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 혁님
타기 까다로운 칠장사를 잡는 것은 물론, 진천 노선도 타보는 기막힌 역발상 코스를 실행에 옮겨볼 때가 되어 경기도 남쪽나라를 향해 길을 떠나게 되는구먼요. ㅋㅋ
언제나처럼 금정역에서 석준형과 만나 1호선을 타고 평택역에 내리니 오전 8시 47분입니다. 주말 아침인데도 늦는 때가 간혹가다 생기는 1호선이었지만, 그래도 경부선 급행은 소요시간을 두고 완행 그리고 무궁화호와 비교해 본다면 정말 물건이 맞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특징이 있었죠. 급행은 소요시간이 완행과 10분 차이나는 게 평균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이번에는 고덕면사무소를 오전 9시 50분까지 가기 위해 죽백동에서 오전 8시 50분에 출발한 94-1번을 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죽백동~평택역은 지금 시간에는 25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그야말로 신선 놀음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평택역 오거리를 건너 구 평택극장 앞 버스정류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협진여객 94-1번][환승] ※ 죽백동 0850 출발
평택역 0919 - 통복시장로터리 0921 - 동고2리 0930 - 태평아파트입구 0933 - 영화아파트 0938 - 궁2리 0939 - 고덕면사무소 0945
서정리역까지 가는 시간대였지만, 고덕~서정리는 이전에 갈평고가가 있던 시절 96번으로 갔었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영화아파트, 그리고 고덕면사무소에서 오전 9시 50분에 출발하는 9-2번이었으니까요.
평택역에서 버스를 타고 팽성이나 안중 방향으로 갈 때 무조건 공식처럼 지나가게 되어있는 통복시장 로터리를 벗어나면, 통복고가차도를 이용하여 경부선 철길을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가차도 대신 지하차도가 있었는데, 이걸 본 저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통복고가차도는 노후화 문제도 있었지만 왕복2차로 도로 치고는 생각보다 폭이 좁아서 통행이 힘든 문제점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재작년 즈음에 평택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 좁아터진 고가차도로 어떻게 왔다하는 건지, 평택 버스 기사아저씨들 모두 대단하다 싶은 느낌을 주었던 통복고가차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장을 지나면서부터는 여러 번 지나가보았던 38번 국도를 따라 쭉 서쪽으로 달립니다. 하지만 이건 숙성리나 안중을 가는 버스는 아니었기 때문에 태평아파트를 지나자마자 경부고속철도 교각 바로 아래에서 우회전을 하여 영화아파트로 진입하게 됩니다.
영화아파트 안으로 버스가 들어가서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생각외로 고층 아파트 몇 동이 모여 있는 아파트 단지였더군요. 괜히 10번 마을버스가 여길 들어오는 게 아니다 싶을 정도였는데, 10번이 요금도 싸겠다 배차간격도 짧으니 마을버스의 이용이 더 많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세대원 수를 생각한다면 10번 하나로 수요가 감당이 되지는 않으니 94번도 함께 가주는 듯했죠.
영화아파트를 찍고 나온 버스는 다시 안중 쪽으로 가다가 고덕면사무소 가는 길로 우회전을 틀어 달립니다. 여기부터는 안중과 송탄을 잇는 96번도 다니는 길이었으며, 우리는 오전 9시 45분이 되어 고덕면사무소에 하차했습니다. 중간에 버스가 교통흐름 때문에 좀 지체가 되긴 했었지만, 고덕에는 9시 50분 전에 도착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도 되지 않았죠.
