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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2년~2023년

2023년 8월 26일 - 두루타버스로 전환되기 전에 떠나보는 천안, 공주, 세종 버스 여행기(부강을 가다)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3. 9. 23.

오늘은 오래간만에 천안을 가보는 날.
응암1리를 가는 세종 32번, 그리고 합강리와 문주리를 가는 세종 33번 버스가 조만간 수요응답형 버스인 두루타버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석준형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33번으로 마무리가 되는 코스의 실행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처럼 금정역에서 만난 우리는 오전 8시 34분에 있는 천안급행을 여지껏 그랬듯 타지 못했습니다.

전철이 꽤나 지연되었기 때문인데, 결국 우리는 완행을 이용해 병점까지 내려갔다가 뒤따라온 급행을 타고 두정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노조는 그냥 할 말이 없죠. 이름만 보면 그럴 듯하지만 하는 짓을 보면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발목잡기나 하고, 정말이지 예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들이니까요. -ㅅ-;;;

하지만 요즘은 노조에 대해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직원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사실 명분이 있어도 따를까 말까인데, 그저 막나가기만 하면서 자기네들 말 듣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요. 때마침 우리가 탄 완행열차와 병점에서 옮겨탄 급행열차의 기관사 모두 태업에는 찬성하지 않는 분들인지, 열차가 굉음을 내면서 대단히 빠르게 달려준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국가와 연관된 거창한 일도 아니고 정말 개인적인 이런 여행에서조차, 기관사가 친노조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변수로서 생각해야 하다니 진짜 역겨울 따름이네요. -ㅅ-;;; 다른 게 정치병이 아니라, 니네처럼 그따우로 행동하는 걸 두고 정치병이라고 하는 거다 이것들아

송탄역에서 몇 분 정차하다 가는 사건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전철은 두정역에는 오전 9시 52분에 도착하였고, 11번이 오기까지 여유가 있어 우리는 천천히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합니다. 완공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두정역 에스컬레이터도 완공이 되어 있더군요. ㅋㅋ
 
 

▲ 신부동회차지로 접근하기 위한 열쇠였던 11번.

 
 
[천안 11번(두정우성A~천안서초교,성정1동,천안서부역,일봉동,중앙시장,동남보건소,천안역동부광장,종합터미널,(↔단국대천안캠퍼스),역말오거리,두정역입구~두정우남A)][환승, 250]  ※ 두정우남아파트 1001 출발
두정역 1006 - 북일고교 1011 - 단국대삼거리 1012

우리가 11번을 다시 타게 된 것은 신부동회차지를 가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단국대 캠퍼스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삼거리에서 바로 내렸습니다. 여기에서 신부동회차지는 정말 가까웠는데, 원룸 골목길을 따라 고가도로 쪽으로 가니 차고지가 나오네요. 이곳 역시 남부고가와 마찬가지로 고가도로 밑에 차고지가 있더군요.
 
 

▲ 천안시내버스 차고지 중 하나인 신부동회차지. 단국대 입구 삼거리와 가까웠습니다.

 

▲ 신부동회차지에 주차되어 있던 버스. 이제는 온통 멜론색 도색입니다.



우리는 오전 10시 24분에 출발하는 24번을 타고 안서코아루아파트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야기하던 도중 버스가 나오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ㅅ-;;
 

[천안 24번(부경파크빌~호서대천안캠퍼스,천안IC,종합터미널,천안역,남부오거리,응원리~동우아파트)][환승]
신부동회차지 1023 - 천안IC 1024 - 호서대 1028 - 안서코아루 1029

호서대학교 천안캠퍼스 근처의 안서코아루아파트를 가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버스를 달랑 6분만 탔습니다. 우리가 여기를 온 이유는 종합터미널에서 리각미술관까지 운행하던 51번과 52번이 각원사까지 연장됐기 때문인데, 우리가 이곳 안서동에서 리각미술관까지 걸어넘어갔던 길로도 버스가 다니게 된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죠.

안서코아루아파트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29분이었고, 여기서 각원사까지는 가까웠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종점까지 슬슬 걸어갔습니다. 작년에 안서동에서 유왕골로 걸어 넘어간 것은 물론, 산도 한번 더 넘었던 일도 함께 생각나더군요. ㅎㅎ
 
 

▲ 다시 한번 와보게 된 각원사 버스종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81번이 먼저 주차장에서 내려와 대기를 하였고, 출발시간인 오전 10시 40분을 몇 분 남겨두고 52번이 들어와 회차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52번 기사 쪽에서 "저 사람들 81번 타겠네" 라고 판단, 그냥 버스를 출발시켜버릴 위험성을 항상 생각해야 하는데, 천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 리각미술관까지 운행하던 그 52번이 태조산터널을 지나 여기까지 오고 있었습니다.

 
 
[천안 52번(종합터미널~천안역,천안제일고교,천성중교,리각미술관,안서코아루후문~각원사)][환승]
각원사 1040 출발 - 안서코아루후문 1041 - 리각미술관 1044 - 천성중교 1047 - 대전충남양계축협 1053 - 천안제일중교 1057 - 천안역 1101 - 삼도상가 1102

우리 둘만 태우고 각원사를 떠난 버스는 아까 우리가 내렸던 정류장을 지나쳐 다음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안서코아루아파트를 뒤편으로 경유하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여기에서 타는 손님이 있더군요. 버스는 그대로 고갯길을 넘어 터널을 지나 리각미술관으로 들어가는데, 우리가 걸어서 넘어왔던 길이 아직 보입니다. 이 길을 걸어왔던 날의 추억도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죠. ㅎㅎ
 
 

▲ 안서코아루아파트를 지나 리각미술관 쪽으로 산을 넘어갑니다. 이 길을 다니는 노선버스는 51번과 52번뿐입니다(55번의 경우 기존과 똑같이 리각미술관까지만 운행).

