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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2년~2023년

2023년 6월 10일 - 더위와 물벼락, 높새바람을 모두 만난 강원도 인제 버스 여행기(Feat. 양양과 강원여객, 구룡령의 향기를 맡다)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6. 30.

오래간만에 인제를 가기로 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저는 오전 6시 50분에 출발하는 속초행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 죽산에서 이곳 안산까지 2시간이라는 충격적인 기억을 남겨준 노선인데, 그것도 다 추억이네요. ㅎㅎ

 

▲ 정말 간만에 타는 속초행 직행버스. 홍천에서 석준형과 타~임형을 만나 속초로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ㅎㅎ



[금강고속 안산~홍천,신남,인제,원통,백담사~속초][11800]
안산터미널 0650 출발 - 홍천터미널 0842

우등으로 도배질이 되다시피한 시외버스의 현실에서 이 노선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지금 타는 시간대는 천만 다행히도 일반이었습니다. 하루 3번 중 지금 첫차만이 일반이었지만 어쨌거나 다행은 다행이었죠. 홍천까지는 2시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되었기에 버스 안으로 들어간 저는 잠을 잡니다. 일찍 일어나느라 부족한 잠은, 가면서 보충하면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쓸만한 스킬입니다.

눈을 떠보니 버스는 홍천IC를 향해 정말 잘 달리고 있었고, 홍천터미널에 도착하니 오전 8시 42분입니다. 요즘은 수도권에서 주말에 어디 가려면 정말 안 밀리는 도로가 없을 지경인데, 소요시간을 보니 정말 하늘에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고속도로가 전혀 밀리지 않았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죠.

석준형은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탔을 텐데, 어디쯤 왔는지 톡을 해보니 남양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정말 밀린다고 하는데(아니 벌써????), 그놈의 서울양양고속도로는 한 번이라도 좀 멀쩡한 날이 없는지 정말 신물날 지경입니다. 마석순환버스를 타러 갔었을 때, 잠실역에서 8002번 대신 M2316번을 타고 갔었을 정도로 악명높았던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은 2023년 6월 현재도 변한 게 없네요. -ㅅ-;;

시간은 어느덧 오전 9시 10분을 향해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다는 석준형의 연락이 오고야 맙니다. 그래서 저는 석준형의 표까지 함께 끊고 기다리게 됩니다. 현리 가는 직행버스를 타고 상남으로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홍천에서 상남까지 7600원인데, 오전 11시 15분까지 상남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이 버스를 타는 것으로 계획할 수밖에 없었던 석준형의 마음도 읽히더군요. -ㅅ-;;;

초조한 시간은 흘러흘러 오전 9시 25분.
현리행 버스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천만 다행히도 석준형이 제 앞으로 나타납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성사된 형제의 만남이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런데 시간이 오전 9시 30분을 지나 9시 40분을 향해가고 있는데도 승차홈에 보이는 버스들의 행선지는 동서울, 수원 등 엉뚱한 곳들뿐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갸우뚱하고 있는데, 금강고속 직원 한 명이 우리에게 행선지를 묻더군요. 그런데 상남이라고 대답했더니, 버스가 교통체증 때문에 늦게 도착할 거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 -ㅅ-;;;

알고보니 우리가 타려는 직행버스도 사실 동서울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라, 그 서울양양고속도로의 교통체증에 휘말려 홍천에 아직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걸 알게 된 석준형이 이럴 줄 알았으면 걍 동서울에서 타고 상남까지 바로 갈걸 그랬다고 하는데, 홍천에서 환승해서 가나 동서울에서 그냥 쭉 타고 오나 요금마저 똑같아서 결국 그게 그거더군요. -ㅅ-;;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니 어쩔 수 있나요.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요. 오전 10시 이후에 버스가 도착한다면 상남에서의 일정에도 영향이 가는데, 정말 강원도는 자동차들 때문에라도 가기가 쉽지 않네요. -ㅅ-;; 그렇다. 자동차가 시승의 적인 동네는 강화도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하늘이 도왔는지 오전 9시 52분이 되자 현리행 버스가 승차홈에 들어옵니다. 제 시간보다 22분이나 늦었지만 어쨌든 도착은 했습니다. ㅋㅋ
 
 

▲ 정말 극적으로 와준 현리행 직행버스. 이제는 상남으로 얼른 ㄱㄱ하도록 합니다.

 

[금강고속 동서울~홍천,성산,철정,화상대,내촌,와야리,미다리,고석평,상남,하남,덕다리~현리][7600]  ※ 동서울터미널 0815 출발
홍천터미널 0952 도착, 0955 출발 - 동홍천IC(무정차) 1006 - 성산 1009 - 철정 1011 - 화상대 1017 - 답풍리부대앞 1019 - 내촌 1022 - 와야리,와야삼거리 1027 - 미다리 1036 - 고석평 1042 - 상남 1044

