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의 오지노선들을 시승하는 것도 중반부에 접어든 상황.
이번에는 천안시내버스까지 곁들인 코스가 준비되어 시승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시작부터 대형사고를 하나 치고 말았으니, 수인분당선 열차를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오전 8시 30분까지 성환역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30분 간격 열차를 놓치니 진짜 대략 난감이 따로 없더군요. 결국 저는 수원역을 오전 7시 48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평택으로 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지체없이 4호선 열차를 타고 상록수역으로 이동하여 110번을 타고 수원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ㅅ-;;;
[경원여객 110번][환승,1350]
상록수역 0715 - 인정아파트 0723 - 대명고교 0727 - 구운오거리 0732 - 수원역 0739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해온 결과였지만, 수인분당선 개통 이후로는 안산~수원 간 좌석버스들의 배차간격이 길어지다보니 버스 타는 것도 생각보다 일이더군요. 이 덕분에 상록수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수원역에 도착하기까지 정말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천만 다행히도 버스는 오전 7시 39분에 수원역을 도착하게 됩니다. 좌석버스 내리는 곳에서 무궁화호 승강장까지 생각보다 멀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뛰어가는 걸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여유시간이 10분 가까이 남게 되어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오게 되었죠. 이 오전 7시 48분 무궁화호를 타야만 원래 수원역에서 타기로 했던 1호선 전철을 앞지를 수 있었던 겁니다. 예정에도 없던 직행좌석버스와(2021년 11월부로 110번은 직행좌석버스로 바뀌게 되어 카드 기준 2800원이라는 요금을 받습니다. 얼마나 더 비싸져야 하는 건지 -ㅅ-;;;) 무궁화호 승차로 생각보다 비싼 요금을 부담하며 성환을 가게 되었지만, 하는 수 있나요. 제가 늦은 대가를 치르는 거죠 뭐. -ㅅ- ㅋ
[무궁화호(서울역→부산)][2600] ※ 서울역 0713 출발
수원 0748 - 오산 0757 - 평택 0809
그와 동시에, 저번에도 이렇게 시승을 나가면서 바로 눈앞에서 열차를 놓칠뻔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기니 정말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가 없음도 느끼게 되었죠. 집에서 가까운 전철역 가는 것조차 일이 되어버리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무궁화호에서 내려 1호선 승강장으로 가기 위해 개찰구에 카드를 댔더니 다행히(?) 환승할인 처리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왜 그런가 시간 계산을 해보니 아까 110번에서 내린 지 33분이 지나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는데, 사실 수원역에서 평택역까지는 무궁화호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다보니 시간만 잘 맞추면 중간에 무궁화호를 타고도 환승할인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한두번 겪어본 게 아니기 때문에 원인은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새삼스러운 게 아닌 것이 되었지만, 이 때만큼은 정말 어떻게든 만회를 해야 했던 상황이라 안도의 한숨만을 내쉬게 되었죠. ㅋㅋ (그런데 나중에 대중교통 영상 공작소라는 유튜버가 이걸 주제로 한 건 터뜨려 주시긴 했더군요. -ㅅ- ㅋ)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평택역에 도착하여 1호선 승강장으로 이동하니 금방 천안행 전철이 도착했고, 저는 무사히 석준형을 만나 성환역으로 가게 됩니다. 어쨌든 이 전철을 따라잡을 수 있어 진짜 다행이었습니다. 휴;;;
[1호선][환승]
평택 0814 - 성환 0821
그렇게 성환역에 내리니 오전 8시 21분.
천안시내버스 노선들은 예전에 지도로 쭉 살펴본 적이 있었고 타본 적도 있었지만, 그로부터 6년 만에 본격적으로 천안시내버스를 타보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1호선 전철과 환승할인이 되지는 않으며 1500원이라는 묵직한 기본요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몇 km를 이동해도 무조건 0원이 나오는 아주 달달~한 무료환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본전을 쭉쭉 뽑아먹는 일만이 남아있었죠. ㅋㅋ
이리하여 우리는 입장으로 가기 위해, 오전 8시 34분에 도착한 164번을 타고 입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 때가 천안시내버스의 도색이 바뀌는 시기였는데 첫 노선은 신도색이 걸렸던 점은 조금 아쉽더군요. 신도색은 온통 멜론 색깔 떡칠이라, 구도색이 더 마음에 들었으니 말입니다. -ㅅ-;;
[천안 164번(성환터미널→성환10리,성환역,남서울대,판정리,모전리,입장사거리,입장중교,가산2리,연곡2,1리,연암대,대홍저수지,대홍초교,대홍5리,성환10리,성환역,삼풍A→성환터미널)][1500] ※ 성환터미널 0830 출발
성환역 0834 - 남서울대 0841 - 군동1리 0842 - 판정2리 0843 - 등대의집 0844 - 판정슈퍼,판정리 0844 - 모전리 0847 - 신덕1리 0849 - 입장사거리 0850
이 노선은 165번과 더불어 성환과 입장을 이음과 동시에 연곡리와 대홍리를 경유하는 순환노선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이게 성환~입장 순환하는 도중 양령리를 경유하는 노선번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바뀌어 있으니 참 놀라운 일이었죠. 사실 천안은 충청남도 최대 도시이며, 생각보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이기는 했지만요. -ㅅ- ㅋ
버스는 남서울대 입구를 지나 쭉 직진을 하여 입장으로 향하는데, 2020년 후반 이후부터는 속도가 느려져도 너무 느려져서 답답한 수도권 버스들과 달리 정말 시원시원하게 잘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천안시내버스 하면 불친절과 난폭함이 떠오를 테지만, 그것과는 분명 거리가 먼 모습이었으니 더더욱 그랬죠. 또한 안내방송 역시 수도권과는 달랐는데, 어절 단위로 끊어 말하는 게 좀 어딘가 이상해서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막상 천안 시승을 계속 진행하다보니, 이 안내방송에 정이 들어버린 것은 안비밀입니다. -ㅅ-ㅋ
입장에 도착하니 오전 8시 50분.