 

▲ 태조산터널을 버스 타고 지나봅니다. ㅎㅎ

 

▲ 왼쪽으로 나있는 오르막길이 바로 작년에 우리가 여기로 걸어왔던 길이었습니다. 아직 보존이 되어 있어 반갑더군요.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가져다주었던 리각미술관을 지난 이후 손님들이 하나씩 둘씩 타기 시작했고, 버스에 남는 좌석이 없을 지경까지 갑니다. 괜히 여기에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제법 다녀주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멀어져버린 리각미술관 버스종점. 바로 옆의 천안뚝배기는 참 맛있는 식당이었죠. ㅎㅎ

 

▲ 우리가 55번을 탔었던 분텃골 정류장.

 

버스가 천안역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사람들이 일제히 내립니다. 이번에는 우리도 따라 내렸고, 한 정류장 위인 삼도상가로 건너가 701번을 기다립니다. 원래는 여기서 바로 710번을 타고 광정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남다보니 701번을 타서 행정리에 내렸다가 무료환승을 받으며 광정으로 가자는 석준형의 생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전 11시 22분에 도착한 701번을 타고 행정리를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 행정리에서 환승하여 광정으로 넘어가기 위해 타게 된 701번.



[천안 701번(안서동~상명대,천안IC,종합터미널,천안역,천안박물관,도장리,소사리,대곡리,소정2리,운당2,1리,행정리,유천리,민석아파트입구,전의역~전의읍내리)][1500]  ※ 안서동 1100 출발
삼도상가 1122 - 천안역 1125 - 남산중앙시장 1129 - 남부오거리 1133 - 구성초교 1136 - 천안여자고교 1143 - 도장리 1148 - 대곡리 1152 - 소정2리 1156 - 운당2리 1158 - 행정리 1205

천안시내버스는 안성, 공주, 세종, 진천 방면으로 시계외요금이 있습니다. 하지만 천안시내버스의 시계외요금 산정법에 의해, 전의와 광정은 행정리에서 환승을 받으면 기본요금인 1500원만으로 갈 수가 있지요. 이것은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 이걸 써먹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ㅋㅋ
 
 

▲ (2장 모두) 세종특별자치시 소정면 소정2리 구간. 701번을 타야만 지나가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행정리에 내린 지 10분 후에 도착한 710번을 타고 광정을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더욱 달달해진 무료환승라떼를 마시게 된 겁니다. ㅎㅎ
 
 

▲ 단돈 1500원으로 광정을 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ㅋㅋㅋㅋ

 
 
[천안 710번(종합터미널~천안역,천안박물관,도장리,소사리,대곡리,소정면사무소,운당2,1리,행정리,대평리,원덕리,추모공원,인풍입구,사현1리~광정)][환승]  ※ 종합터미널 1125 출발
행정리 1215 - 대평2리 1217 - 원덕2리 1220 - 추모공원(회차) 1224 - 인풍입구 1229 - 사현리 1231 - 광정 1233

광정까지의 시계외요금은 3800원에 달하지만 행정리에서 환승을 받아 가는 덕택에 이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는데, 꼭 무료 사이즈업 이벤트에 당첨된 기분이네요. 버스 안에는 8명 정도의 손님들이 있었지만, 추모공원에 이르니 젊은 남자 한 명과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 내리더군요. 저번에 지나갔었을 때는 깜깜해서 보지 못했던 것들도 이번에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추모공원 아니랄까봐 들어가는 길의 풍경이 참 괜찮았습니다.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원덕2리. 천안에 속하는 곳이지만, 천안과 광정을 오가는 710번만 다니는 산골입니다.

 

▲ 요즘은 정말 한글 입체모형 조형물이 유행인 듯합니다.

 

▲ 낮에 나온 추모공원. ㅋㅋ



추모공원을 나온 버스는 곧 차령고개를 달리기 시작하였고, 고개 정상에 이르니 공주시 이정표가 보입니다. 드디어 천안에서 공주 방향으로도 버스를 타고 가보네요. ㅋㅋ
 
 

▲ 낮에 지나가는 덕에 찍어볼 수 있었던 차령고개.

 

우리가 저번에 버스를 탔던 인풍리입구를 지나 사현리에 이르니, 우리와 같이 버스에 있던 젊은 남자가 벨을 누르고 뒷문으로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아저씨께서 뒷문은 열지 않고 앞에 좀 와보라고 하는 겁니다. 딱 봐도 천안에서 올 때 시계외요금을 내지 않고 그냥 타서 그랬는갑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시계외요금 내야 한다며 요금을 추가 징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천안은 딱 한 정류장 갔을 뿐인데 십원 단위까지 뜯어가는 초 FM인 원주보다는 널널한 곳입니다만, 아무리 널널해도 이런 건 자비가 없죠. -ㅅ- ㅋ

하지만 이제는 광정이든 전의든 천안도 시계외요금은 폐지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긴 했습니다. 똑같이 천안시 바깥으로 나가도 평택이나 아산으론 이미 시계외요금이 없기도 하지만, 시외버스도 이전보다 ㅂㅅ이 된 지 오래니 시내버스라도 좋게좋게 잘 다니는 게 더 나으니까요. 어차피 시외버스 회사나 천안시내버스 회사나 똑같이 일반 사기업인데, 사장끼리 서로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아닌 이상에야 손님들을 더 끌어모을 수 있다면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ㅅ- ㅋ

버스는 오후 12시 33분에 종점인 광정에 도착하여 우리를 내려주었습니다. 정안면 시가지 초입의 삼거리에서 바로 우회전하여 회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천안 갈 때는 그 삼거리 앞 주유소에서 타야 한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 느낌으로 알았습니다.
마침 여기서 710번을 타고 천안으로 가려면, 여기 주유소 앞에서 타야 된다는 석준형의 말도 있었기에 더욱 확실하게 알아가게 되었죠.
 
