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버스로 떠나는 시골 여행
버스 기행문/2022년~2023년

2022년 6월 18일 - 영죽리와 애련리를 방문한 원주, 충주, 제천 시내버스 여행기(Feat. 1등 로또용지)

by 회관앞 느티나무 2022. 11. 12.

오우 혁님
저번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원주와 충주버스를 타는구먼요. 이번에는 양동역에서 하늘숲추모원 노선(22-7번)을 타는 것을 시작으로 제천까지 가게 되니 시승의 재미가 더욱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ㅋㅋ

물론 이게 공짜로 그냥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양동역을 오전 9시까지 가려면 청량리역을 오전 7시 3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야 했기 때문이죠. 이 무궁화호는 분명 탈 일이 찾아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드디어 올 것이 온 셈이지만, ???: 넌 아직 여러 발 남았다 오늘은 집에도 매우 늦게 도착하는 관계로 집에서 청량리역으로 가는 동안 영양 보충(?)을 좀 했습니다.

혹자는 시승기들을 언뜻 보았을 때, 할 짓이 없어서 이런 거나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오히려 이런 거 할 때도 부지런해야 하고 계획적이어야 하니까요. 매니아들이 매번 버스여행에 실패하곤 하는 것도, 사실 계산은 계산대로 안 하고 계획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그런 겁니다.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버스는 한 번 지나가면 그걸로 땡인데도 말이죠.

아무튼 일찍 일어나서 부족해진 잠은, 가면서 보충한다는 스킬은 정말 두고두고 도움이 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 탈 무궁화호가 계속 매진 상태였다는 겁니다. 보통 때는 새벽에 찾아보면 몇 자리씩이나마 남아 있는 것들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도무지 가망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여객전무에게 이야기하여 양동까지 표를 끊게 되는데, 50% 부가금이 더해진다고 합니다. 덕분에 원래 양동까지 4200원인 기차요금이 6300원이 되어버렸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타기 전에 무인 기계로 입석표라도 끊어볼걸 ㅜㅜ 설마 이거 매표소 그런거 없는 간이역에서 타도 50% 부가금을 떼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궁화호(청량리→동해)][4200 + 2100 = 6300]
청량리 0735 출발 - 덕소 0749 - 양평 0808 - 용문 0816 - 지평 0821 도착, 0825 출발 - 석불 0830 - 일신 0834 - 매곡 0840 - 양동 0844

아무튼 지나간 일은 할 수 없는거고, 어쨌든 저도 좌석은 없지만 무사히 표를 끊기는 했으니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서울을 탈출하여 양동으로 갈 수가 있었습니다(석준형에게도 고마웠습니다 ㅎㅎ). KTX-이음을 먼저 보내기 위해 지평역에서 4분 대피해 있다가 움직인 열차였지만, 양동에 내리니 오전 8시 44분이었죠. 어쨌든 1시간 10분만에 서울 청량리에서 양동을 와 버리는데, 이곳 사람들이 과연 버스를 탈까요 아니면 기차를 탈까요? 아주 자연스럽게 기차를 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건 매냐들이 "잡역"이라 말하는 양동역 주변의 기차역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 이들 역에 정차하는 열차 기준으로, 양평이나 청량리를 안 서는 열차 보셨습니까? ㅋㅋ
 
지평면과 양동면은 무조건 기차가 먼저다.
밑줄 쫙 긋고 꼭 기억해야 하는 문장입니다. 이쪽 지역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문장이기도 하죠.

열차에서 내려 양동역 광장으로 가보니 싱그러운 아침햇살이 드리우고 있었고, 우리는 오전 8시 55분에 도착한 계정리행 버스에 승차합니다.
 
 

▲ 양동역을 오전 8시 55분에 출발하는 계정리행 버스. 하늘숲추모원 경유이므로 LED에 22-7번이라 나옵니다.

 

▲ 원주 가는 58번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금강고속 22-7번(양동역~원삼산,계정3리,(→하늘숲추모원),계정2리,논골~작두터골)][1450]
양동역 0855 출발 - 삼산1리,원삼산 0857 - 계정3리,점말회관 0902 - 하늘숲추모원 0910

계정리 가는 버스였지만 그럼에도 이 버스를 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 이 시간의 버스만 하늘숲추모원을 추가로 들르기 때문입니다. 추모원 가는 길은 자동차로 지나가본 적이 있었으므로 왜 그쪽에 버스가 가질 않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차가 너무 적게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버스는 계정리를 향해 올라가게 되는데, 기존 계정리 노선이 1차로 구간을 가는 것도 그대로였지만 추모원으로 올라가는 길 또한 집들이 별로 안 보이는 것도 그대로더군요.
 
 

▲ 하늘숲추모원 운행영상. 계정리 1차로길 구간과 하늘숲추모원 구간을 촬영하였습니다.

 

어쨌든 거의 3km 가까운 오르막길을 올라간 버스는 하늘숲추모원 들어가는 입구에 우리를 내려주었습니다. 추모원에 내리니 바로 양평/횡성 군계가 보였죠.
 
 

▲ 하늘숲추모원 회차지에 도착한 버스. 양평/횡성 군계까지 버스가 갑니다.

 

▲ 바로 회차하여 떠나는 버스. 이곳에서의 첫차이자 막차가 떠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ㅅ- ㅋ

 

▲ 하늘숲추모원 버스 회차지. 추모원 바로 입구까지 옵니다. 이제는 얼른 스므나리로 가야 할 때였죠.



