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이 지나고 어느덧 2022년 8월 하순이 되었고, 유독 습했던 2022년 여름도 끝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아주 어려움 난도의 원주 누리버스 20번을 끝장내기로 한 우리는 청량리역을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안동행 KTX-이음 열차를 탑니다. N카드를 구입하여 함께 쓰기로 한 석준형의 아이디어 덕택에, 원주까지 표를 예매하니 원래 10100원이던 요금이 8600원으로 다운되더군요. 오우~ 혁님 ㅋㅋ
[KTX-이음(청량리→원주,제천,단양,풍기,영주→안동)][8600, N카드할인]
청량리 0900 출발 - 양평(무정차) 0925 - 원주 0943
안동으로 가는 중앙선 KTX-이음에게 있어 양평은 선택 정차역인데, 이번 열차는 양평을 정차하지 않고 한번에 원주역까지 달려주었습니다. 청량리역에서 불과 43분만에 원주역이라니 정말 대박이었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먹은 우리는 오전 10시에 도착한 합포원 경유 90번을 타게 되었습니다.
[원주 90번(합포원경유) (한라대~원주역,(→합포원),시청,터미널,옛원주역,태장2동~장양리)][1300] ※ 한라대 0955 출발
원주역 1000 - 합포원(행가리) 1006 - 봉바위 1009 - 무실주공8차아파트 1012 - 무실초교 1016 - 원주시청,백운아트홀 1018 - 원주터미널 1022
합포원 경유 노선은 지금 시내 방향으로 딱 한번 가는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시간대가 까다로운 이 노선의 시간이 딱 맞으니 정말 대박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그냥 90번이었지만 버스는 원주역을 나오자마자 쭉 직진하였고, 교회를 지나 우회전을 하는데 쩌는 1차로 길이 펼쳐집니다. 오우~ 혁님 ㅋㅋ
이제는 터미널을 향해 달리는데, 이 노선이 원주시청 바로 앞도 경유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시청도 가까이서 보고 갑니다. 30만명 도시 치고는 청사가 컸는데, 혹자는 여기도 공무원들만을 위한 호화 청사라며 욕할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면이 있었죠. 훗날 다시 청사 이전을 할 때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 건물이 오래되고 비좁아 정말 이전이 필요한 곳들조차도 빡빡한 심사로 인해 탈락하는 경우가 현재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한번 만들 때, 왕창 크게 짓고 오래 쓰겠다는 마인드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았나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청을 지나 터미널로 가려면 좌회전을 한번 해야 했는데, 마침 신호 타이밍이 맞아 단 4분만에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우리야 나이스 땡큐였죠. ㅋㅋ
우리는 터미널 안에서 늦은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후,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하는 충주행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귀래까지 요금은 2700원이었는데, 요금표에도 야동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경기고속/서울고속 원주~의료원,귀래,야동,목계,엄정,목행~충주][2700]
원주터미널 1050 출발 - 원주의료원(단구2차아파트) 1059 - 거장아파트(무정차) 1105 - 흥업사거리 1108 - 운계교차로(무정차) 1122 - 귀래 1125
우리가 귀래로 가는 이유는 외촌에서 오후 12시 8분에 출발하는 충주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외촌까지 가주는 31번이 있었지만, 귀래정류장에 도착한 후 짱박아버려서 제 시간에 외촌을 갈래야 갈 수가 없었던 역사가(2022년 6월 18일 시승기 참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31번을 이용하지 않고 직행버스를 타게 된 것이죠.
오전 10시 50분에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의료원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귀래로 내려갑니다. 이 버스는 의료원도 정차를 하는데, 이번에는 의료원에서 타는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갔지만 단구2차아파트라고 적힌 정류장에서 타고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버스는 흥업사거리를 지난 후 19번 국도 신작로를 따라 내달렸고, 오전 11시 25분에 우리를 귀래에 내려주고 떠났습니다. 31번이 아니라 직행버스를 타고 귀래로 갔는데도 터미널에서 35분이나 걸리니 정말 거리가 실감날 지경입니다. ㅋㅋ
[도보]
귀래 1125 - 외촌 1143
어쨌든 이번에는 직행버스까지 이용해가며 여유를 가지고 귀래에 왔기 때문에 우리는 외촌까지 슬슬 걷게 되었습니다. 말복이 지났는데도 날씨가 은근히 더운데다, 외촌에 도착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있으니 굳이 빠르게 걸을 이유는 없었죠.