 

▲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소재지인 광정리 시가지.

 

▲ 광정리 시가지 안에 버스정류장은 있지만, 천안 710번은 이곳 주유소 앞에서 타야 했습니다.

 

▲ 이제는 공주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시가지 안쪽으로 걸어들어갑니다. 시가지 안의 정류장으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ㅅ- ㅋ



사실 우리가 천안에서 광정으로 내려온 지금이 오늘의 시승에서 큰 고비였습니다. 왜냐하면 오후 12시 20분에 마곡사를 출발하여 광정을 찍고 공주로 내려가는 610번과의 여유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710번이 잘 달려서 망정이지, 만약 710번이 느리게 가거나 천안 시내의 교통체증이 엄청나게 심각했다면 610번을 놓쳤을 겁니다.

710번이 참 잘 달려주었던 덕택에 우리는 여유있게 공주 방향 정류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금방 나타나버린 공주버스를 보니 어라? 600번입니다. 태성리에서 나온 600번이었는데, 우리가 계획했던 610번의 바로 앞 버스를 타게 된 것이었습니다.
 
 

▲ 우리가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와버린 600번. 계획했던 것의 앞차를 타고 공주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공주 600번(산성동터미널~중동사거리,옥룡동주민센터,공주터미널,신관119안전센터,의당,수촌초교,요룡리,두만리입구,석송초교,장원길,정안중교,광정,사현1리,인풍입구,인풍리종점~태성리)][1500]  ※ 태성리 1220 출발
광정 1236 - 내촌2리 1240 - 운궁교차로 1241

5분 뒤에 610번 또 오는데...????
공주가 버스 많이 다니는 동네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버스가 몰려 다니니, 이전에도 보았던 거지만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몰아서 가버리면 다음 차는 몇 시간 동안 쭉 없을 텐데, 이러면 버스는 버스대로 특정 시간대에 과잉 공급이 되어버려 비효율적이고, 승객은 승객대로 버스 안 타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그동안 자기네들이 배차를 잘못해서 타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적자니까 감차한다고 그러겠죠? 아니면 보조금을 어떻게 하면 더 뜯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든가요. -ㅅ-;;;

게다가 공주시내버스의 요금통은 저에게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문제의 신형 요금통은 이전에 공주를 왔었을 때도 몇 번 봤었지만, 여행기에 요금통 이야기도 쓴다는 걸 매번 깜빡하는 바람에 이제서야 써보게 되는데... 사실 버스 요금통은 그동안 인천광역시 버스의 요금통이 최악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천보다 더한 것이 나올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죠. -ㅅ-;;;

 

 

▲ 드디어 사진으로 담아보는 공주시내버스의 신형 요금통입니다. 지폐 투입구의 위치와 동전 투입구의 모습을 보면, 왜 제가 인천버스 요금통보다 더 최악이라고 말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ㅅ-;;;;

 

어쨌든 공주시내버스의 어이없는 신형 요금통을 잠깐 봐준 저는, 버스를 달랑 5분 타고 석준형과 함께 운궁교차로에 하차합니다.
 
 

▲ 공주 시내를 향해 떠나가는 600번. 뒤쫓아오는 610번이 여기를 지나고 나면, 우리가 탈 620번이 여기로 올 때까지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없을 듯 -ㅅ-;;;



[도보]
운궁리 1241 - 고성리 1329

날이 참 덥습니다.
작년 이 날짜에는 정말 시원했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작년보다 덥더군요. 제가 글로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직접 겪었었기 때문에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2022년 8월 20일 여행기, 그리고 2022년 8월 27일 여행기가 근거자료인데, 둘 다 석준형과 함께 가기까지 했었죠. 8월 20일 여행기에는 원주 사기막이 등장하는데, 진짜 엄청난 더위에 악몽의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 -ㅅ-;;;

그래도 이제는 8월 말인지라 이전처럼 마냥 대책없이 덥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우리는 운궁리 마을회관을 지나 정안저수지를 끼고 고성리로 슬슬 걸어갑니다. 길 왼쪽으로 보이는 저수지가 정말 멋졌는데, 오른쪽에는 밤나무까지 있더군요. 이제는 8월 말이어서인지 밤나무에는 초록색 밤송이가 달려 있었습니다. 한두 달만 더 지나면 저 밤송이가 그 이름도 유명한 정안 밤이 되는 거라니, 역시 자연은 참 신비롭습니다. ㅎㅎ
 
 

▲ 어느덧 밤꽃은 지고, 초록색 밤송이가 열려 있었습니다. 정안 밤이 될 때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ㅋㅋ

 

▲ 고성리와 쌍달리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입니다. 우리는 고성리로 가야 하므로, 우회전을 해줍니다.

 

▲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던 정안저수지.

 

저수지를 지나 더 앞으로 걸어가니 오른쪽으로 1차로 길이 나 있었는데, 그쪽으로 버스가 간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어차피 버스로 지나게 될 길이니 그대로 직진하였고, 고성리의 멋진 풍경을 보며 그대로 고성리 회차지에 골인합니다. 마을회관 앞 넓은 공터였는데, 입구에서부터 대략 50분 약간 안 되게 걸렸더군요.
 
 

▲ 버스는 오른쪽으로 난 1차로 길로 다닙니다만, 우리는 여기서 직진을 했습니다. 어차피 버스 회차지인 마을회관 앞에서 두 길이 만나게 돼 있었던 겁니다. ㅋㅋ

 

▲ 고성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멋진 모습.

 

▲ 드디어 도착한 고성리 버스 회차지.

 

▲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마을회관.