[도보]
하늘숲추모원 0910 - 스므나리종점 0925
 
이제는 고개 반대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스므나리에서는 버스가 오전 9시 30분에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하기에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종점만 사진으로 남기고 바로 뛰게 됩니다.
 
 

▲ 고개를 뛰어 내려오느라 정신이 없어 스므나리 직전에서야 겨우 사진을 남기게 됩니다.

 

▲ 오크밸리는 이쪽에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를 이용해 여길 와본 적도 딱 한번 있었는데, 이렇게 버스 및 도보를 이용해 다시 와보게 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역시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입니다. ㄹㅇ입니다.



그나마 버스가 고개 정상까지 올라와준 덕택에 내리막길만 남아있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조금만 뛰어도 금방 속도가 붙어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올 수 있었던 겁니다. 스므나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오전 9시 25분인데, 여기 오는 서원희망버스가 서원을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하니 놓칠래야 놓칠 수가 없었죠. 오늘 이 부분이 제일 똥줄이라 우리 모두 불안했었는데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이었습니다. 스므나리 정류장은 나무로 지어져 있었는데, 석준형의 시승기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죠. 다만 2022년 현재는 이런 곳에도 시간표가 친절하게 붙어 있는데,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버스가 참 적은 횡성이지만 명성교통이 군내버스를 운영하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 드디어 도착한 스므나리 버스정류장. 서원희망버스가 여기까지 ㅓ형으로 들어와 회차를 합니다.

 

▲ (2장 모두) 서원면 희망버스 시간표 및 유의사항. 토요일에는 운행한다는 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 (2장 모두) 명성교통이 횡성군내버스를 운행하고 난 이후 서비스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시간표가 있다니;;;

 
 
이윽고 오전 9시 30분이 되니 드디어 버스가 등장하는데, 르노자동차에서 만든 마스터라는 차종으로 운행하고 있더군요. 역시 같은 차종으로 운행하는 단월행복버스가 생각나는 순간이지만, 버스가 정류장 바로 앞까지 오는 게 아니라 멀찍이서 그냥 회차하길래 우리는 서둘러 버스를 향해 뛰게 되었죠.
 
 

▲ 드디어 등장한 서원면 희망버스. 정류장 앞까지 오지 않고, 저기서 회차하려고 하길래 겨우 남긴 사진입니다.



[서원희망버스 2번(서원~(스므나리),석화2리,대산,(옥지기),구미,상무곡~만종역)][1300] ※ 서원면사무소 0920 출발
스므나리(회차) 0930 - 석화2리 0933 - 옥계2리 0936 - 횡성학생야영장 0937 - 옥계1리,대산 0939 - 옥계대교 0942 - 옥지기(회차) 0943 - 구미 0945 - 상무곡 0950

오우~혁님
진짜 오전 9시 30분에 버스가 오다니 이 엄청난 시간예측에 팬티가 젖을 지경이랑께요. ㅋㅋ

버스에 올라보니 교통카드 단말기가 달려있었고, 우리는 1300원씩 찍으며 버스를 타게 됩니다. 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노선버스이지만, 무료환승까지 가능하다니 대박이 아닐 수 없었죠. 버스는 스므나리를 빠져나와 대산, 그리고 구미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기존 대산 경유 서원행 2번과 대산까지만 가는 54번을 모두 대체하는 듯 보였습니다.
 
 

▲ 스므나리를 나와 대산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강원도라 그런지 썰렁~합니다.

 

▲ 원주 54번이 회차했던 장소로 보이는, 대산 정류장.

 

하지만 54번과는 차이가 있었으니 옥계대교를 넘어 구미마을 쪽으로 가기 전, 옥지기를 들러줍니다. 옥지기로 들어가는 길은 제법 쩔더군요. ㅋㅋ
 
 

▲ 옥지기로 들어가는 1차로 길. 쩝니다. ㅋㅋ

 

▲ 멀어지는 옥지기 버스 회차지.

 

▲ 옥계대교를 건너면서 찍어본 멋진 섬강의 모습. 옥지기로 들어가는 길 역시 오른쪽으로 보입니다. ㅎㅎ



옥지기를 찍고 나온 버스는 옥계대교를 넘어 구미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원주시입니다. 하지만 원주도 외곽에는 인구가 정말 없는 것은 매한가지이기에 실감이 잘 나지는 않았습니다. 구미를 지난 버스는 계속 직진을 하였고 드디어 기업도시로 들어가는 입구인 상무곡에 도착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내리게 되는데, 정류장은 이름 적힌 게 아무것도 없이 썰렁한 모습이었습니다.
 
 

▲ 상무곡 정류장을 떠나는 서원면 희망버스. 노선구성이 괜찮았습니다. 철도가 가져오는 변화가 이렇게 엄청나다는 걸 보여주는 노선 중 하나이기도 했죠.

 

▲ 서원희망버스 운행경로도. 스므나리에서 상무곡까지의 기록입니다.

 

▲ 만종교차로에서 무실동으로 바로 가는 100-2번.



[원주 100-2번(혁신도시~옛원주역,터미널,무실동,만종교차로~기업도시)][1300]  ※ 기업사거리 0955 출발
상무곡 1015 - 차면리 1016 - 만종교차로 1018 - 휴먼시아6차,원주어시장 1020 - 무실동주민센터 1026 - 원주터미널 1032

이제 우리는 터미널로 가기 위해 100-2번을 탑니다. 만종교차로에서 바로 무실동으로 쏘는 노선이었는데, 덕분에 우리는 원주시내 외곽도로를 이용해 바로 시내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죠. 오우~ 혁님 ㅋㅋ
 
 

▲ 만종교차로에서 무실동으로 바로 이어지는 외곽도로 구간. 100-2번만 지나갑니다.

