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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소요산~신창 운행계통이 없는 이유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3.

※ 이 글은 카카오의 다음 블로그의 중단 및 티스토리로의 이전 정책으로 인하여 옮겨온 것으로, 실제 작성일은 2020년 9월 5일임을 밝혀둔다.

 

 

 

디시 또는 매니아들의 커뮤니티들을 눈팅하다 보면, 가끔씩이지만 꼭 보이는 주제가 있었다.
왜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소요산~신창 열차는 없는가인데, 옛 철갤에서도 잊을만 하면 나오는 글이니 나름 역사(?)가 있는 소재이긴 한 것 같다. 자칭 서울 심야버스 부기사라는 버스계의 모 분과 마찬가지 논리를 가진 분들이 사실은 곳곳에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ㅡㅡㅋ

그러나 시간표 못 짠다고 이래저래 까이는 코레일이지만, 소요산~신창 열차 운행계통은 없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다이어를 짜더라도 그런 계통은 만들지 않을 것 같다.



첫째로는 기관사 문제가 있다.
언뜻 보면 필자가 기관사 피로도 운운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기관사의 피로도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기관사는 자신의 소속 사업소에 따라 운전 구간이 정해져 있어 다음 구간을 운행할 기관사와 교대될 수밖에는 없으므로, 전 구간을 몽땅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사 교대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한 편성 당 배정되어야 하는 기관사가 많아진다는 말이며 편성 당 투입될 인건비가 증가한다는 말과도 같다. 그런데 수요가 많은 구간이면 모르겠지만, 적은 구간에도 똑같은 수의 열차 및 기관사(인건비)를 투입시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두번째는 열차 편성의 운용 효율성 문제다.
필자가 쓴 글 중에 2배의 법칙이 있는데, 그 중 이러한 내용이 있다.


노선이 1km 연장되면 총 운행거리는 2km 증가한다.
연장 구간 운행에 10분이 걸린다면, 총 운행시간은 최소 20분 이상 늘어난다.


어떤 듣보잡 녀석이 뭔 법칙 운운하니까 개똥철학을 늘어놓은 것 같지만, 이건 철도에도 적용되는 사실이며 약간의 거리개념과 산수능력만 있어도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1km라면, 통학을 위해 하루 왕복 2km를 움직이고 있다라는 말과 똑같으니까. 왕복 거리가 나오는 이유도 매우 간단한 것이... 등교만 하고, 하교는 안 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열차 역시 막차가 아닌 한, 종점에 도착했다면 거기서 되돌아 나와야지 종점에서 기점 방향으로의 열차도 운행이 되는 거다. 실제 운행중인 편성 및 역간 소요시간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광운대역~병점역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이다. (광운대~서동탄 편성 존재)
광운대역~신창역 소요시간은 3시간이다. (광운대~신창 편성 존재)
그리고 소요산역~광운대역은 53분이 걸린다.
병점~신창은 1시간 15분이 걸린다. (광운대~병점, 광운대~신창 간 시간과의 차이를 보았을 때 살짝 맞지 않는데, 광운대~신창 편성의 운행시간 중, 급행 대피 시간 등이 포함되어 있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저 수치를 통해 단순 계산을 해보면 광운대~병점 왕복 소요시간은 3시간 20분이고, 광운대~신창 왕복 소요시간은 6시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광운대~병점 편성에 투입되는 열차는 3시간 20분, 광운대~신창 편성에 투입되는 열차는 6시간 동안을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운행 도중 행선지 변경은 열차 고장이나 사고 등, 뉴스에나 나올 법한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총 운행 소요시간 차이가 저렇게 많이 나도 이용 수요는 전 구간 모두 동일하지가 않고, 열차 편성 수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요산~신창 운행계통을 만든다면, 전구간 통틀어 배차간격이 늘어나 버릴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당장 광운대~병점과 광운대~신창 시간만 보아도, 광운대~신창 한 번 왕복할 동안 광운대~병점은 2왕복할 수 있으니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울~수원 왕복이 오래 걸리는지, 서울~천안 왕복이 오래 걸리는지 말이다.

이래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렵다면 경춘선을 보면 된다. 상봉~마석 구간은 마석~춘천 구간에 비해 수요가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경춘선 열차는 전구간 운행인 춘천행 열차밖에 없으니 전 구간 모두 열차가 25~30분 간격으로 다니고 있으며, 오늘도 상봉~마석 구간 이용객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수요가 고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전구간 운행 열차만 있는 경우 벌어지는 현상이자, 소요산~신창 운운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현실로 되었을 경우 벌어지는 사례인 것이다.

 

 


세 번째로 열차 피로도 및 정비 문제가 있다.
기관사는 자신이 맡은 구간의 운전이 끝나면 다음 기관사와 교대를 할 수 있다지만, 열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열차는 기계이기 때문에 사람보다는 좀 더 잘 버틸 테니 당장 몇 년 동안은 아무 일 없이 괜찮겠지만, 시간은 항상 흘러가고 있고 장거리 운행을 매일매일 하게 되면 수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짧아지므로 고장나는 시기 역시 빠르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것은 유지비 및 수리비 증가로 이어진다.

열차를 혹사시키게 되면 그만큼 운행 중 고장나 버리는 빈도수가 증가할 텐데, 열차 고장으로 인해 뒤따라오는 문제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열차가 운행 중 고장이 나게 된다면 해당 열차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아닐 텐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고장난 편성을 치우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텐데 그 동안 후속 열차들의 운행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왜 장거리 편성이 없냐고 해놓고는 정작 저런 문제가 생겼을 땐 그저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욕만 하고 끝날 것인가? 그게 과연 맞는 태도일까?


결국은 저 2배의 법칙과 수요/공급을 모르니까 소요산~신창 같은 개소리를 할 수 있는 거라 보면 된다.
소요산~신창 운행계통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망상으로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