 

버스가 오기까지는 50분 가량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마을회관 근처 정자에 들어가 방충망 쪽의 창문을 열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도 정자 안에 설마 에어컨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럴 리가요. 당연히 에어컨 그런 건 없었습니다. -ㅅ- ㅋ
 
 

▲ 검은색 네모칸 시간이 고성,쌍달,장원리 노선인 620번 시간입니다. 공주로 나가는 방향은 대략적인 도착시간으로 봐야 하는데, 회차지에 도착하면 시간 상 바로 차 돌려서 나가버리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자 안에서 가만 생각해보니...

아차 이따 탈 두루타버스 예약하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ㅅ-;;;

이번 계획에는 장군면 두루타버스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장군면 두루타버스는 전화로만 예약이 가능한지라 우리가 가려는 시간대에는 예약이 안 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버스를 예약하려고 하니, 천만 다행히도 예약이 된다는 대답이 들려옵니다.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ㅎㅎ

그리하여 저는 바로 장군면사무소에서 송학2리 창말마을로 두루타버스 예약을 했고, 전화를 끊은 뒤 제공골에서 조치원터미널로 나가는 것도 두루타버스 앱으로 예약을 하게 됩니다. 조치원읍 두루타버스는 앱으로 예약이 된다는 사실이 정말 천만다행이었죠. 두루타버스 예약도 성공리에 끝나고, 우리는 정자 안에서 쉬다가 오후 2시 23분에 도착한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다행히 이 버스의 요금통은 아까 600번에서 봤던 그 요금통이 아니더군요.
 
 

▲ (2장 모두) 오지에 들어오는 버스 사진은 역시 빠질 수 없죠. ㅋㅋ

 
 
[공주 620번(산성동터미널~중동사거리,옥룡동주민센터,공주터미널,신관119안전센터,의당,수촌초교,요룡리,두만리입구,석송초교,장원길,(→은학골,고성리,쌍달리,은학골,현대프라임요양병원,장원리,현대프라임요양병원)→장원길 이하 역순)][1500]
고성리(회차) 1423 - 고성리,텃골 1425 - 쌍달리(회차) 1433 - 운궁리,은학골 1436 - 운궁교차로 1437 - 장원보건진료소 1439 - 장원리(회차) 1442 - 장원보건진료소 1445 - 장원길 1446 - 석송초교 1448 - 북계리 1450 - 모란 1452 - 오인교차로 1453 - 요룡리,두만리입구 1453 - 수촌초교 1456 - 의당면사무소 1459 - 공주터미널 1505

석준형의 입장에서는 이 노선을 고성리에서 타고 나가보게도 되었습니다. 전에는 이걸 공주에서 타서 고성리와 쌍달리를 찍고 장원리 안쪽 회차지에서 내렸었다고 하는데, 입구에서 고성리 회차지까지 멀기 때문에 장원리에서 걸어나오는 걸 택했던 겁니다. 하지만 왜 이 노선을 고성리까지 걸어들어가서 타고 나오는 방향으로 코스를 짰었는지 이해가 가는 저였기에, 고성리에서 타고 나오더라도 별 상관이 없었죠. 현재는 공주시내버스의 운행횟수가 당시보다도 줄어든 상태이며, 후속 버스들과의 시간을 맞추려면 고성리에서 타고 나오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ㅎㅎ

버스에 오르니 할아버지 한 명이 고성리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 있었고, 버스는 곧 우리가 걸어오지 않았던 그 1차로 길을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 (2장 모두) 고성리의 1차로입니다. 개쩔더군요. 키아 ㅋㅋ

 

1차로를 질주한 버스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로 빠져나온 다음 쌍달리 쪽으로 우회전을 하는데, 여기도 아까 고성리처럼 정말 쩔었습니다. 오우~ 혁님~! ㅋㅋ
 
 

▲ (2장 모두) 이번에는 쌍달리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고성리에 이어 여기도 쩝니다. ㅋㅋ

 

쌍달리도 종점이 참 깊숙한 곳에 있었습니다. 무슨 강원도 산골짜기 동네 들어가는 줄 알았던 쌍대리만큼은 아니었지만, 만약 고성리와 쌍달리가 각각 따로 다녔더라면 버스를 타보려는 우리 입장에선 참 아찔할 뻔했죠. -ㅅ-;;;
 
 

▲ 깊숙한 곳에 있었던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쌍달리 회차지.

 

쌍달리에서 회차한 버스는 그대로 직진을 하여 운궁교차로로 빠져나옵니다. 쌍달리도 들렀다 나오는 걸 감안해도 고성리에서 운궁교차로까지 15분밖에 걸리질 않았으니, 인간은 참 약하다는 걸 다시 또 한번 실감하게 되네요. 모란을 지나 공주로 내려가던 버스는 장원리 안쪽을 향해 좌회전도 해줍니다. 여기는 왕복2차로였는데, 가로수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날 듯 서있어서 꽤 멋진 느낌이 나더군요. ㅎㅎ
 
 

▲ 이번에는 장원리 안쪽으로 ㄱㄱ합니다. 장원리 안으로 들어가는 노선 역시 이 620번이 유일하죠.

 

장원리 회차지에 이르러 버스가 회차를 하는데, 여기에서 할아버지가 내리시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여기서 젊은이 3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놀라운 장면을 봅니다.
 