 

▲ 원주 100-2번 만종교차로 인근 운행경로도. 빨간색이 단독 구간입니다.

 

[원주 16번(장양리→태장2동,단계동,터미널,종합운동장,혁신도시,옛원주역,태장2동→장양리)][환승]
원주터미널 1034 - 종합운동장 1038

마침 16번 버스가 금방 오는 상황이라 우리는 바로 16번을 타고 종합운동장으로 가게 됩니다. 종합운동장에서 내린 저는 원주는 이미 나와바리가 된 지 오래인 석준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횡단보도 바로 근처에서 우회전을 하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쪽이 그동안 버스 경유지 안내로만 수없이 보았던 그 도영쇼핑이 있는 곳이더군요. ㅋㅋ
 
 

▲ 회촌으로 가는 34-1번. 도영쇼핑에서 이 버스를 만나게 됩니다. ㅋㅋ

 
 
[원주 34-1번(회촌) (장양리차고지~태장2동,단계사거리,터미널,학성중교,중앙시장,의료원,도영쇼핑,원주역,강릉원주대,흥업사거리,연세대정문,(↔연세대)~회촌)][1300] 
도영쇼핑 1057 - 청구아파트 1100 - 오페라웨딩홀 1103 - 원주역(회차) 1108 - 흥업사거리 1113 - 무수막마을 1117 - 연세대정문 1119 - 연세대(회차) 1121 - 연세대정문 1123 - 매지리,회촌입구 1127 - 회촌 1130

우리는 편의점에서 요기를 하고 오전 10시 57분에 도착한 34-1번에 승차합니다. 원주는 환승 횟수가 1번이기 때문에 요금이 새로 찍히지만, 확실히 수도권보다 싸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을 하게 되었죠. 우리는 이 버스를 타고 회촌까지 가게 되는데, 31번과 똑같은 경로로 가다가 원주역과 연세대 내부를 경유하였습니다. 원주역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 동네에서는 연세대라는 이 유명한 대학의 영향력이 정말 크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죠. 34번과 이 34-1번, 그리고 원주역의 많은 이용객들 중에는 분명히 연대생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이용객이 없을 수가 없어
 
 

▲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모습. 원주캠퍼스 교내를 드디어 버스 타고 들어가는 날도 오네요. ㅎㅎ

 

▲ 학교 마크를 이렇게 보기는 처음입니다. 정말 좋은 시도인 듯 ㅎㅎ

 

이렇게 꽤 많은 이용객들이 보장되는데도 사세가 기울어가는 원주시내버스 회사들을 보면 참 요상한 일이지만,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러는 사이 버스는 연세대를 나와 귀래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드디어 매지리라고 적힌(사실 연세대도 매지리에 있는데, 이곳은 같은 매지리여도 연세대에서는 상당히 먼 곳이라 정류장에 다른 명칭이 적혀있었으면 했다능;;;) 정류장 앞에서 좌회전하여 회촌으로 들어가줍니다. 이전에는 연세대 안에서 종착하던 34번이 회촌까지 하루 10번 정도 연장 운행하는 식으로 버스가 다녔었는데, 이제는 버스가 많이 늘어 있어 참 신기했습니다. 버스는 정확히 오전 11시 30분에 회촌 종점에 도착하였고, 과연 회촌 종점에서 가까운 곳에 박경리 토지문학관이 보이더군요.
 
 

▲ 회촌 버스종점. 34번이 하루 10번만 추가로 들어와주던 과거와는 달리 횟수가 참 많이 늘었습니다.

 

▲ 회차를 마치고 짱박아버린 시내버스.

 

▲ 회촌 종점 근처에 있는 박경리 토지문학관. 박경리뮤지엄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더군요. 여기도 영어 단어를 쓰고 앉았으니, 그야말로 서양에 대한 열등감에 찌든 단면을 보는 것 같았죠. -ㅅ-;;;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회촌 입구를 향해 시시각각으로 달려오고 있는 31번을 잡아타고 귀래로 가야 했지만, 회촌 종점에서 입구까지 가깝다보니 푸른 숲을 바라보며 유유히 걷게 됩니다. 원주만 해도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풍경이 나오는데, 원주보다 작은 규모의 지방 도시라면 어떨지 예상이 되더군요. 물론 저는 이런 구조의 동네에서 오래 살았었기에 문화 충격(?)을 받는 일까지는 없지만 말입니다.
 
유유히 회촌 입구에 있는 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오니 오전 11시 50분에 귀래 가는 31번이 도착합니다.
 
 

▲ 회촌에서 걸어나오면서 본 원주의 멋진 산 풍경. 발품 조금만 팔면 참 이렇게 멋진 곳들이 많더군요. 내 나라 내 조국을 돌아보는 거지만, 정말 좋은 나라임을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죠.

 

▲ 귀래 가는 31번 버스를 탔던 매지리 버스정류장.

