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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행문/2018년~2019년

2018년 5월 3일 - 바람 쐴 겸 떠나보는 전곡항 1004-1번 막차 시승기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9. 10.

※ 123번이 오이도역을 경유하기 전이며, 태화상운이 경원여객에 인수되기 전의 시승기입니다. 이외에도 2021년 9월 현재와는 차이가 있는 점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2021년 9월 현재에도, 수원역에 가면 전곡항을 가는 유일한 노선버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제부여객에서 운행하는 1004-1번 좌석버스죠.

 

이 노선은 2017년 6월 19일 이전에는 3시간 간격 정도로 하루 6번 운행하다가 2017년 6월 19일 이후부터는 하루 5번 운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나무위키의 시간표대로 운행중입니다), 운행간격이 매우 길기 때문에 시간표를 보고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1004-1번은 의외로 버스여행에 있어서 생각보다 쓸만한데, 이걸 타면 대부도 123번의 종점인 탄도에 내릴 수 있다는 점 하나로도 가치는 그렇게 낮진 않습니다. 123번은 대부도 그리고 시화방조제를 신나게 달려주는 노선이므로, 대부도와 연계하여 버스 투어가 가능함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또한 이 당시 1004-1번의 막차가 수원역에서 오후 8시 40분에 출발했기 때문에 이걸 타고 탄도에 내리면 태화상운 123번 오후 10시 막차는 무조건 탈 수 있었기도 합니다.

 

오늘은 안산에서 흥안님과 만나 맛있게 식사를 한 뒤,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이 1004-1번 막차 시승을 하기로 하고 저렴한 11번을 타고 수원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제 기준에서는 사실 1004-1번은 연결하기 위해 타는 차편에 불과했지만 1004-1번 막차를 머리 식힐 겸 바람을 쐬고 싶어질 때마다 종종 애용했기도 해서, 사실 오늘의 시승은 시승도 아니지만 흥안님을 위해 기획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123번 막차가 안산역에 오면 오후 11시 될테지만 귀갓길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임도 역시 알고 있었고, 흥안님 입장에서도 서울 심야버스를 타볼 수 있는 기회도 가져볼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기니 여러모로 괜찮은 조건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저렴한 11번을 타고 수원역으로 이동하게 되었으며, 때마침 11번과 1004-1번은 똑같이 수원역 북측정류장(수원역,노보텔수원)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정말 힘들이지 않고 환승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오늘은 출발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수원역 환승센터도 잠깐 갔다와 보았죠. 1004-1번은 수원역 환승센터를 찍고는 수원역 북측정류장으로 내려와 출발시간을 맞추기 때문에, 출발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가있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찍어본 6-3번 마을버스.

 

 

수원역 건물 2층으로 올라간 다음 일반열차 승강장으로 가는 곳을 지나 쭉 직진하면 나오는 수원역 환승센터. 정류장들이 원형으로 배치가 되어 있었고 각 승차홈마다 서는 노선들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 환승센터 때문에 많은 노선들의 운행경로가 변경이 되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방향 안내도 해주고 있고 버스 어플이 있는 시대이기도 해서 천천히 정착이 되고 있는 눈치더군요. 물론 현재 위치에 지어진 환승센터가 수원역 버스 관련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아니긴 했지만 수원역 주변에는 이미 다른 건물들이며 도로들이 많이 있어서 환승센터를 지을 공간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되었고, 수원역을 경유하는 버스노선들은 90여개나 되기 때문에 어떤 방안을 내놓았더라도 2차 문제는 발생했을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비판만 하기엔 맞지 않을 부분도 있는 듯 합니다.

 

버스 출발시간에 맞춰 다시 북측정류장으로 와보니 1004-1번이 때마침 정류장에 들어오고 있었고 우리는 환승할인을 받으며 승차했습니다. 버스는 오후 8시 40분에 수원역을 출발하여 남양을 향해 가기 시작했죠.

 

 

▲ 오늘의 1004-1번 막차. LED와의 교감이 실패한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 이 당시의 1004, 1004-1번 시간표. 전곡항 0500, 0750, 1120, 1520, 1910이었고 수원역 0615, 0920, 1250, 1650, 2040 이었죠.

 

 

이 버스는 1004번에서 갈라져 나온 노선답게 수원역에서 사강까지는 1004번과 100% 같은 경로로 운행하는 특징이 있는데, 그런 만큼 수원역 출발 이후 비봉을 들르지 않고 남양으로 바로 가게 됩니다. 남양까지는 25분, 사강까지는 40분 잡으면 되는 수준인데 오늘은 사강에 도착하니 오후 9시 23분이 되었습니다. 이러면 탄도에 제 시간에 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원래 그럴 생각이었지만) 우리는 계속 이 버스에 타고 있게 됩니다. 서신 가는 줄 알고 잘못 타는 사람이 있지만 제부여객 기사아저씨들은 친절한 편이어서 어떻게든 해결은 된다는 것도 그대로였구요. 하지만 1004-1번 막차는 전곡항에 도착하면 그걸로 하루 운행을 마치기 때문에 수원역으로는 다시 가지 않으니, 잘못 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강을 지났다면, 이제 무조건 성공해야만 하는 여정이 됩니다. 1004-1번이 육일1리를 지나갈 무렵에 그쪽에서 사강으로 돌아가는 버스 막차가 금방 맞은편으로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탄도에 무조건 갈 수밖에는 없고, 탄도에서 오후 10시 막차를 못 타면 역시 거기에서도 빠져나올 방법은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강을 출발한 이후 서신 가는 다른 버스들처럼 가다가 육일1리,육교동 정류장을 지나 우회전하는 버스. 이 길로 들어간 이후로는 육일1리 주유소를 지난 다음부터는 길에 가로등이 없어 불빛이라고는 버스 전조등만 있게 되는데, 이런 길을 이 시간에 걸어나가자면 답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정말 스릴넘치는 막차 시승이라 생각하고 있지요.

