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미지의 동네인 강원도 철원을 가보기로 하고 시승을 떠납니다. 오늘은 포천과 철원을 지나 말고개를 넘어 화천으로 가는 일정인데, 시외버스 이용을 좀 해야 하기 때문에 잔돈을 미리 준비해 두었던 저는 양주역을 향해 전철을 탔습니다.
양주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25분.
송우리로 가는 62번은 사전에 조사한 그대로 오전 9시 40분에 종점인 양주역을 찍고 바로 회차할 각이었습니다. 62번은 주말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양주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포천으로 돌아가버린다는 특징을 항상 주의해야 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포천 방향은 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타면 되기 때문에 미리 큰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니, 과연 오전 9시 40분에 역 앞으로 버스가 도착 후 바로 유턴을 해서 제 쪽으로 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포천상운 62번][환승]
양주역 0940 도착 및 출발 - 양주시청,양주청년센터 0942 - 주내파출소,주내교회 0945 - 광사1통마을회관 0949 - 고읍주공4단지,건강보험양주지사 0951 - 장거리한양수자인1단지,장거리교차로 0957 - 삼숭교차로 1001 - 부인터사거리 1009 - 원일아파트,송우5리 1014
사실 62번은 정말 상전벽해가 느껴지는 노선인데, 15년 전에 포천시청에서 이 62번을 타고 양주역까지 가봤을 당시에는 1시간 30분~2시간에 한번꼴로 다녔기 때문입니다. 배차간격이 대폭 줄어든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는 법이었는데, 저를 비롯하여 꽤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양주역을 떠납니다.
양주역을 떠나자마자 우회전을 하여 3번 국도와는 작별을 고하고 광사동으로 접어드는데, 이쪽 근방에 고읍지구가 개발되었다고 하더만 도로부터가 왕복 8차선 가량으로 아주 넓직했습니다. 광사1통을 지나 고읍지구에 들어서니 아파트들이 보이고 손님들이 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버스가 빨리 갑니다. 이것 때문에 송우리에서는 환승을 찍지 못할 각인데, 고읍지구 때문에 소요시간이 예전보단 길어졌다는 걸 감안하여 오전 9시 40분차를 탔더니만 왠지 속이 쓰립니다. 급할 때는 버스가 빨리 안 가고,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는 때에는 빨리 가버리는 이 징크스는 정말이지 미칠 것 같네요. -ㅅ-;;;;
장거리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버스는 송우리를 향해 직진했고, 그대로 어하터널을 통과해 주었습니다. 이 일대를 지나가며 양주와 포천을 오가는 버스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62번뿐이지만, 버스가 어하고개를 이용했던 것은 역사가 되어 있어서 좀 씁쓸했습니다.
아무튼 시원시원하게 뚫린 터널을 지나고, 버스는 장거리교차로에서 10분 남짓만에 부인터사거리를 찍습니다. 여기를 오면 송우리는 다 왔기 때문에 슬슬 내릴 채비를 하니 과연 안내방송에 "원일아파트,송우5리" 라는 정류장이 나오네요. 버스가 송우리에 너무 빨리 와버리는 바람에, 다음에 탈 63번에서 환승할인을 받는 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ㅅ-;;;
아무튼 63번은 영화아파트를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하니 35분 남짓한 시간이 남는데, 오늘의 계획 상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저녁에 화천 도착할 때까지 뭘 먹을 수가 없다보니 먹을 만한 곳이 절실했는데, 때마침 정류장 바로 근처에 있던 분식집이 영업중이라 라면과 김밥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얼큰한 라면이 있으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ㅋㅋ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나와보니 과연 오전 10시 51분이 되자 63번이 달려옵니다. 63번의 출발지인 영화아파트는 제가 있는 원일아파트,송우5리 정류장과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버스가 사실상 기점 출발시간인 오전 10시 50분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전빵인 법입니다. -ㅅ- ㅋ
[포천상운 63번(영화아파트~송우5리,포천세무소,동교사거리,동교3통,차의과대학,해룡마을,선단5통,대진대,자작2통,포천고교,포천시청,신읍7통,골든아파트,가채2리~산호아파트)][1450] ※ 영화아파트 1050 출발
원일아파트,송우5리 1051 - 포천세무서 1055 - 동교사거리 1058 - 동교3통마을회관 1101 - 차의과대학 1102 - 해룡마을 1104 - 선단5통마을회관 1106
차량은 이제 포천에서도 몇 대 안 남았을 대우버스가 걸립니다. 사실 오늘내일 하는 구형차들을 타보는 게 신차를 타보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구형차가 걸린 것에 감사하게 되었죠.
송우초등학교에서 어르신 두어 분을 태운 버스는 78번이 가는 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동교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동교3통을 들어가줍니다. 이쪽은 누가 포천 아니랄까봐 길가에 공장들이 잔뜩 있었는데, 송우리에서 보이던 외국인들이 여기로도 일을 다니겠구나 싶었습니다. 또한, 포천시청에서 출발하여 다른 포천 버스들처럼 43번 국도를 따라 송우리로 내려왔던 62번이 이제는 여길 지나게 되었으니 상전벽해를 하게 된 셈이기도 했습니다.
동교3통을 지나니 길이 가팔라지는데, 곧 차의과대학교를 지나게 됩니다. 분당에 있는 차병원과 연관이 있을 의과대학이었는데, 이미 예상한 대로 학교 정문 주변에는 편의점과 자그마한 식당 두어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더군요. 학교 위치도 위치지만 종합대학도 아니고 의대 하나 달랑 있는 단과대학인데다, 의대의 빡센 학사일정을 생각하면 놀 만한 것이 없는 것도 이해는 갔습니다.
차의과대학을 지나니 해룡마을이 나오는데, 그동안 버스 행선지 안내판으로만 보던 해룡이 여기였습니다. 과거에는 63번이 여기까지만 왔었는데, 석준형의 시승기에 나왔던 그 시절의 63번 회차지는 도로에서 살짝 안으로 들어간 빌라 쪽에 있을 것이다보니 바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해룡슈퍼는 그대로 있는 것을 볼 수는 있었습니다.
해룡을 지나니 곧 선단5통 로터리가 나와서 바로 벨을 눌러 하차합니다.
다음 목표는 의정부에서 올라오는 138-1번입니다.
한 시간에 한 번 다니는데다 의정부와 포천을 오가다보니 교통체증의 영향도 많이 받는 노선이지만, 소요시간 계산 및 경기버스정보 앱의 과거 도착시간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죠.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138-1번은 자작1통으로 올라가는 노선이다보니 타는 장소가 약간 달랐지만, 자작1통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바로 정류장이 보여서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ㅋㅋ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동두천 50번이 왼쪽에서 나타나 로터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왔던 쪽으로 가버립니다. 50번이 여기는 왜 오는 거지? 하며 카카오버스로 경로조회를 해보니, 어느새 대진대 방향만 선단5통을 먼저 들르고 대진대를 찍는 것으로 노선이 바뀌어 있었네요.