충주버스가 회차하는 곳에 도착했더니 오전 11시 43분이었고, 우리는 정류장 뒤 정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립니다. 외촌 출발시간이 되니 드디어 마을버스가 오는데, 이게 웬걸 354번마냥 정류장으로 들어와 회차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바로 우회전을 할 눈치더군요. 사실 354번은 외촌이 종점이지만 이 노선은 그렇지 않기에 이해가 갈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서둘러 정류장 바깥 모퉁이에서 버스에 승차하였죠. 그동안 사용하던 오픈라이더가 새롭게 바뀐, 야핏라이더를 켜두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충주마을버스 55-1번(소태→은대,하남,외촌,<소태재경유>,구룡,송전,가정,동막→엄정)][900] ※ 소태농협 1146 출발
외촌 1208 - 구룡 1216 도착, 1218 출발 - 야곡,고양나무골 1220 - 가정 1222 - 동막 1223 - 엄정 1228
카드를 댔더니 900원이 나갔고 버스는 오후 12시 8분에 외촌을 떠납니다. 보통 버스 시간은 5분, 10분 단위로 정해지게 마련인데 이 버스는 그렇지 않은지라 주의가 좀 필요했지만, 어쨌든 출발시간은 지키더군요. 그런데 이 버스, 354번과 다르게 주치리 쪽으로 가지 않고 19번 국도 쪽으로 가더니 바로 소태재를 넘어 구룡으로 가버립니다. 사실 시간표를 봐도 알 수는 있었지만, 그동안 시내버스는 다니지 않았던 길을 진짜로 지나고 있으니 참 뜻밖이었죠.
제법 험한 고갯길에 깜짝 놀라고 있으니 버스는 곧 19번 국도로 들어가는 램프 앞을 지났고, 여기서부터는 직행버스로 가는 길과 똑같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야동초등학교로 가기 직전에 있던 야동삼거리에서 버스가 좌회전을 해버리더군요.
시내버스와는 영 다른 경로에 깜짝 놀라는데, 왕복2차로 길을 달리던 버스가 넓직한 공터를 지나 계속 앞으로 갑니다. 공터 있는 곳이 동막이라고 하는데, 충주시내버스 시간표로만 보던 동막을 이렇게 보니 얼떨떨하군요. ㅋㅋ
여기에서 엄정은 생각보다 가까웠습니다. 동막을 지나 불과 5분만에 엄정농협이 나왔으니 말입니다. 여기가 종점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게 되었고 점심을 먹을 곳을 찾는데, 엄마김밥이라는 분식집이 보여 그리로 들어가게 되었죠. 요즘은 이런 이름을 쓰는 가게가 흔치 않다보니 오래간만에 정겨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석준형은 라면과 김밥을, 저는 콩국수를 시킵니다. 불과 이틀 전에 청일에서 콩국수 먹었는데 이곳 엄정에서도 또 콩국수를 먹고 있으니 저조차도 뭔가 웃기더군요.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콩국수를 영 먹어보질 못한지라 이번 기회에 먹어보지 않을수가 없었죠. 이러다가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 금방 9월 중순이 될 텐데, 그러면 콩국수는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아 먹어볼 수가 없는 음식으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ㅅ- ㅋ 아무튼 엄마김밥 이곳의 음식맛도 꽤 괜찮아서 우리는 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었죠.
엄마김밥을 나와 물도 한 병 사고 면사무소 앞 벤치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버스시간이 다 되어가자 엄정지구대 정류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보니 에어컨이 설치된 대합실이 있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에서 버스 기다릴 걸 -ㅅ-;; ㅋㅋ 아무튼 제 시간보다 4분이 늦은 오후 1시 39분에 세포로 가는 버스가 나타났고, 우리는 할머니 한 분과 함께 승차하였습니다. 말복이 지났는데도 날이 정말 덥고 습하다보니 세포에서 사기막으로 걷는 것은 더욱 빡세질 예정이었지만, 이 시간대가 아니면 원주누리버스 20번을 탈 방법이 없으니 우리는 무조건 이 버스를 타야만 했죠.