9-2번의 운행경로를 확인해볼 겸 어플을 돌려보니 9번이 어느샌가 동청리를 들어가지 않고 고덕면사무소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노선이 바뀌어 있더군요. 실제로는 이전과 똑같이 동청리에 들어가지만, 버스정보시스템에서만 잘려서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뜬금포였습니다. 2022년 6월 현재 시승기를 쓰면서 평택시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9-1번과 9-2번 시간표에 동청리라고 적혀 있는데, 이 사실로 미뤄보면 그냥 버스정보시스템에서만 잘려서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지만 이 당시에는 고덕이라고 적혀 있었던 기억이라 어쨌든 진실을 알 방법은 없었죠. 우리는 오전 9시 47분에 등장한 9번 버스를 타고 평택터미널까지 가게 됩니다. 볼 날이 많이 남지 않은 팬더 로얄시티가 걸리는데, 9번은 오지노선이니까 차량 교체가 늦는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 차를 볼 수 있어서 뜻밖이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더라구요. ㅎㅎ
[협진여객 9-2번][환승]
고덕면사무소 0950출발 - 태평아파트입구 1004(도로정체가 있었음) - 영재마을입구 1013 - 울성회관 1018 - 세교도서관 1022 - 평택중앙초 1023 - 평택역 1029 - 평택터미널 1030
누가 협진여객 아니랄까봐 9번 역시 잘 달려주었는데, 고덕에서 38번 국도로 다시 나오니 평택 방향에 차들이 많아 교통 체증이 발생한 상태더군요. 이것 때문에 고덕면사무소를 출발한 지 14분이나 뒤인 오전 10시 4분이 되어서야 태평아파트를 지나가고 말았는데, 주말 아침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갑자기 웬 교통 체증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우한 폐렴 때문에 자가용 운전자들이 늘었는데 역시 그것 때문에 그런 건지...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무개념 운전자들도 많아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에 대해 고운 시선을 보내기가 더욱 어려워지더군요. 그래서인지 오전 10시 12분이 되어 버스가 동고1리에서 좌회전을 틀어 38번 국도를 탈출하는 순간 후련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동고1리 안으로 들어간 버스는 영재마을입구 정류장을 찍고 그대로 쭉 직진을 합니다. 영재마을입구까지는 940번 등 다른 노선들도 오지만 그 다음은 이 9-2번만 오는데, 지금 타고 있는 버스가 막차이기 때문에 정말 평택에선 버스 타고 가보기 힘든 구간 공동 0순위가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매냐들은 남사 29번, 고잔8리 35번 같은, 새벽에 딱 한번 다니는 거에 눈이 멀었지만, 평택에서 진짜 타기 어려운 친구들은 걔들이 아닌 거지요 -ㅅ-;;
이런 제약을 뚫은 우리에게 보상을 내려주는 듯, 이 구간으로 들어와보니 정말 쩌는 1차로 길이 펼쳐지더군요. ㅋㅋ
고덕면사무소를 오전 9시 50분까지 갈 것.
정말 괜히 붙은 조건이 아니었던 겁니다. 오우~ 혁님~! ㅋㅋ
대형차로 가서 더 대박이었던 방축리 1차로 길을 지나 다시 왕복2차로 길을 나온 버스는 세교12통 울성리마을회관 앞을 경유하여 세교동 아파트단지로 진입하였습니다. 울성리 마을 쪽은 도로 확장이 거의 다 되어 있어 석준형이 좀 아쉬워하긴 했지만(그때는 정말 개쩌는 1차로였기 때문이죠), 그래도 노선이 없어지지 않아 이렇게 지나가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ㅎㅎ
그래도 울성리에 이르고보니 우리가 늦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되더군요. 버스가 가는 것을 보니 평택터미널엔 오전 10시 40분 전에는 무조건 도착한다는 감이 왔고, 실제로 현실이 되었죠. 다음 계획은 반월성을(장호원 가는 길에 있는 그 이천 반월성 맞습니다 -ㅅ-;;) 늦어도 오후 12시 20분까지 가야 하는 것이었으며, 평택터미널~안성이라는 정말 변수가 많아 위험한 구간을 지나가야만 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었는데 아직 희망은 있었습니다.
[백성운수 70번][환승]
평택터미널 1040출발 - 굿모닝병원 1050 - 평택대 1054 - 스타필드안성,용이동삼천리가스 1058 - 구 공도정류장 1103 - 퍼시스 1106 - 대림동산 1112 - 중앙대입구 1118 - 구 안성터미널 1128
[백성운수 37번][1450]
구 안성터미널 1130출발 - 봉산로터리 1134 - 안성터미널 1136 - 안성종합운동장 1139 - 동아방송예술대 1145 - 삼죽,두둘기 1148 - 용두리 1151 - 죽산터미널 1155 - 월정리 1204 - 일죽터미널 1207도착, 1212출발 - 당촌리 1216 - 설성초교입구 1218 - 반월성 1220 - 반월성삼거리 1221
우리는 평택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길을 건너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70번을 탔습니다. 예상대로 버스는 오전 10시 40분에 출발했으며, 유동인구가 많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간대라 아침 일찍 가던 때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용이동 스타필드 인근을 제외하면 교통체증이 없어서 오전 11시 30분 전에 안성 구터미널에 내릴 수가 있었죠.