 

▲ 회차지에 도착하여 회차를 하려고 회전중인 버스. 그런데 젊은이 3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ㅋㅋ

 

▲ 장원리 회차지의 모습. 계속 버스를 타고 계셨던 할아버지께서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ㅅ- ㅋ

 

지도를 보니 종점 근처에 요양병원이 하나 있던데, 그곳에 왔던 사람들이 아닐까 싶더군요. 이번에는 버스가 왔던 길로 다시 나가는 틈에, 멋진 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ㅎㅎ
 
 

▲ (2장 모두) 장원리 회차지에서 나오면서 찍어본 길. 단풍 들 때 지나가봐도 멋질 듯 ㅎㅎ

 

▲ 장원리에는 정안휴게소가 있는데, 휴게소 외의 다른 모습도 잘 보고 갑니다. ㅎㅎ

 

정안휴게소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장원길 정류장의 위치도 다시 한 번 확인해두며 계속 앉아 있으니, 어느덧 버스는 의당을 지나 공주터미널로 들어옵니다. 이제는 장군면사무소로 가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공주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려 건너편 정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보물리를 찍고 광정까지 가는 631번이 지나가고, 드디어 조치원으로 가는 500번이 등장합니다. 산성동시내버스터미널에서 여기까지 10분 걸리는 것은 언제나 진리더군요. ㅎㅎ
 
 

▲ 보물리를 경유하여 광정까지 가는 631번. 보물리와 어물리를 모두 경유하며 광정을 찍고 태성리까지 더 올라가는 603번의 하위호환 노선인데, 어물리는 안 간다는 게 아쉬울 뿐이네요. -ㅅ-;;;

 

▲ 이제는 장군으로 가기 위해 500번을 탑니다.



[공주 500번(산성동시내버스터미널~중동사거리,옥룡동주민센터,공주터미널,법원,공주정보고교,동현리,장군면사무소,봉안리,다빛초교,어진중교,정부세종청사,도램마을8,10단지,해밀동,연기리,대원A,봉암리,번암삼거리~조치원역)][환승]  ※ 산성동터미널 1500 출발
공주터미널 1511 - 신관초사거리 1516 - 법원,공주교도소 1519 - 공주정보고교 1522 - 공주정명학교 1525 - 은용리 1527 - 장군면사무소 1530

산성동시내버스터미널에서 장군면사무소까지 30분이 걸리는 것 역시 변함이 없더군요. 덕분에 우리는 근처 편의점에서 요기를 할 수 있었고, 두루타버스 또한 무사히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의점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하필이면 그 유난스러운 아줌마였다는 게 좀 냐잉했지만요. -ㅅ-;;; ㅋ ??? : 그 아줌마는 앞으로도 볼 일 많을 거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현실은 시궁창이니까요.

그런데 핸드폰을 확인하니 두루타버스 콜센터에서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이건 또 뭔가 싶어 전화를 걸어보니 우리가 예약했던 버스가 5분 정도 늦을 거라며 직원이 양해를 구하더군요. 장군면의 운행환경이 좀 그렇고 그런지라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는데, 정작 버스는 3분이 늦은 오후 3시 43분에 나타나네요.
 
 

▲ 5분 늦을 거라고 하더니, 그보다 빨리 와서 놀라버린 두루타버스. 이제는 창말로 갈 차례입니다.



[장군면 두루타버스(장군면사무소→송학2리,창말)][500]
장군면사무소 1543 - 평기리마을회관 1546 - 송학2리(창말) 1552

기사아저씨께서도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장군면에 배치된 지 얼마 안 된 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창말 종점은 찾아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마침 기사아저씨께서 그곳이 어디인지 가보고 왔다고 하셔서 못 찾아갈 걱정은 기우로 돌아가게 되었죠. 버스는 전에 75번이 갔던 길 그대로 평기리 마을회관을 지나 송학농협 쪽으로 달렸고, 농협 왼쪽으로 나있는 좁은 길을 달려 8분만에 창말 종점에 도착합니다.
 
 

▲ (2장 모두) 창말로 들어가는 개쩌는 1차로 길. ㅋㅋ

 

▲ 송학2리,창말까지 이용한 장군면 두루타버스 운행경로.



[도보]
송학2리,창말 1552 - 송학농협 1608

비록 장군면에 배치되신 지 얼마 안 되어서이긴 했지만, 기사아저씨께서 친절하시더군요. 덕분에 우리는 인사도 드려가며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고, 석준형의 말대로 카페가 있다는 푯말을 볼 수 있었죠.
 
 

▲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송학2리 창말마을 버스종점. 카페 푯말도 왼쪽에 깨알같이 보입니다.

 

▲ 버스가 떠나간 뒤의 창말 종점.

 

▲ 걸어나가는 길에도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손님을 내려주고 나면 바로 돌아나가버리는 두루타버스의 특징 덕택에, 우리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버스를 보며 천천히 바깥으로 걸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버스로 들어왔던 길 그대로 슬슬 걸어나가니 15분 남짓만에 송학농협에 도착합니다. 이번에는 75번이 오기까지 시간이 남아 하나로마트도 이용하다가 버스를 탔습니다.
 
 

▲ 이번에는 송학농협 앞에서 만난 세종 75번. 물론 조치원까지 쭉 가지는 않습니다. -ㅅ- ㅋ

 
 
[세종 75번(조치원터미널~조치원역,번암삼거리,봉암리,부동리,(↔번암터),와촌리,(↔용암2리),용현리,송학2리,송문리,평기리~장군면사무소)][환승, 800]
송학농협(회차) 1624 - 용현리 1626 - 용암1리마을회관 1627 - 용암2리마을회관(회차) 1631 도착, 1635 출발 - 용암2리입구 1637 - 와촌3리,은암 1639 - 와촌보건진료소 1641 - 와촌리,기와말 1642

송학농협 이후 구간을 타는 것이기 때문에 농협에서 회차한 버스는 곧 조치원 쪽으로 좌회전을 합니다. 왕복2차로 도로를 따라 보이는 것은 산자락이었습니다. 석준형은 번암터는 전 시간대 모두 양방향 경유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버스는 용현리를 지나 용암2리입구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용암2리를 ㅓ형으로 들르더군요. 그런데 개쩌는 1차로 길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 용암2리로 들어가면서 만나는 1차로 길.