우리 외에도 타는 사람이 5명이나 더 있었고, 버스는 오전 9시 55분에 드디어 홍천터미널을 출발합니다. 경로를 보니 철정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내촌을 찍고 상남으로 가는데, 자포대입구를 지나가더군요. 우리가 그곳에서 오후 7시에 막차를 타고 홍천으로 나왔을 때 지나갔던 길을 이번에는 오전에 반대 방향으로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철정리에서 우회전하여 내촌을 향해 달리던 버스는 답풍리에서 할머니 한 분을 내려주느라 잠시 정차합니다. 원래는 직행버스가 답풍리에 서지 않지만, 화상대에 내리든 내촌에서 내리든 할머니 기준에서는 걸어가기 정말 먼 거리였기 때문에 기사아저씨께서 특별히 세워주셨던 겁니다. 기사아저씨의 인심이 돋보이는 정말 훈훈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걸 본 저는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제는 이런 곳들에 직행버스도 전부 정차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것이었죠. 솔직히 군내버스도 그렇게 잘 다니지 않는데다, 서울행 시외버스의 영광은 과거에 비해 빛이 바래고 있었기에 이런 곳에서도 손님 있으면 태우는 게 손님이나 버스회사나 둘 다 좋았던 것이죠. 어차피 여기는 인구도 적으니, 시외버스가 전 정류장 정차를 하더라도 소요시간에서 크게 손해를 보는 일은 없기도 하구요.
 
버스는 우리가 자포대 노선을 탔던 날의 모습을 보여주며 상남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오전 10시 44분에 드디어 상남에 도착합니다. 길이 덜 막힐만한 날을 골랐음에도 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ㅅ-;; 상남이 상남자의 동네라서 그렇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상남에는 무사히 도착했으니 그걸로도 다행이었지만요.
 
 

▲ 상남에서 다시 한번 찍어보는 현리행 직행버스. 현리까지 대단한 속력으로 날아갈 듯 싶네요. -ㅅ-;;;

 

우리는 다시 한번 상남면사무소 앞의 하늘내린마을버스 대기실 앞으로 이동했고, 오전 11시 15분에 출발하는 왜골입구행 버스를 탑니다.
 
 

▲ 상남 버스 시간표. 현리방향 시간 배치가 참 냐잉합니다. 오후 12시 40분과 50분이라니 -ㅅ-;;;

 

▲ 인제군내버스 시간표.

 

▲ 상남면 하늘내린마을버스 시간표. 이번 왜골입구 노선을 끝으로 상남면 하늘내린마을버스는 끝납니다.

 

▲ 이번에는 과연 어떤 차량이 갈까요?

 

[하늘내린마을버스 상남면사무소~(→하남3리,곤충바이오센터,응봉1단지,)하남초교~왜골입구][900]
상남면사무소 1116 출발 - 하남3리마을회관(회차) 1123 도착, 1125 출발 - 곤충바이오센터입구 1127 - 곤충바이오센터(회차) 1129 - 곤충바이오센터입구 1130 - 응봉1단지 1132 - 하남2리,하남초교 1134 - 하남1리,왜골입구 1136

왜골입구는 상남에서 현리로 가는 길에 있는 정류장이었지만, 누가 버스에 진심인 인제군 아니랄까봐 여기에도 ㅓ형으로 들어가는 경유지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둘만을 태우고 현리 쪽으로 달리던 버스는 후평교에 이르러 우회전을 하여 하남3리 마을회관을 들어갑니다. 여기는 ㅓ형구간이 짧았지만 나름 1차로가 볼만하더군요.
 
 

▲ 여기가 바로 래프팅으로 유명한 내린천...이지만, 날이 더워 물이 말라 있습니다. -ㅅ-;;;

 

▲ 하남3리로 들어가는 개쩌는 길. ㅋㅋ

 

▲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하남3리 마을회관. 여기도 버스가 들어갑니다. 키아 ㅋㅋ

 
 
이번에는 곤충바이오센터를 갈 차례.
다시 후평교 쪽으로 나오던 버스가 우회전을 하여 바이오센터도 잘 들어가줍니다. 여기는 거의 2km가량 들어가는 듯했는데, 길에 오르막도 있다보니 관람객 기준으로는 걸어들어오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바이오센터 건물 바로 앞에서 버스가 회차하는데, 센터 자체는 크게 잘 지어져 있었고 주변 풍경도 괜찮더군요. 여러모로 위치가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ㅅ-;; 모름지기 박물관은 사람들이 많이 와야 의미가 있는데, 그런 시설을 이런 엉뚱한 곳에 지어놓은 걸 보면 사실 전시행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 (2장 모두) 곤충바이오센터로 들어가는 길. 오르막까지 있더군요. -ㅅ-;;;

 

▲ 곤충바이오센터 바로 앞에서 버스가 회차합니다.

 
 
바이오센터를 나온 버스는 카카오맵에 나온 것과 달리 후평교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바이오센터 입구에서 우회전을 해버렸고, 응봉1단지로 바로 직행합니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1차로 길도 만나게 되었죠. ㅋㅋ
 
 

▲ 카카오맵에는 나오지 않는 경로를 버스는 달리고 있습니다. 1차로가 쩝니다. ㅋㅋ

 

▲ 상남면 하늘내린마을버스(왜골입구) 노선 운행경로도.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나온 것과 다르게, 곤충바이오센터에서 응봉1단지로 바로 질러갑니다.



응봉1단지를 나온 버스는 다시 현리 가는 왕복2차로 도로로 합류했고, 우리는 직행버스가 정차하는 하남초등학교를 지나 종점인 왜골입구까지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왜골입구에서 현리터미널까지 걸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버스는 오전 11시 36분이 되어 왜골입구에 우리를 내려주고 회차를 합니다.
 
 

▲ 왜골입구에 도착하여 회차중인 버스. 상남에서 현리로 가는 길가입니다.