때마침 정류장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길래 얼른 돈을 뽑은 저는 석준형과 바로 37번을 타게 되었고, 과연 안성 구터미널에서 오전 11시 30분에 출발한 37번을 타고 반월성에 이르니 오후 12시 20분. 천만 다행히도 반월성삼거리에 37번도 정차를 하는 덕택에 우리는 무사히 반월성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뜬 정보가 잘못되었을 뿐, 실제로 반월성삼거리에 가보면 37번 역시 정차하는 것이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가 있을 정도이니 자연스러운 결과였지만요. ㅋㅋ
내리자마자 얼른 율면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산성리 가는 버스도 금방 도착하여 타게 됩니다.
[대원고속 27-10번(장호원~반월성,고당~본죽,산양,산골)][환승] ※ 장호원초등학교 1210 출발
반월성삼거리 1222 - 고당3리,율면사무소1225 - 율면중고교 1227 - 본죽삼거리 1229 - 본죽리(회차) 1230 - 북두1리마을회관 1233 - 용산동 1237
본죽리와 산양리를 거쳐 산성리를 가는 노선이었는데, 산골도 경유하는 시간대입니다. 하지만 그쪽은 또 다른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산양1리에 위치한 용산동 정류장까지 타기로 했죠. 이번에 가봐야 할 동네는 산성리 산골마을이 아닌 다른 곳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ㅋㅋ
반월성을 벗어난 버스는 청미천을 건너 금방 율면에 도착하는데, 드넓은 이천시의 최남단에 위치한 율면은 이천시내에서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서인지 충청도 느낌도 들기 시작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버스편부터가 장호원에서 출발하는 노선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이천 시내로 가는 것은 하루 2~3번이 고작일 정도로 이천 생활권과는 거리가 있으며, 이천 시내보다는 무극이나 생극 같은 음성군의 중심 거점들이 더 가까운 곳이었으니 그럴 만 했습니다. 지자체간 기싸움만 있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율면도 큰 동네였다면, 이곳에도 진천, 음성 버스가 분명 들어왔을 듯 했죠.
신추리입구를 지난 버스는 본죽입구에서 드디어 우회전을 틀어 본죽리를 들어갔고, 지도로 본 것 그대로 본죽리 마을회관 앞까지 갔다가 거기서 회차하여 북두리로 빠지더군요. 본죽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도로는 2차로였으나 북두리로 접어드니 1차로 길이 등장하는데, 역시 안 쩌는 노선 찾는 게 더 빠른 이천 아니랄까봐 이 노선도 1차로 길을 잔뜩 보여줍니다. ㅋㅋ
죽이는 1차로 길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버스는 북두리를 지나 산양리에 진입하였고, 금방 안내방송에 용산동이 나오더군요. 내리면서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2시 37분이었습니다.
[도보]
용산동 1237 - 율동 1305
다음 버스는 2시간 50분 뒤에 있는 상황.
하지만 우리가 뜬금없이 이런 곳에 내린 이유는 율동으로 가서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오지노선에 대해 야박한 데가 있는 안성 아니랄까봐 율동 노선 역시 횟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석준형이 오늘의 작품을 출품하며 창작의 고통(?)이 다소 있었지만, 그나마 시도해볼 만한 시간대가 있었다는 점은 정말 고마운 일이었죠.
