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소한을 지난 때라 추위가 남아 있던 1월 초.
그동안 안성, 여주 등 먼 동네만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석준형이 또다른 출품작을 준비하였고, 저는 언제나처럼 4호선을 타고 서울을 향해 올라가게 됩니다.
이번에는 등산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석준형을 만나 당고개역에 내리니 오전 10시 23분. 용암리 노선이 청학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전 10시 34분이 되어 당고개역에 도착한 10-5번을 타고 덕릉고개를 넘어 청학리로 가게 되었습니다. 덕릉고개를 넘어보는 것은 참 오래간만이었는데, 이제는 여기도 터널이 생겼지만 우리가 탄 10-5번은 터널을 이용하지 않는 단 둘뿐인 노선으로 남아 있었던 것은 참 다행이었죠. 다른 남양주 노선들이 거의 다 그렇듯, 10-5번 역시 배차간격이 너무 환상적으로 늘어나 있었다는 것은 안습이었지만 말입니다. -ㅅ-;;
[경기고속 10-5번][환승]
당고개역 1034 - 덕릉교장 1037 - 수락산등산로입구 1043 - 주공1,2,6,7단지 1047
당고개역에서 청학리는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버스 시간도 충분했고, 우리는 1,2,6,7단지에서 하차합니다. 용암리로 가는 8-8번은 오전 11시에 에코랜드수영장을 출발할 예정이었고, 8-8번이 오는 하나로마트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보니 분식집이 있길래 우리는 아침으로 김밥을 한 줄씩 포장해온 것을 까먹으며 버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식당을 들어가려니 정말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그놈의 백신패스 때문에 들어갈 마음이 전혀 나질 않았는데, 여기에서 석준형이 재앙패스라는 개그를 치는 바람에 우리는 버스 기다리는 내내 웃게 됩니다. ㅋㅋㅋㅋ
[대원운수 8-8번(비루개마을) (에코랜드수영장~별내면사무소,용암리입구,하나로마트,용암리입구,청학2리,삼거리앞,비루개마을~비루고개)][환승] ※ 에코랜드수영장 1100 출발
하나로마트 1111 - 청학주공5단지,청학2리 1115 - 군부대삼거리 1118 - 용암교 1119 - 삼거리앞 1120 - 비루고개 1122
오전 11시 11분이 되자 드디어 비루개마을 행선판을 꽂은 8-8번 레스타가 나타났고, 우리는 사뿐하게 환승할인을 받으며 버스에 승차합니다. 버스 안에는 3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버스는 용암리입구에 이르러 좌회전을 하여 드디어 용암리로 들어갑니다. 용암리는 입구에서 꽤 멀다보니 버스가 다닐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참 의문이었던 동네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버스로 들어가보게 되네요. 버스가 10년 넘게 없다가 2019년 7월이 되어서야 생긴 만큼, 도로 확장도 함께 있었을 것이므로 들어가는 길은 확장되어 있겠다는 예상을 해보게 되었는데, 역시나였죠.
그런데 웃말을 지나고 나타난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했더니 여기서부터는 길이 1차로입니다. 안으로 한참을 들어가는데 1차로가 끝이 없더군요. 남양주의 고난도 노선은 팔현리이지만, 이 용암리의 포스도 만만치 않았죠. ㅋㅋ
우리가 비루개마을 쪽으로 가는 시간대에 버스를 탔기 때문에 버스는 홍매원 종점으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였고, 1차로 길을 더 달려 들어간 버스는 오전 11시 22분에 비루고개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하게 됩니다.
[도보]
비루고개 1122 - 무지랭이약수터 1223 - 무지랭이약수터,코스트코 정류장 1231
버스가 청학리로 다시 나가는 시간은 오전 11시 25분.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홍매원 쪽으로 다시 내려가다가 산길을 따라 올라가게 됩니다.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었는데, 눈이 쌓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길이 미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던 점이 다행이었습니다.
비루고개 버스종점을 지나 산길을 올라갔더니 금방 정상이 나오고, 의정부 고산지구 아파트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파트가 금방 눈에 보인 것은 좋았는데, 이정표를 따라 무지랭이약수터 쪽으로 이동하니 각도가 50도는 넘어 보이는 상당한 경사의 오르막이 나타나서 우리를 당황케 하더군요. 게다가 이정표가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기는 했는데, 정작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 쪽으로 길이 두 개가 나 있어서 어느 쪽이 무지랭이약수터로 가는 길인지 구별이 힘들기까지 했죠.