※ 이 당시에는 이 시간에 세포로 가는 버스가 엄정지구대에서 출발했었는데, 2022년 11월 2일에 다시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목계리 출발로 변경이 되어 있더군요. 목계리보다는 엄정에서 출발하는 게 여러모로 나아 보이지만, 여러 이유가 있지 않았었나 할 뿐이네요. -ㅅ-;;;
[충주마을버스 55-2번(엄정~목계리,송곡회관,소태,복탄리1,2구,조기암회관,덕은리~세포)][900]
엄정지구대 1339 출발 - 목계리,문화슈퍼 1344 - 선창,월촌삼거리 1346 - 송곡마을회관 1350 - 월촌마을회관 - 하청 1356 - 소태농협 1359 - 복탄1구 1403 - 복탄리마을회관 1405 - 복탄2구경로당(회차) 1408 - 조기암 1415 - 조기암회관(회차) 1416 - 덕은리 1420 - 조귀농 1421 - 세포 1432
버스는 소태 쪽으로 이동하였고 소태농협을 지나자마자 나온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우회전하면 주치리 가는 길이었는데, 저번에 외촌 노선(354) 및 덕은,세포 노선(356)으로 가본 길이기도 했죠. 이번에는 이 마을버스를 타고 세포로 감으로서 덕은,세포 노선의 나머지 구간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태농협을 지나 좌회전을 하여 언덕을 넘으니 곧 복탄리가 나옵니다. 아까 엄정에서 탔던 할머니는 이곳에서 내리고 버스에는 우리 둘만 남는데, 복탄삼거리에서 덕은리 쪽으로 우회전을 하니 다시 차창 왼쪽으로 남한강이 보이기 시작했죠. 이제는 덕은,세포 노선과 같은 경로로 덕은리 그리고 세포로 가는데, 사기막으로의 개빡센 도보를 시작할 시점 또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으니, 이 마을버스가 양촌리 안길과 복탄2구, 조기암 마을을 각각 ㅓ형으로 들러주는 것은 물론, 덕은리도 마을 안길로 달리는 겁니다. 이 노선은 정보를 보았을 때 기존 시내버스들과 경로가 같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완전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석준형 역시 놀라게 되었습니다. 오우~ 혁님;;;;
송곡마을회관과 복탄2구, 조기암회관, 그리고 덕은리 안길이라는 충격을 우리에게 남겨준 버스는 덕은리를 나와 356번과 똑같은 경로로 세포마을회관까지 간 후, 그곳에서 회차를 합니다. 회차지는 우리가 예상했던 장소가 맞았지만, 정말 충주마을버스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게 된 그런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보]
세포마을회관 1432 - 하부론 1438 - 사기막 1522
버스에서 내리니 엄청 덥습니다.
말복도 지났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건지 -ㅅ-;;;
하지만 이제는 정말 올 것이 오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 사기막 종점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이 말이죠.
세포마을회관에서 사기막 종점까지의 거리는 5km입니다.
하루 중 가장 더울 시간에 5km를 걸어야 하니 미칠 노릇이지만, 왕복 그런거 없이 누리버스 20번을 탈 수 있는 정말 유일한 시간대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후 코스들을 고려하면 정말 쩌는 발견이었죠. 오우~ 혁님 ㅋㅋ 하지만 이때는 우리 모두 알지 못했다. 하루 1번이긴 하지만, 정산이나 사기막, 작실 등을 들르면서도 귀래까지 연장 운행하는 누리버스 21번이 생길 거라는 사실을 -ㅅ-;;;
저는 모자를 쓰고, 석준형과 함께 하부론을 찍고 사기막 종점을 향해 안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그런데 길이 은근히 오르막인데다 그늘조차 정말 하나도 없다보니, 걸어도 걸어도 줄어들지 않는 이 길의 난도가 더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건 온통 초록빛 나무들이었지만, 가도가도 길에 그늘 하나 보이질 않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ㅅ-;;;
석준형과 함께 어떻게든 걷고 걷다보니 그래도 버스종점까지 1km쯤 남겨둔 곳부턴 그늘이 나오긴 하더군요. 하지만 머리와 얼굴, 그리고 목덜미 쪽을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쓰고 가는데도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어지럼증이 조금씩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게 일사병인가? 땀은 줄줄 흐르고 있으니 열사병은 아니었지만, 진짜 일사병이 찾아온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간접 체험을 하게 되었죠. 사실 시승기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진짜 일사병이 들랑말랑하는 상태였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그늘이 꽤 많이 나오고 있었고, 어지럼증을 느낀 지점에서 종점까지는 1km 안 되게 남아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사기막 종점은 석준형이 갔을 때와 위치가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종점 바로 옆의 집에서 개가 짖는 바람에 우리는 좀 더 위로 올라가서 버스 시간까지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종점 바로 위에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더불어 그늘이 있었는데, 그리로 가자마자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22분입니다. 세포마을회관에서부터 정확히 50분이 걸렸는데, 석준형 역시 힘들었던 듯 머리가 아팠다고 하더군요. 그 먼 길을 걸어온 우리도 우리였지만, 너무나 더웠던 오늘의 날씨는 정말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보로 단련된 우리조차 일사병이 찾아올랑말랑했으니 말이죠. -ㅅ-;;;
버스가 오기까지는 25분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었는데, 어쨌든 이 미칠듯한 난도의 원주누리버스 20번을 결국 타게 되는 것은 물론, 정산과 작실까지 말끔하게 해결된다는 게 ㅎㅎ 그 성취감만큼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무사했던 것도 다행이었고 말입니다.