그렇다면 설마???
그 설마가 역시나였습니다. 전에는 50번을 대진대입구 파리바게트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타면 됐었지만 이제는 회차 방향이 반대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학교 입구 안쪽에 3100번 서는 정류장을 이용해야 되게 생겼습니다. 이런 -ㅅ-;;;
아무튼 138-1번은 오전 11시 28분이 되자 제 앞에 나타나 주었고 환승할인까지 무난하게 받으며 탈 수 있었습니다. 도착시간은 경기버스정보 앱의 과거 도착기록과 거의 일치했습니다(2~3분정도 차이는 신호 한두개 더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로 생기는 것이니 넘어가 줍시다. -ㅅ- ㅋ).
[포천교통 138-1번][환승, 1000] ※ 의정부역 1040 출발
선단5통마을회관 1128 - 대진대,학사마을입구 1130 - 자작1통,자작리교회 1133 - 자작2통,군단앞 1137 - 어룡2통 1139 - 포천행복주택,용정산업단지입구 1142 - 어룡1통 1144 - 현대아이파크아파트 1146 - 포천시청 1149
아무튼 생각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이 좌석버스를 기사아저씨와의 마찰 없이 매우 안정적으로 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노선은 똑같이 의정부와 포천을 잇는 138번이나 138-5번과 달리 많이 돌아가는데, 자기가 그냥 타놓고도 돌아가서 오래 걸린다며 한마디씩 하는 손님들이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운전기사가 노이로제 걸려버릴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정말이지 하는 거 보면 중국 짱깨 욕할 거 없는 현실이니 정말 안 봐도 야동입니다. 이 138-1번을 두고 천안버스도 울고 갈 불친절이라는 제목까지 써가며 유튜브에 올렸던 매냐 또한 조회수 부풀릴 생각만 했을 거라 보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기사는 노선대로 운전한 죄밖에 없어 이 인간들아!!! 현실이 이러니 누가 운전할라고 하냐.... 해주는 사람은 푸대접하고 도와주는 건 좆도 없으면서 바라는 건 이따만큼 많으며, 해주는 건 당연한 거라니 정말 나라 좌경화 다 됐네
요금 비싼 좌석버스인데다 한 시간에 한 번 다니는 이 노선을 굳이 타려고 들었던 이유는 이 노선이 자작1통 안쪽을 유일하게 경유했으며, 용정공단도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의정부~포천간 43번 국도에서 탔다간 위에서 말한 기사아저씨의 노이로제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 고민이었는데, 63번 그리고 선단5통 덕택에 아주 깔끔하게 해결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곳에서 타면, 엄청나게 불친절한 기사를 만났더라도 이상한 짓만 안 하면 승하차 위치 가지고 꼬투리잡힐 일은 없을 것이 거의 100%였기 때문입니다. 버스 시간이 잘 맞아 환승할인이 깨지지 않는 것 또한 무척 고마운 일이었죠.
선단5통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고, 버스는 대진대입구를 지나 자작1통으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진짜로 학교 입구를 보게 된 셈이었는데, 제가 15년 전에 처음 포천을 왔었을 때에는 43번 국도변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대진대학교가 나오는 줄 알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그 입구에서도 안으로 수 km를 더 들어가야 학교가 나온다는 사실을... 3100번 운행경로를 통해 확인했을 때에는 정말 놀랐었다는 기억 또한 있었죠.
3100번이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구나를 다시 한 번 확인도 하며 대진대 입구를 지나니 다시 한번 언덕이 나왔고, 자작3통을 지납니다. 여기도 길가에 공장들만 많이 보이고 다소 황량한 느낌이었습니다.
자작3통을 나와 다시 43번 국도로 접어든 버스.
하지만 포천시청까지 이대로 쭉 직진하면 138-1번이 아닙니다. 용정산업단지도 찍고 나오는데, 가는 도중 모아엘가아파트라는 새로 지어진 듯한 아파트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용정산업단지에서는 버스가 카카오버스에 나온 경로 그대로 한 바퀴 돌지는 않았지만, 정류장 표시된 곳은 들러주었습니다. ㅎㅎ
용정산업단지를 나와서는 포천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종합운동장을 지나 포천시청으로 진입하는데, 포천도 예전과 달리 노선들이 꽤 생겼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동안 포천으로 오는 버스들은 43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포천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시청으로 들어오는 게 공식이었던 겁니다.
포천시청에 내린 저는 포천고등학교 쪽으로 한 정류장 슬슬 걸어내려갔습니다. 깊이울을 찍고 계류리로 가는 57번을 타야 했는데, 포천고에서 오후 12시 20분 출발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남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포천 시내를 걸어보니 시청 소재지였는데도 생각보다 동네가 썰렁하네요. 이곳이 신읍7통이 아니라 조금 외곽인 점, 그리고 오늘이 주말인 점은 감안해야 했지만, 그래도 정오 가까이 되는 시간이고 여기도 경기도인데 문 연 가게가 생각보다 적었으니 말입니다. -ㅅ-;;;;
경기도도 경기도 나름이기에 이해는 갔지만,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정류장 시설은 잘 되어있어서 버스를 기다리기도 정말 좋았고, 정류장 안에서 가만히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57번이 도착합니다.
[포천상운 57번(포천고교~포천시청,신읍7통,(↔깊이울),하심곡사거리,계류1리,갈월1,2리,(↔허브아일랜드),덕둔2리,(↔금동리),덕둔1리,(↔신북온천),법수동,초성리역,안말입구~소요산역)][환승]
신읍11통,시청별관 1220 - 신읍7통,포천축협입구 1225 - 경기도의료원포천병원 1226 - 무릎고개,약수터 1228 - 깊이울경로당(회차) 1232 - 계류1리 1237
덕분에 깊이울을 들어가보는 것과, 갈월리 고개 너머 깊숙한 산골마을인 금동리에서 오는 87-1번을 잡아타는 시도 또한 착착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57번은 소요산역에서 탄 적이 있었지만 하심곡사거리에서 56-7번으로 환승하느라 깊이울은 들어가보지 못했었는데, 당시에는 버스시간 상 어쩔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57번에 좀더 집중을 해야 맞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남긴 곳이기도 했습니다.
