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카카오의 다음 블로그의 중단 및 티스토리로의 이전 정책으로 인하여 옮겨온 것으로, 실제 작성일은 2021년 9월 15일임을 밝혀둔다.
삼영운수 81번.
안양역에서 시흥시 목감동 구 시가지까지 오래전부터 운행하였고 2021년 4월 현재도 잘 운행중인 안양시내버스다. 삼영운수는 이 노선을 시흥시 안쪽으로 더 연장하고 싶어하였으나 안양시와 시흥시는 대중교통 측면에서는 서로 얽힌 것이 많아 사이가 좋지가 못하였고 경원여객과 삼영운수 역시 사이가 너무나 좋지 않아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원여객과 삼영운수 두 회사 중 한 회사에 입사한 이력이 있다면 나머지 한 회사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던 이야기가 과거에 있었을 정도였으니 더 말이 필요할까.
그래서 목감지구가 생기고도 이 노선은 여전히 시흥시 목감동 구 시가지까지밖에 운행하지 못하였으나 2018년 1월 9일, 드디어 변화가 찾아왔다. 81번이 목감지구로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시흥교통, 그리고 경원여객은 크게 반발하였으나 결국은 무마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글에서는 이 사건이 삼영운수의 승리로 끝나버리게 된 이유를 서술하고자 한다.
1. 시흥시의 태도 변화
시흥시민이나 매니아나 대중교통 관련해서는 시흥시청을 까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시흥시는 삼영운수를 비롯한 화영운수, 소신여객 등의 옆동네 버스회사 노선이 시흥시에 들어오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이것은 사실 시흥시의 유일한 시내버스 업체인 시흥교통의 성장 지원을 위한 시흥시의 고육지책이었는데, 그만큼 시흥교통의 사정은 열악했으며 타 지자체 시내버스 회사가 횡포를 부리게 되면 생기는 피해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흥시는 시흥교통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줄 필요성이 있었고 시흥교통은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회사 규모를 키워내게 되었다.
하지만 시흥교통은 규모가 어느정도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는 없었던 경원여객과 시흥교통 기사 간 임금차별 등을 해결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한 옆동네 버스회사의 노선들이 들어오지 못한 대신 시민들이 배차간격으로 불편을 느끼지는 않도록 했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시흥시에서는 이 문제점을 인지하고 시흥교통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그 수많은 민원들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리고 사실 시흥시는 옆동네 버스회사들에 대해 무조건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 것만은 아니었다. 만약 시흥시가 정말로 그랬더라면 화영운수 1번은 10분 이내 간격으로 잘 오는 노선이 아니었어야 할 것이다(화영운수 1번은 2012년 이전에는 20~25분에 한 번 오는 노선이어서 생각보다 꽤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버스였다. 필자도 그래서 1번에 대해서는 많이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버스였다는 기억만이 강하게 남아있다). 시흥시에서 증차하겠다는 걸 반대했다면 1번이 그렇게 다닐 리가 없으니 말이다.
2. 상식 이하였던 경원여객의 대응
목감지구와 관련된 버스노선이라면 역시 32번을 빼놓을 수가 없다.
2021년 4월 현재는 이 32번이 시흥교통 노선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 32번은 경원여객 노선이었다. 그리고 30분에 한 번 오기 때문에 타기 힘든 버스로 악명이 높았다. 그래도 목감지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근거 있는 배차간격이기는 했다. 물론 출퇴근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을 지 모르나, 그 이외의 시간에는 거의 텅텅 비어 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필자도 이걸 수없이 목격해왔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목감지구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경원여객의 대응은 정말 필자가 알던 경원여객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상식 이하였다. 경원여객은 목감지구에 대해 그저 32번 하나 들여보내는 것으로 끝내버렸던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시흥교통보다도 못한데, 시흥교통은 기존 5602번에 가해지는 부하가 상당함을 고려하여 목감지구는 5604번이라는 별도의 노선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간 덕택에 좀더 유연한 노선운영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목감지구 입주 초기에는 인구가 얼마 안 되었으니 경원여객의 행동이 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민들이 꽤 입주한 시점에서도 경원여객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2번의 노선경로와 목감지구 주변을 고려하면, 경원여객은 목감지구를 위한 노선 신설을 하든가 아니면 목감지구를 경유하지 않든가 둘 중 하나를 확실히 선택했어야 했다.