이윽고 오후 3시 50분이 되자 버스가 오는데, 저번과는 달리 르노 마스터로 운행중이어서 예상외였지만 정말 기쁘게 버스 오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이건 정말 새롭고 짜릿하다 못해 전기 충격을 받는 수준이었죠. 오우~ 혁님~!!!
[원주누리버스 20번(부론~법천3리,(정산),(작실),조귀농,하부론~사기막)][900]
사기막 1550 도착 및 출발 - 단강 1553 - 작실입구 1557 - 웃작실(회차) 1601 - 거돈사지(회차) 1612 - 부론면사무소 1632
하지만 이제는 시원한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죠. 버스 안에는 할머니가 한 분 타고 있었는데, 왠지 작실에서 내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상 하루 1번이나 다름없는(※) 노선인지라 이번에는 동영상을 찍는데, 버스로도 이 쩌는 길을 5분 넘게 달립니다. 아주 어려움 난도의 노선으로 손색이 없었죠.
※ 이 당시에는 귀래까지 연장 운행하는 누리버스 21번이 없었고, 연구 결과 사기막을 왕복 없이 가보려면 정말 지금 이 시간대밖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사기막을 가보는 것 자체는 이 누리버스 20번을 시간 맞춰서 타면 끝이지만, 많은 도보와 많은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그로 인한 엄청난 비효율이 따라올 뿐이죠. -ㅅ- ???: 명심해라. 자유에는 대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왕복의 유혹은 떨쳐버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괜히 아주 어려움 난도가 아니다. 또한 지금 우리가 탄 차가 사기막을 나가는 막차이기까지 하므로 가뜩이나 높은 난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론에서 오후 5시 20분 버스가 있지만, 그 버스가 사기막에 도착하면 부론으로 다시 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ㅅ-;;;;
르노 마스터는 동영상을 찍기는 정말 좋지 못한 차종이었는데, 맨 뒤 차창과 의자 사이의 공간으로 핸드폰이 빠져버릴 위험이 카운티보다도 훨씬 컸습니다. 손가락 힘으로 겨우겨우 버티며 어떻게든 촬영을 마치긴 했지만, 정말 역대급으로 쉽지 않았죠. 어쨌든 버스는 사기막을 나와 부론으로 돌아가며 작실, 그리고 정산을 들러줍니다. 저번에 두 곳 다 가보지 못했던 것을 한방에 보상받는 그런 느낌이더군요. ㅋㅋ
시원한 버스 안에 있으니 우리는 상태를 추스를 수 있었고, 부론에 돌아오자마자 정류장 바로 옆 CU편의점에서 마실 것을 사먹게 됩니다. 그리고는 마침 대기중이던 55번에 승차하였습니다.
[원주 55번(관설동~단구중,의료원,옛원주역,터미널,만종초교,문막양궁장입구,문막부영A,문막시장,포진2리,후용2리,경동대,노림리,흥호리~부론)][환승, 400]
부론면사무소 1640 출발 - 흥창정류장 1643 - 흥호1리 1645 - 구 노림초교 1648 - 경동대학 1651 - 후용1리 1653 - 포진2리 1657 - 문막시장 1700
운행횟수가 적어 시간표를 보고 타야 하는 부론이었지만, 그래도 원주시가 55번과 누리버스 20번의 연계에는 문제가 없도록 시간 배치를 잘 해놨더군요. 이 덕분에 우리도 달달한 무료환승라떼를 들이키며 큰 어려움 없이 부론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20분만에 문막시장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그로부터 13분 후에 도착한 누리버스 5번에 승차하였습니다.