 

▲ 이제는 귀래로 갑니다. 우리의 호흡은 오늘도 잘 맞아들어간다는 것을 이 사진에서도 볼 수 있었죠. ㅋㅋ

 

[원주 31번(외촌) (장양리차고지~태장2동,단계사거리,터미널,학성중교,중앙시장,의료원,도영쇼핑,강릉원주대,흥업사거리,연세대정문,매지리,백운령,귀래면사무소~외촌,도계공원)][환승]  ※ 장양리차고지 1040 출발
매지리 1150 - 매지휴게소 1154 - 동막정류장 1157 - 유현마을 1201 - 귀래면사무소 1204

이번 버스는 외촌 행이었기 때문에 도계공원 종점까지 쭉 타고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외촌에서 엄정으로 가는 충주마을버스가 오후 12시 10분에 출발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참 간당간당했는데, 결국 석준형의 예상대로 버스는 오후 12시 4분에 귀래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그래도 귀래정류장에서 외촌 도계공원 종점은 버스로 금방 가기 때문에 한시름 놓게 되었지만...
 
이게 참 어떻게 된 일인지, 버스가 더 이상 갈 생각을 않고 귀래정류장에 그대로 짱박더군요. 저번에는 시간표보다 먼저 도망가버리더만 이번에는 또 왜 이러는지 -ㅅ-;;; 결국 외촌에서 출발하는 충주마을버스는 물건너 가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는 곧장 가게에 들어가 목계리까지 1600원씩 주고 직행 표를 끊게 되었고, 정말 표를 끊고 나오자마자 바로 우리 눈앞에 나타나버린 충주행 직행버스를 타게 됩니다. 31번에서 내린 시간과 직행버스를 탄 시간이 불과 2분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석준형의 이 번개같은 판단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이런 건 정말 아무나 못 한다는 걸 무엇보다 제가 아주 잘 알기 때문이었죠. 오우~ 혁님~! ㅉㅓ러 이 ㄱㅐ새끼들~!
 

[경기고속/서울고속 원주~의료원,흥업,귀래,야동,목계,엄정,목행~충주][1600]  ※ 원주터미널 1135 출발
귀래면사무소 1206 - 야동리,구 야동초교 1214 - 목계리,문화슈퍼 1218

우리를 태우고 귀래를 떠난 버스는 19번 국도 신작로를 이용하여 충주를 향해 달립니다. 생각보다 탈 일이 많지는 않을 이 직행이 가는 길도 이번 기회에 구경하게 되었죠. 
 
 

▲ 이 사진 하단에 충주시내버스 외촌 종점이 보입니다. 과연 원래 타기로 했던 마을버스는 보이지 않았죠. -ㅅ-;;;

 
 
버스는 야동리 들어가는 길쪽으로 우회전을 하여 신작로를 빠져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충주시내버스 시간표에 나오는 구룡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덕분에 구룡~목계리 간 구간은 의도치 않게 직행으로 해결하게 생겼죠.
 
 

▲ 구룡 회차지. 충주시내버스는 여기까지 올라와서 회차를 하고 소태로 가게 됩니다. 물론 우리가 탄 직행은 그런 거 없이 그대로 직진합니다. 야동리를 가야 하니까요. ㅋㅋ

 
 
이 직행버스는 야동리를 정차하는데, 안내방송에도 정말 야동이라는 지명이 나오더군요. 이곳은 대장간이 있어서 야동이 되었지만, 세상이 세상인지라 엉뚱한 의미가 되어 버리니 참 씁쓸했습니다(이렇게 된 원인은 한자교육이 없는 것 때문일 거라능;;;). 어쨌든 야동리에서 이 직행버스를 타는 곳은 폐교가 되어버린 야동초등학교 앞임을 알 수 있었고, 그대로 쭉 직진을 한 버스는 목계리 문화슈퍼 앞에 우리를 내려주고 충주를 향해 떠났습니다. 문화슈퍼에서 직행버스 표도 팔고 있더군요.
 
 

▲ 야동리 버스정류장. 직행버스도 정차하는 곳이지만, 내리거나 타는 사람이 없어 버스는 그냥 통과합니다.

 

▲ 재작년에 폐교가 되어버린 야동초등학교. 이름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학교이기도 했습니다. -ㅅ- ㅋ

 

▲ 우리의 구원투수가 되어준 서울고속 직행버스.

 

▲ 충청북도 충주시 엄정면 목계정류소. 직행버스 역시 정차하고 있습니다.

 

▲ 목계리 문화슈퍼. 저 슈퍼에서 직행버스 매표도 하고 있더군요.



이제는 앙성으로 가는 364번을 기다리면 되는데, 앙성으로 가는 노선도 엄정을 들릅니다. 덕분에 목계리는 사탕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 처음 계획대로 외촌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엄정으로 넘어오진 못했지만 우리는 원래 이렇게 오려고 한 것처럼 계속 여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 드디어 만나게 된 충주버스. 상대촌을 가는 노선이지만, 오늘의 계획상 앙성까지만 타주기로 합니다. -ㅅ- ㅋ

 

[충주 364번(충주회사~이마트,경찰서,터미널,목행,대미,영덕,엄정,목계,가흥초교,앙성온천역입구,앙성~상대촌)][1400]  ※ 충주회사 1200 출발
목계리,문화슈퍼 1247 - 중앙탑논공단지 1250 - 가흥초교 1253 - 능암 1256 - 대평촌 1257 - 동암마을,앙성온천역입구 1304 - 마장 1305 - 사미 1306 - 궁평 1308 - 앙성 1310

목계리를 떠난 버스는 곧 앙성쪽으로 좌회전을 하였고, 23분만에 앙성에 도착합니다. 저번에는 오갑초등학교에서 탔기 때문에 시계외요금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본요금만으로 오게 되니 참 아이러니했죠. 우리는 근처의 중국집인 만리장성에서 짬뽕 한 그릇씩 먹고, 대망의 영죽리를 가기 위해 오후 1시 45분에 출발하는 단암리행 버스를 타게 됩니다.
 