그래도 생각보다 험난했던 오르막 지점도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고, 방향도 제대로 잡고 나니 이제는 내리막길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이쪽으로 오니 이 날씨에도 등산을 하는 분들이 있는지 등반객들도 보이는데, 이걸 본 우리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게 됩니다. 이때는 몰랐습니다. 이런 등산을 가까운 미래에 연거푸 두 번이나 하게 될 거란 사실을...
무지랭이약수터를 지나 슬슬 내려오니 곧 등산로 입구가 나왔고 우리는 무사히 의정부 고산지구에 입성을 하게 됩니다. 용암리 노선을 이렇게도 탈 수 있으니 참 재미있기도 했고, 성취감이 정말 죽이더군요. ㅋㅋ
때마침 입구에 에어건이 있길래 신발을 잘 털어준 우리는 큰길을 향해 다시 걷게 됩니다. 큰길까지 나가야 버스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곳도 정말 몰라보게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온 곳이 상업지구였는지, 음식점은 물론 코스트코까지 보였으니까요.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12시 31분이었고, 우리는 근처에 있던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세트를 포장한 뒤 오후 12시 59분에 도착한 206-5A번을 타고 탑석역 쪽으로 가게 됩니다.
[새말운수 206-5A번][1350]
무지랭이약수터,코스트코 1259 - 정음마을,고산1단지 1304 - 고산대방노블랜드아파트 1307 - 고산대광로제비앙아파트후문 1311 하차(뒷차를 타야해서 하차당함), 1316 승차 - 고산초교 1317 - 탑석역 1323
이 버스의 노선을 보니 탑석역과 고산지구를 잇는 것이었는데, 고산지구를 한 바퀴 도는 형태로 노선이 구성되어 있더군요. 이런 순환노선은 시종착 장소가 운행 경로상의 어딘가에 있기 마련인데, 그 장소를 넘어 더 가려면 일단 강제하차를 당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운 없는 우리 아니랄까봐, 탑석역으로 가는 도중에 바로 그 장소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 노선의 시종착 지점이 탑석역이 아닌, 대광로제비앙아파트 후문이었던 겁니다.
결국 우리는 대광로제비앙아파트 후문에서 뒤차를 타라며 강제 하차를 당하게 되는데, 저는 뒤차를 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기사아저씨에게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야 이 노선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도로 봐도 어느정도 알 수 있을 경지였기에 이해를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지만, 분명히 이걸로도 항의를 하는 승객들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아무리 봐도 이 노선은 탑석역에서 운행 시작 및 종료를 해야 수요에도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탑석역에서 시종착하는 것은 도로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참 냐잉할 따름이었네요. -ㅅ-;;
그나마 206-5번은 자주 있는 노선이어서 5분만에 또다른 차량이 나타났고, 우리는 탑석역으로 갈 것이었기 때문에 기사아저씨께 말씀드리고 버스에 승차합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우리가 카드를 대지 않았는데도 기사아저씨께서 그냥 넘어가시더군요. ㅋㅋ
탑석역을 가는 노선은 이 206-5번 말고도 더 있는데도 우리가 굳이 이걸 탄 이유는, 다름아닌 고산지구 개발 이전의 구도로를 지나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구도로는 1-5번이 고산지구 개발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용했던 길이기도 한데, 고산지구 개발로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더만 아직 일부가 남아 있었더군요. 덕분에 1-5번을 타보지 못했던 아쉬움도 이렇게나마 달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법 쩔더군요. ㅋㅋ
그래도 이 쩌는 길을 이렇게나마 마을버스로 달려볼 수 있었다는 점은 참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물론 2022년 7월 현재까지도 1-5번은 계속 운행중이며 이 구도로를 달리고는 있지만, 수요처의 변화로 1-5번은 206-5번이나 1-7번 등 신생 노선들에게 크게 밀린 상태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지역에 개발이 이루어지면 기존에도 다니고 있던 노선버스의 운행횟수가 그야말로 상전벽해 수준으로 많아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 1-5번은 나름 특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ㅅ- ㅋ
탑석역에 내린 우리는 아까 포장해왔던 햄버거를 먹고, 오후 1시 38분에 출발하는 발곡행 열차에 승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용인보다도 사정이 좋지 못하다고 보는 이 의정부경전철을 저도 타보게 되었죠. 이 경전철은 자연스럽게 다녔는데도 타본 적이 없다는 그분의 명언도 생각나지 않을수가 없었는데, 그분이 일부러 경전철을 피해 다녔던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의정부경전철의 안습한 수요를 짐작할 수 있었다는 기억이 있었죠. 그래도 지금은 경전철 역마다 에스컬레이터 등이 설치되어 접근성이 더욱 향상되었기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곧잘 타곤 한다는 석준형의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열차는 우리 외에 3명의 사람들을 더 태우고 오후 1시 38분에 탑석역을 출발하더군요.