 

▲ 버스는 이곳 용암2리 마을회관까지 들어오고 나갑니다.

 
 
저번 송문리에 이어 이번 용암2리까지 75번은 생각외의 길을 가주는 데가 있었습니다. 공주 500번, 세종 550번과 똑같이 장군에서 조치원을 가는 노선이지만, 여기도 500번이나 550번만 타고 다니기에는 참 아깝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용암2리 회차지는 마을회관 앞이었는데, 여기 출발시간이 따로 있는지 버스가 오후 4시 35분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였습니다.


▲ 저 길을 내리 달려서 이곳 용암2리 마을회관 앞까지 들어오는 겁니다.

 
 
용암2리에서 와촌리는 멀지 않았고, 우리는 계획대로 기와말에서 하차합니다.
 
 

▲ 조치원을 향해 떠나는 75번.

 

현재 시간은 오후 4시 42분.
제공골 종점에서 조치원으로 나가는 두루타버스는 오후 5시 30분이었기 때문에 50분 약간 안 되는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공골 종점이 여기에서 달랑 5분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곳이라 너무 가깝다는 것이었고, 결국 우리는 정류장에 앉아 버스 시간 20분 전까지 시간을 때우다가 제공골 종점에 가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날은 후덥지근했지만, 그늘에서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다른 세상에 온 듯 아주 시원합니다.
 
 

▲ (2장 모두)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와촌리 기와말 버스정류장 전경.

 

▲ 이 곳에 오는 유일한 두루타버스 노선인 제공골 노선의 시간표입니다. 하지만 두루타버스는 수요응답형 버스이기 때문에, 저 시간대 중 하나를 골라 예약을 해야 버스가 옵니다.

 

▲ 기와말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만난, 장군면사무소 방향 75번. 전의~다방리~조치원 노선인 86번과 더불어, 75번도 레스타가 운행되는 시간대가 있나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고 말았으니, 이제 슬슬 안으로 걸어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두루타버스 도색을 한 스타리아 한 대가 와버린 것이었습니다.

저 차는 뭔데 이렇게 빨리 왔지?
갑자기 건너편에 나타나버린 버스에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차 싶더군요. 이곳에 오는 두루타버스는 우리가 타려는 제공골 노선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건너편에 서있는 스타리아가 바로 우리가 예약했던 두루타버스라는 말인데, 차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와서 참 이래저래 뻘쭘하더군요. 게다가 기사아저씨께서 바깥으로 침을 뱉으면서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기도 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뭐, 할 수 있나요.
적당히 타이밍을 봐서 얼른 걸어들어갈 수밖에요. 걸어들어가면서도 정류장이 한 군데 더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고, 곧 제공골 종점에 도착합니다. 종점에 도착하니 금방 두루타버스 도색을 한 스타리아 한 대가 들어옵니다.
 
 

▲ 제공골 종점으로 들어가는 길에 만난 두루타버스 정류장.

 

▲ 여기가 제공골 종점이었습니다.

 

▲ 제공골로 들어오는 두루타버스. 과연 아까 기와말 정류장에서 보았던 그 차량이었습니다. -ㅅ-;;;;



[조치원읍 두루타버스(제공골→조치원터미널)][500]
제공골 1719 출발 - 조치원터미널 1733
 
역시 아까 기와말 정류장에 서 있었던 그 스타리아가 맞았습니다. 제공골 종점이 다소 좁다보니, 버스도 입구에서 미리 대기하다가 시간 맞춰 들어오는 것 같다는 석준형의 말 역시 맞았고 말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만, 이 당시에는 생각외의 행동을 보인 버스에 우리 모두 나름대로 신선함을 느꼈더랬죠. ㅋㅋ
 
어쨌거나 아까 75번에서 내리면서 하차태그를 하지 않은 덕택에, 카드를 대니 500원에 승차가 됩니다. 청람리에서의 실수는 없다 역시나 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기에 우리가 타자마자  버스가 출발하는데, 이번에는 읍내 외곽도로를 따라 곧장 터미널로 질러가더군요. 이 외곽도로에는 어떤 노선버스도 다니지 않기에, 우리는 이번 기회에 나름대로 자동차를 탄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ㅎㅎ
 
 

▲ 제공골을 나가면서 느껴보는 1차로 길. ㅋㅋ

 

▲ 우리가 제공골에서 조치원터미널까지 이용한 두루타버스의 운행경로. 읍내 외곽도로도 달려주었습니다. ㅋㅋ



조치원읍 두루타버스 역시 예약된 탑승인원이 차면 시간에 관계없이 바로 출발한다는 특징은 다른 읍면의 두루타버스와 똑같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오후 5시 33분에 조치원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죠. 조치원역은 그동안의 여행뿐만 아니라 출장을 갈 때도 종종 와봤지만, 조치원터미널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조치원터미널. 조치원은 철도 강세 동네이지만, 버스 터미널도 있습니다. ㅋㅋ

 
 
확실히 여기도 제가 좋아하는 경부선 철도 연선지역의 그 느낌이 납니다. 수도권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게 옥천이나 영동, 김천, 구미로도 이어질 듯하더군요. 터미널 시간표를 살펴본 우리는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는 32번에 승차하였습니다.
 
 

▲ 응암리를 들러 부강으로 가는 32번.