 

▲ 회차를 마치고 대기중인 버스.

 
 
[도보]
왜골입구 1136 - 현리터미널 1247

버스에서 내려보니 현리 방향으로는 다리가 놓여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우리는 지체없이 바로 현리터미널까지 걷게 되었습니다.
 
 

▲ 웬일인지 흙탕물이 되어 흐르고 있던 내린천.

 

사실 여기는 상남에서 현리로 가는 노선버스들이 지나다니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왜 우리가 굳이 멀쩡히 다니는 버스를 놔두고 현리터미널까지 걸어서 가는지 이상하게 생각할 분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갑자기 걷기 운동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런가?

우리의 다음 목표는 현리에서 오후 1시에 있는 귀둔 노선인데, 용수골과 곰배골도 가는 시간대이기 때문에 꼭 타야 했습니다. 그런데 상남에서 현리로 가는 군내버스는 우리가 하남3리와 곤충바이오센터를 찍는 동안 먼저 현리로 가버렸고, 다음 버스는 직행버스였지만 이것도 동서울에서부터 오는 것이다보니 하남초등학교에는 언제 도착할 지 도무지 장담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까 석준형이 홍천에 왔을 때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막히고 있었는데, 지금은 교통체증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풀렸을 리가 없기 때문이죠. 결국 오후 1시까지 현리터미널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도보밖에 없었던 겁니다. 역시 상남은 상남자의 동네다

또한, 버스회사들이 배차를 잘 하는 건 아니구나를 (이전에도 여러 번 느껴왔지만) 이번에도 다시 한번 또 느끼게도 되었죠. 아무리 여건이 어려워졌다 하더라도 버스 운행 시간대가 너무 붙어 있거나 떨어져 있지 않도록 자기네들 노선 관리는 똑바로 해야 할텐데, 그런 건 하지도 않으면서 어렵다 어렵다 운운하는 회사들은 참 꼴불견이 따로 없습니다. -ㅅ-;;
 
 

▲ 걸어가는 길에 만난 현리발 동서울행 직행버스.

 
 
날이 참 덥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산과 강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경도 봐가며 현리터미널까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고, 오후 12시 47분이 되어 현리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귀둔 버스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참 다행이었죠. 날이 참 더워서 땀투성이가 된 탓에, 마실 것이 필요했던 겁니다.
 
 

▲ 결국 제 시간에 도착하게 된 현리터미널. 오우~ 혁님~! ㅋㅋ

 

편의점에 들어가 수분 보충을 끝낸 우리는 오후 1시에 출발하는 귀둔행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 곰배골밖에 안 꽂혀있어 불안하지만, 어쨌든 귀둔 노선을 탑니다.



[대한교통 현리~서리,북3리,인제스피디움,중답,상답,귀둔리→용수골,곰배골→귀둔리 이하 역순][900]
현리터미널 1300 출발 - 서리승강장 1307 - 서리입구,하죽천교 1310 - 북3리 1313 - 하답 1314 - 인제스피디움 1317 - 중답 1319 - 상답 1321 - 고석골 1322 - 귀둔 1327 - 용수골(회차) 1332 - 곰배골(회차) 1342 - 귀둔 1348

판대기가 곰배골만 꽂혀있어 불안하지만, 어쨌든 버스는 우리 외에 할머니 세 분을 더 태우고 출발하였습니다. 곰배골과 용수골 모두 귀둔 종점에서도 멀었고 다음 버스 시간의 문제도 있었기에, 석준형은 미리 기사아저씨께 말씀을 드리게 됩니다. 기사아저씨는 의외로 젊은 분이었는데, 석준형의 말에 크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를 하더군요. 인제 쪽으로 가던 버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좌회전을 하는데, 이번 시간에도 서리를 경유합니다. 이 덕분에 저번과는 반대 방향으로도 서리를 지나가보게 됩니다. ㅋㅋ
 
 

▲ 아늑한 모습이었던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서리 버스정류장.

 

▲ 인제로 가는 길과 합류하면서 만난 소양강.

 

서리를 나온 버스는 다시 인제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들, 그리고 소양강이 빚어내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저번에 왔을 때와 달리 강이 얼지 않고 잘 흐르고 있는데다, 나무들도 초록빛이라 정말 볼 맛이 나더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하답에서 우회전을 하여 산 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인제스피디움을 찍고 중답을 경유하는데, 중답을 경유하는 노선들만 이 길로 다닌다고 합니다.
 
 

▲ 인제스피디움 근처입니다. 여기에서 내리는 분이 있어 버스가 정차하는 도중 찍게 되었습니다.

 
 
중답을 지나니 상답이었고, 곧 귀둔리가 나옵니다. 의외로 초등학교도 있고 식당도 몇 군데 보였으며, 농협 출장소까지 있었습니다. 완전 산 속 오지인 곳인데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 누가 귀둔리 가는 길 아니랄까봐, 길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온통 산뿐이었습니다.

 

▲ 시골 초등학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둔초등학교.

 

▲ 바로 근처에 농협이 있었던 귀둔리 정류장. 귀둔까지만 갈 때는 여기에서 회차합니다.

 

원래는 버스가 이곳 농협 앞까지만 운행하지만, 이번 시간대의 버스는 용수골과 곰배골을 경유하기 때문에 안으로 더 들어갑니다. 먼저 용수골부터 경유하는데, 길은 전부 왕복2차로였지만 귀둔에서도 많이 들어가더군요. 카카오맵에 나온 종점에서 버스가 회차하였고 여기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내립니다.
 