[의정부경전철][환승]
탑석 1338 - 어룡 1340 - 효자 1343
역시 이 경전철도 무인운전이었는데, 가속도가 상당히 빨라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경전철인데 가속도가 거의 부산지하철 1호선 열차 수준이라(나중에 알고보니 의정부경전철 열차가 부산지하철 1호선보다 가속도가 살짝 더 빠르더군요;;;), 그야말로 열차가 가볍게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던 겁니다. 우리는 효자역에 내려야 했기 때문에 금방 내리게 되었는데, 나름대로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ㅋㅋ
효자역에 내린 우리는 슬슬 걸어서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동합니다.
귀락으로 가는 207-1번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는데, 이게 오늘의 시승에서 제일 어려운 노선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귀락으로 가는 버스는 일부 시간대만 가며, 시간표 공지 그런 건 당연하다는 듯 없다는 것이 문제였던 겁니다. 물론 카이저님의 정보는 우리도 믿고 보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는 맞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생각해야만 했죠.
성모병원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우리는 오후 2시에 성모병원 바로 앞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일단 기다려보는 식이 될 수밖에는 없었는데, 203번과 207번은 참 잊을만 하면 나타나더군요. 우리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 -ㅅ-;;
게다가 화장실을 가려니 병원 안 화장실밖에는 갈 만한 곳이 없었는데, 여기도 QR체크인을 해야 화장실을 갈 수가 있게 되어 있어서 참 좆같음을 느끼며 단념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플로 207-1번의 위치를 확인하니, 의외로 207-1번의 위치가 조회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회사나 기사가 단말기에 노선번호 입력하는 걸 신경쓰지 않는다면 다 허사가 되는 정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반심반의하면서 기다렸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그 우리가 타려는 귀락행 버스가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때마침 석준형이 사전에 계획을 짤때 참고했던 시간하고도 100%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맞긴 했으니), 이에 석준형도 그 차를 한번 지켜보자고 하게 됩니다. 이윽고 오후 2시 42분이 되니 그 어플로 확인했던 카운티가 병원 앞에 도착하여 회차를 하는데, 귀락이라는 행선판이 걸려 있더군요. 귀락식혜다 나이스~! 나이스~!
[가능교통 207-1번(귀락) (동일빌라~경민대학,흥선동주민센터,시청,예술의전당,상우고교,보건소,의정부역(신세계백화점),동부광장,구터미널,경기도교육청북부청사,(↔을지대병원,경기도교육청북부청사),경기북부광역행정타운,(↔파스텔A),의정부성모병원,자일동마을회관~귀락마을회관)][1350]
의정부성모병원 1442 - 자일동마을회관 1445 - 본자일입구 1446 - 귀락마을회관 1453
드디어 귀락식혜 가는 버스를 타게 된 겁니다. 나이스 ㅋㅋㅋㅋ
버스에 타려고 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승차 거부를 하려고 어디 가냐는 질문을 하셨지만, 귀락 간다고 하니 바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이건 기사아저씨의 당연한 반응이라 우리도 별다른 내색 없이 정말 자연스럽게 버스를 타게 되었죠(사실 207-1번을 여기서 아무 생각없이 탔다간 의정부 시내가 아닌, 귀락이라는 변두리 오지쪽으로 잘못 타기가 정말 딱 좋기 때문입니다).
성모병원을 나와 좌회전하여 포천 가는 길로 들어선 버스는 그대로 축석고개를 내달리게 되었고, 축석고개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였다가 끽다거라는 간판 앞에서 좌회전을 틀어 귀락으로 들어갑니다. 석준형의 시승기에서 봤던 끽다거, 그리고 오리사냥이라는 간판을 저도 보게 되네요. ㅋㅋ
버스는 오후 2시 53분에 귀락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하였습니다.
귀락은 의정부시 북동쪽 꼭대기에 있는 오지마을이었는데, 여기가 그 의정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석준형이 탔을 때와 비교하면 10년 넘는 세월 차이가 있는지라 종점까지 길은 왕복2차로로 확장되어 있었지만, 와보는 게 어디인가 싶었죠.
혹시나 싶어 정류장을 봤더니,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더군요.