 

▲ 앙성면 마을버스 시간표. 2022년 1월 시행된 시간표도 다른 곳에 붙어 있는데, 충주시 홈페이지에서 참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듯;;;

 

▲ 다시 한번 타게되는 단암리 노선. 하지만 이번에는 대망의 영죽리를 위해 타줌합니다. ㅎㅎ

 

[충주 363번(앙성~학미,동막,저전~단암리)][1400]  ※ 앙성 1345 출발이나, 버스가 앙성에 늦게 도착하여 단암리 방향도 늦게 출발함
앙성 1355 출발 - 상율 1401 - 학미 1406
 
하지만 충주 시내에서부터 달려온 버스가 앙성에 도착 자체가 늦다보니 단암리 역시 그 영향을 받게 되었고, 우리가 버스를 타게 된 시간은 오후 1시 55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고개 넘어 학미정류장에 내리게 되었죠.
 
 

▲ 단암리를 향해 떠나는 충주버스. 하지만 영죽리를 위해 우리는 단암리로 가지 않습니다. ㅋㅋ

 

▲ 후곡 가는 길로 접어들면서 뒤돌아 찍어본 학미마을의 모습.

 

[도보]
학미 1406 - 후곡회관 1453

학미에 내린 우리는 후곡 가는 길로 걸어들어가는데, 강정마을을 지나 앞으로 계속 걸어가니 푸른 남한강 물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바닷가가 아니었는데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죠. 오우~혁님 ㅋㅋ

 

▲ (2장 모두) 개쩌시는 남한강의 경치. 건너편은 원주 부론면입니다. ㅋㅋ

 

알고보니 여기가 남한강 자전거도로로도 지정이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자전거 라이더들이 간간히 보였습니다. 라이더들이 어느 동네까지 가는지에 대한 패턴, 그리고 라이더들이 갖추는 장비에 대한 이야기도 석준형과 해보게 되었죠. 덕분에 저도 새로운 걸 알아가니 고맙당께요. ㅎㅎ

강 건너편은 원주였고, 우리가 저번주에 누리버스 20번으로 지나갔던 길이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아름다운 길에 감탄을 하며 걷는데, 이게 참 이상하게도 후곡 종점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분명 학미에서 갈때 이정표에는 2.7km랬는데 뭔가 이상했죠. 결국 집에 왔을 때 직접 거리를 재봤더니 2.7km가 아니라 3.6km가 나오는데, 잘못된 이정표에 당한 거였더군요. 어쩐지 2.7km치고는 너무 멀다 했습니다. -ㅅ-;;
 
 

▲ 우리가 걷는 길이 남한강 자전거도로더군요. 팔당대교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93km입니다.

 

▲ 영죽리로 들어가는 길에 보는 남한강의 경치. 정말 즤깁니다. 힐링 되는거죠. ㅋㅋ

 

어쨌거나 우리는 오후 2시 53분에 드디어 후곡 종점이 보이는 길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가 오기까지 시간이 남으니 우리는 땀을 식히다가, 버스가 후곡 종점으로 들어가 회차하는 것을 보며 천천히 안으로 함께 걸어들어갔죠.
 
 

▲ 저 곳이 후곡, 즉 영죽리 노선 종점입니다.

 

▲ 여기는 충청북도 충주시 앙성면 영죽리 후곡마을입니다.

 

▲ 영죽리 노선이 회차하는 대박 장면을 포착합니다. ㅋㅋ

 

▲ 정말 쩌는 노선이지만 타기도 어려운 영죽리 노선.



[충주 362번(앙성~능암온천,비내,영죽리~후곡)][1400]
후곡회관 1511 도착, 1525 출발 - 양촌 1529 - 음촌 1532 - 정류장1 - 정류장2 - 비내 1538 - 조터골 1540 - 능암온천 1543 -  동암마을,앙성온천역입구 1544 - 사미 1548 - 앙성 1552

정말 타기 어려운 영죽리도 이렇게 해결이 됩니다. 석준형이 엄청나게 머리를 써가며 만든 오늘의 코스가 아주 잘 작동하고 있는 순간이기도 했죠. 이번에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오픈라이더를 켜게 되었고, 후곡을 출발한 버스는 남한강변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1차로 길 쪽으로 우회전을 하는데 가만보니 영죽리를 전부 훑고 가더군요. 아쉽게도 버스가 영죽고개를 넘지는 않았지만, 1차로 길은 대박 쩔었습니다. 오우~ 혁님 ㅋㅋ
 
 

▲ (3장 모두) 개쩌는 영죽리 노선의 1차로. ㅋㅋ

 

▲ 앙성 가는 길로 합류한 버스. 멀리 이정표에 영죽이라는 지명이 보입니다. ㅋㅋ

 

▲ 석준형이 제작한 영죽리 노선 운행경로도.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누락된 부분을 표시했습니다.

 

정말 언제 와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 영죽리를 나온 버스는 능암온천을 찍고, 아까 목계리에서 앙성 가는 길로 합류합니다.  우리는 다시 앙성으로 되돌아왔다가 충주시내로 가는 365번에 승차하였죠.
 