율동에서 버스가 오후 1시 30분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8월 말이었기 때문에 더위도 많이 꺾여 날이 생각보다 시원하기까지 해서 우리의 여정은 순조롭게 이루어졌죠. 저번주에 양평을 갔었을 때는 더워 죽을 뻔했는데 단 1주일 사이에 날씨가 확 변해버리니, 자연의 위대함과 무서움, 그리고 이런 법칙들을 만든 창조주라는 존재의 힘 등등 모두를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율동마을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양파밭이 군데군데 보였고, 우리는 오후 1시 3분이 되어 율동 버스종점에 도착하게 됩니다. 안성시에서 정류장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산뜻한 주황색으로 칠해진 모습을 한 새로운 스타일의 버스정류장이 세워져 있더군요. 이거 할 예산으로 시간대 이상한 노선들 증회나 좀 시켜주지 -ㅅ-;;
정류장 근처에 정자가 있어 우리는 거기에서 쉬게 됩니다. 햇빛이 가려서인지 그래도 시원했는데, 오후 1시 31분이 되자 드디어 버스가 도착합니다. 이로서 율동 노선도 해결이 되는군요. ㅎㅎ
출발시간을 살짝 넘겨 종점에 도착한 탓에, 버스는 우리를 태우고 바로 출발합니다.
율동 마을길은 개쩌는 1차로 길이 남아 있었지만 마을 입구로 나와 일죽까지 가는 내내 이미 왕복2차로 길이었습니다. 또한 일죽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을 한 사거리를 가만히 보니, 전에 장암리 차를 타고 나왔을 때 지나갔던 길도 보이더군요. 비록 운행횟수와 시간대가 참 좋지 않아 지금은 절대 목격할 수가 없지만, 장암리 노선이 들어가는 길도 오래간만에 복습을 하게 되었죠. 또한 율동 노선도 사실 운행횟수가 적어서 그렇지, 노선 자체는 길지 않다보니 10분 만에 일죽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백성운수 3-9번(일죽~율동)][1450]
율동 1331 - 일죽터미널 1341
일죽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1분.
이제는 30분이라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간이 남아 점심을 먹기로 하는데, 남아있는 시간도 문제였지만 일죽 시내에 생각보다 맛집이 없다보니 그냥 일죽터미널 앞 편의점에서 김밥으로 대충 떼우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식당에 가봤자 좆같은 출입명부를 적어야 하니 좋을 것이 단 하나도 없었지만요.
[백성운수 37번][환승]
일죽터미널 1410도착, 1418출발 - 죽산터미널 1428
[백성운수 17번(죽산터미널~두원대입구,죽산삼거리,열원,칠장사입구,당목리,두교리,동주원~광혜원)][환승]
죽산터미널 1430 출발 - 두현,죽산삼거리 1433 - 장계리,중동 1438 - 칠장사입구 1440 - 두교,개좌리,광선초교 1445 - 동주원 1447 - 광혜원 1449
이제 우리는 죽산에서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17번을 타고 광혜원으로 내려가기 위해, 오후 2시 10분에 도착한 37번을 타고 죽산을 향해 출발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37번이 8분 쉬고 출발했지만, 일죽에서 죽산은 10분 걸리기 때문에 우리의 여정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충청도 시승은 몇 번 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시승하면서 충청도로 슬쩍 들어가는 것은 물론, 진천으로 들어가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시승은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냥 이웃 동네 버스 타는 거지만, 그래도 이 오지노선 시승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기에 더더욱 그랬죠. 바둑과도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듯 싶더군요. ㅎㅎ
이리하여 우리는 도계를 넘어 진천으로 진입하였고, 울며 겨자먹기(?)로 광혜원에 내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음에 탈 진천 버스는 광혜원터미널에서 출발하므로 그곳으로 가야 했지만, 17번은 광혜원터미널에는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원래는 17번에서 내리면 진천 버스들은 물론 직행버스들과도 연계가 되었지만, 광혜원터미널이 외곽으로 이전을 하게 되어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구터미널은 평범한 정류장 1이 되어 있었지만, 진천 노선들도 여전히 여기를 지나가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수 있었죠. 다만 직행버스 및 일부 군내버스들은 구터미널을 지나지 않기 때문에, 17번으로 광혜원에 접근한다면 다음에 탈 노선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신터미널로의 도보가 강제될 수도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번에 타보게 될, 그리고 저로서는 처음으로 타보는 진천군내버스는 광혜원 신터미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17번에서 내려 구터미널을 잠시 보고는 신터미널을 향해 걸어가게 되었죠. 그랬더니 우리가 탈 구암리 노선은 물론, 월성리 노선도 함께 정차해 있었습니다.