3. 경원여객의 32번 현황 파악 미비 그리고 무성의함
목감지구로 들어오는 안양 방향 32번은 이미 월곶, 장곡동, 하중동을 들러온 상태이며 목감지구에 목감동 구시가지도 들러야 하는데, 목감동은 안양으로 나가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2번에 가해지는 부하가 상당하게 된다. 또한 기존 이용객들도 버스가 기존보다 더 돌아가는 경로로 운행하므로 노선의 운행시간이 늘어나 만족하기가 어려우며 배차간격이 더 늘어나 버리게 되므로 버스 이용이 더욱 불편해지게 된다. 운전기사 또한 배차간격이 왜 이리 기냐는 승객의 항의도 받아야 하며 길어진 운행시간 때문에 피로도도 증가하게 되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32번을 목감지구로 들여보낸 이후 추가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노선이 돌아가는 상황을 그저 책상에서 수익금 계산을 위한 주판알 튕기기로만 파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경원여객도 약간이나마 할 말이 있기는 있다. 안 그래도 경유지 많고 노선도 긴 기존 32번인데 배차간격을 줄이자니 월곶~목감지구 구간은 목감지구 입주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 이용객 수 역시 달라진 게 없을 게 뻔하고, 그러면 여전히 차가 텅텅 비어 다니게 되어 기름낭비만 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그런 문제가 생긴다면 시흥교통이 대응한 방식과 똑같이, 기존 32번은 그대로 두고 목감지구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만들었으면 대처가 가능했다. 철도에서 중간 종착 열차라는 형태로 아주 많이 써먹고 있는 그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검증된 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노선 신설을 하기가 정말 싫었다면, 35번을 활용하는 선택지도 경원여객에게는 있었다.
삼영운수가 81번을 목감지구로 연장하겠다고 하자 시흥교통이 파업을 하려고 하는 등 반발을 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게 되어버린 가장 큰 원인도 바로 이것이다. 경원여객은 시흥교통 5602번에 비해 선택지가 하나 더 있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을 다 내팽개쳐버리고 32번의 배차간격이 어떻게 되든지 시민들이 불편하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없다는 태도로만 일관하였다. 일하는 시늉만 살짝 하고는 그저 나몰라라 했으니 명분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는 거다.
4. 손발 안 맞는 파업 주체
여기까지만 해도 여러분들은 이미 81번의 목감지구 연장운행은 삼영운수가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물론이고 노선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시청도 "얘네 정말 다시 봐야겠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정도였으니 파업한다고 해도 먹힐 리가 없으니까. 실제로 이 사건에서 시민들은 시흥시청의 결정을 지지하고 환영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코미디가 하나 더 있었으니...
81번이 목감지구로 들어온다면 파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다름아닌 시흥교통이란 점이다. 이 사건 당시 목감지구로 들어오는 시흥교통 노선은 5604번밖에 없었는데 이건 석수역을 가는 노선이었다. 그런데 81번은 안양역으로 가는 노선이므로 5604번과는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에 81번이 들어온다고 해서 5604번의 이용객에 영향이 생기지는 않는다. 5604번은 1호선 전철역으로의 빠른 접근을 무기로 차별화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81번이 목감지구로 들어왔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은 32번밖에 없다. 그런데 이 32번은 (사건 당시 기준으로) 시흥교통이 아니라 경원여객 노선이다....
경원여객 노선에 타격이 가니 경원여객에서 반대해야 하는데 시흥교통에서 나서다니 뜬금포도 이런 뜬금포가 따로 없다. 물론 경원여객이 직접 반대했다면, 문제되는 동네는 시흥인데 왜 안산 업체가 끼어들어 반대하는 거냐는 그림이 되므로 그야말로 내정간섭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경원여객은 시흥교통을 내세워 반대 의사를 전달하는, 나름 지능적인 방법을 사용한 거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벌인 꼴통같은 추악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밖에는 없다. 시흥교통을 앞세워 반대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은 곧 시흥교통이든 시흥시든 안중에도 없이 자기 입맛대로 막 나가겠다는 의사표현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건 좋게 말해도 시흥교통은 그저 바지사장에 불과하며 경원여객이 뒤에서 막후 정치를 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밖에 안 된다.
필자가 저 사건이 있고 난 뒤의 느낌을 정리하여 이제서야 글을 내놓게 되었다.
정말이지 저 81번의 목감지구 연장 운행은 보면 볼수록 삼영운수의 승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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