 

▲ (2장 모두)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귀둔리 용수골 버스 회차지.

 
 
회차를 마친 버스는 곧바로 곰배골도 찍고 나오는데, 여기는 회차지가 등산로 입구인지 관광버스 차량들이 4대 가량이나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라도 사람들이 이 곳에 찾아온다면 나쁠 것은 없겠다 싶더군요.
 
 

▲ 귀둔으로 나오던 버스는 여기서 좌회전을 하여 곰배골을 갑니다. ㅋㅋ

 

▲ (2장 모두) 곰배골 버스 회차지. 의외로 관광버스가 4대나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 곰배골 회차지에도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곰배골 입구에서 사람 한 명을 태운 버스는 귀둔 종점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바로 벨을 눌러 하차합니다. 용수골과 곰배골이라는 추가 경유지가 있었지만, 귀둔에서 시간을 맞춰 가는 특징이 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버스 역시 우리가 정류장에 눌러앉아있든 말든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출발시간이 되자마자 다시 출발해 버렸죠.
 
 

▲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 용수골과 곰배골로 연장 운행하더라도, 시간은 귀둔리에서 맞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정말 깊은 산골마을이지만, 의외로 농협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여기도 버스 시간대가 몰려있더군요. 오후 2시가 되자 예정에도 없던 버스가 한 대 들어오는데, 인제 가는 버스였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타게 될 포사 경유 현리행 버스는 오후 2시 30분에 있었는데, 아무리 목적지가 다르다지만 이런 동네에서 이렇게까지 차가 몰려 다녀도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ㅅ-;;;
 
 

▲ (2장 모두) 귀둔리 버스 시간표. 버스번호는 카카오맵에 나오는 노선번호로 적혀 있더군요.

 

▲ 오후 2시 30분이 안 됐는데 갑자기 나타난 버스. 알고보니 인제로 가는 차였더군요. -ㅅ-;;;

 

▲ 드디어 나타난 현리행 버스. 포사를 들러 현리로 갑니다.



[대한교통 인제터미널~리빙스턴교,덕산리,덕적리,가리산리,필례약수,귀둔,상답,포사,진다리~현리][900] ※ 인제터미널 1330 출발
귀둔(회차) 1429 - 고석골 1432 - 포사 1437 - 멱골6교 1440 - 진다리 1442 - 현리터미널 1445

어쨌거나 우리는 오후 2시 29분에 도착한 포사 경유 현리행 버스에 900원씩 내고 승차합니다. 환승할인도 받을 수 있었지만, 인제는 환승할인까지 받기가 참 미안한 동네다보니 아까 버스에서 내릴 때 카드를 찍지 않았던 것이죠. 이번에는 버스가 고석골에서 그대로 직진을 하더니 고갯길을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고개 너머에 정류장이 있었는데 여기가 포사라고 하더군요.
 
 

▲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중답쪽으로 가지 않고 직진을 합니다.

 

▲ 생각지도 못한 고갯길을 넘네요. 누가 강원도 아니랄까봐 툭하면 고개입니다. ㅎㅎ

 

▲ 여기가 포사 정류장이었습니다.

 

포사 이후로는 고갯길 없이 골짜기가 쭉 이어지는데,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쭉 직진하다 아까 지나갔던 현리 아랫길로 합류하는 것을 보니 포사까지만 가는 노선은 중복이라 굳이 탈 이유가 없다는 게 실감납니다. 현리 아랫길로 합류하자마자 몇 분 안 되어 현리 시내가 보였고, 우리는 오후 2시 45분에 현리터미널에 하차합니다.

이제는 밥을 먹어야 할 시간.
조침령을 넘어 양양을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걸리는데, 지금 시간 말고는 식사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터미널 뒤편의 중국집에서 식사를 합니다. 역시 여기도 군인 동네라 그런지 요리를 잘하는 편이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탕수육이 예상외로 늦게 나오는 바람에 버스 시간까지 위태위태해졌고, 결국 남는 탕수육은 포장을 하게 됩니다.
 
 

▲ 드디어 타게 되는 설피밭 노선입니다. -ㅅ-;;;



[하늘내린마을버스 현리터미널~(기린국민체육시설,덕다5리),현5리,방동1리,(방골,상치전),두무대,진동리입구,설피밭~진동리종점][900]
현리터미널 1520 출발 - 기린국민체육시설(회차) 1524 - 현리터미널 1526 - 현5리경로당 1528 - 하마로 1530 - 간촌 1536 - 방동1리마을회관 1539 - 추대 1544 - 두무대 1547 - 진동2리,바람불이 1556 - 진동리종점 1605

어쨌든 우리는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하는 설피밭 노선을 타게 되었습니다. 조침령 근처의 그 깊고 깊은 설피밭마을은 물론, 방골과 상치전도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현리터미널을 떠난 버스가 설피밭과는 반대 방향인 서리 쪽으로 달리더니 기린국민체육센터를 찍고 나오더군요.
 
 

▲ 설피밭과는 영 다른 방향으로 운행하는 버스입니다. 웬 내리막길까지 내려가네요.

 

▲ 기린체육센터 앞. 여기에서 버스가 회차하는데, CGV까지 있는 것이 참 다행이었습니다. 읍에 나가도 영화관이 있을까말까한 동네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정말 자선사업 수준이었죠.