버스가 과연 깊이울을 들어가줄 지 걱정이 되지만, 어찌됐든 가능한 시간대는 지금뿐이었기에 오후 12시 20분에 도착한 버스에 냉큼 승차합니다. 신읍7통에서 좌회전을 한 버스는 어르신들 그리고 젊은이 2명 가량을 태우고 하심곡 쪽으로 가는데, 누가 포천 버스 아니랄까봐 장난 아니게 빠릅니다. 그분과 함께 화현2리에서 탔던 포천 66-1번이 다시 생각나는 순간이었는데, 분명 카운티였는데도 청룡열차 탄 것마냥 너무 빨리 달려대서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ㅅ-;;;
사실 금동리에 허브아일랜드에 신북온천을 모두 들러가며 소요산역까지 가자면 생각보다 시간이 빡빡하기에, 급하게 가는 것이 이해가 가기는 했습니다. 어쨌든 정말 빠른 속력으로 무릎고개를 넘으니 곧 깊이울입구가 나오는데, 계획을 하나 더 만드느냐 마느냐의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제발 좌회전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속도를 줄이더니 진짜 좌회전을 하여 깊이울을 들어가줍니다. 심곡2리 마을회관 앞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데, 쩌는 1차로 길은 없었지만 진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ㅎㅎ
원래는 하심곡사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바로 내리려고 했으나, 버스가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시간이 남아버려 계류1리까지 한 정류장 더 가서 내리기로 하고 벨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분명 주변을 살펴가며 벨을 눌렀건만, 웬일인지 아주머니 기사께서 계류1리 정류장 채 못간 지점에서 버스를 세우더니 문을 열어버리시네요. 아... 이건 또 뭐 하자는 거냐 -ㅅ-;;;;
어쨌든 내리려는 정류장 바로 근처였으며, 여기에서 문을 열어주신 이유도 있긴 있었으니 내색하지 않고 바로 버스에서 내려줍니다. 제가 내리니 버스는 바로 문 닫고 출발해 버리는데, 자동차도 자주 지나다니질 않는 곳이라 곧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어쨌든 87-1번이 금동리를 출발하여 이곳을 향해 오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버스정류장을 향해 50m 가량 걸어가는데, 길가의 집에서 개짖는 소리가 저를 반겨주네요. 그냥 조용히 갈길 갈 건데 왜 자꾸 짖어대는 거야 -ㅅ-;;;
오지를 다니다보면 꼭 만나는 것이 개인지라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숙명(?)이었지만, 들개마냥 보자마자 덤벼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맹견이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경계는 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정류장이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류장으로 가보니 이번에는 제가 기다려야 하는 쪽이 그야말로 진흙탕이 따로 없어서 진짜 개판이네요. 어떻게 된 게 여기는 참 그냥 넘어가는 게 없다 싶었지만, 87-1번이 10분 이내로 도착예정이었기 때문에 다 용서가 됩니다.
[포천상운 87-1번(포천고교~포천시청,신읍7통,가채2리,신북면사무소,신북초교,동고개,하심곡사거리,계류1리,갈월1,2리,(↔허브아일랜드),덕둔2리~금동리)][환승] ※ 금동리 1230 출발
계류1리 1245 - 하심곡우신아파트 1246 - 동고개 1247 - 신북초교 1251 - 신북면사무소 1253
버스가 생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데다 도로가 굽어 있다보니 버스 오는 것이 잘 안 보여 사진으로 남기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그동안 가는 버스가 없었던 동고개 구간도 해결이 됩니다. 57번을 타서 깊이울 ㅓ형을 먹고 87-1번으로 빠져나간다는 이 계획은 의외로 지금밖에 맞는 시간대가 없어서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끝이 좋으면 다 좋지요 뭐. ㅋㅋ
하심곡삼거리에서 바로 직진을 해버린 버스는 야트막한 고개를 넘고 공장에서 외국인 두어 명을 태우며 신북으로 빠져나갑니다.
신북초등학교를 지나니 43번 국도가 금방이었습니다. 이제는 3000번 시외버스를 타고 신철원으로 넘어갈 계산으로 버스가 우회전하자마자 벨을 눌러 하차합니다. 그런데 3000번을 기다리며 어플을 보니 운천으로 가는 53번이 이쪽으로 온다고 뜨더군요. 아차 그러고보니 포천시청에서 오후 1시에 53번이 있었지 참 ㅋㅋㅋ
신철원까지의 시외버스 요금을 더욱 다운시킬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제가 아니었기에, 53번을 타고 운천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로 수정합니다. 그리하여 87-1번에서 내린 지 20분 약간 안 된 시간이 지나니 드디어 대회산리를 지나 비둘기낭폭포로 가는 53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포천상운 53번(포천시청~신읍7통,가채2리,신북면사무소,만세교삼거리,백로주입구,양문터미널,광명휴게소,성동5리,야미리,문암삼거리,영북농협,기갑여단,소회산리,(↔대회산리회관),대회산리~비둘기낭폭포)][환승] ※ 포천시청 1300 출발
신북면사무소 1315 - 만세교검문소 1321 - 금주5리,백로주 1325 - 양문터미널 1327 - 성동1리,광명휴게소 1333 - 성동2리,검문소 1336 - 서두머리,야미2리 1340 - 문암삼거리 1345 - 영북농협,영북면사무소 1350
하필이면 소형버스인 카운티가 걸린 데다 사람들까지 많이 타 있다보니(분명 이 사람들 양문이나 운천까진 갈텐데) 운천까지 가는 길은 고행길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양문터미널에서도 내리는 사람은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시외버스 요금을 아낄 수 있는 아주 절호의 기회였기에 모두 용서가 됩니다. 3000번을 신북에서 타면 신철원까지 요금이 4000원이지만 운천에서 타면 기본요금인 1700원만 내면 되는데, 이걸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일반시내버스로 운천을 가는 것도 모자라서 환승할인까지 5회 모두 다 챙겨가는데 말이죠. 결국 송우5리에서 환승을 받지 못했던 것은 전화위복이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ㅋㅋ
53번은 운천터미널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386번과 다르게 예전처럼 그대로 직진하여 곧장 운천으로 진입했고, 저는 영북농협에 하차합니다. 운천터미널이 있던 장소도 바로 이 곳 근처였죠.
이제는 운천터미널이 없어진 지 오래라 정류장 이름이고 건물 흔적이고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번에 53번을 탄 덕택에 3000번을 편하게 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386번을 타고 운천에 왔다면 내린 장소에서 길을 건너야 신철원 방향 3000번을 탈 수가 있지만, 53번은 3000번과 똑같은 경로로 오기 때문에 내린 자리에서 바로 타면 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플로 3000번의 위치를 보니 10분 후 도착예정이기까지 하네요. 요금도 2배 이상 아끼는데 버스도 금방 오지, 내린 자리에서 바로 타면 돼... 진짜 이건 일거양득 그 이상입니다. ㅋㅋ
[경기고속 3000번(동서울터미널~포천터미널,신북면사무소,양문터미널,영북농협,강포리~신철원터미널)][1700, 현금] ※ 동서울터미널 1230 출발
영북농협,영북면사무소 1401 - 자일1리(무정차) 1406 - 강포리 1406 - 신철원터미널 1411
오후 2시 1분이 되자 신철원 가는 3000번이 도착했고, 기분좋게 돈통에 1700원 넣고 버스에 승차합니다. 버스는 바로 운천을 빠져나와 북동쪽으로 달리는데, 큰 도로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시피해서 황량하기만 했던 자일1리에 이르니 곧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15년 전에는 여기서부터 의정부역까지 가는 138-7번 좌석버스가 있었는데, 그 좌석버스가 회차할 때 이용했을 장소는 아직 그대로더군요.