[원주누리버스 5번(대둔리~문막공단,문막시장,동화골,동화산단,마현동,지정초교,서원주역~간현)][1300] ※ 대둔리 1700 출발
문막시장 1713 - 문막읍사무소 1716 - 문막시외버스정류장 1718 - 동화골삼거리 1720 - 동화골(회차) 1723 - 동화골삼거리 1725 - 동화산업단지입구 1729 - 동화의료기기,동화산단사거리 1730 - 마현동 1732 - 지정초교 1734 - 서원주역 1736 - 지정면사무소 1739 - 간현레일파크 1740
여기서 서원주역으로 가는 유일하다시피한 노선을 드디어 타보네요. 서원주역도 어쨌든 KTX가 서는 역이고 문막에서 멀지 않았지만, 역시 서원주역은 미래만 보고 만들어진 곳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만종역은 문막에서 원주 시내로 가는 길 바로 근처에 있기라도 하지, 서원주역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주변의 배후 인프라는 너무나 미흡한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탄 버스는 문막읍사무소 바로 앞을 지나면서 원주시내 방향으로 달리다가, 연세메디컬병원 뒷동네인 동화골을 ㅓ형으로 찍고 나옵니다. 동화골은 전부 왕복2차로였지만 여기도 누가 원주 아니랄까봐 수도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죠.
동화골을 찍은 버스는 51번이 일부 시간에 경유하는 동화의료단지를 경유하였고, 단지가 끝나는 로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단독 구간으로 진입합니다. 마현동을 지나면서 하천이 보이는데, 하천 건너편으로 서원주역이 보이는 것은 나름 이채로웠죠. 지정초등학교에 이르니 오크밸리 갈 때 보았던 길과 중앙선 옛 철길을 볼 수 있었고, 곧 버스는 서원주역을 도착하여 한 바퀴 돌고 나옵니다. 예상은 했지만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우리가 문막에서 타지 않았다면 간현까지 빈 차로 갔을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습니다. -ㅅ-;;;
어쨌든 그동안 열차로 지나치기만 했던 서원주역을 버스로 가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고, 버스는 서원주역을 찍은 지 단 5분도 안 되어 곧 간현 종점에 도착합니다. 중앙선 옛 철길이 레일바이크로 보존된 덕택에 옛 간현역 역시 그대로 잘 있었습니다.
[도보]
간현레일파크 1740 - 월송교차로 1826 - 송호마을회관 1835
이제 우리는 대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월송리 56번을 타기로 하고 또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송호마을회관에서 56번을 타고 나간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 송호마을회관까지의 거리는 제법 멀었고 고갯길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까 사기막까지 걸었을 때만큼 대책없이 덥지는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었죠. 이 도로에도 생각보다 자동차들이 자주 지나다녀서 정말 성가셨지만(여기 뭐 볼 게 있다고????), 고개를 넘어오니 왼쪽에 정말 멋진 섬강의 풍경이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일반인들이라면 엄두도 못낼 도보로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니 기분이 다 좋더군요. ㅎㅎ
길을 따라 걸어가니 곧 월송교차로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오크밸리 갈 때 자동차로 지나갔던 길을 이렇게 대중교통과 도보만을 이용해도 와볼 수 있으니, 대한민국 진짜 좋은 나라입니다. 여기에서 송호마을 회차지까지는 정말 가까웠기 때문에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앞으로 전진하게 되었고 오후 6시 35분에 드디어 송호마을회관 회차지에 도착합니다.
여기는 사실 석준형에게도 악연이 있던 곳인데, 하필 56번을 탔던 날에 송호마을을 들르는 방향이 바뀌어버려 많은 허탈함을 안겨준 장소였던 겁니다. 그것 역시 이번 기회에 청산할 수 있게 되었는데, 5분 후에 나타난 버스는 우리가 겪은 고행을 보상해주는 듯 저상버스가 걸리더군요. 오우~혁님 ㅋㅋㅋㅋ
[원주 56번(관설동~단구중,의료원,옛원주역,터미널,만종초교,기업도시,(송호마을)~월송3리)][1300] ※ 관설동 1740 출발
송호마을회관(회차) 1850 - 송호사거리 1852 - 한솔교 1854 - 월송3리종점 1859 도착, 1919 출발 - 한솔교 1923 - 송호사거리 1926 - 기업사거리 1929 - 롯데캐슬2차 1933 - 이지더원아파트 1935 - 반도유보라1단지 1939 - 상무곡 1946 - 차면리 1948 - 만종초교 1955
대형버스인 탓에 회차가 간단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회차는 되더군요. 여기도 회차공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저는 석준형과 함께 바로 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송호마을을 나온 버스는 오크밸리 쪽으로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했고 한솔교를 건너는데, 자동차로 지나가면서 보았던 그 오크밸리 표지판도 나오더군요. 자동차로 가족과 지나갔던 곳을 이렇게 대중교통과 도보만 이용하여 가보다니 진짜 감회가 깊었습니다. 안성~진천 이티재를 다시 가보는 느낌입니다. ㅋㅋ
한솔교를 건넌 지 5분만에 버스는 월송3리 종점에 도착하여 회차합니다. 출발시간이 오후 7시 20분이니 차가 생각보다 오래 쉬더군요.