 

하늘내린마을버스의 운행경로도는 카카오맵과 카카오버스에서 확인 가능하지만, 이건 거기에도 나오지 않는 경로라 우리는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 시간을 물어보니 현리터미널 기준 오전 9시, 오후 3시 20분, 오후 6시 10분 이렇게 3번만 체육센터를 찍고 나온다고 하는데, 현리터미널로 돌아갈 때에는 손님이 있을 경우에만 간다는 정보까지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시더군요.  ㅎㅎ
 
 

▲ (2장 모두) 현5리 마을회관도 찍고 나옵니다.

 

체육센터를 찍고 다시 터미널을 지나간 버스는 현5리 마을회관을 경유한 후, 본격적으로 산골짜기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계속 달리기 시작합니다.
 
 

▲ (2장 모두) 설피밭으로 가는 길에 만난 인제의 멋진 산중 풍경들.

 

하지만 버스는 방골과 상치전은 들어가지 않고 바로 설피밭 입구를 향해 가버리는데, 설피밭입구만 해도 현리에서 정말 멀었습니다. 우리 외에 버스를 타는 사람은 없었고, 방골과 상치전 모두 들르지 않았는데도 30분 넘게 걸렸으니 말이죠. 어쨌든 이번에도 정자리 노선과 마찬가지로 풍경만큼은 정말 좋더군요.
 
 

▲ 원래는 저 왼쪽 길도 가야 하는데... 결국 나갈 때 들를 모양입니다. -ㅅ-;;

 

▲ 현리터미널에서 20분 넘게 달려왔는데 고갯길이 또 나옵니다. 강원도의 상징은 고개라는 걸 보여주는 듯;;;;

 

▲ 그래도 경치만큼은 죽여주는 설피밭 가는 길.

 

설피밭 입구에 이르니 조침령터널이 보였고, 버스는 좌회전을 하여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지도 그리고 석준형의 시승기로 보던 설피밭을 가보다니, 참 세상 모르는 일이더군요. 석준형이 설피밭을 와봤을 때의 이야기, 설피밭 종점에 내려 단목령을 넘어간 위험천만한 날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실감도 났습니다. ㅋㅋ
 
 

▲ 설피밭 입구입니다. 사진 속 터널이 바로 우리가 이따 지나가게 될, 조침령 터널이었습니다.

 

▲ 설피밭으로 들어가는 길. 석준형이 처음 여길 왔을 때는 1차로였는데, 세월이 흘러 여기도 확장이 되었었더군요.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설피밭 버스정류장. 여기가 설피밭 노선의 원래 종점이었다고 합니다.

 

대한교통이 설피밭 노선을 운행했던 시절 왕복으로 탔었던 것은 그렇다치고, 단목령은 정말 후덜덜한 것이었죠. 당시에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야 된다는 그 한마디가 생각나지 않았더라면, 석준형은 산 속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곤욕을 치렀을 테니까요. 사실 우리나라니까 곤욕을 치르는 수준에서 끝날 수 있는 것이다. 곰이나 호랑이를 만난다면 어떨까? 근데 지리산 인근에는 반달곰 나오는데
 
 

▲ 버스가 한 정류장 연장되면서 지나게 된 1차로 도로.

 

버스는 진동리종점에서 회차를 합니다. 기존 설피밭 종점보다 한 정류장 안으로 더 들어간 곳이었는데 다리가 하나 놓여 있더군요.
 
 

▲ (2장 모두) 종점에서 출발 대기중인 마을버스.



버스 출발시간이 오후 4시 30분인지라 시간이 참 많이 남았고, 우리는 이 틈에 포장해왔던 탕수육을 해치웁니다. 그와 동시에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골라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조침령을 넘을지 아니면 지금 버스를 다시 왕복으로 타고 현리로 돌아갈지였습니다. 사실 어제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던 것 때문도 있고, 오늘 비 온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조침령을 넘는 것은 별로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조침령을 넘을 경우, 구룡령 오르막 직전인 갈천리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가 있었습니다(사실 버스가 그것밖에 없지만;;;). 그러나 조침령을 넘지 않기로 하여 석준형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이번에는 이후에 탈 만한 게 없더군요. 결국 고민 끝에 조침령을 넘는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버스를 다시 타게 되었습니다.


[하늘내린마을버스 현리터미널~(기린국민체육시설,덕다5리),현5리,방동1리,(방골,상치전),두무대,진동리입구,설피밭~진동리종점][900]
진동리종점 1630 출발 - 설피밭 1633 - 진동삼거리 1639

원래대로였다면 진동리종점에서부터 걸었을 테지만, 하필 어제 발에 갑자기 물집이 생겼던 바람에 버스를 입구까지만 다시 타게 된 겁니다. 그나마 물집에 조그맣게 구멍을 내서 물을 빼고 밴드를 발라두어 적어도 현재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2시간을 내리 걷게 되면 상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 다시 한번 찍어보는 설피밭 구 종점. 진짜 깊은 곳입니다. -ㅅ-;;;

 

아까 조침령터널이 보이는 삼거리까지만 버스를 탔는데도 10분이나 걸렸습니다. 버스종점에서부터 쭉 걸었다면 입구까지 나오는 데만 정말 한 시간 걸릴 각이더군요. 어휴 -ㅅ-;;;
 
 

▲ 설피밭 입구에 우리를 내려주고 떠나는 버스입니다. 방골과 상치전은 석준형이 다른 방법을 찾는 데 성공했으므로, 다음 번에 노리면 됩니다. 오우~ 혁님~! ㅋㅋ

 

▲ 설피밭 입구이자 조침령터널의 입구인 진동삼거리. 어쨌든 이제 터널로 갑니다.

