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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대중교통 이야기

아무리 경원여객이 싫어도 서울여객보다는 낫다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3.

※ 이 글은 카카오의 다음 블로그의 중단 및 티스토리로의 이전 정책으로 인하여 옮겨온 것으로, 실제 작성일은 2021년 4월 21일임을 밝혀둔다.

 

 

 

이번 시흥교통의 파업 사태는 그간 쌓여왔던 시흥교통 그리고 경원여객에 대한 불만이 얼마만큼인지 볼 수 있었던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화영운수 노선들인 2번과 39번은 임시 연장으로 들어왔겠지만 이걸 다시 원래대로 돌린다는 것은 사실 정말 힘든 일이라는 점에서, 시흥시 또한 사실은 단단히 벼르고 일을 진행시켜 왔음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경원여객이 싫다고 하더라도, 서울여객과 비교하는 것은 선을 넘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와 주52시간이라는 안팎의 어려움도 있었음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도 있으나, 사실 경원여객도 인건비 줄인답시고 차량 감차해서 배차간격 늘리고, 기사에게 잘해주는 회사는 아니다. 또한 이전과는 달라진 현 상황에서 제대로 승객들의 니즈를 맞추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흥교통의 역대 행적들 중에서 압권이라면서 올라온 글도 있었고(다만 그 글은 대단히 감정이 실려있는 글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경원여객 버스를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십년 넘게 이용한 필자가 보았을 때, 적어도 경원여객은 차량을 야금야금 감차하여 배차간격을 늘리는 행동을 하기는 했어도 진짜 아무런 근거도 공지도 없이 그저 자기 꼴리는 대로 어느날은 1대 어느 날은 5대만 운행하는 식의 운행은 여태껏 한 적이 없다. 적자 노선이어도 에지간해서는 묵묵히 운행하는 편이었고 자신들이 공지한 시간은 정말 웬만해서는 지켰다.

 

2021년 3월경 태화상운 인수 직후 태화상운 노선들의 운행대수가 팍 줄어 서울여객마냥 파행 운행급으로 되었던 적은 있지만, 이걸 경원여객이 일부러 의도하고 벌인 일이라고까지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경원여객 역시 코로나19와 주52시간, 그리고 내부 문제 등으로 회사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태화상운이라는 빚더미 회사를 인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태화상운은 사세가 기울어 가고 있던 회사였으며 그 쟁쟁하던 시외부를 선진그룹에 팔아넘긴 것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 700번 끝까지 시외버스로 운행을 고집했던 회사가 700번은 물론이요 시외부까지 몽땅 다른 회사에 팔아 버린다? 사실 이건 자신이 아무리 발눈치더라도 "회사 상황이 꽤 좋지가 않구나" 라는 걸 바로 짐작할 수 있었어야 할 수준이다. 이런 회사라면 빚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리고 아무리 이런 사정들이 있었다 해도, 태화상운의 노선들 또한 그동안 멀쩡히 잘 운행되어 왔던 만큼 어느날 갑자기 1~2대만 운행하게 된다면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칠 거라는 사실을 경원여객이 정말 몰랐겠는가?

 

 

 

반면 서울여객은 어떤가.

그놈의 파행운행 때문에 배차간격 따지기 이전에 이용객들에게 신뢰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경원여객도 그렇지 않느냐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경원여객은 시간표 공지도 하고 자신들이 공지한 시간은 웬만해선 지키려고는 하기에 기다리면 차가 오기는 한다. 그러나 서울여객은 그마저도 없다. 서울여객 이전에는 배차간격이 좀 긴 편이긴 했어도 그럭저럭 기다려서 탈만했던 노선들조차 운행횟수고 뭐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자기들 멋대로 다니니, 아무리 기다려도 차는 안 올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얘네가 감차에 따른 시간표를 공지했던 것도 아니고.

 

이거, 경기교통이 했던 짓이다. 오리역~산본역을 운행하는 KD운송그룹의 3500번이 지금과 같이 자리잡히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역시 경기교통 때문일 정도였으니 더 말이 필요할까. 3500번과 같은 성격의 노선을 경기교통에서 운행했었으나 파행운행을 일삼는 바람에 이용객들의 신뢰는 그야말로 완전 밑바닥 상태였다보니, KD운송그룹은 이 문제도 극복해야 했던 것이다. 이것을 위해 KD운송그룹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고, 그렇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이용객들도 신뢰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2021년 4월 현재도 3500번이 운행하게 될 수 있었다.

 

 

아무리 경원여객이 싫고 그 나물에 그 밥 같아도, 서울여객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은 일이라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