15년 전에 있었던 노선인 138-7번의 종점인 자일1리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하며 강포리를 지나가니(마을회관이 큰길가에 있더군요) 곧 신철원 시가지가 보였고, 버스는 운천을 출발한 지 10분이 지난 오후 2시 11분에 저를 신철원터미널에 내려주었습니다. 터미널 앞 공터는 단촐한 모습이었지만, 터미널 내부는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상당히 깨끗한 모습이었습니다.
신철원에서 와수리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 20분에 있었는데, 신철원 출발 군내버스는 터미널이 아니라 한 정류장 떨어진 우체국 앞에서 출발하는 것에 주의해야 했습니다. 버스 시간까지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시간이 남았기에 기점의 모습도 봐둘 겸 우체국까지 걸어가보니 과연 LED에 3-1번이 표시된 군내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철원 3-1번(신철원2리,철원우체국~갈말읍사무소,군탄사거리,문혜삼거리,문혜사거리,문혜헌병사거리,갈현고개,지경리,청양2리,청양초교,청양4리,학사리,김화고교,와수3리~와수리)][1550]
신철원2리,철원우체국 1420 출발 - 갈말읍사무소 1421 - 군탄사거리 1423 - 문혜삼거리 1426 - 문혜2리,문혜사거리 1429 - 문혜헌병사거리 1433 - 갈현고개 1435 - 청양5리,지경리 1439 - 청양초교 1442 - 청양4리 1444 - 학사리,김화읍사무소 1447
카드를 대니 1550원이었고, 오후 2시 20분이 되자 바로 버스가 출발합니다. 그런데 막상 버스는 신철원터미널을 끼고 바로 우회전을 해버리는데,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와는 달리 터미널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터미널 입구에도 버스가 설 만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인데, 결국 신철원 출발 군내버스는 무조건 우체국 기점에서 타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갈말읍사무소도 있으나, 그곳은 터미널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서 급박한 상황에서는 써먹기 어렵습니다).
읍내에서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제가 타지 않았다면 기사아저씨 혼자 와수리까지 드라이브하실 판이었습니다. 읍내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달리던 버스는 문혜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문혜리로 진입하는데, 여기는 누가 숨은 환승거점 아니랄까봐 제법 시가지가 잘 갖춰져 있더군요.
버스는 문혜사거리를 찍고 우회전을 하여 다시 와수리 쪽으로 기수를 틀었습니다. 문혜리에서도 타는 사람은 없다보니 진짜 승객은 저 혼자뿐이었는데, 문혜리를 지나니 백골부대 조형물과 함께 황량한 느낌의 넓직한 도로만이 저를 맞아줄 뿐이었습니다.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보니 버스도 시속 100km 가까이 속력을 내며 빠르게 달리는데, 문제는 분명 갈현고개 경유 시간대로 탔는데 버스가 큰길만을 달리고 있네요. 분명 LED에도 갈현고개 경유 번호인 3-1번이라고 되어 있었고,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는 물론 시청 홈페이지에서도 3-1번 시간대라고 돼 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ㅅ-;;;;
어이가 없었지만 가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거점 체크를 잘 해둘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토성리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지점인 지경리 정류장을 잘 봐놔야 했던 것인데, 추후 도창리종점에서 걸어나올 때 써먹을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지경리를 지나니 곧 청양리가 나오는데, 청양4리 경유 노선과 청양1리 경유 노선은 이 길을 달리다가 우회전을 해서 마을을 들어갔다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청양리를 빠져나오니 곧 학사리였고, 저는 와수리까지 쭉 가는 대신 학사리에서 벨을 눌러 하차합니다.
[도보]
학사리,김화읍사무소 1447 - 학사교차로 1450 - 생창리마을회관 - 생창리종점 1555
생창리 노선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생창리종점에서는 오후 4시 10분에 버스가 있었으므로 저는 바로 생창리를 향해 걸어들어갑니다. 아까 문혜리에서 학사리로 올 때도 도로에 자동차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생창리 가는 길로 접어드니 안 그래도 없는 자동차가 더 안 보이더군요.
뒤로 보이던 학사사거리도 언덕을 넘어가니 저 멀리 사라져 버리는데,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니 검문소가 보입니다. 지금은 민통선이 북상한 덕택에 더 이상 쓰지 않는 검문소였는데, 생창리 노선 또한 2024년 3월 현재의 정연리 노선이나 유곡리 노선과 같이, 마을주민 이외에는 민통선에 막혀 종점까지 탈 수 없는 그런 시절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연리나 유곡리, 그리고 마현리는 2024년 현재도 못 가는 곳이라는(마현리는 이따 타게 될 강원고속 산양리행 시외버스를 통해 5번 국도 따라 지나가볼 수만 있을 뿐, 그곳에 내리거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볼 수는 없습니다) 점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검문소를 지나니 집들이 잘 보이지 않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강이 진짜 멋지네요. ㅋㅋㅋ
길가에 집이 없는만큼 자동차 또한 거의 보이지 않아서 주변이 정말 조용했는데, 경치 감상하기에도 딱이었습니다. 또한 철원 오대쌀이 이런 환경에서 나왔구나 싶었는데, 정말 그 유명세 또한 이해가 됩니다.
학사리에서 걷기 시작한 지 50분이 지나자 드디어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생창리라는 이름이 적힌 마을 비석도 볼 수 있었습니다. 민통선 바로 근처의 마을이었지만 일하러 집밖으로 나온 주민도 보이는 등, 활기는 있더군요. 마을로 들어선 지 몇 분 지나니 마을회관이 보이는데, 마을회관 바로 건너에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카페까지 있는 것도 보았죠. DMZ 생태공원 관광객들을 노리고 만들어진 카페 같다 싶었는데, 민통선 바로 코앞인데다 다른 마을로 가려면 수 km를 나가야만 하는 이 외진 마을에 카페가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50분 정도 걸어온지라 커피라도 하나 마실까 하고 카페로 다가가 봤지만 문이 닫혀 있더군요.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과였기에 바로 버스종점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버스종점까지의 거리는 500m도 채 남지 않았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어 있었고 버스시간도 충분히 남아 있었기에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마을회관을 지나니 도로에 갓길이 없다시피하다가 다시 넓어지는데, 가드레일을 따라 지뢰 경고 표시가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최전방이라는 것이 실감납니다.
길이 다시 넓어지는 지점에 이르니 저만치에 버스 정류장과 집들이 보였고, 저는 오후 3시 55분에 생창리 버스종점에 도착하게 됩니다.