 

▲ 감곡에서부터 달려온 365번. 이 곳이 충주시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계외요금 그런거 없는 겁니다. ㅋㅋ

 

▲ 앙성에서 목계리로 넘어가면서 지나는 다리. 경치가 아주 죽여줍니다. ㅋㅋ

 
 
[충주 365번(충주회사~이마트,경찰서,터미널,목행,대미,영덕,엄정,목계,앙성,오갑초교,상우리~감곡농협)][환승]  ※ 감곡농협 1550 출발
앙성 1607 도착, 1608 출발 - 동암마을,앙성온천역입구 1614 - 대평촌 1617 - 능암 1619 - 가흥초교 1623 - 중앙탑논공단지 1625 - 목계리,문화슈퍼 1628 - 토산(용현) 1631 - 엄정,엄정농협 1633 - 영덕삼거리 1637 - 충주국토관리사무소 1642 - 대미초교 1644

이로서 우리는 오늘 앙성으로 다시 돌아올 일은 없게 되었고, 목계리에서 엄정, 그리고 충주로 가는 길을 지나가게 되었죠. 엄정은 생각보다 시가지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들이 생각보다 꽤 와주는 것은 물론, 직행버스까지 다니는 곳이어서 놀라웠다는 기억입니다. 우리는 대미에 하차하여 길을 건넜다가(시간표에 써있는 그 대미도 이번에 가보네요), 대망의 336번에 승차하였습니다.
 
 

▲ 대망의 합천 노선을 기다리면서 찍어본 대미 정류장 주변 모습.

 

▲ 대미정류장 슈퍼에서 촬영한 동량면 방향 시간표. 지도로 보니 정말 경치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곳인 미라실의 향기가 풍겨오고 있었죠.

 

▲ 드디어 도착한 대망의 합천 노선.

 
 
[충주 336번(충주회사~자유시장,경찰서,시청,터미널,목행,대미,영덕,산척,대소강,매촌,백운,응평,애련1리,석천리~합천마을회관)][1400]  ※ 충주회사 1620 출발
대미초교 1656 도착, 1702 출발 - 충주국토관리사무소 1703 - 영덕삼거리 1707 - 산척 1710 - 충주구치소 1711 - 대소강 1713 - 다랫재터널(무정차) - 소월리(회차) 1719 - 대월리 1722 - 매촌 1724 - 원서 1725 - 백운정류장 1726 - 응평 1729 - 애련1구경로당 1732 - 석천리마을회관(회차) 1735 - 애련1리회관 1739 - 백운전원마을 1740 - 애련로,나그네식당간판 1741 - 합천마을회관 1744

충주 336번 버스는 다름아닌 합천마을을 가는 하루 2번짜리 노선이며, 백운을 경유한다는 특징이 있었죠. 충주 왔다가 제천도 가보게 생겼지만, 우리의 목적은 그저 충주~제천 이동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이렇게 저도 조금씩 배워가는 맛도 있구요. ㅋㅋ

오후 4시 56분에 도착한 버스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오후 5시 2분에 출발하더군요. 충주시내버스 시간표를 보면 주요 정류장 시간이 써있는데, 석준형이 탔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시간을 준수하며 운행함을 알 수 있었죠. 회사에서 합리적으로 시간을 짜니 기사들도 잘 따라와주는, 정말 바람직한 구조가 잘 유지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대망의 합천마을 노선을 탄 것을 자축(?)하며 대화를 하는데, 로또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한 건 터뜨리게 됩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일~등 로또용~지

가 탄생했던 겁니다(방가방가 햄토리 오프닝 노래를 살짝 바꿔서 ㅎㅎ). 이 날 이후, 우리는 "제~일 좋아하는 건~" 이러면서 다니게 되었다는 게 업계 정설이었죠. 듣는 석준형도 그렇지만, 말해놓은 저조차도 버스 안이다보니 웃음을 참는 게 일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우리가 이러고 노는(?) 사이 버스는 영덕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산척 쪽으로 가더군요. 산척 노선은 엄정을 들르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유의하게 되었고, 버스는 산척면사무소를 지나 드디어 다랫재 쪽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 산척면소재지.

 
 
그런데 문제는 버스가 다랫재를 터널로 넘어갔다가 역주행을 하여 소월리를 경유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그새 터널이 생기다보니 버스도 네이버 지도와는 영 다르게 움직이는 꼴이었지만, 이걸 충주 쪽으로 갈 때 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석준형과 함께 해보게 되었죠(근데 이걸 어떻게 충주 쪽으로 타나;;; 그래도 마냥 죽으라는 법은 없으니께요 뭐. ㅋㅋ).
 
 

▲ 원래는 다랫재를 넘어 백운 쪽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도 그새 터널이 완성되어 터널로 달려버립니다. -ㅅ-;;

 

▲ 실제로는 빨간색 선으로 운행하여 터널을 지난 다음, 소월리는 ㅓ형으로 경유하였습니다.

 

▲ 터널을 이용해버린 버스의 돌발 행동으로, 이곳이 소월리 회차지가 되어버렸죠.

 

▲ 백운 직전에 만난 매촌마을 버스정류장. 정류장 모양에서 이곳이 제천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ㅅ- ㅋ

 

소월리를 찍은 버스는 제천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곧 백운을 지나 합천을 향해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게 됩니다. 백운을 지나 응평에 이르니 길이 구불구불한 것이 장난아니더군요. 응평을 지나니 곧 정류장에 애련리라는 지명이 등장하여 제천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는데,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버스는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와 다르게 석천마을회관을 ㅓ형으로 찍고 나와 합천마을회관까지 더 가서 운행을 마치게 됩니다. 오픈라이더를 켜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 (2장 모두) 석천리 마을회관 회차지. 제천 버스가 와야할 것 같지만, 충주에 속한 곳이라 충주버스가 오죠.

