려 타는데, 카드를 댔더니 "이미 처리되었습니다" 라는 목소리가 나오더군요. 이것은 직전에 탔던 차량을 다시 타려고 해서 그런 것으로, 기사아저씨께서 다시 요금 낼 수 있도록 세팅해주시는 것을 기다렸다가 다시 카드를 찍으면 되므로 요금 지불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제게도 이런 일이 정말 생기니 그건 신기할 따름이었죠. 밤일마을에 내려 식사를 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탔던 버스 다시 탔을 뿐인데, 차량까지 같은 게 걸려버렸으니 말입니다. -ㅅ- ㅋ
버스에 오른 저는 어플로 39번의 위치를 조회해 봅니다.
39번 나름 자주 오는데 웬 위치 조회냐 할 수도 있지만, 사실 39번은 같은 회사 1번과 마찬가지로 광명사거리역과 개봉역을 경유하다보니, 교통체증 때문에 배차간격이 곧잘 깨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뒤차 간격이 20분을 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에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고 새마을시장쯤 가서 환승하면 딱 맞을 각이더군요. 그래서 새마을시장에 내린 다음 길을 건너니 과연 39번이 바로 도착해주었고, 정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귀갓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39번을 타고 매화초등학교를 지나면서 멀리 보이는 노릇노릇한 논의 모습은 꽤 멋지더군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버스 기행문 > 2022년~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10월 22일 - 가을이 깊어가는 날, 대박을 터뜨린 안성 시내버스 여행기(Feat. 천안시내버스를 이용한 귀갓길 ㅋㅋ) (0) | 2023.01.24 |
---|---|
2022년 10월 15일 - 보명사와 무학리, 삼태리와 호서대를 방문한 천안, 아산 시내버스 여행기 (0) | 2023.01.21 |
2022년 10월 10일 - 오후에 간단히 뛰어본 수원마을버스 시승기 (0) | 2023.01.15 |
2022년 10월 9일 - 하루종일 내리는 가을비와 싸운 극한의 용인, 이천 오지노선 여행기 (0) | 2023.01.15 |
2022년 10월 1일 - 안성의 지랄맞은 시간표를 뚫은 용인, 안성 시내버스 여행기 (0) | 2023.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