청룡사입구로 가는 251번 시간까지는 20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입장 시내를 살짝 둘러봅니다. 입장은 버스 타는 곳들이 모두 입장사거리 바로 근처에 있어 버스 타기에는 어렵지 않은 동네라는 감을 잡게 되었고, 우리는 때마침 문이 열려있던 분식집에서 각자 김밥 한 줄씩 사서 먹게 되었죠.
[천안 251번(입장~,한성아파트,(도림2리)~청룡사입구)][환승]
입장사거리(GS25,정무문앞) 0910 - 기로1리 0913 - 한성아파트 0915 - 도림2리(회차) 0919 - 도림1리,보통거리 0923 - 청룡사입구 0925
청룡리행 버스는 입장에서 동쪽으로 가기 때문에 우리는 입장사거리 오른쪽에 있는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버스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곳에는 정무문이라고 하는 정말 특이한 이름의 중국집이 있었는데, 옛날 핸드폰 게임인 정무문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과연 여기 음식은 맛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더군요. ㅋㅋ 이윽고 출발시간인 오전 9시 10분이 다 되자 버스가 나타났고, 우리는 아까 164번에서 내릴 때 카드를 찍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0원으로 환승할인을 받게 됩니다. ㅎㅎ
버스는 입장을 나와 곧장 동쪽으로 달려갔고, 한성아파트를 지나서는 직진을 하다 말고 도림2리로 좌회전을 틀어 들어갑니다. 짧은 ㅓ형이었지만 꽤 쩌는 편이더군요. 오우~ 혁님~! ㅋㅋ
짧지만 깨알같은 도림2리가 이 노선의 포인트였습니다. ㅋㅋ
도림2리를 나와서는 다시 청룡사 쪽으로 달리는데, (이따 지나갈 예정이지만) 안성 20번 버스와 합류하는 곳도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진천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인 엽돈재가 머지 않았다는 듯 어느새 산속으로 들어와버린 풍경을 보여주었죠. 분명 아까 불과 5분 전까지는 평야지대였던 것 같은데, 정말 교묘하게 산골이 나오기 시작하니 이것도 나름 재미있더군요. ㅋㅋ
이윽고 버스는 청룡사로 들어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하여 회차를 합니다. 청룡사 입구는 천안시 땅이지만 청룡사는 안성시에 속하기 때문에 천안 버스가 굳이 청룡사까지 더 들어갈 이유가 딱히 없었던 것이죠. 이 덕분에 우리는 청룡사를 걸어서 들어가야 했지만,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단 한가지 짜증이 났던 점은, 삼거리 바로 앞에 주유소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키우는 개가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를 보고 짖어댔다는 점이었지만요. -ㅅ-;;
[도보]
청룡사입구 0925 - 청룡사종점 0941
우리는 개짖는 소리를 뒤로하고 청룡사로 걸어들어갑니다.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간에 경기도와 충청남도 경계 지점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지만, 청룡사로 들어가는 길 오른편에 보이는 저수지와 아침 햇살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힐링되게 해주었죠. ㅋㅋ
청룡사로 들어와보니 겨울인데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는데, 꽤 외진 곳이었는데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또한 석준형이 왔던 때와 다르게 이곳에도 가게들이 속속 들어와 있었으나, 이제 겨우 오전 10시를 넘은 시간이라 아직까지는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죠. 어쨌든 말로만 듣고 지도로만 보던 안성 청룡사를 저도 드디어 오게 되었고, 구경도 해보게 됩니다. 안성 20번이 도 경계를 넘는 경기도 버스로 언급은 많이 되어 왔었고 수도권 시내버스들 중 제일 남쪽으로 내려가는 노선이라는 사실까지 나무위키에 써있을 정도였지만, 정작 청룡사를 갔다왔다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했죠. 이렇게 보게 된 청룡사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절이어서 버스가 오기 전에 간단히 슬슬 둘러볼만했습니다.
청룡사는 생각보다 절이 작았지만 의외로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이라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와보고 싶어지더군요. 이곳은 오지노선에 야박한 데가 있는 백성운수답지 않게 20번이 무려 2대로 다녀주기 때문에 버스도 한 시간에 한 번 꼴로는 있는 편인데, 입구로 나가면 입장으로 가는 천안버스, 그리고 하루 2번뿐이긴 하지만 엽돈재를 넘어오는 진천버스까지 있기 때문에 정말 약간의 시간계산과 도보만 해준다면 대중교통으로 가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죠.