그런데 이전과는 다르게 206번도 귀락을 들어오고 있었고, 기존에 귀락을 들어오던 207-1번도 횟수가 대폭 증회가 되었더군요. 이제는 귀락이 하루 3번만 버스가 가는 오지가 아니게 된 것이죠. 이에 우리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시간표를 사진으로 박고, 카이저님께도 정보를 쏴드리게 되었습니다. ㅋㅋ
[도보]
귀락마을회관 1505 - 이동교5리,축석검문소 1526
이제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석준형이 시간을 보더니, 여기서 25분 정도 걸어 무림2리 내누마을회관으로 넘어가 1번을 타고 송우리로 가는 첫 번째 방법과, 팔현리를 타러 가는 두 번째 방법이 모두 가능하다고 하여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던 겁니다. 여기서 저는 남양주에서 제일 빡센 노선 중 하나인 팔현리를 선택하게 되었고, 우리는 21번을 타기 위해 아까 버스가 왔던 길을 따라 이동교5리,축석검문소 정류장을 향해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서둘러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어플로 21번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20분 남짓 뒤면 축석검문소에 버스가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그 다음 차는 85분 뒤에 도착하기 때문이었죠. -ㅅ-;;;;; 하지만 이날 내누마을회관을 선택해서 1번을 탔어야 했다는 후회를 머지않아 하게 되는데...
팔현리를 타려면 진접으로 넘어가야 했는데, 21번밖에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진짜 뒷목 당기는 상황입니다. 이것 역시 우한 폐렴과 기사 부족으로, 30분에 한 번꼴로 꾸준히 다니던 노선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돌변했기 때문이죠. 정말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쁜 구석은 단 하나도 없는 좌파 정권인데, 이젠 하다하다 이런 취미생활 하는 것조차 오만가지 훼방을 놓으니 치가 떨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우리가 여행금지국가 방문이나 통제구역 무단출입 이런 걸 한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먼저 방해를 하지 못해 안달인 걸까요. -ㅅ-;;;
하여간 팔현리를 가려면 20분 남짓 뒤에 도착예정인 그 21번을 무조건 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어플로 21번 위치를 계속 확인해 가며 정말 부리나케 축석검문소 정류장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하여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6분. 딱 20분 남짓 걸렸고, 버스는 4분 뒤 도착한다고 하여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명진여객 21번]
이동교5리,축석검문소 1530 - 무림리고개 1533 - 이곡리,이곡초교 1537 - 이곡2리,솔개마을 1540 - 직동3리,직동삼거리 1542 - 국립수목원 1547 - 봉선사입구 1550
버스에 타고보니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우한 폐렴 및 주 52시간 정책 이전에도 30분에 한 번 꼴로는 꾸준히 잘 다녀주던 노선이니 그럴 만도 했지만, 정말 기사 부족이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죠. 어쨌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광릉수목원을 지나 봉선사입구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봉선사입구에 내리니 정류장 옆에 군밤 장수가 군밤을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5000원을 주고 이 군밤을 사서 나눠먹게 되었습니다. 따뜻하고 고소하니 정말 맛나더군요. 봉선사입구 정류장 주변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군밤을 사먹거나 주변의 가게로 가거나 하고 있었는데, 그들도 우리처럼 친한 사람끼리 구경왔든 봉선사를 가보든 각자 나름대로 소소한 행복함을 느끼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각자 나름대로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건 헌법 제10조에 적혀있는 행복추구권과 연관되는데, 국가는 이걸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일 정도니까요.
우리가 맛있게 군밤을 먹고 있으니 오후 4시가 되어 2번 마을버스가 도착하였고, 우리는 바로 버스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2번 마을버스는 이 일대에서 꽤 유명한 노선이었지만 남양주는 덕소나 마석을 제외하면 한 게 많지 않은지라 이번에 처음 타보는데, 이걸 타야 팔현리입구로 갈 수가 있었죠.
[풍양운수 2번][환승]
봉선사입구 1600도착, 1605출발 - 센트레빌시티1단지 1609 - 장현생활체육시설 1612 - 신우아파트 1614 - 진접읍사무소입구 1615 - 장현초교,대명아파트,장현전통시장 1620 - 연평리입구,중포마을 1626 - 대림아파트 1636 - 오남읍사무소,농협 1638 - 성도아파트 1641 - 오남호수공원,팔현리입구 1644
버스 안은 참 따뜻했습니다.