 

▲ 이곳이 정말 깊은 곳임을 실감하게 하는 사진. 진짜 산과 밭이 끝도 없습니다.

 

▲ 충청북도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합천마을회관. 충주시내버스 시간표에 나오는 합천이 이 곳입니다.

 

▲ 하루 2번만 볼 수 있는, 마을에 버스가 들어온 모습. ㅋㅋ

 

▲ 석준형이 제작한 합천 노선 운행경로도. 버스어플 및 포털사이트 지도에 누락된 부분을 표시했습니다.



쩌는 석천회관, 그리고 그동안 버스 시간표와 지도에서만 보던 합천마을을 진짜 와보니 대박이 따로 없었습니다. 여기는 충주와 제천의 시경계 지점인데, 백운으로 나가는 도로에서 탔다간 시계외요금도 내게 되는 구조더군요. 그나마 이번에는 기사아저씨께서 어디 가느냐고 묻지 않았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습니다. 목적지야 종점인 합천마을이었으니 거기 간다고 하면 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물어봤다면 좀 이래저래 귀찮았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죠.

아무튼 우리는 마을회관 앞 공터 한쪽 구석에 주차된 버스를 뒤로하고 애련리 버스종점을 향해 걷게 됩니다. 애련리에서 나가는 버스가 오후 7시 30분에 있는데 합천마을 종점에 내린 시간은 오후 5시 44분이었으니, 남아도는게 시간이었습니다.
 
 

▲ 합천마을을 나오면서 찍어본 마을 풍경. 진짜 깊습니다.

 

▲ 백운으로 나가는 도로. 이 도로는 제천 땅에 있습니다.

 

▲ 합천마을 진입로. 왼쪽 길로 가면 애련리로 갑니다.

 

▲ 우리가 애련리 종점으로 걸어왔던 길. 버스도 이 길로 옵니다. 짧지만 굵더군요.

 

▲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버스종점. 버스는 하루 3번 오는데, 아침 첫차와 두번째 차 사이의 간격이 8시간쯤 되더군요 -ㅅ-;;;



우리는 그야말로 천천히 걸었지만 애련리종점에는 오후 6시 좀 넘어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버스는 오후 7시 25분이 넘어야 오기 때문에 1시간 30분 가까이 시간이 남아 있었는데, 이 시간을 때우는 것도 나름 일이더군요. 원래대로라면 정류장에 누워 잠이라도 잘 텐데, 벌이 자꾸 주변을 맴도는 바람에 그럴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설마하고 의자 밑을 확인하니 아예 벌집까지 지어져 있어서 우리는 강제로 정류장에서 쫓겨나야 했는데, 문제는 다른 곳 갔다오기도 시간이 참 애매했다는 것입니다. 가는 길에 영화 박화사탕 촬영지 이정표가 보여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여기에서도 꽤 거리가 있다보니 버스 오기 전에 갔다와보기도 역부족이었죠. 그나마 마을 바깥의 나무 아래에 의자가 있길래 거기 앉아 있으니 여기도 날벌레 천지더군요. -ㅅ-;;
 
 

▲ 쉴 장소를 찾아 마을 바깥으로 나왔다가 찾게 된 나무. 저기도 벌레가 많아 앉아 있기가 어려웠습니다. -ㅅ-;;



결국 우리는 아까 충주 버스에서의 일등 로또용지 개그 근원이 된, 만화 <방가방가 햄토리> 오프닝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물론 의자에 다시 앉을 수는 없으니 주변에 다른 곳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데, 해가 저물어가는 게 느껴질 때쯤 드디어 버스가 들어오더군요. 제천시내버스를 난생 처음으로 보는 순간입니다. ㅋㅋㅋㅋ
 
 

▲ 애련리 종점에서 만나게 된 버스. 이런 쩌는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것도 한편으론 참 복이다 싶습니다.



[제천 891번(백운~모정1,2리,애련1리~애련리종점)][1400]
애련리종점 1925 도착, 1930 출발 - 백운전원마을 1933 - 애련1리회관 1934 - 애련1구경로당 1935 - 모정1리 1940 - 모정2리 1941 - 모정리입구 1943 - 백운평동종점 1946

버스는 어르신 한 분도 태우면서 오후 7시 30분에 애련리를 출발합니다. 아까 충주버스로 지나갔던, 합천마을과 석천리회관으로 각각 들어가는 길도 이제는 안녕이 되었죠.
 
 

▲ 진짜 여기는 엄청 깊은 곳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5분을 달려도 저 상태였으니 말입니다. -ㅅ-;;;

 

▲ 이제는 합천마을과도 정말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제천시내버스는 원주, 부산시내버스와 같은 안내방송을 쓰고 있어서 안내방송에서는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버스는 백운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데, 어라? 이번에는 응평을 가지 않고 다른 길로 우회전을 하는 겁니다. 여기에서도 충주 버스와 제천 버스의 깨알같은 차이점이 있더군요. 애련1리는 길이 왕복2차로보다는 좁았기 때문에 가는 재미가 있었지만, 충주버스와는 또 다른 길을 가니 정말 시승 역시 파면 팔수록 새로운 느낌이 드는 분야라는 생각, 그리고 저 또한 가야할 길이 아직 참 많다는 생각을 함께 해보게 되었습니다.
 