버스시간이 다 되어 청룡사를 다시 나와야 했다는 게 참 아쉬웠지만 어쨌든 절 구경을 마치고 다시 정류장으로 슬슬 걸어가서 버스를 기다리니, 오전 10시 16분에 20번이 들어와서 회차를 합니다.
[백성운수 20번(안성터미널~봉산로터리,인지사거리,동광A,서운,산평초교,(신흥리,산평초교),청룡사입구~청룡사)][1450]
청룡사 1016도착, 1020출발 - 청룡사입구 1022 - 산평초교 1025 - 신흥리(회차) 1028 - 상북산 1032 - 서운면사무소 1034 - 서양촌 1037 - 신기리 1038 - 동광아파트 1044 - 가온고교 1046 - 인지사거리 1050
천안 버스와 안성 버스는 환승할인이 되지 않지만 전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습니다. 상호 환승할인이 된다고 가정해도, 아까 입장에서 타고 왔던 251번에서 내린 지 1시간이 다 되어가니 그냥 기본요금 다시 내게 되었을 테니까요. 카드를 대고 버스 안에 앉아 있으니 오전 10시 20분에 버스는 출발하였고, 아까 천안버스로 들어왔던 길 그대로 다시 달리다가 안성시 서운면 이정표가 있는 쪽으로 우회전을 하여 경기도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와 더불어 산평초에서 좌회전하여 신흥리도 들어갔다 나오게 되었죠. 입구에서부터 회차지까지 전부 쩌시는 1차로더군요. ㅋㅋㅋㅋ 석준형: 우리 느으님께서는 나의 큰 그림이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보고 있는 거임료 ㅋㅋ
신흥리를 들어갔다 나와 북쪽으로 달리니 곧 서운면 소재지가 나왔는데, 하나로마트와 더불어 면사무소가 하나 있는 등 아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성의 최남단 읍면인 이곳은 그동안 보았던 읍면소재지들과 다르게, 정말 기본적인 편의시설만 있다보니 사람들이 거진 다 시내로 나오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경기도 그리고 수도권의 최남단 지역이기도 하다보니 제게도 하나의 복선이 되고 있었죠.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는 면소재지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가게조차 잘 안보이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앞으로 이런 동네들은 수없이 보게 될 테니 말입니다. -ㅅ-;;
20번이 생각보다 자주 다니는 편이라 주민들도 곧잘 버스를 이용하는데, 신흥리와 서운을 들르고 나니 좌석이 다 차있는 상황까지 나오더군요. ㅋㅋ 서운에서 인지사거리까지는 15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고, 우리는 편의점을 잠시 들렀다가 오전 11시 5분에 출발하는 법전리행 버스에 승차합니다.
[백성운수 8-2번(안성터미널~봉산로터리,(←서인사거리),(→인지사거리),안성우체국,아양지구,이마트,경찰서,미양,고지리,신촌리~법전리)][환승] ※ 안성터미널 1100 출발0
인지사거리 1105 - 서희스타힐스 1110 - 이마트앞 1113 - 옥산동 1116 - 안성경찰서 1118 - 두원공고 1119 - 용두리 1120 - 갈전리 1121 - 미양면사무소 1124 - 상고지리 1127 - 보촌 1129 - 신법전 1131 - 신촌리(회차) 1132 - 법전리종점(회차) 1135
이번에는 미양 쪽으로 가는 차였는데, 이건 신계리 가는 10-2번과 다르게 아양지구를 들렀다가 가더군요. 평택과 이웃해 있는 공도와 달리 안성 시내는 이렇다 할 개발호재가 없는 곳이었지만, 이런 곳에도 아파트까지 생기는 걸 보니 철도 등 인프라도 얼른 따라와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철도가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개소리 같지만, 무려 관련 논문까지 있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말입니다. 괜히 선진국들이 철도망 확충에 열을 올렸었고, 2022년 현재는 중국이 미친 듯이 철도를 깔아제끼고 있는 게 아니죠.
아양지구를 벗어나 안성경찰서를 찍고 우회전을 한 버스는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계속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인지사거리에서 탄 지 20분 만에 미양면 소재지를 지나게 되었는데, 이쪽은 의외로 서운면보다는 동네가 크고 가게들도 좀 있는 듯 하더군요. 미양이나 서운이나 안성과 천안 사이에 낀 동네였지만 이쪽은 죽산이나 일죽마냥 무지성으로 버스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었죠.
지도로만 보던 미양면 소재지를 벗어나면서 미양초등학교를 오른쪽 차창으로 보게 되었고, 버스는 역시 안성/천안 시경계에 있는 동네인 신계리 쪽으로 직진하다가 고지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그랬더니 금방 1차로 길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쪽 길이 아주 일품이더군요. 먼저 들어가는 신촌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ㅋㅋ
쩌는 신촌리를 찍고 나온 버스는 법전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역시 쩌는 길을 보여주며 오전 11시 35분에 종점에 도착하게 됩니다. 종점은 중형버스 한 대 겨우 돌릴 만한 크기였기 때문에 버스는 힘겹게 회차를 했고, 우리를 내려주고 나서 5분 서있다가 다시 나가버렸죠. 우리는 버스가 갈 때까지 적당한 곳에 짱박혀 있다가, 버스가 출발한 걸 확인하고 나서 연곡2리를 향해 걷게 되었습니다.