 

[세종 32번(조치원터미널~서평1리,동평3리,예양1리,노송1리,내판역,연동중교,내판3리,응암1리마을회관,명학3리,(↔명학2리),부강역~부강종점)][환승, 800]
조치원터미널 1750 출발 - 서평1리 1755 - 동평3리 1757 - 양세오충각 1800 - 예양리 1801 - 노송1리 1803 - 내판역 1806 - 내판2리 1809 - 내판3리(회차) 1811 - 리봄화장품 1814 - 응암1리마을회관 1817 - 응암리,우리종묘 1819 - 명학3리 1821 -  명학2리(회차) 1823 - 부강역 1828 - 복지회관,부강종점 1832
 
버스가 주차하는 장소가 따로 있었지만, 승차홈에는 들어왔다가 나가더군요.
조치원터미널을 나와 오송역 방향으로 가다가 곧 우회전을 하여 내판을 향해 내달리는데, 서평리의 드넓은 논과 동평리에서 만난 미호강이 제법 보기 좋았습니다. 미호강의 미가 괜히 아름다울 미(美)가 아닌 모양입니다. ㅎㅎ
 
 

▲ 서평1리를 지나면서 보는 드넓은 논의 모습.

 

▲ 동평리를 지나면서 보는 미호강의 모습.

 
 
내판리에는 경부선의 기차역인 내판역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부강역은 물론 내판역도 버스로 지나가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부강역과 달리 내판역은 정차하는 여객열차가 전혀 없기 때문에 나무위키에서도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 있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정말 나무위키에서 본 사진 그대로더군요. 하지만 여기는 명절 때 할머니 댁을 오가는 길에 자동차로 지나가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버스로도 지나가보게 되다니 정말 세상 일은 모르는 거였습니다. 여기를 버스로 지나가볼 날이 있을까? 했는데 지금 이렇게 지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생소한 지명들과 장소가 나오거나 하여 남들이 보면 뭐가 뭔지 모를 우리들의 버스 여행이지만, 정말 중요한 인생의 진리들 중 하나를 종종 상기하게 해 줍니다. ㅎㅎ
 
내판역을 지난 버스는 연동중학교를 찍고 곧 내판3리를 들어갔다가 나옵니다.
짧은 ㅓ형이었지만 의외로 신호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는 특징이 있더군요.
 
 

▲ (2장 모두) 내판3리 회차지.

 

▲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내판3리의 모습입니다. 마을회관이 바로 어귀에 있더군요.

 
 
내판3리를 나온 버스는 산업단지를 지나는데,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안 보입니다. 이런 일자리뿐만 아니라 다른 일자리도 있어야 지역에 활기가 돌 텐데 하는 아쉬움만 들 뿐입니다. 사실 도시계획 및 건설은 인문지리와 자연지리 요소들 모두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여기에 대해 대단히 미흡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불행이었죠. -ㅅ-;;;
 
 

▲ 조치원에서 부강으로 가는 길에 있던 산업단지. 일자리가 될만한 게 이런 것만 있는 게 다소 아쉽더군요.

 
 
산업단지를 지난 버스는 응암1리 안길을 들어가는데, 이쪽 길이 개쩌는 1차로입니다. 오우~ 혁님~! ㅋㅋ
 
 

▲ 응암1리의 개쩌는 1차로 구간. 제법 양이 많습니다.

 
 
사진은 한 장밖에 건질 수 없었지만, 중형버스가 꽉 끼는 수준의 1차로는 정말 멋집니다. 합강리 노선인 33번뿐만 아니라 이 32번 역시 보물같은 노선이 아닐 수 없었죠. 가까운 미래에 두루타버스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렇게라도 타니 참 다행이었습니다. 버스는 다산청정아파트를 지나 명학2리를 찍고 나온 다음 부강으로 들어가 운행을 마칩니다. 부강역 역시 직접 보게 되니 역시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ㅎㅎ
 
 

▲ 명학2리 회차지.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었습니다.

 

▲ 경부선 부강역을 버스 안에서 보게 됩니다. 마침 친척집이 여기인 친구녀석에게 이 사진을 보내봤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ㅋㅋ



부강종점은 시가지 외곽에 있었는데, 음식점 두 군데와 함께 공터가 있었습니다. 청주 412번 역시 청주 시내에서부터 이 곳까지 오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는지 청주시내버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군요.
 
 

▲ 매우 넓은 공터가 있던 부강종점의 모습. 청주시내버스도 여기를 옵니다.

 
 
합강리와 문주리를 경유하여 조치원으로 가는 33번은 오후 7시 15분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저녁을 먹기로 하는데, 한쪽 가게에서는 갈비탕을 팔고 있었고 다른 가게는 짜글이를 팔고 있더군요. 어느 쪽을 고를 지 고민하다가 짜글이를 선택한 저의 결정에 따라 우리는 고향집에 들어가 짜글이를 먹게 되었죠. 작년 연말에 인주에서 짜글이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격을 보니 갈비탕은 왠지 살이 별로 안 붙은 갈빗대 하나에 국물만 덜렁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겁니다.
 
메뉴판을 보니 짜글이뿐만 아니라 삼계탕과 옻닭, 두루치기와 국밥도 팔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곳의 짜글이 맛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짜글이에 미나리가 들어가 있네요. 하지만 반찬도 잘 나오는 편인데다가, 미나리가 있어도 짜글이의 맛이 아주 끝내줬기에 우리는 선취골을 넣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 여행기를 쓰면서 생각이 나서 검색해보니, 우리가 갔던 고향집은 여기 부강의 오랜 맛집 중 하나여서 잘 선택했다는 기억도 있지요. ㅎㅎ

밥을 먹고 나와보니 시간이 이제 오후 7시가 갓 넘었더군요. 우리는 시간도 남겠다 부강역까지 슬슬 걸어갔고, 오후 7시 16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조치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대망의 합강리, 문주리 노선(33)을 이용해서 말이죠. ㅋㅋ
 

 