종점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버스 시간까지는 15분 가량이 남아 있었지만, 이 곳에서 좀더 안으로 들어가면 민통선 검문소가 나오기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합니다. 그래도 여기는 오기 어려운 곳이므로 검문소를 멀찍이서 보고 갈까도 싶었지만, 정류장 바로 뒷집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 도로 정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묶여있지 않은 개이거나 맹견일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건드려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버스는 와수리를 출발했을 테고, 정류장에 앉아 차를 기다리니 오후 4시 10분에 버스가 도착합니다. 생창리종점 출발시간이 오후 4시 10분인 것을 고려하면 곧바로 돌려서 나갈 것이 틀림없었기에 바로 탈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철원 15번(와수리~와수3리,김화고교,학사리,생창리마을회관~생창리종점)][1550]
생창리종점 1610 도착 및 출발 - 생창리마을회관 1611 - 학사리,김화읍사무소 1617 - 김화여중고교 1618 - 와수3리 1620
버스를 탄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는데,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를 마친 버스는 바로 와수리를 향해 출발해 버립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는데, 철원군내버스는 신철원이나 동송, 와수리 간을 잇는 간선노선을 제외하면 종점에서 바로 회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암과 마찬가지로 종점에 도착하면 딱 회차지 출발시간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죠(나중에 나무위키로 확인하니 진짜 제가 이날 생각했던 그대로네요 ㅋㅋ).
버스는 제가 한 시간 남짓 걸어온 길을 단 7분만에 주파해 버렸고, 학사리에서부터는 아까 신철원에서 탔던 와수리행 버스와 같은 경로로 와수리를 향해 달렸습니다. 김화여중교를 지나니 와수리 시가지가 나오는데, 언뜻 보면 경기도 바로 근처라 만만해 보이지만 우리집 기준으로는 천안이나 청주보다 더 멀고 오래걸리는 동네들 중 하나인 이 곳을 드디어 와보게 되었습니다. 군인들 덕택이겠지만, 와수리는 익히 듣던 대로 동네가 제법 큰 편이더군요.
저는 와수리 시가지로 들어가지 않고, 시가지 입구인 와수3리에서 벨을 눌러 하차합니다.
군내버스는 와수리 시가지 한복판을 지나 북쪽 어귀의 차고지까지 운행하지만, 오늘은 여기에서 산양리로 가는 직행을 타야 하기 때문에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린 겁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의하면 와수리 차고지는 나중에 얼마든지 갈 수가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늘의 계획에 있어 아쉬웠던 점은 수피령을 넘지 못했다는 것 하나일 정도였습니다. 수피령을 넘으려면 여기서 춘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하필이면 이 버스가 우한 폐렴 이후로는 하루 2번만 다니는데다 와수리에서는 막차가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 간발의 차이로 그 시외버스를 탈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니만큼, 저는 미련없이 바로 터미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줍니다. 와수리터미널은 여러 블로그들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산양리 직행은 특정 시간대에만 몰려서 다니는데, 대놓고 군인들 출타 및 귀대시간에만 다닌다고 광고하는 수준입니다. 터미널에 도착한 저는 서둘러 매표소부터 찾았는데, 와수리에서는 산양리 방향 첫차가 오후 4시 30분인데다 동서울에서부터 오는 노선이다보니 여기에 정확히 오후 4시 30분에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금표를 보니 산양리까지는 4500원, 사창리는 4900원입니다. 여기에서 타도 율곡 이이 선생님 한 장을 줘야 할 판이니, 일동이나 이동 이런데서 타면 꽤 묵직한 요금이 나올 것은 안 봐도 야동이네요. 이걸 동서울에서부터 타면 얼마를 내야 할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는 걸로 해야할 정도입니다(전구간 요금은 2만원쯤 될 것 같지만요). -ㅅ-;;;;
매표소에 도착한 저는 정말 많은 고민끝에 4500원을 주고 산양리 표를 끊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고민이라는 말이 중요한데, 사실 이 산양리 직행은 산양리 외에도 38연대(말고개정상) 및 15초소라는 중간 정류장이 있으며 그곳에는 화천군내버스도 오기 때문에 굳이 돈을 더 내가면서 직행을 산양리까지 쭉 타고 갈 이유는 없었던 겁니다. 38연대나 15초소는 말고개 민통선 검문소 안쪽에 있으나, 거기에서 내렸다가 화천군내버스를 타는 것도 가능하다는 매니아들 및 석준형의 정보 또한 있었죠.
하지만 계획을 세우면서 최근의 정보들을 찾아보니, 하루 2번 말고개로 가는 철원 31번 공영버스(구 17-1번)를 탔다가 검문소에서 강제 하차당하고 버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왕복으로 탔는데도 출입 통제 때문에 그렇게 됐었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생각하니 요금을 더 내더라도 산양리 간다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화천 쪽 검문소는 정보가 없어 모르겠지만, 철원 쪽 검문소는 출입 금지를 시키는 것이 확실했기에 일단 산양리로 넘어는 가고 봐야 했던 겁니다.
표를 끊고 터미널 바깥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니 제 시간보다 15분이 늦은 오후 4시 45분이 되어서야 버스가 도착합니다. 강원고속이 매우 빠르게 달리는 경향이 있다지만, 동서울터미널에서부터 오는 노선이다보니 시간을 맞추기는 마음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강원고속 동서울~일동,이동,도평리,도평3리,자등리,신수리,와수리,38연대,15초소~산양리][4500] ※ 동서울터미널 1455 출발
와수리터미널 1645 - 용양삼거리(무정차) 1653 - 검문소(무정차) 1655 - 마현2리 1658 - 마현1리입구 1659 - 검문소(무정차) 1701 - 말고개정상(무정차) 1705 - 38연대,중간마현리 1706 - 15초소,적근동 1709 - 윗마현리(무정차) 1710 - 산양리터미널 1715
버스에 타려고 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느냐고 묻더군요. 어디 가는지는 승차권 보면 뻔히 나오는데도 굳이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보니 표를 산양리로 끊길 잘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산양리 간다고 하며 승차권을 드리니 예상대로 바로 통과였고, 버스는 저를 포함하여 산양리 가는 손님들 몇 명을 태우고 바로 와수리를 출발합니다.
와수리 시가지를 지나(삼거리가 로터리로 바뀌었더군요) 북쪽 어귀를 통과하니 와수5리 마을회관이 보이는데, 산양리로 가기 때문인지 버스가 12시 방향으로 갑니다. 와수리를 벗어난 이후로 펼쳐지는 것은 왕복2차선 도로와 황량한 모습의 들판, 그리고 산 뿐이었습니다.