두 노선 모두 광혜원에서 출발하며 하루 3번 운행하지만, 병맛같은 시간대로 인해 두 노선이 이렇게 만나는 일이 잘 없어서 사진으로도 남기게 됩니다. 또한 구암리도 그렇고 월성리도 그렇고, 시간표를 처음 보았던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채 안 되는 과거의 어느 날부터 탐이 났던 노선이었는데 그 중 하나인 구암리도 이번에 이렇게 타보게 되니 감개무량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확장당했을 것이므로 의미가 없지만, 구암리 들어가는 길이 쩔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시간표를 통해 진천여객/음성교통 노선들을 타는 방법도 대략 알게 되고, 구암리행 버스가 출발할 오후 3시 20분이 다 되어가자 우리는 구암리 행선판을 꽂은 음성교통 카운티에 카드를 대고 승차합니다. 이곳은 요금이 1400원이었는데, 수도권과 다르게 내릴 때 카드를 대면 안 되었죠(하차 기능이 없으므로 카드를 대면 1400원이 또 나갑니다).
[음성교통 광혜원~구암리(570)][1400]
광혜원터미널 1520출발 - 무수마을회관 1532
어디 가느냐는 기사아저씨의 질문이 들어왔지만 구암 간다고 대답했기에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고, 버스는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합니다. 이 당시 기준으로, 구암리 노선은 실원리 노선과 더불어 포털사이트 지도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가 가는 것을 최대한 잘 볼 수밖에 없었죠. 버스는 우리가 17번에서 내렸던 구 터미널 정류장 앞을 지나더니 로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바로 구암리 쪽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죽산보다 더 큰 것 같은 광혜원 시내를 보여주었지만, 곧 저수지를 뒤로하고 산속으로 난 길을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우리밖에 없었고, 노선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아 10분 남짓 지난 오후 3시 32분에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하였습니다.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 그대로, 길 거의 끝에 있는 무수마을회관 앞에서 회차하더군요. 무수마을회관 종점까지 전부 왕복2차로로 확장이 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도보]
무수마을회관 1532 - 소방파출소,실원리입구 1601(중간에 히치당함;;) - 덕성마을회관(작은실원) 1621
우리는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내려 다시 광혜원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버스가 다시 나올 시간 즈음해서 살짝 길 옆으로 숨었습니다. 사실 진천, 그리고 음성은 노선들이 대체로 복잡하고 어려운 편인데, 정류장이면 정류장 노선 안내면 노선 안내 그 모두가 너무나도 부실하기까지 하여 버스를 잘못 타는 승객들이 많고,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있기 때문에(말이 안 통하니 답답해서 소리 지르게 되어 있죠. 이런 걸 보고 세상 사람들은 불친절이라고도 이야기 하는 겁니다. -ㅅ-;;) 기사아저씨들 입장에선 짜증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눈에 띄여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겁니다.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건 이웃한 백성운수와 같은 듯 아까 광혜원에서 차 탈 때 어디 가냐고 물어봤던 것도 사실 어떻게 보면 불쾌한 일이었지만(분명히 행선판 보고 탄 건데, 멀쩡한 우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답답한 사람 취급을 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적당히 대거리만 하고 그냥 넘어간 이유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광혜원에서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할 실원리 노선을 타기 위해 다시 광혜원 쪽으로 걸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작은실원까지 생각보다 먼 거리였지만, 그래도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우리 옆에 멈춰서더군요. 이건 또 뭔가 싶어 차 안을 보니 어르신이 한 명 있었는데, 어디 가냐는 질문을 하기에 광혜원이라고 했더니 태워 주겠다고 하시네요. 세상이 참 흉흉해지다보니 그렇게 안 잡히는 히치가 더욱 안 잡히는 현실인데, 오히려 태워 주겠다는 요청을 받게 되니 뭔가 떨떠름하긴 했지만 우리는 차에 올라타게 되었죠.