[도보]
법전리종점 1140 - 연곡2리 1215
그런데 잘 가다가 급똥이 마렵더군요.
분명 집에서 나오기 전에 화장실 갔다왔었는데도 아까부터 배가 애매하게 아팠다 안 아팠다 하더니만, 결국 터져버린 겁니다. 오늘의 계획 상, 화장실은 오후 3시 30분 이후 리각미술관에 도착했을 때에나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죠. 적당한 장소를 찾아 일을 보는데,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다음에 탈 버스 시간도 꽤 많이 남아 있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네요. -ㅅ-;;
어쨌든 날은 좀 춥긴 했지만 시원하게 일을 보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니 어느새 연곡2리 버스정류장이 저만치에 보이는데,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안성시에서 천안시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시 경계 그리고 도 경계 표지판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시승 다니면서 이렇게 선을 넘는 걸 한두 번 해본 게 아니지만, 그렇다. 우리는 선을 넘는 선넘준들인 것이었다. 이번에는 도계를 넘는 것이니만큼 나름 뜻깊은 사건이라면 사건이라 할 수 있었죠. 여기 주민들 입장에선 일상이겠지만 말입니다. -ㅅ- ㅋ
연곡2리로 넘어오니 길 주변으로 배 농장이 보였습니다.
아직 겨울이다보니 터만 닦여 있는 수준이었지만 성환이 배 산지로도 유명하다는 사실이 생각이 나는데, 석준형의 말에 의하면 이곳뿐만 아니라 성환 주변 동네에 온통 배밭들이 쫙 깔려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석준형이 이번 봄에 성환 배꽃을 보러 가는 시승코스를 계획하게 되었다는 것은 업계의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리 길어도 3개월 뒤면 봄이 찾아올 것이고 배꽃이 피는 시기가 될 것이었기에 정말 저도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죠. ㅋㅋ
어플로 버스 위치 확인을 하니 161번이 6분 뒤면 온다고 하는데, 성환쪽으로 가는 버스가 그보다 먼저 지나가는 상황이더군요. 덕분에 우리는 오지에서 버스를 보내버리는 흔치않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수도권이 아니었으며, 충청남도는 천안,아산~세종~대전 라인을 벗어나자마자 버스가 확 줄어든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참 묘한 느낌이었죠.
[천안 161번(성환터미널→삼풍A,성환역,성환10리,대홍5리,대홍초교,연암대,연곡1,2리,가산2리,입장중교,입장사거리,모전리,판정리,남서울대,성환역,성환10리→성환터미널)][1500] ※ 성환터미널 1215 출발
연곡2리 마을입구 1238 - 가산1리 1240 - 유리교차로 1244 - 입장중교 1246 - 입장사거리 1248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으며, 각자 1500원씩 찍고 버스를 타게 됩니다. 안성 차에서 천안 차로 옮겨 탔기 때문에 환승할인은 당연히 되지 않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죠. 이제는 달달한 무료환승을 받을 수 있는 천안 버스들을 탈 것이기에 우리는 기분좋게 입장으로 가게 되었고, 입장에서 간단히 요기를 합니다.
[천안 229번(입장회차지~입장사거리,모전리,정촌리(케이테크),저2리,성거읍사무소,성거초교~충남예술고교)][환승] ※ 입장회차지 1320 출발
입장사거리 1323 - 신두2리 1325 - 판정교 1327 (판정교 정류장 전 좌회전) - 모전1리 1328 - 오색당리,여송산업 1330 - 정촌리 1331 - 정촌리,케이테크(회차) 1334 - 저2리 1337 - 성거읍사무소 1340 - 성거초교,성거도서관 1343
우리는 하루 3번뿐인 송남리 노선을 타야 했기 때문에 성거로 가야 했는데, 원래라면 200번이나 201번을 타고 성거로 내려가면 그만이지만 이번에는 모전리와 오색당리, 그리고 정촌리를 경유해서 성거로 가는 229번으로 시간을 맞춰놨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죠. 사실 200번이나 201번 같은 노선은 나중에 분명 타게 되어 있다는 걸 잘 알기에, 이전에도 안 그런 적은 없었지만 오늘의 계획을 만든 석준형에게도 엄지 척을 하게 되었죠. ㅋㅋ
이리하여 우리는 오후 1시 23분에 나타난 229번 레스타를 사뿐하게 무료환승까지 받아가며 타게 되었고, 성환 쪽으로 달려가던 버스는 판정교 정류장 바로 직전에서 좌회전을 하여 오색당리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서는 판정교 다리를 넘고 좌회전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었죠.
