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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

경의중앙선 전철이 원주까지 가기 어려운 이유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8. 11.

2023년 8월 현재, 경의중앙선 전철은 양평군 용문면에 위치한 용문까지 운행하고 있다. 용문은 양평읍 동쪽에 바로 붙어있는 면이지만, 양평읍 동쪽 지역의 또다른 중심지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용문사라는 매우 유명한 관광지도 있기에 미래가 밝은 동네다.
 
하지만 경의중앙선 전철을 용문에서 더 연장한다는 떡밥은 2023년 8월 현재도 진행중이다. 극히 일부이지만 실제로 실현된 사례까지 있는데, 다름아닌 지평역이다. 비록 전철이 지평역에는 하루 6회만 들어가긴 하지만, 어쨌든 연장이 되기는 했다. 그리고 양평군에서는 2026년 1월, 경의중앙선 전철을 양동역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2023년 8월 현재도 양평군수로 재임중인 사람의 결재까지 들어갔으며 해당 공문도 공개되어 있으니, 지자체의 의지는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양동에서 더 가면 금방 원주가 나온다.
원주는 춘천과 더불어 강원도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도시이며, 원주와 서울을 오가는 이동 수요가 많다는 것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검증이 된 상태다. 석준형의 이야기대로 경의중앙선 전철은 원주까지 연장될 필요성은 있으며, 수요 또한 있을 것이다. 양동역도 타당성 조사에서 전철 다녀도 된다고 이미 검증이 됐었는데, 원주라면 말이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2023년 8월 현재는 여러 가지 난관들이 존재하는데, 이 글에서는 그 난관들을 다루기로 한다.
 
 

1. 긴 운행거리 대비 너무나 미약한 중간 수요

용문 이후 원주까지의 거리가 짧지는 않다.
양평군이 경기도에서는 제일 면적이 넓은 지자체다보니,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자동차 기준으로 50km가 넘어갈 정도여서 그렇다. 중앙선 철도 기준으로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양평역~용문역 간 거리는 10.6km이며 용문역~양동역은 16.8km이다. 그나마 복선으로 확장공사를 함과 동시에 경로도 직선으로 바뀌어서 km 수가 줄어들었는데도 양평역~양동역간 거리는 27.4km나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긴 구간에서 수요가 많은 역이 용문, 그리고 양동역 둘 뿐이다. 양동~원주 역시 중간에 삼산역과 서원주역이 있지만, 두 역 모두 수요가 많지 않다. 용문과 양동 사이에는 산이 많다보니 철도 주변에 조그만 마을밖에 형성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수요도 이 주민들이 전부다. 석불, 일신, 매곡, 삼산역이 그렇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의 천안, 그리고 신창행 열차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중간 수요가 너무나도 적은 상황.
 
다만 수요 문제는 양평군이 전철 연장에 적극적이므로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의지만 있는 게 아니라, 양평군 구간 역들의 운영 적자를 경의중앙선 전철이 연장운행을 시작한 2000년대 후반에서부터 현재까지 양평군이 모두 떠안고 있다. 사실 경의중앙선 용문행 열차를 타보면, 주말에 팔당이나 양수리, 용문으로 가는 라이더들 또는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덕소 이후로는 쭉 한가하기만 하다. (일반열차의 존재도 물론 있지만) 전철이 30분 간격으로 다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양평군을 핌피라며 까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2. 용산역, 그리고 청량리역에서부터 너무나 부족한 상태로 시작하는 선로 용량

양평군은 몰라도 원주시는 그동안 보인 태도를 보면 영 미덥지 못하지만, 어쨌든 수요 문제는 지자체가 밀어주는 조건으로 넘어간다고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의중앙선 전철의 원주 운행은 많이 어렵다. 이유는 다름아닌 용산역, 그리고 청량리역에서부터 너무나 부족한 상태로 시작하는 선로 용량 때문.
 
중앙선 철도에도 경부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등급의 열차가 운행중이다. KTX-이음을 필두로 ITX-새마을, 무궁화호, 그리고 경의중앙선 전동열차까지 말이다. 하지만 선로는 꼴랑 2개뿐이다. 경부선은 1호선 전철이 닿는 천안까지 선로가 4개인 복복선이며 바깥쪽 2개는 1호선 전철이, 안쪽 2개는 일반열차가 운행중인 것과 너무나 비교된다. 
 
이러니 코레일이 중앙선에 열차를 많이 운행하고 싶어도 그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KTX-이음 수요가 많은 것은 물론, KTX-이음을 타는 것이 제일 효과적인 접근법이 돼 버렸기에 KTX-이음 위주로 열차를 투입할 수밖에는 없는데, 선로용량이 너무나 부족하니 죽어나는 것은 그 아랫등급의 열차인 것이다. 중앙선에 KTX가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무궁화호 운행이 지금보다 많았던 2009년조차 청량리발 무궁화호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있었을 정도니, 선로용량이 얼마나 부족했던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경의중앙선 전철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용문행 열차를 30분에 한번꼴로 운행하고 있는 2023년 8월 현재도 선로 용량은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인 것. 이러니 경의중앙선 전철을 원주로 넣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이다. 만약 넣는다고 쳐도, 원주에서는 1시간에 한 번 전철이 온다면 진짜 많이 오는 게 돼 버린다.
 
