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미친 태안을 가보기로 한 우리는 남부터미널에서 오전 7시 50분에 출발하는 만리포행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우리가 미친 태안이라고 하는 이유는 군내버스들이 다니는 1차로 길들이 너무 쩔다보니, "이런 길로도 진짜 군내버스가 다닌다고? 미친;;;"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태안에 대해 악의가 있거나 비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ㅎㅎ
[충남고속 서울남부터미널~기지시,당진,구룡,운산,음암,서산,어송,태안,소원~만리포][10800]
서울남부터미널 0750 출발 - 동탄JC(무정차) 0826 - 남사진위IC(무정차) 0846 - 안성JC(무정차) 0851 - 서평택JC(무정차) 0906 - 서해대교(무정차) 0930 - 당진IC(무정차) 0944 - 기지시 0946 - 당진터미널 0958 도착, 1007 출발 - 서산터미널 1032 도착, 1034 출발 - 태안터미널 1056
어송까지의 요금은 10800원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시외버스의 요금은 올랐지만, 남부터미널에서 태안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우등이 아니라 일반이어서 천만 다행이었죠. 그러나 문제는 고속도로가 너무나 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속도로는 밀려, 열차는 툭하면 매진, 시외버스는 우등이나 도배해놔서 타려면 비싸고 도움도 안돼... 주말이면 다들 어디로들 가는 것인지 정말 궁금할 지경입니다. -ㅅ-;;;
그동안의 여행기에서 저는 시외우등 욕을 해 왔는데, 이렇게 우등 욕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사실 우등이나 프리미엄 버스가 고속도로 정체 상관없이 일반보다 빨리 갈 수 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반이든 우등이든 프리미엄이든, 고속도로 밀리면 그 많은 차들 때문에 못 가는 거는 똑같잖아요 여러분들. 그런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우등에서 몇 천원만 더 보태면 KTX 탑니다. 여러분들 같으면 정시성 좋고 빠른 KTX를 타겠습니까, 아니면 요금은 KTX보다 꼴랑 몇 천원 쌀 뿐인데 원래도 시간이 더 걸리지만 길 막히면 얼마나 더 걸릴 지 모르는 버스를 타겠습니까? 이런데도 시외버스 업계는 우한 폐렴 이후 우등을 도배해 버리고 단거리인데도 프리미엄을 넣기까지 하니 욕을 할 수밖에는 없는 겁니다. 일반열차를 이용해도 우등버스보다 싸게 갈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요금이 너무 비싸지면 버스를 2번 탈 것을 1번만 타거나 아예 안 타는 식으로 이용을 줄여버리게 되는 법이죠. 그러나 시외버스로만 갈 수 있는 곳은 어떨까? 시! 외! 버! 스! 이번이 그 케이스인데, 그저 안습일 뿐이다
서해대교 역시 오래간만에 지나가지만, 이놈의 고속도로가 좀 많이 밀려야죠. 남부터미널을 오전 7시 50분에 출발했는데 서해대교에 도달하니 벌써 오전 9시 30분이었습니다. 오전 10시에 서산은커녕 당진밖에 못 가는 것이라 참 어이가 없는데, 이러니 우리가 우등을 환영하지 않을 수밖에 없지요. -ㅅ-;;;
결국 석준형은 어송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태안까지 그냥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고, 기사아저씨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마침 어송이나 태안이나 요금은 똑같았기에, 기사아저씨께서도 돈을 더 받는 것 없이 그렇게 하라며 OK 해주시더군요. 그렇게 서산시내버스 하나를 어송에서 타본다는 계획은 날아가고 말았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결국 도착한 태안.
터미널에 내려보니 오전 10시 56분입니다. 분명히 우리는 오전 7시 50분 버스를 탔었는데 태안 도착이 오전 11시라니 한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석준형이 천안에서 버스를 타고 태안으로 가는 방안도 제시했던 적이 있는데, 다음에 갈 때는 테스트 겸 진짜로 천안에서 시외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되었죠. 오전 9시 차이고 태안까지는 2시간 걸릴 각이라, 이걸로 태안을 가도 11시가 될 것 같지만 말입니다. -ㅅ-;;;
원래의 계획상 태안에서는 오후 12시 10분에 있는 학암포 노선(301)을 타기로 했기에 1시간 이상 시간이 남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석준형은 읍내순환 노선인 650번과 651번을 일부 해결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고, 저 또한 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읍내순환 노선은 2023년 10월 현재는 아침에만 한 번 다니는 것으로 바뀌어버려서, 1박을 하지 않는 이상 타보기도 어렵거니와 가성비도 떨어지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요기를 할 겸 터미널 안에 있는 이삭토스트에 가서 주문을 넣었는데, 마침 주문이 좀 밀렸는지 나오려면 15분 정도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650번부터 먼저 걸어서 해결한 다음, 토스트를 찾고 651번을 해결해보기로 했습니다.