 

▲ 모정리의 쩌는 1차로. ㅋㅋ

 

애련1리와 모정1리를 훑은 버스는 모정리입구에 이르러 제천시내와 백운을 잇는 도로로 나왔고(정류장 위치를 보니 모정리입구에서 이 노선을 타는 것은 난도가 꽤 높을 것 같더군요), 아까 충주버스가 들렀던 백운 정류장을 지났다가 다리 밑으로 들어가 운행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제천시내버스가 이용하는 백운 종점이었더군요.
 
 

▲ 제천시내버스가 이용하는 백운 평동종점.



[제천 882번(백운~박달재휴양림,송수골,봉양역,시청,남부정류장,터미널,소방서~무곡)][카드 태그 없음, 891번이 번호변경]
백운평동종점 1955 출발 - 모정리입구 1957 - 박달재휴양림 1958 - 원박리 2002 - 송수골경로당 2004 - 봉양중교입구 2008 - 봉양역 2010 - 조차장역 2013 - 제천시청 2015 - 남부정류장 2018

하지만 우리가 이 버스에서 내릴 필요는 없었는데, 애련리에서 탔던 이 버스가 번호를 882번으로 바꾸고 오후 7시 55분에 제천을 향해 다시 출발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천은 읍면 출발노선들을 시내에서 보낸 차량 1~2대로 몽땅 처리하는 특징이 있는데, 그게 시간표에도 대놓고 나와있을 정도이므로 오늘 우리처럼 버스를 타면 기사아저씨들이 이상하게 볼 리가 없죠. ㅎㅎ

오후 7시 55분이 되어 출발한 버스는 다시 모정리입구를 지나 박달재터널을 이용하여 제천 시내까지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친척집 방문 등을 위해 자동차로 무심코 지나가보곤 했던, 지방에 사람 별로 살지도 않는 곳 같은 산 속 도로들에도 시내버스가 다닐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죠. 운행횟수 및 시간대가 문제긴 하지만 어쨌거나 다니기는 한다는 말이니, 정말 우리나라의 버스 노선망은 엄청나게 훌륭하다는 걸 느끼게도 됩니다. 이것도 우리나라니까 가능한 거겠지만 말이죠. ㅋㅋ
 
 

▲ 박달재터널을 달리는 버스. 그 유명한 박달재가 바로 제천시내에서 백운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고개였뎌군요.



봉양역을 지나 계속 신나게 달리니 드디어 시내가 나오게 되었고, 오늘의 정말 화려했던 우리의 여정은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천을 바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행 버스는 하필이면 남부정류장이 아니라 하소 경유여서 도저히 탈 방법이 없었고, 열차도 간발의 차이로 먼저 가버렸던 겁니다. 다음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제천역을 오후 9시 10분에 도착하는 청량리행 무궁화호뿐이었죠. 어떻게 된 게 열차 시간이 갑자기 한 시간 뒤인 오후 9시 10분으로 붕 뜨는건지 -ㅅ-;;; 코레일은 이러니까 욕 먹는 겁니다. 너네 사장이나 의원 나으리가 탈 열차 시간표도 그런 식으로 짤 거냐?
 
 

▲ 제천 남부정류장의 모습. 서울행 버스가 여길 경유했더라면 문제없이 타는 거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 남부정류장 매표소는 폐업을 했더군요. ㅜㅜ

 
 
아무튼 남부정류장에 내려 정류장을 본 저는 석준형의 안내에 따라 제천역으로 가게 되었고, 우리는 역 앞의 국수집에서 가락국수 한 그릇과 김밥 한 줄씩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가락국수는 대전인데 ㅋㅋ 하지만 시대의 변화로 2022년 현재는 대전역 가락국수가 없어진 거나 다름없으니, 꿩 대신 닭이죠 뭐. ㅎㅎ
 
 

▲ 중앙선이 허리를 펴면서 새로 짓게 된 제천역. 으리으리하더군요. ㅋㅋ

 

▲ 살다살다 제천역 역명판을 찍어보는 순간도 오네요. 어휴 ㅋㅋ

 

▲ 서울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청량리행 무궁화호. 앞으로 몇 번을 더 타보게 될 지는 종잡을 수 없습니다. -ㅅ- ㅋ



[무궁화호(동해→청량리)][9200]  ※ 동해역 1813 출발
제천 2113 - 원주 2134 - 서원주 2142 - 양동 2150 - 용문 2201 - 양평 2209 - 덕소 2226 - 청량리 2240

제천역 가락국수와 김밥 맛을 본 우리는(정말 맛있었당께료 ㅎㅎ) 오후 9시 13분에 도착한 청량리행 무궁화호를 타고 청량리로 갑니다. 예전이었다면 청량리까지 3시간 걸렸을 테지만, 중앙선 철도가 허리를 편 시점이라 무궁화로도 1시간 30분밖에 안 걸리니 정말 대박이었죠. 이런 게 혁명이지 다른 거 없는 겁니다. ㅋㅋ 좋아 빠르게 가!

청량리역에 도착한 우리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각자 귀갓길에 오릅니다. ???: 어차피 다음주에 또 만날거면서 ㅋㅋ 저의 경우에는 귀갓길이 꽤 험난하지만, 이런 거 한두번 해본 것도 아니니 또 어떻게든 집에 가는거죠 뭐.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든 사람들>
 
기획
석준형
 
 
작가
느티나무
 
 
식사제공
만리장성, 홍익우동
 
 
연출
석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