아까 21번에서 우리와 함께 내렸던 사람들 중 몇 명도 이 버스를 같이 타게 되었고, 10명 넘는 승객을 태운 채 버스는 오후 4시 5분에 출발하게 됩니다. 이 버스는 광릉내를 들르지 않고 바로 진접쪽으로 가기 때문에 봉선사를 나와 광릉내 어귀에 들어가자마자 우회전을 하는데, 시골 느낌이 나던 이곳도 이제는 센트레빌시티 등 아파트들이 들어와 있더군요. 2008년에 광릉내를 왔었을 때 이후 너무나도 변해버린 모습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그나마 장현리 쪽은 이전과 똑같은 모습이라는 점은 위안이긴 했지만요.
장현리를 나온 버스는 본격적으로 오남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오남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진접선 오남역 예정지가 보이더군요. 4호선이 진접으로 연장되는 것도 불과 2달밖에 남질 않은 만큼 역 구조물도 버스 안에서 바로 목격할 수 있었는데, 오남역은 버스로 환승하기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보니 꽤 준수한 이용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죠. 진접선 구간은 절대 서울 시내 구간만큼의 이용객이 나올 수가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남역이든 진접역이든 별내별가람역이든 인근 동네의 환승 허브 역할만 잘 수행해도 절대 실패작이 될 리가 없으니까요. ㅋㅋ (저의 이러한 예상은, 진접선 개통 이후 정말 현실이 됩니다)
오남역을 지나니 곧 오남읍내에 진입하는데 이쪽은 산자락을 따라 아파트들과 도로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왕복2차로 도로도 보이는 등, 전체적으로 인구에 비해 도로가 썩 좋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2달 뒤면 진접선이 개통된다는 사실이 다행일 정도로 외부로 나가기에는 썩 좋지가 않아 개인적으로는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었죠. 보나마나 여기 주민들이 서울 나가려면, 극히 최근에 생긴 105번을 제외한다면 2000번 이거 하나 믿고 다녔을 게 뻔했으니까요. 100번은 배차간격이 너무 길고, 청량리 가는 202번은 가는데만 한세월일테니 말입니다. -ㅅ-;;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팔현리입구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봉선사에서 탔는데도 40분 넘게 걸리니 정말 오남의 포스는 어디 안 가더군요.
어쨌거나 와보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있던 오남, 그리고 팔현리입구를 온 우리는 팔현2리 종점을 향해 걸어들어가게 됩니다. 팔현리를 가는 7-9번은 풍양운수가 2번 팔현리 지선(2-1번)을 운행했던 방식 그대로 운행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팔현2리부터 먼저 찍은 후 다시 나오면서 팔현1리를 들르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 2022년 8월 현재는 7-9번이 팔현1리를 양방향 모두 왕복으로 경유합니다.
저수지도 구경하며 팔현2리를 향해 걸어들어가던 우리.
왔던 길을 다시 돌아나와 팔현리입구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냥 버스를 타고 들어가서 팔현2리를 찍고, 1리에 내리자는 석준형의 작전변경에 따른 것이었죠. 원래는 2리까지 걸어들어가려고 했지만, 이렇게 타면 도보 거리가 확 줄어들기 때문에 이 방법도 나쁘지는 않더군요. ㅋㅋ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팔현리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고, 오후 5시 18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나타나 승차합니다.
[경기운수 7-9번(진접읍사무소~진접농협,장현시장,양지리,오남읍사무소,오남가구단지,오남초교,팔현리입구→팔현1리→팔현2리종점→계곡입구 이하 역순)][1450]
오남호수공원,팔현리입구 1718 - 팔현계곡입구 1721 - 푸른계곡 1725 - 팔현2리마을회관 1728 - 팔현2리종점 1730도착, 1750 출발 - 팔현2리마을회관 1752 - 푸른계곡 1755 - 팔현계곡입구 1758 - 대추저장소 1759 - 팔현1리,팔현리마을회관앞 1802
남양주에서 제일 고난도 노선으로 일컬어지는 팔현리.