군청사거리에 이르니 오전 11시 18분입니다.
지금 터미널 가면 토스트가 딱 나올 각이었는데 과연 토스트는 나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맛있게 먹으면서 다시 군청사거리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650번의 나머지 구간 및 651번을 해결하며 구터미널을 향해 걷습니다.
두 노선의 남쪽 구간들을 모두 해결한 우리는 구터미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고, 오후 12시 17분에 도착한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태안 301번(태안터미널→태안중교,구터미널,태안여고,삭선1,2,3,4리,청산2리,원북,반계3리,이곡2리,황촌1,2리,방갈2리→학암포항)][1600, 하차 시 징수] ※ 태안터미널 1210 출발
태안구터미널,중앙로 1217 - 남문회전교차로,태안여고앞 1218 - 삭선2리,금화빌라 1221 - 삭선4리,농공단지 1225 - 청산2리,신내 1227 - 원북(회차) 1232 - 반계3리 1236 - 이곡2리,이곡슈퍼 1240
태안은 충청남도에서는 유일하게 뒷문으로 탔다가 앞문으로 내리는 동네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뒷문으로 그냥 버스를 탔으며,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어르신들 거의 절반 가까이가 이 버스에 몰린 덕택에 서서 가게 됩니다. 이곳 태안에도 저번주에 예산 및 청양에서 봤던 CNBUS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안내방송은 없었지만 경기도 버스의 그것마냥 이번 정류장 및 다음 정류장 안내 화면까지 나오더군요. ㅋㅋ
학암포 노선은 예전에 신두리로 갔을 때와 똑같이 원북을 찍고 북서쪽으로 올라가더군요. 원북으로 들어갔다가 회차하여 나오는 것마저 똑같았는데, 원북에도 BBQ 그리고 카페가 들어온 것을 제외하면 크게 변한 건 없었습니다. 처음 태안을 왔던 그때 그 느낌 그대로 버스가 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오후 12시 40분이 되자 우리가 내릴 이곡슈퍼가 보입니다. 이곳에 내리면서 카드를 대는데, 후승전강(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으로 버스를 타는 동네는 예전이라면 모를까 2023년 10월 현재는 아무래도 잘 없다보니 뭔가 느낌이 참 묘했습니다.
이곡2리에 내린 우리는 이곡1리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 안길로 슬슬 걸어들어갑니다. 곧 1차로가 등장하는데, 태안군내버스들이 워낙에 쩌는 길을 많이 다니다보니(오죽했으면 우리도 미친 태안이라고 할까요;;;) 이 정도는 평균보다 낮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마을회관을 지나 오른쪽 길로 이동하니 금방 언덕이 나오는데, 정류장 표지판이 보입니다. 표지판 앞에서 가만히 서 있으니 태안군내버스 도색을 한 레스타 한 대가 태안 쪽에서 나타나 우리 쪽으로 곧장 달려오는 것이 보이더군요. 이로서 황촌리 안길을 가는 340번 때문에라도 태안에서 1박은 확정이 되었습니다. ㅜㅜ
우리는 오후 12시 56분에 언덕길을 넘어 다시 되돌아온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태안공공형버스 50번][1400] ※ 원북 1240 출발
이곡1리 1257 - 반계3리 1259 - 은혜요양원 1303 - 반계2리,상리 1306 - 원북 1307
원북을 가는 노선이었지만 반계리를 경유한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공공형노선은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나오지 않다보니 자전거속도계 어플의 힘을 빌리게 되었고, 버스가 가는 것을 지켜보니 반계리 안길을 달리더군요. 석준형이 예상했었던 경로이기도 하고 제가 봐도 이것밖에는 경우의 수가 없었기도 했지만, 이 안길이 진짜 굉장히 쩝니다. 키아 ㅋㅋ
저도 그분과 석준형을 따라 예전에 태안을 와보기는 했었지만, 역시 미친 태안답습니다. 똑같이 원북을 가는데도 이런 길을 가다니 우리 모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ㅋㅋ
원북에 내리니 오후 1시 7분이었고, 우리는 10분 남짓 뒤에 도착한 412번을 탑니다.