선로 용량 문제는 GTX-B의 개통 전에는 해결을 기대할 수 없기에, 중앙선 연선 지자체들 및 강원도는 해당 노선의 개통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해소되면 열차 운행도 더 늘릴 수 있어 이득이 될 테니 말이다.
 
 

2-1. 용문행 열차를 원주로 연장해 버리겠다

현재의 용문행을 연장하면 되지 않냐고?
위에서 말했듯 일반열차든 전철이든 할 것 없이 선로가 포화 상태라 운행횟수를 늘릴 수가 없는데, 용문~양동의 거리가 벌써 16.8km다.
원주까지 가면 30km를 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리고 필자가 뭐라고 했었는가? 노선이 1km 연장되면 2배의 거리로 운행해야 한다고 했었다.
 
묻혀버린 글이지만 참고할 만한 글을 2개 올려본다. -ㅅ- ㅋ
1. 2배의 법칙

2.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소요산~신창 운행계통이 없는 이유
 
 
따라서 전철이 원주까지 가면 60km 이상의 거리를 운행해야 된다. 기존 문산~용문 구간의 배차간격 역시 증가할 것은 뻔한 일이다. 지금도 경의중앙선 전철은 맨날 지연되니까 시간표는 장식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맛에 타는 거다 이러고들 있는데, 여기서 배차간격이 더 증가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ㅎㅎㅎㅎ
 

2-2. 그렇다면 원주로 가는 전철은 용문에서 출발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용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
선로 용량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원주에서의 수요처는 서울이지, 용문이 아니다. 
원주에서 출발한 경의중앙선 전철이 문산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천안, 신창발 열차가 청량리역이나 광운대역까지만 가는 것과 같다), 적어도 청량리까지는 가주어야 운행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전철이 용문에서 끊어진다면 그냥 일반열차 타거나 시외버스 타고 서울 가버리면 되지, 굳이 용문까지 가서 갈아타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용문역에 전철이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기에, 다이어를 짜는 것 역시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말이다.

그냥 용문에서 출발하는 시간 보고 몇 분 여유두는 식으로 대충 만들면 되지 않냐고? 일반열차를 보내주어야 해서 역에 대피해야 되는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도 대피 때문에 전철이 제 시간보다 늦는 일이 많은데, 이것 때문에 용문에서 전철을 놓치게 된다면 그때도 과연 그렇게 만들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3. 관련 기관들의 옥신각신

경의중앙선 전철이 연장운행을 한다는 건, 원주시도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원주시 쪽에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양평군이 양동까지의 연장운행을 추진할 때 어떻게든 같이 논의에 들어가야 타이밍이 맞을 텐데 말이다.
 
다만 덮어놓고 원주시만 깔 수는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기획재정부가 타당성을 근거로 강짜를 부려서 말 꺼내기가 쉽지 않은 것에 가까웠기 때문.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광역철도를 늘리려는 현 기조에 어긋나게 되며, 지방 발전이 필요한 현 시점과도 맞지 않게 되어버린다. 
 
그나마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은 강원도와 원주시가 예산만 부담한다면 연장에는 긍정적인 쪽이라는 게 다행이다. 강원도와 원주시가 예산을 부담하는 것이 만만찮으니, 기획재정부 및 코레일과 한동안 옥신각신하게 될 것 같지만 말이다.
 
 
 
 
지방 발전이 중요하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중앙정부 하는 것을 보면 아직 멀었다.
부전마산선에 전철이 다니지 않는다는 것도, "이쯤되면 국토부는 지방에 대해선 아무 생각이 없나 보다" 싶을 정도의 여론이 있는 걸 보면 필자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지경. 물론 지자체도 비용을 어느정도 분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철도는 지자체 혼자 떠안기에는 예산이 너무 드니 정부 지원도 있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정작 중앙정부가 철도에 하는 것을 보면, 정권 상관 없이 철도를 볼모로 삥뜯기나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다못해 그 중국 짱깨들조차 그 행동이 어떻게 보여지든 간에 자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서로 뭉치려는 것은 있는데, 같은 자국민에게 쓸데없이 가혹한 특성 정말 어디 안 간다.
 
유럽의 대중교통이 좋은가?
좋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들의 인식 또한 거기에 들어간다. 인프라만 갖춰 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었음 우리나라도 진작에 아무 말 나오는 것 없이 잘 굴러갔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근데 인프라도 크게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은 함정 하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은 것을 보면, 이야기 다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