모전리와 오색당리는 왕복2차로 구간이었고 여기에서 주민 한 명이 하차한 후 버스는 정촌리를 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안시내버스 하면 생각하게 될 불친절과 난폭운전은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가는 모습도 아니고, 수도권 시내버스들이 느려지기 시작한 2020년 후반 이전의 모습 그대로 적절한 속도로 적절하게 달리고 있었죠. 게다가 이 229번은 입장에서 성거를 돌아서 가기 때문에 기사아저씨가 어디 가느냐고 질문을 할 법도 했지만, 그렇지도 않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돌아가지 않고 바로 가는 노선을 거론하며 쫓아내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대로 방법을 따로 세워야 되지만, 석준형의 말에 의하면 천안은 그런 게 없다고 하니 참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아까 모전리에서부터 경부고속도로와 평행하게 달리던 버스는 정촌리에 이르자 케이테크를 들어갔다 나오는데 이쪽 길이 정말 쩔더군요. 역시 경험들은 어디 안 가는 거랑께요. 오우~ 혁님 ㅋㅋ
케이테크를 나온 버스는 저2리를 지나 바로 성거읍내로 진입하였습니다.
성거초등학교에 내렸더니 오후 1시 43분이었고, 횟수가 적은 것이 문제인 송남리 노선도 간단하게 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송남리는 정말 읍내 외곽 큰길만 건너면 바로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번에는 내릴 때 카드를 대지 않았는데, 여기서 석준형은 실수로 카드를 대고 맙니다. -ㅅ-;;
어쨌든 엎지른 물은 주워담을 수 없으니 송남리 버스요금은 다인승으로 내기로 하고, 우리는 송남리 종점을 향해 슬슬 걸어갑니다. 정말 읍내 외곽 큰길만 건너면 송남리다보니 우리는 버스종점까지 천천히 걸어가게 되었죠. 오늘도 이어지는 석준형의 뜬금포 개그, 그리고 일반적인 상식에는 반하는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해버릴 게 아니라 나름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도 해가면서 말입니다. ㅋㅋ
[천안 221번(종합터미널~천안IC,단대병원,요방1리,망향휴게소,문덕2,1리,성거하늘빛A,성거읍사무소,성거초교,충남예술고교~송남리)][석준형 다인승, 1500원]
송남1리 1420 출발 - 성거초교,성거도서관 1422 - 성거읍사무소 1427 - 성거하늘빛아파트 1429 - 문덕리마을회관 1430 - 망향휴게소 1436 - 요방3리 1438 - 단국대병원 1441 - 천안톨게이트 1443
송남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옆에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고 버스 안에는 손님들이 두어 명 정도 타고 있어 우리는 출발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버스를 타게 됩니다. 이대로 카드를 대면 석준형은 "환승입니다" 라는 아리따운 악마의 목소리를 듣게 되어 있기 때문에 다인승으로 요금을 내는데, 정작 결과는 "환승입니다" 라는 소리도 들리고 요금 1500원도 나가더군요. 말도안돼~~ 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은 다인승 승차로 환승할인을 피하는 방법이 먹히지 않았던 겁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6년 전에 당진에서도 목격했던 적이 있었지만, 비수도권은 무료환승 여부 및 환승시간과 횟수, 그리고 시계외요금 체계 등등이 지자체별로 정말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천안은 또 다를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ㅅ-;;
그나마 기사아저씨와 승객들이 "환승입니다" 소리를 듣고도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저도 계획을 좀 더 잘 살펴보고 그에 맞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석준형이 실수를 했지만, 다음에는 제 차례가 되는 수도 있는 거니까요. 내릴 때 무조건 하차태그를 해버리거나 시계외요금을 내야 하는데도 처음부터 무턱대고 생각없이 카드를 대버리는 것은, 우리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상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는, 그리고 참 위험한 실수들 중 하나였던 겁니다.
버스는 오후 2시 20분이 되자 출발하였고 곧 1차로 길을 지나 성거읍내로 다시 진입하는데, 이 노선은 천안 방향이 200번이나 201번과는 타는 장소가 반대더군요. 게다가 앞서 말했듯 송남리종점은 성거읍내에서 정말 가까웠기 때문에 이 노선이 하루 3번밖에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아까 송남리에서 타고 있던 승객들은 성거읍내에서 다 내려버릴 것이라는 예상을 정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과연 이 손님들은 성거삼일아파트에서 다 내려버리고 버스 안에는 우리 둘만 남더군요. 물론 문덕1리와 요방1리는 이 노선 단독이기 때문에 존재가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덕리에서 성거로 바로 가지 말고 송남리를 먼저 들러주면서 성거 종착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죠. -ㅅ-;;
성거삼일아파트를 지난 버스는 좌회전하여 직산 쪽으로 가다가 하늘빛아파트를 경유하며 문덕1리를 지나갑니다. 이게 망향휴게소 뒤편으로 가는 노선이라는데, 망향휴게소는 자동차로 부산을 갈 때면 종종 가곤 했던 휴게소였다보니(돈까스가 맛있기 때문이었죠. -ㅅ- ㅋ) 이걸 이렇게 노선버스로 지나가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는 대중교통망이 잘 되어 있다는 걸 다시 실감하게 되었죠.
이런 길에도 버스가 다녀?