시골길이었지만 맞은편으로 달려오는 차가 전혀 없던 탓에 버스는 시속 80km 이상으로 대단히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생창리로 빠지는 길과 만나는 용양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수 km를 달리니 검문소를 만날 수 있었고(여기가 13초소였습니다), 버스는 바리케이드 바로 앞에 멈춰섭니다.
이제 군인이 신분증 검사한다고 타겠지?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기사아저씨께서 창문을 열더니 초병과 안부도 전하고 농담따먹기까지 하는 등,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됩니다. 이건 또 뭔 상황인가 싶었지만, 저 초병과 기사아저씨 입장에서는 종종 만나게 되는 사이라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죠.
그러다가 기사아저씨께서 "일곱" 이라고 말하니 바리케이드가 열리고 통과가 되는데, 저는 이것을 통해 말고개 민통선 내 정류장들인 38연대나 15초소 등에서는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께서 말한 일곱이라는 숫자는 저를 포함한 승객 숫자였는데, 반대쪽 검문소에서도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인원수는 무조건 일곱 명으로 똑같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안 그래도 집이 안 보여 썰렁했던 도로였는데, 검문소를 통과하니 정말 산과 논밭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민통선 안에 있다는 마현리는 정말 주민들의 통행 불편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민이나 근처 부대 복무자에 한해 승하차가 가능하겠지만) 손님이 있을 경우에는 정차할 것으로 예상되던 마현2리와 마현1리 모두 버스가 쏜살같이 통과하는데, 아쉽게도 공영 30번이 ㅓ형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마현1리 및 2리 마을회관 모두 5번 국도에서 제법 애매하게 떨어져 있어서(...) 회차지를 볼 수가 없더군요. ㅜㅜ
공영 30번은 도대체 어떻게 타야 하나 참 골이 아플 일이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2024년 3월 현재 철원군에서 마현리 민통선 북상을 추진중인데, 이번에는 국회의원의 지원사격도 있어서 일이 성사될 가능성이 꽤 높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공영 30번이 회차하는 마현1리 종점에 이르니 정류장 이름대로 또 군부대 및 바리케이드가 보였지만, 아까 13초소에서 검문을 통과했기에 재차 검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버스는 그대로 검문소를 통과하여 계속 직진을 하는데, 마현1리를 지나니 본격적으로 고갯길이 시작되더군요. 버스는 말고개 그런 게 있느냐는 듯 요리조리 빠르게 달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여기가 민통선 안쪽이라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시피한다지만 맞은편에서 차가 나타날 수는 있을텐데 정말 강원고속답습니다. 휴;;;;
누가 고개 아니랄까봐 차창에는 높다란 산밖에 보이질 않는데, 여기도 제법 높은 곳이라는 실감이 납니다. 가평 설악에서 양평으로 넘어갈 때 지나게 되는 농다치보다도 훨씬 높은 그런 느낌이더군요. 고개 정상에 이르니 화천군이라는 이정표가 구석에 세워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화천군 이정표를 지나니 곧 내리막길과 함께 사진으로 보았던 말고개종점이 보이는데, 전적비 한번 보고 싶었지만 내릴 수가 없으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지금 산양리 가면 말고개로 올라가는 군내버스가 있으니 그걸 왕복으로 타고 다시 와보기로 하고(적근산아파트 ㅓ형도 있으니) 말고개종점 및 정류장을 눈으로 잘 봐두었지요. 이 여행기를 쓰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말입니다.
여기는 특이하게도 중간마현리가 윗마현리보다 더 위에 있는 곳이었는데, 버스는 정말 빠른 속력으로 막힘없이 질주해 줍니다. 그러다가 적근산아파트 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니 검문소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기사아저씨가 다시 일곱이라는 숫자를 이야기하니 길이 열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양측 모두 인원수가 무조건 같아야만 할 거라는 저의 예상은 소름돋도록 정확하게 맞아들어갔던 것입니다. 산양리 간다하고 탄 것이 진짜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검문소를 지나니 윗마현리가 나오고, 버스는 여전히 꼬불꼬불한 산골짜기 도로를 빠른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버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거 같아 운전석 속도계를 슬쩍 봤더니 시속 100km였는데, 전에 석준형과 탔던 금강고속 직행버스들(풍수원~용두리, 그리고 인제 현리~상남 구간을 탔었죠) 모두 산길을 시속 100km로 달린지라 그날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휴;;;;
그래서인지 종점인 산양리터미널에 도착하니 와수리를 출발한 지 정확히 30분 뒤인 오후 5시 15분이었습니다. 강원고속의 스피드는 2024년 현재도 죽지 않았더군요. 갈듯 말듯 빨리 가지도 못하면서 답답하게 길막이나 하는 운전이 많이 보이는 요즘, 기사아저씨의 엄청난 운전실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ㅅ-;;;;
저를 포함한 7명의 승객들이 모두 내리자 기사아저씨께서는 버스를 구석에 주차시킨 후 어디론가 사라지시고, 저는 터미널을 둘러보았습니다. 도로와 접하는 곳 바로 옆에 매표소가 있어서 그쪽으로 가보니 시간표가 붙어 있었는데, 시외버스는 아침 7시대에 3회 이후로는 오후 6시가 되어야 차가 있더군요. 그나마 화천군청 홈페이지 버스 시간표에 적혀있는 대로, 군내버스가 한 시간에 한번꼴로는 다닌다는 게 다행이었습니다.
터미널이래봤자 좀 넓은 공터, 그리고 도로와 접하는 곳 바로 옆에 매표소 하나 세워져 있는 게 다였지만 이곳 주민들과 근처 부대 군인들에게는 소중한 장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터미널 주변으로는 여러 프랜차이즈들이 제법 들어와 있었고 주민이 운영하는 가게도 제법 볼 수 있었죠.
터미널 건너편에는 편의점과 함께 만두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아까 오전에 송우5리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은 이후로는 뭘 먹지를 못해서 만두라도 하나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말고개로 올라가는 군내버스가 10분 내로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그 생각은 곧 지워버리고, 만두 가게 앞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5시 31분이 되니 드디어 7번이 도착하는데, 김포 마을버스 회사인 대진교통이 화천군내버스를 운행하게 됐다고 하더니만 버스의 도색부터 짙은 녹색 떡칠로 바뀌어 있네요.
[화천 7번(화천시내버스터미널~화천성당,신풍리,장촌리,파포고개,노동리,부촌리,산양리터미널,아랫마현리,윗마현리,적근동,(↔적근산아파트),중간마현리~말고개종점)][1600] ※ 화천시내버스터미널 1710 출발
산양리터미널 1731 - 아랫마현리 1737 - 윗마현리 1739 - 15초소,적근동 1740
차량은 예상외로 대형버스인 BS106 로얄시티입니다.
