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카카오의 다음 블로그의 중단 및 티스토리로의 이전 정책으로 인하여 옮겨온 것으로, 실제 작성일은 2020년 9월 5일임을 밝혀둔다.
2020. 9. 4.(토)자로,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수인분당선의 시간표가 공개되었다.
필자가 시간표를 본 결과는, 좀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4호선 오이도 방향이 지연이 잦아도 한대앞역 이서 구간 기준으로 보면 경의중앙선 급으로 엄청나게 지연되는 정도는 아니건만, 이건 그야말로 원칙이 실종된 시간표였다.
1. 너무 긴 배차간격
사실 고색역 이서 구간은 15분 안쪽으로 배차간격을 좁히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5분 이상으로 해놓는 것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 아무리 인천~안산~수원 이동량이 엄청나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해도, 경의중앙선 덕소역 이동 구간보다는 이동량이 많을 텐데 그걸 같은 급으로 퉁쳐버리는 것은 정말 할 말이 없다. 사람 있을 곳에는 전철이 적거나 없고, 사람 있지도 않은 곳에는 텅텅 빈 전철들이 다니고 있다는 말이니까. 이쯤되면 정말 정부가 수도권 서남부를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누가 선동을 하면, 아주 잘 먹힐 것 같다.
15분으로 하더라도 4호선 공용구간 선로 용량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1호선의 전례가 있기도 하지만, 4호선도 어차피 10분마다 한 번 꼴로 오니 말이다. 정량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계획안에 이미 왕십리~인천 열차 140회 운행 시 선로용량이 100%보다는 아래 숫자로 언급되어 있기까지 하다. 우한 폐렴으로 인해 일부러 당초 계획보다 운행횟수를 줄여 다이어를 짠 거라면 그나마 다행일 지경.
2. 종잡을 수 없는 배차간격, 보완책의 부재
15분 간격도 사실 합리적인 배차간격의 최대치였다.
그러니 20분 간격이 되더라도 무조건 불만부터 가지고 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배차간격 널뛰기가 심하다는 것이다.
평일인데도 다음 열차가 20분 뒤였다가 30분 뒤였다가 37분 뒤였다가... 수인분당선은 경의중앙선과 똑같은 상황에 놓인 게 아닌데도 그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보완해 줄 것이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인천~고색 운행계통이 있어 고색에서 출발하는 왕십리행 열차와 연계를 노려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여러모로 수요는 발생시켜 놓았지만, 정작 그에 맞는 공급을 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드러내고 말았다.
3. 인천→ 고색 막차
인천~고색 운행계통은 없을 공산이 크다고 한 필자의 생각이 적중하긴 했다. 하지만 인천에서 오이도 이상 넘어가는 막차의 행선지가 고색역인 것이 문제다.
고색역 바로 다음이 그 이름도 유명한 수원역이니 수원역까지 운행 후 회송시키면 그만인데다, 고색역 도착하여 운행 종료하는 시간을 보면 수원역까지 딱 1개 역 더 간다고 해서 운행 종료 시간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날 리가 없고, 막차 시간대이니 고색역에 열차가 북적이지도 않을 텐데 그냥 고색역에서 종착하는 것으로 끝내버렸다. 정말 끝내주는 승객 편의성이다.
4. 인천발 열차에 청량리행 존재
정말 많이 어이가 없었던 것인데, 인천발 수인분당선 열차에 왜 청량리 행선지가 있느냐는 거였다.
수인분당선에 있어 청량리는 그쪽 선로용량 때문에 매우 적은 빈도로 보이는 행선지이다. 솔직히 청량리역 선로용량은 포화상태가 된 지 매우 오래인데 추가 선로 공사를 해줄 것도 아니면서 분당선을 굳이 거기에 우겨넣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억지로 열차를 쑤셔넣은 결과라도 괜찮으면 모르겠는데, 정작 열차는 하루 10번 내외로밖에 다니지를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코레일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라 국토교통부의 말을 들을 수밖에는 없다지만, 이건 국토교통부가 코레일에게 저지르고 있는 엄청난 갑질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맞을 지경이다. 보나마나 코레일도 국토교통부가 청량리행 열차를 운행하라고 하니 억지로 운행중일 것이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인천발 열차에서도 청량리행 행선지를 넣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것도 국토부 지시였다고 하면 국토부에 따지면 될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발 열차에서도 청량리 행선지가 보이는 것은, 정말이지 노선 건설 목적 및 차량 운용법을 모르는 돌대가리가 시간표를 짰다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윗 문단에 나온 청량리행 열차의 문제점, 수인분당선은 장거리 노선이지만 그에 맞는 열차 편성 숫자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고색역 이서 구간의 배차는 이동 구간에 비해 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 있는데도 인천발 열차에서도 청량리 행선지가 보이는 것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인천~청량리는 기존 1호선이 더 빠른 데다, 인천~안산~수원 연선에서는 그 머나먼 청량리까지 갈 이유는 정말 단 하나도 없다. 그냥 죽전, 고색발 열차들 중 소수만 청량리행으로 다녔어도 충분한 일이었다. 인천~청량리 전구간 운행할 시간으로, 차라리 인천~수원 배차간격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것이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고, 원칙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건지 싶은 이 정권의 행보가 철도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호선 경부선 구간 급행 개정도 솔직히 생각없는 행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1호선 다이어 수립 시 고려해야 되는 요소가 너무 많아 혼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음을 참작해줄 수라도 있는데, 수인분당선 이건 경부선처럼 답없는 상황이 아닌데도 시간표가 이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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