네 다닙니다. ㅋㅋㅋㅋ
망향휴게소를 지난 버스는 요방1리를 찍으며 다시 큰길로 진입하여 천안 시내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여기서부터는 200번, 201번과 경로가 같았습니다. 성거라는 곳 자체가 종합터미널에서 15분 정도면 가는 동네이기 때문에 우리는 곧 단국대 천안병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천안톨게이트에서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안서동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죠.
[천안 24번(부경파크빌~호서대천안캠퍼스,천안IC,종합터미널,천안역,남부오거리,응원리~동우아파트)][1500]
천안톨게이트 1459 - 호서대학교 1503 - 부경파크빌,성불사 1505
사실 우리는 안서동에서 리각미술관으로 걸어서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각원사 가는 81번을 타든 부경아파트를 가는 24번을 타든 아무 상관은 없었지만, 각원사는 석준형이 정말 원대하고 쩌는 계획의 일부로서 따로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우리는 24번을 타고 종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 노선은 말단부만 놓고 본다면 상명대와 호서대, 그리고 종점인 부영아파트 수요가 대단하겠다 싶었는데, 경쟁 노선들 때문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지만 아무리 늦어도 25분에 한 번꼴로는 다녀주고 있는 그런 노선이었죠. 여기가 만약 수도권이었다면 감차다 뭐다 해서 배차간격이 이것보다 더 길어지는 사건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버스 다니는 빈도수를 보면 수도권보다 천안이 오히려 더 낫다는 느낌마저 들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죠. -ㅅ-;; 수도권에 있는 우리집 앞보다 버스가 더 많이 다니니 말 다했죠 ㅋㅋ
버스는 다시 그 보고텍 TTS 안내방송을 들려주며 상명대와 호서대를 찍고, 단 6분만에 부경파크빌아파트 종점에 도착합니다. 상명대와 호서대에는 아담한 대학가가 형성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원룸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여기 학생들은 학교 앞에서 간단하게 놀 것이 아니라면 학교 셔틀버스나 이 24번, 또는 81번을 이용하여 종합터미널 앞 번화가로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보]
부경파크빌,성불사 1505 - 리각미술관 1538
부경파크빌아파트 종점에 내린 우리는 아파트 뒤쪽으로 난 길을 통해 리각미술관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산을 하나 넘어가는 것이라 오르막길을 오르게 되었는데, 의외로 이쪽 길이 차량 통행은 많은데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1.8차로 정도의 길이라 걷기에는 그닥 좋지가 못했습니다. 게다가 고갯길이다보니 곳곳에 커브가 있어 운전자들도 불편할 것 같더군요.
정상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이쪽은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터널 공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걸어간 이 도로는 사실 천안 시내 외곽의 고갯길이었지만, 생각외로 자동차들이 이 길을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진짜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죠. 원산도와 보령시 본토를 잇는 보령해저터널도 개통되었다는 소식에 이어 지역에 또다른 경사가 생기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ㅎㅎ
고개를 넘으니 금방 리각미술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지만, 버스 시간이 꽤 남다보니 우리는 근처에 있는 공원도 한번 걸어갔다 옵니다. 겨울이다보니 연못은 얼어 있었지만 산을 배경으로 바라보니 진짜 멋있더군요. 역시 이런 게 버스 시승 아니겠습니까 ㅋㅋ
연못을 보다가 기둥에 팔이 긁히는 아픔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리각미술관 버스종점 그리고 미술관 주변 구경도 하고 옵니다. 그놈의 재앙패스 때문에 미술관 안으로는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미술관 바깥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죠. 마침 미술관 주변으로는 한정식집, 오리고기집 등의 음식점들이 있었는데, 부모님 모시고 오면 딱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말입니다. 그러면 간단히 리각미술관 주변 풍경을 볼까요? ㅋㅋ
[천안 52번(종합터미널~천안역,천안제일고교,천성중교~리각미술관)][환승]
리각미술관 1549 도착, 1600 출발 - 분텃골 1603 - 향교앞 1605
우리는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개그를 자 남자답게~! 치기도 하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다시 내려갑니다. 오후 3시 49분이 되자 구도색 레스타 한 대가 와서 회차를 하는데, 어라? LED에 번호가 52번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51번을 타고 리각미술관을 나가는 것으로 계획을 짰던지라, 이건 또 뭔가 싶었던 석준형이 기사아저씨에게 여쭤보니 51번은 평일에만 다니는 노선이 되어 주말 및 공휴일에는 51번 시간도 전부 52번으로 운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타는 버스도 오늘이 주말이기 때문에 52번으로 운행하는 것이었죠.
기사아저씨께서 친절하게 잘 알려주신 것은 정말 고마웠긴 한데...
장애인체육관 구간을 노리고 51번을 타려 했더니만, 평일에만 간다고 하니 뭥미?? -ㅅ-;; 가 되어버리는 점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석준형도 어이가 없을 수밖에는 없었는데, 알고보니 석준형도 천안은 시내 노선들이 아직 남아 있었고 이 51번은 아직 타보지 못했었던 겁니다. 냐잉 -ㅅ-;;
[도보]
향교앞 1606 - (51번 운행경로 따라 한바퀴 돌았음) - 사거리 1617 - 분텃골 1627
결국 우리는 버스를 타고 나가다가 향교앞에서 내린 다음, 51번만 가는 이 장애인체육관 구간을 걸어서 해결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하루 2번 다니는 55번 시간까지 잡아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죠.