우리는 소방서에 내린다고 말씀을 드렸고, 차를 탄 지 단 5분도 안 된 오후 4시 1분에 소방서에 내리게 됩니다. 만난지 5분도 안 되어 많은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어르신께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히치 덕분에 실원리도 무사히 잡을 수 있었으니 더더욱 말이죠. ㅎㅎ
고마운 자동차 덕분에 도보거리가 엄청나게 단축되어버렸고, 우리는 오후 4시 20분에 작은실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실원리 노선이 두 골짜기인데, 석준형이 작은실원을 먼저 간다는 걸 알아낸 사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었던 겁니다. 당시에는 무리수를 시도하여 겨우 알아낸 사실이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잘 왔으니 아까 어르신뿐만 아니라 석준형에게도 참 고마운 일이었지요. 당시에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어려움 모두 이해가 갈 수밖에 없어서 더더욱 그랬습니다. 실원리는 광혜원에서 오전 7시 50분, 오전 9시 20분, 그리고 오후 4시 30분 이렇게 하루 3번뿐으로, 운행횟수 및 시간대가 매우 좋지 않아 타기가 어려운 노선이었으니 말이죠...
그늘 없이 온통 햇빛만 들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버스 올 때까지 앉아 있을 곳은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더군요. 사실 따지고보면 감사해야 할 일만도 산더미이건만 생각외로 그걸 깨달을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게, 그리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더 이상해지지 않았나도 생각해보게 되었죠.
오후 4시 30분이 되어 우리는 버스를 타기 위해 슬슬 준비를 하였고, 5분 뒤에 바로 버스가 옵니다. 버스 안에는 기사아저씨 말고는 아무도 없더군요. 큰실원에서 타는 사람이 없다면, 아까 구암리마냥 또 우리 둘만 버스 안에 있을 각이었습니다. -ㅅ-;;
[음성교통 광혜원~실원리(580)][1400] ※ 광혜원터미널 1630 출발
덕성마을회관(작은실원)1635 - 큰실원 1638도착, 1640출발 - 광혜원 1646
어쨌거나 구암리와 실원리를 모두 타보게 된 것에 우리는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하게 됩니다. 저는 정말 타기 어려운 이 두 노선을 타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석준형은 계획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죠. ㅋㅋ
이번 버스는 운전스타일이 꽤 스피디한 편이었는데, 웬일인지 너무 느려진 수도권 버스들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좁은 길이 나와도 커브가 나와도 정말 거침없이 너무 잘 달리다보니 뒷자리에 앉은 제가 다 정신이 없을 정도였죠. 이 덕분에 큰실원은 버스 탄 지 단 3분만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오후 4시 40분에 출발하는지 잠시 정차했다가 다시 광혜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버스가 워낙 잘 달려주다보니 큰실원을 출발한 지 단 6분만인 오후 4시 46분에 우리는 광혜원터미널에 다시 내릴 수 있었습니다. 터미널 안은 편의점도 있고 에어컨도 있어 참 시원했으며, 우리는 편의점에서 목도 축이고 마실 것도 챙기게 되었죠. 드디어 오늘 작품의 또다른 핵심 포인트인 칠장사를 탈 차례였으니까요.
[도보]
광혜원터미널 1648 - 도계 1714 - 칠장사 1810
너네 지금 진천 광혜원에 있으면서, 안성 칠장사를 이야기하는 건 뭐냐?
싶은 분들도 있었을 테지만, 바로 이것이 시승기 제목에도 써있는 역발상이었습니다. 칠장사는 죽산에서 버스가 가는 곳이었으며 칠장사나 죽산이나 둘다 안성에 속해 있는 곳이지만, 칠장사를 꼭 안성 쪽에서만 가야 된다는 법은 없었던 겁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광혜원터미널을 나와 칠장사를 향해 걸어가게 됩니다. 택시를 타도 상관없었지만(죽산에서 택시 타는 것보다 싸게 먹힐 겁니다), 버스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어 굳이 돈을 써야 할 이유도 없었고, 이 기회에 저도 운동 좀 해보는 거였으니까요.