[태안 412번(태안터미널→태안중교,구터미널,태안여고,삭선1,2,3,4리,청산2리,원북,마산1리,사창2,3리,포지2리,포지3리입구→이원)][1400, 하차 시 징수]
원북 1321 - 마산1리 1323 - 사창2리 1327 - 포지2리 1328 - 포지3리입구 1330 - 이원 1332
이번 버스는 이원까지만 가기 때문에 그냥 끝까지 쭉 타고만 있으면 됩니다. 원북에서 이원은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10분 남짓 걸리므로 특별한 건 없었고, 이번에는 원북에서 탔기에 1400원만 내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포지3리를 가는 공공형버스는 1시간 10분 남짓 뒤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는데, 의외로 여기는 낙지집과 중국집 등 식당들이 약간씩 보이더군요.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규모라고 할 수 있었는데, 비수도권 면소재지 동네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에 면이 한두 개가 아니니 각자 상황이 다를 수밖에는 없지만, 비수도권의 경우 면소재지인데도 슈퍼 하나라도 있으면 고마울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도 수두룩했던 겁니다. -ㅅ-;;; 버스가 하루 10번도 안 다니는 면소재지는 실제로 있다
우리는 중국집을 선택했고 볶음밥을 시키는데, 사장님께서 배달을 하고 온 다음 해주겠다고 합니다. 다행히 버스 시간도 많이 남겠다, 우리는 바로 OK하며 가게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볶음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볶음밥은 정말 맛있었지만, 동네에 사람이 없다보니 결국 사장님께서 혼자 가게를 하는 지경까지 와버렸을 것이 보여서 한편으로는 참 씁쓸할 따름입니다.
잘 먹고 길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으로 가보니 공공형버스가 이미 와서 주차가 되어 있더군요.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오래간만에 유튜브에서 운장이형을 만났고 ㅋㅋ 오~! 오~! 오~!;;; 아홉시를 밀어~ 열한시를 밀어~ 기사아저씨께서는 다른 쪽에서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태안공공형버스 25번(이원→포지3리입구,원창골,포지3리마을회관,포지3리다목적회관→대섬→ 포지3리다목적회관,목말,포지3리입구,사창2리,마산1리→원북)][1400+1400(왕복)]
이원 1454 출발 - 포지3리,원창골 1500 - 포지3리마을회관 1501 - 포지3리다목적회관 1507 - 대섬(회차) 1510 도착, 1513 출발 - 포지3리다목적회관 1516 - 포지3리,목말 1518 - 포지3리입구 1520 - 사창2리 1524 - 마산1리 1527 - 원북 1529
오후 2시 54분이 되자 버스가 출발합니다. 포지3리를 경유하여 대섬으로 간다는데, 공공형버스는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는 물론, 태안군 버스정보시스템에서도 경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과연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아까 이곡1리에서와 똑같이 자전거속도계 어플을 켜고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포지3리를 경유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개쩌는 1차로 길은 간다는 것인데,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이 노선이 생기기 전에는 포지3리 안길을 사실상 아침 일찍 한 번만 가볼 수 있었다고 보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들어간 포지3리 안길은 정말 대박 쩔었습니다. 야산도 넘어가며 지도에 겨우 나올 법한 길을 종횡무진 헤집더군요. 이렇게 길이 미쳤으니, 미친 태안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요. ㅋㅋ