그런데 처음에는 그냥 좀 좁은 왕복2차로 도로다 싶었는데, 장애인체육관을 지나니 생각보다 쩌는 1차로 길이 나오더군요. 우리 모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평일에만 버스가 오는 게 다 이유가 있기는 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개쩌는 길에 감탄하며 분텃골 정류장으로 슬슬 걸어가게 되었고, 리각미술관에서 오후 4시 40분에 출발한 55번에 승차합니다. 사진은 나님에게 맡겨주시랑께요. ㅋㅋㅋㅋ
[천안 55번(종합터미널~천안역,중앙시장,홈플러스,자동차매매단지~리각미술관)][1500] ※ 리각미술관 1640 출발
분텃골 1643 - 화물자동차매매단지 1645 - 충무로사거리 1648 - 천안중앙시장 1651 - 천안역동부광장 1655 - 복자여자중고교 1700 - 종합터미널 1702
수도권 버스들은 사진으로 찍어보면 LED가 참 안 찍히는데, 역시 천안은 LED도 잘 찍혀서 좋았습니다. LED도 제대로 나오는, 이른바 "교감 성공"을 하게 되니 더욱 찍을 맛이 나더군요. ㅎㅎ
버스는 천성중학교 못 간 지점에서 좌회전을 하여 자동차매매단지를 진입하였고, 곧장 중앙시장으로 질러갑니다. 의외로 운행횟수가 적어 골치아픈 55번도 이렇게 딱 처리가 되는데, 이게 평일에만 다니는 노선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었죠.
단독구간을 빠져나오니 곧 천안 시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생각외로 도로에 차들도 참 많아서 교통체증도 심심찮게 발생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앙시장으로 달리는 내내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가지의 모습에, 천안이 참 큰 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죠. 솔직히 시가지에서 가게 간판과 전화번호 등등 안 나오게 사진 하나 찍고, 여기가 수도권이라고 이야기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계획상 55번을 종점인 종합터미널까지 타게 되었는데 이곳은 한술 더 뜨더군요. 역시 누가 천안 최고의 번화가 아니랄까봐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물론이었지만, 서울 강남역 저리가라할 정도로 주변에 가게들이 참 많았던 겁니다(쉑쉑버거로 알려진 햄버거 가게인, 셰이크 셱(SHAKE SHACK)까지 있더군요;;;). 때마침 지금이 겨울이라 조금씩 해가 저물고 있어 간판에 불들이 들어와 있었는데 정말 장관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경기도의 어중간한 도시들은 물론, 안산의 번화가도 발라버리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천안은 아산과 더불어 수도권과 바로 인접한 도시이며 수도권 규제로 인해 역으로 이득을 본 곳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정말 경기도 어중간한 도시에 사느니 지방 대도시 사는 게 더 낫다는 건 사실이었던 겁니다. 키아 ㅋㅋ
우리는 종합터미널에 내려 건너편으로 가서 직산으로 가는 120번을 타게 되는데, 정말 자동차와 버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천안시내버스들 대부분이 다 여기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하는 탓에 승차홈이 각 방면별로 구분되어 있는데도 말이죠. 휴;;;
[천안 120번(종합터미널→역말오거리,두정역입구,공주대공과대학,직산사거리,서북구청,소우리입구,문덕리,성거읍사무소,성거초교,망향의동산,단대병원,천안IC→종합터미널][환승]
종합터미널 1725출발 - 역말오거리 1730 - 두정역입구 1732 - 천안중앙교회 1737 - 부성1동주민센터 1740 - 천안상업고교 1742 - 직산역입구 1747 - 서북구청 1750
터미널을 오후 5시 25분에 떠난 버스는 방죽안오거리, 그리고 역말오거리의 기나긴 신호를 뚫고 부성1동을 경유하고 있었습니다. 어플로 천흥리 가는 31번의 위치를 확인하니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할 각이라 버스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참 답답하긴 했지만, 결국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120번이 31번보다 먼저 서북구청에 도착할 각이 나와 안심하게 되었죠. 부성1동에서 직산으로 올라가는 1번 국도로 나올 때 걸렸던 좌회전 신호가 정말 그리 성가실 수가 없었다는 기억입니다. -ㅅ- ㅋ
그래도 버스가 수도권마냥 세월아 네월아 하지는 않는 덕택에 우리는 서북구청에는 25분이 걸린 오후 5시 50분에 내릴 수 있었고, 5분 뒤 도착한 31번을 탈 수 있었습니다. 2020년 겨울 이후로는 버스들이 느려져도 너무 느려져서 답답했는데 지방으로 오니 그게 해방되어 참 마음에 들더군요. ㅋㅋ
[천안 31번(방아다리공원~쌍용패션거리,성정중교,두정우남A,공주대공과대학,직산사거리,서북구청,소우리입구,성거하늘빛A,성거읍사무소~천흥리)][환승] ※ 방아다리공원 1710 출발
서북구청 1755 - 소우1리입구 1757 - 성거하늘빛아파트 1759 - 성거읍사무소 1802 - 삼일아파트 1805 - 천흥리종점 1808
버스는 하늘빛아파트를 지나 성거까지 막힘없이 잘 달려주었고, 곧 삼일아파트에서 좌회전을 틀어 천흥리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노선도 10년 전에 처음 확인했을 때는 하루 3번이었고, 천흥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쩔 것 같아서 참 궁금했던 기억이 있는 노선이었는데 의외로 길은 왕복2차로였고 공장과 원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버스종점에 시간표 변경사항이 붙어 있어 확인해 보니, 운행횟수는 하루 6번으로 늘어 있더군요.