위치를 보니 옥수수를 팔던 슈퍼 바로 뒤편이었는데, 오크밸리 정문은 좀 더 안으로 들어간 곳에 있더군요. 시간 내에 거기까지 갔다와보기는 역부족이었기에, 우리는 종점에 있다가 슈퍼로 들어가 음료수 하나씩 사먹고 다시 버스를 타게 되었죠. 오후 7시 20분에 버스가 다시 출발하는데, 아까 송호마을로 걸어들어갔던 월송교차로를 다시 지나가니 아까보다 훨씬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월송리를 벗어난 버스는 만종 쪽으로 이동하는데, 원주기업도시를 술잔 모양으로 한 바퀴 돌고 나오더군요. 기업도시는 수도권의 신도시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는데, 여러모로 버스편이 참 아쉬운 곳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원주기업도시는 기업도시라는 명칭과 달리 주변에 일자리가 될만한 곳이 없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조성한 것인지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했는데, 왠지 용인 한숲시티가 생각나는 느낌이었죠. 사실 이 느낌이 잘못된 것이길 바라지만, 글쎄요 -ㅅ-;;;;
기업도시를 나온 버스는 서원면 희망버스에서 내렸던 곳인 상무곡 정류장을 찍고 원주시내로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예상은 했었지만 기업도시에서는 아무도 안 타는데, 지금 차가 막차인데다 하루 3번만 다니니 기업도시 내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던 겁니다. 사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월송리에 버스가 하루 3번만 들어갈 게 아닐 것 같지만, 이래저래 좀 아쉬운 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죠.
[도보]
만종초교 1955 - 만종역 2009
이번 버스는 만종역을 들르지 않고 바로 시내로 가기 때문에 우리는 만종초등학교에 내리게 되는데, 만종역 바로 앞으로 가는 버스는 우리의 예상대로 정말 몇 분 차이로 먼저 가 버린 상황입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만종역을 향해 슬슬 걸어가게 되었고, 오후 8시 34분에 출발하는 KTX를 타고 청량리로 가게 되었죠.
[KTX-이음(동해→정동진,진부,평창,횡성,만종,양평,상봉,청량리→서울역)][8200, N카드할인] ※ 동해 1903 출발
만종 2034 - 양평 2056 - 상봉 2119 - 청량리 2125
청량리에 내리고보니 오후 9시 25분입니다.
애련리를 갔을 때에 비하면 그래도 귀갓길이 덜 험난합니다만, 어쨌든 오늘도 집 앞으로 가는 버스와의 사투는 벌일 수밖에 없었죠. 이번에는 귀갓길에 1호선을 이용해보려고 했는데, 문제는 잘 가던 전철이 종로3가쯤 오니 더 이상 앞으로 갈 생각을 않네요. 역 내의 열기가 열차 안으로 들어와 열차 안이 더워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1호선 전철의 이 돌발 행동에 실시간 지하철 어플을 켜보니 제가 탄 열차 바로 앞에 3개 편성 정도가 줄줄이 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1호선이 지연이 쩐다고는 해도, 주말 오후 9시 넘은 시간에 이러는 것은 도대체... -ㅅ-;;;;
결국 계획했던 귀가 코스는 죄다 어그러지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저는 집 앞으로 가는 버스와 시간이 죄다 안 맞아 버스를 타려면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이 사태 때문에 원래 가능했던 귀가코스도 깨지니 이건 뭐... 경험은 어디 가지 않으니 결국 저도 어떻게든 집에 도착은 성공했지만, 어찌된 게 집 앞에 지나다니는 버스가 군내버스보다 더 타기 힘든 것만 같더군요. -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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