버스에 올라 카드를 댔더니 화천은 요금이 1600원이더군요. 그런데 버스가 산양리터미널에 도착하니 버스 안에 있던 수많은 승객들이 우르르 내려버렸고, 기사아저씨께서 웬일인지 제게 어디 가냐는 질문은 하지도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운전을 하시는 통에 미리 왕복 양해를 구해볼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ㅜㅜ
이렇게 버스 타고 다니면 어디 가냐는 질문이 제일 무서운 법인데, 그 질문이 필요해지는 때가 있다니 참 별 일이 다 있습니다. 안내방송 그런 건 예상대로 나오지 않던 말고개행 군내버스는 아까 강원고속 시외버스로 달렸던 길 그대로 말고개를 향해 달렸고, 15초소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초병이 버스 안으로 들어오는데, 버스에서 나가지 않고 종점 찍고 다시 나간다고 했지만 결국 버스에서 하차당해야만 했습니다. 오른쪽 모퉁이에 세워진 빨간 정류장 가서 기다렸다가 타고 나가라 하니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정류장 안에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제가 굳이 이렇게까지 하려고 든 이유는 적근산아파트 때문이었는데, 시외버스와 달리 군내버스는 화천 방향으로 적근산아파트를 경유했던 겁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니 이건 뭐 정말 방법이 없네요. ㅜㅜ
여기서 말고개종점까지는 5분 걸리기 때문에 버스는 오후 6시 5분이 되어야 이곳으로 다시 옵니다. 버스에서 강제 하차당한 이후, 버스가 다시 올 때까지 정류장 안에 짱박혀 있으려니 신세가 참 처량하더군요. 그나마 정류장 안에 저 혼자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방금 전 검문소에서 군인이 더 이상 다른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는 점이 위안입니다. 정류장 안에 가만히 앉아 석준형에게도 톡을 보내며 시간을 보내니 제가 타고 왔던 바로 다음 시외버스가 와서 검문소 앞에 정차하는 것을 보는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버스가 바로 검문소를 떠나지 않고 좀 꾸물댑니다. 설마???
예상대로 그 버스가 떠나고 나니 군인 한 명이 이쪽으로 건너옵니다.
부대로 귀대하는 장병이 그 강원고속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 여기에 내린 것입니다. 결국 산양리행 시외버스의 와수리~산양리 구간 사이의 정류장들(38연대나 15초소, 마현리 등)은 주민 아니면 인근부대 복무자만 타고 내릴 수 있는 것이더군요. 일반인은 남북한관계에 따라 출입통제를 당해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평소에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오후 6시 5분이 다 되어가자 저는 힘없이 정류장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립니다.
적근산아파트는 물건너 갔지만, 이번 버스를 타고 화천으로 나가지 못하면 귀갓길에 엄청난 헬게이트가 열리기 때문에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던 겁니다. 과연 6시 5분이 되자 아까 탔던 버스가 다시 나타났고, 진짜 적근산아파트를 들어가려는지 좌회전을 하여 제 앞으로 오는데...
어라?????
적근산아파트 들어가는 방향인데도 버스가 제 앞에 서더니 앞문이 열리더군요. 민통선 검문소 바로 앞인데다 주변에 군부대 시설물들이 있어서 버스가 오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지만, 눈앞에 서있는 버스의 모습은 분명 적근산아파트 들어가는 방향이었습니다.
[화천 7번(화천시내버스터미널~화천정보산업고교,신풍리,장촌리,파포고개,노동리,부촌리,산양리터미널,아랫마현리,윗마현리,적근동,(←적근산아파트),중간마현리~말고개종점)][0] ※ 말고개종점 1800 출발
15초소,적근동 1805 - 적근산아파트(회차) 1807 도착, 1809 출발 - 윗마현리 1812 - 아랫마현리 1814 - 산양1리 1818 도착, 1820 출발 - 산양리터미널 1821 - 부촌리 1824 - 노동1리 1826 - 파포고개 1828 - 장촌리 1829 - 신풍리 1833 - 화천성당앞 1836 - 화천정보산업고교 1837 - 화천시내버스터미널 1839
아까 하차당할 때 기사아저씨께 죄송하다고 말했던 것이 통한 것인가?
사실 제가 정류장 안에 박혀 있으면 기사아저씨 시점에서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 어려우니 정류장에서 잘 기다리고 있다는 의사표시를 하고자 바깥에서 기다린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문을 열어주시니, 진짜 기사아저씨께 죄송하기도 하고(미리 말고개 간다고 말을 못했어서 ㅜ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아까 일을 생각하면 적근산아파트 찍고 나온 다음 저를 태워서 화천으로 나갈 거라 생각했었고, 정말 그렇게 해도 할 말 없는 거였으니까요.
버스에 오르니 맨 뒷자리에는 말고개종점에서 탄 것 같은 병사 한 명이 앉아 있었으며, 제가 버스 안으로 들어가니 기사아저씨께서 귀로 요금은 받지 않고 바로 출발하십니다. 부대 담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버스가 움직이는데, 분명 적근산아파트를 가는 것이었습니다. 부대 담장 옆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더군요. 길은 진짜 개쩌는 1차로였으나 민통선 안쪽인데다 부대 주둔지였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진짜 어디인가요.
개쩌는 1차로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왼쪽에는 막사 두어 동, 오른쪽에는 적근산회관이라고 적힌 3층짜리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에 오니 버스가 적근산회관 정문 바로 코앞에 있는 공터로 들어가 회차를 하더군요. 여기에서 나가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듯, 회차를 마친 버스는 바로 나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아직 오후 6시가 갓 넘은 시간이라 건물 밖에 군인들이 나와 있는 것도 몇 명 보이는데, 오후 6시 10분이 되자 버스는 다시 검문소를 향해 돌아나갑니다. 이번에도 초병이 버스에 탔지만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병사가 출타자라는 것만 확인하고 바로 길이 열렸죠.
다시 산양리 시가지 어귀로 돌아오니 오후 6시 18분인데, 터미널 바로 전 정류장에서 오후 6시 20분 시간을 맞춘 다음 터미널로 진입하더군요. 산양리터미널에서는 산양리에서 화천으로 나가는 시간에 맞춰 버스가 도착하게끔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산양리터미널에서 두어 명의 손님을 태우자마자 바로 화천을 향해 내달립니다. 골짜기를 따라 난 도로를 버스는 달리고 있었는데, 여기도 누가 강원도 아니랄까봐 길에 집들이 별로 안 보입니다.
파포리 경유는 아닌 탓에 버스는 그대로 쭉 직진을 하여 파포고개를 넘어버렸고, 빠른 속도로 달리다보니 파포고개를 지난 지 10분도 안 되어 읍내에 들어옵니다. 여기를 오니 제가 진짜 화천을 와 버렸구나 하는 실감이 나게 됩니다. ㅋㅋ
화천성당을 지난 버스는 네이버 지도에 나온 경로와는 다르게, 화천터미널을 들르지 않고 바로 시내버스터미널로 좌회전을 하여 운행을 마쳤습니다. 화천은 버스정보시스템(BIS)이 없는 만큼,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경로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할 듯 싶더군요.