▲ 날이 어두워지다보니 사진도 잘 안 나왔네요 ㅜㅜ 어쨌든 대망의 합강리, 문주리 33번을 탑니다. ㅎㅎ


 
[세종 33번(조치원터미널~서평1리,동평3리,예양2리,송용3리,문주리,내판2리,연동중교,응암농공단지,명학3리,(↔명학2리,합강리(용운사),명학2리),부강역~부강종점)][환승]  ※ 복지회관,부강종점 1915 출발
부강역 1916 - 명학2리 1924 - 청봉사 1925 - 용운사(회차) 1927 - 청봉사 1928 - 명학2리 1929 - 명학3리 1931 - 응암농공단지 1935 - 연동중교 1938 - 문주리 1944 - 송용3리 1946 - 예양2리,강촌 1948 - 동평3리 1951 - 서평1리 1953 - 조치원터미널 1956

부강역을 떠난 버스는 곧 아까 32번으로 왔던 길 그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명학2리로 들어가는 것 역시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명학2리에서 회차하지 않고 그대로 쭉 직진을 하여 합강리로 향하더군요. 명학2리를 지나니 곧 산이 하나 나왔고, 이걸 넘어가니 철교와 함께 강이 보이는데 여기가 진짜 멋졌습니다. 이미 날이 어두워져 가고 있어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ㅅ-;;;

 

 

▲ 아까 32번이 회차했던 명학2리. 이번 버스는 합강리를 가기 때문에 안으로 더 들어갑니다.

 

▲ 합강리로 넘어오면서 보게 된 언덕길과 철교.

 


철교가 보이는 지점을 지나니 용운사 정류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버스가 합강2리까지 더 가지 않고 여기서 회차하더군요. 엥??

 

 

▲ 합강2리는 저 안으로 좀 더 들어가야 하지만, 버스는 이곳 용운사 버스정류장에서 회차해버립니다.

 


이 여행기를 쓰면서 지도로 확인해보니 합강2리는 공사 때문에 안 가게 된 것 같더군요. 행정중심복합도시 5-1구역이 바로 인근에 조성 중이었는데, 합강2리 회차지가 여기에 포함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세종시의 대중교통 정책은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기에, 새로 시가지가 조성될 이곳도 노선 및 운행횟수가 늘어나기는 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 (2장 모두) 합강리를 나오면서 보는 멋진 금강의 경치. 괜히 금강이 아닌 모양입니다. ㅋㅋ

 

▲ 이 길이 바로 합강리로 넘어가는 언덕길입니다. 바깥이 정말 사일런틱해졌습니다. -ㅅ-;;;



용운사를 나오니 날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는데, 역시나 썰렁했던 농공단지를 지나 문주리 가는 길로 들어서니 버스 전조등 불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더군요. 문주리 가는 길은 공사가 있는지 비포장 상태이기까지해서 개쩔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문주리를 빠져나오니 비포장은 끝나고 강변도로가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도 개쩌는 1차로 길인데다, 왼쪽으로는 미호강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져 사진을 찍어도 제대로 안 나오는 게 진짜 아쉽더군요. 이 강변도로가 끝나니 아까 32번으로 지났던 동평3리가 나왔고, 32번과의 경로 비교도 잘 되었습니다. 강변도로의 맛을 느끼고 싶으면 이 33번을, 깨알같은 1차로를 맛보고 싶다면 32번을 타면 되겠더군요. ㅎㅎ

동평3리에서부터는 아까 32번과 같은 경로로 조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역시나 안내방송에 서평1리도 다시 등장하는데, 우리가 전에 타려고 했다가 운휴하는 날이라 실패했던 청주공영버스 54번이 오는 그 서평리가 바로 여기라고 하더군요. 여기는 청주 땅이면서도 청주공영버스를 거부한 곳인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조치원과 가까운데다 세종시내버스들이 자주 왔다갔다하니, 굳이 청주 쪽으로 갈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서평리를 가는 버스 횟수는 하루 한 번이라서 왜 이렇게 적나 했었는데, 역시 다 이유가 있었네요.

서평1리를 지나간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7시 53분이었습니다. 조치원터미널에는 오후 8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조치원역에서 오후 8시 7분에 서울 방향 열차가 있는데, 이 열차를 놓칠 경우 다음 열차는 거의 1시간 뒤에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우리가 탄 버스는 조치원역을 가지 않으며, 역과 터미널은 생각보다 떨어져 있었죠. -ㅅ-;;;

터미널에 내리니 오후 7시 56분이었고, 우리는 조치원역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터미널에서 역을 향해 걸어보니 생각보다 읍내가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8시 7분 무궁화호를 놓치면 1시간은 발이 묶이게 되는지라 우리는 정신없이 앞으로 직진을 했죠. 역 앞에 도착하니 오후 8시 3분이라 여유가 좀 생겼고 열차도 2분 늦게 도착했지만, 어쨌든 놓치는 일은 생기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 무사히 타게 된 용산행 무궁화호.



[무궁화호(목포→용산)][5700]  ※ 목포 1611 출발
조치원 2009 - 전의 2021 - 천안 2033 - 평택 2048 - 수원 2109

그걸 보상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수원에 내리니 수인분당선 열차와 시간이 너무나 잘 맞았습니다. 이번에 오는 열차를 놓치면 다음 열차가 48분 뒤에 있는 그 좆같은 블랙홀 타임이라는 함정은 있었지만요. 정 배차간격 줄이기 싫으면 열차라도 30분에 한 번은 와야 할 것을, 왜 그 시간대만 배치를 그따구로 해서 간격을 더 벌려 놨는지... 괜히 그 시간대에 직접 가서 기다려 보라며 코레일 담당자 뚝배기 한번 깨주고 싶다는 소리를 한 것이 아니죠. -ㅅ-;;;; 무슨 마약하시길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석준형은 서울로 쭉 올라가고, 저는 수원역에서 수인분당선 열차를 타는 것으로 오늘의 여행도 무사히 끝이 납니다. 날이 어두워져 막판에 합강리와 문주리를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힘들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오늘도 쏠쏠한 소득을 거둔 여행이었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