 
 
[도보]
진동삼거리 1639 - 조침령터널 반대편출구 1657 - 서림삼거리 1800
 
설피밭 입구에 정류장 표지판은 없었지만 하차가 가능했고,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곧 조침령터널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영서 지방과 영동 지방의 경계에 놓인 조침령터널. 반대편은 양양군입니다.



이 터널 반대쪽은 양양군이라 영동 지방입니다. 걸어서 영동 지방에 진입한다는, 참 겪어보기 힘든(?) 일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죠.
 
 

▲ 터널의 길이는 1.15km더군요.

 

▲ 우리가 걸어왔던 쪽을 향해 찍어보았습니다.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이 별로 없어 조용했습니다.

 

▲ 이제는 반대편 출구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영동 지방으로 걸어서 들어가는 순간이 눈앞이네요. ㅋㅋ

 

▲ 터널 반대편으로 나오자마자 찍은 사진입니다. 인제 쪽은 햇빛만 아주 쨍쨍하던데...???? -ㅅ-;;;;

 

그래서일까요.
분명 터널로 걸어들어갈 때는 햇빛만 아주 쨍쨍했는데, 반대편은 온통 안개 투성이였으며 빗방울까지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사회 시간에서 단골로 나오곤 했던 높새바람, 즉 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게 된 겁니다. 바람이 동해바다 쪽에서 우리가 있는 이곳 태백산맥을 넘어가며 습기와 비를 뿌리는 것이었는데, 영동 지방인 양양에는 비가 오지만 반대편 인제를 비롯한 영서 지방은 덥고 건조하게 되는 것이었죠. 교과서에서만 보던 자연현상을 실제로 보게 되니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게 진짜 교육이라는 걸 생각하면, 학교에 대해서는 참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현하 학교 교육이 학인들을 비열한 공리에 빠지게 한다는 말씀이 있으며, 이게 전혀 틀린 게 아니기에 참 씁쓸할 따름이다
 
 

▲ 겨우 1km 남짓한 터널 하나 지났는데 날씨가 정말 딴판입니다. 우와;;;;

 

▲ 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머리털 나고 처음입니다. ㅋㅋ

 

터널을 지나고부터는 쭉 내리막이어서 우리는 조침령을 슬슬 걸어내려오는데, 진짜 U자 급커브가 장난아니더군요. 물론 경사는 조침령 쪽이 더욱 급하긴 하지만, 안성 이티재를 다시 가보는 그런 느낌마저 들었죠. 그리고 구름 위에 있는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높은 산을 올려다보면 윗부분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때가 있는데, 우리가 바로 그 구름 위에 있었던 겁니다. 구름을 타고 다니는 신선이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높은 산 구름 위에는 신선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은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낭만도 아주 넘쳐흘렀구요. ㅋㅋ
 
 

▲ 이제부터 연속 급커브가 시작됩니다. 여긴 분명 양양군인데 이정표에는 속초경찰서가 적혀 있네요. ㅋㅋ

 

▲ (2장 모두) 진짜 이니셜 D를 보는 듯한 조침령의 미칠 듯한 내리막길입니다.

 

고개를 내려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가 적당히 오는 것이 아니라 점점 거세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장대비 수준으로 퍼붓는 것이었습니다. 으악;;;;

물론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장대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보니 나중에는 아예 도로에 물이 시냇물처럼 콸콸콸 넘쳐흐르고 있었고, 결국 신발과 바지까지 점점 젖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신발은 젖으면 도대체가 잘 마르지를 않으니 뒷수습이 참 좆같았고, 물집이 났던 자리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대략 난감이네요. -ㅅ-;;;

역시 조침령을 괜히 넘었던 것인가 싶지만,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는 일. 우리는 어쨌든 그 장대비를 뚫고 밑으로 계속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발이든 바지든 윗옷이든 죄다 젖어가고 있었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젖는 상황인데다, 구룡령 직전의 마을인 갈천리까지 가는 강원여객 양양군내버스 막차만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동앗줄이었던 겁니다(다시 오르막을 올라 설피밭으로 돌아가봤자 거기도 막차 하나 남는데, 그걸 타면 현리에서 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고개를 다 내려와 서림삼거리에 다 와가니 이번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가 그치는데, 이래저래 참 어이가 없더군요. -ㅅ-;;;
 
 

▲ 비가 그친 뒤의 조침령, 그리고 서울양양고속도로. 어쨌든 우리는 흠뻑 젖은 채로 조침령을 내려왔습니다.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았던 서림삼거리가 눈앞에 보입니다. 여기는 사실 한비야의 해남 땅끝~강원도 통일전망대 도보 여행기에 나왔던 장소들 중 하나인데, 그 장소도 이렇게 직접 와보니 참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서림리에 위치한 서림삼거리. 우리는 왼쪽 도로를 결국 빠져나왔습니다.

 

▲ 서림삼거리 버스정류장. 하루 4번 운행하는 양양~갈천리 노선만이 오는 곳입니다.