 

사강을 떠난 버스 안에는 승객이 우리 이외에 3명 정도가 있었지만 가는 동안 칠곡리 이런데서 다 내려버리고 우리밖에 남지 않은 상황. 이번에는 다행히도 어디 가냐는 기사아저씨의 질문이 없었고 우리는 기회를 봐서 탄도 간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디 가냐는 질문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한 이유는 다른 데 있는데, 기사아저씨마다 다르지만 전곡삼거리 바로 전에 교차로 다와갈 때쯤 어디 가냐고 묻는 경우가 있어서입니다. 이때 전곡삼거리 손님이 없다면, 그쪽은 들르지 않고 바로 우회전을 하여 램프를 타고 전곡항 쪽으로 가 버리게 되죠...

 

※ 기사아저씨가 묻지 않는다면 막차여도 전곡삼거리를 지나갈 확률은 높지만, 100%는 아닙니다. 그리고 묻지 않았을 경우라도, 전곡항 방향은 탄도를 손님 있을 때만 가기 때문에 탄도 간다고 기사아저씨께 말씀은 드려야 됩니다(수원역 방향은 무조건 들르죠). 그렇지 않으면 전곡항으로 끌려들어가게 되고 20분 가까이의 도보가 확정이 되는데, 막차에서 말씀 안 드렸다가 전곡항으로 걍 끌려들어간다면 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버스는 전곡산업단지를 당연하다는 듯 들어가지 않았고 잘 닦인 큰 도로 따라 탄도까지 쭉쭉 달려주었습니다. 전곡산업단지는 수원역 방향이 아닌 한, 거기 가겠다는 사람이 있다거나 본인이 총대를 맨다거나 하지 않으면 못 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수준이라 신경쓰이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1004-1번 막차로 탄도에 갈 때 전곡산업단지는 딱 한번, 그것도 용케 간다는 사람이 있어서 들어가봤을 정도이니 말 다했죠. 오히려 버스가 전곡리쯤 가면 승객은 1~2명 있을까 말까이기 때문에, 탄도 간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은 기사아저씨 눈에 띄일 확률이 매우 높지만 "이야~ 오늘은 탄도 손님이 다 있네?" 라는... 정말 많은 의미가 있는 그런 반응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할 지경입니다.

 

탄도항으로 간다고 말씀을 드려놨기 때문에, 버스는 전곡항입구에서 바로 직진하여 탄도쪽으로 갔고 오후 9시 44분이 되어 우리는 탄도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역시 지나다니는 차는 거의 없이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 우리를 내려주고 떠나는 1004-1번입니다.

 

▲ 여기를 나가는 버스는 123번 오후 10시 막차 딱 하나 남아있었던 상황입니다.

 

▲ 탄도 종점 버스정류장. 123번만 여길 이용하죠. (2021년 9월 기준으로는 737번도 포함됩니다. -ㅅ- ㅋ)

 

▲ 공중전화가 사라져가는 요즘, 이곳 탄도 버스종점에 공중전화가 설치된 것은 많이 의외였습니다. 예전에는 분명 없었던 것인데 말이죠. 하지만 저 공중전화기는 티머니 사용도 가능하다는...

 

▲ 멀어져가는 탄도 종점. 이제는 살았습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차가 고장만 안 난다면요. ㅋㅋ

 

 

차도 거의 안 지나다니는 탄도 종점이었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드디어 오후 10시가 가까워 오자 123번 막차가 모습을 드러내어 승차했습니다. 카드를 대니 당연히 환승처리가 되었지만, 여기는 다른 노선도 다니기는 하는 장소여서 환승 찍더라도 아무 일 없으니 우리는 유유히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죠. 역시나 기사아저씨께서는 별 반응도 없었습니다.

 

2015년 1월부터는 2~3분씩 조발을 하는 참 이상한 버릇이 들어버린 123번이지만, 우리가 탄 차는 오후 10시에 정확히 출발했고 누가 태화상운 아니랄까봐 엄청난 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신나는 레이싱의 시간만이 남은 것인데, 원래는 안산역에서 탄도 종점까지 1시간 걸리지만 막차는 50분만에 주파하는 경우가 있으니(구라같이 들리겠지만, 탄도 막차로 몇 번 겪었던 실화입니다...;;;;) 흥안님도 실컷 즐겨보시랑께료 ㅎㅎ 

 

버스는 대부동 주민센터까지 12분이 걸렸으며 시화방조제에서는 시속 110km로 열심히 달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안산역에 도착해보니 오후 10시 51분. 역시 스피드를 느끼고 싶다면 막차를 타고 대부도에서 나오는 게 진리인 겁니다. 

 

 

저는 61번을 타고, 흥안님은 전철을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되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마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시승에 놀라고, 막차가 제 말대로 안산역까지 정말 50분밖에 안 걸린 걸 보고 놀라고... 흥안님은 최소 두 번은 놀랐을 듯 하군요. 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