게다가 이곳에도 편의점이 들어와 있으니 진짜 놀랄 노자더군요.
비록 도시만큼 많지는 않지만, 수도권 또는 대도시와 가까운 시골 한정으론 "이런 곳에도 편의점이 있었어?" 싶어보이는 장소에도 편의점이 들어와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말입니다. 휴;;;
[도보]
천흥리종점 1808 - 삼일아파트 1818
이제는 다시 삼일아파트로 걸어서 나가는 일이 남아있었고, 우리는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삼일아파트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도 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외에도 삼일아파트로 걸어서 나가는 근로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지방에도 일자리를 주어야 지방이 사는 것인데, 과연 정부는 어떤 정책을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면 능력이 좋거나 아부를 잘하거나일텐데, 그 사실을 고려하면 아무리 봐도 알면서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말이죠. 나라가 잘 되어야 지킬 기득권도 있는 것일텐데 참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ㅅ- ㅋ
이제는 날도 어두워졌겠다 집에 가야 했으므로 어떻게 귀가를 할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201번을 타고 안성으로 가는 걸 택한다면 8200번과 시간도 안맞고 스케일이 커져버리게 되니 우리는 성환에서 전철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과연 성환 가는 100번을 직산사거리에서 무사히 탈 수 있을지 좀 똥줄이긴 했지만, 어쨌든 오후 6시 33분에 121번은 도착했고 우리는 버스에 오르게 됩니다.
[천안 121번(종합터미널→천안IC,단대병원,망향의동산,성거초교,성거읍사무소,문덕리,소우리입구,서북구청,직산사거리,공주대공과대학,두정역입구,역말오거리→종합터미널)][1500]
삼일아파트 1833 - 성거읍사무소 1836 - 문덕리 1838 - 서북구청 1844 - 직산읍사무소 1845
성거에서 직산까지 버스는 막힘없이 잘 달려주었지만, 아무리 봐도 직산사거리에서 버스를 타기는 어려울 각이더군요. 직산사거리 신호 간격이 생각보다 긴 데다, 성환 방향으로 100번을 타려면 결과적으로 길을 두 번 건너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산읍사무소에 내리게 되었는데, 이것도 직산사거리까지 거리가 제법 되다보니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리나케 뛰게 되었습니다.
[천안 100번(신부경남아파트~동남구청,천안역,두정역입구,공주대공과대학,직산사거리,동성중교,성환터미널,성환10리,성환역~남서울대)][환승] ※ 신부경남아파트 1800 출발
직산사거리 1850 - 직산부영아파트 1854 - 동성중교 1858 - 성환터미널 1900 - 성환10리 1902 - 성환역 1903
그래도 때마침 100번이 신호에 걸리는 등의 호재가 겹치는 바람에 우리는 무사히 100번을 탈 수 있었습니다. 무료환승도 챙기고, 전철역까지 별로 안 걷고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우리는 나이스를 외치게 되었죠. 성환역은 버스정류장과 거리가 가까웠지만, 직산역은 직산역입구에서 강제로 멀리 걸어들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또한 지금 성환역으로 가면 무궁화호가 시간이 맞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전혀 나쁠 게 없었죠. ㅋㅋ
[무궁화호(여수엑스포→용산)][2800] ※ 여수엑스포역 1449 출발
성환 1913 - 평택 1919 - 서정리 1928 - 오산 1935 - 수원 1946
성환역에는 무궁화호가 하루에 총 3번, 그것도 출퇴근 시간에만 정차하기 때문에 우리는 마지막에 나름 행운을 잡은 셈이었습니다. 이게 서정리역과 오산역도 서는 열차라 수원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우리로서는 이것만큼 좋은 교통편이 없었던 겁니다. 수인분당선 인천행 열차 시간이 오후 7시 49분이었던 탓에 수원역에 내리자마자 수인분당선 승강장까지 정신없이 뛰게 생겼지만, 그간 경험상 3분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이리하여 석준형은 서울까지 무궁화를 쭉 타고 가고, 저는 수원역에 내리자마자 수인분당선 승강장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여 오후 7시 49분에 도착한 수인분당선 인천행 열차를 타는 것으로 오늘의 시승을 마치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천안시내버스들을 타보게 되는 첫 시승이라 오늘로서 천안시내버스 입문을 하게 되었는데, 참 기분좋은 입문이었습니다. ???: 이제 공주, 예산, 홍성 이런 데 가면 차 없음을 실감하실 거랑께료 ㅋㅋㅋㅋ 악의 구렁텅이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으악~!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