 

삼거리에 와보니 건너편에는 정류장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고, 오른편으로 조금 걸어간 곳에 집처럼 된 정류장 시설이 설치가 되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우리는 바로 정류장 안으로 들어가 상태 수습을 하게 되었고, 석준형은 마침 옆에 있던 식당에 들어가 신문지를 얻어오게 됩니다. 비록 자정을 넘기고 오전 1시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젖은 상태로 있게 생겼지만, 다른 큰 일 없이 내려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표범이 괜히 민가 주변에서 서식해도 제일 생존률이 높을 맹수가 아닌데, 야생에서는 의사가 있을 리 없으니 절대절대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우리는 신발 위주로 뒷수습을 하며 최대한 몸을 말렸고, 석준형이 식당에서 종이를 구하면서 함께 샀던 감자전을 먹으며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본의아니게 날씨가 안 따라주는 바람에 우리 모두 바지와 신발이 젖어버리는 등 안 겪어도 될 고생도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또 하나의 추억도 만들게 되었당께요. ㅋㅋ 또 이러고 싶진 않지만
 
 

▲ 석준형이 사온 감자전. 낡아가는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먹는 거지만, 여태까지 먹어본 감자전 중 제일 맛있었습니다. 몸은 왕창 젖었지만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이 남았죠. 정말 고마웠당께요. ㅎㅎ

 

▲ 양양군내버스 시간표. 오색과 어성전, 죽정자리, 견불리, 향호리라는 낯익은 지명들도 보입니다. -ㅅ- ㅋ

 

다음에 여기 오면 그 식당을 다시 들르기로 한 우리는 어느정도 상태 수습을 하고, 오후 7시 10분에 나타난 갈천리행 버스에 승차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신발을 말리는 동안에도 다시 비가 퍼붓는데, 정류장에 지붕이 있었다는 게 정말 너무너무 다행이었습니다.
 
 

▲ 드디어 만나게 된 갈천리행 버스입니다. 비가 퍼붓는 덕택에 왕복할 수 있었던 노선입니다. 휴 -ㅅ-;;;



[양양 10번(양양터미널~보건소,양양시장,양양중교,수상리,논화리,공수전리,영덕리,서림삼거리,미천골~갈천리)][1530 + 1530(왕복)]  ※ 양양터미널 1840 출발
서림삼거리,보건소 1910 - 미천골입구 1913 - 연내골 1916 - 갈천리종점(회차) 1921 도착, 1930 출발 - 연내골 1935 - 미천골입구 1938 - 서림삼거리 1942 - 하우스펜션,38식당앞 1946 - 영덕리마을회관 1947 - 공수전리 1951 - 논화리 1955 - 수상리 1958 - 임천리 2000 - 양양고교 2002 - 양양시장 2005 - 양양터미널 2008

카드를 대니 여기는 요금이 1530원인지, 1530원이 결제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구룡령 바로 직전의 그 갈천리를 버스로 가보네요. 아주 어려움 난도인 노선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비 때문에 왕복을 노릴 수가 있었죠. 홀딱 젖고 노선을 하나 해결한다니 뭔가 참 아이러니한 교환비이지만, 노선 난도를 고려하면 이득이긴 이득입니다. -ㅅ- ㅋ
 
버스는 산골짜기 도로를 따라 쌩쌩 달립니다. 민가는 드문드문 보였으며, 갈천리에 가까워질수록 오르막길이 되어가고 있었죠. 버스 안에는 우리 외에도 4명의 손님들이 있었는데, 정말 주변에 집이라고는 거의 보이지도 않던 정류장들에서 하나둘씩 내렸습니다.
 
 

▲ 두어 명의 승객이 내리던 장소입니다. 그런데 도로 바로 앞에 무당집이 있는 듯하네요. -ㅅ-;;;

 

▲ 구룡령을 향해 달리는 버스. 비가 많이 오다보니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ㅅ-;;;

 

이미 예상은 했지만, 종점까지 가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습니다. 갈천약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정류장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니 오후 7시 21분이 되어 버스는 드디어 갈천리 종점에 도착합니다. 본격적으로 경사가 급해지는 지점에서 딱 버스가 회차하는데 여기는 집이 5채 정도 있더군요.
 
 

▲ (2장 모두)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 버스종점. 구룡령의 오르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지점이었습니다.

 

▲ 겨우 남겨본 갈천리 종점 사진. 더 좋은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던 점은 송구스럽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친절한 분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꼴이 말이 아니었던데다 날씨도 날씨인지라 요금 다시 내고 양양까지 탄다고 하니 반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요금을 다시 찍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앉으라는 말만 하더군요. 비가 계속 퍼붓는 바람에 종점 주변을 구경하기가 참 어려웠지만, 날씨가 맑았더라면 이렇게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은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에 정말 그러려니 할 수밖에는 없었죠. 즈그 딸래미하고 통화는 잘하드만


이윽고 오후 7시 30분이 되자 버스가 출발합니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바깥이 정말 급격하게 어두워지는데, 작년 여름에 갔었던 원주 상용곡종점 생각이 나더군요. 그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생각하니 나름 웃음이 납니다.
 