또한 걸어가면서 생각해보니, 도계도 걸어서 지나가게 되더군요. 칠장사 이걸 타겠다고 죽산이 아닌 광혜원에서부터 도계를 넘어 걸어가는 우리도 참 별난 놈들이다 싶지만, 현실은 다들 "우와 17번이 충청북도 들어가는 버스네~!" 하고만 있을 것이 뻔한지라, 이렇게 안성 쪽으로 다시 걸어서 돌아오는 건 우리가 최초로 시도해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우~ 혁님~!! ㅋㅋ
하다하다 이젠 광혜원에서 걸어서 경기도로 들어오는 짓까지 하다니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승이지만, 어쩔 수 있습니까. 버스 자체가 생각보다 예외들이 많아 일반화가 어렵고 자만할 수가 없으며(노선들이며 정류장들이 영원 불멸인가요 여러분?), 타다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경로들이 생기는 것을요. 이미 가봤던 곳들도 다시 가보게 되는 일까지 생기니 이건 뭐 ㅋㅋ
도계를 넘자마자 두교,개좌리 정류장이 다시 나왔고, 광선초등학교로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도 보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광선초등학교 쪽으로 걸어들어가게 되었고, 곧 아름다운 저수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칠장리까지는 버스가 없었지만, 정말 오늘 이렇게 걸어오지 않았으면 지나가보지도 못했을 길이라 걷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장사는 어려운 노선이기 때문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원거리 도보라면 이렇게 가는 게 나았던 것이죠.
중간에 실수가 있었긴 했지만 슬슬 걸어가니 드디어 오후 6시 1분에 칠장사 등산안내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칠장리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는데, 칠장사를 딱 1km 남겨둔 지점부터 갑자기 급경사 고갯길이 시작되는 겁니다. 지도로 보면 칠장사 가는 길에 산들이 있던데, 어쩐지 경사진 길이 왜 안 나오나 했습니다. -ㅅ-;;
그래도 이번에는 1km 정도만 고생하면 되니 저번주 양평보다는 상황이 매우 나았죠. 그걸 생각하며 고개를 넘으니 드디어 칠장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1시간 22분밖에 안 걸렸더군요.
결국 우리는 정말 가기 어려운 칠장사 버스종점도 이렇게 가보는 데 성공합니다. 기왕이면 칠장사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버스 시간이 1시간도 남지 않았고, 1시간 넘게 계속 걷다보니 더워서 갔다올 마음도 안 나더군요. -ㅅ-;;
정류장에서 쉬고 있으니 어느덧 버스가 올 시간이 다 되어갔고, 드디어 버스가 오는 것을 봅니다. ㅋㅋ
[백성운수 3-2번(죽산~칠장사)][1450]
칠장사 1845도착, 1900출발 - 극락 1904 - 한겨레중고교 1906 - 칠장사입구 1907 - 열원 1912 - 두현,죽산삼거리 1913 - 죽산터미널 1915
버스는 오후 7시가 되자 바로 출발하였고,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단숨에 내려와 버리고 죽산으로 향합니다. 길은 왕복2차로였지만, 아주 빡센 노선이기에 사진으로 남길 가치는 충분히 있었죠. 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깨알같은 1차로는 안비밀이지만요. ㅎㅎ
이제 슬슬 귀갓길에 올라야 하는데, 백암으로 가자니 시간이 맞는 것이 없었고(백암에서 10번을 타는 건 병적으로 싫어하는지라 -ㅅ-;;), 배차간격이 좆같이 긴 수인분당선과의 사투도 벌여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평택을 거쳐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죽산에 오니 오후 7시 15분이었는데, 어플을 보니 오우~! 이번에는 평택으로 가는 370번이 3분 후 도착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노선만 길지 매번 도움이 안 되던 370번이 이번에는 제대로 도움이 되는 순간입니다. ㅋㅋ 시승기에 매번 도움이 안 된다고 적어놔서 뿔 났었나 보다
[백성운수 370번][환승]
죽산터미널 1918 - 용두리 1922 - 삼죽 1924 - 동아방송예술대학 1927 - 상삼리 1932 - 안성터미널 1939 - 봉산로터리 1941 - 서인사거리 1944 - 한경대 1946 - 중앙대입구 1955 - 대림동산 1959 - 공도금호어울림아파트 2004 - 평택대 2014 - 평택터미널 2022
평택에 도착한 우리는 우동으로 식사를 하고, 오후 9시에 도착한 광운대행 열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타보기 어려운 죽산 및 일죽 노선은 물론, 진천 노선들에 이은 역발상까지 정말 오늘도 환상적인 하루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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