포지3리를 나온 버스는 왕복2차로 길을 따라 달리는데, 이번에는 왼쪽 차창에 화력발전소가 보이더군요. 멋진 모습에 사진을 찍으니 여기가 대섬이라고 하는데, 버스는 화력발전소가 보이는 멋진 길을 지나 어떤 집 앞 공터에서 오후 3시 10분에 회차를 합니다. 정류장 표지판 그런 거 없는 곳인데다 버스도 하루 2번밖에 없기에, 타보지 않으면 어디가 종점인지 알기 쉽지 않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석준형이 기사아저씨께 말씀드려 왕복을 탈 수 있었고, 이 노선에 대한 정보도 더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친절한 분이라 이야기가 더욱 잘 되었는데, 이 노선은 아침에는 원북~포지3리~이원, 오후에는 이원~포지3리,대섬,포지2리~원북 편도 노선으로 보면 되겠더군요. 물론 원북과 이원을 바로 잇는 노선 대비 많이 돌아가기도 하지만 시간도 생각보다 오래걸리는 노선이기에, 다음에 타볼 때는 마을 안에서 타야 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 -ㅅ- ㅋ
돌아올 때는 포지2리를 경유하였고, 우리는 정말 기분좋게 원북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태안 963번(만대→내2,3,1리,관1리,음포,관2리,당산1리,이원,포지3리입구,포지2리,사창3,2리,마산1리,원북,청산2리,삭선4,3,2,1리,태안여고,구터미널,태안중교→태안터미널)][1400] ※ 만대 1520 출발
원북 1552 도착, 1553 출발 - 청산2리,신내 1557 - 삭선4리,농공단지 1601 - 삭선2리,금화빌라 1603 - 태안구터미널 1607
태안으로 가는 버스 역시 20분 남짓만에 도착하여, 여정은 순조로웠죠. 이번에는 원북에서 탔던 덕택에 1400원을 냈습니다.
태안구터미널에 내려 다시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니 드디어 쇠평이로 가는 270번이 도착합니다.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묻기에 쇠평이라고 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태워 주시더군요. ㅋㅋ
[태안 270번→984번(태안터미널→태안중교,구터미널,경찰서,해성아파트,서해요양원→시목1리(984번으로 변경)→장대1리,양산리,청산2리,태성골,목내미,쇠평이,삭선4,3,2,1리,태안여고,구터미널,태안중교→태안터미널)][1400] ※ 태안터미널 1620 출발
태안구터미널 1621 - 태안경찰서 1622 - 장산1리,삼거리 1625 - 서해요양원 1629 - 시목1리,축동(회차) 1633 - 시목1리,방앗간 1636 - 장대1리,삼곶말 1637 - 양산1리,방앗간 1640 - 청산2리,신내 1643 - 청산2리,태성골 1645 - 청산2리,청주농장 1648 - 쇠평이 1655
네이버 지도로 노선을 살펴보니 경로가 시목1리까지만 나와 있는데, 나머지 구간은 다른 번호로 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쇠평이가 나오는 나머지 구간은 984번으로 되어 있었는데, 종점 가면 다른 번호로 바뀌어 다니는 일은 꽤 있기에 그러려니 하게 되었죠. 이번에는 버스가 태안여고에서 좌회전을 하여 만리포 쪽으로 달리다가 요양원을 지나 시목리로 들어가줍니다. 역시 미친 태안 아니랄까봐 1차로는 기본이죠. ㅋㅋ
시목1리 종점에 도착한 버스는 회차를 마친 뒤, 바로 왔던 길로 돌아갔다가 청산리 쪽으로 향합니다.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경로 그대로 버스는 달리고 있었는데, 장대리쯤 오니 우리가 전에 석파탕에서 탔던 노선이 합류하는 곳이 나오더군요. 그러고보니 그때도 장대리를 지났었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청산2리로 나오니 태안에서 원북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만, 이번에는 버스가 청산2리 안쪽으로 들어가줍니다. 1차로가 진짜 잔뜩 쏟아지는데, 아까 시목리가 커피였다면 여기는 TOP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지경입니다. 키아 ㅋㅋ
역시 태안의 1차로는 너무나 대박이라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여기 노선들 타보다가 다른 동네 노선들을 타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전설(?)까지 있을 정도니 말이죠. 청산2리의 정말 개쩌는 1차로를 빠져나오니 쇠평이가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우리가 쇠평이를 간다고 말했기 때문에 버스는 쇠평이로 들어가 회차를 해줍니다.
쇠평이에 내리니 오후 4시 55분입니다.
버스는 우리가 내리자마자 바로 떠났고, 우리는 태안으로 나가는 왕복2차로 도로를 향해 슬슬 걸어나갔습니다.