 

▲ 양양을 향해 다시 출발하는 버스. 이곳 갈천리 종점을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ㅅ- ㅋ

 

▲ 갈천리를 출발하니 주변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갈천리를 떠난 버스가 두어 정류장쯤 가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멈춰서는데, 어라? 아까전에 내렸었던 학생이 다시 버스를 타더군요. 이렇게 깊숙한 동네에는 무슨 일로 왔던 걸까? 그걸 우리가 알 도리는 당연히 없었지만, 그 학생이 카드를 대니 단말기에서는 예상대로 "하차입니다" 라는 소리가 납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요금을 다시 찍게 해주는 게 아니라, 귀찮다는 듯 그냥 닥치고 일단 앉으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그렇게 버스는 아까 달려왔던 길을 다시 달려가게 되었습니다. 이 동네 카드 단말기는 요금을 다시 찍는 기능이 없어서 저러나 싶은 생각마저 드는데, 영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ㅅ-;;;


운행경로를 보니 무려 논화리부터 갈천리 종점까지 이 노선만 다닙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데, 양양까지 25km 가량 남았다는 이정표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아주 어려움 난도다운 노선이네요. -ㅅ-;;;

논화리에 이르니 숙박업소가 나왔고 금방 양양 읍내가 나옵니다. 버스로 양양까지 이렇게 오게 되다니 참 대단한 것이었지만, 이래저래 귀가시간은 문제입니다. 우리는 양양터미널까지 가서 하차하는데, 아까 갈천리에서 나오면서 다시 탔던 학생이 내리려고 하니 기사아저씨께서 돈 내고 가라며 한 소리 하시는 것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죠. 아니 이럴 거면 아까 탔을 때 요금 다시 찍게 해줬으면 간단하게 끝날 것을, 왜 이렇게 일 처리를 하는지 우리는 영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ㅅ-;;; 진짜 썩돌이다
 
아무튼 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1530원 다시 내며 버스에서 내립니다. 이제는 오후 9시에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를 타는 일만이 남아 있었죠. 서울행 버스표는 석준형이 오전에 이미 예매를 해놨었기 때문에 굳이 끊을 필요는 없었지만, 결국 임시배차 버스는 오후 8시대에는 투입되지 않았던 겁니다. 오후 7시대 임시배차 버스는 앞에 버스가 10분전에 갔기 때문에 타는 사람이 꼴랑 10명도 안되던데, 진짜 시외버스 업계들 하여튼 한숨만 나옵니다. -ㅅ-;;;
 
 

▲ 양양에서 서울, 인천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 맨 프리미엄 아니면 우등뿐입니다. 속초까지 철도 뚫리면 여기도 분명 곡소리 날 듯 -ㅅ-;;;;

 

▲ 서울, 인천 외에 다른 버스 시간표입니다. 우한 폐렴 이전에 비해 작살나있는 시간표인 것은 정말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죠. -ㅅ- ㅋ

 

그나마 오후 8시 20분에도 서울행 버스는 있었지만, 이건 프리미엄이라 타기가 싫었습니다. 다른 거 개선해야 할 것도 많은데, 그저 요금 비싸게 받을 생각만 하다가 프리미엄이란 요상한 등급까지 나온 꼴이니 좋게 볼 수가 없었죠. 결국 장거리가 아닌 노선에도 프리미엄 등급이 많이 기어들어온 2023년의 현실을 생각하면, 돈 비싸게 받아먹으려고 프리미엄 등급을 만들었다고 말해도 틀린 게 아닐 지경입니다. -ㅅ-;;;

오후 9시 버스도 우등이었지만, 이게 막차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야 했습니다. 오후 9시가 되자 버스가 딱 도착하는데, 속초에서 출발한 차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이 타고 있더군요.
 
 

▲ 정시에 도착한 서울행 버스. 오늘의 막차입니다.



[동부고속 센트럴시티~양양~속초][18900]  ※ 속초터미널 2040 출발
양양터미널 2100 도착 및 출발 - 양양종합운동장(무정차) 2107 - 양양IC(무정차) 2109 - 가평휴게소 2210 도착, 2225 출발 - 센트럴시티 2310

어쨌든 우리는 오후 9시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귀갓길에 오르게 됩니다. 읍내를 나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쭉 달리는데, 천만다행히도 고속도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소통원활이더군요. 가평휴게소에서 15분 정차하긴 했지만 버스는 2시간 10분이 걸려 센트럴시티에 도착하는데, 집에는 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더위와 물벼락 모두에 시달린 하루인데다 버스마저 평소보다 20분 이상 늦게 도착해버려 참 냐잉했지만, 3일 뒤에 오는 줄 알았슈~ 어쨌거나 무사 귀환도 했고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짤막한 에필로그>
우리가 이 시승을 다녀온 바로 다음 날,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로 바뀌었더군요.
덕분에 김진태는 강원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가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는데, 애 낳고 키우기 참 힘든 동네인 강원도를 과연 그가 어떤 식으로 되살릴지 주목이 되는 순간입니다. 강원도의 산부인과 부족 문제는 기사로도 나왔을 정도인데, 이미 2015년에도 제기되었던 문제이죠. 벌써 8년이 지나 있습니다. 그동안 재임했던 도지사 이하 정치인들은 뭘 하고 살았던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만든 사람들>
 
기획
석준형
 
 
작가
느티나무
 

먹거리 제공
현리터미널 세븐일레븐, 동차이나, 방앗간쉼터
 

도움주신 분들
대한교통 기사아저씨, 하늘내린마을버스 기사아저씨, 방앗간쉼터 사장님
 
 
연출
석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