아까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기사아저씨께 사과를 드리고(다행히 다음에는 미리 이야기 해달라고 하시며 저의 사과를 받아주셨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저는 시내버스터미널을 잠시 둘러봅니다. 버스들이 다들 아까 제가 탔던 버스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진한 녹색이었는데, 산천어운수 시절의 밝은 도색은 역사가 됐다는 걸 다시 실감하지 않을 수 없네요.
현재 시간 오후 6시 40분.
화천공영버스터미널에서 춘천으로 나가는 시외버스는 오후 7시 30분에 있어서 50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군바리 동네 식당들은 음식을 잘한다는 석준형의 개쩌시는 진리에 따라, 저는 시장 구경도 간단히 해볼 겸 화천에서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진지방돈가스순대국에서 돈까스를 먹었는데, 돈까스가 꽤 잘 나오는 것은 물론 가성비까지 괜찮아서 역시나 후회는 없었습니다. ㅎㅎ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오후 7시 20분 약간 안 된 시간입니다. 복권방을 들르고 공영버스터미널로 가는 도중 회색 마스터 한 대가 시내버스터미널 쪽으로 가는 걸 보는데, 화천군에도 공영버스 브랜드가 있는지 희망버스라는 문구가 차량 측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희망버스 저건 또 뭔가 싶었지만, 기존 군내버스들 중 일부를 전환한 것이 희망버스였다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공영버스터미널로 들어간 저는 바로 5300원 주고 춘천역까지 버스표를 끊었습니다. 오후 7시 30분 버스를 타지 못하면 정말 큰일나기 때문에 표를 끊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안도감마저 느껴지더군요.
화천보다 속초가 집에서 훨씬 멀건만 어찌된게 귀갓길은 속초보다 빡세니 참 어이가 없었지만, 오후 7시 30분이 다 되어가니 동서울행 버스가 승차홈에 등장합니다.
[강원고속 동서울~대성리,청평,가평,서천리,안보리,당림리,강촌,춘천터미널,춘천역,소양뱃터,두미르아파트,현대아파트,원평리,상호아파트,신포리,사북면사무소,지촌리,현지사,어리고개,서오지리,달거리,원천리~화천공영버스터미널][5300]
화천공영버스터미널 1930 출발 - 원천리,원천교 1938 - 달거리,계성리입구 1939 - 서오지리,서오지리마을회관 1942 - 어리고개,지촌삼거리 1943 - 현지사 1944 - 지촌리,지촌초교 1945 - 사북면사무소 1946 - 신포리,신포중교 1947 - 상호아파트 1947 - 원평리,원평리진입로앞 1949 - 춘천댐삼거리(무정차) 1955 - 신매대교(무정차) 2000 - 춘천현대아파트 2002 - 두미르아파트 2004 - 소양뱃터,소양2교 2006 - 춘천역 2009
이 시외버스의 행선지는 동서울이지만 춘천 이후에도 완행으로 가기 때문에 경유지가 많아 동서울까지 소요시간은 매우 오래 걸립니다(동서울 무정차 노선은 춘천으로 나가야 탈 수 있었죠). 하지만 화천읍에서는 화천군 바깥으로 나가는 노선버스가 이 노선뿐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이걸 타야만 하는데, 그나마 지금 춘천역 가면 오후 8시 30분에 춘천역을 출발하는 용산행 ITX-청춘 열차와 시간이 맞는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판이었죠.
저 외에도 10명 이상의 손님을 태운 버스는 오후 7시 30분이 되자 바로 출발합니다. 북한강을 따라 나있는 도로를 따라 버스가 달리는데, 읍내에서는 신호등이 없었던 탓에 터미널을 출발한 지 불과 3분 지나니 읍내의 불빛은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도 않더군요. 아직 3월인 탓에 읍내를 빠져나오니 도로는 온통 암흑천지였는데, 아까 산양리 시외버스와 똑같이 여기서도 안내방송이 나와서 정류장을 파악할 수는 있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원천리와 달거리, 오지리, 어리고개, 현지사, 지촌리, 사북면사무소 등등... 춘천~화천 구간에서도 경유지가 많았지만, 누가 강원고속 아니랄까봐 이번 버스도 쏜살같이 내달립니다. 타려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었고 자동차도 잘 지나다니지 않았으며, 도로에 신호등 하나 보이질 않아서 버스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그나마 다른 곳들은 정류장에서 그대로 타면 되니 괜찮았지만, 달거리는 정류장이 도로 안쪽에 따로 있다보니 해 지면 버스 못 탄다고 봐야 했습니다 -ㅅ-;;;;). 결국 버스는 25분 동안 진짜 달리기만 하다가, 춘천댐삼거리에 이르러서야 잠시 정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햐 -ㅅ-;;;;;
신매대교에 이르니 춘천 시가지의 불빛이 보이는데, 화천에서부터 쭉 달리기만 했는데도 여기까지 30분이나 걸렸습니다. 강원고속이 진짜 한 스피드 하는 회사인데도 소요시간이 이 정도라니, 화천의 벽도 양구보다는 나을 뿐, 꽤 높은 축에 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매대교를 지난 버스는 현대아파트, 두미르아파트를 정차한 후 소양2교를 건너 춘천역으로 향하는데, 현대아파트에서부터 손님들이 속속 내리더군요. 어차피 춘천 버스와 수도권 전철은 환승할인도 안 되겠다, 이곳 사람들은 춘천역이나 터미널을 갈 때 시간이 맞을 경우 이 시외버스를 타는 경우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일터는 화천에 있지만 집은 춘천에 있는 사람들 또한 이 노선을 이용할 수 있겠고 말이죠.
신매대교를 건너 시가지에 진입한 후부터는 신호등이 많아 버스도 아까처럼 빠르게 달리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춘천역에는 오후 8시 9분에 도착합니다. 용산으로 가는 ITX-청춘 열차는 오후 8시 30분에 있었고, 미리 코레일톡으로 예매를 해놨기에 급할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ITX-청춘(춘천→용산)][9800]
춘천 2030 출발 - 남춘천 2033 - 가평 2048 - 청평 2056 - 평내호평 2109 - 청량리 2132 - 왕십리 2137 - 용산 2151
오후 8시 30분에 춘천역을 출발한 ITX-청춘 열차는 용산까지 큰 지연 없이 잘 달려주었지만, 막상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어 있었습니다. 진짜 오늘은 화천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는데, 꼭 안성 미리내성지를 처음 가봤던 날 느꼈던 그런 느낌이 다시 들더군요(2010년 9월 24일 시승기 참고).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오늘의 계획이 실패한 것 없이 잘 이루어짐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화천은 노선들의 난도가 춘천이나 철원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또 어떻게든 타보게 되겠죠 뭐.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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