[도보]
쇠평이 1655~1700 - 양산리,풍천주유소 1718
가다가 묶여있지 않은 백구 한 마리도 만나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녀석이 우리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온 것이라 다행이긴 했지만, 좀 께름칙한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사실 개의 시점에서도 우리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처음 보는 덩치 큰 생물"로 보일 테니 놀랄 것은 매한가지겠지만, 바로 그 때문에 서로 무슨 일이 생길 지 알 수가 없었던 겁니다. 우리가 만난 개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미리 알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죠.
어쨌든 그냥 앞으로 슬슬 걸어가니 백구도 어디론지 가버리고, 풍천주유소가 나옵니다. 버스정류장 또한 건너편에 보이더군요. 이번에는 우리가 좀 빨리 도착했던 탓인지 원래 타려던 버스보다 하나 앞의 차가 옵니다. 어차피 태안은 환승할인이란 것이 없기에, 우리는 아주 약간의 망설임 끝에 그냥 그 버스를 타고 태안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태안 976번(원북→반계1리,동해1,2리,대기1,2리,삭선4,3,2,1리,태안여고,구터미널,태안중교→태안터미널)][1400] ※ 원북 1705 출발
양산리,풍천주유소 1728 - 삭선4리,농공단지 1729 - 삭선2리,금화빌라 1731 - 남문로터리,태안여고앞 1733 - 태안구터미널 1735
구터미널에 내린 우리는 서부대기소로 가서 화장실을 들른 다음,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다음에 탈 버스인 평천리행 630번은 오후 6시 넘어서 터미널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겁니다. 대기소 안에는 청소하시는 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었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읍내에서 마을로 들어갈 사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10월이라 날도 어두워져가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봐도 630번이 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버스가 이쪽으로 안 오고 평천리로 바로 째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태안은 실시간 운행정보가 나오지 않으니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진짜로 버스가 째버렸을 수도 있지만, 차량이 고장나서 제 시간에 못 나오는 수도 있었던 겁니다. 태안은 쩌는 1차로 길이 참 많은만큼, 차량이 고장나기도 쉬운 환경이라서 말이죠.
어쨌든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았고, 서산으로 가는 서령버스 차량이 서부대기소 앞을 지나는 것까지 봅니다. 이쯤되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의미가 없었기에, 우리는 마침 태안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게 되었습니다.
[태안 922번][1400]
태안구터미널 1841 - 태안터미널 1845
버스를 탔더니 터미널까지 5분 약간 안 걸려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센트럴시티행 버스로 서울에 돌아가면 되는데, 표를 찾은 우리는 어차피 버스 시간도 남겠다 터미널 입구에 가만히 죽치고 있어봤습니다. 아까 평천리 버스를 타지 못했던 이유가 차량 고장 때문인지, 아니면 버스가 바로 평천리로 날라 버려서 그런 것인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던 겁니다. 오후 6시 58분이 되니 레스타 한 대가 들어오는데...
아놔 ㅅㅂ
처음 했던 예상대로, 버스가 서부대기소로 오지 않고 터미널에서 평천리로 바로 쨌었더군요. LED에 뜨는 번호가 630번이 아니라 93번이지만, 평천리에서 93번으로 번호 변경하여 태안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이건 정말 빼박이었죠. 하루 한번짜리 단독구간은 결국 어이없이 날아갔던 겁니다. -ㅅ-;;;
[충남고속 센트럴시티~태안][10800]
태안터미널 1930 출발 - 서산IC(무정차) 1955 - 서해대교(무정차) 2018 - 팔탄JC(무정차) 2044 - 의왕TG(무정차) 2102 - 센트럴시티 2121
뭐, 어쩔 수 있나요.
이미 날아간 차를 다시 되살릴 수는 없으니 나중에 다시 타보는 수밖에요. 우리는 오후 7시 30분에 출발하는 센트럴시티행 버스를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처음과 마지막이 똑같이 어그러지는 좋지 못한 수미상관이 돼 버리긴 했지만, 역시 명불허전 미친 태안이었습니다. 오늘의 여행기 첫 문단에도 있는 내용이지만 태안에 대해 악의가 있거나 비하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군내버스들이 다니는 1차로 길들이 너무 쩔다보니 "이런 길로도 진짜 군내버스가 다닌다고? 미친;;;"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준이므로 미친 태안이었다는 점 다시 한번 알려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