팔현리입구에서 좌회전을 틀어 안으로 들어가는데 정말 안쪽으로 깊게 쑤시는 게 장난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팔현1리 입구를 지나니 개쩌는 1차로 길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키아 ㅋㅋㅋㅋ
정말 개쩌는 길에 감탄하며 팔현2리 종점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
진접으로 다시 나가는 시간은 오후 5시 50분이었는데, 버스가 여기에서 시간을 맞추는 관계로 우리는 20분 동안 버스 안에 있어야만 했죠.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려면 생각보다 빡세기 때문에 이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습니다. 아무튼 입구에서부터 버스 회차지까지의 거리도 그렇고 쩌는 길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참 가평 싸리재 노선이 겹쳐 보이는데, 석준형도 저의 말에 공감했는지 이게 싸리재 급은 된다는 말을 하게 되었죠. ㅋㅋ
팔현2리 종점에 있는 동안 주변은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었고, 출발시간이 되니 이미 햇빛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덕분에 팔현1리도 개쩔었지만 이건 실루엣이라도 보는 수밖에는 없었죠. 팔현1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순환하는데 이쪽도 좁은 언덕길이 생각보다 압박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점은, 안내방송에 팔현1리 마을회관이라고 나온 정류장에는 마을회관이 없고, 순환구간이 끝나기 바로 직전의 팔현1리 정류장 쪽에 마을회관이 있었다는 점이었죠. -ㅅ- ㅋ
[도보]
팔현1리,팔현리마을회관앞 1802 - 오남호수공원,팔현리입구 1832
팔현1리 마을회관에 내리니 오후 6시 2분.
이제는 팔현리입구로 걸어가는 일만이 남아 있었는데, 어플로 팔현리입구 정류장을 조회하니 당고개역으로 가는 105번이 30분 뒤에 도착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석준형이 이걸 보더니 서둘러 걸어가면 그 105번을 탈 수 있겠다는 말을 하는데, 제가 봐도 가능할 각이라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팔현리입구를 향해 부지런히 걸어나오게 되었죠. 나가는 길은 어두웠지만, 우리가 나가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팔현리입구에서 팔현1리 마을 이정표까지 길이 잘 정비되어 있었고 가로등도 잘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바로 그 덕분에 걸어나오면서 다시 만나게 된 오남저수지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고, 이걸 함께 볼 수 있는 사람도 함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명의 이기가 참 대단하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죠. 만약 이곳이 도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빛 같은 건 없었을 것이고, 우리는 온통 암흑 천지의 길을 걸어가야 했을 테니까요. 가로등조차 없는 암흑천지의 길을 걸어본 적이 있었기에 같은 장소인데도 빛이 있고 없고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아는 저였지만, 참 한편으로는 무서움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ㅅ-;;
부지런히 걸어 다시 팔현리입구로 나오니 오후 6시 32분이었고, 2분 뒤에 바로 105번이 와서 우리는 환승할인까지 받아가며 무사히 버스에 승차합니다. 계획은 이루어진다를 외치게 된 거임요. ㅋㅋ
[대원운수 105번][환승, 1350]
오남호수공원,팔현리입구 1834 - 한신1차,플러스빌아파트,어람초교 1839 - 어냄이삼거리 1841 - 동연평교차로 1851 - 덕릉터널(무정차) 1857 - 상계4동 1859 - 당고개역 1901
이제는 당고개역까지 가만히 타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팔현리입구에서 당고개역까지는 30분 생각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 105번 아니었으면 10-5번이 오는 퇴계원까지 갔다가 다시 청학리 쪽으로 올라가는... 정말 한 세월 걸리는 경로로 움직여야 4호선을 탈 수 있으니 정말 대박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의외로 기본적인 걸 못하는 모습, 그리고 의외로 냉혹한 모습도 있는 KD운송그룹이지만, 계획력과 회사 운영체계 그리고 나와바리 관리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요. 괜히 수도권 넘버원 버스회사가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 말 다했죠 뭐. -ㅅ- ㅋ
버스는 과연 팔현리입구를 출발한 지 27분만인 오후 7시 1분이 되자 당고개역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역 앞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먹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당고개역 앞 포장마차는 이전에 봤던 모습 그대로여서 왠지 모르게 반갑더군요. ㅋㅋ
4호선의 종점인 당고개역.
제 기준으로는 한참 반대쪽에 있는 종점이라 오이도역에 비해 가볼 기회가 많이 없었지만, 이곳 역시 몇 번 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반대편 오이도역과 비교한다면 사람 냄새가 좀더 많이 나는 곳이니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그래도 저의 지인들, 그리고 석준형과 그분 덕택에 집에서 1시간 30분~2시간 걸리는 동네 가는 것도 이골이 나버려서 그런 듯도 싶었죠. 그렇지 않다면 여기까지 온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ㅋㅋ
아무튼 이번에도 재미있는 시승, 그리고 아쉬운 작별을 하며 오늘의 시승이 끝나게 됩니다.
우리는 당고개역을 오후 7시 18분에 출발하는 오이도행 열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되었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